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암상회주 (90/119)

8장. 암상회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미친 녀석이야?!”

“아주 제대로 돈지랄을 하네!”

갑자기 2배로 뛰어버린 골든 크라운의 가격에 다들 놀라 소리치며, 날카로운 시선들이 김강현에게로 향했다.

‘이번 판은 그냥 넘겨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네!’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보통 경매가 시작하면 가격을 천천히 올리며 분위기를 살핀 뒤 경매에 계속 참여할지 포기할 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김강현의 행동은 이러한 상식은 완전히 깨부쉈다.

“가, 강현아.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니?”

“맞아요. 보스. 초반이라 천천히 해도 됩니다.”

암월과 유지운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정신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설마 김강현이 이렇게 처음부터 지를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김강현은 태연했다.

“걱정 마세요. 처음부터 이것을 노렸으니까요.”

“뭐?!”

“잔챙이들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노리는 건 단 하나입니다.”

암월과 유지운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김강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알 수 없었다.

“호가를 10억으로 높이겠습니다.”

사회자는 혼란스러운 경매장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계속 진행시키려고 노력했다.

“210억!”

“여기 220억!”

“230억!”

덕분에 정신 차린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금액이 뛰기 시작했다.

“300억.”

조용한 한마디 말에 사람들의 머리 위에 찬물을 뿌린 듯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나온 말인가 고개를 돌려 보니 김강현이 있었다.

“너무 적게 불렀나? 혹시 쫓아올 사람이 있으면 더 금액을 불러야겠어.”

‘미친놈이야!’

‘저놈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어.’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은 김강현의 말에, 그가 더럽게 돈을 쓰는 사람이라 판단하고 이번 경매는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 경매에서 골든 크라운 하나 가격은 15억이었다.

그런 만큼 가격이 2배로 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300억! 300억이 나왔습니다. 혹시 더 이상 참여하실 분 없으십니까?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읽었지만 사회자는 형식상이나마 진행했다.

-첫 번째 골든 크라운은 37번 손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그럼 바로 두 번째 골든 크라운의 경매로 넘어가겠으며, 이번에도 시작가는 100억입니다!

서둘러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서둘러 다음 경매를 진행하자,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손을 들려고 했다.

“300억!”

“뭐?! 이번엔 어떤 미친놈이야?!”

“자, 잠깐! 또 저 자식이야?”

“대체 정체가 뭐야?!”

시작하자마자 김강현은 또다시 300억을 불렀다.

이번에는 대놓고 사람들의 욕이 들렸다.

“자, 잠깐. 강현아. 이건 아닌 것 같다. 대체 어쩌라고 일을 크게 벌이는 거냐?”

“제 목표는 오늘 경매장에 나온 골든 크라운을 모두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찔끔찔끔 금액을 올리기보다는 처음부터 금액을 올리는 거고요.”

“그럴 돈은 있고?”

“네. 통장에 보니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유지운의 말에 김강현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김강현에게 골든 크라운은 하나도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대어를 잡기 위해서 이 정도 돈을 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 시간에도 돈은 계속 쌓이고 있다고.’

경매장에 들어오기 전, 김강현은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혹시 암흑 경매장에서 좋은 물품이 나오면 살 생각었기 때문.

그런데 통장에는 상상할 수 없는 초월적인 금액이 찍혀 있었다.

‘고, 공이 몇 개야? 이거 내 통장 맞아?’

통장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김강현의 통장에 돈을 입금하는 곳은 미국,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중국 등 전 세계 국가의 은행이었다.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로 인한 라이선스 비용이 입금되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를 처방받았으나, 상태가 심한 사람은 꾸준하게 접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는 마력 중독에도 효과가 있어 여러 과학자들이 이를 분석하여 개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곳에 쓰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김강현의 통장 잔고도 함께 두둑해져 갈 것이어서 아무런 걱정 없이 돈을 써도 괜찮았다.

“이번엔 300억이라고?!

“회주님. 지금이라도 저자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흐음.”

모니터를 통해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암상회주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경매를 총괄하는 자로서 경매 참여자들의 자금 상황을 대략 파악하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많은 자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파악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자금의 흐름을 읽고 있는 그로써는 김강현의 등장이 호재인지 악재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일단 지켜보지. 분명 그들 또한 움직이고 있을 테니.”

