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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레이드의 끝 (68/119)

4장. 레이드의 끝

유럽과는 약 9시간의 시차가 있어 한국은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어쩌면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레이드였기에, 유지운은 미리 유럽 헌터협회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다.

특히, 검천호와 테라 길드가 유럽에 파견 나가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유지운은 결과가 도착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레이드 현장을 볼 수 있다고?”

그런데 한 헌터의 말에 급히 인터넷에 접속했고, 유럽의 어느 한 방송사 홈페이지를 통해 레이드 현장을 라이브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 검 어르신?!”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검천호.

막대한 크기의 오러 소드를 휘두르며 바실리스크를 상대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홈페이지의 댓글에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계속 달리고 있었고, 몇 명이 검천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글이 올라가는 것도 보였다.

검천호와 바실리스크의 힘겨루기가 이어지자 유지운은 그 혼자 바실리스크와 싸우는 것이 의아해졌다.

“저 레이드에는 몇 명이 있는 거지? 어떻게 홀로 저 몬스터를 상대하라고?!”

답답한 유럽 헌터협회의 일 처리에 화가 났다.

저 정도 크기의 몬스터라면 수백 명의 헌터들이 동원되어도 부족할 텐데, 무슨 방법이 있다고 혼자 싸우게 한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니 지금의 자신으로선 응원밖에 할 수밖에 없어, 주먹 쥔 채 영상에 집중했다.

“아!”

그 순간 바실리스크가 검천호의 공격을 흘리며, 검천호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유지운은 탄식을 토해내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불과 몬스터에 불과한 생명체가 머리를 쓸 줄은 몰랐다.

더 상태에선 반격도 불가능해 검천호는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붉은 오로라에 휩싸인 사람 한 명이 나타나더니 검천호를 구해냄과 동시에 바실리스크와 싸우기 시작했다.

“저, 저거 강현 아냐?”

유지운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화면을 다시 살폈다.

세상에 붉은색을 띠는 마나는 흔치 않았고, 유럽에는 김강현을 비롯한 테라 길드가 파견된 상태였다.

게다가 그와 검천호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었으니, 김강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나에 의해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강현이 확실해!”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반 마나보다 인피니티 하트로 만들어내는 마나는 색깔이 진하고 오로라를 띠어 전자기기의 전파를 방해하고 있었다.

때문에 김강현의 모습이 카메라에 제대로 찍히지 않아서, 흐릿하게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오, 오빠? 오빠가 왜 저기서 나와?”

이 영상은 유지운만이 아니라 그의 동생인 김아현도 보고 있었다.

김아현은 김강현이 헌터 일로 영국에 출장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뉴스에서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몬스터 레이드 현장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접속해 본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강현이가 어디 나온다고?”

목소리가 컸던 탓에 이수진의 귀에도 들어갔고, 이수진도 영상을 보러 다가왔다.

“빛에 휩싸여서 잘 보이지 않지만 오빠 아니에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은데?”

김강현은 홀로 마검을 휘두르며 바실리스크와 싸우고 있었는데,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나에 의해 모습이 흐릿해서 헷갈렸다.

“맞아. 오빠가 분명하잖아. 저기 들고 있는 검을 봐봐.”

“그러고 보니!”

그녀들이 김강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결정적인 단서는 마검이었다.

평소 방에 들어오면 마검을 꺼내 손질하곤 했는데, 그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저런 위험한 짓을!”

“오, 오빠!”

이수진은 거대한 몬스터와 싸우는 김강현의 모습이 믿기지 않아 크게 눈을 뜬 채 바실리스크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바실리스크와 김강현을 비교하면, 김강현은 벌레라고 해도 될 만큼 작은 덩치에 불과해 보여 전혀 싸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김강현은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오러를 내뿜으며 싸우고 있었으나, 그녀의 입장에선 당장 바실리스크 공격 한 방에 크게 다치거나 죽을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 아!”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저곳으로 가 이 싸움을 말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길 수 있도록 응원과 기도하는 것뿐.

하던 일도 잊어버린 채 발을 동동거리며 김아현과 함께 화면을 보던 이수진은 아들이 바실리스크를 상대로 점점 승기를 잡아가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쥔 채 긴장했다.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편, US 그룹 또한 김강현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저, 정말 저 녀석이 내 손주라고?”

“네. 회장님.”

“허어. 그냥 알려지지 않은 헌터가 아니었고?”

