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유럽 파견
“세금을 제하고 총 43억입니다. 배분은 어떻게 할까요?”
“음…… 각 4분의 1로 나누어 저와 세연, 건, 그리고 길드로 배분해 주세요. 길드에 배분되는 금액은 운영 금액으로 쓸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부산물 중에서 아이언 골렘의 심장은 처분하지 말고 연 어르신께 전달해서 건이가 쓸 방패 제작을 요청해 주세요. 물론 재료값과 제작비용은 건의 몫에서 뺍니다.”
“네.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추가로 길드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는 김강현은 로비에 있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밀린 연락을 확인한다.
사냥하는 동안 아예 전원을 꺼놓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연락이 와 있었다.
우선적으로 전략기획실 업무를 처리하던 김강현은 김고엽이 연락한 것을 확인한다.
지금까지 업무 보고는 김강현이 최종 확인한 뒤 강려원이 처리했다. 김고엽과는 회사에 들어가는 날 시간이 맞으면 만날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김강현은 바로 이명원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며칠 뒤, 김강현은 US 그룹의 본사를 찾았다.
이명원에게 확인했을 때는 해외 출장으로 김고엽이 한국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네. 실장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네.’
지난 계열사들과의 회의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 있었다.
이전까지는 김강현이 지나가도 직원들이 시선을 두지 않았지만, 그가 전략기획실 실장이라는 내용이 공표되자 힐끔힐끔 자신을 보는 시선과 이야기들이 귓가에 들려왔다.
이명원이 준 방문증을 통해 문을 통과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진이 박힌 직원증을 찍는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어서 오너라. 그동안 잘 지냈느냐?”
“네. 덕분에요. 할아버님도 무탈하셨습니까?”
김고엽은 미리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고 김강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강현은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간단한 안부 인사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에 아레스 그룹으로부터 연락이 왔단다.”
“아레스 그룹이라면, 루시아요?”
“그래. 협약 건에 대해서 최종적인 합의 후 언론 공표를 하고 싶다는구나.”
그동안 두 그룹은 가만히 쉬고 있던 것이 아니라 계속 화상 회의를 통해 세밀한 내용을 조율했고, 최근에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언론 두 곳에서 시간을 맞춰 동시에 오픈할 생각이다.”
‘그런데 왜 나를?’
이야기를 듣던 김강현은 이상했다.
아레스 그룹과의 협약 건은 김강현과 전략기획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인데,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 이유가 무언인지 궁금했다.
이런 김강현의 기색을 읽은 김고엽은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쪽에서 네가 US 그룹의 대표로 와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와서 네 의사를 듣고 싶구나.”
“대외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그래. 처음부터 아레스 그룹은 너를 지목했단다.”
김고엽은 계속 아레스 그룹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이득이라 보고, 김강현을 부른 것이었다.
‘아레스 그룹보다는 루시아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은데?’
김강현은 업무를 핑계로 루시아가 영국으로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국이라면…… 지금 검 어르신이 가 있지.’
몇 달 전 헬릭스로부터 영국에서 흑마법 계열의 소환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시간이 상당히 지났는데도 아직 검천호가 귀국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 일이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강현은 지금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다른 루트를 통해 또 다른 제안을 들어올 것임을 직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출국해야 합니까?”
“일주일 후다. 필요한 여권과 수속은 그쪽에서 준비해 줄 거다.”
“네. 그럼 개인적으로 준비할 것이 있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렇게 하려구나. 그리고…… 네 아비는 잘 지내느냐?”
자리에서 일어나던 김강현은 김철진의 안부를 묻는 말에 멈칫했다.
여러 번 김고엽과 자리를 가졌지만, 김철진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잘 지내십니다. 나중에 연락해 보는 건 어떠십니까?”
“크흠!”
쑥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아직 김철진을 생각하면 화가 나는지, 김고엽은 대답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며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김강현은 조금씩 김고엽의 심경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며 회장실을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안녕하세요!”
다음에 발걸음을 옮긴 곳은 전략기획실이었다.
