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내부의 적
-삑! 확인되었습니다.
지상길로 변한 김강현은 목걸이형 보안 카드로 출입문을 통과했다.
‘여기가 연구소구나.’
아직 이른 아침이라 연구소 내부에 사람들은 없었다. 김강현은 조심스럽게 머릿속으로 지도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US 연구소에서 헌터의 공격도 버틸 수 있는 방을 만들었다고 했으니 그곳에 김건과 이유하가 잡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소장으로 모습을 바꾸길 잘했어.’
US 연구소는 가장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데, 팀과 소속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연구소 어디든지 출입이 가능한 부소장의 모습을 택한 것이었다.
“부소장님.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신 겁니까?”
“……아, 김 팀장이구만.”
복도를 걸어가던 김강현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목걸이형 보안 카드의 이름을 확인하고 능숙하게 말을 이었다.
“외주 업체 관계자들과 술을 마셨더니 밤을 꼴딱 새워서 내 방에서 눈 좀 붙여야겠어. 이대로 집에 들어갔다간 마누라한테 죽을 거야! 그보단 자넨?”
“저야 늘 야근이죠. 그보다 오늘 오후 2시에 소장님 주관하에 회의 있는 거 아시죠?”
“그런가? 그럼 회의 전에 밥 먹으러 일어나야겠군.”
“네. 그렇지 않아도 연구 결과에 대해 이야기드릴 것도 있으니 식사 시간 되기 전에 찾아뵙겠습니다.”
“알겠네. 수고하고 직원들 출근하기 전에 자네도 눈 좀 붙이게.”
중간에 갑자기 회의 이야기가 나와 당황했지만, 미리 지상길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숙지해 놓아 능숙하게 잘 둘러대며 헤어졌다.
평소 지상길은 술과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 시간 가리지 않고 US 전자 연구소와 관련된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대외 업무를 하는 편이었다. 밤새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면 구박 맞는 것이 싫어 바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었다.
‘오늘은 집에서 자고 있겠지만 말이야.’
한 달에 두세 번씩 멀쩡한 정신으로 집에 들어가는 날이 있는데, 타이밍 좋게 그날이 오늘이었다.
‘조금씩 추적 포션의 향이 진해지고 있어!’
어느 순간부터 김강현은 기억 속의 지도를 더듬어 이동하기보단, 코끝에 맴도는 추적 포션의 향기를 좇아 이동했다. 곳곳에 보안키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문들이 있었지만 지상길의 보안 카드와 지문 인식으로 거침없이 통과했다.
‘누군가 이쪽으로?’
그런데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과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강현은 벽 쪽에 몸을 붙이며 은신했다.
“아직까지 협조할 의사는 보이지 않는 건가?”
“네. 사장님.”
“그럼 이대로 시간을 끌도록. 마나 전지 개발의 핵심 인력인 만큼 임원 전체가 모이는 회의 전까지 발표하지 못하게만 해도 우리의 승리야.”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마나 전지의 개발 설계도를 우리에게 줄 수 있도록 충분한 당근을 주는 게 좋겠어.”
“네. 신경 쓰겠습니다.”
“석원이, 자네만 믿겠네.”
한 명은 US 전자의 김우진 사장이었고, 다른 한 명은 US 전자의 윤석원 가드 팀장이었다.
‘역시 배후에 큰아버지가 있었구나.’
김강현은 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떤 루트로 인해 자신과 이유하가 마나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 유출되었고, 이를 알게 된 김우진이 US 그룹에서 김강현이 영향력이 넓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콜피온 길드를 통해 김건과 이유하를 납치해서 여기로 데려온 것이었다.
김강현은 화가 났지만,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면 구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이 기회야.’
그러고는 윤석원이 김우진을 배웅하러 간 사이 그들이 온 방향으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마지막 문을 남겨두고 난관이 하나 생겼다.
‘가드들이 두 명. CCTV는 없어.’
김건과 이유하가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 앞에 두 명의 가드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김강현은 겉으론 아무런 내색 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간다.
“오랜만이구만. 여기 안에 공사했다고 들었는데 한 번 들어가 봐도 되겠지?”
“지 부소장님. 여긴 안 됩니다.”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응?”
