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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마약 골든 크라운Ⅱ(10권) (83/119)

귀환한 절대자는 역대급 헌터 10권

1장. 마약 골든 크라운Ⅱ

“결정했나?”

“네. 싸우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죠.”

“좋습니다.”

그 말에 대답한 것은 렌으로, 그가 먼저 김강현 앞으로 나서 준비를 취했다.

“승부는 어느 한쪽을 죽이거나 제압하면 끝으로 하지.”

스으으윽.

그 말과 함께 렌과 암월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움직임이 빨라 눈으로 잡기 어려웠고 계속 단검끼리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젠장! 너무 빠르잖아!”

“도저히 못 쫓아가겠어.”

“둘의 움직임을 쫓는 게 아니라 마나를 감지해야 해.”

렌과 암월의 싸움을 지켜보는 어쌔신들은 그들의 움직임과 마나를 쫓으며 과정에 집중했다.

‘렌이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김강현은 두 사람의 마나를 쫓으며, 팽팽하게 주고받는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 사람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주변의 어둠과 동화한 채 상대방의 빈틈을 노리는 상황.

두 사람 다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옷들이 날카롭게 베여 있었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벽 하나가 있다.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 지는 렌에게 달렸어.’

렌이 이길 수 있는 조언을 건네주었지만, 이 싸움 중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큭! 정말 종이 한 장이 맞아? 이러다간 내가 무조건 져!’

암월과 손속을 나눈 렌은 처음에는 몰랐지만, 30수를 넘어가자 실력의 차이를 느꼈다.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김강현이 어느 정도 거짓과 말한 것 같았다.

‘좀 더 호흡을 얕게. 마나의 흐름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미 싸움 중으로 후회해도 늦은 상황.

지금 할 수 있는 건 눈앞의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었다.

평소 렌은 표적으로 삼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조사하고,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로 싸웠다.

이번에는 급작스럽게 싸우게 된 만큼 사전 정보가 없어 당황스러웠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 암월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빈틈이 없어. 하지만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암월도 렌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방법으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전투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클레이모어 모드.”

“뭐, 뭐야?!”

시동어와 함께 암월이 들고 있던 단검이 대검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잡아 크게 휘둘렀다.

“후우. 마나탄!”

대검에서 수십 개의 마나탄이 렌을 향해 쏘아졌고, 렌은 다급하게 단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죽어라.”

“큿!”

그사이 암월은 렌의 뒤쪽으로 움직였고.

대검은 단검의 형태로 바뀐 채 렌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콰앙!

하지만 이대로 당할 렌이 아니었다.

재빠르게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연막탄을 터트린 것.

시야가 어두워진 틈을 노려 렌은 암월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형태 변화가 가능한 아티팩트? 나쁘지 않지만 과연 얼마나 승산이 있을지 모르겠군.”

김강현은 재밌다는 눈빛으로 암월을 보았다.

암월은 단검과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렌을 공략해 나갔다.

대검의 검면을 이용해 방어하기도 하고, 근접거리에서 단검에서 대검으로 바꿔 거리 간격을 좁히거나 혹은 반대로 급작스럽게 대검을 단검을 바꿔 공격하는 등 렌에게 혼란을 주었다.

‘젠장! 어떻게 공격해야 하지?’

렌은 입술을 이빨로 깨물며 머릿속으로 방법을 강구했다.

혹시 대검을 다루는 기술이 어설프지 않을까 빈틈을 노렸지만, 현역 워리어로 활동해도 될 만한 실력.

‘분명 길드장님이 한 말에서 힌트가 있을 거야, 그때 어떤 일이 있었지?’

순간, 단검을 휘두르던 렌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젠장! 내 돈!! 그게 다 비싼 물건들이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망가진 기관진식.

몇 년 동안 그곳에 투입된 금액은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5억 정도였고, 김강현에 의해 파괴된 후 멀쩡한 것을 고르니 고작 남은 것은 1억뿐.

단 하루 만에 4억이라는 돈이 날아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자 단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크아아아앗!”