직원들은 다들 근무하고 있다 김강현을 발견하자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김강현은 부담스러워 빠르게 직원들을 지나쳐 강려원에게 향했다.
“실장님, 인기가 많으시네요.”
“인기는요. 제가 직급이 높으니까 예의상 인사하는 거 알아요. 메일로 보낸 보고서들은 확인했는데, 제가 부탁한 것은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말씀대로 사람을 찾긴 했는데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서요. 직접 자료들을 보시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 방으로 가서 하도록 하죠.”
두 사람은 실장실로 들어가 자료들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자동차에 모든 것을 바친 한 사람의 행적이 기입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외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손꼽힐 만큼 전문가였다.
‘최영하, 42세…… 전공부터 자동차이고, 공부를 하려고 24살에 영국 대학교에 진학?’
대학교 졸업 후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외국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었다. 그는 입사 5년 만에 마이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허무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의 자동차를 완성하고 싶었던 그는 기획서를 만든 후 여러 회사들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획서를 보고 미팅하고 싶다고 제안한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재료의 단가가 세고, 신기술도 많이 접목되어 있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기획이었다.
그래서 때를 기다리며 영국의 어느 회사에서 돈을 모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재미있네. 오히려 우리한테 어울리는 사람이야.’
아쉽게도 그가 작성했던 기획서는 10년 전이라 US 그룹에서도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김강현은 최영하에게 흥미가 생겼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을 정도면 자동차에 대한 자존심이 굉장히 높을 테지만,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도 많을 터였다. 그리고 김강현이 생각하는 신기술은 마나 자동차였다.
“마침 아레스 그룹 건으로 영국에 가야 하니, 이 사람과 미팅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네. 실장님. 추후 연락처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결정을 내린 김강현은 강려원과 차후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영국 출장 기간 동안 업무 처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내용을 정리했다.
***
김강현은 헬릭스의 텔레포트 마법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었다.
“차라리 던전 사냥을 하는 게 낫지. 이건 너무 힘들어.”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던전 사냥은 주로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머리를 쓰는 부분이 적지만, 회사 일은 경우의 수까지 대비해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실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보니 하나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상을 생각하고 여러 업무를 아우르며 진행해야 했다.
3일간 던전 사냥과 하루 동안 회사 일을 하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던전 사냥을 고를 정도로 머리 쓰는 일은 고역이었다.
“마지막 하나만 더 하고 자자.”
피곤한 나머지 점점 눈꺼풀이 내려왔지만, 김강현은 정신을 차리고 국제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야. 강현!
“루시아. 잘 지냈어?”
-여긴 늘 똑같아.
영국은 점심시간쯤이었다.
루시아의 활발한 목소리를 듣자 김강현은 그나마 졸음이 살짝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직설적으로 궁금한 점을 물었다.
“나를 영국에 초대하려는 이유가 뭐야? 아레스 그룹의 일은 실무자들이 알아서 하면 될 텐데 말이야.”
-아레스 그룹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서도 네가 필요한 게 맞지만, 헌터 김강현의 힘이 필요해.
“내가?”
-실은 유럽 쪽에서 다크니스라는 다크 위저드 단체에 나타났어. 이들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른 길드나 협회에선 가만히 있을 텐데 문제가 일어났어.
“설마?”
다크 위저드라는 말에 김강현은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이들은 죽은 자의 무덤을 파헤친 후 시체를 꺼내 언데드로 활용하고, 헌터가 아닌 일반인에게 흑마법으로 살인을 벌이고 있어.
이 사실을 접한 유럽헌터협회는 이들의 반인륜적인 행동이 알려지면 크게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언론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점점 다크니스의 활동 영역이 커지고 있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흑무?’
이야기를 듣던 김강현은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어둠 속에서 비천 길드를 조종하던 흑무. 김강현은 혹시 다크니스도 그와 연관되어 있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루시아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도 조직을 꾸려 이들을 쫓고 있지만,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완벽한 토벌이 어려워. 유럽 협회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상태야.
“이해가 됐어. 그래서 다른 나라의 헌터협회에서 헌터들을 구했던 거구나.”
