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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사월무강의 후예 (91/119)

9장. 사월무강의 후예

‘요즘은 경매장이 이렇게 생겼구나.’

암흑 경매장에 들어온 검천호는 가드로 위장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암월의 연락에 먼저 다크 사이드의 어쌔신들이 지원하여 경계를 시도해 보았으나, 곳곳에 배치된 가드들과 기관 진식을 보니 그들의 실력으론 어려웠다.

그래서 통솔 권한을 다른 어쌔신에게 넘긴 후 검천호가 들어왔다.

‘확실히 다른 녀석들은 진입이 불가능했어.’

검천호는 외부의 인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밖에 남으려고 했지만, 다크 사이드 소속의 어쌔신들의 실력으로 가드들의 눈을 피해 들어가기에는 어려웠다.

결국 고민 끝에 들어왔는데, 이곳의 가드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다 통로 사이에 있는 문은 보안 카드로 쉽게 열 수 있었다.

덕분에 가면을 벗거나 말을 하지 않는 이상 검천호가 침입자라는 걸 확인할 수 없었다.

‘최소 2시간은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들킬 일은 없을 것!’

어쌔신들의 침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완벽한 변장을 위해서는 이곳의 가드를 제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충분히 가드를 제압할 수 있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소란이 발생하면 잠입이 실패로 끝나 안에 있는 김강현 일행이 적발될 수 있었다.

김강현은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검천호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혼자 잠입을 강행했다.

‘저놈은 뭐지?’

검천호가 경매장을 순찰하는 척하며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데 한 사람의 눈에 띄었다.

‘저렇게 사나운 마나는 흔치 않은데, 범상치 않은 녀석이야.’

검천호는 제무월을 보자마자 발산되는 마나를 통해 그의 성향과 실력을 짐작했다.

제무월은 일부러 마나를 갈무리하지 않고 드러내,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위험으로 인식하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뭐야? 가드 중에 저런 녀석이 있었어?!’

반면 제무월은 속으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몇 번 드나들었지만 이렇게 강한 가드가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잠깐. 뭔가 이상해. 이런 무력을 지니고 있는데 일부러 약점을 잡혔다고?’

처음에는 무력에 놀라 생각지 못했지만, 사실 암상회주는 제무월에게 두 가지 제약이 걸려 있었다.

첫 번째는 비밀 장소에 가족들을 납치하여 암상회주가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혈고.

암상회주의 심장에 잠들어 있는 혈고는 제무월에 의지에 따라 깨어나게 만들어졌는데, 만약 가족들을 구출하려는 기미가 보이거나 딴 행동을 할 경우 그를 죽이려는 의도에서였다.

저런 실력의 가드를 데리고 있는데도 싸우지 않고 당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한번 시험해 봐야겠군!’

콰아아아아앙!!

생각을 마치자마자, 제무월은 검천호를 향해 몸을 날리며 바로 주먹을 날렸다.

“크윽, 평범한 놈이 아니구나.”

“젠장.”

복부를 노렸지만, 검천호는 이를 막으면서 오른 무릎으로 자신의 배를 가격했다.

무의식중에 검천호가 자연스럽게 반격을 취하자 제무월이 소리쳤다.

“정체를 밝혀라!”

조사에 의하면 자신만큼 강한 녀석은 암상회주를 곁에서 호위하는 성결뿐.

콰아앙! 콰아아앙!!

환은 소형화 폭탄으로, 약간의 마나를 불어넣으면 터트릴 수 있었다.

“크윽!”

검천호는 이를 알아차리고 바로 뒤로 물러났으나, 폭발의 영향으로 옷이 그을지고 가면이 찢어져 얼굴 절반이 드러났다.

이렇게 되자 가면을 쓰고 있는 의미가 없어 검천호는 남은 가면을 벗어 던졌다.

“여기 가드 놈이 아니구나. 네놈은 누구냐?”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라.”

검천호는 말과 함꼐 품속에서 접이식 검을 꺼내 펼친 뒤 오러를 실었다.

자신의 검을 들고 다니다간 침입자라고 홍보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가져왔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좋아. 한바탕 놀아보자꾸나.”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제무월 또한 기세와 함께 검은 마나를 내뿜었다.

