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다크 사이드 길드
S급 던전을 나온 다음 날, 김강현은 헌터 협회의 유지운을 찾아갔다.
“뭐? 던전이 소멸했다고?!”
“죄송합니다. 지운 님!”
유지운은 예상치 못한 김강현의 말에 크게 놀라 소리쳤다.
그는 김강현이 S급 던전을 무사히 클리어했다고 온 줄 알았는데, 소멸이라는 소식을 듣자 충격이 컸다.
“어떻게? 일반 던전도 아니고 무려 S급 던전이었어. S급 던전의 게이트는 마법 장비로 보호되어 쉽게 부술 수도 없을 텐데.”
유지운은 온몸에 힘이 빠져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일반적으로 던전의 소멸은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게이트를 없애는 것.
세계헌터협회의 실험을 통해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S급 헌터는 던전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던전에서 게이트를 없애 버리면 던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즉 지구로 돌아온 뒤 게이트를 없애야 하는데, S급 던전은 이를 막기 위해 입구에 마법 장비가 세팅되어 있었다.
“운이 나빴습니다. 보스 몬스터들과 싸우는 곳에 던전의 핵이 있었거든요. 싸움의 영향으로 파괴되었습니다.”
“허.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다행히 보스 몬스터들을 쓰러트려 던전이 소멸되기 전 게이트를 통해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던전의 핵을 파괴하는 것이다.
던전을 유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핵은 은밀한 장소에 숨겨져 있거나 던전 공간의 틈에 있어 헌터들이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종종 보스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제법 발견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구나. 네 말은 잘 알겠다. 하지만 던전의 소멸은 헌터 국제법 위반 내용이라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물론입니다.”
유지운은 김강현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관리 부서를 통해서 남한산성 S급 던전의 정보 영상을 받았다.
영상에는 김강현과 테라 길드원들이 S급 던전에 들어가고 나온 모습이 찍혀 있었다.
헌터들에게는 비밀이지만, 헌터협회의 직원이 없는 던전들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게이트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현이와 헬릭스는 시간차가 있네?’
중점 사항은 김강현 일행이 마법 장비를 부수고 게이트를 부쉈나는 것.
그런데 검천호, 김건, 연세연이 나오더니 약 3분 후에 김강현과 헬릭스가 나오자마자 게이트가 사라졌다.
그 말은 외부에서 게이트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파괴되었다는 뜻.
김건과 연세연은 게이트를 파괴할 힘이 없고, 검천호가 게이트를 없앴다면 뒤늦게 나온 김강현과 헬릭스는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었다.
“일행의 안전이 우선이어서 검 어르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먼저 내보내고 나중에 헬릭스와 함께 탈출했습니다.”
뒤늦게 게이트를 나온 이유를 물어본 김강현의 답변에 유지운은 반박할 수 없었다.
길드장으로서 길드원들을 먼저 보호하는 것에 트집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
“알겠다. 이 점을 고려하여 세계헌터협회에 보고하마. 소멸된 던전이 S급이라 말들이 있겠지만, 이런 케이스들이 있는 만큼 무사히 넘어갈 거다.”
‘후우, 이대로 끝나서 다행이다.’
별 의심 없이 넘어가는 유지운의 말에 김강현은 속으로 안도했다.
솔직히 이곳을 방문하기 전, 테라 길드에 어마어마한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다.
‘검 어르신도 동의해 준 일이라 이렇게 넘어갈 수 있었지. 만약 반대했다면!’
상상했을 뿐인데 김강현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세계헌터협회를 비롯하여 여러 헌터들과 많은 친분이 있는 터라, 일부러 던전의 핵을 부숴 소멸시켰다는 것을 알리면 당장 김강현은 헌터 세계에서 매장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강현의 행위를 묵인해 준 이유는 던전의 위험성에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었다.
“지운 님. 혹시 검 어르신이 솔로로 S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으음.”
갑자기 난감한 부탁에 유지운은 신음을 흘렸다.
“대외적으론 개인플레이로, 헬릭스와 같이 S급 던전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이유는?”
“던전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김강현은 조심스럽게 S급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각색하여 말했다.
“이번에 들어간 S급 던전에선 특이하게도 보스 몬스터가 두 마리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데스 나이트 군단과 본 드래곤이 있었죠.”
