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장. 테라 길드의 세력 확장 (51/119)

4장. 테라 길드의 세력 확장

‘이곳은 테라보단 상황이 좋지.’

그곳은 말을 잘못했다간 바로 싸움이 일어나 어느 한쪽이 죽을 수도 있었다. 물론 김강현이야 압도적인 무력으로 시비를 걸거나 허무맹랑하게 대드는 놈들은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비를 건다면 어느 한쪽이 없어질 때까지 싸웠다.

잘못하면 칼부림이 일어났던 테라와 달리 이곳은 화기애애한 웃음으로 대응하면 되니 한결 편했지만, 이런 사교 자리는 성향이 맞지 않아 다음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야.’

불과 2시간 안에 수십 명의 사람들과 짧게나마 대화하며 받은 명함들을 헌터폰에 저장하고 품속에 넣었다.

어쨌든 모두가 US 그룹이니 회사의 이익을 위해선 서로 손을 잡는 것이 필수였다. 적을 만들지 않고 친분을 쌓는 것이 중요했다.

“강 부실장님.”

“…….”

“강 부실장님. 괜찮으십니까?”

“아, 네.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집에 도착하기 전에 강려원을 보자 그녀는 피곤이 가득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흐음. 잠시만요.”

“앗!”

말이 끝나자 김강현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강려원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런데 손목을 통해 따뜻한 열기가 느껴지더니 곧 전신에 퍼지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가 사라졌다. 게다가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나온 것처럼 몸이 개운해졌다.

“시, 실장님. 이게 뭐죠?”

“바로 효과가 있나 보네요. 피곤한 것 같아 제 마나로 탁한 기운을 없앴습니다.”

“이렇게도 마나를 쓸 수 있군요.”

“그래도 일시적인 효과니 푹 쉬세요.”

마나는 헌터들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상대방을 위해서 쓸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일부턴 제가 던전에 들어가야 해서 미리 몇 가지 일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실장님.”

지금까진 김강현이 헌터라 해도 자주 회사를 비우는 것에 살짝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강현의 실력을 알게 되자 지금은 불만이 하나도 없었다.

“우선…… 자동차 전문가를 한 명 알아봐 주세요.”

“자동차 말입니까?”

“네. 나이와 국적은 상관없고 이론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숙련된 엔지니어면 좋겠군요.”

“설마 자동차를 개발하시려는 건가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강려원이 묻자,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나 전지를 만든다 해도 바로 대중화를 시킬 수 없을 만큼 단가가 높을 겁니다. 그래서 비싸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제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자동차가 있더군요.”

실제로 자동차는 천만 원대부터 심지어 몇십억까지 가격 라인이 다양했다. 물론 가격이 높은 만큼 성능이나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어, 자동차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집마다 최소 자동차를 한 대씩 보유하고 있는 만큼 뛰어난 성능의 자동차라면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됩니다.”

“그래서 자동차 엔지니어를 구하시려는 건가요?”

“네. 제가 생각하는 자동차는 마나 엔진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니까요. 그래서 자동차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김강현의 계획을 들은 강려원은 US 자동차와의 업무 협약을 생각했으나 접었다.

지금 이야기대로라면 외양은 똑같지만, 내부적인 구조는 완전히 달라질 테니 오히려 기존의 지식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사람이 많아지면 정보가 외부로 쉽게 유출될 수 있어 마나 전지처럼 최소한의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동차 제작 공장과 소프트웨어 업체도 알아봐 주세요. 마찬가지로 실력 위주입니다.”

“진심으로 달려 보려 하시는군요.”

“네. 엔지니어는 강 부실장님이 직접 알아보시고, 제작 공장과 소프트웨어 업체는 직원들에게 맡기되 그들을 잘 살펴보세요.”

마지막 말에 강려원은 흠칫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내부 직원들 중 스파이가 있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

“강 부실장님이 US 전자 연구소에 사람을 심어 놓은 것처럼, 누군가는 김우진 사장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략기획실 직원들만 알고 있던 유하와 건의 신상 정보가 어떻게 유출되었을까요?”

“그, 그건……!”

“유하가 마나 전지의 핵심 개발자이며, 지내고 있던 거처마저 알려졌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까?”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논리정연한 말에 강려원은 할 말을 잃었다.

