소설리스트

1장. 김우진의 계략(11권) (92/119)

귀환한 절대자는 역대급 헌터 11권

1장. 김우진의 계략

“제무월 님. 이게 무슨?!”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준비해라.”

“하, 하지만 은신처를 마련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암상회주가 손바닥 위에서 벗어났다. 곧 여기서 찾아낼 거다.”

“흐음,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귀환서를 통해 은신처에 도착한 제무월은 급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곳 지하에 암상회주의 가족들이 있지만, 자신들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면 결국 금방 알아차릴 것이었다.

그 전에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에게 약은 넉넉하게 넘기고 가도록. 암상회는 실패했어도 이것마저 실패하면 목숨이 않을 거야.”

“걱정 마십쇼.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약을 넘겨주었습니다.”

“좋아. 서둘러 귀국 준비를 한다.”

“넵!”

직속 부하의 말에 제무월은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상회는 어떻게 빠져나갔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을 거다.”

영리한 토끼는 사냥꾼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여러 개의 굴을 파 놓는다.

제무월 또한 암상회를 비롯해서 여러 곳에 작업을 해놓았고, 그중 한 곳은 열렬한 요청이 있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지금 떠나면 다시 한국에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두려는 것이었다.

“검천호! 이번 만남이 끝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드는군. 나중에 만난다면 이렇게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야!”

제무월은 방금 전 싸움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검천호와의 싸움이 때문이 아니라, 조직의 자금을 벌고 골든 크라운을 한 명이라도 많은 헌터들에게 뿌리기 위함이었다.

이제 더 이상 암상회를 이용할 수 없겠지만 그동안 충분히 성과를 만들어냈고, 이대로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커다란 수익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두었다.

제무월은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흑무에게 연락을 취했다.

* * *

거대한 마천루의 꼭대기 층.

그곳에서 30대 중반의 남성이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래. 알겠다. 조심히 오도록.”

흑무는 제무월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음…….”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생각에 잠겼다.

흑무는 음지에서 활동할 때는 그의 이름처럼 검은 연기로 모습을 가렸지만, 양지에선 다양한 얼굴로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역시 그 자리에서 무리해서라도 죽였어야 했나?’

제무월의 능력을 높이 사 한국으로 보냈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암중에서 활약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무월 또한 암상회를 집어삼키기 위해 꾸준하게 세력을 넓히며 실력을 증명했다.

그런데 얼마 전, 제무월이 헌터협회와 테라 길드에게 들켜 쫓기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어떻게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암상회가 운영하던 경매에 잠입했다고 한다.

결국 흑무는 더 이상 일을 진행했다가 조직의 본신이 드러날 위험을 막기 위해, 제무월의 귀국을 허락했다.

“시기상조…… 지금은 좀 더 가다듬어야 할 때인가?”

그의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등 뒤에 귀신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귀신의 얼굴은 수십 개의 금이 갈라져 있어, 마치 얼굴을 뒤엎고 있던 껍질이 벗겨지는 듯했다.

“아직까지 발악을 하는구나.”

흑무는 자신의 배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지만, 그의 몸 안에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이 녀석을 제압하고 흡수하기 위해 흑무는 힘의 7할을 쏟아붓고 있었다.

남은 힘만으로 무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종종 김강현처럼 난해한 적을 만났을 때는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3할 이상의 힘을 쓴다면 괴물의 힘을 억제할 수 없어 폭주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머지않았어. 곧 네놈의 힘은 내 것이 된다!”

순간 어둠 속에서 흑무의 눈이 탐욕스럽게 빛났다.

이를 위해 골든 크라운을 만들었고, 사람들을 하나하나 잡아 실험하고 있었다.

덕분에 괴물을 제압하고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똑똑똑.

“무슨 일입니까?”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흑무가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의 흑무는 사업가의 모습으로서, 대외적으론 공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약속했던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됐습니까? 안으로 모시세요.”

비서의 말에 흑무는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실 가운데 있는 소파로 이동했고, 그와 함께 문이 열리며 깔끔한 정장 차림의 60대 노인과 10대 소년이 들어왔다.