“사전에 출입 허락을 받은 인원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여기 부소장이야. 그리고 모든 연구소 내 보안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네. 그동안 공사 현장에도 출입을 못하게 하더니만, 공사가 끝난 후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너무한 거 아닌가?”
가드들이 워낙 탄탄하게 가로막자 김강현은 고집을 피우며 땡깡을 시전했다.
실제로 지상길을 비롯한 다른 연구원들은 김우진이 연구소 일부를 리모델링한다는 이유로 목적을 밝히지 않고 단독 공사에 들어가자 불만이 많았다. 게다가 공사가 끝난 후에도 가드 팀이 단독으로 사용하면서 방의 목적을 알려주지 않아 연구소장에게도 그들의 불만이 들어간 상태였다.
가드들도 이러한 연구원들의 불만을 알고 있어 김강현의 말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후우, 자네들이 고생하는 거 알고 있어. 그런데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
“이건 뭡니까?”
“이번에 만난 업체 사람들에게 받은 건데…… 헌터들은 마나가 늘어나고, 일반인은 한동안 병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하더군.”
“그, 그렇습니까?”
김강현은 조용히 품속에서 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병 두 개를 그들에게 건넸다.
가드들은 마나가 늘어난다는 말에 유리병을 보는 눈에 탐욕이 서렸다. 아무래도 마나의 양으로 스킬의 사용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마나가 많으면 이득이었다.
“딱 들어가서 30초만 보고 오겠네. 그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입니다!”
“우리들만의 비밀로 묻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가드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유리병을 받으며 김강현의 제안을 수락했다.
문 안쪽의 방은 사각지대 없이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지금 근무자들은 마침 교대 시간이라 보안실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보안 책임자인 윤석원은 김우진을 마중하기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30초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자네들이 유리병을 가지고 있으면 이상할 테니, 안에 보고 나오면 가져가지.”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얼른 마시겠습니다!”
가드들은 김강현이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자신들이 가진 보안 카드로 문을 열어준 뒤, 유리병의 마개를 따 푸른 액체를 마셨다.
그사이 김강현은 안에 들어가 살폈다.
‘건아, 유하야!’
김건과 이유하는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는지 살이 살짝 빠져 있는 것을 제외하곤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김건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심상 수련 중이었고, 이유하는 슬며시 지상길로 변장한 김강현을 보고 무시했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
두 사람의 안전을 확인한 후 CCTV의 위치를 보니 사각 지대가 없었다. 그나마 책상 밑에 공간이 하나 있는데, 사람 몸으로 가리면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김강현은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다가 아공간에서 가방 하나를 꺼내 책상 밑에 놓고 재빨리 방을 나갔다.
“벌써 나오셨습니까?”
“안에 보니 별로 볼 것도 없구만. 저 두 사람에게서 아무 반응도 없고…… 아무래도 가드 팀과 관련된 사람들 같으니 내가 있을 필요 없지 않는가?”
“네. 맞습니다.”
“괜히 내가 귀찮게 했군. 고생하게.”
김강현은 능수능란하게 두 가드들에게서 빈 유리병을 받고는 그 자리를 떴다.
* * *
“……건아. 잠깐 일어나 봐.”
“무슨 일인데?”
“사람이 한 명 들어왔는데…… 책상 밑에 가방 하나를 놓고 갔어.”
“뭐?”
김건은 이유하의 말에 수련을 멈추고, 함께 책상으로 이동해 가방을 살폈다.
“……이건 내 제작 도구들?”
“메두사의 방패가 왜 여길?”
가방 지퍼를 열어보니 이유하의 손에 익은 물건들과 김건의 무기가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CCTV를 의식해 물건은 꺼내지 않고, 가방 안쪽에 있는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30분 후 소란을 일으킬 테니 시간 맞춰 탈출해라. 가방 안에 너희들의 무기를 넣어두었으니 충분할 거고, 문밖의 가드들은 무력화시켜 놓았다. 이곳에 들어왔던 사람으로 변장한 상태이니 얼굴을 기억해 두길 바란다.
종이 밑에는 김강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게 강현 님이었다고?”
방에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았던 이유하는 김강현의 완벽한 변장에 할 말을 잃었다.
전혀 마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목소리와 행동도 전혀 낯선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시간이 없어. 30분 안에 먼저 이것부터 해결해야 해!”
