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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길드원 영입 (71/119)

7장. 길드원 영입

“잠깐 실례 좀 하지.”

“네?! 우아아아앗!!”

해결책을 떠올린 김강현은 허리에 매달려 있던 렌을 위쪽으로 내던졌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대항하지 못한 렌은 비명 지르며 날아갔다.

‘무너지지 않게 힘 조절을 하면 돼!’

김강현은 몸을 회전시키며 마검을 휘둘러 벽을 깨부쉈다.

물론 이것만으로 솟구치는 화염 기둥을 막을 수 없었지만, 벽 너머에는 분수대에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가 있었다.

이를 같이 부수자 물탱크의 물이 순식간에 불길을 덮쳤다.

콰앙! 콰르르릉!

“무, 무너진다!”

“괜찮아. 죽지 않아!”

그때, 마나 폭탄의 영향으로 비상 엘리베이터 통로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서움에 렌이 소리치는 사이 김강현이 그를 낚아채며 지상을 향해 날아갔다.

금방 꼭대기가 보였다.

“여, 여기서 정면을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렌의 말대로 김강현은 비상 엘리베이터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몸을 날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폐쇄를!”

지상의 은신처에 도착하자 렌은 비상 엘리베이터 통로를 폐쇄하는 버튼을 눌러 불길이 이곳에 올라오지 않게 막았다.

불은 공기가 없으면 타오르지 않으니 지하의 불은 반나절이 후엔 꺼질 것이었다.

“사, 살았다.”

“죽지 않아 다행이군.”

이렇게 무사히 목숨을 건지자, 김강현과 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곳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했고, 실생활을 위한 장소였다.

원래 아무에게도 공개할 생각이 없던 장소였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하마터면 내가 만든 은신처 때문에 죽을 뻔했네.’

은신처가 폭발해도 지상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지반 공사를 튼튼하게 했고, 나중에 걸리더라도 싱크홀의 흔적으로 위장할 수 있게 준비해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다만 탈출 타이밍이 너무 아슬아슬하여 지금 목숨이 제대로 붙어 있는 건지 믿어지지 않았다.

‘일단 마음 놓고 쉬고 싶네. 어?’

극한의 시간을 보낸 렌은 당장에라도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뒤쪽에서 살기와 함께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우리끼린 할 이야기가 남지 않았냐?”

“그렇죠. 그렇고말고요.”

조심스레 뒤돌아보니 마검을 자신에게 겨눈 채 미소를 띤 김강현이 있었다.

“일단 물부터 마시고 말해도 됩니까?”

“혹시 도망치거나 허튼짓을 하려는 건?”

“아뇨! 그랬다간 제 목이 단숨에 날아갈 텐데요!”

김강현은 렌의 반응을 보고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을 눈치챘다.

오로라 형태의 붉은 오러.

바실리스크 레이드로 워낙 유명해진 터라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헌터라면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어쌔신인 만큼 정도 빠를 것이었다.

생각보다 대화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 판단한 김강현은 렌이 원하는 대로 약간의 시간을 주었다.

* * *

약 1시간 후.

렌은 어쌔신의 신뢰와 의뢰인의 정보 보호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김강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물론 신뢰 중요하지. 근데 내 목숨이 더 중요해!’

평소라면 내용과 정보에 대해선 절대 발설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

하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피닉스 길드의 루크와 레드 나이트라면 다르지!’

유럽에서 크로스 길드와 함께 절대적인 길드로 손꼽히는 피닉스 길드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세계의 여러 헌터들과 인맥이 있어 어디에 숨어 있어도 자신을 찾아낼 것이었다.

게다가 레드 나이트는 피닉스 길드의 정예들이 모두 달려들어 쓰러트린 바실리스크를 혼자서 쓰러트린 헌터였다.

이 자리에서 허튼말을 했다간 바로 검이 날아와 목을 벨 것 같아, 모든 말을 끝낸 뒤 조심스레 김강현의 기분을 살폈다.

