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절대자는 역대급 헌터 7권
1장. 다크니스의 음모
“영국에 와서 가장 먼저 다크니스의 행적을 조사했습니다.”
김강현은 말과 함께 준비한 USB를 루시아에게 건넸다.
바로 빔 프로젝트를 틀어 내용을 확인하니, 화면에 유럽 전도가 펼쳐졌다.
“그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유럽을 떠돌며 일을 꾸몄죠. 그래 기존의 헌터들이 많이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떠돈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지금 이 사태를 만든 것이겠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까?”
그들의 목적이 스펠 바이러스가 아니란 말인가?
김강현이 손짓하자 루시아가 다음 페이지를 넘겼는데, 유럽 전도에 빨간 점들이 표시되었다.
“지금까지 다크 위저드들이 발견된 장소들입니다. 이 점들을 선으로 이어보면 그들의 목적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말도 안 돼! 그걸 어떻게 알아?”
회의실의 헌터들은 의구심이 들었다.
피닉스 길드와 마스터 소드의 추천에, 병원에서 혁혁한 활약을 했다고 해서 김강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도움은커녕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번복하며 이야기하니 점점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우당탕탕! 쾅!
그때, 갑자기 두 헌터가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신을 벌벌 떠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무서움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아! 그걸 놓치고 있었다니!”
“놈들의 목적을 생각하면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거든……!”
자리에서 일어난 헌터들은 나이가 지긋한 위저드들로 실력이 뛰어나고 인성이 좋아 호평이 자자했다.
평소 머리 위에 불이 나도 여유롭고 인자할 것으로 유명한 그들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치자, 주변의 헌터들의 의구심을 드러냈다.
“스펠 바이러스는 이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군.”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역시 두 분은 알아차리시군요.”
“우리야 헌터가 되기 전부터 마법 공부에 힘썼던 사람들이네. 오히려 뒤늦게 알아차린 게 쑥스럽군.”
“놈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다 보니 우연치 않게 얻었을 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십시오.”
김강현이 다시 루시아에게 신호를 보내 화면을 넘기자, 점이 선으로 연결된 하나의 문양이 나타났다.
이 문양은 유럽 전체를 뒤엎고 있었다.
“소환 마법진?”
“저, 저건 악마 소환 마법진이야!”
“오~! 신이시여!”
뒤이어 회의실에 있는 위저드들과 마법에 관심 있는 헌터들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그 많은 사람들이 소환을 위한 제물?”
“이 미친놈들!”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했어!”
다크니스가 스펠 바이러스로 인류를 공격한 이유를 알게 되자 헌터들은 분노로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다들 진정하세요.”
‘그때 놈들을 포기하지 않고 쫓았어야 했어!’
점점 소란스러움이 커져 회의 진행까지 어려워지자 루시아가 나서 헌터들은 진정시켰다.
루시아는 더 추격에 신경 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정확하게는 다크니스가 사람들을 죽이거나 언데드를 만드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모르게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안일했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지만, 달라져야 했다.
“테라 길드장의 말은 잘 들었어요. 마족의 소환을 막기 위해선 다크니스를 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소환 준비가 완벽하더라도 사람들의 영혼이 없다면 소환이 불가능할 테니까요.”
루시아는 결정을 내리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모든 헌터들이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솔직히 그들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 어느 하나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선순위로 정해야 했다.
“헌터 협회는 다크니스의 추적에 전력을 쏟도록 합니다. 스펠 바이러스로 인해 계속 사람들이 죽고 있는 지금, 단기간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 불가능할 터. 오히려 다크니스를 잡아 백신 혹은 치료제를 얻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독이 있다면 만약을 위한 해독제도 같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독의 정체를 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은 자명했다.
이에 다른 헌터들도 동의하고 인원을 나누어 마법진을 조사하기로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건 유럽의 일인 만큼 저희들이 나서서 하죠.”
“그러니까 저희들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말입니까?”