소년은 겁과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으로 노인의 뒤에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스카이 캐슬 투자 회사의 아머드입니다. 반갑습니다.”

흑무는 양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명을 소개하며 금으로 만든 명함을 건넸다.

그는 이 투자 회사의 회장 역할을 연기하며, 이곳을 통해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고 있었다.

“다크 위저드 록스 님.”

“흐음.”

단숨에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보는 흑무의 말에 록스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록스는 자신이 다크 위저드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전하군. 와이.”

하지만 록스는 금방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응?”

“아니. 이번에도 가면을 쓰고 있는 거겠지?”

흑무의 공손한 말투가 바로 바뀌었다.

“알고 방문한 것인가? 또다시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렇게 순순히 당할 거라면 이렇게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

흑무의 말에 록스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와이라는 이름은 흑무가 다크니스에서 활동할 때 쓰던 이름이었다.

‘제약이 사라졌어?’

흑무는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록스를 비롯한 다크 위저드들의 기억을 지우고 술법을 걸어놓았다.

자신의 과거 이름을 떠올리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보다 정신계 마법에 강해졌거나 누군가에 의해 풀렸다는 것이었다.

“재미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앉아서 할까?”

호기심이 생긴 흑무는 소파로 자리를 안내했다.

“그런데 저 아이는 뭐지? 네 성격상 누군가를 데리고 다닐 리가 없을 텐데.”

“다크니스가 없어지니 수발 들 사람이 필요하더군. 꽤 영리한 아이라 쓸 만해.”

“크게 한 번 실패를 겪어서인지 많이 변했군.”

흑무는 유심히 록스의 옆에 앉은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마나와 마력도 감지되지 않는 그냥 평범한 일반인으로 보이는 소년.

나름대로 감정을 감추려고 했지만 록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득 소년의 눈과 마주치자, 마치 그 안에 빨려 들어가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어둠이 보였다.

‘어디서 이런 녀석을 주운 거지?’

다행히 금방 빠져나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지만, 흑무는 내심 크게 놀랐다.

그렇지만 소년보다는 록스와의 대화가 우선이기에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이곳에 나타난 목적은 뭐지? 설마 조직을 없앤 원인을 내 탓으로 생각하고 복수할 생각인가?”

“복수라. 큰일을 한 번 겪었더니 그런 마음이 쉽게 들지 않더군. 다만 목숨을 부지하고 싶을 뿐.”

“목숨이라고?”

“그래. 지금 세계헌터협회에 쫓기는 몸이라 은신처가 필요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을 찾아온 목적을 듣자 흑무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록스는 굉장히 음흉하여 타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다른 속셈이 있는 걸까?’

흑무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이를 눈치챈 록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자네의 술법과 제약을 깬 수법이 어떤 건지 궁금하지 않나?”

“뭐라고?”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만큼 대가는 충분히 제공하겠다.”

“흐음.”

혹하는 제안에 흑무의 마음이 흔들렸다.

솔직히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껏 조직에서는 자신의 술법과 제약을 깬 자가 없었다.

그로써도 약점이 있다면 보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개인적인 마법 연구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 주지. 단, 내 요청이 있을 경우 협조해야 하는 조건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면 받아들이지.”

“좋아. 거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려서 며칠은 안전가옥에서 지내게 될 거다. 잠시 휴게실에 있으면 사람을 보내지.”

“알겠다.”

흑무는 비서를 시켜 두 사람을 밖으로 보냈고, 생각에 잠겼다.

“당을 이용해 세계헌터협회를 대외적으로 방해하고, 부하들로 움직임을 차단해야겠군.”

어떻게 해야 세계헌터협회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까.

세계헌터협회는 만들어진 지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어 그에게도 껄끄러운 세력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헌터협회도 흑무를 잘 모른다는 것.

“이렇게 됐으니, 록스를 철저히 이용해야지.”

앞서 이야기한 대로 록스의 흑마법은 대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어쩌면 골든 크라운의 제조 속도를 높일 수 있을 터.

더불어 자신의 술법과 제약을 깬 수법을 알 수 있다면, 자신의 무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

하지만 무엇보다 흑무의 관심을 끈 것은 록스의 옆에 있던 소년이었다.