-맞아. 이미 몇 달 전에 다른 나라 헌터들과 함께 토벌단을 모집해 그들을 쫓고 있어. 그런데 워낙 꽁꽁 숨어서 쉽지 않아.
“으음…….”
다른 나라에서도 실력이 어수룩한 헌터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인데, 그들이 힘을 합쳐도 토벌이 어렵다면 김강현도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너라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강력 추천했어. 나 또한 동의해서 초대를 보낸 거고!
“설마 그 사람이?”
추천이라는 말에 김강현은 영국에 가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강현아. 오랜만이구나.
“검 어르신!”
스피커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김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서도 네 소식을 잘 듣고 있단다. 별일은 없느냐?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다. 혼자서도 비천 길드의 일을 잘 해결했더구나. 잘했다!
이 말 한마디에 김강현을 생각하는 검천호의 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타국에 있던 검천호는 길드전 이야기를 듣고 순간 귀국할까 고민했지만,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김강현은 언젠가 자신을 뛰어넘을 놈이었다. 그런데 고작 비천 길드 따위에 부서질 리 없었다.
그 기대에 걸맞게 스스로 위기를 해결했으니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시아에게 들었지만, 놈들을 토벌하기 위해선 네가 필요하다. 올 수 있겠느냐?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좋아. 얼마나 강해졌는지 곧 알 수 있겠구나.
목소리를 통해 검천호의 들뜬 마음이 느껴졌다.
그동안 자신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었던 검천호의 부탁이다.
김강현은 단번에 수락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데 길드원들도 같이 가도 됩니까?”
-어? 1인 길드가 아니었느냐?
“그게…… 비천 길드와 싸우기 전에 미리 몇몇 헌터들을 영입한 상태였습니다. 이후에 영입한 헌터도 있고요.”
-그들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길드전 때 감췄던 것이구나. 비천 길드를 이길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그렇게 하려무나. 네가 고른 헌터들인 만큼 믿을 수 있겠지!
“네. 아직 성장 단계이지만 소수 정예로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검천호는 웃음이 계속 나왔다.
계속 다크니스를 쫓는 일에 지쳐 있었던 그에게 김강현의 이야기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이 풀어지는 편안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검천호는 루시아의 헌터폰을 붙잡고 김강현과 30분 내내 통화했다.
나중에 루시아의 시선이 느껴지자 헛기침을 하고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크흠, 지운이에게 연락해서 협회 쪽에서도 테라 길드를 도울 수 있도록 하마. 그리고 다크니스에 대해선 지운이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답해줄 거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영국에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루시아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그러마.
김강현은 영국에 가는 것을 확정하자 기동진에게 검천호의 요청으로 테라 길드원들 모두 영국에 가야 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내일 길드로 방문해 얘기하겠다고 전달했다.
이렇게 모든 일을 다 한 김강현은 잠시 눈을 붙이려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강현아, 자니?”
“괜찮아요. 아버지.”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김강현은 침대에서 벌떡 앉았다. 김철진이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내가 무슨 놓치고 있는 게 있었나?’
평소 바쁘게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김강현은 집안일이나 행사가 있으면 꼬박꼬박 연락하거나 참석했다. 더불어 가능하면 저녁 식사만큼은 가족들과 함께했다.
그래서 갑자기 김철진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김철진은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가져와 앉은 후 입을 열었다.
“요즘 잘 지내고 있는 거냐? 하도 바빠 얼굴 보기가 쉽지 않구나.”
“던전에 들어가는 수도 줄이고, 좀 더 가족들에게 시간을 낼게요.”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런데 물어볼 게 하나 있다.”
“뭔가요?”
“소문에 의하면 네가 회사의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고 하는구나. 맞느냐?”
김철진은 검찰에서 일하고 있어 정재계의 소문을 누구보다 빠르게 들었는데, 어느 날부터 김강현이라는 젊은 사내가 전략기획실장 자리에 낙하산으로 임명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US 그룹 회장의 추천으로 들어간 것이며, 한순간에 막강한 권력을 얻은 뛰어난 실력자란 이야기도 돌았다.