“말도 안 되는! 그만한 전력이면 S급 던전이 아니라 SS급, 아니, SSS급이야!”
아까보다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유지운은 탁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여기 증거 자료가 있습니다.”
김강현은 아공간에서 마나 저장구를 꺼내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김강현은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탐사와 싸움 장면으로 마나 저장구를 통해 촬영했다.
나중에 던전에서 나온 후 길드원들과 공유해 냉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라우드, 아슬란과의 대화는 유지운에게 공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싸움 장면을 일부 편집했다.
“저, 정말이군. 여기서 살아서 돌아온 것이 기적일 정돈데.”
유지운은 마나 저장구의 영상을 보며 놀라 말을 더듬었다.
아직 S급 던전을 클리어한 길드는 몇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 강대국의 길드만 소수 있을 뿐 한국에서는 전무한 수준.
그렇기에 한국의 S급 던전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존재했고 관리가 아예 안 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대국의 길드 또한 S급 던전에 들어가는 데 몇 달에 걸쳐 준비하는 상황이니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에 S급 던전이 남한산성을 비롯해서 몇 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만약 던전이 터져 그 안의 몬스터가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면……,”
“지옥이 펼쳐지겠지.”
섬뜩함에 유지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강현이 보여준 데스 나이트 군단과 본 드래곤이 한국에 등장하면 이들을 막을 수 있는 헌터들은 몇몇뿐. 다른 헌터들은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그럼 유럽에서 있었던 바실리스크 레이드 보다 피해가 더 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검 어르신의 솔로 플레이를 요청한 건가?”
“네. 헬릭스가 동행하는 이유는 어떤 위험이 닥쳐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겉보기와 달리 저와 비슷한 무력, 아니, 그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한 전력이면 위협이 될 리 없겠구나.”
평소 헬릭스는 어린 강아지의 모습을 하고 있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본신의 힘을 드러내면 김강현도 막을 수 없는 상대였다.
게다가 최근 강현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헬릭스에게 걸린 제약도 풀려 과거의 힘을 거의 되찾은 상태.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 주마.”
유지운은 검천호와 헬릭스의 S급 던전 출입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지금까지 S급 던전들이 관리되지 않은 만큼, 나중에 던전이 터져 몬스터들이 쏟아지는 것보단 미리 관리를 시작하는 쪽이 안전했다.
‘이걸로 검 어르신의 부탁도, 헬릭스의 던전 조사도 해결했네.’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자 긴장이 풀리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남한산성의 S급 던전을 경험한 검천호는 강한 몬스터와의 싸움을 갈구했다.
하지만 안전상 검천호 혼자 들여보내기는 불안하니, 헬릭스를 끼워 넣으면 던전 조사까지 같이 할 수 있다.
헬릭스 또한 마법을 이용해서 몰래 던전을 드나들 필요가 없어진다.
이후 김강현은 앞으로 테라 길드의 행보와 던전 탐사에 대한 이야기를 유지운과 나눴다.
* * *
“드디어 골든 크라운을 완성했군. 으하하하하하!”
흑무는 손에 든 금색 알약, 골든 크라운을 보며 크게 웃었다.
한국의 비천 길드를 통해 금색 캡슐의 안정성 실험을 했지만, 김강현의 개입으로 중간에 멈추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연구 자료를 본국으로 가지고 와 연구소에서 개량했다.
실험이 필요한 부분은 다크니스를 통해 개량하니 완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과다 복용 시 죽음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폐기 처분하기엔 충분하지.”
골든 크라운은 복용자에게 강대한 마나 혹은 마력을 부여하는 성장 촉진제지만, 원재료는 사람의 심장과 흑마법, 주술이다.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골든 크라운은 최대 두 알.
세 알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큰 힘을 얻게 되지만 가지고 있던 생명력이 소모되어 죽음에 이른다.
하지만 주술사들은 ‘골드 크라운’을 통해 복용자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흑무는 부하들에게 최대 두 알을 복용시키고, 남은 한 알은 이빨에 숨겨 자살용으로 쓸 계획을 세웠다.
“독살용으로 쓰기에도 충분하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골든 크라운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 존재하는 고객들에게 골든 크라운을 판매할 준비를 마친 상황.
흑무는 손에 쥔 골든 크라운을 책상에 올려놓은 뒤 눈앞의 모니터들을 살폈다.