‘마르코 몬스테일? 그가 어째서?’

반면 김강현은 혼란스러웠다.

자신과는 접점이 없는 인물인 데다가 왜 루크와 자신을 이간질시키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루크 님과 이야기를 나눠야 답이 나오겠네.’

그가 경영하는 몬스테일 그룹에서 무기 제조를 하고 있다는 렌의 말을 통해 아레스 그룹이 떠올랐다.

아레스 그룹도 무기 제조를 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아직 완벽하게 렌의 말을 신뢰할 수 없어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했다.

우선 렌의 이야기를 들은 김강현은 다음을 고민했다.

‘이놈을 어떻게 할까? 죽여? 살려?’

가장 좋은 건 렌을 죽이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어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하니까.

살려두면 간신히 여러 사람들이 막은 자신의 정보가 이놈에 의해 유출될 수 있었다.

‘느낌이 안 좋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냐?’

김강현의 침묵과 분위기를 보니 다시 목덜미가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끝까지 대항해 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TV를 통해 본 바실리스크를 죽인 일격을 떠올리니 승산이 없었다.

게다가 여긴 자신의 거처다.

싸우다간 이 집이 날아가는 건 기본이고 주변의 집들도 싸움의 영향으로 모조리 부서질 것이었다.

그래서 김강현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더 이상 할 말은?”

“제발 살려주십쇼!”

말투에 살기가 담겨 있음을 느낀 렌은 필사적으로 김강현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다급히 말했다.

“살려만 주면 모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불쌍한 영혼 구해준다 생각하고 한 번 기회를 주세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살려줄까? 생각해 보면 꽤 쓸 만한 녀석인데!’

겉으론 냉정하게 대답했지만, 김강현은 속으론 갈등하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비록 자신에게 당하기는 했지만, 다른 어쌔신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어쌔신 특유의 스킬뿐 아니라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그는 렌의 마음을 슬쩍 떠보았다.

“동양에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요!”

절실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렌을 보며 김강현은 마음을 정했다.

“좋아. 살려주는 대신 조건이 있어.”

말과 함께 아공간은 양피지 한 장을 꺼낸 뒤 펜과 함께 건넸다.

“지금부터 부르는 대로 적어.”

“알겠습니다!”

렌은 눈을 깜빡깜빡거리다가 얼른 양피지와 펜을 받아 들었다.

‘일단 마법의 흔적은 없어.’

사람의 마음은 간사했다.

우선 위기에서 벗어나자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렌은 계속 머릿속으로 방법을 찾았다.

그는 정보를 다루며 내용 조작 등에 능숙했고, 나중에 위조하거나 파쇄할 계획을 세웠다.

“첫째, 마르코 몬스테일을 조사하여 이번 의뢰의 목적을 찾아낼 것.”

“그 말은 의뢰인을 뒤통수치라는?”

“싫으면 여기서 죽는 수밖에.”

“넵. 바로 쓰겠습니다!”

‘젠장, 잘못하면 밥줄 완전히 끊기겠네!’

눈앞의 검이 무서웠던 렌은 마르코과의 계약을 무시하고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기한은 내일까지.”

“네? 그건!”

스윽.

“당연한 거지요! 아니, 내일 저녁 전에 알아내겠습니다!”

‘망했다! 망했어!’

상식적으로 너무 짧은 시간인지라 욱한 마음에 렌은 반항했지만, 김강현이 오러 실린 마검을 들자 바로 깨깽하며 기를 죽였다.

오히려 시간은 단축시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둘째, 1년간 테라 길드에 소속되어 길드장의 모든 명령을 성실하게 따른다.”

“음.”

‘어쩌면 기회일지도?’

두 번째 조건은 살짝 흥미로웠다.

어차피 중국으로 도망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레드 나이트의 길드라면 안전은 보장된 셈이었다.

