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스펠 바이러스 (55/119)

8장. 스펠 바이러스

외식을 마친 김강현과 헬릭스는 근처 아울렛 테이블에 앉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연세연과 이유하는 아울렛 구경에 나섰고, 김건은 짐꾼으로 이유하에 의해 끌려갔다.

“후우, 오랜만에 기분 전환하니 좋네.”

“오랜만에 인간들 구경하니 괜찮구나.”

영국에 도착해서도 밤낮 가리지 않고 다크니스의 추적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느라 외국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 늘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보니 그제야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좀 쉴까?”

“그러자꾸나. 꽁꽁 숨어버린 녀석들인 만큼 찾기 어려워. 오히려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것이 좋을 수 있겠구나.”

“이 부분은 루시아와 이야기해 볼게.”

김강현과 헬릭스는 배가 부르자 몸이 나른해져 자연스럽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렇게 짧게나마 주어진 휴식을 만끽하며 즐기는데, 갑작스레 사건이 발생했다.

“……마나가 들끓고 있어?”

“아니다. 이건 급속도로 마력의 농도가 진해져 네 마나가 대항하는 것이니라.”

“갑자기 왜 이런 현상이? 이 정도라면 바로 일반 사람들도 이상함을 느낄 정도라고.”

지금까지 유럽 전역은 다른 나라들보다 마력 농도가 살짝 높은 정도였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보다 마력의 양이 많아지면 몸이 견디지 못해 호흡이 가빠지고,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마력 중독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다.

몸 안의 마나가 사라지고, 마력으로 가득 차 죽게 되는 마력 중독 현상은 마나 포션이나 마력 제거제를 소량 복용해야 없앨 수 있었다.

“설마, 놈들이 준비하던 마법이 이것인가?”

“그러기엔 너무 뭔가 부족한데? 고작 마력 농도를 높이는 것 따위를 위해 그동안 헌터들을 피해 다녔다고?”

“강현아!”

“헬릭스 님!”

마침 이 현상을 감지한 일행도 급히 김강현에게 돌아왔다.

그들도 갑작스레 변한 마력 농도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얼굴에 보였다.

“그렇구나. 놈들이 노리던 것이 이것이었어. 꼼짝 없이 당했구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명 좀 해봐. 헬릭스!”

잠시 눈을 감고 마력을 탐지하던 헬릭스가 소리쳤다.

“지금 마력에 미량의 독이 섞여 있느니라. 인간들의 기준으론 C급 헌터면 충분히 자체 해독할 수 있을 정도지만, 그 이하는 해독이 불가능하다.”

“마,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이건 개량된 마력 폭탄이군.”

“그놈들이 머리를 잘 썼어. 마력은 호흡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으니까.”

그 말은 외부의 공기와 차단될 수 있는 완전 밀폐 공간에서 인공 산소로 호흡하지 않는 이상, 누구나 마력 중독에 감염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것이었다.

“유럽 전역에 마법진이 발현되었다. 찾아내기 전까지는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될 거야.”

“게다가 인간들을 통해 전염이 가능하구나. 지금은 이곳에 한정되었지만, 곧 전 세계로 퍼지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을 게다.”

그사이 김강현은 기감을 넓혀 마법진의 영역을 확인했다.

헬릭스는 차후 들이닥칠 미래를 상상했다.

이로 인해 수백, 수천만 명의 목숨이 허무하게 날아갈 것이었다.

“이, 이건 무차별 학살이잖아!”

“모든 다크 위저드들이 이런 것은 아니지만, 본래 그들은 마족의 강림을 통해 이 세계의 멸망을 원한다. 그래서 이계에서도 그들은 배척하고 죽이고자 하는 것이니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모든 것이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다크 위저드가 쉽게 강해지는 방법은 마족과 계약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마족들은 지상에 강림하여 인간들의 영혼을 흡수하고 강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들의 목적은 인간의 멸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마족이라는 종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일행은 헬릭스의 이야기에 할 말을 잃었다.

‘자, 잠깐. 헬릭스도 마족 아니야?’

문득 연세연은 잊고 있던 사실을 하나를 떠올리며, 헬릭스를 보았다.

“이 몸이 강현과 계약을 맺고 있지만, 인간들에겐 상관이 없느니라.”

