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다크니스의 본거지 (58/119)

3장. 다크니스의 본거지

“서브 핵이 모두 파괴당했다고?”

“네. 그래서 메인 핵을 작동시켰습니다. 한데 이곳은 위험할 수 있으니 위치를 옮기는 곳이 어떻습니까? 록스 님.”

한 다크 위저드로부터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보고받은 록스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놈들은 마력의 흐름을 읽고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그동안 6개의 서브 핵을 이용해 사람들의 영혼을 흡수하는 루트를 알지 못하게 교란했다.

하지만 서브 핵이 사라진 이상, 메인 핵이 직접 영혼을 흡수해야 한다. 이를 알아챈 곧 헌터들이 들이닥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 대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들의 대처가 빨라 생각보다 영혼의 양은 적지만, 벌써 소환에 필요한 70%가 모였어.’

지금 움직이면 영혼들이 담긴 메인 핵, 마력석을 같이 옮겨야 하는데, 현재 다크니스는 이 마력석의 마력을 감출 방법을 준비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마력석에 담긴 마력이 강대하여 록스조차 제어할 수가 없었다.

“아!”

고민하고 있는 찰나, 록스의 머릿속으로 한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에게 해답을 내려주었다.

“아니야. 예정대로 이곳에서 대계를 펼친다. 이것은 그분의 의지고, 뜻이니라.”

“네, 알겠습니다.”

* * *

“정말 여기가 다크니스의 본거지라고?”

“길드장님. 확실한 것이니까?”

피닉스를 비롯한 크로스, 테라 길드 등 핵심 전력인 헌터 60여 명이 다크니스의 본거지로 생각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네. 저도 믿기지 않아 헬릭스 님과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마력의 근원이라 생각되는 메인 핵이 이곳에서 확인됩니다.”

인솔하던 루시아가 설명했지만, 다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여기에 어떻게 숨을 수 있다는 거죠?”

“하루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인데.”

“판테온 신전?”

그것은 테라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그들이 도착한 곳은 로마의 판테온 신전으로, 기원전 27~25년에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양아들 마르쿠스 아그리파에 의해 세워졌으며 7개 행성의 신들을 경배하기 위한 건축물이었다.

한때 화재로 파손되었지만 복구되어 2,000년을 이어간, 로마 제국의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보존이 잘된 건물이었다.

지금은 헌터 협회의 요청으로 관람객이 없지만, 평상시에는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명소였기 때문에, 다크 위저드들이 숨을 장소로는 마땅하지 않아 보였다.

‘분명 마력의 흐름은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이냐?’

크로스 길드장이자 위저드인 로렌스는 마력의 흐름을 읽었다.

물론 루시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수색해도 다크 위저드들은 찾을 수 없었다.

판테온 신전에 안에만 들어가면 감쪽같이 마력이 사라져, 마치 귀신이 장난치는 것만 같았다.

[마법으로 공간을 나누어 놓은 것 같은데?]

[절반은 맞추었구나. 인간들이 파훼하기는 무리이니 이 몸이 없애도록 하마.]

김강현과 헬릭스는 판테온 신전 안을 둘러보며 주변을 파악했다.

“안에 있으니 위험하니 다들 잠깐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직접 보는 것이 좋겠군요.”

헬릭스가 무엇을 할지 짐작한 김강현은 루시아에게 이야기하여 모든 헌터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흐음, 여기가 핵심인가?”

판테온 신전의 청동문 앞에 선 헬릭스가 앞발의 발톱을 내밀며 파훼 마법을 시전했다.

우우우웅!

청동문은 헬릭스의 발톱이 닿자 미세한 진동과 함께 검은빛을 내뿜더니 검은 구멍을 만들어냈다.

“고, 공간이 갈라져?”

“마, 말도 안 돼!”

이렇게 공간 마법에 의해 숨겨져 있던 진짜 판테온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을 보니 이미 다크니스에 의해 던전으로 변한 뒤.

지금까지 보이던 판테온 신전은 공간 마법과 환영 마법으로 사람들의 눈을 속인 것이었다.

“여기서부턴 진짜 목숨을 걸 인간들만 들어오도록.”

헬릭스는 태연히 말 한마디를 던지고 신전 안으로 날아 들어갔고, 그 뒤를 테라 길드가 뒤따라갔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S급, 아니, 그 이상의 던전이야!’