김철진은 US 그룹과 김강현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명원 비서실장님을 통해 할아버지를 만났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게 전략기획실장 자리를 맡는 거냐?”
“네. 제 편의를 우선으로 하되, 회사 일을 하는 것이었어요. 거절을 생각해 보았지만 여러 가지 이점이 있어 하게 되었고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가족을 협박하며 전략기획실장을 제안했다는 진실을 말할 수 없어 두리뭉실하게 대답했다.
만약 김철진의 성격상 진실을 알게 되면 당장에라도 김고엽을 당장 찾아가 싸울 것이었다.
김강현이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은 김철진을 통해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고엽은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김강현은 힘을 키우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구나.”
‘어느덧 이렇게 컸어.’
김철진은 문득 계속 자신의 품속 아이일 것 같은 자식이 어느덧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강현이 US 그룹에서 맡아 하는 일들을 듣고는 무척 놀랐다.
검찰 내에서 도는 소문이 오히려 훨씬 축소되어 있었다.
‘벌써 아버지에게서 신임을 받고 있다고? 대표 회의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나설 정도라면 후계자로 생각하는 건가?’
그가 아는 김고엽은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을 면밀하게 평가하여 실력에 맞춰 배치할 뿐 아니라,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가차 없이 버렸다. 그런 김고엽이 김강현을 밀어주고 있는 것을 보면, 절대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말씀드릴 일이 있어요.”
“뭔데?”
“약 일주일 후에 회사 일로 영국 출장을 가게 됩니다. 기한은 직접 현장에 가봐야 알 수 있고요.”
“흐음.”
“헌터 일과 함께 병행해서 가는 것이라 한 달 이상 걸릴 것 같습니다.”
김강현은 이렇게 김철진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흔치 않아 기회다 싶어 영국 출장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 스컬 길드 때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들어가지 않았던 때나 이후에도 일주일 이상 귀가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가 싶어, 혹시나 하고 확인을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될 경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수진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철진과 김강현이 남편, 아들인 이상 절대로 피해갈 수 없었다.
“떠나기 전에 함께 외식하며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선물도 미리 준비하고.”
“네, 아버지.”
결국 이들은 이수진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웃으며 이야기를 정리하려던 김강현은 급히 떠오른 것이 있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곧 가족들에게 할아버지와 US 그룹에 대해서 감출 수 없을 것 같아요.”
“네가 US 그룹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건 걱정 마라.”
“아니요. 아현이가 유나 누나를 만났어요.”
“유나라면…… 형님의 딸 말이냐?”
김강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우, 우진이 형님!’
방송을 통해 김유나가 자신의 조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김유나의 아버지 김우진은 김고엽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듯 냉혹했으며, 자신의 이득과 목적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강현아, 혹시 형님과 아현이가 만났느냐?”
“할아버지의 소개로 저는 만난 적이 있지만, 아현이는 만난 적이 없어요. 그치만 저희 가족에 대해선 다 알고 있겠죠.”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을 아는 김철진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분명 형님은 유나를 이용해 둘에게 접근한 뒤, 이용하거나 속속 파헤치려 하겠지.’
한때 한집에서 살았던 김철진은 김우진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김유나가 그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는진 모르지만, 김우진은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곤 했다.
“하나 말씀드리면, 유나 누나는 큰아버지의 뜻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
“그래서 유나 누나 부탁을 받아 방송 출연을 했었어요. 아현이가 연예계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 때문이고요. 유나 누나랑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느꼈던 김유나에 대해 김강현은 솔직히 이야기했다.
겉보기와 달리 많은 시간을 산 김강현은 사람 보는 눈이 누구보다 뛰어나며 속마음을 꿰뚫어 본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속을 알 수 없어 생각을 읽을 수 없던 김우진과 달리, 김유나는 어떤 목적이 있어 접근한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거짓 없이 밝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밤마다 술 먹자고 연락해도 군말 없이 나갔고, 기꺼이 아현이도 소개시켜 준 것이었다.
‘그렇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구나.’