“오늘도 치열하게 싸우는구나. 아주 좋아!”
어두컴컴한 동굴에 곳곳에 사람들이 무기를 든 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무저갱이라 불리며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지옥.
싸움을 부추기기 위해 식사량을 제한했고, 살기 위해선 싸워야 했다.
“생각보다 끈질겨. 역시 복수에 미친 인간은 다르단 건가?”
흑무의 시선이 괴성이 지르며 검을 휘두르는 한 사람에게 향했다.
이한결.
비천 길드의 작은 주인으로 살 때의 이한결은 하얀 피부에 고귀한 집의 자제로 보였는데, 지금의 그는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상처와 먼지투성이.
옷은 간신히 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눈빛이 독해지고 살기가 넘쳐 쉽게 범접할 수 없었다.
“미완성된 골든 크라운 한 알을 복용하고 서열 19위라. 음.”
흑무는 머릿속에서 이한결의 정보를 떠올렸다.
몇 달 전, 간신히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이한결은 미완성된 골든 크라운을 복용한 채 무저갱에 버려졌다.
그에게 있어 이한결은 한국에서 가져온 실험체에 불과했다.
무저갱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이한결 본인에게 달린 것.
게다가 이한결은 무저갱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 모든 이들에게 표적이 되었다.
특히 인육만을 노리는 살육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
하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은 그는 생사의 위기를 여러 번 건너, 어느새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제 흑무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서열 10위쯤 돼야 쓸 만해지니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어.”
무저갱은 나라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쓰레기들이 모이는 감옥이었다.
흑무는 이 쓰레기들을 실험체로 쓰면서, 무저갱의 서열 제도를 통해 쓸 만한 놈들을 고르는 중이었다.
“록스가 나를 찾는다고?”
흑무는 어제 보고받은 내용을 떠올리며 움직였다.
조직의 정보를 통해 록스와 한 동행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한때 록스와 일을 같이했었기에 동행자의 정체를 대략 짐작한 흑무는 멀리서 지켜보고 나서지 말 것을 명령했다.
“그라면 분명 나를 찾아낼 테니 먼저 움직인다.”
록스가 정말 마왕을 소환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자신을 찾으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흑무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밖으로 나섰다.
* * *
“으그그그! 이만하면 얼추 정리된 것 같은데?”
김강현은 4시간 동안 바쁘게 서류 정리를 마무리하고 간신히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길드 사무실에 출근해 밀린 길드 업무와 함께 US 그룹의 일을 처리하려니 머리가 아팠다.
중간중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는 기동진과 강려원에게 연락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일들이 빨리 처리되고 있어서 크게 신경 쓸 건 없네.”
US 그룹의 전략기획실은 강려원의 지휘 아래 실무진들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김강현은 진행 과정에서 올바르게 일이 흘러가는지 확인하고, 타 부서와의 업무 조율, 윗선을 보고를 맡았다.
이유하가 개발 중인 마나 전지를 최영하의 마나 자동차에 결합시키기 위해 연구했는데, 조금씩 성과물이 나오고 있었다.
검천호는 홀로 S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가 떨어진 후, 헬릭스와 함께 강화도에 있는 S급 던전으로 향했다.
김건은 새롭게 얻은 피어스 실드를 완벽하게 다루기 위해, 연세연은 깨달음으로 얻은 새로운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A급 던전에 들어갔다.
테라 길드 운영은 기동진에 의해 완벽하게 컨트롤되고 있었다.
“그런데 렌과 클라우드 가드 쪽은 잘 되고 있나?”
보고서에는 무탈 없이 진행 중이라 작성되어 있고, 상세한 내용은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
김강현은 곽철용에게 연락했다.
-엇, 큰형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철용아. 잘 지내냐?”
-물론입니다! 지금 가드 일이 몰려들고 있어서 정신없이 지냅니다.
“그래?”
-넵! 길드의 동진 님이 아시는 분들에게 저희를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려 일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곽철용은 바로 연락을 받았는데, 바쁘지만 신이 난 목소리였다.
김강현은 곽철용의 이야기에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부길드장님이 이들을 연결시켜 줬다고?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기동진은 비천 길드의 부길드장을 하며 여러 인맥을 만들어두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터라, 다시 테라 길드로 복귀해서도 계속 연락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와 지인들에게 클라우드 가드를 소개시켜 주었고, 의뢰인들이 원하는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업무를 수행해 주자 입소문이 나고 있었다.