이유하와 김건이 납치된 후 내부에 스파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믿고 싶지 않아 알고 있어도 회피해 왔다. 하지만 김강현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상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네. 증거가 확보되면 리스트를 전달 주세요. 이다음엔 제가 움직이겠습니다.”

강려원은 각오를 다졌고, 김강현은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며 그녀를 위로해 줄 뿐이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사람이 스파이라면…… 그것만큼 슬픈 일은 없겠지.’

전략기획실 실장으로 일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지만, 김강현은 강려원이 직원 한 명 한 명을 다 신경 쓰며 챙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사람 중에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더 믿기 어려울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한 명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만약 스파이가 있다면 그 사람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김강현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라 당부하고는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

일주일 후, 김강현은 곽철용에게 스콜피온 길드가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연락을 받고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기 위해 블랙아웃 길드의 건물을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큰형님!”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큰형님!”

“큰형님! 처음 뵙겠습니다!”

‘뭐야? 이 자식들, 부담스러울 정도잖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복도에서 만나는 머더러들마다 김강현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주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눈빛에 존경심을 가득 담은 채 보고 있어 차마 화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고맙다고 이야기하며 곽철용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곽철용은 모자 밑으로 인상을 쓰고 있는 김강현의 얼굴을 보자 어떤 상황이인지 짐작되었다.

“자리를 비운 지 이 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애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게 다 큰형님 때문입니다.”

“나 때문이라고?”

“네. 혼자서 스콜피온 길드를 압도적인 무력으로 쓰러트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길드원들의 반응이 열렬할 수밖에요.”

곽철용과 열 명의 머더러들이 거들긴 했지만, 거의 혼자서 스콜피온 길드원들을 쓰러트렸다. 게다가 현장에 투입되었던 스콜피온 길드원들의 소문이 더해져 지금은 김강현의 무력이 S급 헌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난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으니 길드에 도는 소문은 잠재워라. 괜히 쓸데없는 도전도 받고 싶지 않아. 차라리 나보단 다른 녀석들을 팔아.”

“알겠습니다.”

머더러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던 김강현은 손사래 치며 거절했다.

자신이 유명해지는 순간 이를 노리는 머더러들의 도전이 이어질 것이었다.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었다.

“바로 이야기로 넘어가지. 스콜피온의 접수 현황은 어떻게 되지?”

“사업체는 전부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모두 인수했고, 스콜피온 길드원 중 95명이 블랙아웃 길드에 가입했습니다.”

“그 외 인원은?”

“소규모의 머더러 길드를 만들기도 하고, 홀로 다니겠다고도 합니다. 끝까지 저항하거나 악질적인 머더러들은 어쩔 수 없이 죽였습니다.”

“흐음. 그렇군.”

곽철용이 건네준 서류를 확인하던 김강현은 시선을 돌려 그를 보았다.

“그런데 이런 걸 나한테 보여줘도 되는 건가?”

“큰형님이지 않습니까!”

서류에는 블랙아웃 길드가 차지한 구역과 재무 현황 등 길드의 상세 정보가 기입되어 있어, 이것만 있으면 블랙아웃 길드의 약점을 파악 가능했다.

곽철용의 말에 김강현은 10여 분 동안 자세히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신경 쓴 것이 티가 날 정도로 꼼꼼하게 작성되었고, 스콜피온 길드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불법이 없도록 처리한 노력이 보였다.

“잘했네. 트집을 잡고 싶어도 잡을 것이 없어.”

“감사합니다, 큰형님.”

“급격하게 길드의 덩치가 커 진만큼 사업체와 길드원들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외부에서 길드원들이 급격하게 많이 들어온 만큼 내부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에서 소란이 일어나 누군가는 곽철용을 위협할 수 있었다.

실제로 김강현은 테라에서 이러한 케이스를 많이 보았고, 직접 경험한 적도 있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 충고했다. 이런 김강현의 마음을 알아차린 곽철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뭐냐?”

“큰형님은 정체를 언제 공개하실 겁니까?”

“언제 알아차린 거지?”

말을 하는 동안 곽철용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동안 김강현은 모자를 쓰고 돌아다녔지만, 모자에 기억 인식 마법이 각인되어 있어 얼굴을 보더라도 나중엔 기억하지 못했다.