그리고 거세게 암월에게 달려들었다.

“헛?!”

순간 암월은 렌의 공격 패턴이 바뀌자 당황해지만, 금방 침착하게 대응해 다시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기이하게도 기관 장치의 위치를 파악하고, 내 위치마저도 알아냈지.’

그때를 떠올리니 모니터를 통해 본 김강현의 모습도 같이 떠올랐다.

‘맞아. 마나가 주변과 동조하는 느낌이었어.’

김강현은 주변의 마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기관진식을 탐지하고 함정을 파괴했었다.

‘호흡을 줄이고, 마나로 기척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는 거야.’

더불어 기척과 감추며 열 감지와 무게에 반응하는 함정들이 발동되지 않게 막기도 했다.

렌은 정신을 집중하며 천천히 호흡수를 줄이고 주변의 어둠과 동조하는 것에 신경 썼다.

하지만,

‘딴생각을 해?’

렌의 생각과 움직임은 바로 암월에게 포착당했다.

그는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더욱 격하게 공격을 펼쳤다.

렌은 이를 막아내며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갔다.

“응?”

“놈의 기척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느 순간 렌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어쌔신들도 렌을 파악하기 어려워 주위를 두리번거릴 정도.

‘여기서 승부가 갈리겠어.’

김강현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둘의 싸움을 지켜봤다.

‘한쪽은 기본에 충실하고, 한쪽은 응용을 한다라.’

둘의 싸움 스타일은 완전 달랐다.

렌은 어쌔신으로서의 기본을 갈고닦아 본질에 가깝게 싸우는 반면, 암월은 어쌔신과 워리어의 장점을 살린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김강현의 눈에 한쪽의 승리가 보였다.

‘이대로 가면 렌이 이기겠는걸?’

아무리 암월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렌의 움직임을 읽지 못해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렌은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크윽!”

렌이 암월의 단검이 클레이모어를 변환하는 순간을 노려 공격했다.

처음에는 팔과 다리 등 가벼운 상처를 낼 뿐이었지만, 점점 명치와 목 등 점점 급소로 공격 위치가 변해가고 있었다.

‘이, 이런!’

암월은 어느새 자신의 품을 파고들어 명치를 노리는 단검을 감지했다.

급히 피해 왼쪽 가슴의 옷이 살짝 베어지는 것으로 끝났지만,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놓쳤다면 바로 이 싸움은 끝났을 것이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걸까?’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자 암월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었어. 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오판했던 거야!’

렌은 자신들을 공격할 때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공격 스타일을 감추었고, 시체도 흔적도 없이 없애 버렸다.

암월과 어쌔신들이 알아낼 수 있었던 정보는 각 은신처에 숨겨진 영상 장치와 죽임을 당한 어쌔신들의 실력뿐.

그래도 이를 통해 완벽하게 렌을 분석했다고 자신했지만, 직접 겨뤄 보니 예상 밖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쌔신과 워리어의 싸움 스타일을 번갈아 사용한 것이 큰 실수야.’

보통 어쌔신들은 어둠 속에 은신하며 싸우기 때문에 워리어와의 정면 승부에 취약한 편이었다.

이를 떠올린 암월은 렌에게 혼란을 주며 빈틈을 공략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는데, 오히려 완벽히 기척과 마나를 감출 줄은 예상치 못했다.

까강!

렌과 암월은 서로 무기를 부딪치며 힘겨루기를 하다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 다 격하게 호흡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쉽지 않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야.’

냉정하게 자신과 암월의 실력을 판단한 렌은 자신 있게 분석했다.

‘지금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고 좀 더 날카롭게 만들고, 바실리스크 갑주를 믿는다.’

지금 렌의 옷은 넝마나 다름없을 정도였지만, 바실리스크 갑주를 입고 있는 부위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무려 S급 아티팩트답게 웬만한 암월의 공격을 상쇄시키고 있어, 자신이 방어할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되었다.

처음에는 바실리스크 갑주를 입고 다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니 마치 자신의 피부와 같았다.