김철진은 김유나를 한 번도 보지 못해 믿을 수 있는 것은 김강현의 말뿐이었지만, 절대로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건 시간을 좀 다오. 마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구나.”
“네. 아버지.”
“그래. 그만 일어날 테니 쉬거라.”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했지만, 김철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김강현의 방을 나온 김철진은 서재로 가 의자에 앉았다. 심란함에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아이들이 다치는 것은 볼 수 없지.”
오랜 시간 끝에 김철진은 결정을 내리고, 핸드폰에서 20여 년 동안 잊고 있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계속 수신음이 들려왔지만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철진은 혹시라도 연락처가 바뀌었나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보세요.
“네. 김한웅 핸드폰이 맞습니까?”
-네. 그런…… 자, 잠깐! 이 목소린! 철진! 철진이냐?
“……그래. 오랜만이다.”
-이 미친놈아!!
상대방은 전화를 건 사람이 김철진이라는 것을 알자 대뜸 욕을 내뱉었다.
-네가 사람이냐?! 20여 년 동안 연을 끊고 연락을 안 할 수 있어? 그러고도 네가 친구야?
“미안하다.”
-됐고! 어디서 뭘 하고 지낸 거냐? 한국에는 있는 거야?
“응. 서울에 있다.”
-그럼 당장 나와! 20년 동안 못 본 친구 얼굴이나 보자! 주소는 바로 보낼 테니까!
“알겠으니 만나서 주먹부터 날리지 마라.”
-그건 보자마자 결정할 테니까 다시 잠수 타기만 해봐! 이 번호로 끝까지 추적해 어디 있는지 찾아낼 거다.
찰나의 통화인데도 정신없었다. 지은 죄가 있는 김철진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순순히 대답만 했다. 그리고 통화가 종료되자마자 문자로 주소가 날아왔다.
김철진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도망쳤던 과거의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다.
* * *
“김강현…… 이 개자식이 우리 뒤통수를 쳤다고?”
최공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상태로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그는 스콜피온 길드와 협력하는 척하며 같이 암흑가를 지배하다가, 그들을 죽일 계획을 1년 전부터 세우고 있었다.
이를 위해 스콜피온 길드장인 이상인과 친분을 다졌고, 비천 길드와 스컬 길드가 사라지자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블랙아웃 길드 쪽에서 나타난 한 녀석에 의해 스콜피온 길드가 없어져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그놈이라면! 운기가 현명했던 게지.”
스콜피온 길드를 지원하기 위해 강운기를 비롯한 헌터들을 보냈다.
그때는 적과 싸우지 않고 돌아왔던 것을 크게 꾸중했으나, 나중에 적의 정체가 김강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강운기의 현명함에 감탄했다.
블랙아웃 길드의 배후에 김강현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최공은 많은 시간을 공들여야 했다.
“스콜피온 길드가 사라져서 이득을 보는 놈들은 당연히 블랙아웃 길드겠지. 그런데 전력상 싸움이 불가능했어.”
최공은 오래전부터 암흑가 지배를 생각했던 만큼 두 머더러 길드의 자금 및 전력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중 우세인 스콜피온 길드와 협력을 꾀한 것이었다.
그런데 블랙아웃 길드에사 이를 한 번에 뒤엎었으니, 외부 세력의 개입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헌터협회 쪽의 정보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야.”
지금까지 헌터협회는 매년 암흑가를 단속하며 머더러들을 계도하곤 했지만, 갑자기 머더러들의 지원을 받아 다시 갱생 기회를 주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스콜피온이 블랙아웃 길드에 의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최공은 이 배후에 헌터협회가 있나 싶어 조심스레 뒤를 판 것이었다.
“하나 아무런 증거가 없는 만큼 건드리기도 어려워.”
그리고 익명으로 헌터협회 감찰 팀에 머더러들의 마약 및 암거래 신고가 들어와 실적을 올렸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감찰 팀에 속해 있는 헌터들은 익명의 신고자를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감찰 팀장인 유지운이 최근 만난 사람을 확인했더니 테라 길드의 김강현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 김강현은 저녁 시간마다 사라져 행적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를 기반으로 이 모든 배후에 김강현이 있음을 짐작한 것이었다.