‘놈들을 만났을 때와 똑같이 괴물이 반응했다.’

괴물은 처음 김강현과 헬릭스를 만났을 때에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며 요동쳤다.

그만큼 그들은 괴물이 싸우고 싶어 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소년에게도 괴물이 반응하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설마 마왕 소환이 성공한 것은 아니겠지?”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지만 흑무는 금방 고개를 저었다.

다크니스의 목적은 마왕을 소환하여 다크 위저드의 세상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마계에서 바실리스크를 소환하고 사람들을 죽여 영혼을 모았다.

그러나 유럽 협회와 김강현 일행의 방해로 이 계획은 실패했다.

유럽 협회를 비롯한 세계헌터협회는 김강현 일행의 존재를 꽁꽁 숨겼지만, 흑무는 조직의 정보망을 통해 진실을 입수할 수 있었다.

아무리 록스가 뛰어난 실력의 다크 위저드라도 마왕을 소환하는 건 아직 무리일 것이 분명하다.

“어차피 내 손에 들어왔으니 시간은 있어.”

흑무는 비서에게 록스 일행의 은신처를 들키지 않도록 감시 체계를 확실히 만들 것을 명령했다.

더불어 흥미로운 소년에 대해서 새롭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 * *

한편, 록스와 소년은 비서에 의해 몇몇 사람들만 이용하는 VIP 휴게실로 이동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만큼 가능한 사람들의 접촉을 피하고 싶었다.

만약 자신들의 얼굴을 기억한다면 뒤처리할 일들이 늘어나니, 현대 사회에서는 껄끄럽기 짝이 없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안전 가옥으로 이동하는 헬기가 도착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비서가 짧막한 설명을 한 뒤 밖으로 나가자, 두 사람은 휴게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소년이 주변을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더니 슬그머니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 * *

그 순간, 방 안에 마력이 퍼지며 주변 마나 흐름이 일그러졌다.

“어? 이게 왜 이래?”

“무슨 일이야?”

“방금 휴게실 화면이 지지직거렸는데, 지금은 멀쩡하네.”

“잠깐 인터넷이 불량이었던 거 아냐?”

이 건물의 사무실은 보안 시스템이 철저해 각 방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노이즈를 본 직원들이 잠시 웅성거렸다.

하나 곧 휴게실 화면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

도청 장치 또한 전혀 문제가 없었다.

화면 속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듯 보였다.

* * *

“감시 카메라라고 했나? 마법을 걸어 환영을 보게 했으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아직 부족한 탓에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렇게 이 세계에 대해서 배워나가니 재미있구나.”

휴게실에 단둘이 있게 되자 록스는 소년에게 존댓말을 쓰며 공손한 자세를 취했고, 소년은 이러한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편하게 하대했다.

방금 휴게실 감시 카메라가 잠시 불통이 된 것은 소년의 마법으로 인한 것이었던 것.

하지만 바깥에서는 어떤 낌새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이 세계는 참 재미있는 게 많아. 불편한 점도 있지만 말이야.”

지구에서 가장 적응이 빠르면서도, 어려웠던 것이 발달한 문명이었다.

TV, 핸드폰, 자동차, 첨단 의료기기, 비행기 등 지금까지 많은 차원들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물건들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 인간들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극도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었다.

반면 이것들을 이용하기 위해선 인증이 필요하고, 곳곳에 CCTV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함부로 이동했다간 행적이 노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비행기라는 이동 수단의 경우 신분 인증이 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 인간에게 현혹 마법을 걸어 기억을 지우고 신분을 위조하기도 했다.

지그문트는 테이블 위에 세팅된 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다.

“쿠키라고 했나? 바삭하게 씹히는 것이 괜찮군.”

최근 그가 지구에 적응하며 관심을 가진 것은 식도락이었다.

마계에는 요리라는 개념이 거의 부족했다.

성인 마족은 마력을 흡수하면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었기에 음식 섭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테라의 요리들을 흥미 삼아 먹어보았지만 고기를 불에 구워 간단한 소스에 찍어 먹거나, 순수한 재료를 그대로 먹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지구의 음식들은 그의 흥미를 끌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즐기고 있었다.

