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암흑 경매장
“몬스터들의 등급을 다시 책정해야 하지 않을까?”
“마력 파동 이후 몬스터들이 확실히 강해진 것 같지만 등급 조정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야 상관없지만, 기존 헌터들의 사냥이 힘들어질 게 뻔해.”
“그렇겠죠. 세연 누나도 알겠지만 저희 길드의 사냥은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그 덕에 편히 사냥하는 면이 있지.”
김건과 연세연은 A급 던전의 게이트를 나오며 대화를 나눴다.
마력 파동 이후 전체적으로 몬스터들의 신체 능력이 강해졌고, 지능 수준도 올라가 단순화된 패턴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싸우는 것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많은 헌터들이 몬스터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헌터 협회에서는 대처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어 다음 세계헌터협회의 회의 주제로 거론될 것 같았다.
하지만 김건과 연세연에게 이 문제는 해당되지 않았다.
“극한 상황에 이르렀어도 사냥은 멈추지 않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강제로 포션으로 깨웠죠.”
“게다가 헬릭스가 무지막지하게 잡았고,”
“강현 형님도 사정없이 몰아붙였으니까요.”
두 사람은 종종 김강현과 헬릭스에게 수련을 받고, 함께 던전 사냥을 나가곤 했다.
그때마다 둘은 돌아가신 조상님의 얼굴을 뵐 정도로 한계에 부딪쳤고, 결국 벽을 깨부수며 성장했다.
김강현은 평상시엔 그렇게 좋은 사람이 분명한데, 수련이나 몬스터 사냥을 할 때는 완전히 180도로 바뀌어 헬릭스보다 더한 악마와도 같았다.
“건아, 이틀 동안 고생했으니 오늘은 푹 쉬고, 내일 길드에서 보자.”
“네. 세연 누나. 그리고 몬스터 사체 판매는 제가 하고 차액만큼 입금할게요.”
“고마워.”
이렇게 강제 아닌 강제로 김건과 연세연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A급 던전은 힘들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종종 수련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파티를 맺고 던전 사냥을 나오던 두 사람은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렌도 함께 사냥을 나가면 좋았겠지만, 워낙 일이 바빠 길드 회의에서도 얼굴을 보기 힘든 편이었다.
“어? 이게 뭐지?”
김건은 헌터폰으로 가까운 거래소를 찾아보다가 우연치 않게 글 하나를 발견했다.
“세연 누나, 링크를 보낼 테니 이것 좀 볼래요?”
“뭔데 그래?”
연세연은 김건이 호들갑을 떨며 자신의 헌터폰으로 링크를 보내자, 궁금하다는 듯 확인해 보았다.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야?”
“그렇겠죠. 저는 은밀히 조사 중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커뮤니티에 올라온 걸 보면 크게 터지지 않을까요?”
“우선 강현이한테 연락부터 하자.”
연세연은 말과 함께 김강현에게 연락했다.
* * *
“후우,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네요.”
“놈들의 움직임이 우리보다 한 수 빨랐던 거지.”
“한시라도 빠르게 놈들을 찾아내야겠습니다.”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은밀히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물론입니다. 놈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한 이상 놈들의 움직임을 잡기 쉬울 테고, 그때를 노려 일망타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자꾸나. 아무튼 추가로 정보를 확인하는 대로 연락하마.”
“네. 지운 님.”
김강현은 유지운과의 통화를 끊고 다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김건이 보낸 링크의 사이트를 확인했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판매할 줄은 아무도 생각을 못 했어. 그것도 정식 루트가 아니라 커뮤니티라니!”
현재 헌터 커뮤니티의 게시판은 하나의 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골든 크라운의 판매 글.
암시장에서 우연치 않게 구했으며, 이걸 복용하면 마나가 상승하고 신체 능력도 향상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 글을 접한 헌터 절반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고, 절반은 호기심에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지 댓글을 달았다.
강해지고 싶은 욕구는 어느 헌터에게나 있는 만큼, 한 번의 약으로 강해질 수 있다면 거액의 돈이 들더라도 이를 원할 터.