기이하게도 전신을 둘러싸며 사이로운 느낌이 드는 마나였다.

순간 검천호는 그를 통해 한 사람의 무공을 떠올렸다.

“사월무강(邪月武强)?”

“어떻게 이걸?!”

제무월은 검천호의 중얼거림에 크게 놀라며 눈이 커졌다.

“네가 사월무강의 후예라면 제천은 어떻게 되었지?”

“10년 전 모든 것을 전수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결국 그렇게 되었나? 헌터의 시대가 열려 방법을 찾은 줄 알았건만 안타까운 일이군.”

제무월이 익힌 사월무강은 중국에서 한 무인이 대대로 익히고 있는 무공으로, 검천호는 젊었을 적 그를 우연히 만나 대련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떠났을 줄은 몰랐군.’

승부를 보기 위해 수십 번을 싸웠지만 승패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었건만.

하지만 사월무강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사월무강은 선대가 마나를 물려주어야 전수가 가능한 무공. 조금만 기다리면 방법이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사월무강의 마나 연공법이 소실되어 후대는 온전하게 마나를 쌓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방법은 선대가 가지고 있는 마나를 물려주는 방법뿐.

10년이라면 마나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므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제무월에게 마나와 함께 사월무강을 물려준 모양이었다.

“제천의 꿈은 사월무강을 완벽하게 복원하고 익히는 것. 이렇게 만나긴 했지만 그 결과를 보고 싶군.”

“영감의 친우라면 완벽한 사월무강을 보여주마!”

적과 적으로 만났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를 이기겠다는 생각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이, 이게 무슨?!”

“대체 밑에서 무슨 일이!”

5층의 사람들은 들려오는 굉음과 흔들림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특히 가드들은 3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나 파동을 감지하고 어마 무시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검 어르신? 놈들과 부딪쳤구나!’

김강현은 두 개의 마나 파동 중 한 개의 마나에게서 익숙함을 느끼고 주인을 알아차렸다.

‘무력에서 밀릴 리 없겠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아. 서둘러 합류해야겠어.’

암상회주가 이 건물을 지을 때 싸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여 철골 구조를 단단하게 계획했고, 벽에 주변 마나를 상쇄시켜 주는 장치들을 설치해 놓아 흔들림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었다.

만약 일반 건물이었다면 벌써 무너졌을 정도로, 검천호와 제무월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약점을 없앨 수 있다면 저희와 손을 잡겠습니까?”

“뭐라고?”

“지금 밑에서 미지의 적과 싸우고 있는 이는 테라 길드의 검천호 헌터입니다. 그분이라면 적을 제압하는 건 물론이고 가족들이 잡혀 있는 곳까지 알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몸속에 있는 혈고는 제가 없앨 수 있고요.”

김강현은 자신이 꺼낼 수 있는 패를 모두 꺼냈다.

그 말에 암상회주와 성결이 크게 놀라 입과 눈이 벌어졌다.

자신들에게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수락하겠다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이들도 그들과 똑같지 않은가? 우리를 이용하기 위해 제안하는 것이 아닐까?’

암상회주는 짧은 시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헌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그는 암상회를 만들어 생존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암상회를 노리고 접근했고, 손에 넣기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동안 암상회주는 이들을 물리치며 어떻게든 암상회를 유지시켜 왔고, 내부에서도 그 공을 인정받아 계속 회주라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김강현과 손을 잡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알겠네. 자네와 손을 잡도록 하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고민 끝에 암상회주는 김강현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비겁하게 약점을 잡고 거래하는 놈들보단 양지에 있는 길드인 만큼 최소한의 양심은 있겠지.”

“앞으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고 보겠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암상회주의 말에 김강현은 다시 한번 약속을 했다.

“지운 님, 협회에 연락해서 주변 CCTV 확보와 헌터들의 배치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암월은 어쌔신들을 이끌고 암상회 가드들과 합류해 움직인다.”

“알겠다.”

“네. 보스!”