보통 던전의 위험 난이도는 게이트의 색깔과 뿜어내는 마나를 통해 짐작이 가능하다.

이 판테온 신전의 경우 건물 자체에서 풍기는 마력에서부터 소름이 돋있다.

헬릭스의 말대로 안에 들어가면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스펠 바이러스로 죽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예요. 헌터는 몬스터들로부터, 머더러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이들입니다. 이것 하나만큼만 기억하길 바랍니다.”

헌터들이 머뭇거리자 루시아는 각오를 다지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닉스 길드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맞는 말이야. 한 번 헌터는 계속 헌터지.”

이 생각은 로렌스도 동일했다.

피닉스 길드와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가질 수 있는 권력과 힘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자신들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헌터들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었다.

그 또한 휘하 길드원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모든 헌터들이 판테온 신전에 입장하자 입구가 검은 연기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 * *

“모, 몸이 무거워!”

“숨도 답답하고…… 마나가 돌덩어리처럼 느껴져…….”

그동안 경험했던 던전과는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다니던 던전은 마나가 풍부하여 오히려 스킬 사용이 효율적이고, 신체 회복에도 유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마나와 상극인 마력이 가득한 곳.

오히려 헌터들에겐 최악의 환경일 터였다.

“오랜만에 아주 기분이 좋구나.”

“별로 다를 게 없네.”

하지만 원래 마력을 다루는 헬릭스와 마족과의 싸움에 능숙한 김강현은 예외였다.

“이럴 땐 마나를 계속 움직여 컨디션을 조절하도록 하거라. 그동안 이 몸과 했던 수련을 기억하면 될 터. 여기 있는 강현은 잘하고 있지 않느냐?”

“그게 말은 쉽죠.”

“으으으-”

그나마 테라 길드원들은 다른 헌터들보다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제일 먼저 컨디션을 회복한 사람은 김건과 연세연으로, 평소 헬릭스에게 갈굼받은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이유하는 김강현에게 마나 운용에 대한 도움을 받아 빠르게 컨디션을 되찾아갔다.

헬릭스의 말을 엿들은 다른 헌터들도 마력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까지 마력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없으니 이동하겠습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테라 길드가 선두에 설 테니, 피닉스 길드와 크로스 길드가 따라오는 것이 어떻습니까?”

지금도 사람들이 스펠 바이러스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네. 좋아요.”

“좋은 생각이군요.”

‘테라 길드가 시간을 끄는 동안 서둘러 적응하고 공을 차지한다!’

다크 위저드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이 던전은 어떤 위험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공략법도 존재하지 않아 선두에 서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었다.

때문에 로렌스는 크로스 길드를 후방에 배치하고 때를 노리기로 결심했다.

김강현은 로렌스의 생각을 눈치챘지만 여기서 싸워봤자 헌터들끼리 불화만 생길 것이 뻔했기에, 묵인하고 안쪽으로 전진했다.

“계속 마나를 움직여. 마력과 부딪치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닿는 순간 미끄러지듯이 마나를 운용하는 거다.”

그리고 테라 길드원들에게 환경에 적응하고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했다.

덕분에 김건과 연세연은 마력이 가득한 던전에서 점점 더 마나를 자유롭게 사용했고, 스킬의 운용도 좋아져 갔다.

‘여기 던전 맞아?’

‘가도 가도 끝이 없잖아.’

유럽 협회 소속의 헌터들은 이미 판테온 신전을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어, 대략이나마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길의 끝이 보이지 않고, 주변에 마력이 가득하니 어떤 적이 나올지 알 수 없어 긴장감이 증폭되고 경계심도 심해져 갔다.

“원래 여기 조각상들이 있었나?”

거기에다 앞으로 갈수록 점점 길은 좁아져 나중에는 세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기존의 판테온 신전에는 없었던 조각상들이 천장과 벽면에 설치되어 있었다.

“조각상? 혹시……?”

순간 움찔한 김강현이 빠르게 조각상을 살폈다.

어떤 몬스터를 형상화한 듯한 모습.

그 모습이 김강현의 눈에 낯익었다.

“모두 싸울 준비해! 몬스터들이 습격할 거다!”

“정신이 나간 거야?”

“대체 몬스터가 어디 있다는 건가!”