“저, 정말?”

“대신 죽이고 싶은 도마뱀 한 마리가 있지! 빠드득!!”

헬릭스는 연세연의 눈빛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렸다.

라셀과 헬릭스는 그를 죽이기 위해 계약을 맺고 레어를 탈출했다.

놈이 살아 있는 이상 둘의 계약은 계속될 것이었다.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겠지.’

김강현은 헬릭스의 말에 아직 끊어지지 않은 계약의 끈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금세 현실을 자각한 김강현은 일행과 함께 유럽 협회로 향했다.

* * *

“지금 뭐라고?”

“당장 유럽 전역의 통행과 교통을 막아. 그리고 모든 헌터들을 동원해 마력 중독 현상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마, 말도 안 돼! 고작 대기 중의 마력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그 마력에 독이 있어서 위험하단 말이야. 지금은 유럽에 한정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에 퍼져 막을 수 없을 거다.”

김강현은 다짜고짜 피닉스 길드의 루시아를 찾아 상황을 설명했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독?”

“그래. 지금은 잠복기로 발현되지 않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퍼질 거다. 아니,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잠복기 없이 바로 나타날 거고.”

“이게 모두 다 다크니스의 짓이라고?”

“놈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검 어르신의 말대로 놈들은 사람들의 영혼을 대규모로 모으기 위해, 무차별 학살을 위해 독을 퍼트린 것은 확실해.”

“그, 그럴 리가?”

“사람이 공기를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해. 통행과 교통을 막는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서둘러 해야 해!”

천천히 상황을 설명하자 이해가 된 루시아는 다급해졌다.

“어떡하지? 지금 각 병원마다 환자들에게 바로 투입되었을 거야.”

불과 30분 전의 일이었다.

대기 중의 마력 농도가 높아지자 유럽 협회에서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힐러들을 병원에 파견 보냈다.

하지만 힐러는 상처 치료에만 특화되어 있어, 마력 중독과 독의 대처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급히 피닉스 길드장 대행의 권한으로 유럽 협회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간부들은 마족이나 힐러의 위험성을 믿지 못했다.

“좋아요. 힐러들을 사용하지 않아 일어나는 모든 불상사는 피닉스 길드가 책임지도록 하지요.”

-정말인가? 책임만 진다면야 힐러들을 철수시키도록 하지.

간부들은 힐러들을 배치하지 않았을 때, 사람들에게 욕먹는 것이 두려워 철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루시아가 진다는 말에 잘되었다는 듯 바로 수락했다.

이 모습을 본 김강현과 헬릭스는 높은 지위를 가진 인간들의 욕심은 한결같음을 느꼈다.

그리고 일행에게 마력 중독 현상과 대처 방안에 이야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띠리리링!!

“뭐라고요?”

루시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미처 철수 전달을 받지 못한 힐러들이 마력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게 마법을 시전했는데,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연락이야!”

“그게 무슨?”

“게다가 일부 중환자들이 마력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대! 얼른 그곳으로 가봐야겠어!”

하나를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고, 다른 곳에서 연달아 큰 사건들이 터지고 있었다.

그들은 급히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락받은 병원으로 향했다.

* * *

“사, 사람 살려!!”

“의사!! 의사 어디 있어?!”

“우리 어머니 좀 살려주세요!!!”

대형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환자들이 줄을 서 있었고, 로비는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보호자들과 쓰러져 있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병원은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해 침대가 부족한 상황이며, 의료진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지 짐작하지 못했던 루시아도 순간 자리에 멈춰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우선 협회가 가지고 있는 마나 포션들을 병원에 보내 환자들에게 복용시키도록 해. 시중에 나와 있는 마나 포션들도 빨리 매입하도록 하고.”

“그러고 보니 병원마다 저장해 놓은 마나 포션들이 있을 거야.”

“급변한 중환자들에겐 마나 포션을 먹이면, 나와 헬릭스와 치료하도록 할게. 더불어 헌터들을 모조리 이곳에 모이도록 전달해 줘!”

“알았어. 강현아!”

그 순간 나선 것이 김강현이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는 루시아와 달리, 대처 방법을 알고 있는 김강현이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사, 살았다!”

“얼른 여기부터 마나 포션을 줘!”