게다가 유지운이 헌터협회 내에서 좋은 소문을 퍼트리고 있어 알게 모르게 클라우드 가드의 이미지가 좋게 포장되고 있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클라우드 가드의 뒤에 테라 길드가 있다는 걸 무의식중에 신경 쓰는 것도 있었다.
“다행이야. 그보다 렌은 어떻게 지내지? 연락을 자주 하고 있겠지?”
-네. 정기적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지만 요즘 바쁜지 목소리도 듣기 어렵습니다.
“그래? 알았다.”
혹시나 싶어 렌의 소식도 물었는데 곽철용도 알지 못하는 듯했다.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정보가 교류되는 것을 보니 신상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차후 시간이 나면 만날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크 사이드와의 싸움이 어려운 건가?”
지난번 렌은 곽철용과의 만남 이후 다크 사이드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암흑가를 완전 지배하려면 기존의 3대 세력 중 하나인 다크 사이드를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없애야 했다.
다행히 몇몇 어쌔신들이 렌에게 항복하고 들어왔으나, 그들은 철옹성처럼 건재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렌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김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길드장님. 혹시 시간 되시면 잠깐 뵐 수 있겠습니까?
“응? 무슨 일이라도 있어?”
-도움을 구하고 싶습니다.
렌은 김강현과 대화를 하자마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직감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음을 파악한 김강현은 바로 렌이 만나고자 하는 장소로 움직였다
* * *
약속 장소는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적한 일식집으로, 인적이 드문 곳이라 차가 없으면 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시간 될 때 운전면허증도 따는 게 좋겠어.’
자동차가 없으니 멀리 이동할 때 불편했다.
물론 회사에서 지급되는 자동차가 있지만 운전면허증이 없어 기사가 없으면 마음껏 쓸 수 없었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를 넘어가고 있으니 부르기도 애매모호한 시간.
지상에선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어려우니 결국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어떤 분의 성함으로 예약하셨나요?”
“렌입니다.”
“아, 3호실로 모시겠습니다.”
도착한 김강현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에 있는 직원이 안내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비싸겠는데? 아니, 어떻게 이런 곳을 안 거야?’
곳곳에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몸가짐과 예의범절이 잡혀 있었다.
게다가 모든 식사가 예약으로 진행되고 있어 금액이 꽤 비쌀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약간 분위기가 이상한데?’
이곳을 처음 방문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딱딱하고 직원들 얼굴이 모두 굳어 있었다.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김강현은 방으로 들어가자 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에 봤을 때와 달리 살이 꽤 빠져 있는 데다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다.
“고생이 많나 보네. 얼른 앉지.”
“네. 주문은 제가 알아서 시키겠습니다.”
렌은 직원을 통해 이곳의 스페셜 메뉴를 주문했다.
“그나저나 이런 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저도 여기는 처음입니다. 정보 거래를 하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아서요.”
“이 방에서 소리가 나가는 것을 막을 테니 편하게 이야기하지.”
그 말에 렌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말도 조심스럽네요. 여긴 암흑가 상인들의 거래 장소, 암휴(暗休)라고 하더군요.”
“일종의 접선 장소구나.”
“서울에 몇 군데 있는데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숨기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더군요.”
“다크 사이드의 눈이 곳곳에 있다?”
“맞습니다.”
렌은 김강현을 만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크 사이드는 점조직 형태로 조직이 운영되고 본거지를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들은 직접 청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항상 청부 대리인을 통해 의뢰를 받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청부 대리인을 미행하여 다크 사이드의 어쌔신과 접촉하기를 기다렸고, 이들이 접선하는 순간 어쌔신을 붙잡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다크 사이드의 은신처와 본거지를 토해내게 하려고 했지만.
놈들은 특정 단어를 내뱉으면 자살하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관리자급의 어쌔신을 붙잡아도 마찬가지.
똑같은 마법이 걸려 있어 본거지를 발설할 수 없었다.
결국 렌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내부에서 척살령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게 도움을 청하는 건가?”
“맞습니다. 계획이 틀어져 혼자서 다크 사이드를 상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크 사이드 수장의 실력이 S급은 아니지만 그에 가깝고, 따르는 어쌔신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네.”