게다가 1년이라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셋째. 위 내용을 지키지 않을 시, 길드장의 정체를 허락 없이 밝힐 시, 상대방을 배신할 시 마나를 소멸시킨다.”

“허억!”

이 말에 렌은 배신할 생각을 지워야 했다.

그 순간 바로 헌터 인생이 끝나는 것이고,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의 방문이 예약될 터였다.

“보수는 없습니까?”

“이미 목숨으로 치렀을 텐데?”

“맞습니다! 제가 깜빡했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무보수로 일하는 것인가 싶어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살벌했다.

“그래도 완전히 안 주는 건 경우가 아니겠지.”

“그럼?”

“넷째. 무보수로 일하되, 내부에서 정한 기준보다 높은 성과를 달성했을 때 수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배정한다.”

일을 잘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렌은 속으로 안도했다.

“계약서에는 적지 않겠지만 알아서 훔쳐 배워라.”

“……?!”

“네가 가장 배우고 싶은 건 이 강함일 텐데?”

“……!”

정답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헌터인 이상 강해지고 싶은 욕구는 항상 가득했다.

하지만 강해지는 노하우는 당연히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김강현이 먼저 훔쳐 배우라는 말을 하자 렌의 눈이 크게 뜨였다.

“테라 길드에선 상대방에게 부탁하면 언제든지 수련 상대로 싸울 수 있다. 길드원들에 대한 내용도 조사했을 테니, 그들과 싸운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유용하겠지.”

‘유용한 게 아니라 대박이지!’

렌은 속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자들과 자유롭게 싸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특히 대형 길드일수록 길드원들과의 비무는 서로 다칠 수 있어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가 알아본 테라 길드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다.

렌은 그곳에서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피를 양피지에 떨어뜨리면 된다.”

김강현은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 끝을 이빨로 깨물어 핏방울을 양피지에 떨어뜨렸다.

정말 이 방법이 맞는 건지 헷갈려 하던 렌이 김강현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자, 양피지가 빛나며 수십 수백 조각으로 찢어졌다.

이렇게 찢어진 양피지는 빛무리가 되어 김강현과 렌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 이게 무슨?!”

너무도 갑자기 일어난 일어나 렌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양피지에 언약의 맹세가 걸려 있었고, 서로의 피로 확인했을 뿐. 서로 내용만 잘 지킨다면 아무런 문제 없을 거다. 혹시 쓰고 나서 배신하려던 것은 아니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언약의 맹세가 궁금하면 마르코의 뒷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 봐.”

“억!”

렌이 김강현의 말대로 마르코의 뒷조사를 안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치 쇠사슬로 심장을 구속하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언약의 맹세는 특수 마법으로 서로의 피를 통해 발동한다. 그리고 지키지 않을 시 대가는 목숨인 만큼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걸 왜 이제야! 역시 계약서엔 함부로 사인하는 게 아니었는데!’

1년 동안 완전 코가 꿰었다는 생각에 렌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괜찮을 거야.’

김강현은 꽤 유능해 보이는 렌을 얻게 되어 기뻤다.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헌터인 만큼 자신의 길드로 영입하고 싶었다.

게다가 김강현이 직접 경험해 보니 렌이 가진 능력이 테라 길드에 필요했다.

그 증거는 렌의 상태창에도 표기되었다.

* * *

렌[A급 어쌔신 헌터, 테라 길드]

체력: A 마나: A 근력: A-

민첩: A+ 지능: S 정신력: A

트랩(A+)-은밀하게 함정을 설치하여 적을 유인 사살한다. 또한 적이 설치한 트랩을 분석하여 해체할 수 있다.

소드 마스터리(A)-검 계열의 무기를 사용할 시 숙련도와 공격력이 상승한다.

정보 분석(B)-내용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시 분석하여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사냥술(A)-표적을 지목 시 흔적과 동선을 확인하고, 적의 약점을 파악하여 단숨에 목숨을 끊어놓는다.