“네. S급 헌터인 마스터 소드 검천호 님, 부협회장 유지운 님과 친분이 깊어 이를 이용해 각종 단체에 정보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만약 US 그룹의 힘이 아니었다면 저 또한 도련님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김고엽은 크게 놀라며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는 김강현이 아레스 그룹과 헌터협회의 요청으로 영국에 갔고, 마나 전지를 이용하여 신제품을 만들 개발자를 스카우트하려고 한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레스 그룹과 스카우트 일정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일정이 길어진 이유가 헌터협회와 연관이 되어 있다고 판단되어 이명원을 통해 조사했는데, 헌터 김강현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US 그룹의 힘을 사용해 음지까지 이용하여 끈질기게 헌터 김강현에 대한 내용을 알아냈다.

“게다가 테라 길드라는 소수 길드를 만들었으며, 그 길드원 중에는 연화 그룹의 연세연 아가씨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그 녀석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구나.”

“대외적으론 A급 헌터지만, 실력만큼은 S급 헌터 이상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US 그룹이 놈에겐 작을지 모르겠어.”

이명원의 말이 이어질수록 김고엽은 감탄만 나왔다.

까도 까도 속살이 보이는 양파와도 같았다.

이렇게 헌터 쪽으로 실력이 뛰어난데 US 그룹의 전략기획실을 맡아 업무 처리까지 완벽하니 손색이 있을 수 없었다.

“명원이, 강현이가 밝히지 않은 만큼 우리가 밝힐 필요는 없겠지.”

“네. 회장님.”

“고생했네. 이 정보는 모조리 파쇄하고 우리만 알고 있도록 하지.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입단속 제대로 하고.”

그 말에 이명원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우선 눈앞의 상황에 집중해야지. 저 싸움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으니 말이야.”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해낼 테죠.”

김고엽과 이명원은 눈앞의 영상, 김강현과 바실리스크의 싸움에 집중했다.

그들은 김강현에게 전달받은 아티팩트로 스펠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거나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등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 여파로 많은 회사들이 무너지고, 위기감에 회사 운영이 어려웠다.

하루라도 빨리 바이러스의 진행 속도가 줄어들고, 백신 또는 치료제가 나와야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그렇기에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바실리스크 레이드 영상을 보며 이기기를 기원했다.

* * *

“크라라라라라라!!”

“흐하아아앗!”

김강현과 바실리스크는 서로 마나와 마력을 충돌시키며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바실리스크는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면 김강현이 공간을 뛰어넘으며 오러 소드를 날리자 아예 근접전으로 돌아섰다.

전신에 불꽃을 두른 후, 김강현을 쪼여 숨을 막히게 할 계획이었다.

미리 눈치챈 김강현은 바실리스크의 몸을 갈라 버릴 생각으로 마검을 크게 휘둘러 오러 소드들을 쏘았다.

“크라라라라!!”

자존심이 강한 바실리스크는 물러나지 않고 몸으로 오러 소드들을 받아내며 계획했던 대로 조이기를 시도했다.

오러 소드들은 바실리스크의 불꽃에 휘말려 사라지고 김강현을 단숨에 덮쳤다.

콰아앙!

그런데 바실리스크의 몸속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붉은 오로라가 하늘로 솟구쳤다.

바실리스크의 조이기가 들어가기 전 인피니티 마나를 폭사하여 단숨에 피한 것이었다.

‘정말 끝을 내야 한다!’

김강현은 바실리스크와 거리를 둔 채 마검에 인피니티 마나를 집중했다.

아무리 단련된 육체라 하더라도 인피니티 하트를 통해 정제된 마나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육체의 붕괴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단 한 번의 공격뿐이었다.

“크라라라라!!”

바실리스크도 마찬가지.

앞서 싸움들의 대미지는 허물을 벗어 치료가 되었지만, 또다시 많은 상처들을 입었다.

게다가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더 이상의 싸움은 불가능했다.

김강현과 바실리스크는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 여기서 도망쳐야 되는 거 아냐?”

“젠장! 이 장면은 꼭 찍어야 해!”

“맞아. 놓치면 무조건 후회할 거라고!”

두 사람의 마나와 마력의 충돌이 멀리 떨어진 촬영진에게도 미치고 있었다.

땅울림이 커지고 그들 사이로 소용돌이가 몰아쳐 거센 바람이 들이닥쳤다.