렌은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다시 암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테라 길드에 대해 잘못 생각했었어.’

‘김강현과 검천호. 두 사람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길드원들도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거야.’

어쌔신들은 살아남기 위한 정보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테라 길드는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하나의 길드에 S급 헌터가 2명이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이런 길드는 10개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다른 테라 길드원들의 이름은 잘 몰랐고, S급 헌터 두 사람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테라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렌을 보니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강현과 검천호의 이름이 너무 커서 가려졌을 뿐, 충분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

이 같은 생각은 렌의 공격을 받아내며 암월도 똑같이 떠올렸다.

“지금부턴 달라질 거다.”

“뭐?”

“목숨을 걸겠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암월은 말과 함께 복면을 벗었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복면은 호흡하는 데 불편함이 없지만 갑갑함이 있었다

또한 어쌔신으로서 복면을 벗는 행위는 신분을 밝힌다는 것.

즉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암월은 품속에서 환약, 골든 크라운을하나를 꺼냈다.

‘살 거야! 무조건 살아남아야 해!’

어쌔신들이 골드 크라운을 복용한 모습을 보니 마나와 신체 능력이 증가하고, 일시적으로 고갈되었던 체력과 마나가 회복되었다.

한 알을 더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체력과 마나가 다시 증가하는데, 대부분의 끝은 죽음이었다.

그렇지만 A급 헌터, 혹은 A급 머더러일 경우 운 좋게 살아남는 경우도 있었다.

‘저, 저건?!’

그때, 김강현이 암월의 손에 들린 골든 크라운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골든 크라운에 숨겨진 고약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김강현이 암월에게 무어라고 말을 꺼내려던 순간.

암월은 두 번째 골든 크라운을 단숨에 복용했다.

“이제 2라운드 시작이다!”

그동안의 싸움으로 고갈되었던 힘이 다시 넘쳐나고, 전신에 활력이 돌았다.

암월이 내뿜는 푸른 마나에 황금빛이 어우러지니 마치 이 세상의 기운이 아닌 것처럼 신비로웠다.

하지만 김강현의 눈에는 그것이 다르게 보였다.

* * *

‘황금빛에 선한 기운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저건 마력이야!’

김강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암월의 마나 흐름을 확인했다.

보통 다른 사람의 마나 흐름을 파악하는 건 신체 접촉이 있더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강현은 주변 마나와 동조하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생명력이 소모되잖아!’

방금 골든 크라운을 복용했기에 이 약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생명력이 마나로 전환되며 체력이 회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 증가로 인한 희열로 생명력이 소모되는 걸 암월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또한 골든 크라운에 담긴 마력도 마나로 위장한 채 마나홀에 쌓이고 있었다.

‘마나와 마력의 충돌로 마나 역류가 일어나 죽을 가능성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생명력의 소멸이었던 거야.’

직접 보니 렌의 말이 이해되었다.

골든 크라운은 강제로 생명력을 소멸시키니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 아주 단단히 작정했구나.’

얼굴도 모르는 흑무가 지상에 강림한 마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강현은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이런 발상은 생각하지 못했다.

막대한 힘을 얻고 싶다는 유혹을 이용해 많은 자들이 골든 크라운을 복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두 알 이상을 먹으면 죽을 가능성이 분명하지만,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욕망에 진 그들은 훗날 흑무의 꼭두각시가 되어 조종당할 것이었다.

‘고작 약 하나 따위에 밀린다고?’

한편, 암월의 변화를 가장 크게 경험하고 있는 렌은 바쁘게 공격을 막으며 생각했다.

“하앗!”

“이젠 그런 수법 따윈 통하지 않아.”

“과연 그럴까?”

암월은 클레이모어조차 버린 채 오로지 어쌔신 스타일로 렌은 공략하고 있었다.

아까와 똑같은 공격을 막는데도 렌의 손이 얼얼할 정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암월은 계속 주변에 마나를 뿌려 대기 중의 마나 흐름을 꼬이게 만들었다.

