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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다크니스 (54/119)

7장. 다크니스

“하마터면 여기서 대계를 못 보고 죽을 뻔했군.”

“으으윽.”

빛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 두 인영이 있었다.

한 사람은 로브를 쓴 채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한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채 가슴에 단검이 박혀 있었다.

‘설마 함정이 있었을 줄이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검천호는 흐릿해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게다가 단검에서 마력이 계속 흘러나와 상처를 악화시키고 내상을 일으켰다.

‘크윽! 너무 놈들을 과소평가했구나.’

우연치 않게 다크니스의 흔적을 발견한 검천호는 자칫 놓칠까 싶어 다른 헌터들에게 소식만 전달한 채 따로 움직였다.

그런데 놈들이 급히 현장을 떠나려던 것처럼 보여 바로 제압하려다, 오히려 함정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다른 헌터들과 같이 움직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몰랐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

‘다, 단검을 제거해야…….’

단검에 역으로 제압당하자 검천호는 필사적으로 손을 가슴 쪽으로 옮겼다.

“크아앗!”

“안 되지. 안 돼. 이것은 그분의 증표인 만큼 함부로 손대게 할 수 없다!”

‘갑자기 몸이!’

이를 본 로브 사내가 검천호의 손을 발로 짓누르며, 가슴에 박혀 있던 단검을 손으로 빼냈다.

검천호는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적이 단검을 빼기 위해 위해선 자신에게 가까이 올 수밖에 없다. 빈틈이 생길 때 전력으로 공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단검이 빠지자 눈앞 풍경이 일그러지며 극심한 두통과 함께 의식이 빠르게 멀어졌다.

“멍청한 헌터 놈들. 우리가 도망친다고 약한 줄 알았느냐? 모든 것이 계획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앞으로 세상은 그분의 손에 들어올 것이야!”

그는 검천호를 내려다보며 조롱했다.

다크니스라는 단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 이를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이를 알지 못한 헌터들은 이 사악한 존재들이 언데드 없이는 약하기 때문에 숨어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검천호가 홀로 온 것도 후자처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헌터라면 일반인보다 좀 더 그분에게 좋은 양분이 되겠지.”

그는 검천호의 목을 베기 위해 단검을 들었다.

검천호는 대항하고 싶었지만,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원하는 죽음은 강한 상대가 싸우다가 죽는 것인데, 이렇게 죽는다는 생각이 들자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노옴, 이, 이름이 뭐냐?”

“응? 단검에 찔린 지 꽤 됐는데 아직 정신이 있군.”

“최소한 이름으로도 알아야…… 나중에 죽어서 네놈을 기다릴 게 아니냐.”

“흐음, 다크니스를 이끄는 록스다. 하나 네 영혼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될 것이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뭐?”

“자세한 것은 죽어서 알아봐라.”

점점 대화가 길어져 시간을 끄는 것처럼 느껴지자, 록스는 서둘러 단검을 휘둘렀다.

“크윽!”

곧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검천호가 아닌 록스에게서 터진 소리였다.

“여기 있다!”

“누군가 쓰러져 있어!”

환한 빛이 록스와 검천호를 비추며 많은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들은 동굴에 두 사람이 보이자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천호가 남겨놓은 표식을 쫓아온 유럽 협회의 헌터들이었다.

“이걸 노렸구나. 빠드드득! 어차피 며칠 살지 못할 테니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록스는 어쩔 수 없이 단검을 품속에 갈무리하고는 동굴 안쪽으로 도망쳤다. 헌터들은 쓰러져 있는 검천호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처가 위중해! 얼른 병원으로!”

“마스터 소드!”

“전력을 반으로 나눠서 호위와 추격대를 꾸린다.”

“어서 서둘러!”

‘놈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검천호는 앞서 표식을 통해 찾아온 헌터들을 기다리며 계속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의지와 달리 몸이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김강현 일행이 영국에 도착하기 3일 전이었다.

* * *

“여기가 영국이구나!”

“공기부터 다르네요.”

런던 히드로국제공항에 내린 테라 길드원들은 외국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김강현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 남은 부길드장님을 생각하는 거야?”