‘어쌔신으로 활동하다 보니 정보 능력은 많이 부족한 편이야. 하지만 철용이와 같이 일하다 보면 알아서 성장할 테고, 어쌔신으로써의 능력은 나와 헬릭스가 도와주면 괜찮겠지. 트랩은 길드 건물을 통해 발전시키면 되고.’

혼자서 의뢰를 맡아 수행하다 보니 스킬들이 복잡하게 꼬여 있었지만, 모두 성장시켜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참고로 4일 후 유럽을 뜰 거니, 재산 정리도 어느 정도 해두는 편이 좋아.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주마.”

“네. 알겠습니다.”

‘그냥 협박이잖아! 어휴, 이 자식을 팰 수도 없고.’

약점이 잡혀 버린 렌은 속으로 욕하며 저자세를 취했는데, 이 정도는 허용 범위인지 언약의 맹세가 발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보내긴 아쉬우니 조금 도움을 주지.”

김강현은 렌이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 * *

“안에서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시 루크의 저택에 도착한 김강현은 집사의 안내를 따라 어느 방으로 이동했다.

그 곳엔 테라 길드원들을 비롯하여 루크와 루시아도 있었다.

“어떻게 됐냐? 그놈은 잡았냐?”

“네. 드리겠습니다.”

김강현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렌과 있었던 일들을 공유했다.

나중엔 렌이 계약에 의해 길드원이 되었다는 말에 다들 놀랐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실력은 믿을 수 있는 녀석이었어. 게다가 언약의 맹세까지 했으니 배신은 불가능하고.”

“흐음.”

“일단 믿어 봤으면 좋겠어. 이야기를 나눠 보니 나쁜 놈은 아니었으니까.”

이야기를 하며 김강현은 테라 길드원들에게 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살짝 지웠다.

하지만 사람의 편견은 무서웠다.

어쌔신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헌터이기에 어울리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렌의 모습을 보면 다 잘 어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떻게 보면 마족인 헬릭스가 어쌔신보다 어울리기 어려운 존재였다.

서로 지내다 보면 편견은 없어지고 진심을 알게 될 것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검천호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리 은신처를 튼튼하게 공사했다해도 지반이 꽤 가라앉았겠어. 방치했다간 나중엔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 있으니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하는 것이 좋겠군.”

“그 부분은 내가 시청에 연락해 조치하면 돼. 문제는 해독제인가?”

루크의 말에 모두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조사 중이지만, 누가 독에 당했는지 모른다는 거야.”

“그 점은 확실히 처리했습니다.”

김강현은 품속에서 500㎖의 유리병을 꺼냈다.

안에는 푸른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걸 물과 일대일 비율로 섞은 뒤 마시면 해독이 된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이야?”

“내 몸으로 직접 실험해 봤으니 문제없어.”

김강현은 연세연의 말에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식사를 한 사람들의 몫만 챙겨오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호위를 하던 가드들도 연기를 통해 독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넉넉하게 챙겨왔다.

“강현, 의뢰인이 마르코 몬스테일이 확실하냐?”

“네. 혹시나 싶어 몇 번이나 물었습니다.”

‘마르코! 끝까지 가보자는 건가?’

주변 상황이 정리되자 루크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는 마르코라는 이름을 듣자 심경이 복잡했다.

아레스 그룹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전쟁을 통솔하는 군신, 아레스의 이름을 본따 만든 만큼 무기 제조와 판매하고 있었는데, 몬스테일 그룹과는 경쟁 상대였다.

최근 아레스 그룹에서 만든 무기의 제품과 성능이 훌륭하여 몬스테일 그룹의 지분을 많이 빼앗았다는 보고를 들었는데, 이 때문에 렌을 고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만히 있던 게 실수였나? 놈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살기 어린 루크의 눈빛을 보며 김강현이 조심스레 말했다.

“루크 님, 제안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뭔가?”

“이번 일을 덮고, 아니, 오히려 키워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이상한 제안에 검천호가 의문을 가지고 물었다.