김강현의 경고에 테라 길드원들은 곧바로 전투 준비에 나섰지만, 다른 헌터들은 미심쩍은 듯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기만 할 뿐이었다.

우드드득! 우득!

그때, 갑자기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위에서 돌 조각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쿠오오오오!!”

“정말 몬스터가 나타난 거야?”

“어, 어디?!”

그들의 귓가를 울리는 몬스터들의 고함 소리.

헌터들은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좇으려고 노력했다.

“아악!”

“헉!”

하지만 모습을 확인하기도 전, 자신의 옆에 있는 헌터들의 목이 잘리거나 가슴에 날카로운 손날이 박혔다.

“놈들은 마법 생명체인 가고일로, 평상시엔 석화 상태로 있다가 적을 발견하면 공격하는 몬스터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니 조심해!”

20여 마리의 가고일.

놈들이 손에 창을 든 채 하늘을 유영하며 헌터들을 공격했다.

“젠장! 이놈들은 어떻게 공략해!”

“머리를 날려도, 팔이 부서져도 계속 재생하잖아!”

디펜더들이 딜러와 위저드들을 보호하며 공격을 펼쳤지만, 가고일들은 아무리 공격해도 부활하며 계속 헌터들을 압박했다.

“헛!”

그 순간, 김강현이 날린 마나 소드에 가고일의 전신이 돌덩어리로 변하며 부서졌다.

“길드장님, 대체 어떻게?”

“가고일의 핵을 부수면 다시 부활하지 않고 죽는다.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으니 마나를 이용하거나 마법으로 공략해!”

“정확하다. 가고일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핵의 위치는 각각 다르니 마력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공략하도록 하거라!”

뒤이어 헬릭스도 가고일의 핵이 있는 머리에 불꽃 덩어리를 날리며 소리쳤다.

* * *

“처음부터 이렇게 피해가 크다고?!”

“부상자들은 회복 포션으로 얼른 치료해!”

30여 분 후.

가고일들과의 싸움이 끝나자, 헌터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며 뒷정리에 나섰다.

총 68명의 헌터 중 13명의 헌터들이 이 자리에서 죽었고, 5명의 헌터들은 부상을 입었다.

그중 생명이 위독한 헌터도 있었지만, 넉넉하게 가져온 회복 포션으로 치료하니 거동은 가능해졌다.

‘만약 테라 길드가 없었다면…….’

‘절반 이상의 헌터들이 여기서 죽었을 거야!’

엉망이 된 헌터들을 보며 루시아와 로렌스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강현과 헬릭스가 헌터들 사이를 누비며 대응해 주었기에 이 정도로 끝났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절반에 가까운 헌터들이 가고일에게 죽는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었다.

“우선 두 사람이 협력하여 가고일을 쓰러트린 것은 칭찬하마. 유하도 예상치 못한 싸움이었을 텐데 공격용 포션으로 지원한 건 훌륭했다.”

“저, 정말인가요?”

“그동안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요.”

“하지만 그뿐이었느니라!”

한편, 자잘한 상처만을 입은 테라 길드원들은 싸움에 대한 피드백을 나눴다.

우선 사방에서 공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쪽 벽을 등지고 싸웠다.

디펜더인 김건은 돌아다니며 가고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고, 라운드 실드를 휘둘러 놈들을 기절시키기도 했다.

연세연은 얼음을 커다란 송곳 형태로 만들고, 이유하는 폭탄 포션을 날려 가고일들을 공략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완벽한 호흡으로 가고일들을 쓰러트렸지만, 헬릭스의 눈엔 차지 않았다.

“시야를 넓혀 건은 놈들을 쓰러트리기보단 기절시키고, 세연은 가고일의 급소로 짐작되는 머리와 심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공략하여 바닥에 떨어뜨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럼 소모되는 마나양도 적고 효율적으로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겠지. 다른 헌터들이 빠르게 가고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니라. 유하는 아예 후방에서 헌터들을 지원했다면 부상자의 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아!”

“이 곳에 너희들만 있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다른 인간들을 배려했어야 했다.”

“…….”

“그렇지만 잘했다. 다음에도 노력하도록!”

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헬릭스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한 후 자리를 떴다.

테라 길드원들 또한 헬릭스의 진심을 알고 있었기에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놈들에게선 뭐가 나왔느냐?”