“본인이 안 가겠다고 했지만, 걸리긴 걸리네.”

이를 눈치챈 연세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고,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모든 길드원들이 영국 출장에 동의했지만 기동진은 스스로 한국에 남는 것을 자청했다.

자신은 헌터로서 약하니 영국에 같이 가면 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한국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라, 강요해서 데리고 올 수 없었다.

“비행기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그런지 아직 마중 나온 사람이 없네.”

“그럼 어떻게 하지?”

“마침 구경할 게 많아 보이니 돌아다녀 보자.”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약속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 있어, 일행은 공항 구경을 하기로 했다.

“우와! 저거 봐봐!”

“해외에 왔으면 우선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흐음, 음식이라고? 이 몸도 참여하도록 하마!”

김강현은 테라에서의 경험으로, 연세연은 이미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 무감각했지만이유하와 김건은 첫 여행이라 많이 신나 있었다.

게다가 피닉스 길드의 배려로 퍼스트 클래스에 배정받아, 긴 시간 비행기에 앉아 있었음에도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헬릭스는 기내에서 온갖 식사와 간식들을 먹었음에도 금방 소화되었는지, 신나게 김건을 쫓아가려는 기색을 보였다.

‘여긴마력의 농도가 한국보다 짙어.’

김강현은 주변에 퍼져 있는 마나의 농도가 짙은 것을 느끼고 기감을 넓게 뿌려 살폈다.

마력 농도가 짙어지면 일반 사람들은 짜증이 살짝 늘어나는 정도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헌터들은 스킬을 사용할 때 마나양이 미세하게 늘어난 정도라서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점점 마력 농도가 짙어지면 무작위로 게이트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고 마나 운용도 쉽지 않을 것이었다.

나중을 위해 김강현은 인피니티 호흡법에 신경 쓰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눈치챈 것은 한 명, 아니, 전부인가?’

헬릭스는 유럽 상공에 들어오자 마력의 농도가 짙은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마계의 존재이기 때문에 마력에 더욱 민감했던 것.

그래서 오히려 한국보단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하고 마력을 운용하는 게 편했다.

헬릭스는 인간들이 이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면 아직 수련이 부족한 것을 핑계로 괴롭힐 작정이었는데,김강현을 비롯 모든 인간들이 알아차리고 대비하자 아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응?”

“무슨 일이야?”

그때, 갑자기 헬릭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의아해진 김강현의 시선이 따라갔다.

헬릭스가 본 인물은 그는 짧은 금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외국 남성이었다.

김강현은 기감으로 그를 살펴보았지만 마나도 희미하고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냥 일반 사람 같은데? 닮은 사람이라도 생각났어?”

“흐음. 이상하구나. 저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마나가 낯설지 않단 말이야. 분명 최근에 만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아.”

“최근에? 요즘 만난 외국인이라 해도 루시아가 다인데 어디서 만나? 평범한 사람인 것 같은데.”

“설마 이 몸의 기억력을 무시하는 것이냐?”

“그런 건 아니고…… 테라에서 만났던 사람이랑 비슷한 게 아닌 게 싶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워낙 많은 인간들을 만났으니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나질 않자 헬릭스가 고개를 기웃거리는 사이, 어느덧 외국인도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김강현과 헬릭스가 다른 일행을 쫓아 멀어지자, 외국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미있군요. 설마 머나먼 타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멀리서 강현 일행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방향을 틀려다, 오히려 부자연스러울까 싶어 예정대로 옆을 당당하게 지나갔다.

전에는 검은 연기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고, 이번에는 인피면구로 변장을 한 상태였다.

또한 마나를 감추고 아티팩트로 일반인처럼 마나의 성질을 바꾸어놓았다.

만약 가까이 다가왔다면 들킬 뻔했으나,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비천 길드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흑무는 예약한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며 김강현 일행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김강현에게 비천 길드가 폭망하자, 사전에 준비해 놓았던 유럽의 다크 위저드들을 다크니스라는 세력으로 규합시키고 혼란을 일으켰다.