“스콜피온 길드와의 마지막 싸움이었습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고수가 떨어질 리는 만무하니 최근에 들려오는 자들의 소문과 비교했죠. 그리고 큰형님의 외형, 마나의 색깔, 전투 스타일을 통해 추측했습니다.”

“그래서 네가 추측한 나는 누구냐?”

“A급 헌터 기, 김강현입니다.”

곽철용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대답했고, 더 이상 자신을 감출 필요가 없어진 김강현은 모자를 벗었다.

“재미있어. 그래. 네 생각대로다.”

“아!”

“첫 만남에서는 네가 어떤 녀석인지 몰라 말을 할 수 없었지. 게다가 그땐 스콜피온 길드에 납치되었던 길드원들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이용해야 했어.”

‘우리를 이용한다고? 설마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곽철용은 문득 불안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김강현이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건 블랙아웃 길드와 엮이는 것을 외부와 차단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체를 알아차린 자신을 죽일지도 몰랐다.

“예상외로 눈치가 빠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역시!’

게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곽철용은 확신이 들었다. 여차하면 끝까지 대항할 마음의 준비까지 마치고, 김강현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 * *

“그 말은?”

“너를 어디에 쓸지 고민하고 있단 말이다.”

“절 죽이려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뭐?”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말에 오히려 김강현은 황당했다.

“제가 정체를 발설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흔적을 없애려고 죽이려던 게…….”

“하하하! 쓸데없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내가 말하지 않았나? 순순히 따른다면 목숨과 지금까지 누렸던 지위는 유지시켜 준다고.”

“그랬습니다만…….”

“그럼 끝까지 믿어도 돼. 내가 먼저 배신할 리는 없을 테니까. 그보다 다시 본론을 이야기하지.”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덕분에 김강현은 크게 웃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곽철용은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네 거취를 말하기 전에 내 계획부터 말하마. 난 블랙아웃 길드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보 길드와 가드 회사를 생각하고 있다.”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김강현은 그동안 머릿속에 담고만 있던 계획을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곽철용의 눈빛이 반짝였다.

“정보 길드는 블랙아웃 길드의 사업체들을 활용할 거고, 가드 회사는 이 생활을 청산하고 깨끗하게 살아갈 녀석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물론, 어디에 가든 몇 가지 교육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어.”

“애들이 잘할 수 있을까요?”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건 어렵지 않아. 네가 방금 한 것처럼 말이야.”

“제가요?”

“내 정체를 파악한 걸 말하는 거다. 하나의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선 정보를 모은 뒤 하나하나 지워 가면 되는 것처럼, 방법만 알면 어렵지 않아. 물론 정보를 모으는 게 어렵겠지만, 이건 길드에서 도와줄 테니.”

“아!”

많은 이들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을 어렵다고 느끼다. 하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이 정보들 중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 분석이었다.

“정보 길드를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이건 어떻게?”

“그동안 스콜피온 길드가 마약 거래 하면서 뺏은 돈 있지?”

“네. 그런데 그 돈은 헌터 협회 쪽으로 갔죠.”

“사례금 명목으로 헌터 협회에서 돈을 받기로 했으니 당분간은 그 돈으로 운영하면 돼. 그리고 천천히 대부업과 사채놀이 하는 놈들을 처리해야지.”

“자하 금융을 노리시는 건가요?”

“헌터 협회에서 받는 돈으로는 한두 달밖에 가지 못하니 그들을 이용할 수밖에. 게다가 불법적인 돈인 만큼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말이야.”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지하 금융계를 움직이는 돈은 양지만큼 컸다.

김강현도 정보 길드를 세울 계획을 세우며 지하 금융을 살펴보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곽철용은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판이 커짐을 느꼈다.

“그리고 가드 회사는 머더러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자들에게 줄 생각이다. 너도 알다시피 머더러라고 해도 무조건 살인을 저지른 녀석들은 아니잖아?”

그 말에 곽철용이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블랙아웃 길드의 머더러들과 생활하며 지내보니 김강현은 모든 길드원들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암흑가 생활을 하는 헌터들을 머더러라고 호칭하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물론 마약에 빠지거나 살인을 즐겨 머더러가 된 자들도 있고, 범죄를 저지르고 숨기 위해 암흑가에 들어온 헌터와 각성자들도 있었다.