게다가 마나를 자극하는 독성분이 있어 두 번 복용 시 죽을 수 있다는 유의사항도 적혀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들이 보기에 신뢰성이 있어 보였다.
“하나둘씩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헌터들의 복용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다렸다는 듯 몇몇 헌터들이 복용 전과 복용 후의 영상을 찍어 올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지도.”
만약 전 세계에 골든 크라운에 공급되고 10%의 헌터들이 한 사람에 의해 조종된다면?
게다가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악한 일에 쓰인다면 세계가 패닉에 빠질 것이었다.
김강현은 품속에서 골든 크라운을 꺼내 정보를 살폈다.
일전에 암월에게 받은 예비용이었다.
[골든 크라운 - ?급]
저주와 흑마법으로 사람의 심장과 피를 제련하고, 독초와 약초를 조합하여 복용자의 마력과 신체의 능력을 상승시킨다. 단, 마력에 정신 지배의 속박이 걸려 있어 주인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으며, 이 힘을 사용할수록 마나와 충돌하여 마나 역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생명력이 소모된다.
금색 캡슐과는 달리 골든 크라운에 대해서는 상태창에 자세한 설명이 나왔다.
처음 금색 캡슐을 접했을 때는 아무런 정보가 없어 상태창도 읽어낼 수 없었지만, 김강현과 헬릭스가 금색 캡슐과 골든 크라운에 대해서 직접 분석하여 상세 정보가 나온 것이었다.
덕분에 상태창을 통해 보는 정보가 무조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강현은 이 내용을 테라 길드원들을 비롯, 친분 있는 길드들에게 언질했으나 몇몇 길드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뛰어난 실력의 연금술사와 위저드에게 성분을 의뢰해 봐도, 그들의 실력으로는 마나로 위장한 마력과 저주, 흑마법에 대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금색 캡슐 사건 때, 직접 꼭두각시가 되어본 적이 있는 연철무와 유지운은 심각할 정도로 골든 크라운을 경계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암시장에서 물량이 풀릴 거고, 그때가 기회일 거야.’
김강현은 흑무가 유럽에서 활동한 것과 골든 크라운이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확신했다.
“지금 믿을 건 렌과 다크 사이드뿐이야.”
마음 같아서는 직접 움직여 모든 것을 파헤치고 싶었다.
하지만 적은 자신들에 대해 알고 있어도, 자신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적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확실하게 놈들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조용히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 * *
3일 사이 골든 크라운은 모르는 헌터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특히 몬스터 사냥이 갑자기 힘들어진 만큼 골든 크라운을 구하려는 헌터들이 들끓었다.
한국헌터협회는 골든 크라운은 성분 분석이 되지 않는 불법 약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며, 추후 성분 검사가 끝나면 정식으로 판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정식 판매하면 그땐 비싼 값에 사게 될 것이며, 약효를 낮춰 판매한다는 소문이 돌아 사재기를 하는 헌터들도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굮에선 겉으로는 골든 크라운의 복용을 자제시키면서 내부적으로는 어떻게든 구해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김강현과 친분이 있는 피닉스 길드나 세계헌터협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길드들은 골든 크라운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곳도 쉽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에 흔들리고 있었다.
골든 크라운의 효과로 헌터들이 강해지면, 던전의 몬스터들을 수월하게 해치울 수 있으니 더 이상 마력 파동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건 사건의 시작이었다.
협회 직원들과 회의 자리에서 유지운은 이상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헌터들이 마나 역류를 일으키는 사건이 많아졌다고?”
“네. 마나 역류가 마나 운용을 잘못하거나 과도하게 스킬을 사용해서 일어나는 건 아실 겁니다. 평소 한 달에 2, 3건 정도로 보스 몬스터와 대치 상황일 때 발생했는데, 근래 보고된 바에 의하면 10건이 넘습니다.”
마나 역류의 상위 단계인 마나 폭주는 헌터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지만, 마나 역류는 일정 기간 충분한 요양을 취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몬스터들이 강해져서 헌터들이 무리한 건가?’
유지운은 현재 상황을 떠올리다 문득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그 헌터들이 골든 크라운을 복용했는지 확실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유지운은 직원에게 알아볼 것을 명령하고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보통 마나 역류가 발생하면 헌터들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헌터 전용 병원을 방문했다.