다크니스의 수장인 록스를 이용하면 자신과 조직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 자신이 없어도 록스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 본국으로 귀국하려던 찰나, 우연치 않게 김강현 일행을 만난 것이었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군요. 이번에도 당신에 의해 망친다면…… 다음엔 제가 직접 손을 쓸 수밖에요.”

이번엔 완벽하고 철저하게 준비했기에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신이 아닌 이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흑무는 다크니스의 성공을 기원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 * *

“어? 루시아!”

“오랜만이야, 강현!”

약속된 시간이 되자 피닉스 길드에서 마중을 나왔다. 루시아였다.

그녀는 길드와 협회의 일로 정신이 없었지만, 테라 길드가 온다는 말에 직접 시간을 내어 움직였다.

“이쪽이 강현의 길드원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여러분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았으니 천천히 즐기시길 바라요. 이쪽으로 가시죠.”

초면인 다른 길드원들과도 간단히 인사를 나눈 일행은 루시아의 안내에 따라 차가 준비된 곳으로 이동했다.

‘느낌이 이상한데?’

루시아는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이걸 타고 간다고? 실화야?”

이동한 곳엔 리무진이 서 있었는데, 마치 기차처럼 길이가 길었다.

혹시나 싶어 루시아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이 타고 갈 차가 맞았다.

안에 들어가니 안락하게 고급 소파로 꾸며진 데다가, 냉장고, TV 등이 배치되어 작은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모든 일행이 탑승하자 리무진은 조심스럽게 목적지로 이동했다.

* * *

그들이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다.

다들 의문이 들었지만 루시아의 안내에 따라 안에 들어가니 중환자실의 유리벽 너머로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검 어르신?”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환한 모습으로 맞이해 줄 거라 생각하고 있던 김강현은 누워 있는 검천호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살기와 마나를 내뿜었다.

“대체 어떤 놈이!”

“강현아!”

“혀, 형님!”

이 세계에 귀환한 뒤 자신을 먼저 알아봐 주고 돌봐줬던 사람이 검천호였다.

아직 그에게 받은 은혜를 절반도 갚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것인지 자신에게 화가 나고 원흉을 찾아 복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예상치 못한 분노에 주변의 사람들이 당황하며 다급히 김강현을 불렀다.

지켜보던 헬릭스가 발에 마력을 실어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정신 차려라. 분노도 조절하지 못하는 놈이 누구의 복수를 한다는 것이냐?”

“헬릭스.”

“늘 말했을 거다. 가슴은 뜨겁게 하더라도 머리는 냉정하라고! 여기서 화를 내기보단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라!”

그 말이 머리의 통증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 김강현은 정신을 차리고 살기와 마나를 거두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알려줘.”

“3일 전에 다크니스를 혼자 쫓다가 함정에 빠졌어. 우리가 뒤늦게 마스터 소드를 발견했을 땐 정신을 잃고 가슴에 상처가 있어 치료했고.”

마스터 소드는 외국에서 검천호를 부르는 이름으로, S급 헌터를 호칭하는 마스터와 그의 성인 검을 영어로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

“응. 분명 가슴의 상처는 힐러가 완벽하게 치료했고, 병원 검사상에서도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어. 혹시나 싶어 마법에 당한 것이 아닐까 싶어 확인했지만 아니고.”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다.’

S급 헌터가 되면 자기 치유 능력이 뛰어나 웬만한 부상은 가볍게 회복되고 병원에 갈 일이 없게 된다.

게다가 검천호는 보통 헌터들과 달리 마나 호흡법을 가지고 있어 웬만한 독이나 마법 따위에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와 유하, 헬릭스가 들어가서 직접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이유하는 치료학 스킬이 있고, 헬릭스는 흑마법에 능해 누구보다 검천호의 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루시아는 병원에 허락을 구해 철저한 소독 후 이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먼저 네가 보도록 해라.”

헬릭스의 말에 이유하가 스킬을 이용해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치료 마법사인 힐러가 가슴의 상처를 완벽하게 치료했고 다른 부위에서는 상처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하의 얼굴이 펴지지 않자 김강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마나양이 너무 적어요. 이 정도면 B급 헌터?”

