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S급 던전 (76/119)

3장. S급 던전

“갑자기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고 하니 당황스럽지만 기쁘기도 해요. 하지만 만나지 않고 이대로 지내는 게 좋겠어요.”

“왜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일반적인 가족이라면 괜찮겠지.”

“흐음.”

이수진은 집안일을 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읽고 있었다.

김철진의 집안이 평범한 가정이라면 만나도 상관없으나, US 그룹이었다.

김고엽의 행보 하나하나에 뉴스가 나올 정도로 유명한데, 연을 끊고 사는 자식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US 그룹은 물론이고 집안에 기자들이 들이닥쳐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했다.

“이미 강현이가 엮여 있지만, 연을 끊었던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어서 부른다고 하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이수진은 지금 이대로 서로 선을 유지한 채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강현이는 위험한 헌터 일보다는 평범하게 회사 일만 하면 안 되는 거니?”

“죄송해요. 어머니.”

원래 부모 마음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자식이 안정적인 일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

하지만 이수진의 질문에도 김강현의 대답은 확고했다.

‘언젠가 회사 일에 몰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

가족들에게는 말하기 어렵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자신과 연관된 사건들이었다.

테라의 인연들도 있고.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김강현은 헌터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제 잠시 잊고 있었던 던전과 테라와의 연계성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할 시기였다.

* * *

영국에서 돌아온 지 2주가 흘렀다.

김강현은 이 정도면 모든 길드원들이 휴식을 취했다고 판단하고 던전 사냥을 제안했다.

“아직 다들 안 왔나?”

“빨리 나왔더니 여유롭게 왔네. 금방 오겠지.”

김강현은 끝없이 펼쳐진 성벽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헬릭스의 물음에 답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남한산성.

경기도 광주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지각할까 싶어 서둘러 나왔는데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보다, 여기가 테라의 간섭이 심한 던전이라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상 확신할 수 없구나. 하나 다른 게이트들보다 상태가 불안해.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게이트가 터지면서 던전 안의 몬스터가 나올 것은 확실하다.”

헬릭스는 영국에서 귀국한 이후 틈틈이 던전에서 테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지구와 테라 사이를 나누는 차원에 벽에 틈이 생겨 던전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짐작했다.

게다가 마왕 지그문트가 강림했으니 그사이 틈이 더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던전이 생겨난 이유를 찾고, 원인을 없앨 계획이었다.

“지운 님에게 듣기로도 클리어하기가 까다로워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고 해.”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군.”

사전에 김강현은 던전에 대한 조사를 유지운에게 부탁했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헌터폰을 통해 출입을 신청했겠지만, 그들이 들어갈 곳은 헌터폰으로 신청이 불가능한 던전이었다.

유지운은 김강현에게 연락을 받고 테라 길드가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을지 고심했으나, 던전에 들어가는 명단을 확인하니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과 관련된 정보들을 건네주었다.

유지운이 넘겨준 정보를 살핀 김강현과 헬릭스는 이 던전이야말로 지금 테라 길드에 딱 알맞은 던전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응? 일찍 왔구나.”

“그동안 몸은 회복하셨나요?”

“물론이지. 잘 먹고 푹 쉰 덕분에 예전 컨디션을 다 회복했다.”

뒤이어 나타난 사람은 검천호.

그는 다크 위저드 록스와의 싸움과 바실리스크 레이드의 후유증으로 고생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회복, 아니, 전보다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비록 몸 상태는 좋지 않았으나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검 어르신. 혹시 세계헌터협회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응? 각 나라의 헌터 협회의 상위 기관인 만큼 알고 있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그럼 그들이 제 조사를 하고 있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지운이에게 들은 모양이구나.”

“네. 검 어르신이 그들과 친분이 있다는 걸 지운 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김강현은 다른 길드원들이 도착하기 전, 검천호에게 세계헌터협회에 대해 물었다.

‘이 녀석 정도면 알아도 괜찮겠지.’

검천호는 잠시 대답을 보류한 채 생각했다.

세계헌터협회는 비밀에 싸인 조직으로 내부 구성이나 조직의 운영에 대해선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하여 누군가에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지만, 김강현이라면 믿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파악하기로도 세계헌터협회의 시선은 김강현에게 향해 있었다.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미리 언질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 초창기에 그들이 만들어질 때 개입했었고, 나중에는 위원회 자리에 들어올 것을 권유받았지. 하지만 그들에게 속박되는 것이 싫었다. 항상 음지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음대로 원하는 사람과 싸울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부했느니라. 아마 지운이에게 들었다면 한국 헌터협회장, 그 사람이 위원회에 속한 헌터라는 것도 알겠구나.”