“수량이 부족하니 창고에서 포션을 더 가져와!”

루시아를 통해 의료진에게 대처 방법을 알려주자 상태가 경미한 환자들은 금방 진정되었다.

환자 1명에게 마나 포션을 한 병 다 복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10㎜ 정도면 충분했다.

헌터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의료진들은 헌터 물품들을 이용해 환자들을 안전하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왔고, 그 방법 중 하나가 포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은 헌터의 치료에 쓰이는데, 부작용이 없어 일반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뛰어났다.

그래서 대형 병원들은 일부 수량을 창고에 놓고 대형 사고나 환자들이 몰려들었을 때 활용했다.

“소개는 짧게 하지. 난 한국에서 온 헌터 김강현으로, 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만 해라!”

“환자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야…….”

이윽고 루시아의 부탁으로 병원과 근처에 있는 헌터들이 모조리 모였다.

“지금 병원에 찾은 환자들은 대부분 마력 중독인데, 정체불명의 독이 함유되어 있어 무조건 마력을 없애려고 했다간 거꾸로 중독되어 죽을 거다.”

김강현은 모인 헌터들에게 현 상황을 이해시키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해. 지금부터 한 명씩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심장에 맺힌 마력에 마나를 흘려 넣으면 돼.”

“그게 정말인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물론. 하지만 임시방편이야.”

그들은 헌터이기에 마력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고 있었다.

대처 방법에 의아해진 헌터들에게 김강현은 서둘러 그 이유를 설명했다.

* * *

“환자들의 몸에 있는 마력은 독이 있고 해독제가 없어 완전 치료는 불가능해. 일시적으로 몸에 마나양을 늘려 마력을 억제할 수밖에!”

“알겠습니다!”

“의료진에 의해 분류된 중환자들은 A급 헌터 이상이 맡고, 경상과 중상은 B급 이하의 헌터들이 맡는다!”

논리 정연한 김강현의 설명에 헌터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루시아를 통해 의료진의 도움까지 받자 일 처리가 빨라졌다.

“경상과 중상 환자들은 단순히 심장 주변에 마나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어.”

김강현은 A급 헌터들과 함께 중환자실로 넘어가지 않고, 병원 로비와 병실들을 돌아다니며 다른 헌터들의 상태를 살폈다.

다른 사람들의 몸에 마나를 불어넣었을 때 마나 역류가 일어나면, 시전자도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엔 죽을 수 있었다.

다행히 병원에 보관되어 있던 마나 포션이 공급되어, 경상과 중상 환자들은 빠르게 진정되어 갔다.

“여기요, 이 사람 좀 살려주세요!!”

“아니에요! 여기부터예요!”

“제발, 우리 아버지부터!!”

중환자실은 진짜 전쟁터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마력 중독에 걸려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김강현은 다급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상태를 살폈다.

‘면역력이 안 좋을수록 마력 중독에 쉽게 걸려!’

급히 인피니티 마나를 중환자들의 몸속에 불어넣자 다행히도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 보였다.

“흐음, 이런 독이 있었다고?”

한편, 헬릭스는 사람들의 몸에 마력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제거해 나갔다.

지금 인간들의 몸은 마력으로 약해져 있는 만큼, 헬릭스의 강대한 마력이 들어가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마력에 숨겨져 있는 독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애썼다.

“어떤 독인지 이 몸이 모르다니. 곤란하구나.”

자신이 당한 경험이 있었는지, 책을 통해 본 기억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독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독은 마력에 기생하여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데 마력을 없애도 잔류가 남아 마나와 생명력을 갉아먹으며 마력을 생성시키고 있었다.

김강현도 테라의 기억을 뒤져보았지만, 이런 독은 처음이었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막긴 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김강현과 헌터들이 1시간 동안 바쁘게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며 안정시킨 후에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수련 말고 이렇게 마나를 모조리 쓰는 건 새롭네.”

“평소 꾸준하게 수련한 덕분에 살았네요.”

기존 헌터들은 마나 고갈로 지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반면, 테라 길드원들은 입가에 미소를 띨 정도로 체력이 남아 있었다.

‘저게 인간들이야?’

‘분명 우리보다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는데, 왜 이리 멀쩡한 거야?!’