김건은 손목에 찬 마나 구속 팔찌를 내밀었다.
“괜찮아.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어.”
그동안 이유하는 헛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마나 전지의 개발 설계도를 구상하면서 마나 구속 팔찌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두었다.
이를 위해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료들이 필요했는데 마침 김강현에 가져다주었으니, 30분만 있으면 마나 구속 팔찌의 기능을 없앨 수 있는 포션을 만들 수 있었다.
이유하는 바로 포션 제작에 들어갔고, 김건은 등 뒤에 서서 CCTV를 가렸다.
* * *
“무사히 물건을 전달했으니 이제 소란을 일으켜야겠지.”
김강현은 이유하의 자동차에 실려 있던 짐들을 미리 준비한 가방에 담아 메두사의 방패와 함께 전달했다. 자신이 남겨 놓은 쪽지도 있으니 그것을 읽고 잘 행동할 것이었다.
US 연구소의 외곽에는 발길이 뜸한 창고가 하나 있었다. 사전에 전달받은 정보에 의하면 그곳에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비품들을 둔 곳이라, 화재가 일어나도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김강현은 화재가 일어나 가드들이 불을 끄는 사이 다시 김건과 이유하와 합류하여 US 연구소를 탈출할 계획을 꾸몄다.
“실례하겠습니다. 지 부소장님. 잠시 저희와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응? 무슨 일이지?”
갑자기 낯선 두 명의 가드가 김강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강현은 태연하게 대응했다.
“윤 팀장님의 요청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가서 하도록 하죠.”
‘큰아버지와 밖으로 나간 게 아니었어?’
윤석원의 이름이 나오자 김강현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얼굴이 굳어졌다.
* * *
“지금은 일이 있어 나중에 찾아간다고 전하게.”
“안 됩니다. 그럼 강제로 모시겠습니다.”
김강현은 이들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벗어나려고 했지만, 가드는 무작정 데려가고자 손을 뻗었다.
‘앗차!’
그런데 무의식중에 이를 공격이라 판단한 김강현이 가드의 팔을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방금 움직임은?’
가드들은 김강현의 행동에 순간 몸이 굳었다.
방금 보였던 움직임은 50대의 지상길이 하기엔 불가능했다. 도저히 지상길이 피할 수 없도록 마나를 실었는데, 이를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저, 적이닷!”
“얼른 연락을!”
그러나 김강현은 들통이 나자 바로 그들의 뒷목을 가격해 단숨에 기절시켰다.
삐! 삐! 삐! 삐!
“저기로 보고 있던 건가?”
가드들을 쓰러트리자마자 US 연구소 곳곳에서 침입자를 알리는 경고음과 보안 센서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시간 끌다간 점점 몰리겠는걸?”
김강현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화재 안전문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더불어 가드들이 움직이는 기척도 감지되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적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었다. 김강현은 작전을 바꿔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자리 비운 사이 별일 없었냐?”
“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윤석원은 보안실에 들어오며 마침 교대 근무를 하던 가드들에게 물었다.
원래 오늘 김우진과 함께 지방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느낌이 싸늘하여 일정을 다른 가드들에게 부탁한 후 얼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선 전체 CCTV와 출근 기록을 살펴보니 지상길이 출근해 있었다.
‘부소장이 이 시간에 왔다고? 그럴 리가?’
어제 전자 관련 임원들끼리 회식이 있었고, 술을 마시지 않는 윤석원은 김우진과 함께 식사만 하고 바로 나왔다.
그리고 지상길은 새벽까지 술을 마신 후 근처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을 터였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지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약 CCTV의 지상길이 진짜라면 바로 전화를 받을 것이었다.
-여보세요?
“부소장님. 지금 어디십니까?”
-자고 있는데 왜 전화질이야!
윤석원이 보는 지상길은 잉여 인력으로 일은 안 하고 술이나 먹고 다니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툭하면 회사를 돌아다니며 다른 직원들의 일을 방해하는 망나니짓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윤석원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고, 지상길 또한 이것을 알기에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아 좋은 말이 오갈 리 없었다. 게다가 잠자는 중에 전화를 받으니 짜증이 날 것이었다.
