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마왕 지그문트 (60/119)

5장. 마왕 지그문트

“젠장!”

“모조리 공격해!”

헌터들은 막고 싶었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소환을 막기 위해 다급하게 그들을 향해 뛰어나가는 헌터들.

록스와의 거리를 100m를 남겨둔 지점, 실드가 펼쳐져 있는 걸 확인한 이들이 마법을 부수기 시작했다.

“멈춰!”

“끄륵. 이게 무슨 짓이야?!”

“같은 편이 맞아?”

그런데 갑자기 김강현이 다급하게 소리쳤고, 헬릭스가 공격하려는 헌터들에게 불덩어리를 날려 단숨에 제압했다.

동료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공격에 헌터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루시아와 로렌스 또한 그들을 노려보았다.

“실드 마법에 함정이 숨겨져 있어. 아마 이게 부서지면……!”

“신전 자체가 무너져 우리도 죽겠지.”

오싹!

그 말에 헌터들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신전이 무너지면 테라 길드는 김강현과 헬릭스의 도움을 받아 살 수 있을 것이지만, 다른 헌터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었다.

‘게다가 공간 마법 쓸 수 있게 소환 마법진을 짜 두었어.’

소환 마법진을 보니 이곳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하여 그동안 수집한 영혼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수식을 짜 두었다.

“나름대로 준비한 회심의 수였는데…… 아쉽군.”

헌터들이 실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부숴주길 바랐던 록스는 내심 아쉬웠다. 그분의 강림이 늦어지긴 하지만 나중에라도 안전히 그분을 소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다크 위저드들이 그동안 모았던 영혼들을 천장에 박혀 있는 마력석에서 끌어내 소환 마법진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영혼의 형태로 비명을 지르며 끌려가는 것이 헌터들의 눈에 보였다.

“어?!”

“아까 싸웠던 언데드들이!”

판테온 신전에 들어왔을 때는 그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멀리서 힘없이 그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비참한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더불어 그 영혼들 중에는 방금 전까지 그들과 싸웠던 에마누엘레 2세와 데스 나이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한 힘을 지닌 영혼들이라 훌륭한 제물이었다.

소환에 필요한 제물들이 모두 모이자 마법진은 검은빛에 휩싸이더니 광장을 뒤엎는 강한 빛을 내뿜었다.

“실패인가?”

“그, 그럴 리가 없어!”

“우리들의 염원이!”

검은빛이 뿌려진 뒤, 소환 마법진과 광장에 가득했던 영혼들과 마력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크 위저드들은 소환에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리에 주저앉거나 무릎을 꿇으며 좌절했다.

소환 실패와 함께 실드가 사라지자 헌터들은 어리둥절하면서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니야. 아직 안 끝났어!”

“젠장. 멍청한 인간들아, 정신 차리거라!”

“아아! 드, 드디어! 그, 그분이 오신다!”

하지만 김강현, 헬릭스는 소환 마법진이 검은빛이 사라진 후, 그 자리에 점점 차원의 틈이 갈라지는 것이 감지했다.

소환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던 것.

계약자인 록스는 점점 그의 힘과 존재감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드디어 문이 열리는구나! 가까이에 그들이 있어!

그의 말과 함께 순식간에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게이트가 소환 마법진이 있던 자리에 나타나며, 정체불명의 목소리와 마력이 뿜어졌다.

‘서, 설마!’

‘마계의 문? 게다가 이 목소린?!’

김강현은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 두려워 전신이 공포가 휩싸였다. 헬릭스는 게이트로부터 뿜어지는 마력과 목소리를 통해 그의 정체를 짐작했다.

그제서야 다크 위저드들과 헌터들은 소환 마법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었음을 깨닫고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힘이 넘쳐! 이게 그분의 축복인가?!”

“미, 미친!”

“이게 뭐야?!”

게이트로부터 뿜어지는 마력에 의해 서로 힘의 격차가 일어났다.

단숨에 광장을 채운 마력은 마나를 소멸시켰다. 다크 위저드들은 힘에 취했고, 마나를 쓰는 헌터들은 중압감에 전신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벅. 저벅.