그 말에 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정확히 3일 전부터 렌을 노린 다크 사이드의 습격이 시작됐다.
어딜 가든 다크 사이드는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 내역을 도청하여 렌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았다.
그래서 김강현과의 전화에서도 길게 전화하지 못하고, 보안이 철저한 암휴를 이용해 만남을 청한 것이었다.
“좋아. 이번 일은 내가 돕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아니야. 어차피 렌의 일이 테라 길드를 위한 일이니까. 아직 네 배후가 다크 사이드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니, 이 틈에 바로 움직이는 편이 좋겠어.”
“좋은 생각이군요.”
‘길드장님이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지.’
한편, 렌은 유럽에서 자신의 기척을 감지하고 단숨에 제압한 김강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때는 적으로 만나 정신없었지만 이번에 같이 싸우면 옆에서 김강현의 기술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의 생각으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김강현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리자급의 어쌔신들을 상대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강해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자결용? 아니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먹는 건가?”
“후자 같습니다. 덕분에 몇몇 놈들을 놓치기도 했으니까요. 목숨을 담보로 강해지는 것인지 중간에 마나 폭주와 함께 죽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렌은 변수를 없애기 위해 김강현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그것의 이름은 골든 크라운이라고 하더군요.”
“골드 크라운?”
‘금색 캡슐과 비슷한 아류인가?’
약의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비천 길드를 통해 암흑가에 유통된 금색 캡슐이 떠올랐다.
비천 길드는 흑무의 암약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비천 길드장은 흑무가 건넨 금색 캡슐의 부작용으로 괴물이 되어 죽었다.
금색 캡슐의 재료는 사람의 심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헌터협회와 연화 길드가 연합하여 암흑가에 숨겨진 금색 캡슐을 찾아 모두 폐기 처분했었다.
“먹는 순간 놈들의 기세와 마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마나에서 금빛이 돕니다. 게다가 모든 상처가 치료되니 위급한 상황에서 놈들이 삼키더군요.”
“생각보다 자세히 알고 있구나.”
“어휴, 놈들에게 당한 게 몇 번이나 됩니다. 덕분에 죽다 살아났고요.”
김강현과 함께 있기 때문일까?
처음엔 긴장으로 가득했던 렌의 모습이 점점 풀어지더니 어느덧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식당에서 준비한 음식들이 방에 도착했다.
계속 방에 들어오는 음식들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할 정도로 푸짐했다.
‘눈동자가 불안해?’
그런데 음식을 세팅하는 직원들의 기색이 여전히 긴장한 채였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이라면 초보가 아닌 이상 이런 일에 익숙할 텐데 긴장하는 것이 이상했다.
‘설마?’
“잘 먹겠습니다!”
직원들이 음식을 세팅하고 나가자 렌이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멈춰.”
“네?”
“뭔가 이상해. 잠깐만 기다려라.”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느꼈던 찝찝함을 확인하기 위해, 김강현은 기감을 넓게 펼쳤다.
* * *
-혹시 들킨 게 아닙니까?
“아직이니 걱정 마라. 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우리도 움직인다.”
-네. 길드장님.
‘정말 들킨 건가? 철저하게 준비를 했건만. 뭐가 문제였을까?’
다크 사이드의 수장 암월은 방에 특수 설치된 CCTV를 통해 김강현과 렌의 모습을 살피며 어쌔신들에게 무전으로 말했다.
그는 어쌔신들에겐 태연했지만, 불길한 느낌이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동행자가 변수인가?’
처음 렌이 다크 사이드의 외부 거점들을 공격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불나방 한 마리가 덤비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에 몇 개의 외부 거점들이 당하고, 관리자급의 어쌔신들이 죽었다.
바로 나서서 상황을 파악하니 자신이 판단을 잘못한 것이었다.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어쌔신이다. 길드원들로는 상대할 수 없어!’
시신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렌의 실력을 파악한 암월은 현재 다크 사이드에서 상위 어쌔신들을 모두 소환하여 이곳에 집결시켰다.
물론 사전에 내부 정보망을 통해 이곳에서 렌이 누군가와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오늘 끝장을 봐야 한다!’
암월은 초조함에 손톱을 이빨로 잘끈잘끈 씹었다.