암상회주는 김강현에게 호기심을 가졌지만, 움직이려는 생각은 버렸다.

그의 판단대로 정체불명의 세력 또한 김강현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할까요? 경매에서 쓰는 돈이 저 정도라면 앞으로 이곳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아니면 저자와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골든 크라운을 암흑 경매장에 넘긴 자들로, 수장의 명령을 기다렸다.

수장은 진중한 눈빛으로 경매 참여자들 사이에서 경매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목적은 강한 자들에게 골든 크라운을 복용시키는 것. 그것을 단축시킬 수 있다면 저 자와 손잡는 것도 좋겠지.”

“넵”

“이번 경매가 끝나고 내가 직접 움직여보겠다.”

“알겠습니다.”

‘티켓 넘버 37번이라. 암상회주에게 미리 정보를 요청해야겠어.’

그는 수하를 통해 암상회주에게 김강현 일행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후 경매 상황을 지켜보았다.

* * *

“510억! 더 이상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이 가격에 낙찰되겠습니다!”

“으음.”

“젠장. 돈이 부족해!”

“저 미친놈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두 번째 골든 크라운도 김강현에게 넘어가자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러다가 하나도 얻지 못하는 거 아냐?!”

“이대로 돌아갔다간 길드장에게 드럽게 깨질 텐데!”

불안감에 사람들에게서 초조한 기색이 나타났다.

‘이번이 끝이겠지?’

‘설마 더 자금이 있을까?’

그리고 힐끔 김강현을 보며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을 체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한 돈은 500억이 한계였다.

지난번처럼 낱개로 구입할 경우를 생각해서 가져왔으니까.

한데 경매 방식이 바뀌고 김강현이라는 돌연변이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골든 크라운을 얻을 수 있을지 궁리해야 했다.

“그런데 왜 경매를 계속하지 않지?”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보통 경매 하나가 끝나면 5분 정도의 타임을 두고 다시 시작하는데, 10여 분이 흘러도 세 번째 골든 크라운 경매가 시작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급한 회의가 있어 시작이 늦었습니다. 지금 한 분께 계속 골든 크라운이 몰리고 있어 많은 분들께서 불만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급히 룰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럼 우리한테 유리해진다는 거야?”

“좋아. 아주 재미있겠어!”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가가 휘어지며 입가로 미소를 띠었다.

벌써 김강현이 20개의 골든 크라운을 가져간 만큼 필사적으로 얻어낼 계획이었다.

-지금 남아 있는 골든 크라운은 30개입니다. 그렇지만 판매자께 부탁드려 여유분으로 가지고 계시던 10개를 오늘 경매에 급히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우오오오오오!”

“좋은 기회야! 이번에 놓치면 끝이다!”

점점 경매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암상회주와 판매자는 이 광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무월 님.”

“아닙니다. 단순히 제 변덕에 의한 부탁을 들어주신 만큼 이 정도쯤은 들어드려야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층에 있었지만, 경매장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서로 만나 경매 방법을 조율했다.

당연히 암상회주는 돈을 더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무월은 김강현의 가치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기 위함.

암상회주는 또한 내색하지 않았지만 김강현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사이 사회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남아 있는 30개의 골든 크라운을 한꺼번에 경매에 올리겠습니다. 아마 앞서 나왔던 금액보다 더 클 것입니다. 어떤 분들이 낙찰받으실지 몰라도 가지고 있는 모든 금액을 쏟아붓길 바랍니다!”

“30개를 한꺼번에?!”

“자, 잠깐!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해?”

‘어떤 분들이라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

사람들은 사회자가 가볍게 던진 말에 섞인 속뜻을 읽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저놈은 혼자야. 게다가 앞에서 돈을 많이 쓴 만큼 이번에도 지르긴 어려울 거야.’

‘최소 2, 3팀만 합쳐도 1,000억은 쉽게 모을 수 있어.’

그 순간 몇몇 사람들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연합하자는 의미.

사회자는 경매 참여자들이 서로 의사를 주고받는 것을 확인하자 힘차게 소리쳤다.

“자, 그럼 마지막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경매가는 200억으로, 호가는 10억입니다!”

처음엔 골든 크라운 10개가 100억으로 시작했던 만큼 이번 경매가가 낮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금액이 뛸 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보스도 무리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선전했어.’

이 같은 경매장의 분위기에 암월과 유지운은 김강현이 끝났음을 짐작했다.