암상회주를 돕기로 결정이 되자마자 김강현은 두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고,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암상회주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지금 몸속에 있는 혈고를 없애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네. 그렇지만 고통이 심할 테니 잘 참으시길 바랍니다. 자네에게는 호위를 부탁하지. 혹여 나와 회주님의 몸을 건드린다면 둘 다 목숨이 위험해.”

암상회주는 바로 손을 건넨 김강현이 그의 손목을 잡은 뒤 마나를 흘렸다.

그 모습에 성결은 바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드들에게 연락해 방을 지키게 했다.

* * *

‘사월무강. 정말 무서운 무공이구나!’

검천호는 검으로 제무월의 공격들을 막아내며 생각했다.

사월무강은 독특하게도 오직 마나를 이용해야 펼칠 수 있는 무공이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제천에게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그 어떤 스킬보다도 강력했다.

‘신체 강화뿐 아니라 형태가 변화무쌍해!’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마나는 제무월을 보호할 뿐 아니라 공격을 위해 초승달과 반월, 그리고 보름달의 형태로 구현되었으며,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송곳처럼 날카롭게 스며들어 내상을 유도했다.

‘게다가 마나와 오러의 차이는 무지막지하군!’

생전의 제천은 사월무강을 완성할 수 있다면 어떤 무기도 소용이 없으며 지상최강의 무공이라고 극찬했었다.

제무월은 마나를 집약시킨 오러를 이용하여 보호력과 파괴력을 한층 높였고, 그 증거로 검천호가 들고 있는 검엔 무수히 많은 실금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런 무인이 한국에 있었던 말인가?’

반면 제무월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헌터들을 보았지만 하나같이 약하디약한 녀석들뿐이었다.

덕분에 앞선 그분이 왜 실패를 겪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수없이 주변 나라들이 침범했지만 이를 이겨낸 나라의 사람들!’

제무월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 떠올렸다.

* * *

한국은 나라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침범을 당했지만, 끝내 그들을 이겨내고 물리치곤 했다.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위치라 해상 교역에 유리해 나중에는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의 표적이 되었음에도 함십하여 위기를 견뎠고 말이다.

이를 통해 제무월은 이들이 참을성이 많고 끈질기게 목숨이 강한 민족이라고 판단했었다.

‘강하기에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거였어! 그 간단한 이치를 이제서야 깨닫다니!’

겉보기엔 제무월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가 밀리고 있었다.

그동안 제천에게 마나를 전수받고 각성한 이후 사월무강을 시전하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거나 죽였기 때문.

이렇게 장기간 싸움이 이어진 적이 거의 처음이었다.

‘소모되는 마나가 너무 많고 경험치가 달라!’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검천호는 강약의 조절이 뛰어났다.

그 증거가 그가 들고 있는 조립식 검이었다.

솔직히 조립식 검은 강철로 만든 평범한 검보다 약해 금방 부러지기 때문에 별로 쓸 만한 물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검천호는 오러의 세기를 조절하며 절묘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상대가 강한 만큼 마나의 소모가 커지자 제무월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째서 그분이 이 나라에선 실패했는지 알겠군.’

제무월은 검천호의 검을 막아낸 뒤 뒤로 물러나 숨을 골랐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마나가 10%도 되지 않았다.

대규모 공격 한 번이면 마나가 모두 소진될 것이었다.

“생전의 제천이 사월무강를 완성했으면 더 재미있는 싸움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검천호도 숨을 고르며 검의 상태를 살폈다.

오러를 조절하여 검이 형태를 유지시켰지만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

최근 S급 던전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들과 싸웠지만, 그들은 사람과 달리 지능이 떨어져 공략 패턴과 약점만 알면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돌아다녀도 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응?!”

그때, 제무월은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혀, 혈고가 죽었어?!’

혈고가 죽으며 녀석이 품고 있던 마나가 사라진 것.

이 현상은 상대에게 심어놓은 수컷 혈고가 죽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크하하하하! 여긴 눈속임이었구나. 진짜는 위에 있었어!”

“그게 무슨 말이지?”

“나를 이곳에 묶어놓고 다른 짓을 하려는 것이었어.”

“뭐라고?”

검천호와 제무월의 싸움은 우연치 않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제무월은 착각하여 뒤로 물러났다.