“네. 그럼 위원회에 속한 헌터들은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세상에 알려지지 말아야 할 일들, 혹은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그들이 음지에서 해결하고 있지. 물론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들도 있을 것이니라.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들은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하지 않아. 오로지 세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지.”

“선과 악의 대립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마 이번에 나타난 마왕 지그문트 사건도 분명 그들에게 보고되었을 거고, 놈을 찾기 위해 움직였을 것이니라. 그들은 지구의 평화에 위협이 되는 자들을 조사하고 있으니까.”

“그 말은 제가 그들이 만든 평화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된 건가요?”

김강현이 검천호의 이야기를 곱씹어 생각하니 이런 판단이 나왔다.

헬릭스 또한 김강현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그건 아니다. 개인적인 정보망을 통해 알아보니 갑작스레 나타난 김강현이라는 헌터가 의심스럽다고 했다더구나. 이렇게 단기간에 실력을 드러낸 헌터는 없었으니까.”

“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야. 나조차 이세계에서 네가 경험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그들과 똑같은 판단을 했었을 테니까.”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곳 인간들의 기준으로 S급 헌터나 다름없으니 말이구나.”

헬릭스의 중얼거림에 김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검천호의 이야기를 듣자, 튀어나온 못이 망치질을 당하는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그가 의심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그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으니 내가 도와주어 성장한 것으로 잘 치장했지. 이 정도면 충분히 합당한 결론을 내렸을 거다. 그럼 네게 개입하는 일은 없겠지.”

검천호는 세계한터협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그들과 친분이 있어 꾸준히 연락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김강현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안 협회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던 것.

“이건 내 판단이나 너무 그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네가 크게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들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거고, 내가 보는 너라면 그들과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음, 다행이군, 근데 그곳의 수장은 어떤 인간이더냐? 이런 세력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김강현과 관련된 이야기가 정리되자 헬릭스가 이때라는 듯이 물었다.

헬릭스 또한 게이트와 던전을 관리하는 헌터협회에 궁금증이 미쳐, 세계헌터협회장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 몸이 알아낸 것이 전무한 적은 처음이었지.’

아무리 인간들의 기억을 뒤져도 세계헌터협회장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 수집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지금 살아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협회장은 오로지 세계헌터협회에 속한 위원회를 포함한 몇몇의 헌터들에게만 얼굴을 드러낼 뿐 대외 활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세계헌터협회장을 만난 헌터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헌터들은 음지에 숨어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아는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런데 검천호의 표정이 알 수 없다는 듯 요상하게 변했다.

“세계헌터협회장? 기이한 사람이지. 내가 그녀를 안 지 50년이 넘었지만 전혀 나이를 먹지 않더군.”

“그녀? 50년?”

“허어, 뱀파이어라도 되는 거냐?”

다행스럽게도 검천호는 세계헌터협회장을 본 적이 있었다.

“그건 아니다. 그녀는 어떤 병이나 상처든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 앞에선 거짓말을 할 수 없더군. 뱀파이어처럼 어둠의 힘을 가졌다면 나를 비롯한 헌터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본인이 이야기하기론 늙지 않는 건 능력의 영향이라고 하더구나.”

“잠깐만요. 50년 전이라면 헌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일 텐데요?”

무려 40년 전에 이를 예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대단한 것이지. 미리 이런 시대가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그때부터 헌터협회의 발족을 준비한 것이니까.”

“게이트, 던전, 몬스터. 이들이 등장하고 나서 헌터협회가 나타난 것이 이상했었는데 조금은 이해가 되는구나.”

“그럼 예지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거네.”

헬릭스는 게이트, 던전, 몬스터와 테라를 연관시켜 복합적으로 조사하던 도중, 헌터협회는 게이트가 등장하면서 바로 나타난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대처가 빨랐으니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상황.

당시 국가의 수장들도 지금의 헬릭스와 똑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게이트와 함께 나타난 몬스터들을 처치해야 했고, 한시라도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헌터협회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아프리카 쪽만 봐도 처음엔 헌터협회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점점 게이트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가 많아지고 국민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뒤늦게 사과하고 그들을 받아들였다.