곽철용은 전자였다. 그가 암흑가에 들어온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기 위해, 다른 헌터들과 싸움으로 실력을 얻고 싶어서였다.

“앞으로 네가 할 일이 많아. 정보 길드와 가드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다.”

“걱정하지 마십쇼.”

“무리하지 말고 힘들다 싶으면 이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해. 이쪽도 많이 바쁠 테지만, 네게 필요한 사람들 구해 줄 여력은 없을 테니까.”

곽철용은 고생하는 만큼 길드원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생각에 온 힘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김강현은 이를 눈치채고 한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건넸다.

“네. 이름이 기…… 동진?”

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디선가 들어온 본 기억이 있었다.

“비천 길드의 부길드장?!”

“맞아. 지금은 테라 길드에 속해 있다.”

“그럼 헌터로 활동하는 건가요?”

“아니. 길드전 때 부상을 입어 불가능해. 지금은 후방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업무를 맡고 있지.”

김강현과 비천 길드는 서로 적이나 다름없었고, 부길드장이라면 더욱 적개심이 강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함께 일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동진은 비천 길드장과 트러블이 생긴 후 길드전에서 싸우다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길드전이 끝난 후에도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망이 기정사실로 되어 있던 찰나였다.

‘그러고 보니 그가 다시 헌터로 활동하는 건 어떨까?’

기동진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김강현은 그가 헌터로서의 삶을 원하면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 있었다.

인피니티 마나에 의해 마나 로드가 엉망이 되었지만, 각성자로서의 능력은 여전했다. 즉, 망가진 마나 로드를 복구시켜 주면 다시 헌터로서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김강현은 대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그리고 정보 길드와 가드 회사를 만들면 블랙아웃 길드는 해체할 생각이다. 혹시 전부터 생각해 놓은 이름이 있으면 말해봐.”

“음…… 구름! 클라우드라 하고 싶습니다.”

“이유가 있나?”

“구름은 자유롭지 않습니까? 저희 애들이 구름처럼 마음껏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하길 원합니다.”

“좋은 의미구나.”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지를 꿈꾸는 그들에게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랐다.

***

“우와! 이게 우리 길드 건물이라고요?”

“서울 한가운데 세울 정도면 그동안 번 돈 다 쏟았을 것 같은데요?”

“흠. 생각보다 초라하구나. 이 몸의 길드라면 최소한 10층 건물은 넘어야 하지 않겠느냐?”

“외관으로 평가하면 금물이니까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자고.”

김강현은 드디어 길드 건물 공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김건, 이유하, 헬릭스와 함께 길드에 방문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하고 있는 5층 건물로, 깨끗한 신축 건물에 주변 건물들과 위화감이 없었다.

“응? 설마 이 건물 전체에 마법진을 각인시킨 것이더냐?”

“주변의 헌터들이 감지하지 못하게 은밀히 설치했지만, 너에겐 소용없었던 모양이네.”

“이 몸은 워낙 특출하니 예외이고, 인간들은 눈치 못 챌 정도니 걱정 말거라.”

길드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헬릭스가 건물에서 느껴지는 마나를 감지했다.

김강현은 보안 마법진은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건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건물의 벽과 벽 사이에 마법진을 설치해 두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드 건물로 들어가자 미리 연락받은 기동진이 있었다.

김강현과 헬릭스는 기동진과 안면이 있어 편하게 인사를 나눴지만, 김건과 이유하는 초면이라 어색해했다.

“건물을 보기 전에 생체 인식을 하겠습니다.”

“생체 인식이요?”

“네. 이 건물은 지상 5층과 지하 4층으로 되어 있는데,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제외한 층은 생체 인식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허락되는 곳을 지정할 수도 있고요.”

“우와!”

철저한 보안 시스템에 김건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등록되지 않는 사람이 침입하면 어떻게 되나요?”

“직접 보여 드리는 편이 좋을까요? 길드장님.”

“그렇게 하죠.”

이유하의 질문에 기동진은 김강현의 허락을 받고 보안 시스템을 발동시켰다.

“테라. 1층 폐쇄. 공격 준비.”