의뢰인들 사이에서 다크 사이드가 한 명의 어쌔신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조금씩 돌고 있었다.
방치했다간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의뢰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에 길드 전체를 움직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외국에서 특수한 약까지 구했고, 앞서 길드의 어쌔신들을 통해 효능이 있음을 확인했다.
‘고작 두 명이다! 나와 길드원들이 나서면 없앨 수 있겠지.’
암월은 화면을 통해 김강현을 자세히 살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렌을 죽이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라고 암시를 걸며 불안감을 없앴다.
‘탐지 마법인가?’
그 순간, 암월은 낯선 마나가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 또한 대비하여 각종 아티팩트를 착용해 적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감지하게 못하게 해뒀다.
혹시나 싶어 다시 화면을 보니 놈들의 움직임은 그대로였다.
‘어서 먹어라. 먹으면 반은 성공이다!’
테이블 위에 올라간 음식에는 무향무미의 마비독과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약을 섞어놓았다.
눈치를 채더라도 이미 독과 약을 먹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대처한다 하더라도 그사이 죽일 생각이었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곧이어 김강현과 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것이 보이자, 암월은 미소를 띠었다.
비록 복면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눈꼬리가 휘어져 있어 기분이 좋음을 알 수 있었다.
“1분 후 놈들을 습격할 테니 준비해라.”
-라져!
어쌔신들에게 무전을 날린 암월은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며 싸움에 합류할 준비를 했다.
1분은 독과 약의 효력이 나타나는 효력의 시간.
물론 마나를 운용하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암월을 비롯한 다크 사이드의 어쌔신들은 숨죽인 채 김강현과 렌을 지켜보았다.
콰아아아앙!
“무슨 일이야?!”
-모, 모르겠습니다. 상황 파악 후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식당에서 폭발음과 함께 천장에서 뿌연 연기가 솟구쳤다.
암월이 다급히 무전기를 향해 소리치자 식당 내부의 어쌔신에게서 바로 연락이 왔지만.
그 또한 연기로 시야로 가려진 상태.
-기, 길드장님! 천장에 구멍이 뚫린 채 사라…… 컥!
-암혼 12호의 생체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바로 주변 수색에 들어갈까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주변 어쌔신들의 무전이 계속 날아들었다.
암월은 판단을 내려야 했다.
다행히 복면을 써서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당황스러움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 *
‘이게 가능한 일인가?’
렌은 기이한 김강현의 능력에 할 말을 잃고 식당 내부에 있는 어쌔신들을 처리해 나갔다.
식당 내부는 갑작스러운 폭발로 시야가 어둡고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혼란했다.
그런데 김강현의 말대로 움직이자 어쌔신들을 파악하고 바로 공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적들이 숨어 있을 줄이야.’
만약 김강현이 아니었다면 정말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뻔했다.
그는 5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지금부터 내색하지 말고 들어. 식당 내부에 10명, 외부에 30명의 어쌔신들이 있다.]
기감을 펼쳐 어쌔신들을 확인한 김강현은 렌에게 메시지 마법으로 내용을 전달했다.
아티팩트로 기척을 완전히 감추어도 어쌔신 특유의 호흡과 마나의 성질은 감출 수 없었다.
앞서 렌이 김강현에게 당한 수법.
렌은 김강현의 메시지 마법에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어쌔신들이 숨어 있다면 이곳을 지켜보고 있을 거다.’
[식당 내부에선 종업원들과 손님들로 위장해 있고, 밖은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하고 있어 함부로 움직이면 표적이 될 거다. 아마 음식에는 독이 섞여 있겠지.]
김강현은 어쌔신들의 패턴을 읽었고, 그 예측은 정확했다.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사람들의 분위기가 얼굴들이 이상했다.
자신들이 오기 전에 어쌔신들에 의해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이해되는 상황.
[내 마나를 조금 나눠주지. 만약 음식에 독이나 약이 들어 있다면 없애 버릴 수 있을 거다.]
메시지 마법과 함께 김강현은 자신의 인피니티 마나를 소량 넘겨주었다.
그의 인피니티 마나는 공격성이 강하고, 다른 마나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예상대로 음식에는 먹기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독과 약이 들어 있었다.
물론 인피니티 마나는 그들의 몸에 들어오는 독과 약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세상에 이런 힘이 있구나.’
기이한 경험.