그곳에 치료제 발급 기록이 남기 때문에, 병원과 협조하면 금방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부협회장님. 모두 골든 크라운을 복용했다는 하는데, 그중 3명은 1개 반을 복용했다고 합니다.”
“미친. 아예 독이라는 알고도 먹었다고!”
유지운은 순간 화가 나 욕을 뱉었다.
협회를 골든 크라운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해지고 싶은 욕망에 이를 무시한 채 점점 죽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마 자신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헌터 커뮤니티에 골든 크라운과 관련된 내용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자 비밀리에 거래가 이루어져 협회에서도 손쓸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마나 역류가 한 번 일어나면 또다시 재발할 것이고, 금방 마나 폭주가 일어난다.’
김강현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한 번 시작된 마나 역류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내버려 두다간 헌터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갈 것이기에, 유지운은 한시라도 빨리 골든 크라운을 유통하는 놈들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부회장님! 부회장님!”
“응? 무슨 일이냐?”
그때, 한 사람이 다급하게 회의장으로 들어와 유지운을 찾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급히 테라 길드장님이 바로 연락을 달라는 말과 함께 메시지 전달을 부탁하셨습니다.”
“테라 길드라면 강현이가?”
유지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김강현은 웬만하면 직접 자신을 찾아와 이야기를 하는 만큼 이렇게 연락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유지운은 직원이 건넨 메시지 내용을 받았다.
“미안하지만 회의는 여기서 종료하고, 다음에 이어서 하지.”
그러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회의장의 직원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감지했다.
* * *
“놈들의 꼬리를 잡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유지운이 도착한 테라 길드에는 김강현과 검천호,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모여 있었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여기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다크 사이드의 암월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부협회장님.”
“뭐, 뭣이?!”
김강현의 말에 유지운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다크 사이드는 암흑가에서 악명 높은 암살 길드로써, 정재계를 비롯하여 각 길드와 협회의 비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보력이 뛰어난 곳이었다.
이제는 김강현에 의해 스콜피온 길드와 블랙아웃 길드가 사라진 후 암흑가 유일의 대형 길드가 되었고, 전국의 암흑가를 재패하며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모두가 잘못하고 있었어! 테라 길드는 단순히 무력만 가진 길드가 아니야!’
순간 유지운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모든 이들이 테라 길드를 경계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서 제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력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대형 길드는 자체적으로 정보 단체를 운영하거나 특화된 외부와 계약을 맺고 움직이는데, 테라 길드는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정보력에서 독보적인 길드인 다크 사이드의 암월과 친분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테라 길드는 무력과 정보, 그리고 다른 길드들의 약점까지 가지고 있는 셈이니 그 누구도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다.
“암월은 제 부탁으로 암상회주를 뒤쫓고 있었는데, 그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를 찾았단 말이야?”
“아닙니다. 비록 그의 거처를 찾지 못했지만, 사전에 그의 행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에 답한 것은 암월이었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암월회주를 쫓았지만 너무 깊숙히 숨어 있어 찾아내진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보를 급히 얻을 수 있었다.
“오늘 저녁에 강남의 모처에서 암흑 경매가 이루어지는데, 그곳에 암상회주가 나타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암흑 경매?”
“네. 누가 내놓은 건지 모르지만 이번에 대량의 골든 크라운이 경매 물품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희귀한 아티팩트들도 있어 암상회주가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더 없이 좋은 기회구나.”
“하지만 함정일 가능성도 무시 못 해.”
경매가 열리기까지 5시간 정도.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우선 제 힘으로 경매장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 한 장을 구했는데, 동행으로 2명으로 같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암월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철두철미하게 경매장 티켓까지 구해두었다.
남은 것은 김강현과 유지운의 결정뿐.
“지운 님. 경매장 근처에 협회의 헌터들을 배치할 수 있습니까?”
“설마?”
“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기회가 없을 것 같네요. 함정이라 하더라도 일을 벌인 자가 있을 테니 그를 잡으면 됩니다.”
“흐음.”