촬영진은 당장에라도 지금 서 있는 땅이 갈라지며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지만 이 클라이맥스를 찍어야 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 어쩔 수 없군.”

“최대한 지킬 수밖에!”

“마, 마스터 소드! 그리고 피닉스 길드장!”

“세, 세상에 이런 일이! 신이시여!”

이를 본 검천호와 루크가 그들에게 합류했고. 그들을 본 촬영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상황에선 도망쳐도 소용없었다.

김강현과 바실리스크가 뿜어내는 힘을 짐작하니 아무리 도망쳐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차라리 이곳에서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지키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지형이 땅속으로 움푹 파여 있어 바람에 날리는 나무나 돌 파편에 맞을 염려도 없었다.

김강현의 마검에 맺히는 오러 소드의 크기는 점점 커졌는데 붉은 오러 주변에 오로라가 맺히며 마치 신비롭게 보였다.

바실리스크는 입에 마력을 비롯하여 생명력까지 끌어모았다.

“흐아아아아앗!”

“크라라라라라!”

먼저 움직인 것은 김강현.

마검에 30m 크기의 오러 소드를 만들자 바로 바실리스크를 향해 움직였고, 바실리스크는 김강현을 향해 브레스를 쏘았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붉은빛과 검은빛의 충돌과도 같았는데, 김강현은 브레스를 베어 버릴 기세로 마검을 휘둘렀다.

* * *

‘오러가 돌이 돼버려?’

브레스와 부딪친 오러 소드가 딱딱하게 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제야 김강현은 바실리스크가 쏘는 브레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석화 브레스?!’

그동안 석화를 마법으로 발동할 줄 알았기에 브레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전신은 마나에 의해 석화가 되지 않았지만, 게속 브레스와 충돌할 경우 마나를 뚫고 석화될 가능성이 높아 김강현은 오러를 증폭시켰다.

“크라라라!”

본래 적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놓은 뒤 석화시키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자 브레스를 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석화 브레스를 쓸수록 점점 생명력이 소모되어 한시라도 빨리 죽이기 위해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이렇게 둘은 서로를 죽일 기세로 마나와 마력을 소모시켰고, 주변에 영향이 고스란히 갔다.

“미친! 카메라가 돌이 돼버렸어!”

“당장 카메라에서 떨어져!”

김강현의 마나는 주변을 파괴시키고, 바실리스크의 마력은 모든 것을 돌로 만들었다.

촬영진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카메라에 바실리스크의 석화 브레스 덩어리가 닿았고, 맞은 부위서부터 돌이 되자 남자는 급히 카메라를 내던졌다.

“오 마이 갓! 죽다 살아났군!”

“이리로 모여!”

찰나의 순간이었다.

카메라를 던지는 것이 1초만 늦었더라면 카메라와 함께 돌이 될 뻔했으니까.

검천호와 루크는 이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땅속에 박혀 있던 바위를 방패막 삼아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대론 안 돼!’

김강현은 이를 악물며 석화 브레스에 대항했지만,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바실리스크는 유리한 신체 조건을 이용하여 조금씩 전진하며 석화 브레스의 위력을 높였다.

이대로는 필패라는 생각에 김강현은 승부수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공간을 가르는 것뿐 아니라 내가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공간 가르기의 시작은 트윈 헤드 오우거와의 싸움이었다.

결을 통해 마나가 흐름을 파악했고, 흐름을 따라 마검을 휘두르니 공간을 가를 수 있었다.

이것이 점점 발전하여 오러 소드로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됐지만, 사람이 공간을 뛰어넘는 것은 너무 위험하여 시도하지 않았다.

물론 이동 마법을 통해서도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그것과는 개념이 달라 정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크라라라!”

“어, 어?!”

김강현은 자신의 마나를 오러 소드와 브레스 사이에 흐르게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오러 소드의 집중력이 떨어져 점점 석화 속도가 빨라졌다.

이 모습을 보며 바실리스크는 승리를 확신했고, 촬영진은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워 탄식을 토했다.

‘마나 흐름이 강현에게 집중되고 있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하지만 검천호와 루크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이들은 감지하지 못하지만 주변 마나 흐름이 김강현을 향해 한 줄기의 강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그 끝은 바실리스크의 심장.

콰아아아앙!

김강현의 신형이 사라지며 폭음과 함께 바실리스크의 석화 브레스가 쏘아져 주변을 휩쓸었다.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가 결국 석화 브레스에 휘말려 죽었다고 생각했다.