“지금 몬스테일 그룹을 압박하면 렌의 의뢰가 실패했거나 발설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소극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겠지.”

“차라리 렌의 의뢰가 성공한 것처럼 연기한다면 몬스테일 그룹, 마르코는 의뢰가 성공했다고 여기며 제대로 된 발톱을 드러내겠죠.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흐음.”

“저를 믿고 도와주시겠습니까? 렌이 마르코가 의뢰한 목적에 대해선 내일까지 가져올 것입니다.”

확고한 김강현의 말에 모든 시선이 루크에게 향했다.

그는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렌은 강현이 테라 길드원으로 만든 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지.’

원래 계획은 마르코 몬스테일과 더불어 의뢰를 받은 렌까지 잡아들여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금방 수습되었지만 렌은 루크의 자존심을 긁어놓았다.

그런데 테라 길드원이 된 이상 섣불리 건드릴 수 없다.

대가를 치르게 하려면 김강현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시작을 자네가 한 이상 마무리도 자네의 뜻대로 하는 게 맞아.”

“감사합니다.”

루크는 렌을 잡아들이는 것보다 김강현과의 우호를 선택했다.

정확히는 렌보다 김강현의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그럼 소문은 알아서 내도록 하고, 초대해 놓고 이런 일이 벌어져서 미안하군. 그런 뜻에서 떠나기 전에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주겠네.”

“아닙니다. 루크 님!”

“어허! 어른이 줄 때는 그냥 가만히 받는 게 좋네. 게다가 나보다 돈도 없지 않은가?”

예의가 아니라 정말 괜찮아 김강현은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루크의 강경한 고집에 반박할 수 없었다.

검천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슬쩍 보니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결국 김강현과 테라 길드원은 루크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하고 아레스 호텔로 돌아갔다.

* * *

“후우! 후!”

김강현은 아레스 호텔 주변에 있는 공원에서 러닝을 시작했다.

이미 트레이닝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일반적인 달리기는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마법으로 중력을 부하하고, 마나 사용을 억제했다.

즉, 평소보다 몸이 몇 배로 무거워져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힘이 들었다.

‘그동안 안에서 운동하다가 밖에 나오니 새롭네.’

호텔 내부에 러닝머신이 있었지만 갑갑한 환경에서 기계를 이용해 운동하는 것과 바깥 공기를 마시며 직접 달리는 것은 기분이 달랐다.

바실리스크 레이드가 끝난 후 해독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 체력 수련을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지만, 모든 것이 끝났으니 찌뿌둥한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운동하시러 나왔나 봐요.”

“렌이냐?”

“헐! 어떻게 알아차렸습니까?”

달리는 김강현 옆으로 한 사내가 다가왔다.

검은 마스크에 모자, 검은 트레이닝복.

게다가 운동용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누군지 파악할 수 있는 조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강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렌은 깜짝 놀랐다.

“사람마다 성격이나 외모가 다른 만큼 내뿜는 마나의 파장도 조금씩 다르다. 이를 기억하면 아무리 겉모습이 달라져도 찾아낼 수 있지.”

“혹시 전에 저를 기억한 것도?”

“아무리 외모가 바뀌어도 마나의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제야 렌은 호텔의 청소원과 저택의 종업원으로 변장했는데도 김강현이 알아차린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알고 싶다! 저 방법만 알면 더욱 완벽한 변장을 할 텐데!’

타인의 마나를 파악할 수 있다면, 자신의 마나를 감추고 완벽한 은신으로 적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렌의 얼굴이 들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알려줄 테니 걱정 마라.”

“그게 정말입니까?!”

“내 사람이 된 이상 허투루 데리고 있을 순 없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휘어지며 희열하는 렌의 표정이 김강현에게 보였다.

‘강해지는 만큼 유용하게 부려먹을 수 있으니까.’