하지만 김강현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2,000억!”

“……?!?!”

“어떤 미친놈이야!”

“뭐?!”

하지만 경매가 시작하자마자 김강현은 바로 2,000억을 불렀다.

모든 이들이 놀라 경악성을 내뱉었다.

“따라올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따라오십시오. 그만큼 차이를 더 벌려줄 테니!”

게다가 불에 기름을 부었다.

김강현의 도발에 사람들은 놀람을 넘어서 화가 솟구쳐 소리쳤다.

“저 새끼가!”

“저건 사기다!”

“2,000억이라는 돈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확인해 봐야 해!”

게다가 김강현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럴 만도 한 게 앞서 2건의 골든 크라운 경매 입찰을 포함해서 여러 물품들을 낙찰받은 만큼 여기서 쓴 돈이 족히 1,000억에 가까웠다.

여기서 2,000억을 더 쓴다는 건 아무리 거액을 가진 현금 부자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경매장 분위기가 사나워지자 김강현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럼 증명을 해보면 되죠.”

말과 함께 김강현은 자신의 통장과 연결되어 있는 카드를 사회자에게 던졌다.

“앞서 낙찰받았던 물품들의 가격과 지금 말한 경매가를 합쳐 결제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니 여기서 직접 해보도록 하죠.”

사회자는 호언장담하는 김강현의 말에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거렸고,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는 암상회주도 허락했다.

돈도 없는 자가 물품을 낙찰받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불만이 쌓인 만큼 그것을 풀어야 했다.

이윽고 스태프에 의해 카드 계산기가 무대에 준비되었고, 사회자는 조심스레 김강현의 카드를 긁었다.

* * *

“되, 됩니다. 일시불로 2,000억이 결제됩니다!”

“그게 되는 거였어?!”

“저 카드 한도가 얼마야?!”

사회자의 다급한 외침에 사람들 속 웅성거림이 커졌다.

보통 신용카드로 1,000억 이상 긁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헌터들이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만, 그래도 몇백억 정도일 뿐이니까.

해외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그들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돈을 벌어들이는 헌터들이나 부자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헌터라고 하면 많은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몬스터 사냥으로 돈을 벌지만, 대부분 다시 포션과 아티팩트를 사고, 던전에서 입은 상처를 빨리 치유하느라 돈을 쓰기 때문에 실제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37번 손님께서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다시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사회자는 2,000억을 취소한 뒤 진행 요원을 통해 카드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금액을 받았다.

“2,100억!”

“3,600억!”

“4,500억!”

금액은 미친 속도로 치솟았다.

사람들의 욕망을 건든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당분간 골든 크라운을 살 수 없다는 사회자의 말이 컸다.

게다가 추가로 넣은 골든 크라운은 판매자가 다음에 팔 수량이었다고 했고, 다음 경매부턴 이제 수량이 없는 것이 공언되었다.

그런 만큼 미친 듯이 금액이 뛸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너무 과열되고 있어.’

중간중간 경매장에서 심어놓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히 가격을 올리고 있었다.

‘3,000억 정도면 충분한데 2,000억이 뛰어버렸으니 말이야.’

“4,800억!”

그런데 생각과 달리 김강현 또한 가격을 높여 불렀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지운과 암월은 생각하길 포기했다.

3,000억을 넘어간 순간부터 자신들이 참견할 영역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 골든 크라운에 저만한 돈이 필요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분명 다음엔 경매장 사람이 금액을 부를 거야!’

이미 경매장 참여자들로 위장한 모든 사람들을 파악한 김강현은 그들과 경쟁하며 일부러 가격을 높였다.

“4,900억!”

누군가가 가장 높은 금액을 불렀다.

이제 김강현이 골든 크라운을 차지하기 위해선 5,000억을 불러야 했다.

그런데 김강현의 입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4,900억! 4,900억! 더 이상 없으십니까?”

사회자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김강현은 무심히 골든 크라운이 든 상자를 볼 뿐이었다.

‘왜 놈이 가격을 안 부르는 거야!’

‘이대로면 경매장에서 손핼 볼 수밖에 없는데!’

사회자와 골든 크라운을 낙찰받게 될 경매장 가드는 속이 타들어갔다.