“이번에도 꽝이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테라와 관련되어 있다는 거.”

“응?”

부서진 가고일에 몸에서 나온 핵.

그곳에 테라의 언어가 적혀 있었다.

정확히는 테라에서 쓰였던 마법 고대어로, 지구의 사람들이 보면 기괴한 문자로 넘어갈 것이었다.

“초입이 이 정도면 나중은 심각해지겠구나.”

“어. 검 어르신이 오지 않은 게 다행이야.”

둘은 신전에 들어오기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나도 신전에 들어가야겠다.”

“죄송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왜 그런 판단이냐? 유하도 같이 가지 않느냐?”

“알케미스트인 유하는 비전투직이나 스펠 바이러스에 연관된 재료나 치료제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합류시켰습니다. 물론, 변이된 판테온 신전은 각종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공격용으로 쓸 포션들을 챙기고 후방에서 길드원들을 지원할 예정이고요.

하지만 검 어르신은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더러, 무리하면 마나 로드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수련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다크니스와의 싸움은 이번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앞으론 더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훗날을 기약했으면 좋겠습니다.”

“…….”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록스, 그자의 마지막은 검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으니 이동하지요.”

“알겠습니다.”

이윽고 헌터들의 수습이 모두 끝나자, 다시 테라 길드를 선두로 세 길드가 나아갔다.

불과 한 번의 싸움을 거쳤을 뿐인데, 유럽 현회 소속 헌터들의 표정이 바뀌어 있었다.

들어왔을 때는 긴장과 경계심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두려움과 공포가 얼굴에 드러났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칠 수 없으니,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 길이 이렇게 길었나?’

‘여기선 정면이 막혀 있고, 오른편에 길이 있었는데?’

어릴 적부터 판테온 신전에 여러 번 와본 적이 있는 유럽 협회 헌터들의 기억과 달리, 길이 엉망진창이었다.

“설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다시 한번 이동해 보죠.”

계속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다는 느낌.

단순하게 걸었을 뿐인데 점점 체력이 소모되었다.

그래서 김강현과 헬릭스는 혹시 몰라 챙겨두었던 가고일의 핵을 바닥에 던져놓고, 주먹으로 벽의 일부를 부순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후.

“저, 저건 아까 버린 마나석?”

“우리가 빙빙 돌고 있는 거였어……?”

분명 10여 분이 지나 도착한 장소에, 아까 놓아둔 가고일의 핵과 부서진 벽이 있었다.

그동안 헛고생하고 있었음을 파악한 헌터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미로인가?”

“마력이 체력과 마나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대론 여기서 죽을 거야!”

다크니스는 침입자들을 대비하여 첫 번째로 가고일을 배치시켜 놓았고, 두 번째에는 미로를 준비해 두었다.

그나마 헬릭스로부터 수련을 받아 어느 정도 마력에 적응한 테라 길드원들은 상태가 나쁘지 않았지만, 유럽 협회 소속의 헌터들은 패닉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했다.

“젠장!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잖아!”

“벽을 부서 버려!”

이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는다는 생각에, 몇몇 헌터들이 분노하며 벽을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하지만 마법이 걸려 있는지 절반쯤 부순 후에는 어김없이 바로 복구되었다.

“진정해! 이러면 자멸뿐이야!”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옆의 헌터들이 패닉에 빠진 이들을 기절시키거나 몸을 붙잡았다.

계속해서 일이 터지자 루시아와 로렌스는 한숨을 쉬며 자신도 모르게 김강현과 헬릭스를 보았다.

지금까지 그들이 모든 해결방안을 찾았던 만큼, 이번에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까다로운걸.”

“복잡하게 꼬여 있으니 1시간 정도 걸리겠구나.”

과연 다크니스는 많은 준비를 해둔 모양이었다.

미로 파훼에 1시간이나 걸린다면 그사이 헌터들의 체력과 마나가 바닥나, 정작 싸워야 할 때 대항하지 못한 채 전멸당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건가요?”

둘의 중얼거림을 들은 로렌스는 사색이 되었고, 루시아는 혹시나 싶어 다시 물었다.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위험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군요.”

“아!”