그들을 보는 유럽의 헌터들의 눈빛에는 기이함과 신기함이 섞여 있었다.

자신들이 1명을 치료할 때 그들은 2명을 치료하고 있을 정도로 손이 빨랐으며, 대처 능력도 뛰어났다.

그럼 상식적으로 쓰러져야 하는 건 그들이어야 하는데, 반대로 자신들이 쓰러져 있으니 아이러니했다.

이 결과는 테라 길드원들의 평소 행동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전투를 주로 하는 김건과 연세연은 던전에서 사냥할 때, 수련에서조차 한계까지 체력과 마나를 소모해서 이 정도로 지치지 않았다.

심지어 비전투원인 이유하도 김강현의 요청으로 말도 안 되게 많은 분량의 제작을 요청받아 경험이 수두룩했다.

“여기 음료부터 마시도록 해요.”

그동안 경상 환자들을 돌보고 있던 루시아도 마무리되었는지 음료수들을 가지고 중환자실을 방문했다.

그제야 누워 있던 유럽 측의 헌터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했어. 이제 나머지는 병원에서 해결해 준다고 하니 우린 철수해도 될 것 같아.”

“마나 포션은 확실하게 확보했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거야.”

“다행히 구했어. 그렇지만 마력 중독 사건이 전해지면 다들 사재기로 보유하려고 할 거야.”

말과 함께 루시아는 TV를 틀었다.

아나운서가 긴급 속보로 유럽 전역에 퍼지는 마력 중독에 대해서 방송하고 있었다.

원인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를 말하고 있었다.

“독의 정체는 파악했어?”

“지금 환자들의 피를 채취해서 확인하고 있는데 신종으로 확인돼서 급히 해독제 개발 요청을 해놨어. 혹시 짐작 가는 게 있는 거야?”

“네 말대로 현재로는 확인이 어려워. 독과 마력이 하나로 합쳐 있는 데다가, 마력을 모조리 없앤다 해도 잔류 마력이 남아 계속해서 발작을 일으킬 거야.”

“마스터 소드처럼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려울까?”

“그러기 위해선 대기 중의 마력부터 제거해야겠지.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헌터들이 계속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거야.”

“뭐?”

루시아가 김강현의 이야기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더불어 주변의 헌터들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앞서 봤겠지만 A급 이상의 헌터들은 중환자들에게 배치하고, B급 이하의 헌터들은 경상 환자들에게 배치한 만큼 상태가 심각할수록 마나 컨트롤이 뛰어나야 해. 그런데 이들이 환자들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을까?”

“나라면…… 마력 중독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키겠지.”

“그게 놈들이 노리는 것일 거야. 자신들을 쫓을 것인지, 남은 사람들을 치료할 것인지.”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크 위저드들을 쫓게 되면 마력 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고, 마력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한다 하더라도 원인인 다크 위저드들을 처지하지 못하니 환자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었다.

“어렵겠지만 유럽 협회가 중간점을 잘 찾아야 할 거야.”

‘이놈의 오빠는 어디서 뭘 하는 걸까?’

루시아는 김강현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녀는 피닉스 길드의 부길드장으로, 현재 피닉스 길드장은 부재중이었다.

그는 아레스 그룹의 회장도 같이 겸임하고 있었는데, 이쪽은 외부에서 섭외한 인사들에 의해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피닉스 길드는 그녀 혼자 이끌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터지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이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우니 하루라도 빨리 숨어 버린 루크를 찾아야 했다.

“가, 강현아.”

“응?”

“그 전에 이것부터 해결해야 되지 않을까?”

그때 연세연이 헌터폰을 건네주었다.

수십 통의 부재중전화와 메시지가 와 있는 상태.

정확히는 김강현뿐만 아니라, 다른 길드원의 헌터폰도 연락이 폭주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 유럽 전체에 퍼진 사건 때문에 그럴 거야. 빨리 연락해야 할 것 같아.”

“마, 망했네!”

급히 내역을 확인하니 김철진을 비롯해서 이수진, 김고엽, 강려원, 연철무 등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이상 연락이 왔다.

환자를 치료하던 동안 계속 재킷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 폰을 근처 테이블에 올려놓았는데, 이런 연락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우선 김강현은 일행과 함께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루시아에게는 오늘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 줄 것을 부탁했다.