그때 게이트 안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한 마족이 걸어 나왔다.

인간으로 치면 이제 청소년에 불과할 정도의 작은 키에 앳된 외모.

마족에게 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뿔도 보이지 않았고, 강대한 마력도 지니고 있지 않아 보였다.

다크 위저드들은 마계와 연결하는 문이 열린 것은 확실한데, 록스와 계약한 마족이 성인식이 치르지 않은 약한 마족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 같은 생각은 헌터들도 마찬가지.

‘다행이야!’

‘비록 마족이 등장하긴 했지만, 우리들로 충분히 싸울 수 있어!’

어마무시한 분위기를 가진 강한 마족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약한 마족의 등장하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강현아, 지금 공격하는 게 좋지 않을까?”

“기다려. 움직이면 모두가 죽어.”

“뭐?!”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자 루시아는 김강현에게 의견을 구했다. 하지만 마족의 정체를 알고 있는 김강현은 조용히 제지했다. 루시아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아, 역시 인간계의 공기는 산뜻하구나. 그나저나 내 계약자는?”

그는 지구의 언어가 아니라 마계어를 말했지만,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전달되었다.

그는 단숨에 자신과 마력이 연결되어 있는 록스 앞으로 걸어갔다.

“당신의 종이 마계의 주인을 뵙습니다!”

“그래. 네가 제물을 바쳐 나를 불렀구나. 아주 흡족한 제물이었다. 고생했으니 그 대가를 받아야지.”

록스가 당장 무릎을 꿇으며 복종하자, 그는 만족스러워하며 자신의 힘 일부를 전달했다.

“마왕의 계약자인 이상 어디 가서 얕보이면 안 되지.”

“가, 감사합니다!”

“마, 마왕이라고?!”

“다크 위저드 놈들이 큰일을 벌였구나!”

마왕이라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마족을 소환한다 해도 상급 마족 정도를 생각했지, 마왕을 소환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제서야 다크 위저드들도 정신 차리고 무릎 꿇으며 경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늦은 타이밍에 표정을 찌푸린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느낌은…… 그래. 라셀과 헬릭스!”

“이 몸도 네놈을 볼 줄은 몰랐다. 지그문트.”

“나도 마찬가지다. 설마 테라가 아닌 이곳에 살아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어.”

“이곳에선 라셀이 아닌 김강현이라고 불러주면 좋겠군. 무한의 마왕.”

“크크큭. 아주 반가워!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인연이야.”

그들의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마법으로 언어에 의지를 실어 전달했다.

[싸운다면 승산은?]

[이 몸도 싸워보지 않은 이상 모르겠구나. 차원 게이트를 방금 넘어왔기에 약해져 있을 것이나 쉽지 않은 녀석이지 않느냐?]

[하긴. 우리 둘이 같이 싸워야 놈과 동등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느니 말이야.]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맞은 김강현과 헬릭스는 메시지 마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이트에서 나온 마족은 평범한 마족이 아니라 마계를 지배하는 마왕으로,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대마왕이었다.

무한이라는 칭호는 그가 가진 기술과 힘의 한계를 알 수 없어 마족들이 붙여준 만큼, 속내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김강현, 헬릭스, 지그문트가 서로를 알고 있다는 것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현 형과 헬릭스는 타 차원의 존재가 아닐까?’

‘그래. 그랬어. 강현 오빠도 마족이었던 거야!’

‘환생? 차원 이동?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가장 패닉에 빠진 것은 테라 길드원이었다.

원래 헬릭스가 마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테라 길드원들은 헬릭스가 알고 있는 이해되었지만, 김강현 또한 지그문트를 알고 있자 각자 추론하며 결과를 내리고 있었다.

“김강현이라고 했던가? 이 육체를 다시 만드는 동안 복수를 곱씹었지. 이번 기회에 그 수모를 되돌려 주마.”

“약해빠진 육체 가지고 싸울 수 있겠냐? 꼴을 보아하니 다른 마족들에게 배신당하지 않고 잘 살아남았구나.”