어떤 위기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검천호를 배치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잘 풀릴 줄은 김강현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밖에 없나?’

제무월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우선 눈앞의 검천호를 쓰러트리기 어려울 뿐더러, 혈고가 죽은 이상 암상회주를 손쉽게 이용하긴 어려울 것이었다.

물론 그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놓았지만,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조직을 꾸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 수작을 내버려 두었던 건 자신과 수하들의 힘으로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었지만, 만약 눈앞의 검천호가 그들과 합류할 예정이라면 승산이 없었다.

‘이 자만 아니면 계획이 무너질 리 없을…… 잠깐!’

문득 제무월의 머릿속으로 한국의 헌터 리스트가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인상착의와 싸움 스타일을 비롯하여 막강한 무력을 떠올리니 한 사람만이 남았다.

“S급 헌터 마스터 소드?”

“그걸 이제 알아차린 것이냐?”

제무월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검천호는 헌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마나 운용법을 가진 무인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자들과 싸웠고, 그들과 친분을 나누었다.

제천도 그들 중 일부였을 터.

‘너무 안일했었나?’

한국에 오기 전 이곳에서 조심해야 할 인물들의 리스트를 추려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으나, 너무 일이 술술 풀리는 바람에 잊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이번엔 뭐냐?!”

그때, 갑자기 천장이 부서지는 굉음과 함께 한 사람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원래 각 층 사이는 마법 결계 때문에 웬만하면 부술 수 없게 제작되어 있지만, 그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사하십니까?”

“강현?”

“네. 검 어르신!”

건물이 부서지며 뿌연 연기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검천호는 목소리와 마나를 통해 내려온 사람이 김강현임을 알아차렸다.

‘아직 늦지 않은 모양이군!’

김강현은 무사히 암상회주의 몸에 심어져 있는 혈고를 없앴다.

암상회주는 치료가 끝나고 정신을 잃었다.

그는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이라 내부에서 김강현의 마나와 혈고의 싸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상이 나타나지 않게 혈고와의 싸움을 마무리한 것이 최선이었다.

그 후 김강현은 성결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한시라도 빨리 검천호와 합류하기 위해 바로 아래 바닥을 부수어 아래로 내려왔다.

“내 싸움에 개입할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다만 저놈에게서 들을 이야기가 있어 목숨만 붙여주시면 좋겠군요.”

“그 정도는 수락하지.”

검천호의 성향을 알고 있는 김강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가 테라 길드에 들어온 이유가 자신보다 강한 김강현, 헬릭스와 겨루기 위해서인 만큼, 항상 강자와의 싸움을 원하는 검천호를 말릴 수 없었다.

“네 이름이 김강현이라고?”

그런데 제무월이 김강현을 알고 있는 듯했다.

제무월은 굉장히 재밌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흑무 님과 한결 녀석이 말하는 놈이 너였구나.”

“역시 놈과 연관…… 뭐?”

그 말에 검천호와 김강현의 얼굴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흑무라는 이름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이름이 갑자기 나왔다.

비천 길드장인 이우경의 아들이자 유명한 망나니였던 이한결.

이한결은 혼자 연세연을 빼앗겼다가는 질투로 김강현과 적대 관계가 되었고, A급 헌터 시험에서 비천 길드 헌터들을 동원하여 그를 죽이려 했다.

이에 김강현은 비천 길드의 헌터들이 다시는 헌터 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폐인으로 만들고, 이한결은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면 깨어나지 못하는 뇌사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이우경이 복수를 위해 김강현의 가족을 노리자, 김강현은 악연의 끈을 잘라 버리기 위해 이우경을 죽이고 비천 길드까지 없애 버렸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 이한결은 비천 길드의 부길드장이었던 기동진과 헌터협회가 계속 찾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한결을 말하는 것이냐?”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하나도 버거운 마당에 둘을 상대할 수 없다. 지금이 기회인가?’

우연치 않게 던진 이름에 의외의 반응이 나오자 제무월은 대화를 끌면서 마나를 모으기로 결정했다.

“그래. 놈은 무저갱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지. 죄수들 사이에서 독종으로 유명하거든.”