“됐습니다. 잠이나 더 자십시오.”
-뭐라고? 이 새……!
계속 CCTV 속 지상길을 보며 전화를 하던 윤석원은 확인이 되자 무작정 전화를 끊었다. 물론 전화를 받은 진짜 지상길은 화가 났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기존 가드들은 교대를 멈추고 그 자리에서 대기! 그리고 지금 출근하는 가드들은 외부 잔디 광장에 집합한다!”
“네. 알겠습니다.”
‘뭐지?’
‘뭔가 터졌다. 망했네!’
지상길이 가짜라는 것을 알지 못한 가드들은 갑작스럽게 일이 터졌다고 생각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조용히 처리하는 게 좋겠지.’
우선 놈과 대화를 하기 위해 두 명의 가드를 보낸 후 계속 CCTV로 지켜보았는데, 지상길이 그들을 기절시킨 뒤 도망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때부터 놈을 완전히 침입자로 판단하고 경계 태세를 내린 윤석원은 가드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기 시작했다.
정신없게 움직이던 윤석원은 CCTV 모니터 구석을 통해 보이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했다.
* * *
삐! 삐! 삐! 삐!
US 연구소 전체를 울리는 경고음은 김건과 이유하에 있는 방에서도 들렸다.
“강현 님이 들킨 것 같은데, 어쩌지?”
아직 약속된 시간까지는 20여 분이 남았고, 이유하의 포션 완성도 멀게 느껴진 김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다.
“걱정 마. 만약을 대비해서 네 것을 우선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뭐?”
곧바로 이유하가 세 개의 유리병에 담긴 액체를 합치자, 각각의 액체들이 뒤섞이며 하얀색 액체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없으니 한 번만 설명할게. 이건 마나석을 전기로 바꾸기 위한 포션이고, 마나 구속 팔찌에 뿌리면 일시적으로 구속 능력이 없어지면서 전기가 발현될 거야.”
“그때 부서트려야 한 다는 거네.”
“전기에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고.”
여유가 있다면 화상을 방지할 수 있는 포션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었으나, 이 포션을 만들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솔직한 심정으론 너무 빨리 만들어 포션이 제 기능을 할지 의심도 있었다.
이유하는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포션을 김건의 손목에 부었다.
“크으으읏!”
포션이 마나 구속 팔찌에 닿자 박혀 있는 마나석에서 전기가 뿜어지며 김건의 전신을 덮쳤다. 그런데 예상보다 전기의 위력이 강해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어서 부숴!”
이유하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김건은 전신에 마나를 둘러 몸을 보호하면서 양팔을 부딪쳐 마나 구속 팔찌를 부셨다.
약간의 화상을 입었지만 자유를 얻은 김건은 가방에 들어 있던 메두사의 방패를 꺼내며 가방을 등에 맸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지만 지금 움직여야겠지?”
“응. 아무래도 침입이 들킨 것 같아.”
“가자!”
며칠 동안 갇혀 있던 김건은 그동안 명상으로 수련하느라고 몸이 근질근질거렸다.
그는 메두사의 방패에 마나 실드를 두른 후 단번에 문을 향해 부수고 탈출하며, 문 앞에 서 있던 가드들과 싸울 각오를 다졌다.
“이게 뭐야?”
“이 사람들…… 마비와 수면제 증상으로 쓰러진 거야.”
그런데 가드들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김건의 등 뒤에 서 있던 이유하가 그들의 상태를 살폈다.
“싸우지 않으니 잘됐지. 우린 우리 갈 길이나 가자.”
“그래.”
김건과 이유하는 힘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이동했다.
가드들이 쓰러진 이유는 김강현의 작전 때문이었다. 가드들이 마신 포션은 마나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지만, 마비독과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 효과는 1시간 정도로, 깨어났을 때 신체에 영향이 없도록 조절되어 있었다.
“저쪽이야.”
김건은 김강현의 마나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움직였고, 이유하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 * *
김강현은 아직 지상길의 모습과 목소리를 유지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본 모습이 드러났다간 오히려 그것을 미끼 삼아 자신을 압박할 것이었다.
‘지금 합류하는 건 위험해!’
잠깐이나마 김건과 이유하와 빨리 합류할까 고민했으나, 오히려 지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야외로 이동했다.
