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장. 바실리스크 레이드 (66/119)

2장. 바실리스크 레이드

고민 끝에 인원 배분을 이렇게 한 이유는 이곳이 최악의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들은 주변에 평야가 있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곳은 인근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대규모의 인원이 레이드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순수한 무력으로 상대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성수도 사용이 어려우니 말이야.”

그들은 교황청을 통해 성수를 구입해서 바실리스크 레이드에 쓰려고 했지만, 바실리스크의 영역 안에선 성수가 일반 물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바실리스크의 독과 마력이 계속 쌓여 성수를 무력화시킨 것.

게다가 헌터들은 바실리스크 영역에 있는 것만으로도 독의 영향으로 마나와 체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그래서 싸우기 전 마나 포션 복용과 마나석 착용은 필수였다.

“여긴 물도 없는 만큼 단숨에 놈을 쓰러트립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겠군.”

싸움에 들어가기 전 두 사람은 결의를 다졌다.

이곳이 최악의 장소인 또 다른 이유는 바실리스크에게 약점인 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세 곳은 주변에 호수, 강, 바다 등이 위치하고 있어서 바실리스크를 유도하여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주변에 물이 존재하지 않아 일반 헌터들이 공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김강현과 검천호가 동시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

[이곳도 준비 끝났느니라. 이제 석화를 풀면 될 터.]

마침 헬릭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그런데 방송국에 다니는 인간들은 참 끈질기구나. 차로 다니기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쫓아오는 걸 보니 말이야.]

[하, 하, 하, 하.]

그런데 처음부터 하는 말이 투덜거림이었다.

언론에는 네 곳의 장소 중 세 곳의 장소만 오픈되었다.

유럽 헌터협회는 모든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헌터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다 보니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 세 곳의 장소는 어쩔 수 없이 밝혀질 수밖에 없었다.

이 레이드의 성과 여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바뀌는 중요한 일인 만큼, 언론은 이 장면을 꼭 촬영하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유럽 헌터협회는 헌터들 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까 싶어 정보를 오픈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이들은 끝까지 찾아내 멀리서 자리를 잡고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강현은 방송과 언론의 입장을 이해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어색한 웃음를 지었다.

[길드원들은 어때?]

[이 몸이 있으니 걱정 마라. 약간 긴장한 듯하지만 레이드가 시작되면 괜찮아질 테지.]

[갑자기 많은 헌터들을 이끌어야 하니 부담 될 거야. 잘 부탁해.]

[신경 좀 쓰도록 하마.]

김강현이 있는 곳을 제외한 세 곳은 테라, 피닉스, 크로스 길드, 세 곳이 담당하기로 했다.

그중 테라 길드의 리더는 헬릭스였고, 유럽 헌터협회에서 추가로 헌터들도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몇몇 헌터들이 헬릭스를 보고 따르지 않겠다고 반항하는 일이 있었지만, 단숨에 힘으로 누른 후 쫓아내 버렸다.

그 뒤로 헌터들은 헬릭스에게 반항하는 일이 없어졌고, 그들을 지휘하는 테라 길드원들 또한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

[알고 있겠지만 놈의 머리는 조심하거라.]

[그래. 그리고 레이드가 끝나는 대로 지원을 부탁하마.]

[그러지.]

바실리스크의 머리에는 독이 모여 있는 독샘이 있는데, 공략 중 실수로 이곳을 공격해 터트리면 독이 뿌려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헌터들이 전멸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레이드는 A급 이상의 헌터들만 참여하게 되었다.

뒤이어 로렌스로부터도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자 김강현은 품속에서 S급 마나석을 꺼내 들었다.

“바로 놈을 깨울 테니 준비하죠.”

“그러마.”

S급 마나석에 헬릭스가 직접 석화 마법을 풀 수 있는 마법진을 각인시켰다.

이를 석화된 바질리스크에게 맞추면 바로 깨어날 터였다.

김강현은 마갑을 아공간에서 소환하여 착용하고, 검천호는 천류신검을 든 채 바짝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운이 좋아야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네.’

김강현도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헬릭스로부터 바실리스크가 석화되었을 때의 상황에 따라 공략하기 쉬울 수 있고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동면 상태에서 석화가 걸렸다면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초반에 그나마 쉽게 기세를 잡을 수 있겠지만, 싸우다가 석화된 상태라면 석화가 풀렸을 때 오히려 분노한 상태여서 공략이 어려울 수 있었다.