“나중에 제가 또 구해 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 먹었던 라면? 그것도 구하면 좋겠군,”

“네. 지그문트 님.”

“그나저나 지금 다시 본 녀석은 어떠냐?”

“예상외입니다. 설마 놈이 그렇게 강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와이로 활동했던 흑무는 본연의 힘의 20%만 드러냈을 뿐이어서 그때를 기억하고 있던 록스는 내심 충격을 먹었다.

록스는 지그문트의 권능으로 강해졌고, 리치가 되면서 마법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져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었다.

“맞다. 지금 네놈은 폴리모프로 마력 30%가 제한되어 있지만, 그것을 쓸 수 있다 해도 이길 수 없을 거다.”

당시 그와 싸웠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사실은, 록스가 한 번 죽고 지그문트에 의해 리치가 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세계헌터협회는 록스가 언데드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록스가 다크 위저드라는 사실만을 공표했다

스펠 바이러스 사태를 수습하는 데만도 정신없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록스는 언데드가 된 것을 감추기 위해, 지그문트에게 배운 폴리모프 마법을 이용하여 생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그문트 님이라면 당연히 제압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물론이니라. 하지만 쉽지는 않아. 추측하건대 최상급 마족과 비슷한 실력이야.”

지그문트는 흑무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했다.

그는 키메라 세포가 진정되어 어느 정도 대외 활동이 가능하며,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강현의 키메라 세포는 끈질기게도 지그문트가 빈틈을 보이면 바로 달려들어 그의 몸을 지배하기 위해 난리를 피웠다.

덕분에 현재 지그문트가 온전하게 쓸 수 있는 힘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 상황에서 흑무와 싸운다면, 이길 수는 있으나 육체가 일부 붕괴할 뿐더러 키메라 세포가 폭주할 확률이 높았다.

지그문트는 확률이 낮은 싸움은 피하고 싶었다.

‘마계의 문만 열 수 있다면 좋겠는데!’

지그문트의 머릿속에 마계에 있는 휘하의 마족들이 떠올랐다.

그는 대마왕으로서 마계를 4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마왕들이 담당하도록 했었다.

이 4명의 마왕은 지그문트의 손발이 되어 각 지역들을 다스렸고, 용마대전에서도 그 누구보다 나서 싸웠다.

마음 같아서는 마계와 지구를 연결시키는 마계의 문을 열어 그들을 지구로 부르고 싶었지만, 아직 힘이 온전하지 하지 않아 불가능했다.

“그보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느니라. 이참에 대량으로 언데드들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언데드라고요?”

“그래. 알아보니 이곳엔 뛰어난 실력의 인간들이 많더구나. 그들의 시체로 언데드를 만들면 리치나 데스 나이트들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중국에 오기 전, 지그문트는 컴퓨터라는 물건을 이용해 이미 사전 조사를 한 뒤였다.

“게다가 놈들이 만드는 약은 인간의 심장이 기본 베이스. 시체들이 널려 있을 거다. 그럼 흑마법을 수련하기도 좋을 거고.”

지그문트 또한 골든 크라운을 우연치 않게 먹어볼 기회가 있었고, 대번에 마나로 위장한 마력을 감지했다.

그리고 인간의 심장을 사이한 방법으로 정제했고, 이것으로 인간들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걸 파악했다.

“결정적으로 그런 약을 만들 정도라면 키메라 세포를 연구할 시설이 마련되어 있겠지.”

키메라 세포를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막대한 돈과 시설이 필요했다.

하지만 록스의 지지 기반이었던 다크니스가 사라진 이상 이제 더는 불가능하고, 심지어 인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록스와 지그문트는 고민 끝에 흑무를 찾아 신세를 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만약 흑무가 거절했다면 힘으로 싸울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

‘대마왕 체면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록스에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그문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김강현과 헬릭스에 대한 복수를 떠올리니 이 정도 수모도 참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이를 갈 뿐이었다.

“그런데 경계 밖의 힘을 가지고 있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록스가 묻자 지그문트는 둘러대며 대답을 회피했다.