“둘 중 하나구나. 이 모든 일을 계획했거나…… 진실로 헌터의 시대를 대비했거나.”

헬릭스는 그녀에 대한 판단을 극과 극으로 생각했다.

진실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진 확신할 수 없기에 보류할 뿐.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김강현이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 * *

“만약 그녀가 가진 힘이 신성력이라면?”

“뭐?”

“그리고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구나.”

지구에는 많은 신들이 존재하나, 신의 힘인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헌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신성력을 가지고 있고, 신을 통해 예지를 했다면 사건의 조각들이 딱 들어맞았다.

검천호는 김강현의 말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헬릭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나 신들은 그리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야.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 있거나, 평생 카르마를 바치라고 하겠지.”

“설마? 그렇게 하겠느냐?”

“저 말이 맞습니다. 말만 신이지 그놈들도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어요! 오히려 더 영악해서 골수까지 뽑아먹는 녀석들입니다!”

테라의 신들을 기억하자 김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다.

특히, 라셀은 가장 큰 교세를 가지고 있던 테티스 교단과 가장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

‘신은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받들어 모셔야 하고, 교황이라는 자는 쓰레기였지.’

테티스는 자신의 교세를 확장할 수 있는 카르마를 엄청 요구했고 교단은 신앙을 전파하기 바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황은 재물 모으는 것이 취미라 신도들에게 매번 엄청난 교비를 낼 것을 권유하며 귀족들에게 뇌물을 받았다.

그나마 테티스 교단의 성녀와 원로들이 괜찮은 사람들이라 유지되고 있었다.

“하여튼 신들의 말은 믿을 게 안 됩니다. 게다가 지구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신들이 있으니 그들 간의 경쟁도 치열할 겁니다.”

“하긴, 그렇겠구나.”

어떻게 보면 지구에는 각 나라마다 내려오는 신화들이 있었고, 이제는 잊힌 신들까지 합치면 수백 명의 신이 존재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종교들이 있지만, 그들이 나서면 다른 신들도 교세를 확장할 것이 분명할 것이기에 내부에서 엄청난 싸움이 일어날 터.

이러한 김강현의 예상대로, 신들끼리의 싸움 때문에 신의 힘을 가진 헌터들이 없기도 했다.

“길드장님! 헬릭스님! 검 어르신!”

“오, 건이 왔구나.”

그때, 김건이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하며 달려오는데 등에 천으로 돌돌 싸맨 무언가를 지고 있었다.

“응? 녀석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다른데?”

“새로운 아티팩트가 생긴 건가?”

“아주 재미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구나.”

세 사람은 단숨에 김건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네. 연철무 님에게서 라운드 실드 제작이 다 끝났다는 말에 가지고 왔습니다. 짜잔!”

말과 함께 김건은 흥분한 모습으로 등에 지고 있던 라운드 실드의 천을 벗겨냈다.

“뛰어난 무구로구나.”

“지구의 말로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로다.”

“그렇긴 하지만 잘 적응해야죠. 헤헤헤.”

뛰어난 성능의 무구에 김건은 헬릭스의 모진 말도 다 기분 좋게 들렸다.

‘바실리스크의 뿔과 아이언 골렘의 심장을 합쳐 만든 라운드 실드인 만큼 성능이 뛰어난 게 당연하지.’

피어스 실드(S급)

-마나 효율이 뛰어난 바실리스크의 뿔과 단단함의 상징인 아이언 골렘의 심장을 활용하여 S급 블랙스미스 연철무가 심혈을 기해 만들었다. 시전자의 마나를 통해 무구 재생이 가능하고 A급 이하의 공격력은 상쇄시키며 스킬의 위력을 20% 향상시킨다. 시전자의 능력이 부족하여 스킬들이 봉인되어 있다.

김강현은 상태창을 통해 라운드 실드의 정보를 살폈다.

여기에 재생 능력도 가지고 있어 내구력은 무한, 단단함은 당연히 말할 게 없었다.

‘문제는 건의 능력이네.’

라운드 실드의 능력치가 뛰어난 만큼 다루는 시전자의 능력도 중요한데, 아직 김건의 능력이 부족하여 모든 능력을 끌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실력이 성장하고 있으니 금세 봉인된 스킬을 풀고 다룰 수 있을 것이라 김강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연세연도 뒤이어 바로 도착하여 오늘 던전에 들어갈 길드원들이 모두 모였다.