그의 말에 바닥에 숨겨져 있던 마나와 마력 봉쇄 마법진이 발동하며 벽에 마나 레이저 건이 세팅되었다. 더불어 1층 전체에 결계가 펼쳐져 내부에서 외부로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불과 1초도 안 되어 펼쳐진 보안 시스템에 김건과 이유하는 할 말을 잃고 바라보았다.

“AI 마법 시스템으로 보안만큼은 철저하니까 걱정 없어. 테라, 1층 오픈.”

완벽한 보안 시스템에 김강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 건물은 ‘테라’라는 인공 시스템이 관리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했다. 최고 명령권자는 김강현이며, 그 외 길드원들은 제2의 명령권자였다.

“이 권한은 모든 길드원에게 줄 거지만 정말 적의 침입이 있을 경우만 발동시키도록 해.”

김건과 이유하는 신기해하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기동진이 간편 생체 인식기를 통해 두 사람의 생체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시켰다.

“그럼 지금부터 길드 내부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바로 길드 내부 투어가 시작되었다.

지하 1층은 생산직 헌터들을 위한 연구 공간으로 마련되었고, 지하 2층과 3층은 S급 무력까지도 감당 가능한 수련장으로 지어졌다. 지하 4층은 던전 사냥 후 물품을 보관할 창고로 쓰이게 되었다.

지상은 각종 편의 시설과 사무실이었는데, 길드원에게 방을 하나씩 배정하고 아예 숙식도 해결할 수 있도록 대형 식당과 수면실도 만들어두었다. 게다가 식당에는 셰프가 퇴근 시간을 제외하곤 상주할 계획이라 특히 헬릭스의 마음에 들었다.

테라 인공 시스템으로 최대한 무인화시켰지만 기동진 혼자 길드의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 직원도 2명 더 뽑았다.

“돈을 제대로 썼네요.”

“이 정도 썼으면 남아 있는 게 없겠어요.”

길드 내부를 둘러본 김건과 이유하는 비천 길드와의 길드전에서 얻은 수입을 모조리 이곳에 투입했나 싶었다. 보는 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때, 김강현이 이유하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유하는 거처를 여기로 옮기는 게 어때?”

“정말 그래도 돼요?”

“물론이지!”

타이밍 좋게 길드 건물이 완성되면서 앞으로 이유하는 이곳에서 편하게 연구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각종 마법진과 보안 장치로 안전도 확실하게 보장되었다. 이유하도 이곳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고 생각해 바로 수락했다.

“투어도 끝났으니 1층으로 이동하죠. 미리 셰프에게 말해 음식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우와와!”

“밥이다!”

식사라는 말에 그동안 길드 건물을 돌아다니며 지친 김건과 이유하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1층으로 이동하자 그곳에 예상외의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연세연? 어떻게 여길?”

“할아버지가 오늘 테라 길드 사무실 오픈한다고 가라고 하던데?”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연세연이 축하 난을 들고 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도움받은 연철무 님에게 연락을 드렸었죠.”

그녀의 말에 기동진이 대답했다.

기존 건물에서 길드 건물로 리모델링하는 데 많은 인력과 자재들이 투입되었고, 가끔씩 터지는 사건들을 수습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이때 연철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 것.

이에 기동진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과 함께 길드 사무실 오픈 날짜를 전달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쁜 연철무 대신 연세연이 길드 사무실 오픈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했다.

“잘 왔어. 마침 식사하려고 했으니 밥 먹고 가.”

“응. 고마워.”

난을 받아 든 김강현은 연세연과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연화 길드의 부길드장과 친구라고?”

“도대체 인맥의 끝이 어디야?”

김건과 이유하는 두 사람이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자 깜짝 놀라다.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 김강현이라는 사람은 자신들이 모르는 인맥과 실력을 끝없이 가지고 있었고, 그 한계가 보이지 않았다.

연세연은 헌터들의 연예인들이었다. 연화 길드의 부길드장이자 연화 그룹의 자제로, 부자인 데다 실력 또한 뛰어났다. 차가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지금 연세연은 환한 미소를 띠고 있어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던전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친하게 지내고 있느니라. 흐아암! 그리고 서로 회사 일로 만나는 것도 있고…… 헙!”