“하하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어떤 상황에서든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능한데, 테라 길드와는 어렵지 않나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몇몇 헌터들이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고, 김강현은 욕이 절로 나왔다.
“로렌스. 정말 진심입니까? 만약 테라 길드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린 놈들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뜻입니다.”
‘저 사람이 또!’
정확히는 로렌스의 크로스 길드를 따르는 무리들이었다.
현재 유럽 협회는 워리어의 피닉스 길드와 위저드의 크로스 길드, 두 개의 파벌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피닉스 길드장인 루크가 있을 때는 강력한 무력으로 꼼짝하지 못했으나, 루크가 사라지자 기회를 잡아 협회를 장악하려는 듯 번번이 루시아의 의견에 반박하고 수를 썼다.
로렌스는 주변의 사람들을 흔들어 분위기를 만들고는 금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며 미소 지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 맞구나.’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
김강현은 권력 다툼이 한심했다.
어차피 죽으면 권력 또한 부질없을 텐데, 무엇 때문에 가지기 위해 아둥바둥대는 것인지.
“그럼 따로 움직이는 게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테라 길드의 인원은 저를 포함하여 4명이고, 마스터 소드까지 합류해도 5명입니다. 인원이 적은 만큼 여러분들과 합류하기보단 따로 움직이도록 하죠. 그 편이 좋지 않을까요?”
“하하하., 테라 길드장은 답답한 의장보단 말이 통하는군요. 저는 찬성입니다.”
김강현의 돌발 행동에 로렌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동의하자, 뒤이어 다른 헌터들도 뒤따랐다.
“자, 잠깐만요!”
루시아는 말릴 틈도 없이 상황이 진행되자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로렌스와 크로스 길드가 마음대로 날뛸 것이 분명했고, 테라 길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의장 권한을 사용해서라도 그들을 저지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저들의 말대로 하자.]
‘지금 하나로 뭉쳐도 부족할 텐데 이렇게 흩어진다고?’
그런데 오히려 김강현이 아무렇지 않자 루시아는 당황을 넘어 혼란스러웠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각자 움직이되, 하루에 한 번씩 협회로 연락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죠.”
결국 각 길드들이 각자 움직이기로 결정된 후, 길드장들은 헌터폰으로 화면의 지도를 찍어 길드로 전송한 뒤 어서 이 마법진을 분석하고 해체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회의가 파하고 헌터들이 순식간에 회의실을 나가자, 안에는 루시아와 김강현만이 남게 되었다.
“강현, 지금 무슨 생각이야? 지금 따로 움직이면 다크니스의 표적이 될 거야.”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바야. 괜찮아.”
“뭐어?”
“저들은 다크니스를 속일 미끼일 뿐이야. 그사이 테라 길드는 다크니스를 찾아 없앨 계획이고.”
“자, 잠깐만! 그럼 저들을 이용하겠다는 거야?”
“물론. 원래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본인들이 싫다는데 강요할 수 없지.”
김강현은 냉정하게 본인의 편과 적을 나누었다.
옛날 아무것도 몰랐던 라셀은 모든 사람들을 이끌어 데리고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꼭 반발하여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고, 몇 사람의 욕심에 의해 일이 망했다.
그 이후부터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대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챙겨주되, 아닌 사람들은 철저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한 가지 충고하면…… 지금은 로렌스라는 자에게 모든 걸 맡기는 게 좋을 거야.”
“……?!”
“마법진에는 최소 상급 마족만이 알 수 있는 지식들이 있어. 저들이 단기간에 마법진을 해체하는 건 불가능해. 즉, 저들이 헤맬수록 유리해지는 건 너야.”
“그럼 사람들의 피해가 커지잖아?”
“그래서 테라 길드만 따로 움직여서 서둘러 해결할 거야. 지금 지구에서 테라 길드만큼 마족과 다크 위저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지금은 로렌스의 뜻에 움직이다가 나중에 기회가 보이면 움직여. 지금은 피닉스 길드장이 없으니 저러지만, 나중엔 상황이 역전될 테니까.”