김강현은 검천호와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뒤, 석화된 바실리스크를 향해 마나석을 던졌다.

사아아아아앗!!

기이하게도 석화된 바실리스크를 맞춘 마나석은 떨어지지 않고 붙었는데, 점점 회색빛을 띠며 푸른색이 사라졌다.

“대체 어디까지 커지는 거냐?!”

“일단 뒤로 물러나죠!”

그리고 석화가 풀렸다.

점점 바실리스크의 덩치가 점점 커지면서 그들이 예상했던 30m를 훌쩍 넘어서자 두 사람은 조심스레 상황을 살폈다.

“운이 지지리도 없는 모양이네요.”

“여기가 이 정도면, 다른 쪽도 쉽지 않을 게다.”

“크라라라라라!!!”

석화가 풀린 바실리스크가 크게 괴성을 지르며 꼬리를 휘두르자 인근의 산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실리스크는 거대한 뱀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크기가 70m로 짐작되며 전신이 촘촘하게 비늘로 둘러싸여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흥분한 듯 양쪽의 송곳니에서 검은 독액이 흘러내렸다.

‘변수가 너무 많아!’

김강현은 바실리스크의 상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석화가 되기 직전 싸우던 상태였었는지 바실리스크는 많이 흥분한 상태였고, 크기도 2배 이상이었다.

바실리스크(SS급 고대 마수, 뱀의 왕)

체력: S+ 마나: SS 근력: SS

민첩: S- 지능: A 정신력: S

다크 포이즌(SS)-독초와 독수를 통해 얻은 독을 독샘에 저장한 후 마력으로 정제한 산성독으로써, 중독 시 흔적도 없어 녹여 없애 버린다. 바실리스크의 피에도 독 기운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포이즌 헬(SS)-독을 품은 불꽃을 능수능란하게 다스리며, 전신을 불꽃으로 휘감거나 불꽃을 토해낸다.

캐스트 스킨(S)-20%의 마력을 소모하여 전신의 비늘과 허물을 벗어 모든 상처를 치료한다.

라피디피케이션(SSS)-자신의 생명력을 담보로 상대방을 석화시킨다. 상대방의 정신력을 높을수록 석화시키기 어려우며 실패 시, 마력 역류 현상이 일어난다.

바실리스크의 상태창을 보니 김강현은 무시무시한 능력치와 스킬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 내용을 헬릭스에게 공유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장소의 바질리스크는 성체이나 크기가 작아 공략하기가 쉬울 것 같구나.]

[여긴 운도 지지리 없네.]

헬릭스를 통해 전해 들은 세 곳의 바실리스크는 예상했던 30m 크기로, 이곳보다는 레이드가 편할 것이었다.

콰아아앙!! 쿵!

그때 바실리스크의 꼬리 공격이 날아들었고, 두 사람은 급히 아티팩트를 이용하여 공중에 떠올랐다.

상대해야 할 적의 크기가 큰 만큼 지상만으론 움직임이 제약될 수밖에 없어 공중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놈이 도시로 가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이야!”

“산속으로 놈을 유인하죠!”

바실리스크는 흥분한 상태라 여기서 싸우다간 인근 도시에 피해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멀리서 사람들이 바실리스크를 발견하고 우왕좌왕하는 움직임들이 느껴졌다.

두 사람이 오러를 내뿜으며 기운을 드러내자 바실리스크가 이를 발견하고 꼬리를 휘둘렀다.

“우욱!”

‘힘과 스피드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공격이지만 마검으로 이를 막았는데, 손이 얼얼한 정도로 매서워 만만치 않았다.

“크라라라라라!!”

“강현, 피해라!”

뒤이어 바실리스크와 검천호의 외침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을 향해 검은 불덩어리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쾅쾅쾅!! 콰아앙!!

미처 예상치 못한 공격이 연달아 쏟아지자 김강현은 피하지 못한 채 불덩어리들을 맞아야 했다.

검은 독연기가 솟구쳐 오르며 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파앗!

그런데 검은 독연기를 뚫고 멀쩡한 모습의 김강현이 튀어나왔다.

불덩어리가 몸에 닿기 전 오러를 일으켜 전신을 보호해 무사할 수 있었다.

“검 어르신. 조심하세요. 놈의 공격에는 모두 독이 실려 있습니다.”