“너는 무저갱에 속한 죄수가 아니구나.”

“무저갱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어 우연히 알게 되었을 뿐이다.”

김강현은 제무월에서 말에서 힌트를 얻어 질문을 건넸다.

제무월이 본 이한결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무저갱이 생긴 이후엔 빠르게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만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생존하기 위해 어떤 비겁한 짓이라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한결은 처음 무저갱에 들어왔을 땐 겨우 사지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 뿐, 어떤 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육을 노리는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한결은 사냥꾼의 뒤를 쫓아다니며 도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살기 위해 사냥꾼들에게 붙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사냥꾼은 무저갱의 죄수와 똑같은 신분이지만, 외부의 음식보다는 사람을 잡아먹는 녀석들이라 대부분 죄수들에겐 공포의 존재였다.

그래서 사냥꾼은 무저갱을 관리하는 간수들도 쉽게 건드리지 않았다.

이한결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사냥꾼들의 조수가 되어, 다른 죄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안에서 이한결은 발톱을 감춘 채 특수한 무공으로 자신의 힘을 키워 나갔고 나중에는 사냥꾼들의 수장이 되었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아주 재미있을 것이야.”

제무월은 정말 즐거워하는 미소를 띄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그동안 아마 더욱더 강해졌을 것이었다.

한편으론 어쩌면 자신보다 더 강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무월은 이한결을 보며 진심으로 자신이 간수라 그를 제어하는 장치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살아 있다면 다시 만나겠지.’

김강현은 이야기를 들으며 이한결의 생존을 확신했다.

자신이 이우경이라면 아들을 살리기 위해 흑무에게라도 맡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이한결은 사망했다고 공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한결이 살아 있다고 하는 건 정말 그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네놈들의 목적은 무엇이냐? 어째서 골든 크라운, 이런 마물을 세상에 풀어놓는 거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의문을 김강현이 꺼내자, 검천호도 관심을 드러냈다.

그들이 지금 하는 행위는 인류를 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골든 크라운을 복용한 자들은 대부분 A급 헌터 이상이다. 만약 그들이 누군가의 손에 움직인다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거야!’

몬스터와 마족만 하더라도 인류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하는 문제인데, 인류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골든 크라운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고? 그럴 리가!”

“사람들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이번엔 제무월이 크게 놀라 몰래 마나를 운용하는 것이 들킬 뻔했다.

‘분명 흑무 님이 말씀하셨다. 그 누구도 골든 크라운에 대해서 알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해라. 네놈들의 목적이 뭐지?”

제무월에게서 대답이 없자 김강현이 재촉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 * *

“나도 모른다. 우리는 오로지 흑무 님의 뜻에 따라 움직일 뿐.”

“미친! 그럼 놈이 죽으라고 한다면 죽어?”

“그것이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진지하기 짝이 없는 대답.

‘마치 광신도잖아!’

정말 흑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하면 바로 불길 속으로도 달려가 죽을 기세였다.

덕분에 김강현은 놈들이 흑무에게 철저히 절대복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그분을 모욕하지 마라. 흑무 님만이 이 세계를 구원할 분이시며, 유일한 절대자이시다.”

김강현이 흑무를 거부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잠, 제무월은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들에게 있어 흑무는 신이자 종교였다.

조직의 모든 사람들은 흑무를 거역하는 것보다 오히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이제 시간이 됐다!”

사월천폭(邪月天爆).

제무월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구체가 되어 그를 감쌌다.

“건드리지 마라. 저건 오러의 형상화다!”

그 모습을 검천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유일하게 그와 싸워본 검천호는 저 구체의 위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검천호의 몸에 날카롭게 베인 자잘한 상처들이 전부 사월무강에 당한 흔적들이었다.

사월무강은 오러를 압축하여 펼치는 만큼 사소한 공격 하나조차도 위력적이어서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그나마 검천호였기에 망정이지 웬만한 헌터들은 그의 공격에 바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같이 죽는 거다!”

살기와 진심이 느껴지는 말에, 순간 검천호와 김강현은 소름이 돋았다.

자신들에 의해 그가 계획했던 모든 것이 틀어지게 되었으니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저놈은 이 건물 전체를 무너뜨려 동귀어진을 꾀할 셈이었다.