유지운은 고민에 빠졌다.
김강현은 상세 계획에 대해서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티켓 주인은 암월로 해야 철저하게 신분을 감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행하는 사람은 저와 지운 님입니다.”
“나를?”
“네. 저는 힘을 쓸 경우를 대비해서 들어가는 것이고, 추가 무력이 필요할 경우 헬릭스를 소환할 생각입니다. 지운 님은 정신 계열의 헌터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 도움될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위기 상황 시 부협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할 예정입니다.”
“처음부터 정해놓고 있었구나.”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운 님의 허락하에 검 어르신께 임시로 협회 헌터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드려 외부에서 경매장의 동향을 감시하고, 제압 시 지원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건 거의 통보나 다름없는 의견이었기 때문에 유지운의 기분이 나쁠 수 있어 김강현은 조심스레 말했다.
“그래. 이렇게 하자꾸나. 미처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완벽해.”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지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김강현의 생각을 수렴했다.
지금까지 유지운과 헌터협회가 김강현에게 도움받은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검천호와 협회 헌터들을 이용하여 후방 지원을 생각해 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깥에 검천호가 있다면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커버가 될 것이었다.
“좋구나. 그리고 철무에게는 미안하지만 연화 길드는 제외하고, 헌터 협회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다크 사이드가 채웠으면 한다.”
“저희 아이들이요?”
“그래.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협회의 헌터들은 암흑가의 생리나 움직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하나 다크 사이드의 어쌔신들이라면 다르겠지.”
“일리 있는 말이군요.”
“미리 옷에 협회 헌터들이 구분할 수 있는 표식을 남겨주면 좋겠어.”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검천호는 다른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체크하여 의견을 전달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암흑 경매장에서는 관리자들만이 알고 있는 루트가 있을 것이었다.
이런 종류는 다크 사이드의 어쌔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터.
더불어 연화 길드를 제외한 것은 정보의 유출도 막기 위해서였다.
암흑 경매가 열리는 것을 다크 사이드와 암월이 알아낸 만큼, 뒤처리를 위한 헌터 협회까지만 참여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큰 틀이 합의되자, 그들은 세세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 *
깜깜한 어둠에 휩싸인 도시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그중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구역인 강남은 불이 꺼진 건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강현 일행은 그중 한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마 이런 번화가에서 암흑 경매가 펼쳐진다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일수록 몸을 숨기기 좋으니까요. 게다가 교통도 편해 접근성도 좋지 않습니까?”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먼.”
유지운은 경매장으로 향하며 자신의 인식이 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암상회에서 여는 암흑 경매장은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굉장히 비밀리에 펼쳐질 것이라 판단했는데, 그 상식을 뒤엎었다
강남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것도 모자라 건물 한 채를 아예 대여했다.
“준비된 가면 중 하나를 착용 바랍니다.”
암월이 티켓과 함께 암구호를 말하자 직원이 테이블 위에 세팅된 가면들을 가리켰다.
가면은 무도회장에 쓰이는 것처럼 코와 눈 부분을 가릴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암흑 경매장에서는 출입한 모든 이들의 신분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안면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아티팩트군요.”
“맞습니다. 경매에는 티켓에 기입된 넘버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물론 가면을 쓰고도 평소 친분 있다면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차린다는 게 가능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경매에 참여하는 자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이런 노력을 했다는 것만 보이면 끝이었다.
세 사람은 준비된 가면들을 하나씩 골랐고, 김강현은 불꽃 모양의 호랑이 가면을 들어 착용했다.
그러자 가면을 쓴 상대방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이 흐릿하여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암흑 경매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신세계야.”
“단순한 경매장이 아니네요.”
암흑 경매장 안에 들어간 암월과 유지운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 판매하는 행위만 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파티처럼 한 층 전체가 꾸며져 있었고 원하는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한쪽에는 다과들이 세팅되어 있고, 카지노와 놀이 등 다양하게 즐길 거리가 있었다.
가면을 쓴 경매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다지고 있었다.
“아직 경매 시작까지는 30분가량이 남았으니 주변 탐색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전 비상시를 대비해 루트를 확보하고, 외부와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나는 경매에 참여한 인물들이 누군지 명단을 확보하지.”