덕분에 렌이 어둠에 은신하려고 해도 꼬인 마나 흐름에서 잔잔한 마나의 흐름의 읽고 위치를 찾아냈다.

하지만,

‘큭, 확실히 밀린다. 하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싸우면 이길 수 있어!’

렌은 골든 크라운을 복용한 어쌔신들을 상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암월의 힘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들은 평균 30분 정도를 싸우고 힘이 다해 죽었으니, 남은 시간은 20여 분.

렌은 조급한 마음이 떠오르지 않게 호흡을 고르며 차분히 암월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마 내게 남은 시간은 한정적이겠지.’

골든 크라운에 대해선 암월도 렌과 생각이 똑같았다.

그래서 암월은 더욱 공격을 몰아붙였지만, 이미 상태를 파악한 렌이 시간을 벌려는 것이 보였다.

콰아앙! 쾅!

둘은 계속 서로 오러가 실린 단검을 휘두르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가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잠시 거리를 두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일 수에 승부를 본다!’

암월은 힘이 다하기 전에, 렌은 깔끔하게 완벽한 승리를 위해.

둘 다 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생사결에서 모두가 승리할 수 없으니,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들고 있는 단검에 정신을 집중했다.

‘여기서 끝인가? 그럼 나도 준비해야겠네.’

김강현은 두 사람을 지켜보며 몸을 풀었다.

렌과 암월은 호흡을 고르며, 단검에 오러에 맺히자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단검의 궤도가?”

“계속 바뀌고 있잖아!”

단검은 서로를 겨눴지만, 계속 팔이 움직이며 공격 부위가 바뀌고 있었다.

일종의 수 싸움으로, 완벽하게 공격하기 위함.

두 사람은 거리를 계산하며, 완벽한 타이밍을 노렸다.

‘목? 얼굴? 아니, 심장을 노린다!’

‘방심하고 있다면 팔? 일격필살?’

렌과 암월은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구상하며 계속해서 방어와 공격을 생각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근접거리에 들어선 둘은 동시에 단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그 순간.

단검에 실린 오러가 터지며 시야가 가려졌다.

“누가 이긴 거야?”

“승부는?!”

어쌔신들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오러 폭발로 인한 연기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그런데 렌과 암월이 둘 다 멀쩡히 서 있었다.

“설마 무승부?”

“그럴 리가!”

그리고,

렌이 무릎을 꿇으며 오른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정신을 잃었다.

자세히 보니 바실리스크 갑주가 찢어진 채 상처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길드장님이 이겼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니까!”

어쌔신들은 렌의 상처를 보자 암월이 이긴 것이라 판단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가만히 선 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냐. 만약 놈이 멈추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거다.’

목덜미에 살짝 난 상처에서 핏방울이 목을 타고 옷에 스며들었다.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렌의 심장을 노릴 때 그의 단검은 자신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늦어 자신의 공격보다 렌의 공격이 빨랐다.

렌은 마음먹기에 따라 단숨에 자신의 목을 베어 버릴 수 있었다.

‘이번 싸움은 내가 졌어.’

하지만 그는 단검에 실린 오러를 없애 목에 살짝만 상처를 남기며 마무리했다.

렌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일부러 공격을 멈춘 것이었다.

암월도 이를 느꼈지만, 골든 크라운으로 얻어진 힘은 통제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렌에게 상처를 입혔다.

“승부가 났군. 약속대로 살려서 보내줄 테니 얼른 가라.”

“정말입니까? 하지만 제가 졌습니다!”

“물론 봤다. 과정으로만 보면 좋은 선택이었으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쓸데없는 짓이 불과해. 그렇지 않나?”

김강현은 렌이 단검을 멈추는 것과, 암월이 힘을 주체하지 못해 렌을 공격한 것을 모두 보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결과만을 보고 판단했다.

이 싸움이 정말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면 살아남은 쪽은 암월이었다.

“그렇죠. 하지만 제가 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약속대로 다크 사이드는 테라 길드와 함께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길드장님!”