“그러고 보니 휘하 마족들도 엉망진창이 됐을 텐데 말이야.”

“이 자식들이!”

자신의 본신을 완전히 없애 버린 김강현과 헬릭스에게 복수하고자 칼을 갈아왔던 지그문트는 그들의 도발에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래. 300년간 죽도록 고생했고 복수와 원한은 뼈에 새겼지.”

“300년이라고?”

당시 지그문트는 테라를 지배하기 위해 휘하 마왕들과 마족들을 모조리 데리고 본신으로 향했지만, 인간들과 드래곤들의 연합으로 육신과 함께 힘의 80%를 잃고 처참하게 돌아와야 했다.

그때부터 지그문트는 온갖 수모를 당했다.

마계는 적자생존의 세계로, 힘이 약한 마족은 강한 마족에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

지그문트의 대패 소식에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던 마족과 세력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고, 결국 휘하 마족들과 200년간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계에서 구할 수 있는 약들을 모아 100년간 육체를 만들었지만 아직 전성기의 힘을 찾으려면 한참 멀었고 말이다.

“그래서 이 세계의 인간들을 제물 삼아 강해지기 위해 강림했고. 계약자가 아주 잘해주었어.”

힘을 되찾기 위해 가장 좋은 제물은 인간들의 영혼인데, 마침 마계의 존재를 소환하는 록스를 발견한 그는 이 세계에는 인간들이 많다는 말에 위험을 무릅쓰고 소환에 응한 것이었다.

그런데 김강현과 헬릭스는 지그문트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우리가 지구에 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마계의 시간이 300년이 흘렀다?]

[이곳의 1년은 테라에선 100년이 흐르는 것이 정상이거늘!]

[무언가 잘못되고 있어.]

테라와 마계는 동일한 세계인 만큼 시간이 똑같이 흘러간다.

그렇기에 테라도 300년의 시간이 흘렀을 것이라 짐작되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너희들은 이렇게 부른다지. 스펠 바이러스.”

“역시 네 짓이었구나.”

“테라의 수법과 비슷하고, 지구의 인간들로써는 알지 못할 마법 수식들이 있어서 의심했거늘.”

“크크큭. 이곳의 인간들을 제물 삼아 앞으로 더 많은 마족들을 소환할 것이니라.”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스펠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이 지그문트라는 사실에 헌터들은 신음을 흘렸다.

“어차피 인간들은 하찮은 동물에 불과하지 않느냐? 얼마 죽인다고 티도 나지 않는 것을!”

“그 하찮은 동물에게 죽임을 당한 건 잊었나 보지?”

“잊지 않았기에 오늘 그 복수를 할 생각이다.”

그 말에 함께 지그문트의 몸에서 마력이 폭사되어 주변에 터졌다.

존재감을 감추고 있어 마력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마력을 개방한 지그문트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헌터들을 손가락으로 겨누며 다크 위저드들에게 말했다.

“저놈들은 너희들에게 맡기마. 설마 본 마왕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록스가 나서자 다크 위저드들은 마법 캐스팅을 하며 싸울 준비에 나섰다.

헌터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준비에 나섰다.

한편, 김강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냉정하게 전력을 파악했다.

* * *

‘아예 절망적인 건 아냐. 그래도 40%의 승산은 있지 않을까?’

테라에서의 경험을 통해 마족은 인간계에선 가진 힘의 7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그문트는 지난 싸움에서 패배 후 새로운 육체를 만드느라 아직 상급 마족 정도의 무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다크 위저드와 헌터들의 무력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다크 위저드들 또한 지그문트를 소환하느라 가진 힘의 대부분을 소모한 상태였다.

‘변수가 있다 해도 그들은 테라 길드원들에게 맡기고, 나와 헬릭스가 전력으로 싸운다면 이길 수 있어!’

이 순간, 김강현은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테라에선 자신과 헬릭스만으로 적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구에선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있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같은 생각을 왜 테라에선 하지 못했는지 살짝 후회되었다.