김강현이 렌이 한국으로 가면 바로 클라우드 길드를 맡게 해 곽철용이 일을 덜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계약서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클라우드 길드는 테라 길드의 산하에 속해 있어 절대 계약 내용을 어기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김강현의 속마음을 모르는 렌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보다 내 앞에 나타났다는 건, 정보 수집이 끝났다는 말이겠지?”

“네. 아레스 그룹에서 흘러나온 소문 때문에 일 처리가 쉬웠습니다. 덕분에 마르코를 속이기 쉬웠고요.”

“다행이군.”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정리했습니다.”

말과 함께 품속에서 3장의 종이를 꺼내 건넸다.

생각보다 깔끔한 일처리에 김강현은 마음에 들어 하며 입을 열었다.

“이왕 온 김에 앞으로 같이 지낼 길드원들을 보고 가는 게 어떠냐?”

“음…….”

오늘 저녁에 길드원들이 모두 모이기로 한 것을 떠올리며 말했지만, 렌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홀로 다니다가 단체 생활을 하려니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죠.”

렌은 고민 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1년간 얼굴을 볼 사이인데 친분을 다지는 것이 좋을 터였다.

그리고 자신이 그들에게 한 일이 있어 찝찝한 기분이 있었다.

김강현은 렌을 데리고 아레스 호텔의 숙소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식사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숙소 안에는 룸서비스로 마련된 음식들이 세팅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한국 음식들도 있었다.

지난번 저택에서 테라 길드원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루크가 호텔 측에 그들만을 위한 요리를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한 덕분.

“그런데 누구?”

“응? 이 마나는?”

테라 길드원들은 운동을 나간 김강현이 얼굴을 꽁꽁 가린 사람과 함께 들어오자 호기심을 보였다.

반면 헬릭스와 검천호는 렌의 마나를 읽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기색이 보였다.

렌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선글라스, 모자, 마스크를 벗었다.

“우와.”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다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짧은 스포츠머리 금발에 외모가 연예인 뺨을 후려칠 정도로 잘생겼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눈이었다. 왼쪽 눈은 푸른색, 오른쪽 눈은 황금색으로 오드아이.

렌은 테라 길드원들을 둘러본 후 말했다.

“렌입니다.”

“우리에게 독 먹인 어쌔신?”

“그러고 보니 우리 길드원이 된다고요?”

그 말에 연세연과 김건이 반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분위기가 싸해졌다.

* * *

‘역시 이들도 똑같나?’

렌도 처음부터 혼자 생활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쌔신이 된 후, 다른 헌터들과 어울리기 위해 몇몇 길드에 가입했었다.

그런데 어쌔신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길드원이 그를 따돌리고 어울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혼자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렌은 테라 길드원들을 보며 기분이 씁쓸했다.

그때, 김건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반갑습니다. 디펜더 김건입니다!”

‘어?’

“자자,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와서 같이 식사해요.”

“어차피 우리끼리 다 먹지 못하니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지.”

연세연도 손짓하며 서둘러 렌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이게 어떻게 된?’

반면 렌은 어리벙벙했다.

김건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리에 앉게 되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주변에서 테라 길드원들의 말이 쏟아졌다.

“알케미스트예요. 다음에 시간 되면 독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나눠요.”

“네? 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24살입니다.”

“그럼 사적인 자리에선 형님으로 될까요?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뭐지? 여기 이상해.’

김건과 이유하가 친해지려고 말을 걸자 렌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원래 김건은 활발하고 싹싹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렌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고, 이유하는 독을 쓰는 그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평소 말이 없는 편인데도 인사를 나누었다.

“원래 여긴 이런 데예요.”

“그게 무슨?”

“과거가 어떻든 길드장, 김강현이 데려온 사람이니까. 믿고 다가가는 거예요.”

조용히 그를 지켜보던 연세연이 혼란스러워하는 렌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테라 길드는 김강현에 의해 만들어졌고, 김강현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런 이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서로에게 배울 점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영입한 렌도 이와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참! 길드원을 소개해 드려야죠. 여긴 아이스 컨트롤러 연세연 헌터이고, 저기는 발록 헬릭스 님입니다.”