이유하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바로 김강현과 헬릭스가 확인하니, 그녀의 말대로 마나 호흡법이 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나양이 너무 적었다.

정확히는 마나홀에서 계속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재미있구나. 설마 이 마력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금색 캡슐 안에 들어 있던 마력?”

한국에선 헌터협회와 대형 길드들의 노력으로 비천 길드가 가지고 있던 금색 캡슐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암상인들도 쫓아 다시 한국에 가져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더불어 암흑가를 점령한 후 곽철용에게 금색 캡슐이 발견되면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그 흔적을 여기서 발견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상처를 입었을 때 소량의 마력이 유입되었고 점차 마나를 흡수하여 커졌을 거라 짐작할 수 있겠구나. 이것을 인간들이 알아차리기엔 너무 고난이도의 수법이니라.”

“내가 볼 땐 금색 캡슐의 마력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 같아.”

“맞다. 게다가 이 마력엔 환각 마법과 저주 마법이 걸려 있어 이 인간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헬릭스는 금방 이 마력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검천호가 깨어나지 못한 이유도 파악했다.

“마스터 소드의 몸에 마력이 있다고? 이런!”

유리벽 너머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시아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황당해하며 소리쳤다.

설마 마력이 마나로 위장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까지 3일간 자신의 고생한 것은 헛수고였다는 말이었다.

“그럼 당장 힐러를 불러 올게. 잠시만…….”

“아냐.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걸 제거하려면 몸 안의 마나를 모조리 빼내야 하니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빨라.”

그녀가 다급히 병원 관계자에게 호출하려는데, 김강현이 말리며 검천호의 마나홀에 직접 손을 올려 인피니티 마나를 흘려보냈다.

인피니티 마나는 마력과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 마력을 상대하기에 적합했다.

예상대로 인피니티 마나는 검천호의 몸속에 들어가자 마나로 위장하고 있는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력은 검천호의 마나를 잡아먹으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적의 침입에 아무런 대항을 하지 못했다.

‘좋아. 모조리 없애 버려!’

김강현은 검천호의 마나를 피해 마력만을 공략했다.

기세를 몰아 순식간에 제거하고자 했으나, 마지막에 마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마력은 인피니티 마나에게 흡수당하지 않기 위해 검천호의 마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움직였다.

‘여기선 밀어붙인다!’

마력이 검천호의 마나 뒤편으로 완전히 숨어 버리면 없애기 어려웠다.

그래서 검천호의 몸에 좀 부담이 가더라도 마나까지 동시에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검 어르신!’

마나가 갈라지며 마력이 인피니티 마나의 공격권에 들어선 것이었다.

‘지금이 기회다!’

마력이 약해짐에 따라 그동안 검천호를 공격하고 있던 환각과 저주도 약해졌다.

검천호가 조금이나마 김강현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강현은 단숨에 마력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이 과정에서 내상이 생겨 검천호는 당분간 휴식이 불가피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후우…… 좋아. 성공이야.”

“진짜?”

“후유증으로 고생하겠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깨어날 거야. 그러니 중환자실이 아니라 일반 병실로 옮겨도 괜찮아.”

“알았어. 바로 조치할게.”

꼼꼼하게 마력의 소멸을 확인한 김강현이 말하자, 루시아는 바로 병원에 이야기해 1인실로 옮기게 했다.

“이렇게라도 치료가 되서 다행이네요.”

“그렇지. 이대로 2, 3일만 더 있었으면 돌아가셨을 테니까.”

“정말요?”

김건은 검천호의 생명이 경각에 달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누구지? 그놈들이 다시 또? 그렇기엔 마법이 수준급이야.’

그렇지만 김강현은 머릿속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검천호의 몸속에서 발견된 마력은 앞서 정체불명의 세력이 뿌린 금색 캡슐의 마력과 비슷했다.

마력 안에 마법 효과가 들어가 있어 다른 아티팩트를 제작했다는 의심도 버릴 수 없었다.

어쨌든 모든 것은 검천호가 깨어나야 확인이 가능했다.