김강현은 회의에 지켜보면서 두 사람의 세력 관계를 분석했다.
피닉스 길드장이 부재중인 만큼, 지금은 최소한의 견제만 하며 몸을 웅크리고 때를 노려야 했다.
섣불리 크로스 길드와 싸우다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다 헬릭스의 정체가 마족 발록이며, 마계 마족들에겐 무서움의 대상이라면?”
“허억!”
그 순간 루시아는 너무 놀라 호흡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와 계약을 맺었으니 함부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자신을 공격한다면 철저히 복수하겠지.”
“저, 정말? 아니, 그보다! 마족이 마족을 공격하는 게 괜찮아?”
“마계는 강자존이야. 강하면 모든 게 가능해. 헬릭스는 한때 발록의 왕이었던 만큼 웬만한 마족 정도는 쉽게 상대할 거고.”
냉정하게 자신과 헬릭스의 실력을 평가하면, 최상급 마족은 아슬아슬하게 어렵지만 상급 마족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강현의 말대로라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고 이 사태도 해결할 수 있어!’
루시아는 며칠 동안 고민했던 모든 것이 풀리자, 그동안 무거웠던 어깨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이후, 김강현은 미리 헬릭스에게 부탁했던 마법진 핵의 위치를 전달받았다.
* * *
“여기에 마법진의 핵이 있어?”
“정황상 가장 의심이 되는 지역이니 놈들의 흔적을 잡을 수 있을 거야.”
테라 길드는 마법진의 핵을 찾기 위해 김강현 & 연세연, 헬릭스 & 건, 두 팀으로 나뉘어 마력석이 있을 곳이라 짐작되는 곳의 지역을 조사했다.
“유럽 전체가 마력으로 요동치는데, 여긴 이렇게 조용하다고?”
이 주변은 마력 농도가 높지 않아 사람들이 스펠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안전했다.
이 점을 파고들어 간 김강현과 연세연은 분명 이곳에 아티팩트가 숨겨져 있거나 마법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발견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일과 관련이 있나?”
“무슨 일이 있었어?”
“세 달 전에 근처에 있던 D급 던전이 폐쇄했다고 해.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온 것도 아닌데 말이야.”
전 세계에 모든 던전들이 환영받는 건 아니었다.
마나석이 나오지 않는 던전이나 몬스터들이 변변치 않아 헌터들이 방문하지 않는 던전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로 지역을 관리하는 길드가 나서 몬스터를 퇴치하곤 했다.
이렇게 몬스터를 없애주지 않으면 던전 안 몬스터 수가 늘어나 게이트 밖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던전이 폐쇄될 일은 없어. 게다가 타이밍이 너무 좋아.’
의구심을 가진 김강현은 분명 다크니스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연세연과 함께 폐쇄된 던전으로 향했다.
“확실히 게이트 흔적이 있네.”
“이 정도면 금방 부서져 없어지겠다.”
폐쇄된 던전의 게이트는 돌이 되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헬릭스. 그쪽에도 폐쇄된 던전이 있는지 확인해 봐.]
[알겠느니라.]
돌이 된 게이트를 본 김강현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헬릭스에게 연락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잠깐 기다려 봐.”
김강현은 눈을 감고 마나 감지를 하더니 난데없이 마검을 휘두르며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기행에 연세연이 놀라 소리쳤다.
돌이 된 게이트 주변으로 사정없이 마나를 난사하자 반짝이는 돌 하나가 튀어나와 공중에 던져졌다.
“마나석?”
연세연이 얼떨결에 받아 든 돌은 자세히 보니 마나석이었다.
그것도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발견했다. 혹시 거기도?]
[아주 재미있는 인간들구나. 설마 이런 방법으로 감쪽같이 눈을 속을 줄은 이 몸도 생각지 못했느니라.]