“헬릭스 님, 입맛에는 맞으십니까?”

꿀꺽!

“좋구나. 아주 만족스러워.”

“고기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어 최상의 고기만을 선별했습니다. 마음껏 드십시오.”

“크하하핫, 아주 마음에 드는 인간이구나!”

헬릭스의 대식가 기질을 알고 있던 기동진은 이번 식사를 위해 양식, 중식, 일식, 한식을 담당하는 4명의 셰프를 고용했다. 기본적으로 헌터들은 소모하는 체력이 많아 식사량이 엄청나서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덕분에 헬릭스는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아차!”

“우리도 밥 먹어야 하잖아!”

이렇게 30여 분이 지나자 헬릭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마무리했다.

“이 고기가 맛있는걸. 인간, 더 가져오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회도 더 썰도록 하고!”

셰프들은 속으로 욕을 하며 계속 음식들을 준비했다. 음식은 만드는 족족 없어지고 있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헬릭스는 진심으로 오늘 준비한 식재료를 모두 먹어 치울 생각으로 셰프들을 부려먹고 있었다.

“아, 잘 먹었다.”

“덕분에 나도 잘 먹었네.”

헬릭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동진 님은 비천 길드의 부길드장 아니었나요?”

“응?”

이야기를 나누던 김건이 기동진의 얼굴을 보더니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맞아. 얼마 전까지 그쪽 소속이었어. 이번에 길드 건물을 만들고 체계화를 잡던 중 지운 님에게서 추천을 받아 스카우트했지.”

“길드장님이요?”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니 비천 길드와 성향이 달랐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더라고.”

기동진에게는 껄끄러운 대답일 수 있어 이것에 대한 답변은 김강현이 했다.

기동진은 직접 김강현이 나서서 이야기해 주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여기서 길드원들이 더 늘어나긴 하겠지만 소수 정예를 추구하는 만큼 10명 이상은 늘어나지 않을 거니까 서로 편하게 잘 지냈으면 해.”

“알겠습니다. 천천히 하도록 하죠.”

더불어 테라 길드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강현에겐 길드장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말을 놓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강현의 반발이 있었으나, 모든 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강현아.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그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연세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는데, 얼굴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테라 길드에 들어갈 수 있을까?”

“뭐어?!”

“세연 님이 우리 길드에 가입한다고?!”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에 김강현과 헬릭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놀라 소리쳤다.

그녀가 속한 연화 길드는 비천 길드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드로서, 비천 길드가 없어진 지금 독보적으로 최강의 길드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연세연은 부길드장에 A급 헌터로 인지도가 굉장한데, 이제 갓 만들어진 신생 길드로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뭐지?”

김강현은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물었다.

그가 아는 연세연은 허튼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자신에게 말하기까지 많이 생각했을 것이었다.

“강해지고 싶으니까! 옆에서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지 알고 싶어.”

연세연은 며칠 동안 고민한 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김강현은 헌터가 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표면상 A급 헌터가 되었고, 실질적으로 S급 헌터와 가까운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강해지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겠지만, 자신의 현 상황과 비교해 보니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동안 연화 길드라는 울타리에 보호받아 지냈고, 이것을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겼어. 그런데 너를 보니 이게 잘못된 것이라는 깨달았고.”

정해진 사람들과의 던전 사냥, 그리고 수련, 반복적인 길드 업무.

이렇게 계속 생활을 하다가는 더 이상의 성장이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테라 길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지.’

연세연의 이야기에 김건과 이유하가 크게 공감했다.

김건은 성장에 정체기를 겪고 있다 피어스 방패술을 익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이유하는 계속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며 연금술 실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성장으로 얻어지는 뿌듯함과 자신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웠다.

그들은 종종 무한한 지식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김강현이 슈퍼 치트키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세연이가 들어오는 건 찬성이야. 하지만…….’

“연 어르신, 아니, 길드장의 허락은?”

그녀의 실력을 알고 있는 김강현은 바로 길드 가입을 수락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연화 길드에서 그녀를 순순히 놓아줄 수 있을까? 손해 보는 게 너무 많아.’