“흐음, 인간. 네 속셈이 뻔히 보이는구나.”

“뭐?”

“내가 방금 소환되어 힘을 다 쓰지 못하니, 소멸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강제 귀환까지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

“…….”

마음 같아서는 지그문트의 영혼까지 소멸시키고 싶었으나, 육신이 사라질 시 신의 규칙에 의해 영혼은 마계로 강제 귀환하게 된다.

지그문트는 현재로썬 육신의 소멸은 불가능하더라도, 다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김강현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크크큭, 만약 네놈들과 만나기 전이라면 나중은 생각하지 않았겠지.”

“그 말은 무언가 있다는 말이구나.”

“아주 기대해도 좋다.”

헬릭스의 말에 지그문트는 크게 웃으며 광장 전체에 퍼져 있는 마력을 모조리 흡수한 뒤, 소환 마법을 실시했다.

“뭐가 나타난다!”

“젠장, 모두 조심해!”

갑자기 땅이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철제 갑옷을 입은 언데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

“왜 저놈들이 여기서 나타나는 거야!”

땅속에서 나타난 것은 이곳에 오기 전에 헌터들이 쓰러트렸던 데스 나이트들이었다.

그들의 무서움을 너무도 절실하게 느꼈던 헌터들은 그들의 등장이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김강현과 헬릭스는 의문을 가졌다.

‘어떻게 소환한 거지?’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려면 수준급의 시체가 필요해…… 이것들을 가지고 차원을 넘을 수 없었을 텐데?’

“많이 궁금한가 보구나. 흡수한 영혼 중에 이곳을 무덤으로 쓴 왕이 있었고, 죽을 때 뛰어난 실력의 기사들도 같이 죽었더군. 이 기억을 이용해 기사들을 깨웠을 뿐이다.”

“그럼 다른 영혼의 기억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흡수하고 있지. 그러고 보니 이 세계는 아주 재미있구나. 이종족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니! 게다가 인간들이 수백 개의 국가를 형성하고 살고 있고.”

지그문트의 솔직한 대답에 김강현과 헬릭스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놀랐다.

그들은 단순하게 소환에 이용된 사람들의 영혼은 소멸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지그문트에게 남아 기억이 전달되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계약자여, 이 정도면 저 인간들을 죽이기에 충분하겠지?”

“예, 예! 물론입니다. 마왕이시여!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좋아. 이들을 네게 건네줄 테니 본 왕을 실망시키지 마라.”

지그문트가 소환한 데스 나이트는 총 50마리로, 원래 A급 몬스터에 불과하나 마왕의 권능이 부여되어 S급이나 다름없는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록스는 그들의 통제권을 지그문트에게 전달받자 감격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니 아직 놀라긴 이르다.”

뒤이어 지그문트는 아공간에서 액체가 담긴 밀폐된 유리병을 꺼냈는데, 그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아공간에 물건을 넣어두었다고?’

‘차원을 넘을 때 아공간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파괴될 텐데……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가져왔다고?’

앞서 김강현은 아공간에 넣어두었던 물건들과 아티펙트들이 모조리 파괴되어 사라졌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아공간을 통해 물건을 가져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헬릭스도 이를 알기에 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이 같은 모험을 시도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잘 보아라. 네놈의 것이었으니 익숙할 테다.”

“내 것이라고?”

“인간의 손가락?!”

시력이 좋은 헬릭스가 밀폐 유리병에 담긴 사람의 약지 손가락을 보고 소리쳤다.

“그건…… 라셀의 손가락이냐? 분명 네놈과 마지막 싸움에서!”

“빨리 생각해 냈구나. 크크크큭. 맞다. 내 왼팔과 맞바꾸었던 네 손가락이다.”

“라셀의 몸에서 잘려 나간 신체는 소멸되도록 조직 구조가 짜여 있거늘……!”

충격적인 물건의 정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김강현과 헬릭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그문트는 라셀과 헬릭스의 공격에 점점 자신의 패배가 확실시되어 가자, 훗날 복수를 기약하며 패배 원인을 키메라 세포라고 분석했다.