아직 이 이야기는 록스가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덕분에 이 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눈치챘을 터. 누가 먼저 먹히는지 시간 싸움이 되겠군.’

그가 본 흑무는 경계를 절반 정도 넘어서서 아직 인간의 탈을 유지하고 있었다.

흑무가 몸 안의 괴물을 흡수하는 것이 빠른지, 지그문트가 키메라 세포를 완성하는 것이 빠른 지 승부가 될 것이었다.

덕분에 지그문트는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이 기대되었다.

* * *

“이게 최선이구나. 더 이상은 어렵겠어.”

김강현은 암상회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벌써 그날 이후 3일이 지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암상회를 움직이는 간악한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지운은 바로 권하율에게 보고하여, 헌터협회의 전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제무월 일행은 유유히 헌터협회의 포위망을 뚫고 밀항선을 이용하여 도망쳤다.

“패배의 원인은 놈들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는 거였어.”

권하율은 헌터들을 움직이며 놈들의 이동 수단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경찰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비행기와 배를 이용한 교통수단을 막고, 경찰로 도로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무월 일행은 밀항선을 이용하여 한국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권력자들에게 그들의 입김이 스며들어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나마 암상회가 우리를 적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다행이지.”

제무월 일행을 놓쳤으나 그들이 뿌린 골든 크라운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암흑 경매장의 특성상 고객의 정보를 타인에게 건넬 수 없었다.

그랬다간 암흑 경매장이 쌓아놓은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소문을 내는 것.

골든 크라운을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마성에 빠지고, 마나 폭주가 일어난다는 소문을 널리 퍼뜨렸다.

과장된 소문이지만 거짓이 아니었다.

“암흑가 쪽에서 시작된 소문이 금방 퍼졌고, 암상회와 협회 쪽에서 바로 움직여 해결했네.”

불에 기름에 뿌린 것처럼 소문은 헌터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암상회는 암흑 경매장에서 판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조율하여 잘잘못을 따졌다.

그런데 골든 크라운을 판매했던 제무월이 잠적해 버린 상황.

환불이나 피해가 있어도 대처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였다.

평소 암상회라면 이건 판매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알아서 해결해 보라고 떠넘겼겠지만, 헌터협회의 눈도 있고 해서 결국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치료를 모두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소식에 헌터들은 환호했다.

헌터협회에서도 암흑 경매장에서 샀던 금액만큼은 못하지만 적당한 금액에 구매해 주겠다고 발표하여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골든 크라운을 판매했다.

이렇게 모은 골든 크라운은 헌터협회와 테라 길드에서 분석에 들어갔다.

물론 골든 크라운에 숨어 있는 마력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그나저나 최종 목적지가 중국이라고?”

순간 김강현은 제무월 일행이 밀항선을 타고 도착한 곳을 떠올렸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앙집권체제를 이루고 있는데, 군의 세력이 강력한 것이 특징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따로 협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옛날 무림처럼 각 헌터들의 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감한 것이 제무월 일행의 소속을 모르는 이상 그 세력들을 하나하나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국의 헌터들은 폐쇄적인 성향이 강해 그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급한 일들만 처리하면 바로 가야지.”

결국 김강현은 자신이 최종 확인해야 할 US 그룹의 일만 처리한 후 테라 길드원들과 함께 중국으로 갈 것을 마음먹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 * *

“모든 게 순조로워. 오늘은 반도체 공장 답사와 임원 회의만 참석하면 되는 건가?”

아침 운동을 마친 김고엽은 가볍게 토스트와 과일 주스로 식사를 하고 오늘 일정을 살폈다.

최근 진행하는 사업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강려원과 이명원을 통해 들어오는 전략기획실의 소식 또한 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마나 전지를 이용한 자동차라고? 마나 전지를 양산할 수 있다면 시장 전체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자동차는 대중적으로 한 집에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 중 하나였다.

US 그룹에서도 자동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 기관 자동차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최근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어 친환경 위주의 사업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전체가 내연 기관 자동차 생산을 서서히 줄이고 수소와 전기 자동차 위주의 생산을 추진했다.