“그, 그럼 마족?!”

렌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건이 식사 중인 연세연과 헬릭스를 가리키며 소개하자 렌이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연세연은 렌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고, 헬릭스는 눈앞의 음식에 집중하여 먹기 바빴다.

렌은 발록이 어떤 종족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길드장님의 소환수로 좋은 마족이에요. 다만 수련할 때는 악독하지만요.”

“그, 그런가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잠깐 김건의 전신이 부르르 떨리며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저기는 마스터 소드이자 S급 헌터인 검 어르신이고요. 테라 길드엔 속해 있지 않지만 많이 도와주시죠. 옆에는 아시죠?”

그 말에 렌은 조용히 끄덕였다.

렌은 S급 헌터 리스트를 외우고 있었고, 김강현의 얼굴도 모를 리가 없었다.

‘이 길드 정말 괜찮을까?’

그는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동료는 늘 자신을 배신하는 녀석들이기에 어느 순간부터 홀로 다녔다.

거기에다 과거의 기억으로 길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렇지만 자신을 환영해 주는 테라 길드의 분위기가 내심 싫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테라 길드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길드의 분위기에 적응해 나갔다.

“검 어르신. 요즘 몸은 어떠십니까?”

“괜찮아. 루크 녀석이 그동안 고생했다고 좋은 약들을 챙겨주더구나.”

바실리스크 레이드 당시 검천호는 다크니스의 수장 록스와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었고, 회복 속도가 느려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루크가 자신들을 위해 나서준 것이니만큼 유럽 헌터 협회의 창고를 열어 회복에 필요한 약을 제공했다.

피닉스 길드 창고에서도 회복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챙겨 보내주니 하루가 다르게 회복이 빨라졌다.

“지금 80% 정도 회복됐고, 일주일이면 완전 회복될 듯싶다.”

말과 함께 검천호는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건장함을 과시했다.

확실히 김강현이 그의 마나 흐름을 확인하니, 예전보다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아티팩트에 당한 후유증도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다행이네요. 귀국하면 차후 시간 정해 겨뤄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고 보니 중력을 다룬다지? 신기한 인간이로군. 마법사도 아니면서 검사가 다룰 줄 알게 되다니!’

헬릭스는 김강현과 대화를 나누는 검천호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보았다.

직접 보지 못했지만, 검술을 통해 중력을 다루는 것이 기이하여 관심이 생겼다.

자신 또한 중력을 가미한 마법을 사용하기에 자신이 다루는 중력의 원리와 똑같은지 궁금했다.

“그 전에 부탁 하나 해도 되겠느냐?”

“무엇입니까? 검 어르신 부탁이면 무조건 승낙이죠!”

평소 검천호가 자신에게 부탁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었기에 김강현은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길드원들의 귀도 쫑긋 세워졌다.

지금껏 김강현은 첫 비무에서부터 시작해 A급 헌터 시험 추천, 유럽 헌터협회 추천 등 검천호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았다.

또한 그가 자신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정말 무엇이든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혹시…… 테라 길드에 나도 들어갈 수 있겠느냐?”

“네에?!”

“검 어르신이 저희 길드예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조심스레 꺼낸 이야기에 길드원들은 환영하는 눈치였다.

‘S급 헌터가 자진해서 A급 헌터의 길드로 들어간다고?!’

그리고 렌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S급 헌터들은 길드를 차리거나 1인 길드로 홀로 움직이곤 한다.

그만큼 자신의 강함에 자신이 있다는 증거니까.

다른 헌터 밑에 소속될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김강현은 진지하게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괜찮다고 수락하고 싶지만 길드장이라는 직임을 맡고 있다 보니 명확하게 사유를 확인해야 했다.

“음, 나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느냐?”

“물론입니다. 그때 검 어르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요.”

“금칠이 과해. 아냐. 지금 생각하면 내가 없더라도 조금 성장이 늦었을 뿐, 충분히 강해졌을 거야.”