이유하는 마나 전지 개발로, 렌은 암흑가 점령으로 정신이 없어 불참하게 되었다.

“근데 여기 던전이 있었나요?”

“그러게요. 한 번도 헌터폰에서 남한산성에 던전이 있다는 창을 본 적이 없는데?”

김강현의 인솔하에 그들은 남산산성 안쪽의 숲으로 이동했고, 김건과 연세연이 갸우뚱했다.

두 사람은 가면서 헌터폰에 남한산성에 던전이 있나 검색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지금 가는 던전은 비공개 던전으로 A급 헌터들은 알지 못하는 던전이니까.”

“정말 그런 던전이 있습니까?”

“설마 했던 소문이 진짜였을 줄이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들어갈 던전은 S급 던전이니라.”

“네에?!”

검천호의 설명에 두 사람은 너무 놀라 소리쳤다.

지금껏 S급 던전이 있을 거란 이야기가 돌았지만, 실제 S급 던전에 들어간 헌터들은 극소수이며 들어간 헌터들은 대부분 전멸했다는 소문이었다.

그래서 이곳을 클리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두 사람의 불안감을 눈치챈 김강현은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선정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라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고른 던전이니까. 그리고 건은 A급 헌터로 승급됐다.”

“네에? 정말이요?”

말과 함께 김강현은 김건에게 A급 라이선스를 던졌다.

김건이 당황하며 받아 드니 정말로 사진과 함께 A급 헌터를 증명하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김건은 기분이 좋아 얼떨떨하면서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했다.

“유럽에서 테라 길드가 바실리스크 레이드에 참여한 영상들이 전 세계에 오픈되었잖아. 당시 보여줬던 실력이 B급이 아니라 A급이라는 판단하에 무시험으로 특별히 승급된 거야.”

“그럼 길드장님은?”

“난 S급 헌터로 승급했지.”

김강현은 자신만만하게 S급 라이선스를 들어 보이며 자랑했다.

이 자리에 없는 이유하도 A급 헌터로 승급했다.

바실리스크 레이드 이후 김강현을 비롯하여 테라 길드원들의 정보가 타국의 헌터협회에 들어갔다.

유럽과 한국 헌터협회의 요청으로 세계 헌터협회에서 테라 길드원들의 정보에 엠바고를 걸었지만, 이를 활용하여 스카우트를 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 헌터협회로 이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물밑 작업이 들어왔다.

“테라 길드에 속한 B급 헌터들을 특별 전형으로 A급 헌터에 올리는 것은 어떤가?”

이를 확인한 유지운은 바실리스크 레이드 영상을 헌터협회 간부들에게 보여주며 제안했다.

그들은 테라 길드가 바실리스크 레이드에 참여했는지 모르고 있다가 타국의 스카우트 제안들을 알게 되자 깜짝 놀라며 수락했다.

이와 함께 S급 헌터 검천호의 테라 길드 가입도 함께 승인했다.

물론 사전에 유지운과 김강현의 이야기가 있었다.

김강현은 테라 길드원들이 실제론 A급 헌터의 실력과 다를 바 없어 기꺼이 동의했다.

‘덕분에 나도 S급 헌터가 되었으니까 이득이지.’

검천호도 고전한 바실리스크를 혼자서 쓰러트렸다는 것을 참고하여 김강현도 시험 없이 특별 전형으로 S급 헌터가 되었다.

평상시라면 S급 헌터가 탄생했다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한국 헌터협회 위상을 알렸겠으나, 김강현과 테라 길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 세계에서 뜨거운 감자라 비공개하기로 했다.

“S급 던전은 위험도가 커서 S급 헌터가 아니면 헌터폰에서 볼 수 없어. 다른 던전들과 달리 안전을 위해 S급 헌터가 2명 이상 들어가야 하는 만큼 조건도 까다로워서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야.”

“그래서 나도 S급 던전만큼은 쉽게 들어가지 못했었지. S급 던전은 단순히 헌터폰으로 승인되지 않고 헌터협회의 정식 절차가 필요한 만큼 굉장히 까다롭다.”

검천호가 김강현의 말에 설명을 덧붙였고, 헬릭스가 중얼거렸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니라. 조금 더 늦었다면 이 몸은 무단으로 들어갔겠지.”