이때 마나 자동차가 생산된다면 세계는 크게 놀랄 것이고, 시장을 선두하며 압도할 것이었다.

그 미래를 떠올리자 김고엽은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강현이를 붙잡았던 것이 신의 한 수였어.”

서로 인연을 끊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로서 자식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던 김고엽은 이명원을 통해 김철진의 소식을 계속 접했다.

그중 마음에 늘 걸렸던 것이 김강현으로, 트럭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자신은 김철진과 연을 끊고 살았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손자였다.

그래서 남몰래 병원에 후원금을 지원하여 김강현이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도록 치료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

당연히 김철진과 이수진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숨겼다.

나중에 김강현이 깨어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자, 김고엽은 고민 끝에 회사로 호출했다.

회사 생활을 통해 실력을 쌓고,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 주려는 의도였다.

그 와중에서 알력이 일어나 가족을 협박하긴 했지만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강현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팀을 잘 이끌며, 직원들에게 인망을 얻었다.

게다가 뛰어난 사업 아이템으로 각종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이루어냈다.

덕분에 김강현을 전략기획실장으로 낙하산 임명한 것에 대한 불만은 쏙 들어갔고, 김고엽의 선견지명이라고 칭찬하기 바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인성도 좋아 흠잡을 것이 없었다.

어느덧 다음 만남까지 4일이 남은 지금, 그날 시간을 빼기 위해 김고엽은 일부러 일을 몰아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나를 따라 딴따라를 한다니!”

그는 김철진, 김강현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소식도 함께 보고를 받았는데, 특히 김아현이 걸그룹이 되었을 때는 크게 놀랐다.

아직도 김고엽은 김유나가 경영 공부를 그만두고 연예 기획사에 들어간 기억이 잊히질 않았다.

그만큼 김유나는 경영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인망 또한 뛰어났다.

김유나를 매우 아꼈던 그는 이 일로 충격을 먹고 며칠 동안 설득했었다.

하지만 김유나는 춤과 노래가 무엇보다 우선이었고, 절실하게 노력하여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확실한 성과에 김고엽도 결국 김유나를 인정했지만.

그런데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김아현도 연예계로 뛰어든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아내가 미술을 좋아했지.”

문득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느덧 사별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마치 어제 본 것처럼 그녀의 모든 것이 뚜렷하게 생각났다.

그는 품속에서 지갑을 꺼낸 뒤 손때가 묻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더 이상 색이 바래지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코팅된 사진.

그곳에는 꽃밭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 여성과 두 남자아이가 있었다.

자연농원이라는 곳에 아내, 아이들과 함께 놀러갔던 날, 아내의 제안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그때는 이 사진이 아내의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여보.”

그때를 생각하자 김고엽이 가슴이 아파오며,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당신이 살아 있었으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자식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그녀의 죽음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

당시 그에겐 가족보다 회사를 선택한 것이 최선의 판단이었다.

그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회사 가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은 챙기지 못한 것이 가슴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한이었다.

“으윽! 컥!”

그때, 갑자기 심장에 강한 격통이 느껴지며 머리가 어질거렸다.

김고엽은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놓치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전신이 벌벌 떨렸다.

“야, 약을.”

지인에게 받은 약과 병원 약을 동시에 먹으려고 책상에 손을 뻗었지만.

팔이 떨리고, 시야도 흐릿하여 사물이 보이지 않았다.

“며, 명원이, 명…….”

김고엽은 간신히 힘을 내어 밖에 있는 이명원을 불렀지만, 밖에 들리기에는 소리가 너무 작았다.

그는 결국 그만 균형을 잃고 의자에서 넘어졌다.

쿠웅!

결국 김고엽은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회장님. 들어가겠습니다.”

약 15분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이명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김고엽은 칼같이 시간에 맞춰 움직이곤 했는데, 오늘은 예정된 시간보다 5분이 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아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회, 회장님!”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고엽을 보고 크게 놀라며 다급히 다가가 호흡을 확인했다.

“서둘러 응급조치를!”