[아무래도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겠어. 조심해라.]
[이 몸은 걱정 말고 네 걱정이나 하거라.]
김강현은 마나석을 보고 예측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그러고는 연세연에게 마나석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다크니스가 헌터들이 다니지 않는 던전을 찾아 마족 소환 마법진을 만든 게 확실해졌어.”
“자, 잠깐. 주변에 있는 던전이라고는 폐쇄된 D급 던전밖에 없어. 들어가지 못할 던전에 마법진을 만드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게이트를 막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가능하지.”
마나석에 마나를 흘려보내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돌이 되어 땅에 박혀 있던 게이트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연세연은 순간 게이트가 파괴된다고 생각해 놀랐지만.
“A급 마나석에 석화 마법진을 각인시킨 뒤, 대상을 D급 던전의 게이트로 설정했어. 던전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품고 있는 마나가 강하기까 약한 던전을 골랐겠지. 마법진이 각인된 마나석이 게이트와 멀어지면 마법이 풀릴 테니 근처에 묻어두었던 거고.”
“……그래서 이 주변은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던 거구나.”
완벽한 오산이었다.
그때, 연세연의 말과 함께 석화 마법이 풀린 온전한 모습의 게이트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속박되어 있던 마력이 게이트로부터 뿜어져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마나와 공기가 희박해졌다.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바짝 긴장하고 들어가자.”
“후우, 좋아!”
김강현과 연세연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게이트를 통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뀨! 뀨우~!”
“뀨우우웅~!”
“내가 토끼를 좋아하나 봐라!”
“토끼가 귀엽다는 건 거짓이야!”
연세연은 얼음송곳을 날리며, 김강현은 토끼의 목을 잘라내며 소리쳤다.
“토끼 따위가 이렇게 무서워진다는 게 말이 돼?”
“토끼 새끼!”
얼굴만 한 크기의 작고 귀여운 토끼.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토끼는 2m에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덩치는 우락부락하고 강인한 인상의 토끼였다.
던전 안에는 D급 몬스터가 아니라 A급 몬스터인 괴물 토끼가 있었던 것이다.
‘몸이 힘든 것보다 버티기가 힘들어.’
말은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었다.
귀여웠던 앞니 이빨은 흉기가 되어 몸을 공격하고, 예상치 못한 괴력에 가끔 위기까지 닥쳤다.
돌연변이 토끼[A급 몬스터, 마력 중독]
체력: A 마나: C 근력: S
민첩: A 지능: D 정신력: B
파이널 투스(A)-앞니에 마력을 실어 공격하는데 바위조차 단숨에 모래가 되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한 번 사용하면 앞니가 부서져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없다.
스트랭스(A)-일시적으로 5분간 불가사의한 괴력을 발휘하는데, 후유증으로 이후 10분간 절반의 힘만 낼 수 있다.
‘세 달 동안 마력에 중독돼서 돌연변이 토끼가 됐어!’
토끼만 나오던 D급 던전은 돌연변이 토끼로 인해 A급 던전으로 승격되었다.
“세연아, 놈들의 발을 묶어!”
“아이스 필드!”
연세연이 바로 마법을 시전하여 돌연변이 토끼들의 발을 땅과 함께 얼렸다.
그러자 김강현이 몬스터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단숨에 목숨을 끊었다.
“후우, 잠시 뒤로 물러나서 숨 고르고 다시 들어와!”
“고마워.”
연세연이 지칠 때쯤이 되자, 김강현은 혼자서 돌연변이 토끼들을 상대했다.
그동안 김건과 함께 파티 사냥을 한 덕분에 개인별로 능력치와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연세연은 마냥 한가로이 쉬는 것이 아니라 얼음 덩어리들을 날리며 김강현을 서포트했다.
‘이대론 끝없이 싸워야 해. 대체 핵은 어디?’
던전에 들어온 지 10여 분이 지났건만 아직 초입에서 던전 숲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만큼 돌연변이 토끼의 수가 굉장히 많았다.