당연히 사회자들은 경매에 나오는 물품들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참여자로 들어간 경매자 가드들이 누구인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김강현이 계속 골든 크라운을 사려는 것을 보고 5,000억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 금액을 높였는데, 고지를 앞두고 그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

‘어차피 결제는 비밀 장소에서 진행되니 판매자와 합의해서 잘 마무리할 수밖에.’

암흑 경매장에서 물품을 낙찰받게 되면, 4층 비밀의 방에서 참여자와 경매 중개인이 거래를 하게 된다.

이 거래를 안 하면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니 상관없지만,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물건을 팔지 못했으니 시말서 쓸 것은 각오해야 했다.

사회자는 슬쩍 김강현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었지만, 김강현에게서 참여 의사가 보이지 않자 조심스레 말했다.

“4,900억 금액을 세 번 외칠 때까지 참여하는 사람이 없으면 13번 손님에게 낙찰되겠습니다!”

“…….”

“…….”

“4,900억! 4,900억! 4,900……?”

그때 김강현의 손이 들렸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다.

“37번 손님. 5,000억?”

사회자는 간절한 마음을 감춘 채 조심스레 말했다.

이번 낙찰에 성공하면 그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막대했기 때문.

한데 김강현에게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5,000억을 부르기 전에 확인을 했으면 좋겠군요.”

“네?”

“저 손님이 4,900억을 낼 수 있는지 말입니다.”

“컥!”

그 말에 사회자가 너무 놀라 호흡이 잠시 멈췄다.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내가 2,000억을 불렀을 때는 암흑 경매장에서는 그 돈을 결제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했는데, 정작 이보다 높은 금액인 4,900억을 부르는 사람은 확인하지 않고 낙찰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하려면 공평하게 하는 것이 받지.”

“게다가 바람잡이 일 경우라면 더욱 심각해지고.”

김강현은 마지막까지 골든 크라운을 차지할 계획으로 경매 참여자들을 선동했다.

‘그래도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좋지.’

내심 이번 경매 참여를 통해 암상회주와 골든 크라운 판매자의 시선을 끌었다고 확신했지만, 그들의 계획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줄 셈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젠장!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알겠습니다. 이 점에 있어 오류가 있었음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사회자도 당황하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사회자가 귀에 낀 무선 이어폰을 통해 지시가 떨어졌다.

“그럼 바로 13번 고객분께서 결제가 가능한지 확인하겠습니다.”

사회자는 바로 앞에서 썼던 카드 결제기를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 * *

“배짱도 두둑하군. 경매장에서 심은 호객꾼을 눈치채고 이런 함정을 파다니.”

“회주님, 어떻게 할까요? “

암상회주 뒤에 있는 사내는 김강현에게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나온다는 건 암흑 경매장과 척을 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암상회주의 명령만 떨어지면 김강현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파헤쳐 손을 봐주리라.

그런데 암상회주의 입에서 나온 명령은 굉장히 의외였다.

“아이들에게 말해 경매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 아주 재미있어.”

“네?”

“네 생각은 당장에라도 저놈을 없애야겠다는 것이겠지? 그런데 저 사람은 건드리면 오히려 우리가 당할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게 있다. 한 가지 힌트를 줄까? 다크 사이드의 최근 근황을 확인해 봐.”

확실하지 않았지만, 최근 자신에게 들어온 정보를 머릿속에 조합해 보니 대략 동행한 인물들이 짐작되었다.

그들이라면 지금 상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하는 암상회주의 결심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13번 손님의 카드로 4,900억을 결제했지만 당연히 결제되지 않았다.

결국 경매는 리셋되었고, 다시 진행이 시작되었다.

그 누구도 4,900억이라는 허황된 금액에 골든 크라운을 낙찰할 사람은 없었다.

“3,200억! 더 이상 없으십니까?!”

다시 진행된 경매에서 나온 최고 금액을 부른 이는 김강현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약 2,000억 가까이 금액이 깎였다는 것.

앞서 경매에서는 참여자로 숨어 있던 가드들의 호객 행위로 인해 금액이 많이 올랐지만, 이번에는 다들 알아서 몸을 사렸다.

실수요자인 몇몇 참여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모아 김강현과 싸워보았지만, 바위에 계란 치기였다.

“37번 손님께 마지막 골든 크라운 상자가 낙찰되었습니다!”

사회자의 선언을 통해 오늘 암흑 경매장에 나온 모든 골든 크라운이 낙찰되었다.