콰아아아아앗!

그런데 그 순간.

귀를 울리는 폭음과 함께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카메라가 급히 쫓아가며 소리의 정체가 송출되었다.

“바, 바실리스크가!”

“죽었어?!”

그곳엔 오러 소드를 휘두르며 바실리스크의 목을 베어 버린 김강현이 있었다.

베어진 바실리스크의 몸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해, 해냈어!’

김강현의 몸은 상처투성이에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석화 브레스가 자신을 덮치기 직전에 공간을 가르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공간의 틈은 빛 한 점도 없고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한 세계였고, 미리 공간을 갈라 목적지를 알 수 없다면 그곳에선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그 시간은 3초에 불과했지만 김강현이 느끼기엔 영겁의 시간만큼 길었다.

하지만 무사히 공간의 틈을 빠져나온 김강현은 무방비 상태의 바실리스크를 향해 마검을 휘둘러 단숨에 목을 베었다.

그리고 바실리스크가 죽는 모습과 멀리 있는 검천호와 루크의 안전이 확인되자, 이겼다는 생각에 정신을 잃었다.

“우와와와!!”

“해, 해냈어! 저건 기적이야!”

“대체 저 사람은 누구야?!”

영상으로 보던 사람들은 어떻게 바실리스크의 목을 베었는지 모르지만 죽은 줄 알았던 김강현이 레이드에 성공했고, 홀로 바실리스크를 쓰러트린 것에 열광했다.

그 순간, 방송국으로 송출되던 영상이 종료되었다.

“저, 저게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화면이 안 나오는 거야!”

문제점을 급하게 파악하니, 그나마 멀쩡하게 살아남았던 카메라들이 현장에서 마력의 영향으로 모조리 고장 났기 때문이었다.

방송은 종료되었지만, 방송국에서는 바실리스크 레이드의 공로자인 김강현을 촬영하기 위해 인원들을 급파했다.

* * *

“크흐흐, 크하하하하핫!”

“지, 지그문트 님! 무슨 일이십니까?!”

판테온 신전에서 물러난 지그문트는 비밀 저택에서 힘을 회복하며 록스와 함께 키메라 세포를 다루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영혼을 모은 집적 마법진을 통해 마력을 회복하던 중,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들리자 록스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며 물었다.

“역시 인간은 아주 재미있구나.”

“네?”

“너도 알아야겠지. 방금 모든 바실리스크가 죽었다.”

“그럴 리가! 말도 안 됩니다! 바실리스크의 석화를 모조리 풀고 죽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록스는 지그문트의 말을 부정했다.

그가 지그문트의 소환보다 신경 쓴 것이 석화된 바실리스크를 인간계에 배치한 것이었다.

이를 이용해 전 세계 인구 중 절반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8분의 1에 해당하는 인간들을 죽일 수 있었고, 앞으로 지그문트의 마력을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필요했다.

“그들 중에는 바실리스크의 왕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설사 인간들이 말하는 스펠 바이러스가 바실리스크의 독인 것을 알아차린다 해도 죽일 수 없도록 그놈들의 왕도 마련해 두었지. 하지만 나와 필적하는 실력의 인간과 마족이 있지 않느냐?”

“설마!”

“그래. 바로 그놈들이다!”

문득 판테온 신전에서 만났던 김강현과 헬릭스를 떠올렸다.

자신들을 몰아붙였던 그들이라면 바실리스크의 왕을 쓰러트리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었다.

“미리 바실리스크들의 눈에 마법을 걸어 그들에게 죽음을 선사한 자들을 보았다. 테라와 달리 이곳엔 강한 인간들이 꽤 있구나.”

지그문트는 철두철미했다.

바실리스크를 죽일 정도라면 지구를 정복할 때 장애물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놈들의 눈을 통해 파악한 것이었다.

그들 중에는 김강현과 헬릭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스펠 바이러스 계획은 여기까지니 남아 있는 마법진들을 모조리 없애라.”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죽으면 영혼들이 이곳으로 모이도록 전 세계 곳곳에 마법진들을 각인해 두었다.

하지만 바실리스크가 죽은 이상 더 이상 이 마법진들을 쓸모가 없어졌고, 나중에 마법진이 누군가에 의해 발각되면 이 장소가 드러날 수 있었다.