“바로 우리와 길드전을 하는 건 무리야. 우선 스콜피온 길드에 있는 내 흔적을 지우는 게 중요해.”
그가 아는 이상인은 자신과의 거래 내역과 뇌물을 장부로 만들어 보관해 놓았을 터였다.
스콜피온 길드 내에서 몇 명이나 알고 있었고 정말 장부가 존재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테라 길드는 길드전이 끝난 후 내실을 다지고 있는 만큼, 바로 자신과 길드전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었다.
최공은 김강현을 향한 분노를 곱씹으며 훗날을 기약했다.
***
그런데 김강현에게 화를 내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이놈을 제지할 방법이 없는 건가? 결국 또다시 피를 봐야 하나?”
US 전자의 김우진이 서재에서 최근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며 김강현을 떠올렸다.
최근 김강현은 대표 회의를 통해 전략기획실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그룹에서 점점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대표 회의에 참석했던 계열사 임원들은 이제 김강현에게 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라인을 타고 있는 직원들도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아버지의 핏줄이라는 소문이 나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나중은 모를 일이지!”
현재 대외적으로 US 그룹의 후계자는 김우진이었다.
물론 그가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이면에는 김고엽의 아들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였다.
아직 김강현이 김고엽의 손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임원들이 그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1시간 동안 고민하던 그는 결단을 내렸다.
“가만히 당하느니…… 먼저 움직인다.”
김우진은 핸드폰으로 국제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군. 우진!
“아, 마르코. 요즘 연락이 뜸했군. 잘 지냈나?”
-큼! 최근 자네 회사와 아레스 그룹의 협약 건으로 기분이 좋지 않아.
“하하하, 내 의사가 아님을 알고 있을 텐데? 나라면 당연히 몬스테일 그룹과 손을 잡았을 거야!”
-생색 하나만큼은 여전하군.
김우진이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를 이었지만, 전화를 받은 마르코는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마르코는 아레스 그룹과 무기 사업으로 경쟁하는 몬스테일 그룹의 사장으로, 본사도 아레스와 같은 영국에 위치하고 있어 세간에서 많이 비교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 US 그룹과 아레스 그룹이 협약을 맺어 경쟁에서 밀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친구인 내가 연락한 거야. 친구 좋은 게 뭔가?”
-쓸데없는 이야기라면 바로 전화를 끊지.
“아주 관심 있는 이야기일 거야!”
김우진은 미국의 유명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마르코는 그때 만난 친구였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마음이 맞았고, 비스니스적으로도 파트너로 삼기에 적당해 아직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마르코는 김우진의 말에 살짝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두 그룹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곧 우리 쪽 전략기획실장이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래서?
“전략기획실장이 협약을 맺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루시아와도 친분이 깊지. 그가 있는 이상 US 그룹은 아레스 그룹을 지원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김우진은 비서실에 있는 자신의 사람으로부터 김강현이 아레스 그룹의 요청으로 해외 출장을 간다는 이야기를 입수했다.
이야기를 들은 마르코는 무슨 의미로 김우진이 김강현을 언급했는지 바로 이해했다.
-네 말은, 그를 죽여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전략기획실장이 내 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눈엣가시인 상황이야. 마르코, 공동의 적은 바로 없애야 하지 않겠나?”
김우진은 남의 손을 빌려 김강현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마르코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각 국가들에 납품되는 수요가 준 만큼, 아레스 그룹의 기술력을 따라갈 수가 없어!’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몬스테일 그룹이 전 세계에 무기 납품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미묘한 차이로 아레스 그룹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원인을 알아보니 단가는 아레스 그룹이 약간 비싸지만, 기술력이나 편리함에서 몬스테일 그룹이 밀리고 있었다.
그때 마르코를 유혹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놈을 없애준다면……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금액을 넉넉하게 지원하고 따로 몫을 챙겨주지. 아레스 그룹과의 협약은 없애 버리고 몬스테일 그룹과 맺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오호.