던전의 비밀을 파헤치던 헬릭스는 A급 던전에는 헌터협회에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S급 던전은 보안이 철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출입은 할 수 있으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보안 장치가 파괴되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당한 방법으로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다행이었다.

“여기다.”

“이게 S급 던전의 게이트?”

“뭔가 무지막지한데?”

남한산성 안쪽 숲으로 10여 분을 걸어가자 드디어 숨겨진 S급 던전의 게이트에 도착했다.

다른 게이트와는 다르게 함부로 안에 들어갈 수 없도록 전자 장비들이 게이트를 둘러싸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기 전에 던전에 대해 설명할 테니 집중해 주십시오.”

김강현은 테라 길드원들에게 유지운에게 받은 정보를 공유했다.

이 던전은 마의 고성이라 불리는데, 내부에는 마나가 아닌 마력이 존재하여 마나 컨트롤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들어가면 바로 숲이 펼쳐져 있고 용아병, 리퍼, 리빙 아머 등 다양한 어둠 계열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며, 숲 중앙에 있는 고성에 들어가 보스 몬스터인 데스 나이트를 쓰러트려야 했다.

“이곳을 고른 이유는 앞으로 이런 종류의 몬스터들과 싸움이 많이 벌어질 것이기에 경험치가 필요해서입니다. 다크 위저드들과 마왕 지그문트와의 싸움을 되뇌어보면 이해될 것입니다.”

그때를 떠올리자 김건, 연세연, 검천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검천호는 다크 위저드에 대해 알지 못해 무방비로 당해 버렸고, 김건과 연세연은 헬릭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평온한 수련보단 이런 위기 상황이 필요해.’

다크 위저드와 마왕 지그문트와의 싸움, 바실리스크 레이드를 겪은 테라 길드원들의 실력은 대폭 성장했다.

그래서 위기일 때 길드원들이 더욱 성장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더 위험한 곳을 선정한 것도 있었다.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각자 정비 점검을 마치자, 김강현과 검천호는 S급 라이선스 카드를 게이트 입구에 등록했다.

그와 함께 잠시 버퍼링이 걸리더니 전자기기에서 음성이 나왔다.

-S급 던전, 마의 숲 출입이 승인되었습니다.

우우우웅! 쿠웅! 쿵!!

그 순간, 게이트를 감싸고 있던 전자 장비들이 움직이더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입구가 열렸다.

S급 던전은 상주하는 사람 없이 미리 사전에 헌터협회에서 승인된 헌터만이 S급 라이선스 카드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자,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무엇이 있을지 기대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연과 함께 또 다른 진실과 마주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때의 이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 * *

테라 길드원들은 고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용아병들과 리빙 아머들 때문에 숲을 돌파하는 데 고전하고 있었다.

처음 숲에 진입했을 때는 용아병들이 한두 마리씩 나타나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몬스터들의 수가 셀 수 없이 늘어나 숨을 조금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김건이 디펜더로서 전면에 나서고, 검천호는 워리어로 김건을 서포트했다.

연세연은 후방에 위치하여 김건과 검천호를 지원하며, 김강현은 리베로 역할을 맡아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

헬릭스는 공중에서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김강현에게 공유해 주며, 가능하면 몬스터들이 없는 곳으로 길 안내를 했다.

“크아아아앗!”

“검 어르신. 놈들이 오른 방향에서 올 겁니다.”

“걱정 마라. 이쪽이 뚫릴 일은 없을 거다. 건아, 할 수 있겠지?”

“크윽! 물론입니다!”

“세연이는 어때?”

“아직 괜찮아. 이대로 가자.”

“헬릭스!”

“이대로 직진해라. 양쪽에서 놈들이 오고 있어 그냥 돌파한다!”

몬스터들과 용아병, 리빙 아머가 각각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에 특화되어 있어, 같이 나타나니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젠장, 용아병들 사이에 그림 리퍼가 껴 있습니다!”

“검 어르신! 길을 만들어 주십시오!”

“오냐!”

그때, 김건이 용아병들 사이에서 거대한 수확용 대낫을 들고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언데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동안 몬스터들을 견제하던 김강현은 그림 리퍼의 등장에 검천호에게 서포트를 부탁하며 전면에 나섰다.

“우우우우우!!”

그림 리퍼는 테라 길드원들을 발견하자 대낫을 크게 들며 바람을 타고 달려들었다.