앞 경매에서 낙찰받은 물품들까지 포함하면 3시간 만에 5,500억에 가까운 금액을 사용한 셈.

‘대단한 녀석!’

‘힘에다가 재력까지. 아니, 권력도 가지고 있는 셈이네.’

유지운은 이렇게 상황을 만든 김강현의 능력에 감탄했고, 암월은 김강현을 다시 판단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콜피온 길드를 양지로 끌어올려 가드 회사를 차리고, 자신들을 테라 길드에 병합시켜 대한민국의 암흑가를 점령하는 것을 보고 무력뿐 아니라 머리도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경매장에서 쓰는 돈을 보니 재력도 무시할 수 없고, 권력은 자연스레 있음을 깨달았다.

‘헌터협회 부협회장과 검 어르신만 봐도 헌터 쪽에서는 쉽게 대하지 못할 거고, 이를 이용하면 정재계도 건드리지 못해.’

암월은 김강현이 US 그룹의 전략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김강현은 US 그룹에 자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설마 헌터로 일하면서 회사 생활까지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어차피 이 사실을 안다 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김강현은 절대무적이었다.

“오늘 경매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물품을 낙찰받으실 분들은 4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암흑 경매장에서 나온 물품은 약 100여 종 정도 되는데, 낙찰받은 사람은 40여 명으로 보였다.

그들은 사람들이 1층으로 빠지길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4층으로 이동했다.

4층의 입구에선 가드들이 배치되어 그들을 각각 방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암월. 지금 우리 쪽 사람들을 내부로 잠입할 수 있겠느냐?”

“해보겠습니다.”

“무리는 하지 말고. 그리고 외부 인원들은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취하도록 연락해 놔.”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무사히 경매가 끝났고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 유지운은 내심 조용히 끝날 거라 생각했다가, 갑자기 김강현이 싸울 의지를 보이자 의구심이 들었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만약을 위한 것이니 그냥 넘어갔으면 하네요.”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유지운에게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김강현은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항상 가슴이 일렁거리며 정신이 날카롭게 서면 사소하든, 크든 싸움이 벌어졌다.

이곳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고 난 후에야 그는 발걸음을 4층으로 옮겼다.

“37번 손님이시군요. 죄송하지만 낙찰받으실 물건이 많아 특별히 5층으로 안내하겠습니다.”

“5층이요?”

“왜 그렇게 놀라냐?”

“5층은 정말 VIP들만 입장하는 곳이어서 들어간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암월의 말에 김강현과 유지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드의 안내를 따라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가드가 지닌 카드를 통해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왜 그러십니까?”

“지금 복도에 세팅되어 있는 물품들은 박물관에 있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예술품들이야.”

5층의 복도는 중간중간 화려한 예술품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암월과 유지운이 감탄할 정도로 유명한 것들뿐이었다.

그들은 복도를 지나가며 감탄하기 바빴고, 김강현도 관심을 가지며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입니다. 여기서 거래를 진행하겠습니다.”

가드는 5층 안쪽 방에 도착하자 문을 열었다.

방 안 테이블에는 김강현 일행이 낙찰받은 물품들이 미리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암상회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 * *

“어서 오십시오. 암흑 경매장의 주인 암상회주입니다.”

그 소개에 놀라 세 사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암월 님에게 드린 티켓으로 김강현 님과 유지운 님께서 암흑 경매장을 방문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 그걸 어떻게?”

다음 말에 암월이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그걸 인정해 버렸다.

‘능구렁이네.’

‘속에 뱀이 열 마리 똬리를 틀었어.’

반면, 김강현과 유지운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암상회주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최근 다크 사이드의 움직임을 통해 암월이 김강현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추측했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다크 사이드는 테라 길드의 요청에 따라 움직였으며 김강현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 힘쓰고 있었다.

유일하게 서울에 남아 있던 암흑가 세력인 다크 사이드가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이니 암상회에서는 유심히 이들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테라 길드장 김강현입니다.”

“부협회장 유지운입니다.”

정체가 드러난 이상 더 이상 가면이 필요 없어진 두 사람은 편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가면을 벗었다.

“테라 길드장님은 예상했지만, 부협회장님께서 설마 이렇게 누추한 곳을 찾아주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예상외였다.