* * *

호텔로 돌아온 김강현은 바로 차례대로 전화를 해 자신은 안전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이수진에게 전화를 걸었을 땐 정신적인 공격을 버티기 어려웠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으면 하루에 한 번씩 연락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끊을 수 있어서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다간 3시간짜리로 통화할 뻔했다.

“괜찮아?”

“어? 아니.”

“강현 형이 완전히 지친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지 않아요?”

“맞아. 이런 모습을 보니 사람인 게 맞구나.”

며칠 동안 밤낮을 지새우며 던전 사냥을 해도 지치지 않았고, 방금 전 마력 중독 사태에도 쌩쌩하던 김강현이었다.

그런데 단 30분 만에 굉장히 지친 모습으로 소파에 흐느적거린 채 앉아 있자, 길드원들은 김강현이 새롭게 보여 키득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후우, 잠시 길드 회의 좀 하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김강현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테이블 쪽으로 길드원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지금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마력 중독은 전 세계로 퍼질 거고 우리도 대비를 해야 돼.”

“우리가 뭘 하면 되는데?”

“건과 세연이는 헬릭스에게 다크 위저드 대처법 수련을 받을 거야. 심화 단계로 마족과의 싸움에도 대비해야 하고.”

“마족까지?”

“일리 있는 말이구나. 독의 형태로 보건대 인간들의 영혼 수집이라는 목표가 보이는 만큼, 마족 소환을 고려해야 한다. 본인이 마족이고, 다크 위저드들과 싸운 경험이 많은 만큼 많이 도움 될 거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헬릭스가 끄덕이며 수긍했다.

김강현은 두 사람에게 혹독한 트레이닝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김건과 연세연은 벌써부터 긴장하여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헬릭스에게 수련을?’

‘악마에게 우릴 맡긴다고?’

그동안 김강현과 헬릭스가 수련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헬릭스에게 받는 수련이 얼마나 처절한 지옥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실력의 차이가 커 헬릭스에게 수련받는 건 조금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당겨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유하는 나와 함께 마력 중독 치료제 개발에 들어가자.”

“자, 잠깐 그게 한순간에 될 수 있어요?”

이유하는 갑작스러운 김강현의 결정에 의문을 드러냈다.

“이건 쉽게 결정할 게 아니에요. 단순한 치료제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막대한 시간이 들어갈 뿐더러, 자금과 재료들이 필요해요. 게다가 다른 길드들이나 제약 회사들은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만큼 승산이 있을까요?”

“걱정 마. 모두 준비해 두었으니까.”

김강현은 말과 함께 기동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일전에 부탁한 마력 제거제 재료를 이곳에서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영국에도 창고를 마련해 두어 현지 전달이 가능합니다.

“전화를 끊은 후 주소를 전달드릴 테니 바로 조치해 주세요.”

-아, 그리고 혹시나 싶어 마나 포션도 대량으로 구입해 두었는데 같이 보내 드릴까요?

“좋군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길드장님!

김강현의 적극적인 투자에 무언가 있음을 느낀 기동진은 마력 제거제와 연관성 있는 마나 포션을 구입했다.

마력 중독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 싸게 많이 구할 수 있었던 것.

솔직히 지금 마나 포션을 산 업체에 팔아도 최소 20%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진행되고 있었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일행은 김강현이 마력 중독 사건이 일어나기 전, 징조를 알아차리고 움직였음을 알아차렸다.

* * *

“지난번 검 어르신을 통해 다크 위저드들의 단체 행동을 예상하고 움직였을 뿐이야.”

“그럼 마력 제거제의 제작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

“아직 완벽한 건 아니야. 지금부터 해독제를 연구해 다시 레시피를 만들어야 하니까.”

김강현의 대답에 헬릭스를 제외한 일행은 할 말을 잃었다.

‘현재 마력을 제거할 수 있는 포션은 없어. 이것만 하더라도 최소 1년이 걸리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도 1년 정도. 두 가지를 병행한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해.’

이유하는 머릿속으로 제작 기간을 떠올렸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김강현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분명 김강현이라면 해독제를 만드는 시간도 확 단축해 버릴 것만 같았다.