렌은 김강현이 강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몸에 들어온 김강현의 마나는 렌의 마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독과 약 기운만큼은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 버렸다.
아니, 오히려 천천히 렌의 마나에 스며들며 기운을 북돋고 있었다.
덕분에 며칠간 피곤했던 몸이 회복되며 점점 컨디션이 올랐다.
[10초 후 폭발음과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김강현은 겉으로는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메시지 마법으로 계획을 전달했다.
[지금!]
메시지 마법과 함꼐 김강현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젓가락을 문밖으로 던졌고, 왼손에는 오러를 실어 천장으로 쏘았다.
콰아아앙!
건물은 목조 건축으로 지어져 있어, 천장을 이루고 있는 나무 기둥들이 부러지며 뿌연 먼지가 날렸다.
“컥!”
“커어억!”
김강현이 쏘아 보낸 젓가락은 바로 어쌔신들의 머리로 향해 단숨에 그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너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들은 대항하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다.
“꺄아아악!”
“사, 사람 살려!”
“지, 지진이야?! 건물이 무너진다!”
천장이 무너지면서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이 금이 가거나 부서져 건물이 흔들렸다.
영문을 모른 채 각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황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뿌연 나무 먼지와 흙먼지로 한 치도 보이지 않았지만 살겠다는 생각뿐.
“이쪽으로 오세요. 밖으로 나가는 문입니다!”
그 와중에 몇몇 직원들이 비상구로 향하는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인도했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 목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젠장, 놈들을 찾아!”
“천장에 구멍이 났어! 밖으로 도망갔을 거야!”
식당 내부에 있는 어쌔신들은 당황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며 무전으로 명령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그때,
“크윽!”
“컥!”
“놈들이 여기 있-!”
어쌔신들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이를 본 어쌔신들이 무전으로 상황을 알리려고 했지만, 이미 김강현과 렌의 칼날이 그들의 목을 베거나 심장을 찌른 뒤였다.
“어서 나라도!”
“어림없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적들은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섞여 있었으나, 김강현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단숨에 그의 뒤로 가 숨통을 끊었다.
‘지금 한 놈이라도 죽여야 나중에 덜 피해를 본다.’
김강현과 렌은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기척을 감춘 자들만을 골라 공략해 나갔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시야를 무기 삼아 은신하고 있었다.
‘천장은 기만책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놈들의 수를 줄인다!’
포위망이 펼쳐졌다면 이를 탈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
하지만 김강현은 반대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천장을 부수고 내부에서 어쌔신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끄아아앗!”
“살, 살려줘!”
“젠장, 이대로 죽을 것 같냐?!”
“어쌔신들 따위에게 당할 것 같아?”
“이 자식들 반드시 기억한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죽여!”
그런데 밖도 대혼란이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정보 상인들과 헌터들.
다크 사이드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었다.
이에 그들 또한 살기 위해 가지고 있는 암기들과 무기를 꺼내 대항을 시작한 것.
“인피니티 포스!”
“저놈을 죽여!”
김강현은 내부의 어쌔신들을 모두 죽이고 밖으로 나오다 이 광경을 보았고, 바로 마검을 들고 어쌔신들을 향해 오러를 휘둘렀다.
“모두 피해!”
맹렬한 오러의 기세에 막을 수 없음을 느낀 암월이 어쌔신들에게 소리쳤다.
다행히 어쌔신들도 바로 피한 덕분에 다친 자는 없었다.
“너희가 노리는 건 우리잖아? 다른 사람들은 보내는 건 어때?”
“처음부터 알고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
“그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말고 깔끔하게 싸우자고.”
김강현은 정확히 암월을 향해 말했다.
“길드장님! 목격자들을 살려줄 필요가!”
“가라. 대신 이곳의 일을 발설했다간 검은 낫이 목을 노릴 테니 조심해라.”
암월은 조금이라도 어쌔신들의 힘을 비축하고자 살행을 목격한 자들을 관대하게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반박할 어쌔신은 없었지만, 암월의 경고에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 다크 사이드!”
“젠장, 하필 이 녀석들의 일에 휘말렸어?”
암월의 말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작게 중얼거렸다.
암흑가의 삼대 길드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아직까지 그 위세가 양지까지 어마 무시한 곳.
암월의 말대로 다크 사이드의 경고를 무시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조용히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결국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