1인실로 검천호가 옮겨진 후힐러가 투입되어 상태를 살펴보니, 전보다 호흡이 차분해지고 마나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감지되었다.

“후우…….”

곧 검천호의 입에서 긴 호흡과 함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김강현은 검천호가 놀라는 것을 막기 위해 숨을 죽이고 일행에게 입을 열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그가 완전히 깨어나길 기다렸다.

정신을 차린 검천호는 주변을 둘러본 후, 김강현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계속 정체불명의 자들과 싸우다가 죽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그들과 싸우는 꿈을 꿨다. 나름대로 대항해 보았지만 힘의 차이가 너무 나 포기하려던 찰나, 붉은빛과 함께 네가 나타나더구나.”

“검 어르신.”

“고맙구나. 네 덕분에 마력을 물리칠 수 있었다.”

록스에게 당한 검천호는 자신의 몸 안에 마력이 흘러 들어온 것을 알고 이를 없애려고 했지만, 마력에 담긴 환각과 저주 마법에 의해 육체가 움직이지 못했다.

물론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어서 정신은 또렷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마력의 마나를 모조리 흡수하며 강해지고 있었지만 혼자의 힘으론 역부족이어서 외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힐러가 치료 마법을 시전했지만, 신체의 회복력을 끌어모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육체에 걸린 저주 마법에 도움이 될 뿐이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맞이해 주고 싶었는데, 이런 꼴이어서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내상이 생기셨어요. 죄송합니다.”

“아니다. 나도 없애지 못했던 걸 없앴는데, 이 정도는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네 길드원들이냐?”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검천호는 김강현과 함께 자신을 찾아온 테라 길드원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김건과 이유하는 S급 헌터로 유명한 검천호를 보자 말투가 딱딱해지고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세연이? 네가 여길 어떻게?”

“얼마 전에 테라 길드에 가입했어요.”

“허, 그 친구가 대견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섭섭했겠구나.”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연철무와 틈틈이 연락했지만, 연세연의 소식은 듣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길드를 옮긴 이유가 짐작 가는 것이 있어 말을 아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루시아를 보았다.

“너도 고생이 많았겠구나.”

“아니에요. 마스터 소드. 저희 일을 도와주시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자신이 쓰러져 있었던 동안 루시아의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졸립구나. 아무래도 피곤이 쌓여 있는 모양이야.”

“검 어르신.”

남들이 보기에는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3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각과 저주 마법, 그리고 마력과 싸웠으니 지금 당장에라도 잠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

“잠들기 전에 내가 다크니스에 대해 알아낸 것을 말해줄 테니 잘 기억하거라.”

검천호는 기억을 더듬어 3일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놈들은 유럽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마법을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무언가를 제물 삼겠다고 했는데 그것까지는 제대로 듣지 못했구나.”

‘마법과 제물이라면 소환?’

“다크니스의 수장 록스란 자가 있다.”

“록스? 그가 다크니스에 속해 있다고요?”

갑자기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루시아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투병으로 여기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그는 프랑스의 S급 위저드 헌터라고요. 게다가 저도 몇 번 만나봤지만 흑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건 아티팩트와 마법으로 가린다면?”

“그렇지만!!”

루시아는 친분이 있는 것을 떠나 그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C급 헌터부터 시작해 S급까지 갖가지로 노력해 올라갔으며, 이 과정에서 봉사활동과 기부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프랑스의 국민 헌터라고 불리고 있었다.

루시아는 아레스 그룹의 활동을 통해 록스를 만나 그의 선한 영향력에 감탄했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비록 무력은 나보다 아래였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아티팩트와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

“네. 검 어르신.”

“항상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거라.”

이 말을 마지막으로 검천호는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마력에 의해 저주와 환각 마법에 싸우느라 지친 몸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천호의 상태를 확인하니 잠에 들었음이 확실했다.

일행은 함께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검천호에게 들은 이야기는 길지 않았으나, 내용의 심각성에 복잡한 표정이었다.