“저게 이곳에서 터지면 이 건물뿐 아니라 주변도 휩쓸려 버릴 겁니다!”

김강현은 사월천폭을 자세히 살펴보고 말했다.

제무월을 감싼 구체는 크지는 않았지만, 계속 오러를 압축하고 있었다.

게다가 생명력까지 동원하고 있어 어쩌면 강남 전체가 폭발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지금 저 오러를 베고 놈을 쓰러트릴 수도 없지. 그랬다간 마나 폭주로 더 큰 폭발이 일어날 테니 말이야.”

“맞습니다.”

당장에라도 제무월을 죽일 수 있지만, 그랬다간 사월천폭을 제어하지 못해 커다란 인명 피해가 일어날 것이었다.

김강현이 마나를 퍼트려 주변을 감지해 보니 인근에 있는 사람들의 수만 하더라도 1,000명이 족히 넘었다.

하필 오늘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에 몰려 있었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놈을 제압하지 못하더라도 사월천폭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주변의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느냐?”

“네. 이 건물에 상당히 많은 마나석들이 박혀 있고, 놈의 마나까지 어지럽게 꼬여 있네요.”

“지금부터 결을 정리할 거다. 놈의 마나는 약화시키며 가운데로 몰고, 마나석들의 마나는 우리들의 힘으로 증폭시킨다.”

“그게 가능한가요?”

“물론이다.”

예상치 못한 검천호의 말에 김강현이 놀라 되물었다.

지금까지 김강현은 결을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약점을 공략하는 용도로 이용했다.

그런데 검천호가 반대로 결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하자 그 방법이 너무도 궁금했다.

“여러 겹의 벽을 쌓는다고 생각해라. 주의할 점은 결의 마나와 섞이지 않게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이야.”

“해보겠습니다!”

정신을 집중하자 아까보다 선명하고 마나들의 색깔도 다르게 느겼다.

‘주변을 어지럽히는 파란색이 이 건물을 휘감고 있는 마나고, 검은색이 놈의 마나.’

그리고 붉은색이 김강현의 인피니티 마나이며, 검천호는 진한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그사이 검천호는 검을 휘둘렀다.

‘이렇게 하는 거구나!’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게 검을 휘두른 것으로 보이나, 마나의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었다.

검천호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제무월의 검은 마나가 흐르는 선이 잘리며 점점 가운데로 모였다.

그리고 주변 파란 마나의 선이 굵어지며 검은 마나를 막고 있었다.

김강현은 검천호의 마나 흐름을 읽고 이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쉽지 않아.’

김강현은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부수는 것은 익숙하지만, 다른 기운을 북돋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마나 컨트롤이 까다로워 전보다 많은 집중력이 소모되었다.

지치는 작업이었지만, 김강현은 끝까지 정신을 집중하여 검을 휘둘렀다.

‘이놈들이!’

제무월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검천호와 김강현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사월천폭의 위력이 약해지고 주변 마나의 기세가 강해져 폭발력을 억제시키고 있었다.

‘이게 그냥 이렇게 될 리 없어. 아마 원인은……!’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지 저 두 사람이 사월천폭의 위력을 죽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죽어라!!”

완벽한 사월천폭을 펼치기 위한 마나는 부족하지만, 시간이 미뤄질수록 저 두 사람의 압박이 심해질 터.

절반 정도의 위력이 날 바엔 지금 승부를 펼치기로 한 것이다.

“젠장! 놈을 중심으로 마나막을 펼쳐라!”

“알겠습니다!”

검천호의 말에 김강현은 마나막을 시전하며 방어 마법진까지 더해 강화시켰다.

콰아아아아앙!!

곧이어 제무월을 중심으로 검은빛이 솟구치더니 점점 구체의 크기가 커지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정확히는 오러에 의해 물체들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김강현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제무월의 위치를 파악했다.

“검 어르신. 3초 동안 폭발을 멈출 수 있겠습니까?”

“설마?”

“네. 놈을 잡을 겁니다!”

아직 폭발의 범위가 작고 충분히 검천호 혼자서 막을 수 있는 위력일 때.