실제로 토끼는 쉽게 기를 수 있는 만큼 개체 수 증식에도 뛰어난데, 이것이 던전에도 적용된 모양이었다.
“세연아, 상체 숙여!”
“응?”
부우우웅!
“뀨우우우!!”
“뀩!!”
김강현이 소리치며 5m 크기의 마나 소드를 만들어 크게 휘두르니, 사람보다 덩치가 큰 돌연변이 토끼들은 피하지 못하고 주변의 나무들과 함께 반토막 났다.
절단된 돌연변이 토끼들의 몸에서 피분수가 솟구치며 주변을 붉게 물들었다.
“고생했어. 곧 다른 놈들이 올 테니 자리를 피하자.”
“후우. 그 전에 토끼털을 챙기자.”
“그걸 왜?”
“가면서 설명할게.”
김강현은 죽은 돌연변이 토끼의 몸에서 피가 묻지 않는 털을 뽑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후, 두 사람이 바로 자리를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4마리의 돌연변이 토끼들이 나타났다.
놈들은 동료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더니 황급히 마을로 돌아갔다.
* * *
“토끼들이 작으면 상관없지만, 마력에 의해 성장했다면 기존의 능력들도 발달했을 거야. 우선 토끼털로 사람 냄새를 없애는 게 중요해.”
“토끼가 냄새에 예민하다는 거야?”
“응. 그 녀석들은 냄새로 동료를 인식하고 영역을 확인하기 때문에 사람 냄새는 바로 알아차릴 거야.”
잠시 휴식을 취한 두 사람은 토끼털로 옷을 비비며 사람 냄새를 지워 나갔다.
코끝에 동물 비린내가 풍겨오긴 하지만 나중에 돌연변이 토끼들과 싸우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토끼들은 땅을 파고 생활하는 만큼 땅으로 다니는 건 위험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 여기도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4족 보행에서 2족 보행이 된 만큼 점프력은 약화되었을 것이라 믿어야지.”
“토끼가 굉장히 위협적인 동물이구나.”
“나도 몬스터가 아니라 토끼를 피해 다닐 줄은 몰랐지.”
그들은 숲속에 들어온 후 사람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나뭇가지에 살짝 걸터앉아 있었다.
김강현과 연세연은 토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들을 모아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개체 수가 많은 만큼 정면 승부는 무리라고 판단, 은밀히 움직이기로 결정했는데, 바로 나무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었다.
지금 던전 안에는 포화 상태라 할 정도로 돌연변이 토끼의 수가 많았다.
땅에 내려가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돌연변이 토끼를 만날 가능성이 100%.
그럼 아까와 같은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던전의 탈출 조건은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하니 놈을 찾아보자.”
“그렇게 해야지. 그런데 마법진의 핵을 찾을 수나 있을까?”
“짐작 가는 게 하나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어. 직접 봐야 할 것 같아.”
김강현은 연세연의 말에 마나 감지에 나섰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마법진의 핵이라 짐작되는 마력석의 반응을 감지했다.
그런데 한 곳에 계속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반경 움직이고 있어 김강현도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후 김강현의 인도 아래 마력석의 마력을 쫓아 이동한 그들은 믿기지 않는 광경과 마주했다.
“마, 마을?”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지?”
흙으로 된 70여 채의 집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마을은 나무와 진흙으로 만들어진 벽으로 둘러싸여 돌연변이 토끼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아무리 돌연변이 토끼라 하더라도 단순히 동물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견이 확실하게 박살 났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인 것 같아.”
“뭐?”
돌연변이 토끼 마을 안에서 마력석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쿵! 쿵!
“저 토끼는 뭐야?! 무슨 토끼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을 중앙에 지어진 큰 집에서 돌연변이 토끼가 걸어 나왔다.
다른 토끼들보다 덩치가 2배 이상 컸고, 자연스럽게 마력을 풍겼다.