더 이상 인간들의 영혼을 한꺼번에 모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놈은 찾아냈느냐?”

“네. 마왕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몇 군데로 장소를 추렸습니다. 권속들을 이용해 조사 중이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서둘러라. 그놈을 잡아야 이 키메라 세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지그문트는 얼굴을 찡그리며 급히 록스에게 명령했다.

그때, 그의 팔 근육들이 격하게 움직이며 마력 역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놈의 마나와 내 마력이 또 충돌하는군!’

키메라 세포를 안정화시키고 다루는 데 라셀의 마나가 섞여 있던 것이 문제였다.

키메라 세포로 육체가 완전히 개조됨에 따라 라셀의 마나도 커졌고, 지그문트가 40% 이상의 마력을 운용할 때마다 라셀의 마나와 충돌이 일어나 제약이 생겨 버렸다.

지그문트는 록스의 기억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놈은 흑마법뿐 아니라, 다양한 조예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을 터!’

록스를 비롯한 다크 위저드들의 기억을 조작하여 자신을 소환하게 만들고, 다크니스라는 조직을 성대하게 키워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사라진 이가 흑무였다.

지그문트가 그의 행적을 조사하니 놈은 키메라 세포를 유지하면서 라셀의 마나를 없앨 수 있을 터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강현, 헬릭스! 두고 보거라. 이 분노와 치욕은 반드시 갚아줄 테니 이말야!”

모든 것이 그들의 등장으로 바뀌었다.

만약 그들만 없었더라면 계획대로 인간들을 모두 없애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상태론 승산이 없었기에 지그문트는 어둠 속에서 힘을 비축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 * *

바실리스크 레이드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나고, 한국에서는 쌀쌀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전 세계에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소식이 강타했다.

스펠 바이러스의 치료제 완성.

정확히는 바실리스크 레이드가 끝난 지 일주일 후,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 임상 소식이 전달되었다.

더불어 유럽 헌터협회로부터 그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스펠 바이러스의 정체가 바실리스크의 독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바실리스크의 사체로부터 얻은 독과 혈청을 통해 치료제가 만들어졌다고 공표했다.

언론을 비롯한 각 국가에서는 너무도 빨리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바실리스크의 독의 분자식을 공개하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은 누가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한 것인지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 헌터협회는 개발자를 안전을 위해 공개하지 않았고, 스펠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각국에 서둘러 치료제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몇몇 국가에서 동물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1차, 2차 임상 실험이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사람에게 무해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우리에게 치료제를 파십시오!”

“미국이 먼저지! 우리에게 팔면 기존 판매 금액의 4배를 주지!”

“치료제를 얻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각 국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스펠 바이러스로 국민들이 죽고 있으며, 경제 활동이 원활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선 다른 국가들보다 치료제를 선점해야 했다.

이에 유럽 헌터협회는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 제작 및 공급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 * *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에는 바실리스크의 혈청이 소량 들어가는데, 특수한 방법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분자식을 완전히 오픈하여, 각 국가에서 생산하면 좋겠습니다.”

“그 말은 완전히 소스를 공개한다는?”

“하루라도 빨리 스펠 바이러스가 종식되어야 하는 만큼 특정 회사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기보단 각 국가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하지만 혈청만큼은 현재 개발자만이 만들 수 있어 유럽 헌터협회를 통해 최소한의 로열티만 받고 판매할 예정입니다.”

유럽 헌터협회의 파격적인 제안에 모든 국가가 열광했다.

혈청을 복제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 판단했다.

더불어 금방 스펠 바이러스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이후 유럽 헌터협회는 공식 발표 내용대로 치료제 분자식을 공개하고, 각 국가 상황에 맞춰 바실리스크 혈청을 판매했다.

“하는 것마다 실패잖아!”

“정말 복제가 가능한 거야?”

분자식을 얻은 국가들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모두 투입했지만, 번번이 혈청에서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혈청은 바실리스크의 독과 마나를 통해 만들 수 있는데, 유럽 헌터협회를 통해 얻은 혈청과 달리 효능이 10분의 1에 불과해 사람들에게 투여할 수 없었다.

이에 강대국들은 바실리스크 혈청을 만든 개발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럽 헌터협회가 꽁꽁 숨긴 탓에 찾을 수 없었다.

* * *

싸움 이후 3일 만에 깨어난 김강현은 정신없이 바실리스크의 사체를 수습한 뒤 바로 치료제 만들기에 돌입했다.