라셀과 헬릭스는 키메라 세포로 인해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파괴되지 않는 불사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상처나 부상을 입어도 순식간에 회복되니 어떻게 해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마계에 돌아가 이 키메라 세포에 대해 샅샅이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팔을 내어주고 라셀의 왼쪽 약지 손가락을 잘라냈다.

“운이 좋았다. 네 손가락은 잘라낸 후 바로 휘하 마족이 들고 마계로 사라졌지.”

“차원의 경계로 간섭이 이루어져 소멸되지 않았구나. 그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저주니라!”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키메라 세포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야! 그건 신의 섭리를 벗어난 형벌이란 말이다!”

지그문트의 대답에 김강현과 헬릭스는 혀를 차며 분노했다.

그들에 키메라 세포는 드래곤 로드 파벨리온이 몸에 각인시킨 형벌이었다.

누군가에게 키메라 세포는 심장과 머리만 온전하면 불사의 능력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지만, 실제로는 갖가지 몬스터들의 유전자 때문에 종종 몬스터들의 습성과 외관이 드러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게다가 키메라 세포가 폭주하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위험과 끊임없이 마나와 마력이 소모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라셀과 헬릭스는 이 키메라 세포를 없애고 원래의 육체를 찾고자 노력해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우연하게도 키메라로 만든 라셀의 신체가 파벨리온에 의해 소멸됨에 따라 그 영혼이 원래 육체였던 김강현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헬릭스는 지금까지도 키메라 세포만 소멸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문트는 이러한 그들의 말이 와닿지 않았다.

“이 키메라 세포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파벨리온의 레어를 털어 연구 자료를 훔쳐왔다.”

“……!”

“이 몸도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었지. 진짜 완벽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 이 키메라 세포를 이식할 것이다.”

이것이 지그문트가 인간계에 강림한 또 다른 이유였다.

전신에 키메라 세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마력이 필요한데, 이를 모으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간계에 강림하면 가만히 있어도 인간들이 마력을 제물로 바쳤다. 자신이 모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와장창!

덕분에 키메라 세포를 이식할 준비를 모두 마친 지그문트는 단숨에 밀폐 유리병을 부순 후 라셀의 손가락을 삼켰다.

“꺄아아앗!”

“저, 저게 뭐야?”

“괴, 괴물!”

“끄으으으읏!”

순간, 지그문트의 근육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날뛰기 시작했고, 놈은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키메라 세포로 개조하는 건 그냥 육체를 만드는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군! 크헉!’

파벨리온의 연구 자료에 육체가 키메라 세포를 완벽히 인식하기 위해선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내부 장기부터 신체의 모든 것을 뒤바꾸는 작업이었다.

그 고통은 날카로운 칼로 전신을 난도질한 뒤 생살을 불로 지지는 것 같았는데, 정신을 잃고 싶어도 오히려 또렷하여 신체의 세포 하나하나가 감지되며 정신이 번뜩번뜩 들었다.

잃어버린 육체를 복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지그문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젠장! 헬릭스!”

“알고 있느니라!”

“당장 놈들을 막아라!”

“너무 멀어!”

지그문트의 강림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인데 키메라 세포를 가진 놈은 인류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이라도 각성을 방해하면 지그문트의 키메라 각성이 실패하지 않을까 싶어 김강현은 마검을 들고 뛰쳐나갔고, 헬릭스는 마법을 준비했다.

이를 본 록스는 다급히 다크니스와 데스 나이트들에게 명령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지그문트! 끝이다!”

단숨에 해치우기 위해 김강현은 마검에 오러 소드를 실어 휘둘렀고, 뒤편에선 헬릭스가 지그문트의 몸을 단번에 덮쳐 버릴 검은 불꽃을 날렸다.

지그문트는 그들의 공격을 알고 있었지만, 각성으로 인한 고통으로 방어할 수 없었다.

콰앙! 쿠우우우웅!

광장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에 모든 사람들의 몸도 같이 흔들리며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마왕님!!”

“설마 한 번에 죽였어?”