“우선 상태가 안정되었으니, 여러분들도 쉬시는 게 좋겠네요. 숙소는 병원 근처의 호텔로 잡아놓았고, 추후 일정이 잡히면 알려 드릴게요.”

특히 루시아는 친분 있는 사람이 다크니스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잠시 정신이 나갔지만, 서둘러 정신 차리고 테라 길드를 준비된 숙소로 안내했다.

“정말 여기가 맞아?”

“이런 데 있어도 되는 건가요?”

테라 길드원들은 호텔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기대는 했었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루시아가 예약한 호텔은 5성급의 VVIP실로 한 층을 전부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마사지숍, 루프탑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 호텔은 아레스 그룹의 자회사라서, 그녀의 권한으로 무한정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오자 일행은 시차 적응으로 인한 피곤이 밀려들어 잠시 휴식 후 저녁에 모이기로 하고 흩어졌다.

김강현과 헬릭스는 침대가 아니라 의자에 앉았다.

“……검 어르신의 몸에서 놈들이 쓰던 수법을 발견한 것이 우연일까?”

“이곳의 다크 위저드나 테라의 흑마법사나 똑같은 놈들인 만큼 우연일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몸은 우연 따윈 믿지 않느니라.”

“그들끼리 접점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흑마법이라는 공통적인 부분은 있지.”

김강현과 헬릭스는 일행과 달리 마음 편하게 쉴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검천호가 당한 수법은 테라의 흑마법사들이 대량 살상하기 위해 만든 마력 폭탄의 효과와 똑같았다.

그들은 죽은 병사들의 영혼을 제물 삼아 강력한 언데드들을 소환했다.

마력 폭탄은 마력을 집약시켜 일정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중독시킬 수 있었다.

마나 보유량이 높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겐 잘 통하지 않았지만 일반 병사들에겐 취약하여 바로 마력 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치료 마법을 쓸 경우 검천호처럼 신체의 회복력이 일시적으로 증폭되어 잠깐의 효과만 보일 뿐, 장기적으론 죽음을 재촉할 뿐이어서 이를 알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게다가 마나와 마력은 서로 상극이라 기사와 마법사들이 자칫 잘못 치료했다간 마력이 폭주하여 죽을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동안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마력 폭탄을 분석하여 마력 제거제를 만들었었다.

“대규모의 마법과 제물. 어떤 것일지 짐작할 수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니라.”

“마족의 소환이겠지?”

그나마 테라는 나라와 영지간의 싸움이 빈번했고 다수의 흑마법사들이 활동했어서 마족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김강현은 기동진에게 연락해 마력 제거제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을 미리 대량 구입할 것을 지시했다.

* * *

영국에 도착한 지 2일이 지났다.

그동안 기동진은 마력 제거제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했는데, 한국에서는 수량이 부족하여 각 업체에 연락해 외국에서도 구입하고 있었다.

다행히 마력 제거제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사람들에게 많이 관심을 받고 있지 않아 싼 값에 구입이 가능했다.

한국으로 들여오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판매 국가에 창고를 마련하여 그곳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괜찮습니다. 길드의 금액이 부족하다면 제가 받을 정산 금액도 추가로 넣어 구매하세요.”

“알겠습니다.”

단호한 김강현의 결정에 기동진은 무서울 정도였다.

받은 재료 리스트를 받아 보니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심지어 서로 상극의 성질을 지닌 재료들도 있어 판매하는 사람들이 구매를 만류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기동진도 계속 재료들을 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김강현의 확고한 생각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넉넉히 여유 금액을 사용했다.

‘지금은 필요 없을지라도 최소 1년 후에는 쓸모가 있을 거야.’

김강현은 가능하면 지구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위주로 구매를 지시했다.

나중에 마력 제거제를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 몇몇 사람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사재기를 할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재료들을 선점한 후 최소한의 이익만을 남긴 채 다시 팔 생각이었다.

“놈들이 아주 꽁꽁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구나.”

“이렇게 찾아봤는데도 없다면 더 이상은 힘들겠지.”

“아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야. 이 몸이 마력의 흔적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니 말이야!”