나중에 그들과 합류했을 때의 장소가 실내라면 탈출이 어려울 수 있었다.
‘좋아. 놈이 오른 방향으로 틀었어!’
‘거기서 직진 방향으로 쭉 가면 야외야!’
한편, 가드들은 김강현을 야외의 잔디 광장으로 유인하려고 하는데 알아서 움직여주자 내심 기뻐했다.
지금 연구소의 모든 가드들이 잔디 광장에 모이고 있으니 그곳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너무 순조로워. 하지만 나쁘지 않아.’
가드들의 무전을 통해 상황을 전달받고 있던 윤석원은 다행이라 여기며 김강현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는 총 30여 명의 가드들과 함께 잔디 광장에 나와 있었는데, 추후 가드 20명이 더 합류할 예정이었다.
실내에서는 건물이 부서질까 봐 힘을 쓰기 어렵지만, 실외에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어주지!’
어떻게 지상길의 정보를 빼내어 변장한 것인지, 내부 정보는 어떻게 파악한 것인지 놈에게 물을 생각에 윤석원은 이를 갈았다.
아직 직원들이 출근 전이니 제압만 확실하면 소란 피우지 않고 끝날 것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50여 명의 가드들이 한 명을 제압하는 건 아무런 일이 아니었다.
“어쩐지 한 명도 따라오지 않더니…… 여기 다 모여 있었네.”
그리고 김강현은 잔디 광장으로 나오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가드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았다.
그동안 보안실에서 CCTV를 통해 김강현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이동 경로를 하나하나 줄여 야외로 이동시킨 것이었다.
지상길로 변장한 김강현이 나타나자 가드들은 김강현을 둘러쌌고, 윤석원이 나섰다.
“아주 배짱이 두둑한 놈이야. 여기가 어딘지 알고 들어온 거냐?”
“난 이곳에 납치당한 사람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움직였을 뿐이야.”
“납치?”
“그게 무슨 말이야?!”
김강현은 철저하게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인 체 연기하며, 윤석원이 숨기고 있던 비밀을 들추었다.
김건과 이유하의 납치에 대한 것은 가드 팀 전부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와 보안실 몇몇 가드들만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산업 스파이 주제에! 부소장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있으면서 내분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냐? 그보다 정체가 뭐냐?”
“…….”
그렇지만 윤석원은 능숙하게 말을 돌리며 가드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김강현은 질문에는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계속 변장한 모습을 유지한 것도, 인피니티 마나와 마검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인데 괜한 말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넘기기 싫었다.
“좋아. 당연하겠지만 의뢰인이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을 테지?”
“…….”
“힘으로 제압할 수밖에 없겠군.”
윤석원은 가드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기 위해 손을 들었다.
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50명의 가드들이 일제히 김강현을 향해 공격을 펼칠 것이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뭐?”
“안 들리는 걸 보면 아직 멀었군.”
김강현이 자신이 나온 입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곳은 가드들에 의해 통제되고 철제로 된 문으로 닫혀 있었다.
콰아앙!
“으아아악!”
“무, 문이 날아가?!”
굉음과 함께 통짜 철제 문이 하늘로 날아갔고, 문 앞에 서 있던 가드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영문을 모르는 윤석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곧 가드들을 뚫고 김강현을 향해 오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찾아올 줄 알았다. 건아!”
“다 도와주신 덕분이죠!”
바로 김건과 이유하였다. 복도마다 천장에서 안전문이 내려와 있었지만, 마나 실드로 문을 날려 버리며 김강현의 마나를 좇아 이곳까지 도달했다.
‘어, 어떻게 나온 거지?’
분명 방 안에 갇혀 있어야 할 김건과 이유하가 나와 있자 윤석원은 영문을 몰라 황당했다.
저 방패는 무엇이며, 김건의 손목에 있어야 할 마나 구속 팔찌도 없었다.
무슨 방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며, 마나 구속 팔찌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는 곧 생각을 달리 했다.
* * *
‘아냐! 오히려 잘되었어. 놈과 함께 다시 붙잡아 집어넣으면 되니까!’
윤석원은 50여 명의 가드들을 믿었다. 게다가 야외 잔디광장에 함정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쳐진 실드에 전기까지 흐르고 있어 하늘로 도망가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었다.