그 말에 모든 헌터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를 지켜보는 로렌스의 눈빛은 심상치 않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아까 가고일로부터 얻은 핵, 마나석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주십시오. 하나라도 많을수록 좋으니 여유로 가지고 있는 마나석도 좋습니다.”

그 말에 헌터들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마나석을 꺼내 모으기 시작했다.

가고일들의 핵으로 쓰인 마나석은 A급으로, 놈들을 죽이기 위해선 이 마나석을 부숴야 했다. 덕분에 크기는 서로 달랐지만 부서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마나석에 마나가 조금 존재했다.

“유하야, 마나를 흘려보내면 마나석이 폭발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흐음, 어렵지 않네요.”

김강현의 부탁에, 이유하는 폭탄을 일으키는 액체를 마나석에 흘려보내 푸른색 마나석을 단숨에 붉은색 폭탄석으로 만들었다.

겉보기엔 단순하게 액체를 마나석에 부은 것뿐인데 색깔이 변하자, 주변 헌터들은 놀라 작게 탄성을 질렀다.

마나석을 물들이기 위해선 세밀한 마나 조율이 필요했으므로, 김강현은 속으로 이유하의 성장에 감탄했다.

“단숨에 터트릴 계획이니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디펜더들이 방어하고, 밀려나지 않게 다른 헌터들이 돕는 게 좋을 겁니다.”

“들었지? 빨리빨리 움직여!”

“위저드들이 방어 마법을 펼쳐서 디펜더들을 지원해.”

조금이라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자 그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테라 길드원들도 폭발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대비에 나섰다.

한편, 헬릭스는 김강현의 생각을 읽고 물었다.

“힘으로 미로를 부술 생각이더냐?”

“어. 가끔 머리로 풀기 어려울 땐 힘으로 해결하는 법이 빠르니까.”

“하긴, 이걸 일일이 풀려고 시간만 버리는 것보단 이편이 좋을 것이니라.”

다크니스는 오래전부터 판테온 신전을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인지, 미로가 촘촘한 데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방어 작용으로 더 복잡하게 변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기회는 단 한 번. 마나석이 터지는 순간에 공간을 갈라 미로의 핵을 없앨 계획이다. 네가 마나석을 터트린 후 타이밍을 정확히 알려줘.”

“알겠느니라.”

아까 헌터들이 벽을 부술 때, 미로의 핵인 마력석이 바닥 깊은 곳에서 발동되는 것을 감지하고 떠올린 방법.

마나석을 터트려 일시적으로 미로가 부서지면 마력석이 미로를 복구하기 위해 발동할 것이다.

그 후 마력의 흐름을 쫓아가 마력석을 파괴하면 될 터.

이 방법이 최선의 판단이라는 것에 동의한 헬릭스는 후방에 있는 인간들의 준비가 끝나자 마나석을 향해 불꽃을 쏘아 보냈다.

쾅! 콰가가강! 쾅쾅!

“위에서 돌 떨어진다!”

“모두 넘어지지 않게 중심 잡아!”

폭발의 영향력은 단순히 벽만 부수는 것이 아니라 판테온 신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컸다.

무수한 돌 파편들이 헌터들을 향해 쏟아졌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디펜더들은 하체를 낮춘 후 방패를 휘둘렀고, 딜러들이 서포트에 나섰다.

위저드들은 천장에 방어 마법을 시전하여 커다란 돌덩어리가 떨어지지 않게 막았다.

[지금 나타나는 마력의 흐름을 쫓아라!]

그사이 헬릭스는 미로의 마력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마력석의 마력을 찾아 전달했다.

이를 쫓은 김강현이 순식간에 마검을 휘둘렀다.

* * *

“저 자식은 뭐 하는 거야!”

“공중에 그냥 칼질?!”

자신의 몸을 간수하기에도 정신없는 상황에서조차 헌터들은 김강현의 이상한 행동을 포착했다.

평소 같으면 상관없겠지만, 상황이 위급한지라 성질 급한 헌터들은 욕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몇몇 헌터들의 반응은 달랐다.

‘설마 공간을 가르는 걸까?’

연세연은 일전 서브 핵이 있는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 토왕을 죽인 수법을 떠올렸다.

‘마나 흐름이 격변한다!’

‘단숨에 나를 덮칠 것만 같아!’

루시아와 로렌스를 비롯하여 마나에 민감한 헌터들은 거대한 마력의 흐름 사이에서 또 다른 마나를 감지했다.