우선 자신의 몸보다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니까.

“이게 마지막 분량이에요.”

“어, 고마워. 유하야.”

그 방법은 간단했는데, 바실리스크의 피에 담긴 마력을 자신의 마나로 없애고 정제하면 되는 것이었다.

평소 컨디션을 고려하면 하루에 1ℓ를 정제 가능했고, 이를 이용하여 치료제를 만들면 약 천만 명분의 몫이 만들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정제가 가능하면 좋을 텐데요.”

“다른 헌터들도 모두 실패했으니까. 그나마 헬릭스가 가능한 게 다행이지.”

“그렇지 않아도 다 했느니라.”

마침 헬릭스가 정제된 바실리스크의 피 1ℓ를 가져왔다.

많은 이들이 시도했지만 바실리스크의 피는 마력을 품고 있어 일반적인 마나로 없애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김강현의 인피니티 마나와 헬릭스의 마력만이 바실리스크의 마력을 없애는 것이 가능해 둘이 고생하고 있었다.

원인을 분석하니 김강현과 헬릭스의 마력이 다른 이들보다 정제되어 위력이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검천호도 가능성이 있었으나, 바실리스크와의 싸움 후유증으로 치료가 우선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이 정리돼서 다행이야.”

“맞아. 조금이라도 시기가 늦어졌으면 대공황이 왔을지도.”

김강현과 헬릭스는 두 달 동안 외출을 자제하며 바실리스크의 피를 정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하루라도 빨리 스펠 바이러스가 종식되어야 지그문트가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 전 세계 인구에 해당하는 분량의 바실리스크 피를 정제하는 것을 완료했다.

모둑 빠른 시간 안에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기뻐했다.

“이제 유럽 헌터협회 쪽에서 발표하고 바로 치료제 생산에 들어가면 진정될 수 있겠지.”

마침 TV를 통해 스펠 바이러스 치료제 대한 공식 발표가 언급되었다.

“그런데 강현 오빠는 끝까지 안 나설 거예요?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하면 엄청 유명해질 기회인데!”

“지금이라도 충분해. 오히려 피닉스 & 크로스 길드 및 헌터협회에 공을 돌리는 게 상황상 맞아.”

유럽 헌터협회에 소속된 몇몇만이 김강현이 스펠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강현은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모든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지금도 적이 많은데, 적을 늘릴 필요가 없잖아. 오히려 이것을 이용해 생색내는 편이 좋아.’

철저하게 개발자로 숨기고 모든 공을 유럽 헌터협회에 돌린 이유였다.

또한 스펠 바이러스가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만큼 마무리를 그들이 하게 놔두는 게 이미지상 괜찮겠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김강현과 테라 길드는 돈을 얻고, 유럽 헌터협회는 명예를 얻었다.

“할 일 다 했으니 전화 좀 하고 올게.”

“네. 강현 오빠.”

할 일을 마무리하자 김강현은 헌터폰을 들고 빈 방으로 들어갔다.

바실리스크 레이드 이후 김강현의 전화기에는 불이 났다는 환상이 보일 정도로 연락들이 쏟아졌다.

그중 가장 많이 연락이 온 사람은 이수연, 유지운, 김고엽이었다.

-괜찮은 거니? 어디 다치거나 아픈 덴 없고?! 아무래도 외국에 있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되는구나. 얼른 귀국하렴!”

-강현아, 내가 당장 가마. 이놈의 유럽협회는 뭐 하느라고 혼자 레이드를 하게 만든 거냐?!

-더 이상 영국에 있을 필요 없다. 담당자를 바꿀 테니 당장 귀국하거라!

세 사람 모두 말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김강현은 걱정하는 말들이었다.

김강현은 자신은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서둘러 이쪽 일을 마무리하고 귀국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달 동안 꾸준히 연락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유하는 두 달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땐 정말 어마어마했지. 모든 사람들이 강현 오빠를 찾으려고 했으니 말이야.

지금은 잠잠하지만 바실리스크와 싸웠던 남자가 이슈가 되어, 그의 정체에 대해 세상 온갖 미디어가 폭주했다.

다른 레이드 팀은 수백 명으로 꾸려진 반면, 김강현이 나선 레이드 팀은 단 세 명이었다.