문득 검천호는 과거의 기억을 꺼냈다.

“그때 말했을 거다. 내가 너를 도와주는 이유는 나와 싸울 수 있는 강한 상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그랬었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헬릭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더불어 테라 길드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검천호와 김강현의 이야기에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집중했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넌 충분히 강해졌더구나. 바실리스크 레이드 때를 통해 나를 넘어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검 어르신을!”

“아냐. 내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뿐. 너처럼 브레스를 뚫고 처단하지 못했을 것이니라. 정말 내 안목이 틀린 것이냐?”

“…….”

김강현은 침묵을 지켰지만 검천호를 배려하여 대답하지 않았다.

그 또한 검천호의 생각대로 바실리스크를 쓰러트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

테라 길드원들은 김강현의 침묵을 긍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대화를 계속 지켜보았다.

“나보다 강한 상대가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길드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군요. 하지만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말하는 거구나.”

“네. 단순하게 길드원의 영입은 길드장의 결정에 이루어지는 것이 맞지만, 이 결정으로 닥칠 문제들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 말에 길드 운영 경험이 있는 연세연과 헌터들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렌은 대화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길드원을 영입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A급 헌터라면 아무런 문제없지만, 마스터 소드가 한국에서 S급 헌터라는 게 원인이지.”

“강현은 A급 헌터이지만 혼자 비천 길드를 쓸어버린 전적이 있는 만큼 무력이 S급이나 다름없어. 이 상황에서 S급 헌터 검 어르신을 영입한다는 건 다른 길드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니, 테라 길드를 압박하거나 무슨 조치가 있을 거야. 조심하자는 거지.”

“에이, 설마요? 아직 닥치지 않은 상황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지나친 걱정 아닐까요?”

이유하가 믿기지 않는 듯 말했지만, 굳은 표정의 김강현과 검천호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연세연의 예측대로였다.

연화 길드의 길드장인 연철무는 김강현과 검천호가 길드 신경전이나 세력 싸움에 관심이 없음을 알기에 신경 쓰지 않겠지만, 다른 길드들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경계할 것이었다.

테라 길드는 이를 무시하겠지만, 그렇다고 신경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으니 길드원들이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검 어르신의 고민이 이것이었나?’

김강현은 짧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우선 길드장으로서 검 어르신의 길드 가입을 찬성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 정말이냐?”

“네. S급 헌터가 제 발로 가입한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김강현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닥칠 문제들은 길드장인 제 몫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운 님과 이야기해 보고, 문제가 되면 그냥 외국으로 뜨죠! 설마 마스터 소드와 레드 나이트가 옮긴다는 데 반대할 나라가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일이 커지겠는데?”

검천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농담 섞인 말을 했는데, 길드원들의 반응은 반대였다.

정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각 국가에서 S급 헌터는 위급 상황 시 엄청난 전력이나 다름없다.

헬릭스를 포함하면 테라 길드는 3명 S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는 셈.

테라 길드가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거나 나라와 척을 지지 않는 이상 한국은 이들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진작 말했음을 좋았을 것을!’

검천호는 김강현의 결단에 괜히 끙끙거렸음을 느꼈다.

“한번 기회가 되면 이 몸하고도 비무를 하는 게 어떠냐? 검을 쓰면서 중력을 다룬다고 했었지.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 되겠어.”

“아주 재미있겠군요.”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다. 난 강현과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테니까.”

검천호의 테라 길드의 가입이 확정되자 헬릭스가 먼저 호의 섞인 말을 건넸고, 뒤이어 다른 길드원들도 반가워하며 환영했다.

그동안 검천호가 테라 길드를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외부인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번 일로 이젠 정말 한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쑥스럽지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새로운 길드원들은 잘 부탁드립니다!”

“아자!!!”

“오늘은 먹고 죽자고요!”

김강현의 말로 다시 식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고, 그들은 밤새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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