“미리 먹은 해독제도 소용이 없었냐?”

“네. 살짝 흡입했었는데 위험했습니다. 마나는 통하지 않고 오러만 가능하고요.”

김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평소처럼 마나 실드를 시전했는데, 불덩어리들이 이를 뚫는 것이 감지되어 다급히 오러로 전신을 감쌌다.

하지만 불덩어리 공격이 무력화되는 것에 안심하는 것도 잠시, 검은 연기를 살짝 마시자 중독된 것이 느껴져 단숨에 오러로 없애 버렸다.

검은 연기가 위험하다는 증거는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 알 수 있었는데, 초록색 잎사귀들이 독의 영향으로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싸우기 전 바실리스크 독에 대항하기 위해 만능 해독제를 복용한 상태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강현아, 내가 서포트할 테니 네가 직접 놈을 공략해라!”

“네? 그게 무슨?”

원래 계획은 검천호가 전면에 나서서 공격하고 그 뒤를 김강현이 보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직접 바실리스크를 보자 검천호는 김강현이 나서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하고 급히 의견을 전달했다.

“나에겐 너만큼의 기동력이 없느니라. 공격력은 내가 강할지 몰라도 놈의 덩치가 큰 이상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처음에는 냉정하게 둘의 무력을 판단했을 때 검천호가 펼치는 스킬의 위력이 강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바뀐 변수들을 대입하니 김강현이 어울렸다.

김강현이 검천호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검천호는 오러를 만들며 바실리스크를 유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번 싸움이 끝나면 꼭 말해야겠어.’

이번 영국에서의 일정을 통해 검천호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가장 큰 것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인데, 그 시작은 김강현이었다.

‘이놈이 나타난 이후부터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해. 지금 이 사건도 놈과 연관되어 있으니까,’

점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강한 녀석들이 나타나고 있다.

검천호는 언제까지 자신이 홀로 다닐 수 없으며 자신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 시작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자신의 힘으로 바실리스크를 상대하는 것이 벅찼다.

마음 같아서는 고집을 피워서 쓰러트리고 싶지만, 지금은 자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야 했다.

그리하여 이번 싸움에선 김강현을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이 같은 생각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 *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마.”

“디펜더들은 철저히 원거리 공격하는 헌터들은 서포트해!”

“워리어들은 길목을 봉쇄하고, 호숫가 있는 오른쪽으로 유인하는 거야!”

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시끌벅적했다.

김강현에 의해 바실리스크의 석화가 풀리자 다른 세 곳도 연동되어 바질리스크 석화가 풀렸다.

다행히 예상했던 대로 바실리스크의 크기가 30m여서 계획대로 진행하는 데 문제없었다.

우선 워리어들은 방어 아티팩트를 이용해 바실리스크의 이동 범위를 한정지었다.

만약 바실리스크가 독을 사방에 뿌려대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호수로 유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근접전은 피했다.

바실리스크의 비늘이 단단하여 오러가 아닌 이상 통하지 않았고, 덩치가 커서 수십 명의 헌터들이 한 점을 노려 공격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흐아아아앗!!!”

“어, 어떻게 막아내는 거지?”

“그냥 필사적으로 하면 됩니다!!”

김건이 3중 마나 실드를 만들어내며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을 제어하자 주변의 헌터들이 놀라 소리쳤다.

바실리스크가 독과 불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근접전으로 승산이 있었다.

‘이게 다 피어스 방패술 덕분이야!’

부족한 실력을 스킬로 커버하고 있는 김건은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여 타워 실드를 휘둘렀다.

이날을 위해 유럽 헌터협회에서 최강의 방패를 구해 전투에 임하는 만큼 김건은 모든 힘을 쏟을 예정이었다.

“1조 디펜더들은 오른 방향으로, 2조와 3조 디펜더들은 정면 돌파하거라.”

“위저드들은 일제히 디펜더들을 서포트하도록,”

그리고 헬릭스는 공중에서 전투 상황을 지켜보며 신속히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더불어 자신의 불꽃 마법을 이용해 바실리스크의 공격들을 모조리 상쇄시키며 헌터들을 보호하고 있어, 레이드가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실리스크가 물이 이동하는 곳으로 가게 되면, 물을 얼려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하고 심장을 공략한다!’

헬릭스를 비롯하여 루시아와 로렌스가 지휘하는 레이드 팀 주변에는 물이 존재했기에 이런 작전을 세울 수 있었다.