쿵!
“어? 어?!”
“어, 어지러워!”
그때 갑자기 가드들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고, 몇몇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정확히는 김강현이 발을 구르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덕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강현에게 향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지.”
김강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윤석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우릴 보내주는 게 어떠냐?”
“순순히? 그게 가능하다고 보느냐?”
윤석원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지으며, 지금 김강현이 위험에 몰린 나머지 제정신이 아니라 판단했다.
누가 보기에도 압도적으로 자신들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김강현을 비롯한 김건과 이유하를 보내준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강현은 당당했다.
“……어느 쪽이 빠를지 시험해 볼까?”
“뭐?”
“가볍게 5명의 팔을 노리지.”
쿵!
김강현이 말과 함께 다시 발을 구르자, 땅에서 흙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만들어짐과 동시에 가드들의 팔을 공격했다.
“으아앗!”
“파, 팔이!”
“갑자기 무슨 일이야?!”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이상 5명의 가드는 차마 피하지 못한 채 오른팔에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팔이지만, 다음엔…….”
쿵!
“어디를 노릴지 몰라.”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김강현은 다시 발을 굴렀고 이번에는 땅이 크게 들썩이며 흙 송곳들이 가드들 사이로 솟구쳤다.
‘으으으……!’
‘단순한 허풍이 아냐!’
가드들은 김강현의 말이 진짜임을 느꼈다. 땅에서 나온 흙 송곳들이 그들의 목덜미를 겨누며 언제라도 찌를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가드들의 시선이 모두 윤석원에게 향했다.
“어떻게 할 거냐?”
“으음…….”
‘어렵군. 가드들을 인질 삼아 협상할 줄이야.’
윤석원은 신음을 흘리며 고민에 빠졌다.
김강현을 보니 공격을 하기 위해선 발을 땅에 굴러야 하는 것 같았다. 그럼 그가 눈치채기 전에 공격 명령을 내리면 승산이 있을지도 몰랐다.
치익~ 치익~ 칙~ 치이익!
그래서 계속 고민하는 하는 척하며 김건과 이유하 뒤쪽에 있는 가드들에게 무전기의 버튼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
이 신호를 확인한 몇몇 가드들이 서로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놈의 후방에서 공격한다!’
윤석원이 가드들에게 준 신호의 내용이었다.
덧붙여 신호를 통해 통제실에서 함정을 발동시킬 수 있도록 세팅했다.
“우릴 너무 얕보고 있구나. 정말 너 혼자 우릴 상대하겠다고?”
윤석원은 잠깐이나마 김강현의 집중을 흩뜨려 놓기 위해 말을 걸었다. 그사이 5명의 가드들이 김건과 이유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예상치 못한 습격에 김건은 이유하 앞으로 나서며 메두사의 방패를 급히 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 발자국만 더 움직여 봐. 그럼 심장을 찌를 테니까.”
“크흠.”
“내 말이 우습게 들렸나 본데…… 정말 싸움을 원하면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 하지만 이것들을 믿고 있었다면 큰 오산이야!”
어느새 흙 송곳들이 솟구쳐 5명의 가드들의 심장을 찔러갔다. 만약 그들이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그대로 흙 송곳에 의해 심장이 찔려 바로 즉사할 수 있었다.
콰앙! 콰르르릉! 쾅! 쾅!
“크윽!”
“대체 무슨 일이야?!”
김강현은 발밑으로 인피니티 마나를 흘려보내며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들을 일거에 파괴했다. 그리고 살기와 기세를 내뿜으며 가드들을 협박했다.
‘정말 안 된다면……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조용히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던 김강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고했다.
가드들은 김강현의 살기에 숨이 막히고 살갗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얼굴이 일그러졌다.
‘발을 구르지 않아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뜻.’
윤석원은 김강현의 움직임을 보며 실력을 짐작했다.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을 비롯한 팀원들이 상대해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자신의 일은 김건과 이유하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 것이지만, 그것이 모든 팀원들을 희생시킬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길을 열어라. 놈들을 보내준다.”
“티, 팀장님!”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적이야.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다수가 죽고 다칠 텐데, 그럼 무슨 면목으로 너희들을 볼 수 있겠나?”