시간을 확인한 김강현은 두 사람과 잠시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암월은 어쌔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경매장의 구조를 파악하기로 하고, 유지운은 에스퍼 스킬을 이용해 경매장에 참여한 이들의 기억을 읽어나갔다.
모든 이들이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유지운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를 뚫는 것은 가벼운 일이었다.
“전 암상회주를 찾아볼 테니, 20분 후 다과 테이블 앞에서 모이겠습니다.”
김강현은 말과 함께 그들의 몸에 자신의 마나를 흘려보냈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기도 하지만, 만약 그들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바로 위치를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갑자기 흘러들어온 마나에 암월과 유지운은 깜짝 놀랐지만, 김강현의 설명에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이하군. 분명 강현의 마나가 있건만 흔적을 감지할 수 없다니!’
‘이게 보스의 힘인 건가?’
인피니티 마나는 그들의 몸속에 들어가자 기존의 마나와 뒤섞여 자신의 존재를 지웠다.
이런 마나는 경험한 적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추적 장치라 할 수 있었다.
“너무 넓은데 어디부터 가야 할까?”
암월과 유지운이 움직인 후, 혼자 남은 김강현은 기감을 펼쳤다.
‘이곳을 운영하는 만큼 경매 현황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을까?’
자신이 암상회주라면 이곳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곳은 당장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 신변을 보호하기 어려운 장소였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만큼, 모종의 장소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 그는 마나의 흐름이 차단되는 곳을 찾았다.
‘유일하게 보호 장치들이 설치되고 있는 곳.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어.’
그곳은 맨 꼭대기 층인 5층 구석에 위치한 방.
김강현은 조용히 은신한 채 움직였다.
건물의 1층에서는 경매에 참여하는 자들의 신분을 확인했고, 2층은 경매 전 참가자들의 담소 장소로 마련되었다. 그리고 3층은 경매가 펼쳐질 장소였다.
‘4층부터는 무력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출입이 안 돼.’
이곳부터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지문과 홍채로 문을 열 수 있도록 조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1층에서 3층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가드들이 배치되어 있어 강제로 뚫고 갔다가는 소란이 일어날 것이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
김강현은 암흑 경매가 열리기 전 암상회주와 접촉하려고 생각했으나, 철저한 보안에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 터.
김강현은 일단 훗날을 기약하고 4층 입구에서 3층으로 내려왔다.
“얻은 게 있습니까?”
그리고 경매가 시작되기 직전.
김강현은 다시 암월, 유지운과 이야기를 나눴다.
* * *
”대부분 아는 사람이더구나. 몇몇은 음성 변조를 했지만, 평소 습관과 말투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어.”
혹시나 싶은 마음에 유지운이 경매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살펴보니, 정재계와 헌터 등 돈이 있거나 유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암흑 경매장에서 나눠주는 가면을 포함하여 신분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이 보였지만, 기억을 꿰뚫어보는 유지운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또한 혹시나 싶어 유지운을 스쳐 지나간 기억은 지워 놓아 그를 만났다는 생각은 떠올리지 못할 것이었다.
아쉬운 점은 암흑 경매장에선 헌터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밀봉 장치에 넣어야만 했다.
사진과 동영상 기능을 통해 참여자들의 정보가 밖으로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미리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길 잘 했습니다.”
암월은 품속에서 손바닥의 절반 되는 크기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김강현의 인피니티 마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통신 아티팩트로, 주변의 마나와 통신 장애 시스템을 무시하고 연락이 가능했다.
‘테라의 경험을 떠올리길 잘했지.’
테라에도 이와 비슷한 경매가 종종 열리곤 했었는데, 보안에 굉장히 철두철미했다.
물건의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지만 경매에 물품을 내놓은 사람과 참여자의 정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암흑 경매장으로 출발하기 1시간 전, 급히 헬릭스와 함께 5개의 통신 아티팩트를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다크 사이드의 어쌔신들이 밖에서 은밀히 암흑 경매장에 숨겨진 비밀 루트들을 찾고 있습니다.”
“검 어르신과는 연락은?”