그는 죽음을 관장하는 악마형 몬스터로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고, 마법 저항력도 높아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게다가 저 대낫으로 상대방의 영혼에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스킬을 시전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되면 단기간에 회복이 불가능했다.

“인피니티 포스!”

순식간에 마검에 오로라 형상의 마나가 맺히고, 김강현의 키를 훌쩍 넘는 오러 소드가 만들어졌다.

그 기세는 주변에 있는 테라 길드원들과 몬스터들이 움찔거릴 정도로 위협적이었지만, 그림 리퍼도 밀리지 않을 기세로 마력을 뿜어냈다.

‘일격에 끝낸다!’

찰나의 판단에 일행의 안전이 달렸기에 김강현은 전력을 드러냈고, 그림 리퍼의 대낫과 부딪쳤다.

“우우우우우우!!!”

“꺼져 버려!!”

부딪친 두 개의 힘은 팽팽하게 유지되었다.

서로 힘겨루기가 시작되나 싶던 찰나,

김강현의 외침과 함께 마검에서 뿜어지는 오러의 기세가 강해지며 순식간에 그림 리퍼의 대낫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오러 폭풍이 그의 몸을 덮쳤다.

콰아아앙!!

뒤이어 그림 리퍼의 뒤편에 있던 용아병들과 리빙 아머들이 오러 폭풍에 휘말린 채 순식간에 50m가 폐허로 변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몬스터들은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소멸했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진 거야?’

단순히 땅을 폐허를 만드는 것이라면 이 자리에 있는 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용아병들과 리빙 아머들을 소멸시키는 것은 쉽게 불가능했다.

그들은 최소 A급 몬스터로, 종종 S급 몬스터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돌변연이 같은 녀석들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일격만으로 없앨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검천호도 김강현처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모두 정신 차리거라! 양옆에서 또 다른 무리의 용아병들과 리빙 아머들이 오고 있느니라!”

“그래. 맞지. 세연아, 강현이 호흡을 고를 동안 도와주거라.”

“네. 검 어르신!”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아. 괜찮아!”

그때, 하늘에서 들리는 헬릭스의 호통 소리에 테라 길드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눈앞의 적에 집중했다.

이 순간에도 용아병들과 리빙 아머들이 사방에서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얼마나 던전이 방치되고 있던 거야?!’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보통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일정 주기로 토벌하여 수를 조절하는데, 이곳은 처음 탐사를 위해 들어온 이후 아예 출입이 없었던 만큼 몬스터들의 숫자가 포화 상태가 다름없었다.

‘시간을 들여 건과 세연이 상대하면 좋을 것 같은데!’

몬스터들 사이로 종종 그림 리퍼, 데스 나이트 등 쉽게 상대하기 어려운 적들이 등장하면 김강현과 검천호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김건과 연세연의 수련 상대로 딱 적합하나, 환경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용아병들과 리빙 아머들을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김강현을 포함한 테라 길드원들은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계속 고성을 향해 전진했다.

‘이제야 마력의 특성이 이해되는구나. 처음부터 대항할 수 없게 강대한 힘으로 없애 버려야 했어!’

검천호는 쉴 틈 없이 싸우며 마력을 다루는 몬스터의 공략법을 찾아냈다.

지난번 록스나 바실리스크와 싸울 때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마력이 마나와 똑같다고 생각해서였다.

덕분에 이번 S급 던전 레이드에서는 이런 종류의 적을 만났을 때의 대처 방법을 확실히 머릿속에 정리하며 각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강한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행복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확실히 잃어버린 감각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김강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싸움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테라의 라셀은 평상시 언제 어디서 적이 공격할지 몰라 항상 날카롭게 감각을 유지한 채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했었다.

‘그동안 많이 나태해진 만큼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감각을 잊고 살았다.

지구의 평온함에 물들어 버린 것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안전을 추구해 버린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한 김강현은 헬릭스와의 수련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둘은 수련할 때 치열하게 겨루지만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우지 못했다.

서로 영혼의 계약으로 묶여 있는 만큼, 본능적으로 목숨에 위협이 되는 공격이나 패턴은 피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일부러 위험한 S급 던전을 선택한 이유기도 했다.

‘길드장으로서 통솔과 분석 능력도 키워야 해!’