이 영향으로 흰색이나 얼룩덜룩한 색깔을 가진 다른 토끼들과 달리 검은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저 녀석의 몸 안에 마력석이 있어.”
“그 말은 저놈을 죽여야 던전에서 탈출하고, 마법진의 핵을 없앴을 수 있다는 거?”
김강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점점 높아지는 난이도에 연세연은 멍하니 보스 몬스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한테 생각이 하나 있으니 한 번 이야길 나눠보자.”
김강현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 * *
쿵! 쿵! 쿵! 쿵!
“뀨우?!”
“뀨! 뀨! 꾸우꾸!”
“뀨!”
지축을 뒤흔드는 땅울림이 들렸다.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돌연변이 토끼 마을에서는 난리가 났다.
현재 적이 던전에 침입해 있는 상황이라 절반의 돌연변이 토끼들은 마을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남아 있던 토끼들은 긴장하며 지진의 정체가 무엇인지 기다렸다.
“뀨~!!”
“뀨우우우우!”
처음 보는 생명체의 등장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토끼들.
그중 몇몇은 소리치며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움직이는 거대한 얼음 거인!
심지어 그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아이스 골렘의 유지는 10분 정도. 이 안에 승부를 봐야 해!’
연세연은 김강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우리 둘이 돌연변이 토끼들을 상대하는 건 비효율적이야. 언뜻 본 것만 하더라도 족히 300마리 정도였으니까.”
“한 사람이 미끼가 되어 시선을 돌리는 게 좋겠어.”
“그래서 이 마나석을 이용해 네가 돌연변이 토끼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내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어떨까?”
김강현이 건넨 마나석은 석화 마법진이 지워진 A급 마나석이었다.
연세연은 마나석을 핵 삼아 얼음으로 골렘을 구현했다.
마나 소비를 줄이고 예민하게 골렘을 다루기 위해 얼음 안에 들어가자, 양 손목의 아티팩트로 골렘의 핵을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얼음 안에 갇혀 있지만, 세밀한 마나 컨트롤로 아이스 골렘의 팔과 다리가 마치 자신의 몸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을과 최대한 멀어지게 만들자.’
그녀는 단숨에 마을을 둘러싼 벽을 부수고는 위협적으로 돌연변이 토끼들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뀨우우우!”
“뀨뀨!”
이에 위험을 느낀 돌연변이 토끼들은 일제히 아이스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고, 연세연은 일부로 밀리는 척 연기하며 점점 마을에서 멀어져 가니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아이스 골렘을 압도하는 것처럼 느꼈는지 계속 쫓아오기 시작했다.
연세연이 아이스 골렘으로 돌연변이 토끼들을 마을에서 떨어뜨리는 사이, 김강현은 몬스터들을 피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뀨?!”
“흡!”
들키지 않고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어두운 골목길 사이를 뚫었지만, 마을 안에 남아 있는 돌연변이 토끼의 수가 많아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발견한 돌연변이 토끼는 단숨에 마검으로 목을 베어 죽이면서, 김강현은 마력을 쫓아 보스 몬스터가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다른 돌연변이 토끼보다 덩치가 크고 검은 털을 가진 토끼 한 마리가 씩씩거리며 서 있었다.
“소란을 피우는 인간은 네 동료인가뀨?”
“마, 말을 할 줄 알아……?”
“인간 입장에선 놀라운 일이겠뀨. 하나 토왕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뀨!”
“……토왕?
김강현은 능숙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토왕을 보고 멈칫거리며 할 말을 잃었다.
우연치 않게 마법진의 핵인 마력석을 먹게 된 토끼가,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좋아져 이곳에 들어왔던 헌터들의 대화를 연상하며 스스로 언어를 습득한 것이었다.
“감히 마을을 혼란스럽게 만든 벌을 받을 거뀨!”
토왕이 말과 함께 등 뒤에서 자신의 키만 한 쇠 뭉둥이를 꺼내 휘둘렀다.