“협회의 헌터들을 이끌고 계시며, 어쌔신들이 찾아낸 루트에서 은밀히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움직일 거고요.”
“어려운 점 없이 순조롭네.”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한 건지?’
유지운, 암월과 이야기를 해보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비록 암상회주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를 끌어낼 방법을 구상해 두었다.
그런데 김강현의 예감이 이곳에서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정황이나 증거가 없어 쉽사리 말하지 못한 채 큰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계속 경계할 것만을 이야기했다.
-암흑 경매장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5분 후 3층에서 경매가 열릴 예정이니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그때, 2층과 3층에 안내 방송이 울리자 곧 사람들이 계단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3층에 모였다.
‘소란을 피우거나 경매 물품을 훔칠 수 없도록 철두철미하게 준비했군.’
3층에 올라가자 건물 구조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감지했다.
일단 경매 물품이 올라간 단상에는 사회자와 함께 4명의 가드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다들 A급 헌터의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단상 곳곳에 무력형 아티팩트들이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곳곳에 가드들이 배치되어 있어.’
겉보기에는 파악할 수 없지만, 이곳의 가드들은 동일한 마나 호흡법을 연공하고 있어 그들이 숨긴 마나 흐름을 읽으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들은 가드 복장이 아닌 경매 참여자의 복장으로 위화감이 들지 않게 조심하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 사실을 경매에 참여하는 몇몇 헌터들도 눈치챘지만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이미 많은 분들이 경매 방법에 대해 아시겠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경매 물품을 구매하고 싶을 시 손을 드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착용하고 계신 가면에는 칩이 장착되어 있어 손을 드시는 순간, CCTV를 통해 칩의 데이터를 읽고 구매하실 수 있게 조치되어 있습니다.
‘나름대로 시스템이 있다는 건가?’
단상에 선 사회자가 경매 진행 방법을 비롯하여 낙찰과 수령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오늘 암흑 경매장을 방문하신 참여자분들의 대부분이 골든 크라운을 노리고 계실 거라 알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실제로 사회자의 말대로 골든 크라운을 차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암흑 경매장을 찾았다.
암상회주도 암흑 경매장 어딘가에서 이를 구경하고 있을 터.
-죄송하지만 골든 크라운은 메인 상품인 만큼 마지막에 나올 겁니다. 다른 물건들 또한 최상등품만으로 준비하였으니, 즐거운 경매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바로 경매가 시작되었다.
“저게 여기에 나온다고?”
“저건 꼭 사야 해!”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지?”
사회자의 말대로 골든 크라운이 아니라도 충분히 경매 참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물품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거물급 참여자들은 쉽게 움직이질 않아.”
“나중에 자금이 부족할 것을 염려해서겠죠.”
김강현 일행은 올라오는 경매 물품들을 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암월. 저 단검을 구입해라.”
“너무 낡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도굴품 같아 보여서 왠지 꺼립니다만.”
“걱정 마라. 저 아티팩트야말로 네게 있어 꼭 필요한 물건이니까.”
“아티팩트요?”
김강현이 경매에 올라오는 물품을 보며 말하자, 암월은 미심쩍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김강현이 지목한 물건은 어느 던전 안, 왕가의 무덤에서 발굴될 단검.
녹이 슬어 외형이 볼품없는 데다가 의식용으로 쓰인 듯 갖가지 장식들이 부착되어 있어 암월이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강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암월에게 말했다.
‘사용자의 마나와 어둠의 힘을 증폭시키는 능력이 있어. 왕가에서 사용했던 것인지 화려하게 꾸며 놓았지만 말이야.’
사람들이 많아 말을 해주진 못했지만, 김강현의 단호한 말에 암월은 단검을 구매했다.
이후로도 김강현은 경매에 올라가는 물품들의 정보를 살피면서, 길드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경매에 참여했다.
“혹시 경매 물품들의 정보가 유출된 적이 있나?”
“절대 없습니다.”
“그런데 37번 손님들은 비밀리에 올린 물품들의 가치를 알고 경매에 참여하는 것 같군.”
“흐음.”
“나 또한 암흑 경매장의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회주님.”