김강현은 확신을 가지고 있어 언급했지만, 유지운은 긴가민가했으니까.

그냥 김강현이 유지운과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의 옷차림을 짐작하여 추측했다.

또한 암월이 놀란 것과 달리 정작 당사자들인 김강현과 유지운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이런 계산과 정치적인 대화에 익숙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솔직하게 묻겠습니다. 이곳을 방문해 주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원래 이 자리는 암흑 경매장의 암상인이 나와야 하는 자리이나, 특별히 암상회주가 나섰다.

어쩌면 암흑 경매장을 넘어 암상회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흑 경매장을 방문해 거액의 돈을 쓴 건 나를 만나기 위함일 거야.’

최근 다크 사이드가 자신의 행적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안 좋은 일과 연관되어 있을까 싶어 몸을 숨겼다.

그런데 이번 암흑 경매장에 테라 길드장과 부협회장과 동행한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 또한 솔직히 이야기하죠. 그 전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 있습니까?”

“응?”

“회주님의 뒤에 한 명, 주변 기관 장치를 통해 6명의 사람이 숨어 있군요.”

“……역시 S급 헌터의 감각은 속일 수 있군요.”

암상회주의 호위로 A급 어쌔신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티팩트와 건물의 장치들을 이용해 완벽하게 숨어 있어 암월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강현은 이미 건물 전체를 자신의 영역권으로 두어 완벽하게 분석한 상태였다.

“성결. 주변 아이들을 물리게.”

“회주님! 하지만.”

“어서. 이분이 날뛰면 이 건물 전체가 남아나질 않겠지.”

그는 정확하게 김강현의 무력을 파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이 자리까지 올려준 감각이 소리치고 있었다.

‘이들과 싸우면 안 된다.’

무력으로 상대할 수 없는 김강현과 권력으로 압박할 수 없는 유지운이 있었다.

어느 한쪽만 상대한다면 감당할 수 있겠으나, 테라 길드와 헌터협회가 동시에 움직인다면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암상회주의 수하, 성결은 명령에 주변의 어쌔신들을 물리며 말했다.

“저는 회주님의 호위를 위해 남겠습니다.”

성결은 A급 헌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만약 김강현과 싸운다면 최소한 암상회주가 도망갈 시간은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를 믿을 수 있습니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사람은 제 심복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면 대리로 암상회를 이끌고 있는 만큼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암상회주의 호언장담에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문 목적은 암상회주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헌데 평범한 방법으로는 만날 수 없으니 일부러 거액의 돈을 들인 것이지요.”

“흐음.”

워낙 암월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라 김강현은 일부러 많은 돈을 들여 경매에 참여했다.

그리고 드디어 암상회주라는 대어를 낚게 된 것.

“실은 암상회주님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골든 크라운을 판매하는 자들의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그들과 거래를 종료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암상회주는 부탁이라는 말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구나.’

공손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암상회주가 느끼는 말의 무게는 달랐다.

일반 사람이 이 말을 했다면 부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눈앞의 상대들은 달랐다.

권력과 힘.

두 가지의 힘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만큼 이를 거절한다면 암상회에 어떤 피해가 올지 짐작되지 않았다.

“암상회는, 암흑 경매장은 손님의 정보를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손님이 암흑 경매장에 물품을 맡기시겠습니까?”

“암상회주님의 말씀대로 신뢰는 중요하죠. 하지만 그들에 의해 암상회와 관련된 이들이 죽게 되는 것을 내버려 두실 것입니까?”

“그게 무슨?”

‘혹시 이들이 눈치챈 건가?’

암상회주는 이미 그들에게 약점이 잡힌 상황이었다.

그들의 눈을 피해 싸울 준비까지 다 마친 상태에서 김강현 일행이 찾아왔으니, 무언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골든 크라운을 마나와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약으로 알고 있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김강현은 이들에게 골든 크라운의 숨겨진 비밀을 이야기했고, 암상회주와 성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말도 안 되는! 경매장 자체 분석에서도 골든 크라운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게 함정입니다. 특수한 마법 혹은 주술에 의해 발휘되는 만큼 저와 연화 길드장님도 똑같이 생각했었지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두 알의 골든 크라운을 복용하고 죽다 살아남았습니다. 정말 영약이라면 죽을 리가 없겠지요.”

“허어!”