몇몇 가드들이 의문을 드러냈지만, 반박할 수 없는 말과 김강현의 실력에 할 말이 없었다.
김강현은 윤석원의 말을 듣자 가드들을 괴롭히던 살기와 기세를 거두었다.
그러자 정문을 향해 가드들이 길을 만들었다. 김강현과 일행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저런 녀석을 구했는지 모르지만 운이 좋아. 김강현 전략기획실장! 빠드득!’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윤석원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 또한 설마 눈앞에 지상길로 변한 사람이 김강현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석원은 연구소의 정문에 연락해 지금 밖으로 나가는 세 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보내주라고 연락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잡혀 있었던 데가…….’
‘US 전자 연구소였다고?’
김건과 이유하는 밖으로 나가면서 건물 곳곳에 있는 US 전자 로고를 그제야 발견하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은 내부의 힘겨루기 싸움에 휘말려 지금까지 이 고생을 했다는 말이었다.
그사이 김강현과 일행은 무사히 US 연구소 밖으로 나와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우선 여기서 멀리 떨어져서 자세히 이야길 나누자. 그럼 놀라지 말고.”
“예? 네.”
김건과 이유하는 목소리는 익숙한데 외모는 낯선 50대의 중년인의 모습을 한 김강현이 어색하여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헬릭스.”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꺄악!”
“뭐, 뭡니까?!”
순간 김강현의 그림자가 길어지더니 김건과 이유하를 덮쳤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그림자에 흡수된 뒤였다. 뒤이어 김강현도 그림자에 흡수되어 모습을 감추었다.
* * *
“여긴?”
“우리 집?!”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 김건과 이유하는 자신들이 도착한 곳이 회사에서 마련해 준 오피스텔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유하야, 괜찮니?”
“려, 려원 언니?”
“그래. 그동안 고생 많았어.”
그곳엔 미리 연락 받은 강려원이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이유하를 보자마자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유하는 조용히 그녀의 품 안에 안겼다.
“찾는 데 좀 걸리긴 했지만,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강현 님!”
마지막으로 지상길의 모습이 아닌 진짜 김강현이 나타났다.
“부실장님도 고생 많았고, 헬릭스 너도 고맙다.”
“아니에요. 실장님.”
“알면 됐느니라.”
그리고 이 일에 신경 써준 강려원과 헬릭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강려원이 없었더라면 US 연구소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었다.
헬릭스는 크게 도와준 것이 없지만 그래도 생색내 주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서운해하며 삐지기 때문에 예의상 말했다.
“유하야, 잠깐 팔 내밀어 볼래?”
그 말에 이유하가 팔을 내밀었고, 김강현은 호흡을 내쉬며 손날에 인피니티 마나를 실어 단숨에 마나 구속 팔찌를 쪼갰다. 덕분에 자유롭게 팔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이유하는 자신도 모르게 신기해 팔을 움직여 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 맞다! 왜 저희가 US 전자의 연구소에?”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자 김건과 이유하가 앞다투어 사정을 물었고, 김강현이 대답했다.
“US 전자는 US 그룹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김고엽 회장님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이 정도는 일반 사람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눈치챘겠지만 마나 전지 때문이야. 개발만 된다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니, 이게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김우진 사장의 입장으로선 굉장히 곤란해지겠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날 수 있겠죠.”
“그래서 개발을 맡고 있는 유하와 같이 있던 건이를 납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만약 가지지 못했을 경우에는 없앨 각오까지 하고 있었겠지.”
“임원 대표 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최대한 빨리 없애고 싶었을 거예요.”
추가적인 강려원의 설명에 이유하와 김건은 윤석원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덕분에 김강현과 강려원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 해도 너와 건을 위험에 빠트렸어. 미안하다. 혹시 마나 전지 개발에 빠지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을 해.”
“실장님!”
김강현의 말에 강려원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지금 마나 전지의 개발을 멈추면 김강현이 전략기획실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자명하고 김우진의 사람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다음엔 바로 김고엽을 몰아낼 터였다.
“가장 중요한 게 유하의 뜻이에요. 이런 일을 겪은 만큼 계속할지 본인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네. 알겠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에 강려원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까지 마나 전지를 이유하 혼자 개발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녀의 의사가 중요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유하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