“다들 최대한 마나를 집중해서 마법을 준비해.”

“5초면 돼요. 바실리스크의 몸이 호수에 빠지면 5초만 벌어주세요!”

레이드 팀에선 연세연을 비롯한 위저드들이 얼음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스 컨트롤러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연세연은 마나 포션과 마나석을 지원받아 혼자서 마법을 준비하고 있어 다른 헌터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다.

“조금만 다들 힘내요!”

“여기 좀 포션 좀 갖다주세요!”

바실리스크들을 상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고대 마수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만큼 점점 헌터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부상 입은 헌터들을 치료하고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후방에서는 이유하를 비롯하여 비전투 계열의 헌터들이 힘쓰고 있었다.

이렇게 테라 길드는 소수로 이루어졌지만, 레이드를 이끌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할들을 맡고 있었다.

“뭐? 새로운 장소에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싸우는 헌터가 두 명이야?”

“게다가 지금 나타난 몬스터들보다 크고 강한 것 같아?”

“특종이잖아! 방송국 헬기를 띄워서라도 취재해!”

김강현과 검천호의 소식이 전해지자, 레이드 팀을 촬영하던 취재진 쪽에서 웅성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기색이 포착되었다.

더불어 다른 레이드 팀에도 소식이 전달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바실리스크가 나타났고, 이를 막기 위해 나타난 2명의 헌터라는 소재는 방송에 아주 적합한 소재였다.

신문사와 방송사는 두 사람의 취재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한시라도 마무리를 짓고 지원해야 해!’

김강현과 검천호가 이곳보다 더 어려운 레이드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유럽 헌터협회 간부들과 테라 길드원들은 우선 눈앞의 적에 집중했다.

먼저 이 바실리스크를 없애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온 힘을 바실리스크에게 쏟아냈다.

* * *

“크읏! 이거 공략이 가능한 것이냐?”

“그래도 조금씩 대미지가 있으니 피해가 꽤 있을 겁니다. 그러니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김강현과 검천호는 비행 아티팩트로 공중을 날아다니며 바실리스크를 공격했다.

그들의 검에는 5m 크기의 오러 소드가 맺혀 있었다.

바실리스크의 몸에는 상처들이 가득했지만, 워낙 덩치가 큰 탓에 겉을 베어낸 상처에 불과했다.

“크라라라라!!”

“또 온다!”

휘리릭!!

“흐아아아앗!!”

바실리스크의 기합 소리와 함께 검은 불꽃이 휘감긴 꼬리가 휘둘러졌다.

이 녀석은 단순히 불꽃을 내뿜는 것뿐만 아니라 불꽃을 몸에 둘러 보호하거나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움직임을 먼저 포착한 검천호는 왼 방향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막아냈다.

“으그그극!!”

“크라라라!!”

바실리스크는 덩치가 큰 만큼 힘도 매우 강했다.

힘의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마나로 신체를 강화했지만 근육량에서부터 상대할 수 없어 천류신검으로 불꽃이 실린 꼬리를 흘려보냈다.

‘윽, 몸이!!’

그렇지만 이를 예상한 듯 바실리스크는 바로 다크 포이즌 스킬을 이용하여 독 덩어리들을 검천호에게 쏘아 보냈다.

머리 위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바로 피하려고 했지만, 검천호는 앞선 공격으로 몸에 잠시 마비가 와 움직일 수 없었다.

콰앙! 콰과광! 콰앙!

갑자기 독 덩어리들이 터지며 검은 연기가 되었고, 검천호를 덮쳤다.

연기에는 바실리스크의 독이 섞여 있었지만, 다행히 전신을 오러로 보호하고 있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파아아앗!

“흐아아앗!!”

그런데 그 연기를 뚫고 나온 것은 김강현이었다.

바실리스크가 독 덩어리들을 쏘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오러들을 날려 상쇄시킨 뒤, 연기를 가림막 삼아 심장을 노렸다.

“크라라랏!!”

“얕았어!”

설마 연기를 뚫고 공격할 줄 몰랐던 바실리스크였지만 견고한 비늘과 함께 살짝 몸을 튼 덕에 아슬아슬하게 치명상을 피했다.

“검 어르신, 괜찮으세요?”

“후우, 그래. 고맙다.”