김강현의 말을 믿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유지운과 암월이 자신들의 경험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암상회주와 성결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지금 골든 크라운을 포기하면 막대한 타격이 있을 거야. 그럼 이들을 통해 채울 수 있을까?’

그는 천생 상인이었다.

그들에게 붙잡힌 약점을 비롯해서 골든 크라운이 자신에게 주는 이득, 그리고 훗날의 손익까지 계산하며 머릿속으로 자판기를 두들겼다.

“좋습니다. 대신 저 또한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방금 테라 길드장님이 말씀하신 자들을 이끄는 인물은 제무월이라고 합니다. 제게 골든 크라운을 주는 책임자이죠.”

“제무월.”

유지운이 그의 이름을 곱씹으며 기억을 뒤졌다.

웬만한 헌터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었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가명 혹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의 손에 제 가족이 붙잡혀 있습니다. 그들을 구해주시겠습니까?”

“회주님. 그건 저희들이 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를 네가 상대할 수 있겠느냐?”

“크윽!”

성결의 반발에 암상회주는 현실을 알려줬다.

제무월은 골든 크라운의 거래가 실패할 것을 대비하여 암상회주의 가족을 납치해 모종의 장소에 데리고 있었다.

더불어 가족을 이용해 그에게서 암상회 전체를 가져올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이를 알아챈 암상회주는 그의 눈을 피해 힘을 모았고, 바로 내일 거사를 치르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제무월. 그자는 평범한 자가 아니야.’

암상회주는 헌터가 아니지만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자부할 수 있었다.

성결이 암상회에서 손꼽히는 무력을 지니고 있어도, 제무월은 그보다 강할 뿐더러 자신이 모르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저는 제약이 걸려 있어 움직일 수 없습니다.”

“네?”

“제 심장에는 혈고라는 벌레가 잠들어 있습니다. 그가 가진 암놈과 한 쌍으로, 제 위치를 파악하고 언제든지 제 목숨을 끊어놓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회주님.”

“저도 모르는 사이 당한 터라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암상회주의 한탄에 성결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말에 김강현이 암상회주의 심장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붉은색의 벌레가 잠들어 있었다.

“다행히 그가 강현 님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더군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많은 재물입니다.”

“오늘 경매에서 많은 돈을 쓴 만큼 더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군요.”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강현 님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가족과 목숨이 붙잡혀 있는 암상회주는 제무월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무월을 기다리게 해놓고, 5층에서 김강현 일행을 만나 마음을 떠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일이 풀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김강현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죄송하지만 이미 틀어진 것 같군요.”

“네? 그게 말씀이십니까?”

“아무래도 저희 쪽 일행과 이미 부딪친 것 같습니다.”

콰아아앙!

김강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건물 내부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크게 흔들렸다.

* * *

“암살자들의 수장이라면 어쩌면 우리 쪽에 더 어울리겠어.”

‘마침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전 위장 세력을 찾던 중이었는데!’

제무월은 암상회주에게서 전달받은 다크 사이드와 암월의 내용을 읽은 후 결론을 내렸다.

암상회주가 김강현과 유지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 전이라 두 사람과 관련된 내용은 빠져 있었지만, 다크 사이드만으로도 제무월은 만족스러웠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이루어지리라.”

제무월은 한 사람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번 일에 그가 투입된 이유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살아 한국어가 능숙한 것과 조직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권력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한국은 앞서 조직에서 한 번 실패를 겪었던 곳인 만큼 쉽사리 지원자가 없었다.

하지만 제무월은 그의 눈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한국을 지원했고, 우연히 암상회주와 암흑 경매장의 존재를 파악하여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게다가 힘의 완성도 멀지 않았어!’

일부러 한국 파견을 지원한 또 다른 이유는 수련을 위해서였다.

조직에는 다른 파벌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고, 견제가 심해 조용히 힘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땅하지 않았다.

지지 기반이 없는 그로서는 한국에 오는 것이 기회였고, 승부였다.

덕분에 조직에서 데려온 수하들의 마음을 일부 얻었으며, 자신의 무력도 손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암상회주에게 전해라. 놈과의 대화가 끝나는 대로 바로 이쪽으로 보내라고.”

제무월은 암상회주와 김강현 일행의 대화가 길어지자 답답함에 수하를 시켜 말을 전달했다.

“응?”

그때, 제무월의 눈에 한 사람이 포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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