“솔직히 장담할 수 없어. 나도, 헬릭스도 경험하지 못한 독인 데다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

“하지만 방법을 알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살려야지.”

‘또다시 다크 위저드들로 인한 전쟁은 일어나게 하지 않아!’

테라는 국가 간의 전쟁뿐 아니라, 영지 간의 싸움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항상 일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죽어갔다.

흑마법사들로 인한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의 영혼을 제물 삼아 마계의 존재들을 소환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마력 중독 사건을 정리해야 했다.

테라 길드원들은 김강현의 말에 공감하며, 전력을 다해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 * *

정체불명의 마력 중독 사건이 일어난 지 2일이 지났다.

유럽 헌터협회는 이 사건을 빠르게 정리하여 유럽을 비롯한 각 국가들에게 전달했다.

이 병은 스펠 바이러스라고 명칭되었고, 유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할 것이 권고됐다.

덕분에 마트 및 가게에서는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느라 정신없었고, 필수 시설인 경찰서와 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제가 멈췄다.

더불어 비행기 및 운송도 금지되었다.

스펠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녹아 있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었다.

유럽은 팬데믹이 선포되었고, 인근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죽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의료진은 기존의 의약품과 마나 포션을 조합해 어떻게든 환자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간신히 환자들의 수명만을 조금 연장시킬 뿐이었다.

결국 스펠 바이러스는 치사률 100%, 절대 절명의 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스펠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이 적은 헌터들이 의료진들을 최대한 서포트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환자들의 수명을 좀 더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유럽은 모든 인구가 강제 이동 금지를 당했고, 김강현 일행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게요. 설마 이런 형태의 마력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마력과 독을 일체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였던 거야!”

이 기간 동안 김강현과 이유하는 식사와 잠도 거른 채 스펠 바이러스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런데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마력과 독을 분리하려 해도 도저히 분리가 되지 않았다.

마력 자체에 독이 담겨 있는 새로운 유형의 마력이었던 것이다.

그럼 반대로 마력을 없애면 독도 없앨 수 있을까 싶어 시도해 보았지만, 현재 마력 제거제는 이 독마력을 없앨 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달리했다.

“독마력? 흐음.”

“혹시 생각나는 녀석 있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마족과 마수에게서 독마력을 추출한 것이라면, 헬릭스만큼 잘 아는 존재가 없었다.

하지만 헬릭스는 손사래를 치며 떠오르는 녀석이 없다고 했다.

보통 마법이나 아티팩트를 이용해 독을 만들지, 독마력을 몸에 품고 사는 건 미친 짓이었다.

몇몇 마족들이 죽기 전에 마법으로 자신의 마력을 독마력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말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김강현도 공감했다. 무협 소설에서도 독인 캐릭터는 흔치 않았다.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고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모르는 마수가 있을 수도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갔다 올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네. 강현 오빠.”

김강현은 눈앞에 놓인 실험들을 정리하고 외출 준비에 들어갔다.

어제 저녁에 루시아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는데, 유럽 헌터협회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누구보다 앞서 스펠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내는 이가 강현이었다.

거기에다 검천호가 자신을 대신할 헌터라고 소개해 놓아 유럽 헌터들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검 어르신을 대신해서 나서는 거다!’

이번 회의는 검천호 대신 참석하는 것이기에 김강현은 더 긴장되었다.

검천호는 외부 활동은 가능했지만 수련을 핑계로 모든 대외활동을 김강현에게 일임했다.

검천호가 그를 믿고 있는 것이었으나, 솔직히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부담되어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실망시키는 것이 싫어 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김강현은 루시아가 호텔로 보내준 차를 타고 유럽 헌터협회로 이동했다.

* * *

‘저 녀석이 마스터 소드와 피닉스 길드의 추천이라고?’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데, 그렇게 강해?’

‘마력 중독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혼자만 쌩쌩했다지?’

회의장에는 유럽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길드장이나 유명한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힐끔힐끔 김강현을 보며 어떤 녀석인지 파악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검천호와 피닉스 길드의 후원을 받고 있는 데다가, 이틀 전 힐러들의 실수로 이루어진 마력 중독 사태도 김강현의 지휘 아래 해결되었다.

그가 없었으면 유럽 협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원인을 찾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헌터들이 대다수였다.