경매 현장을 비추는 대형 화면을 보던 암상회주의 시선이 김강현에게 향했다.
암흑 경매장에서는 쓰레기 같은 능력을 가진 물품은 올리지 않는 것이 내부 규칙이었다.
하지만 종종 좋은 물품이 있으면 그 내용을 일부 감추고 경매에 올리는 일은 있었다.
그러면 물품을 구입한 사람은 예상치 못한 기쁨에 계속 경매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잘하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홍보 역할을 해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설마 그놈들이 심어 놓은 사람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는 이마에 깊은 주름의 골짜기를 만들며 한 가지 가정이 떠올렸다.
최근 암상회주는 정체불명의 조직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나오는 물품들이 뛰어나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지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골든 크라운도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암상회주는 그들과 거래하지 않고 골든 크라운을 구할 수 있나 알아보았지만, 그들만이 제작하고 공급하고 있었다.
내부에서 골든 크라운을 분석하여 제조해 보려고 해도 도저히 불가능했다.
“회주님. 37번 손님들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다크 사이드의 암월과 동행 인원들입니다.”
“동행 인원은 누구인가?”
“죄송합니다. CCTV의 화면을 통해 얼굴 대조를 시도했으나 마법에 의해 기기가 얼굴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일행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김강현은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 아티팩트를 이용해 마나를 흩뿌림으로써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그에 암흑 경매장 측은 그들이 김강현과 유지운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네. 수고했네.”
‘일단 지켜보자. 섣불리 움직였다간 그들 또한 움직일 거야.’
그는 골든 크라운을 판매하는 자들이 암흑 경매장, 아니, 대한민국의 암상회를 집어삼키려고 접근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만큼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그는 모니터를 통해 김강현 일행에 집중했다.
* * *
경매는 2시간이 넘도록 계속 진행되었지만, 사람들에게선 지친 기색이 없었다.
사회자가 흥미롭게 경매를 이끌어가는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 모두가 기다리는 물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덕분에 사람들이 돈을 아끼느라 평소라면 비싸게 낙찰되었을 물품들이 싸게 낙찰되기도 했다.
-자, 드디어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던 마지막 물품! 골든 크라운입니다!
“우오오오!”
“이걸 위해서 앞에서 사고 싶던 녀석들을 보냈다고!”
“골든 크라운은 내 거야! 건들면 다 죽여 버릴 거야!”
곧 진행 요원들에 의해 골든 크라운이 무대에 올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총 5개의 상자에 나누어져 있었다.
-이번에 암흑 경매장에서 입수한 골든 크라운은 총 50개입니다. 하지만 이를 한꺼번에 판매하는 건 공평하지 않죠.
말과 함께 진행 요원들이 상자들을 열었다.
-한 상자에는 10개의 골든 크라운이 담겨 있는데, 이것을 순차적으로 경매에 올리겠습니다.
“뭐야? 그럼 처음 가격과 나중 가격에 다를 수 있다는 거잖아?!”
“신중하게 경매에 참여해야겠어. 어쩌면 한 상자도 얻지 못할 수 있어.”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지금까지 암흑 경매장에서 나온 골든 크라운은 10개에서 20개 정도로 한 번에 올라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동일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수량이 많은 데다가 이런 식으로 경매를 진행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생각보다 머리를 잘 썼어. 홍보 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거액의 돈을 벌 거야.’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에 김강현은 감탄했다.
일전까지는 하나의 경매 물품을 두고 서로 가진 돈을 모두 걸면 되었지만, 5개의 선택지가 생긴 만큼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었다.
‘진짜는 두 번째부터겠지.’
김강현은 경험상 첫 번째 경매에선 서로 눈치를 보다 제일 낮은 가격으로 낙찰될 것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부터는 이대로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경쟁이 붙어 치열하게 가격이 뛸 거라 판단했다.
게다가 이곳에 경매 참여자로 숨어 있는 가드들이 호객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 그럼 골든 크라운의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가격은 100억으로 시작, 5억 단위로 호가를 높이겠습니다!”
경매장 분위기가 진정되자 사회자가 바로 경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200억!”
김강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