“제발. 죽어라!”

이 모습을 보는 다크니스와 헌터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다크니스는 이대로 지그문트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헌터들은 이대로 마계로 역소환되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놈의 마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려진 시야를 주시하던 헬릭스가 지그문트의 마력을 감지했다

키메라 세포가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지그문트가 역소환되거나 힘이 약해졌다면 그의 권능으로 깨어난 데스 나이트들에게서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멀쩡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았어. 마치 금방 회복됐다는 느낌이야.’

김강현은 정확히 지그문트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절반쯤 베었는데도 키메라 세포로 육체가 회복되어 확실히 베었다는 느낌이 전달되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마터면 정말 죽을 뻔했군.”

“지그문트.”

“이게 키메라 세포인가? 전신에서 힘이 넘쳐! 크크큭! 크하하하하!”

뿌연 흙먼지가 사라지자 지그문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호흡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지만 놈은 환희에 떨며 크게 웃었다.

외관상 변한 것은 없었지만 마력이 전신에 퍼져 나가 모든 것을 파괴할 것만 같은 힘이 주어졌다.

실제로 인간의 머리를 살짝 쥐어도 단숨에 터트려 죽일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김강현은 살짝 신음을 흘리며 그의 상태창을 살폈다.

* * *

지■●트(무▽의 ▲왕)

체◆:▼ 마□:△ ◎력: ◆

▽○: ■ ■■: ◎ 정▼력: ○

◎◇◆□■○◎◇◎◇◆▲△▽▼◆

‘정보를 읽을 수 없어?’

김강현이 알고 있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상태창에서 보이지 않았다.

능력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라는 생각에 문득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졌다.

바로 김강현의 상태를 알아차린 헬릭스가 바로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아마 범위 밖의 존재라고 인식한 것 같구나.]

[이상하잖아. 그럼 너와 던전의 몬스터,아티팩트들은 어떻게 분석하는 건데?]

[그만큼 지그문트가 위험한 존재라는 거다. 세계의 기억, 아카식 레코드가 읽지 못할 정도로.]

세계의 기억에게 있어 헬릭스는 김강현에게 소속된 소환수이며, 영혼의 계약을 통해 확실히 통제되고 있는 만큼 그 정보를 확인하는 데 수월했다.

던전의 몬스터와 아티팩트들은 자신의 범위 내에서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존재들.

하지만 지그문트는 타 차원의 상위 종족인 데다가 키메라 세포를 받아들여 강해진 만큼 힘을 측정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 능력 따위에 의존한 거냐?]

[응?]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무슨 수를 찾아 이기던 네가 아니었느냐? 이딴 숫자에 의지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야!]

‘……헬릭스에게 이런 말을 들을 정도면 반성해야지.’

테라의 라셀은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더라도 싸우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쓰러트렸을 정도로 포기가 없었다.

그런데 지구에 돌아온 뒤 김강현은 가족을 만나고, 안락한 생활이라는 단꿈에 빠져 그때의 절박함을 잊고 있었다.

“헬릭스. 데스 나이트 쪽을 부탁해.”

“그러마. 네 실력이면 혼자서도 충분할 테니!”

정신 차린 듯 자신 있는 김강현의 말에 헬릭스는 호기롭게 대답하며 헌터들 쪽으로 합류했다.

지금의 김강현이라면 지그문트와 싸웠을 때 최소한 지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같은 헬릭스의 행동에 지그문트는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너희 둘이 간신히 쓰러트렸던 본 왕을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그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지그문트.”

“뭐라고?”

“라셀과 달리 김강현은 키메라 세포가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것들을 가지고 있어. 나를 얕보다간 다시 한 번 더 굴욕을 맛보게 될 거다.”

“크크크큭. 역시 내가 인정한 인간이군. 이렇게 나와주어야 라셀…… 아니, 김강현인가?”

예상외의 대답에 지그문트는 살기를 내뿜으며 웃었다.