세 명이서 그 엄청난 바실리스크를 쓰러트렸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서 유럽 헌터협회는 그곳에 바실리스크가 나타날 것을 예상했지만 투입할 헌터들이 없어 시간을 끌어줄 것을 부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세 명이 피닉스 길드장 루크, 한국의 S급 헌터 검천호, 그리고 정체불명의 헌터였다.

계획대로라면 다른 레이드 팀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바실리스크를 막는 것이었으나, 예상치 못하게 이들을 쓰러트린 것이다.

이 중 루크와 검천호는 워낙 유명하여 사람들이 금방 누구인지 파악했지만, 붉은 마나를 사용하는 김강현은 미궁에 싸여 있었다.

김강현처럼 붉은색의 마나를 사용하는 몇몇 헌터들이 거론되었으나, 당시 그들의 위치는 모조리 파악되어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우연인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김강현이 거론되었지만, 유지운과 김고엽의 도움으로 한국에 있었던 것으로 알리바이로 조작했다.

이렇게 정보 조작이 가능한 이유는 레이드 당시 김강현의 모습은 실루엣만 보였기 때문이었다.

인피니티 하트로 만들어낸 마나는 현대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장을 만들어내 카메라에 강현의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강현 오빠는 유명해지는 게 싫어요?”

“맞아요. 형 정도면 유명해져도 괜찮잖아요!”

이 말을 들은 이유하와 김건은 궁금함에 물었다.

“유명해지는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생기고, 불편함이 있을 거야. 게다가 행동에 제약이 있어 마음대로 돌아다는 게 어려울걸. 검 어르신처럼 말이야!”

그 말에 김건과 이유하는 이해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검천호는 다시 유명해져서 밖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말을 거는 바람에 아예 나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다.

단호하게 정보를 숨기고 철저하게 막았지만, 바실리스크 레이드에 나타났던 헌터가 김강현이라 확신하고 거의 접근한 몇몇 기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헬릭스의 마법으로 기억을 조작해 버렸다.

덕분에 김강현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레드 나이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녀왔습니다!”

마침 김강현이 전화를 종료하고 방에 나오자 김건과 연세연이 등에 가방을 맨 채 나타났다.

“오, 드디어 완성된 거야?”

김건은 이유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강현은 자리에 없는 검천호와 헬릭스에게 연락했다.

모두가 모인 후 한 차례 모든 이들을 둘러본 김강현이 가방을 뒤엎어 물건들을 테이블에 꺼내놓았다.

바실리스크로 만든 아티팩트들이었다.

“피닉스 길드가 신경 많이 썼는걸?”

“이 정도면 연 어르신 못지않은 실력이네요.”

“우와! 정말 이게 우리 거 맞아?”

다들 아티팩트들을 보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래이드가 끝난 뒤 유럽 헌터협회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체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바실리스크가 최소 S급 몬스터인 만큼 부산물로 만드는 아티팩트들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강현 일행이 상대한 바실리스크는 뱀의 왕으로 SS급 몬스터였다.

심사숙고 끝에 유럽 헌터협회는 검천호와 테라 길드에 SS급 바실리스크와 S급 바실리스크를 배정했다.

내부에선 외부인인 그들에게 너무 많이 양보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스펠 바이러스의 정체가 바실리스크의 독이라는 것과 놈들을 찾고 없애기까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피력하자 반발하던 자들은 금세 사라졌다.

바실리스크 레이드 때 몸을 사리고 있던 헌터들이 유럽 헌터협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이익을 보려고 하자, 화가 난 루크와 로렌스가 같이 협박하여 검천호와 테라 길드의 이득을 챙겨주었다.

‘로렌스가 바뀌었나?’

평소 대립각을 세우던 루크와 로렌스가 이번만큼은 생각이 일치하자 몇몇 헌터들이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모든 것이 실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내 이익을 위해서 테라 길드를 몰아주는 게 맞아!’

로렌스는 크로스 길드를 위해 김강현을 무조건 밀어줘야 했다.

더불어 루크는 자신으로 인해 고생한 검천호에게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덕분에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와 많은 금액이 검천호와 테라 길드에 전달되었다.

“솜씨 좋은 블랙 스미스를 알고 계시면 소개시켜 주시겠습니까?”

이후 김강현은 바실리스크의 사체를 한국으로 옮겨 정산하는 것보단 이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세금이나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루크에게 부탁했다.

루크는 중개 수수료 없이 아티팩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것이 약 두 달 만에 완성된 것.

김강현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티팩트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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