그 마나는 주변의 마력들을 모조리 없애 버린 뒤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미로의 지하에서 충돌이 감지되었다.

“벽이 무너진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미로가 사라지잖아!”

땅이 살짝 진동한 뒤, 단숨에 미로의 핵이 부서졌다.

마력 공급이 끊긴 미로는 모래성처럼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뭔가 했구나!’

미로가 무너지는 이유는 모르지만, 헌터들은 그 결과에 김강현이 개입되어 있음을 눈치챘다.

이윽고 미로가 사라지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고일과 싸우고 미로를 헤매느라 피곤이 쌓인 헌터들은 문 앞에서 1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뒤 이동하고 했다.

‘역시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저 녀석이야.’

로렌스는 휴식을 취하면서 힐끔힐끔 김강현을 보았다.

‘피닉스 길드는 루크가 복귀하기 전에 언제든지 쓰러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마스터 소드에 이어 변수가 나타날 줄이야!’

그는 유럽 협회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피닉스 길드를 없애 버릴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럽 협회는 매년 의장이 바꾸어 권력의 집중을 막았지만 길드의 힘과 세력이 커지면 의장의 발언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때문에 루크가 새로운 강함을 추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지금, 기회를 틈타 피닉스 길드를 날려 버릴 계획을 실행하려던 찰나.

다크니스의 발호와 함께 테라 길드가 영국에 온 것이었다.

‘테라 길드가 피닉스 길드와 선을 긋고 유럽 협회의 헌터들을 중재하는 이상 명분이 없다!’

김강현이 루시아와 검천호와 친분이 있는 만큼 피닉스 길드에 합류하여 싸울 것이라 예상한 것과 달리, 이들은 철저히 중립에 서서 유럽 협회의 싸움을 중재하며 관망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꺼번에 두 길드를 함정에 빠트리려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강현의 실력을 직접 목격하자 경계심은 위기가 되어 점점 심리적으로 로렌스를 압박했다.

‘여기서 나가면 제일 먼저 없애야 한다!’

로렌스가 유럽 협회를 장악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테라 길드를 한국에 돌려보내야 했다.

최악의 경우 다크니스를 이용해 죽여야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수월할 리 없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한편 김강현은 다크니스를 생각하느라 정신없었다.

다른 헌터들에게 판테온 신전은 이미 끔찍할 만큼 힘들고 괴로웠지만, 김강현은 겨우 이 정도로 끝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숨겨놓은 비장의 수가 있을 것이었다.

* * *

“록스 님. 벌써 놈들이 신전의 절반 이상을 통과했습니다.”

“이대론 금방 이곳까지 쳐들어올 것입니다.”

다크 위저드들은 소환 장소에 모여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두었던 미로가 무력화되자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나 급박해 보이는 소식에도 그들의 수장인 록스는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걱정 마라. 놈들은 마지막 가디언들을 뚫지 못할 테니까.”

“가디언이라니요?”

“그분의 권능으로 깨어난 임모탈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소환 의식에 신경 쓰느라 완벽하게 세뇌시키지 못했지만 충분히 헌터들을 몰살시킬 터.”

“임모탈이라면!”

그들이 판테온 신전을 거점으로 정한 이유는 이곳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기 위함이었다.

생전에 위대한 카리스마와 통솔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이 영혼은 군대를 지휘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다. 훗날 언데드 군단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헌터들이 생각보다 빨리 이 거점을 찾아냈다.

어쩔 수 없이 영혼을 빨리 깨울 수밖에 없었지만, 임모탈이라면 이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직 멀었느냐? 빨리 이 몸을 불러내라!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때, 방 전체가 울릴 정도로 마력이 담긴 목소리가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울려 퍼졌다.

아직 이곳에 현신만 하지 못했을 뿐, 마법진을 통해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록스를 비롯한 다크 위저드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이 영혼들은?

“이상한 것이 있습니까?”

그런데 마법진에서 갑자기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록스는 침착하게 물었다. 이제 소환 의식만 치르면 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하핫!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렇게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이곳에 있었다고?

“그게 무슨?”

-아주 재미있어.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죽일 수 있어! 하하하핫!

미친놈처럼 매우 기쁘게 웃음을 토해내는 무언가.