위기를 벗어난 검천호는 김강현과 함께 바실리스크와 거리를 두며 다시 견제했다.

“크라라라라…….”

당장 이 인간들을 죽이고 싶은데 요리조리 피하며 끈질기게 공격하니 바실리스크는 짜증이 났다.

처음 깨어났을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가만히 마력을 감지하니 멀지 않은 거리에 같은 동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합류하고 해도 두 명의 인간에 의해 제지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실리스크는 짜증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놈이 왜?”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네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 공격하고 싶지만.”

“오히려 반격을 당하기 좋겠구나.”

바실리스크는 자리에 똬리를 튼 채 움직이지 않았지만, 전신에서 검은 불꽃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포이즌 헬이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달려들 것이 뻔했고, 뒤이어 놈의 이빨이 날아들 것이었다.

잠시 바실리스크와의 싸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김강현과 검천호도 놈을 쓰러트릴 공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 같구나. 좀 더 확실한 한 수가 없겠느냐?”

“……하나 있어요.”

“뭐?!”

“잠깐 무방비 상태에다가 움직임이 멈춘다면 해치울 수 있는 기술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네. 하지만 이 기술은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절반의 확률이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바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대미지가 큽니다.”

김강현의 대답에 검천호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이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SS급 몬스터인 바실리스크를 쓰러트릴 수 있는 위력이라는 것은 충분히 확신했지만, 그만큼 몸에 무리가 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닌 이상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 말에 검천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아예 막을 수 없게 돼. 성공을 위한 조건은 어떻게 마련할까?’

냉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되돌아본 검천호는 한순간에 힘을 발휘하면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쯤은 문제없다는 판단이 섰다.

“어차피 너와 내가 아니면 놈을 막을 수 없겠지.”

“싸워야 한다면 가능성이 높은 쪽을 택하는 게 좋겠죠.”

이대로 계속된 싸움은 서로 지쳐가기만 할 뿐.

결심이 선 둘은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두두두둥!!

“응?”

그때, 멀리서 기계 소리가 들렸다.

이곳을 향해 헬리콥터 2대가 서서히 날아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헬리콥터는 문을 연 채 바실리스크를 비롯하여 김강현과 검천호를 다짜고짜 촬영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저희는 비밀스러운 레이드를 촬영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 거대한 몬스터를 단둘이서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이십니까?”

“지금 소강상태일까요? 바실리스크가 똬리를 튼 채 움직이지 않네요.”

그리고 2명의 기자가 강풍을 맞으며 상황을 취재했다.

“저 미친!”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

김강현과 검천호는 현재 오러로 전신이 뒤덮여 있어 모니터 너머 모습이 흐릿했다.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촬영을 하는 언론의 모습에 기가 막혀 화가 치솟았다.

“크라라라라…….”

그때, 낮은 목소리와 함께 그동안 가만히 있던 바실리스크가 몸을 움직였다.

놈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석화당한 것도 모자라 인간계에서 깨어났다.

가까이에 있는 동족과 합류하려니 두 인간이 보내주질 않는다.

고작 인간이라 생각한 놈은 서둘러 두 사람을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커다란 실수였다.

김강현과 검천호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바실리스크는 이제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놈의 분위기가 바뀌었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크라라라라!!!”

바실리스크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조급함과 분노를 버리고, 전신을 통해 불꽃과 독을 뿜으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으윽!!”

“이게 무슨?!”

앞서 내뿜었던 불꽃과 독에는 바실리스크의 마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변에서 순식간에 마력 폭풍들이 나타났다.

“빨리 헬기 돌려요. 여, 여기 있다간 다 죽어요!”

“조종간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무거나 꽉 붙잡아요!”

이 영향으로 헬리콥터 두 대가 거센 바람에 밀려 전자기기가 멈추는 현상이 나타났다.

리포터들은 살기 위해 문을 닫고 조종사들은 다급히 헬리콥터를 작동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마력 폭풍에 휘말린 헬리콥터는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젠장! 검 어르신!”

“저쪽은 내가 맡으마!”

각성한 듯 보이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하기 위해 김강현이 나섰고, 검천호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검천호는 전신을 통해 일으킨 오러를 헬리콥터를 향해 길게 늘였다.

“쓸데없이 이런 곳에서 죽지 말란 말이다!”

“어? 어?!”

“움직임이 멈췄어?!”