김강현은 뒤로 물러나며 토왕의 상태창을 살폈다.
토왕[A급 몬스터, 돌연변이 토끼의 왕, 마력 중독]
체력: S 마나: B 근력: S
민첩: A 지능: C 정신력: A
파이널 투스(A)-앞니에 마력을 실어 공격하는데 바위조차 단숨에 모래가 되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한 번 사용하면 앞니가 부서져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없다.
스트랭스(S)-일시적으로 5분간 불가사의한 괴력을 발휘하는데, 후유증으로 이후 10분간 절반의 힘만 낼 수 있다.
집단 명령(A)-반경 1㎞ 안에 있는 동일 종족에게 강제로 명령을 내린다.
‘말만 A급 몬스터잖아!’
역시 지금까지 상대한 돌연변이 토끼들보다 토왕의 능력치가 훨씬 높았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지능의 차이.
앞선 돌연변이 토끼들은 지능이 낮아 일차원적인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어 A급 몬스터라도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어를 구사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토왕은 무기를 다룰 정도로 영특했다.
콰앙!
토왕의 쇠몽둥이 공격에 진흙집은 단숨에 부서지며 뿌연 흙먼지가 흩날렸다.
“뀨우우우우!!”
그러곤 바로 스트랭스 스킬을 시전하며 바로 돌격했다.
토왕은 단숨에 승부를 보려는 듯 공격에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김강현도 바로 마검에 마나를 실어 공격을 막아냈다.
“크윽! 무, 무슨 힘이!”
“토끼를 무시하지 마라뀨! “
쇠몽둥이가 휘둘러질 때마다 마력이 실린 파동이 주변의 집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토왕의 움직임은 충분히 보였지만 몇 번 부딪쳐 보니 힘에서만큼은 밀렸다.
충격파가 덮쳐서 피하는 것도 소용없었다.
“이럴 바에는!!”
“정면 승부는 찬성이다뀨!!”
쾅! 쾅! 콰앙!
연세연의 아이스 골렘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서둘러 이 싸움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연세연이 돌연변이 토끼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9분 안에 끝내야 했다.
“크아아앗!”
“뀨우우우!”
쿠웅! 쿵!
김강현과 토왕의 공격이 부딪칠 때마다 충격파가 주변에 퍼지며 각자 무기를 쥔 손이 저려왔다.
하나 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 마검과 쇠몽둥이를 휘두를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어느 한쪽이 밀리지 않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인간, 강하다뀨!’
내색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토왕은 조급함이 몰려왔다.
‘처음부터 너무 자만하고 있었다뀨!!’
과거의 자신은 평범한 칼질 한 번에 죽을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약했지만, 마을을 이끌고 있는 왕이 되었으니 인간 한 명쯤은 간단히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적의 실력을 파악하기보단 처음부터 스킬을 사용하여 단숨에 쓰러트릴 생각을 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이대로 1분이 더 흐르면 스킬의 후유증으로 단숨에 약해질 것이었다.
“이대론 죽을 순 없다뀨!!”
“응?”
“왕이 명령한다뀨! 모든 토끼들은 내 눈앞의 적을 공격하라뀨!”
이대론 거꾸로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토왕은 집단 명령 스킬을 사용하여 돌연변이 토끼들을 모조리 불러들였다.
“왜 돌아가는 거지?”
연세연은 돌연변이 토끼들을 점점 마을 밖으로 유인하여 상대하고 있다 움찔했다.
갑자기 녀석들이 멍한 표정을 짓더니 무언가 홀린 것처럼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연세연은 아이스 골렘을 없앤 뒤, 서둘러 돌연변이 토끼들을 따라 마을로 향했다.
* * *
‘이대로 모든 토끼들을 죽일 셈인가?’
돌연변이 토끼들은 토왕의 명령을 목숨보다 우선시하여 물불 가리지 않고 김강현에게 달려들었다.