그가 아는 라셀은 항상 자신감이 넘쳤으며 적을 두고 결코 무서워하거나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다른 인간들처럼 두려움에 현실에 안주하려던 것도 잠시, 순식간에 패기와 자신감으로 넘치는 눈빛으로 돌아왔다.

저 인간 또한 그가 아는 라셀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김강현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 위해 마검에 오러를 실었고, 지그문트도 싸움 자세를 취했다.

‘지그문트는 전투와 함께 마법을 시전 하겠지. 아니면 키메라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마법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어.’

기억을 더듬어 김강현은 지그문트의 전투 스타일을 떠올렸다.

다른 마족들과 달리 지그문트는 몸으로 싸우는 것을 즐겨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격투술을 익혔다.

근접전으로 싸우는 마족이 흔치 않은 마당에 마법까지 익혀, 격투 패턴에 맞춰 캐스팅 수식을 짜두어 싸울 때 굉장히 난해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실력이 한층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저절로 긴장감이 들었다.

지그문트는 김강현을 탐색하던 중 그의 검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 검은 어디서 났느냐?”

“소개받은 가게에서 샀다만?”

“마검 크로노스가 이 세계로 흘러 들어와 하필 저놈의 손에 들어갔다?”

지그문트는 정확하게 크로노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오래전 가문의 도서관에서 마계를 어지럽히는 마수 크로노스를 봉인한 검을 차원의 틈에 던졌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지그문트의 증조할아버지뻘 되는 마족이 이 싸움에 참여했었고, 기록을 도서관에 남겨두었다.

“기록과는 많이 다르군. 아직 각성하지 않은 건가?”

“모습이 달라?”

“걸맞은 갑주가 없다면 그저 튼튼한 검에 불과할 뿐.”

‘갑주라면 아까 마검이 집어삼켰다!’

문득 김강현은 마검이 멋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갑주를 떠올렸다.

마검과 동일한 재료인 다크니움으로 만들어진 갑주.

어쩌면 마검이 힘을 복구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갑주를 흡수했을 거란 가정이 떠올랐지만, 김강현은 일단 생각을 뒤로 미뤘다.

“헛!”

“죽어라!”

말로 혼을 빼놓은 지그문트는 어느새 김강현의 앞에 도달하여 마력이 실린 주먹을 지르고 있었다.

쿠우웅!

급히 마검을 들어 막아냈지만, 단순한 부딪침임에도 불구하고 둘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일어나며 양손이 저릿해졌다.

‘역시!’

‘만만치 않아!’

일격으로 서로의 힘을 측정한 그들은 팽팽한 싸움이 될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사정없이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 * *

‘키메라로 각성한 지그문트는 김강현이 이길 가능성은 희박해.’

데스 나이트를 향해 이동하던 헬릭스는 김강현과 지그문트의 싸움에 호기심이 생겼다.

만약 지그문트가 키메라로 각성 전이라면 김강현에게 40%의 승률이 있다고 판단되나, 지금은 불과 5%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굉장히 기대되었다.

‘불가능한 상황들을 늘 해결하곤 했지. 언제든지 말이야.’

세상은 힘이 강하다고 모든 걸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힘이 강해지면 그만큼 리스크가 있게 마련.

김강현 또한 그를 시기하는 인간들과 제약이 있었지만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충분히 해낼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너희들이 이 몸의 상대인가?”

헬릭스는 인간들과 데스 나이트를 바라보며 마력을 흘렸다.

‘마, 마족?’

‘숨이 안 쉬어져!’

철저하게 감추었던 존재감을 개방하자 헌터들과 다크 위저드들은 주춤거리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헬릭스가 마족이었기 때문이다.

테라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은 마족과 다크 위저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파티의 목적은 다크 위저드의 토벌로, 마족의 소환이 저지해야 했던 상황.

일행에 마족이 포함되어 있다면 다크니스와 내통하고 있는 것이냐며 괜한 모함을 받을 수 있어 감추고 있었지만, 지금은 싸워야 할 적이 있는 만큼 힘을 개방해야 했다.

‘대체 저 길드는 어떻게 된 거야?!’