‘동물원의 동물도 아니고 불편하네. 회의는 언제 시작하는 거야?’

김강현은 그들의 시선과 관심을 모른 척하려고 해도 그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음, 다들 모이셨나요? 시간 관계상 바로 진행하도록 하죠.”

그때, 루시아가 들어서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급하게 연락을 드려 긴급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여러분들과 이야기할 안건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죠.”

그리고 준비한 회의 내용이 적혀 있는 회의록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러고 보니 여긴 한국과 운영 스타일이 다르네.’

회의실에는 원형 책상이 세팅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자유분방하게 원하는 자리를 찾아 앉아 있는 상태였다.

정확히는 그녀의 오빠가 맡아야 할 자리이나, 현재 자리를 비운 상태라 부길드장인 그녀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협회장이 자리를 맡아 협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럽은 의장을 비롯하여 재무, 경영 등을 각 길드장들이 1년마다 돌아가며 맡고 있었다.

올해에는 피닉스 길드장이 의장을 맡았는데, 하필이면 그가 자리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김강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회의록을 살폈다.

‘3일 동안 유럽 인구의 10분의 1이 전염? 생각보다 대처를 잘했어.’

스펠 바이러스에 걸리면 정신을 잃고 전신에서 고열 증상이 나타나며 호흡이 불규칙하게 변했다.

이를 기반으로 조사를 하니 바로 통계 결과가 나왔다.

이 많은 사람들을 병원에 수용할 수 없으니 공공시설을 이용하여 격리 시설을 만들고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받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마나 포션 물량이 부족해지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었다.

‘테라였다면 10분의 3이 전염되고, 그중 절반은 죽었겠지.’

우선 주변 환경과 위생에 대한 관념의 차이가 컸다.

지구 기준으로 테라는 중세 유럽 시대로, 길거리에 오물들이 널려 있고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있어도 치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도록 한쪽에 치워둘 뿐이었다.

빈민가는 코를 찌를 정도로 지독한 악취와 차마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사람들이 밀집하여 살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 협회 사람들은 예상보다 큰 피해에 작게 신음을 흘렸다.

“더불어 유럽을 방문했던 외국인들도 스펠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원인이라 짐작되는 공기를 어떻게 막습니까?”

“위저드들이 마법으로 공기를 만들어낸다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무리입니다. 그들이 사람인 이상 마나에 한계가 있을 거고, 마나석은 스펠 바이러스의 치료에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여기에 투입될 분량이 없습니다.”

“조율을 하지요. 마나석은 사람들의 치료에도 들어가야 합니다. 현재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마나석은 각 병원에 투입하기로 하고, 길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나석은 적당한 가격에 협회가 매입하도록 하죠.”

회의 진행은 각 헌터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토론을 한 뒤, 가장 긍정적인 내용을 의장이 조율하여 결론을 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김강현은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다면 제가 의견을 제시해도 되겠습니까?”

“뭔가요? 테라 길드장님.”

평소 루시아는 김강현에게 말을 편하게 했지만, 공적 자리이니 말을 높였다.

“다들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인을 제거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습니까?”

“원인이라면 다크니스를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스펠 바이러스는 다크니스가 퍼트렸다고 다들 확신하고 있지 않나요? 다만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스펠 바이러스가 마법으로 일어나는 현상인지, 아티팩트인지, 저주인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을 뿐이지요.”

“흐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스펠 바이러스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전 세계로 퍼질 것입니다. 그동안 유럽 협회에선 다크니스의 존재를 숨겼지만,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들을 공개하고 추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스펠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퍼지고 있어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피해가 더 커지거나 수습이 되면 원인과 책임을 찾을 것이었다.

스펠 바이러스는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모든 원망이 그들에게 쏟아질 것이 자명했다.

‘맞아! 다크니스! 그 미친놈들을 잊고 있었어.’

‘이대론 우리가 모조리 뒤집어쓸 판이야!’

그 말에 그들은 아차 싶은 생각이었다.

단순히 눈앞의 상황만 쫓고 있었기에 조금 앞선 미래를 보지 못했다.

“그 말을 꺼낸 이상 대안도 있겠지요?”

루시아도 속으로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게 물었고, 김강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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