김강현과 헬릭스는 비밀리에 영국에서 다크 위저들의 흔적을 쫓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유럽 협회에 말을 하면 그쪽에서도 도움을 주겠지만, 다크니스가 심어놓은 사람들에 의해 정보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었다.

이것은 루시아에 의해 확신이 되었다.

“루시아를 통해 알아보니 프랑스의 헌터 록스는 다크 위저드가 맞다고 하더군. 행방도 사라졌고, 연구실에선 흑마법 연구 흔적이 발견되었어.”

다들 처음엔 록스가 다크 위저드라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검천호가 깨어난 뒤 언급한 이름이며, 둘의 친분 관계가 없다는 점과, 그들이 생각해도 이상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의심스러웠다.

결국 협회는 록스의 연구실을 습격해 그가 다크 위저드라는 것을 알아냈다.

록스와 친분 있는 헌터들은 부정했지만, 직접 그 현장을 보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프랑스와 유럽 헌터협회는 그를 헌터에서 제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검 어르신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거야.”

“며칠이지만 생사를 넘나들었으니 고생 좀 했겠지. 한시라도 빨리 회복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구나.”

이 중 좋은 소식은 검천호의 소식이었다.

그는 이틀 전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숙소와 수련장만을 왕복하며 지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던 기간은 3일이었지만 마력과 마법의 위력이 강력한 덕분에 마나와 생명력이 많이 소모되었고, 내상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이유하가 회복약들을 제공하고, 김강현도 검천호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있었다.

영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현아, 준비 다 했어?”

“어? 잠깐만. 얼른 준비할게.”

“그냥 그대로 나가면 될 것 같은데? 얼른 가자.”

“알았어.”

그런데 갑자기 일행이 김강현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빨리 안 가면 예약해 놓은 시간이 지나가요. 서둘러요. 강현 형!”

“맞아요. 간신히 예약해 놓은 가게라고요!”

특히 김건과 이유하가 발을 동동거리며 재촉했다.

영국에 온 뒤 김강현과 헬릭스는 방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답답했던 일행은 강제로 약속을 잡아 나가기로 결정했다.

영국에서 유명한 한식당을 예약하고, 쇼핑 스케줄도 다 짜놓았다.

지난 이틀 동안 마음껏 호텔 서비스를 시켰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람인지라 매콤한 음식과 김치가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김강현은 일행의 재촉에 밀려 헬릭스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 * *

“내가 다크 위저드라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네. 사람들이 충격받을 것을 염려하여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위층 헌터들은 다 아는 눈치입니다.”

다크니스의 그들의 수장인 록스는 대계를 앞두고 마지막 회의를 마무리하던 중 자신과 관련된 보고를 들었다.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것도 지겨웠는데 잘됐지. 대계가 진행되는 동안 협회를 이용해 얻을 것을 다 얻었고. 또 다른 사항은 없느냐?”

이미 록스는 협회의 연구실에서 핵심 자료들은 은신처로 옮기고, 마법 자료들도 빼돌렸기에 더 이상 남아 있는 미련이 없었다.

“저희 동굴 은신처를 찾아냈던 헌터를 기억하십니까?”

“그래.”

“그가 록스 님의 정체를 폭로했는데, S급 헌터 마스터 소드라고 합니다.”

“마스터 소드? 저주의 단검에 찔렸는데 살아 있다고?”

“얼마 전까지 생사가 위급하여 병원의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온 헌터에 의해 간신히 살아났다고 하더군요.”

“흐음, 아쉽구나. S급 헌터의 영혼이면 최소 1,000명의 영혼을 메꿀 수 있을 텐데. 그보다 한국에서 온 헌터들의 정체는?”

“테라 길드라고 하는데 소수 길드인 데다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저주의 단검에 찔린 이상 죽을 것이라고 무조건 확신하고 있었기에, 검천호가 살았다는 것에 록스는 놀라 눈이 커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상관없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아무리 그들이 강하더라도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록스는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 순간 그들의 발밑으로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그분의 발밑으로 모두가 무릎 꿇을 것이니라! 크하하하하!!”

록스의 웃음소리와 함께 유럽 곳곳에서 그들이 준비한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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