아직 언론에 발표되지 않았지만 마르코는 이미 두 그룹의 협약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몬스테일 그룹에서도 무기의 소형화와 시스템 개선을 위한 AI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었다.
-표면상 실종 처리하면 되겠지?
“물론. 놈이 헌터로 활동하는 만큼 몬스터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괜찮은 방법이군. 이 건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하지.
확실한 대답은 없었지만, 이미 마르코의 마음이 넘어온 듯했다.
김우진은 마르코와 사소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눈 후 통화를 종료했다.
“이게 다 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날 원망하지 마라.”
김철진은 스스로 도망쳤기 때문에 죽일 필요가 없었지만, 그의 아들인 김강현은 달랐다.
계속 자신을 위협하는 녀석은 커지기 전에 죽여야 했다.
***
“……상황이 이렇게 되었어.”
“검천호 님의 부탁인 만큼 고민이 되는군요. 길드장님은 가실 생각이시겠죠?”
“그렇죠.”
김강현은 모든 길드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루시아와 검천호와 통화했던 내용을 설명했다.
‘좋은 기회지만 너무 위험한 게 아닐까?’
‘다크 위저드라고?’
아직 한국은 다크 위저드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위험성이 과장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S급 헌터인 검천호조차 제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길드원들은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들 고민이 많을 것 같아 손님을 한 분 모셨다.”
“흠, 처음 보는 얼굴도 있고, 낯익은 얼굴도 있긴 한데…… 분위기가 무겁군.”
그 말과 함께 입구에서 유지운이 등장했다.
김강현은 영국으로 떠나기 전 정확한 현지 상황을 알기 위해 유지운을 길드로 초대했다
유지운은 안 그래도 헌터협회를 통해 피닉스 길드에서 정식으로 오퍼가 들어오자 테라 길드를 방문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친분이 있는 기동진, 연세연과 가볍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전에 강현이가 검천호 헌터의 영국행에 대해서 물었을 땐 기밀 사항이라 오픈할 수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느니 정확한 사정을 알려주마.”
루시아와 검천호에게 듣긴 했지만 시간상 짧게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라 김강현을 비롯한 길드원들은 유지운의 입에 집중했다.
“시작은 1년 전, 어느 시골 마을이었다…….”
한 시골 마을 농가에서 어떤 시체를 발견되었는데, 마치 미라처럼 수분이 빠진 채 죽은 모습이었다.
의아하게 여긴 이들이 정밀 검사를 해보니 미라는 생명력이 모두 흡수당한 채 살해당한 것이었다.
더불어 자연 현상이 아닌, 흑마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런 사건들이 노숙자나 시골 마을에서 조금씩 일어나자, 결국 유럽 헌터협회가 나섰다.
그리고 이 사건에 다크 위저드들의 단체인 다크니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협회가 다크 위저드들이 생명력을 흡수하며, 마력의 증폭 또는 대규모의 소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판단하던 중 대규모의 악마 소환이 이루어진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상황이 심각치 않음을 느낀 유럽 협회는 각 나라 협회를 통해 헌터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에서는 검천호 홀로 비밀리에 영국으로 출국했다.
협회에서는 이 일이 퍼지지 않게 은밀히 처리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고, 지금에 이르러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거나 죽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군요.”
“천호 님의 성격상 네게 내색하지는 않았겠지.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서둘러 마무리하지 못하면 전 세계로 여파가 걷잡을 수 없어 커질 거라는 거다.”
그제야 길드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협회의 부회장으로도 부탁한다. 테라 길드가 이 일을 맡아주었으면 좋겠어.”
이 일은 협회에서도 강제로 무조건 보낼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에 자율성에 맡길 수밖에 없었지만, 유지운은 테라 길드의 힘이 유럽에서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죠. 우리라도 필요하다는데요.”
“이참에 다크 위저드들하고 싸우면 좋은 경험이 되겠죠.”
이러한 진심이 통했는지 김강현을 제외한 다른 길드원들도 영국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 대답에 유지운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김강현이 과거의 비틀어진 운명을 다시 조우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