마력 폭풍은 점점 더 강해져 바람까지 몰아쳤지만, 헬리콥터들은 검천호의 오러에 보호되어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마나가 집약되어 촘촘해진 오러는 물체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검천호는 오러를 이용하여 헬리콥터로 몰아치는 바람을 막은 채, 싸움의 영향권을 잠시 벗어났다.

“쓸데없이 짓 하지 말고 멀리 도망쳐라!”

검천호는 두 대의 헬리콥터를 안전한 곳에 내려놓은 뒤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사,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졌으면 시체도 못 찾았을 거야.”

2대의 헬리콥터 안에는 총 6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이 매우 컸던 것.

죽을 거라는 확신하고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나 혼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일행 중 가장 연차가 높은 카메라 감독이 힘겹게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이렇게 된 것! 끝까지 촬영해야 하지 않겠어?”

“어디서요?”

“다시 저곳으로 가자고 하면 혼자 헬기 타고 돌아갑니다.”

리포터들과 조종사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가 평생 이 짓하며 먹고 살았지만, 목숨 귀한 줄 아는 놈이다.”

그가 가리킨 곳은 지금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한 산.

“그래도 특종을 잡을 수 있는 기회잖아. 20년 경력의 카메라맨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일리 있는 카메라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음으로 촬영을 위해 움직였다.

* * *

“크라라라라!”

“설마 영역 선포?”

김강현은 계속해서 불꽃과 독을 뿜어내는 바실리스크를 보며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이곳은 바실리스크가 활동하기 좋은 지역이 아닌 만큼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다.

주변 인근이 전부 산으로 되어 있어 몸을 움직이면 흙과 나무에 걸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때문에 바실리스크가 이곳을 독지로 만들어 버린다면 놈에게 최적의 환경이 될 뿐 아니라, 김강현과 검천호의 마나 소모는 더 커질 것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대로 방치하면 여긴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려!’

바실리스크가 뿌린 불꽃과 독이 지나간 땅은 검게 죽어 생명체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점점 영역을 넓혀가며 생명력을 없애가고 있었다.

이미 바실리스크의 영향을 받은 땅은 살릴 수 없지만, 아직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은 살릴 수 있을 터.

파아앗!! 파아아앗!

김강현은 오러를 날려 땅을 파헤쳤다.

땅 사이로 오러를 심어 더 이상 바실리스크의 불꽃과 독이 스며들어 마음대로 영역을 넓히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렇구나!”

뒤이어 사람들을 구하고 온 검천호는 김강현의 이상한 행동에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의도를 차리자 함께 오러로 선을 그었다.

덕분에 약 5㎞가 바실리스크의 영역권이 되었다.

“크라라라-”

바실리스크는 넓지 않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인간들은 크기가 작아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큰 힘이 들더라도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브레스?”

“무슨 뱀 따위가 브레스를……?”

설사 실패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브레스에 담겨 있는 불꽃과 독은 이 자리에 남아 바실리스크를 보호하는 역할이 되어줄 테니까.

“응?”

“잠시만요. 이 마나는 뭐죠?”

김강현과 검천호가 공격을 막기 위해 오러를 끌어 올리려는데, 갑자기 바실리스크의 뒤쪽에서 강대한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 뱀은 뭐야?!”

퍼엉! 퍼버버벙!

귓가를 찌르는 날카롭고 큰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실리스크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깊게 호흡을 마시고 있었던 찰나여서 놈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삼켜 버렸다.

“크라라라라!”

그리고 땅바닥으로 패대기!

배 속으로 불꽃과 독이 되돌아오자 바실리스크는 너무 놀라 발버둥쳤다.

자욱한 흙먼지가 산처럼 크게 일어났다.

“그럴 리가! 이 마나의 주인은?”

검천호는 익숙한 마나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근원지로 이동했고, 김강현도 뒤쫓았다.

그곳에는 50대 중반의 남성이 낡은 정장 차림으로 서 있었는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루크?”

“마스터 소드? 설마 자네가 이 녀석과 싸우던 중이었던가? 자네 싸움을 방해해서 미안하군. 이 녀석이 내 수련 장소를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건드려 버렸어.”

“루크라면…… 그동안 행방불명인 피닉스 길드장?”

검천호와 김강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루크는 반가움과 미안함이 섞인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행방불명이라니! 그동안 조용히 수련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데 자네는 누군가? 어쩌면 나보다 강할지 모르겠어.”