또한 개인적으로 자신이 역량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동안 혼자서, 혹은 헬릭스와 함께 싸우다 보니 나중에 길드원들을 데리고 던전 레이드를 할 때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지휘나 통솔은 검천호와 헬릭스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몬스터를 분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직접 레이드를 지휘해야 했다.

이렇게 김강현과 검천호가 S급 던전 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면, 김건과 연세연은 절실하게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아직 더 할 수 있어!!’

연세연은 식은땀을 흘리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적들을 상대하다 보니 계속 마나가 소모되었고, 주변에 마력이 흐르고 있어 평소보다 마나 운용이 2배는 힘들었다.

마나를 포션으로 보충한다 해도 고갈된 정신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길드원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계속 싸우고 있었다.

‘모두가 앞서 나가는데 가만있을 수 없어!’

이러한 이유는 초조한 마음이 컸다.

그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검천호와 김강현은 이미 실력 차가 커서 경쟁심을 느낄 수 없었지만, 기존의 길드원이었던 김건과 이유하, 그리고 새로 영입된 렌은 아니었다.

김건과 이유하는 처음엔 B급 헌터로 자신보다 실력이 낮았다.

하지만 바실리스크 레이드를 끝내고 보니 김건은 어느덧 자신의 목표를 명확하게 정한 채 꾸준하게 강해지고 있었고, 이유하는 마나 전지를 개발하고 또 다른 소재를 개발하는 등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렌은 길드에 가입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여 암흑가 지배에 나서고 있었다.

이에 자신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가득 찼다.

“허엇!”

‘마, 마나 역류가!’

허공에 얼음송곳을 만들어 몬스터들을 향해 쏘아 견제하거나 움직임을 늦추고 있던 연세연은 순간 무리한 탓인지 마나 흐름이 꼬이며 얼음송곳의 방향을 잘못 지정했다.

“건아, 피해!!”

“네?”

총 5개의 얼음송곳 중 2개가 김건을 향해 쏘아지자, 연세연은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김건은 아직 눈앞의 용아병들과의 싸움에 정신이 없어 대답만 간신히 할 뿐.

연세연은 공격을 상쇄시키기 위해 급히 마나를 운용해 두 개의 얼음송곳을 만들어 날리려고 했다.

하나 일전의 마나 역류로 얼음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런 어떡하지?’

뒤늦게 얼음송곳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파악한 김건은 찰나의 순간 고민했다.

‘눈앞에는 세 마리의 용아병, 뒤에는 얼음송곳. 그렇다면!’

김건은 등 뒤의 공격은 무시한 채 용아병에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피어스 실드를 휘둘렀다.

지금은 세 마리의 용아병들뿐 아니라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얼음송곳을 피했다간 간신히 자리를 잡은 포메이션이 흔들려 길드원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좋은 결정이니라.”

“이쪽은 걱정 말고 계속 싸워라!”

콰아아아앙!!

이렇게 김건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인지, 그의 등 뒤로 헬릭스의 검은 불꽃과 김강현의 오러가 날아들어 얼음송곳들을 파괴했다.

만약 얼음송곳을 피했거나 그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면 오히려 김건이 많이 다쳤을 것이었다.

“너무 무리한 듯싶은데, 괜찮아?”

“아, 응. 괜찮아. 아직 좀 더 할 수 있어.”

“오늘만 이렇게 싸울 게 아니야. 체력을 비축하고, 옆에 있는 나와 길드원들을 믿고 싸우도록 해.”

“후우, 알았어.”

그리고 실수한 연세연에게는 책망하기보단 놀란 마음을 수습할 수 있도록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앞으로 최소 4일 이상 이곳에서 계속 몬스터들과 싸워야 하는 만큼 팀워크가 중요했다.

김강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연세연을 살피며 계속 몬스터들과 싸웠다.

“강현아.”

“네, 검 어르신.”

“저게 뭐냐? 놈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구나.”

검천호의 말에 김강현은 헬릭스와 함께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아무래도 이 숲의 우두머리가 나타난 모양입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돌격만 했다면 이제는 전략을 내세워 싸울 것이니라.”

김강현과 헬릭스의 생각이 일치했다.

거의 6시간을 쉬지 않고 몬스터들과 싸웠는데, 그동안 그들은 무조건 정면 승부였다.

그 이유는 그들을 이끄는 보스가 없었기 때문.

하나 이제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몬스터들보다 강대한 기운을 가진 녀석이 감지되었다.

다른 길드원들도 서서히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