토왕의 명령을 받은 돌연변이 토끼들은 공격할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부상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공격하니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 자식이!!”
“어차피 부하들은 또 만들면 되는뀨!”
토왕은 돌연변이 토끼들로 김강현을 상대하게 해놓고 후방에서 쇠몽둥이에 마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김강현이 지친 기색을 보이면 바로 달려들 것만 같았다.
이 생각대로 토왕은 단숨에 김강현을 죽일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김강현은 쓰레기 같은 토왕의 생각에, 일격필살을 위한 마나를 집중했다.
원래 계획은 단숨에 토왕을 죽일 예정이었다.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대화를 통해 마력석에 담긴 지식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이야기를 나눠 보니 바로 죽여도 아깝지 않을 놈이었다.
“토끼야, 날 죽일 거면 지금 손쓰는 게 좋을 거다.”
“뀨…….”
토왕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김강현을 보자 눈을 번뜩였다.
물론 실제로는 인피니티 호흡법을 운용하며 마나를 모으랴, 돌연변이 토끼들을 상대하랴 집중력을 나누었을 뿐이었다.
‘어차피 이 몸도 한계에 도달했다뀨!’
지금 마력 운용을 멈춰 스트랭스 타임도 강제로 중지시켰는데, 더 이상 몸이 버틸 수 없었다.
그동안 김강현의 인피니티 마나가 그의 몸 안에 흘러 들어와 마력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인간뀨! 네 말대로 죽여주겠뀨! 뀨우우!”
결심을 내린 토왕은 전신에 마력이 일렁거리는 채, 그동안 막고 있던 스트랭스도 일순간에 폭발시켰다.
그리고 모든 마력을 쇠뭉동이에 집중시켜 김강현을 향해 달려가 휘둘렀다.
“뀨우우!”
“뀨우우우!!”
그 움직임은 매우 빨라 주변에 있던 돌연변이 토끼들이 휩쓸려 주변에 날아갈 정도였다.
“흐으읍!”
김강현은 바로 허공에 마검을 여러 번 휘둘렀다.
그 모습에 토왕은 죽기 전에 미친 짓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마검을 휘두른 뒤에는 마검을 땅 아래로 겨누었다.
“5번 중에 3번만 성공인건가?”
“뀨?!”
그사이 토왕의 쇠몽둥이가 김강현의 눈앞까지 도달했다.
당장에라도 머리가 으깨질 것만 같았다.
“강현아, 안 돼!”
멀리서 이 모습을 보며 달려오고 있던 연세연이 소리쳤지만, 정작 당사자는 태연했다.
“죽었뀨…… 뀨우?”
토왕이 승리의 미소를 띠며 김강현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는데 갑자기 몸이 마비가 온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서둘러 몸에게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자만한 것이 네가 패배한 원인이다.”
“이게 어떻게뀨?!”
“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베었을 뿐이야.”
“그, 그게 가능하다뀨……?”
“인간의 한계를 네 잣대로 평가하지 마라.”
그 말과 함께 쇠몽둥이가 날카로운 칼에 베인 것처럼 두 동강이 되었다.
토왕의 몸은 네 토막으로 산산조각 된 채 전신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게 어떻게 된?!”
“왔어? 시선 끄느라고 고생했어.”
김강현이 허공에 칼질을 했을 뿐인데 그냥 보스 몬스터가 죽어 버리자 연세연은 영문을 몰라 황당할 뿐이었다.
“이제 같이 주변을 정리해 보자고.”
원래 던전에서는 보스 몬스터를 없애고 나면 일반 몬스터들은 내버려 두지만, 이 던전 안에는 있어서는 안 될 돌연변이 몬스터들이 있었다.
“뀨우!”
“뀨우우!”
돌연변이 토끼들은 토왕이 죽자 집결 명령 스킬의 효과가 사라졌지만, 바로 눈앞에서 죽은 왕의 사체를 보자 분노에 당장에라도 김강현을 공격할 듯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그 순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