다행히 숨이 붙어 있었고, 이명원은 방 한쪽에 마련된 응급 장비를 바로 조치한 후 US 병원 담당 주치의에게 연락해 바로 응급 차량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응급차량이 후문에 도착했고, 김고엽은 은밀하고 긴급하게 후송되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집안 고용인이 조용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회장님, 아니, 아버지가 쓰러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고?! 무슨 일로?”

-모르겠습니다. 방금 이명원 비서실장님에 의해 US 병원 응급차량으로 후송되었습니다.

“그래. 알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들어오는 정보가 있으면 연락하도록.”

-네. 사장님!

갑자기 이른 시간부터 걸려온 전화에 짜증이 났던 김우진은 내용을 듣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버지가 쓰러진 게 맞군. 한 명이 아니라 동시에 연락이 왔어.”

전화를 끊고 핸드폰의 문자 내역을 확인하니 방금 통화했던 내용과 똑같은 내용이 문자로 들어와 있었다.

그는 김고엽과 이명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비서실뿐 아니라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해 두었다.

그들은 매일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는 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아버지는 영영 깨어나지 않을 터. 지금이 그룹을 내 것으로 만들 기회다!”

김고엽이 쓰러진 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김우진은 곧장 비서들을 통해 자신의 최측근들을 사무실에 소집했다.

‘사장님이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압니까?’

‘나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무언가 잘못이라도?’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하네.’

사무실에 모인 네 사람은 그룹의 임원들로, 어릴 때부터 김우진을 보아온 자들이었다.

그만큼 김우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4명이 모이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호출된 것인지, 최근 실수한 것이 있는지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지만 도통 알 수 없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떤 경우라도 다른 사람에게 흘리지 않길 바랍니다.”

김우진은 4명의 임원이 모이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신중한 김우진의 모습을 본 적 없었던 임원들은 긴장하며 경청했다.

“지금 회장님이 쓰러지셨고, 쉽게 깨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헙!”

“그 이야기는 어디서?”

“이 소식이 전해지면 회사 주가가!”

충격적인 이야기에 한 임원은 호흡이 어려웠고, 다른 임원들은 크게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운영입니다. 회장님의 뇌사 상태가 거의 확실시될 것입니다. 그러니 임원 분들께서는 각자 주주들을 만나 위임장을 받아주십시오.”

“그 말은?”

“네. 다음 달에 열릴 주주총회에 회장 대행 안건을 올릴 예정입니다. 물론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회장님의 건강을 언론을 흘릴 예정이고요.”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들렸다

이대로만 되면 김우진이 회장에 오르기까지 한 발자국만 남은 셈이었다.

“그리고 시장에 나와 있는 그룹 주식도 모으세요. 그동안 아껴놓은 돈들을 푸십시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김우진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는 이 계획을 지난달부터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임원들은 예상치 못했으나 김우진의 말에 눈빛들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들은 지금의 US 그룹을 만들기까지 창립 멤버나 다름없어 많은 주주들과 안면을 트고 있었다.

즉,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이만한 인물들이 없었다.

‘김우진 사장이 회장이 되면!’

‘우리에게 더 많은 이득이 있겠지!’

임원들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렸다.

김고엽과 함께 일했으나 김우진과 함께하는 이유는 그에게서 얻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김고엽은 지는 해고, 김우진은 떠오르는 해였다.

하루하루 김고엽의 건강이 나빠지는 만큼 그의 옆에 있어봤자 차후 US 그룹의 권력 구도에서 밀려날 것이 안 봐도 뻔했다.

그들은 추가로 김우진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후후후, 과연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혼자 남은 김우진은 미리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명원, 강려원, 김강현이 자신의 행보를 안다면 방해할 것이었다.

아무리 입단속을 시켰어도 김고엽의 건강 소식은 곧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었다.

“지금까지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냈지. 하지만 일과 정치는 달라.”

하지만 아무리 김강현의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의 인맥은 이명원과 강려원뿐이었다.

반면 김우진은 US 그룹 전체에 인맥이 있었다.

이 중에는 김고엽의 입김이 닿은 자들도 있지만 그의 건강 소식이 전해진다면 자신의 편이 될 거라 확신했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절대로 불가능할 테니까!”

김우진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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