“이긴 싸움인데 왜 졌다고 하는 겁니까?!”

반면 어쌔신들은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보기엔 암월은 렌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암월은 이를 부정하고 렌의 부하가 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아직 실력이 미숙한 그들의 눈에는 렌의 마지막 공격과 암월이 힘 조절을 하지 못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 싸움에서는 내가 졌지만, 정말 실전이었다면 내가 죽었을 거다. 설사 이곳에서 살아 돌아간다 해도 나중에 S급 헌터 2명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크흠.”

‘그렇긴 하네.’

‘개릴라 전법으로 우릴 공격하면 끝장이야.’

앞서 김강현이 비천 길드를 어떻게 쓰러트렸는지 알고 있는 어쌔신들은 암월의 직설적인 말에 오싹함을 느꼈다.

이번 싸움은 테라 길드와의 마지막 싸움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다크 사이드로써는 처음부터 항복하는 것이 한 명이라도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와 저놈의 싸움을 부추긴 것도 있을 테고.’

어쩌면 처음부터 김강현은 자신들을 복속시킬 계획이 아니었을까?

솔직히 다크 사이드를 없앨 마음이었다면, 김강현이 처음부터 싸움에 나섰으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번거롭게 일 처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커어헉! 쿨럭!”

“길드장님!”

“왜 그러십니까?”

그때, 멀쩡하던 암월이 갑자기 피를 토하고 어지러움에 비틀거렸다.

어쌔신들이 달려와 암월을 부축하며 상태를 살폈다.

“설마 길드장님도 골든 크라운의 부작용이?”

“젠장!”

김강현은 황급히 암월에게 다가갔다.

“이 녀석을 살리고 싶으면 저리 비켜.”

김강현은 암월의 몸 상태를 보니 골든 크라운에 담긴 마력과 마나가 충돌하며, 계속 생명력을 소모시키고 있음을 확인했다.

인피니티 마나가 암월의 손목을 통해 흘러 들어갔다.

‘모조리 없애 버려!’

인피니티 마나는 김강현의 의지를 따라 암월의 몸 안에 있는 마력을 공격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이미 생명력을 강제로 소모시켰고, 암월의 마나도 빠르게 약해지고 있어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쿨럭! 쿨럭!”

암월이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자 어쌔신들은 불안함에 어떻게 할 줄 몰라 발을 동동거렸다.

‘설마 놈이 길드장님을 죽이는 게 아닐까?’

‘이 틈을 노려 놈을 공격하면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들을 지킨다.”

“암일?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사람을 지키지 못하면 길드장은 죽어.”

암월 다음으로 가장 큰 명령권을 가진 암일이 어쌔신들에게 말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김강현의 모습에 있었다.

“이 사람은 진심이다. 골든 크라운의 부작용을 없애고 있어.”

그 말에 어쌔신들은 다시 김강현을 살폈다.

얼굴에 잔뜩 긴장한 기색과 함께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김강현은 암월의 마나와 생명력에는 피해를 입히지 않은 채, 마력을 없애기 위해 세밀한 마나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른 어쌔신들도 조금만 집중하면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월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이 상황에서 김강현을 공격하면 쓰러트릴 수는 있겠지만, 암월은 마나 역류로 무조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을 터.

암일의 말에 어쌔신들은 김강현과 암월을 번갈아 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의 목숨을 함부로 버릴 순 없지.’

이 자리에 모인 어쌔신들은 최소 한 번씩 암월에게 도움을 받았었다.

그의 죽음을 방치할 수 없었다.

얼마의 시간의 흘렀을까.

암월의 공격에 정신을 잃었던 렌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어쌔신들이 김강현을 모조리 둘러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어쌔신들이 김강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있었다.

“……으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렌은 어리둥절해졌다.

“커헉!”

끄대, 다시 암월은 피를 토해냈다.

검은 피가 아닌 선명한 붉은색.

“어떻게 된 겁니까?”

어쌔신들의 눈빛에 조급함과 불안이 담겨 있었다.

이윽고, 암일의 물음에 김강현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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