이제 로렌스는 테라 길드가 어떤 길드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길드원 개개인의 실력이 하나같이 뛰어날 뿐 아니라, 호흡도 완벽했다.

게다가 길드장 김강현의 무력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었고, 소환수로 짐작되었던 헬릭스가 마족이라는 것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간 테라 길드와 다크니스가 같은 편인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렇다면 자신들을 여기까지 끌고 들어올 리 없었다.

아니, 단순히 유럽 협회에서 정보를 빼 가기만 하고 일을 방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크 위저드들은 너희들에게 맡기마. 당연히 그쪽이 처리할 수 있겠지?”

“으음.”

“너희들은 함정들을 통과하느라, 놈들은 마왕을 소환하느라고 지쳐 있으니 조건은 대등하다. 이것마저 못한다면 당장 도망쳐도 상관없느니라.”

“반드시 이놈들은 쓰러트리지.”

“걱정 마세요.”

로렌스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 보였으나, 헬릭스의 도발에 넘어갔다. 루시아도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수락했다.

그들이 생각해도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자신들의 한 것이 없었다.

이대로 판테온 신전을 나가면 사람들에게 안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설명할 거리가 없을 정도.

‘어쩌면 헬릭스가?’

그래서 순간 루시아는 자신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상대를 넘긴 것인가 의심했지만, 진실은 헬릭스만이 알 뿐이다.

“참! 너희들은 이리 오너라.”

“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

“언데드들은 헬릭스 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그렇지. 그런데 이 몸은 너희들이 편하게 싸우는 걸 못 보니 조용히 오너라.”

한편, 테라 길드원들은 헌터들과 합류하여 다크 위저드들과 싸우려고 했으나 헬릭스의 눈에 띄어 강제로 데스 나이트들과의 싸움에 합류하게 되었다.

“50마리 중 10마리를 맡아. 놈들의 실력은 평소와 똑같으니 필사적으로 싸워봐라.”

‘평소와 똑같다고?’

항상 수련 때마다 헬릭스는 압도적으로 깔아뭉개지 않고 그들의 실력보다 살짝 높여 상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단 한 번도 그들은 헬릭스를 이겨본 적이 없었다.

이 기색을 눈치챈 헬릭스가 한마디 던졌다.

“너희들은 모르는 곳에서 강현은 강한 녀석들과 싸워 이겼느니라. 심지어 죽을 위기를 많이 겪었지.”

“……!”

“너희들이 강현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느니라.”

그 말에 테라 길드원들은 잠시나마 강한 상대에 지레 겁먹었던 속마음을 채찍질하며 결심했다.

김건을 선두로 뒤에선 연세연과 이유하가 데스 나이트들을 향해 각자 무기를 겨누었다.

“허, 모두가 덤벼도 승산이 없을지 모르는데 고작 3명과 이상한 동물 따위로 덤비겠다고?”

“마왕의 권능으로 강하긴 하지만 그래봤자 죽은 시체에 불과하지 않느냐?”

“이놈이!”

록스는 헬릭스의 말에 발끈하여 화가 치솟았고, 헬릭스는 어떻게 싸울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까 에마누엘레 2세가 소환하였던 데스 나이트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마법에 취약한 점도 보완되었다. 게다가 지그문트의 권능으로 신성 마법에 대한 대비도 완벽했다.

“확실히 이 몸으론 어려우니 싸우기 편한 몸이 좋겠구나.”

“뭐?”

말과 함께 헬릭스의 몸이 검은빛에 휩싸이며 한 사람의 모습이 천천히 나타났다.

일전에 흑무와 싸웠던 때와 같은 인간 형태.

그 싸움 이후 헬릭스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폴리모프하여 인간 모습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동물의 모습은 마법을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근접전일 경우에는 싸움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사람이 나타났어?”

“원래 사람이었던 거야? 아니면 동물?”

“변신 마법이라니!”

모든 사람들이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테라 길드원들이었다.

“한바탕 놀아볼까?”

헬릭스는 블러드 웨폰을 자신의 팔에 휘감으며, 살기와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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