뒤이어 나온 말에 김강현은 그가 루크임을 확신했다.

검천호가 얼떨떨하지만 정신 차리고 지금 상황에 대해서 서둘러 이야기하자 루크가 대답했다.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군. 내 기술들의 대부분은 물을 다루는 것이니까.”

“네?”

말과 함께 루크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를 손바닥에 끌어모았다.

그러자 주먹 크기의 물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하나 저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더 많은 물이 필요하겠지.”

“맞습니다. 그 정도는 무리죠.”

방금 루크가 바실리스크를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해 방심하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물의 속성을 지닌 마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번 당한 이상 이제는 경계하고 있을 터.

“크라라라라!!”

마침 바실리스크도 정신을 차리며 전신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그는 한낱 인간에 의해 잠깐이나마 정신을 잃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워, 주변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젠장. 이번에는 정말 위험하겠는걸!”

“단단히 각오한 모양입니다.”

일단 김강현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비행 아티팩트를 루크에게 건넨 뒤 비행 마법을 이용해 바실리스크를 향해 날아올랐다.

“크라라라!”

바실리스크는 아까보다 살기 넘치는 기세를 내뿜으며 전신을 불꽃으로 두르고는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럼 인간들은 자신의 불꽃에 닿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었다.

그 뒤엔 꼬리와 원거리 공격을 이용해 세 사람을 공략했다.

“크라라라!”

“비늘이 분리돼?”

“공격으로 상쇄시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실리스크가 불꽃 서린 비늘을 날려대자, 세 사람은 오러를 이용해 공격을 막아냈다.

말 그대로 방어는 포기하고 공격만을 하고 있는 것.

바실리스크는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이 인간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이를 뒤늦게 안 바실리스크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대량의 물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

“놈의 약점이 물이었지? 시간은 걸리지만 있다. 내가 이곳을 수련 장소로 정한 이유가 산 밑에 지하수와 큰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서지.”

김강현은 긍정적인 대답에 얼굴이 환해지며 검천호와 나눈 작전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그런 거라면 문제없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루크는 바로 땅으로 내려가 수맥을 찾기 시작했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김강현과 검천호는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을 공격을 견제했다.

“크라라라!”

“주변에 불꽃들이 퍼지는 것을 막아!”

“그보다 독에 중독되지 않게 조심하세요!”

바실리스크는 인간들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챘지만, 대항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놈들에겐 자신의 불꽃과 독이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두 명만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만 그럴 뿐 사실 김강현과 검천호는 죽을 맛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실리스크의 크기가 엄청난 데다가, 놈이 펼치는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라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른 헌터들과 달리 호흡법을 통해 계속 마나를 보충하고 있었기에, 버티며 때를 기다릴 수 있었다.

“검 어르신!”

“괜찮다. 이 정도로 죽지 않아!”

그때, 검천호가 오러를 뚫은 바실리스크의 불꽃에 의해 화상을 입었다.

상처 부위는 오른팔.

검천호는 급히 오러로 불꽃을 없앴지만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전신에 독이 퍼졌다.

그는 오러로 오른팔을 감싸 독의 흐름을 멈췄다.

“크라라라!”

싸움이 지지부진하자 바실리스크는 다시 승부수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석화 공격.

이건 불꽃이나 독과 달리,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그렇지만 생명력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돌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하면 반동으로 정신을 잃는다.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릴 수박에 없으니 신중히 움직였던 것.

하지만 이대론 끝이 나지 않는다는 판단에 조용히 석화 공격을 준비하던 도중, 뒤쪽에서 서늘한 마나가 감지되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어.”

두두두두!

그곳엔 루크가 서 있었다.

발밑으로 거대한 진동이 울리며 무언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온다!”

김강현과 검천호가 소리쳤다.

콰아아아아앙!!

뿌연 흙먼지와 함께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루크는 산 밑에 있는 지하수와 수맥을 끌어 올렸고, 물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끝없이 치솟았다.

하늘에 흩뿌려지는 물방울에 의해 쌍무지개가 나타날 정도로, 그 크기가 바실리스크 못지않았다.

“어? 어?”

“잘 봐라. 내가 아는 헌터 중 최고니까!”

순간, 공중에서 물이 뭉쳐지더니 하나의 동물이 형상화됐다.

검천호의 말대로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루크의 능력에 김강현은 그의 상태창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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