연세연의 장래성을 위해서라면 할아버지 연철무는 바로 허락할 것이지만, 연화 길드장 연철무는 쉽게 허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연세연은 연화 길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맡아서, 그녀가 길드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연화 길드를 떠올리면 연세연을 말할 것이었다. 그동안 길드의 중요 업무와 사업들을 맡아왔던 만큼 기밀 유지도 중요할 터였다. 그녀가 탈퇴한 후 길드원들의 반발이나, 외부에서 보는 시선 등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인 셈이었다.

“응. 여기 헌터협회에서 발급 받은 연화 길드 탈퇴서.”

“어? 진짜?”

그런데 이미 탈퇴서까지 받아온 상황이었다.

내용에 의하면 현재 연세연은 연화 길드를 탈퇴하여 무소속인 상황으로, 그녀의 상태창에서도 소속이 사라져 있었다. 진심으로 테라 길드에 가입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조건들이 있지만, 형식적인 거네.’

탈퇴서에는 연세연의 길드 탈퇴를 허락하지만, 전 직책을 고려하여 기밀을 타 길드에 언급하지 않는다는 정보 누설 금지와 업무 인계, 그리고 명예 길드원으로 남는다는 조건들이 있었다.

명예 길드원은 이름만 길드에 올려놓는 것이지만, 나중에 연세연이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둠과 동시에 내부에서 소규모 길드에 연세연을 빼앗겼다는 불만을 없애는 명분이 될 수 있었다.

-나중에 잘 지내고 있나 확인하러 갈 테니 내 손녀를 잘 부탁하마.

때마침, 연철무로부터 받은 한 통의 문자를 본 김강현은 길드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거절하면 미워할 거예요!’

‘제발! 제발!’

헬릭스는 계속 음식들을 탐닉하고 있었고, 다른 길드원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바로 수락할 것을 무언으로 요구했다. 거부했다간 바로 무시무시한 분노가 들이닥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길드장님!”

“우와와와!”

“반가워요, 언니!”

“좋은 전력이 생겼네요.”

김강현의 말을 시작으로 길드원들은 화기애애한 웃음과 함께 연세연을 환영해 주었다.

원래 오늘은 길드 사무실 오픈을 기념하기 위한 축하 자리였으나 동시에 연세연의 가입을 축하하는 자리로 변했다.

“그런데 암흑가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려고 했더니 머더러들 쪽에서 철저히 정보를 통제하고 있더군요.”

갑자기 문득 기동진이 궁금한 점을 하나 물었다.

지난번 김강현은 김건과 이유하를 찾으면서 테라 길드도 암흑가의 전쟁에 끼어든다고 언급했었는데 진행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좋은 결과를 내어 두 사람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암흑가라면…… 머더러들을 말하는 거지?”

“비천 길드처럼 몰래 머더러들을 청소부로 키우려는 겁니까?”

나름대로 조용히 말했지만, 주변의 길드원들이 듣고 호기심을 보였다.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던 김강현은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US 그룹의 내부 싸움으로 스콜피온 길드에 납치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블랙아웃 길드를 이용했을 뿐이야. 이 과정에서 철용이를 거두었고.”

“자, 잠깐! 지금 암흑가의 상황이 어떻게 되지?”

“철용이라면…… 블랙아웃의 길드장?”

“맞아. 그 녀석들이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지. 지금은 급격하게 덩치가 커진 바람에 내부를 다독거리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정보 길드와 가드 회사를 차릴 거야.”

“정보 길드는 불법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드 회사는 헌터협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불가능할 텐데?”

“그래서 둘 다 헌터협회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할 생각이야. 정보 길드는 돈을 많이 잡아먹겠지만 테라 길드의 눈과 귀가 될 예정이니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거고.”

지금의 일만으로도 곽철용이 정신없을 것 같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김강현은 유지운과 함께 정보 길드와 가드 회사를 세울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스콜피온 길드가 불법적으로 운영하던 마약 거래를 일망타진한 공을 헌터협회에 돌린 것이 컸다. 이를 인정받아 블랙아웃 길드가 불법적인 행위들을 청산하겠다면 최대한 편의를 봐줌과 동시에, 갱생 프로그램을 통해 머더러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머더러가 된 일부 각성자들 중 불가피한 죄를 지은 자들이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길드원들은 김강현의 추진력에 매우 놀랐다. 특히 연세연이 크게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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