-임모탈은 절대 놈들을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니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그러니 서둘러 소환 의식을 마무리 지어라.

“알겠습니다.”

테라의 악연이 우연처럼 이어지게 된 순간이었다.

* * *

눈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강현은 언젠가 감지한 적 있는 마력의 흔적에 눈을 떴다.

“방금 익숙한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했느냐? 갑자기 웬 헛소리야?”

“……잘못 느꼈나?”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짓던 김강현은 살짝 고개를 젓고는 쉬고 있던 일행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어. 너희들은?”

“네. 마나석과 마법으로 만든 결계 때문인지 괜찮습니다.”

일행은 마력에 노출된 장소가 아닌 마나석을 기반으로 한 마법진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계속 마력에 노출되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마나가 계속 소모되어 자구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었다.

덕분에 다른 헌터들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윽고, 정해진 휴식 시간이 지나자 한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어떤 놈들이 있을지 다들 긴장한 기색.

끼이이이익!

가장 선두에 선 김강현이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아무도 없잖아?”

“여긴 지나가면 될 것 같아. 얼른 가자!”

커다란 복도와 양쪽 벽에 걸린 전등.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 다른 점은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다는 것뿐.

질척거리지 않아 걷는 덴 불편함이 없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몬스터는 없었다.

일행은 서둘러 안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응?”

끼이이이익!

그런데, 갑자기 문이 닫히더니 주변이 반쯤 어둠에 잠겼다.

-누가 짐의 안식을 깨우는가?

“누구냐?”

“숨지 말고 나와!”

-오히려 짐에게 화를 내는 것이냐? 침입자들 주제에 뻔뻔하구나.

곧이어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운 한기가 헌터들을 덮쳤다.

두두두두!!

커다란 진동.

지하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손으로 땅을 파헤치며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 언데드!”

“스켈레톤에 데스 나이트까지!”

“준비했던 성수 꺼내!”

땅속에서 나타난 것은 어둠의 종족인 언데드들.

병사 복장을 한 스켈레톤들과 갑주를 입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이 물밀 듯이 지상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나타난 2층 높이의 단상과 거대한 관.

서서히 관의 문이 열리고, 그 속에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스켈레톤과 데스 나이트들이 그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경의를 표했다.

“어리석은 침입자들은 모조리 이곳에서 죽을지어다!”

“그어어어억!!”

“어어어억!”

무시무시한 외침과 함께, 90마리의 스켈레톤과 10마리의 데스 나이트들이 무기를 치켜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한 헌터가 관에서 나온 사람을 자세히 보더니 중얼거렸다.

“혹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아닐까? 원래 이곳은 이탈리아 왕들의 무덤이니 충분히 가능성 있잖아.”

“오호. 짐을 아는가?”

“지, 진짜 에마누엘레 2세 였어?!”

에마누엘레 2세는 심기가 매우 불편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렇다. 이 몸은 죽지 않는 불사의 왕! 이탈리아의 영원한 군주이니라! 이 몸의 영면을 깨운 죗값을 치르거라!”

그의 말에 언데드들이 헌터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명이 떨어지면 바로 달려들 기세였다.

“왕이시여.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무엇이냐?”

그때, 로렌스가 선두에 나서며 말했다.

“먼저 저희들이 영면을 깨운 점은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의 국민으로써 부득이 이곳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럼 나의 백성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에마누엘레 2세는 언데드이긴 하지만, 다른 언데드들과 달리 지능이 있고 말을 할 줄 알았다.

어쩌면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로렌스가 중재에 나섰다.

그 모습에 다른 헌터들도 잠시 뒤로 물러났다.

“지금 바깥에서는 스펠 바이러스라는 독이 퍼지고 있어 이탈리아뿐 아니라 각국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현재 유일한 방법은 스펠 바이러스를 만든 자들로부터 치료제를 얻는 것인데, 그들이 저안 쪽에 있어 부득이하게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

“네. 게다가 왕께서 영면하신 지 100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들에 의해 왕께서도 이용당하고 있고, 휘하 부하들도 조종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엄벌을 내릴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십시오!”

그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에마누엘레 2세가 문득 자신의 몸을 살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힘을 부여하기 위한 마력석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생전의 부하들은 사람이 아닌 흉측한 해골의 형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에마누엘레 2세가 말을 하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한 줄기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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