잠깐의 틈을 만들어주기만 한다면!

“좋아. 신호를 보내마!”

검천호는 김강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체불명의 조직 내부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어 보이는 만큼, 제무월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다른 녀석을 유인히는 미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지금이다!”

쿠우웅!

검천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강현은 마검을 횡으로 베며 사월천폭을 그대로 갈랐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게 경이로운 무위에 제무월은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사이 김강현이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의도를 읽은 제무월이 양손에 오러탄을 실어 쏘아보냈지만, 김강현은 몸을 비틀어 가볍게 피하고는 그대로 제무월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깡!

검이 부딪치고,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뭐?”

“사월탄강(邪月彈强)!”

제무월이 사월천폭의 제어까지 풀며 오러탄보다 강한 오러 구체를 쏘아 보냈다.

피하지 않으면 바로 심한 부상을 입을 거리.

콰아아아아앙!

사월탄강이 건물 바닥을 직격했다.

“다음에 또 보지. 그땐 이렇게 물러나지 않을 거다.”

건물 바닥이 산산히 부서지며 뿌연 연기가 그들을 감쌌다.

이 틈을 노린 제무월은 뒤로 물러나며 품속에서 한 장의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그러자 제무월의 몸이 파란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멈추지 못해!”

김강현은 마검으로 오러를 날렸지만, 이미 제무월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애꿎은 벽만 부서졌다.

“충격에 대비해라!”

그때, 뒤쪽에서 다급하게 검천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사월천폭이 터지는 것을 막고 있던 검천호가 한계에 도달한 것.

‘헬릭스의 힘을 끌어 쓴다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김강현은 목걸이 아티팩트를 통해 헬릭스의 힘을 마검으로 끌어당겼다.

나중에 사전 허락도 없이 힘을 쓴 것에 대해서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겠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사람이 다치는 것을 막아야 했다.

“다크 홀(Dark hole).”

일전에 유럽에서 바실리스크의 공격을 없애 버렸던 헬릭스의 기술.

테라에서 수도 없이 펼쳤던 기술인 만큼 마법 술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생겨난 검은 구체가 순식간에 사월천폭의 오러를 흡수하며 폭발이 약해져 갔다.

“이게 무슨?!”

처음 다크 홀을 본 검천호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당시 검천호는 김강현과 함께 다른 바실리스크를 상대하고 있었고, TV도 거리가 멀어 이 모습을 촬영하지 못했었다.

블랙홀처럼 사월천폭을 흡수하는 김강현을 보며 검천호는 상황이 정리되었음을 느꼈다.

사월천폭이 완전히 사라진 후.

“강현아.”

검천호가 김강현에게 다가와 상태를 물었다.

김강현의 안색이 창백하여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조금 쉬면 괜찮아집니다.”

초반 폭발로 인해 경매장 건물이 무너진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 사람들과 주변 건물에도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검천호의 예상대로 김강현은 내상을 입었다.

‘생각보다 많은 마력을 끌어 썼어.’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하여 헬릭스의 마력을 쓰자 그 영향으로 속이 뒤집어졌다.

김강현이 익힌 인피니티 마나는 마력과 호환되어 다른 이들보단 마력 내성이 있었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탓이었다.

게다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속성의 기운을 끌어다 쓰니 신체가 일부 붕괴되기도 했다.

‘아직 라셀을 따라가려면 멀었구나.’

라셀도 종종 헬릭스의 마력을 끌어와 마법을 시전한 적이 있었지만, 드래곤 하트의 마나와 키메라 세포의 회복력으로 무마시킬 수 있었다.

김강현의 실력으로 보완하기는 아직 무리였다.

-쯧쯧. 얼굴도 모르는 인간들을 구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뒷일은 거기 있는 놈들에게 맡기고 쉬어라.

순간, 머릿속으로 헬릭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마력이 김강현에게 흘러들어 가자 깜짝 놀라 상황을 알아본 것.

그 결과 헬릭스는 김강현이 많이 다쳤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검 어르신. 잠깐 자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걱정 마라.”

시야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김강현은 검천호에게 부탁을 남긴 후,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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