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장. 김건과 이유하의 실종 (46/119)

7장. 김건과 이유하의 실종

“잘했다. 그렇지 않아도 소문이 지저분한 녀석이라 꼴 보기 싫었는데 말이야.”

“아휴. 이 복덩어리 같은 녀석. 민혜에게 치근덕거리더니 잘됐지 뭐야!”

“정말 고마워. 강현아.”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말 그대로 인과응보죠.”

“오빠가 반칙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고!”

여기저기서 흥분해 칭찬을 쏟아냈지만, 김강현은 그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되긴? 방송국에 찍히겠지!”

그 말에 김유나가 신이 난 채 대답했다.

그동안 강민혜의 뒤를 쫓으며 치근덕거렸던 만큼 단단히 혼을 낸 셈이 되었다. 강민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자, 이제 일 얘기는 여기까지. 다들 고생했으니 밥 먹으러 가자.”

“오빠, 밥은 고기겠죠?”

“고기엔 술이 딱인데…… 캬!”

“유나야. 술 좀 줄이자! 응?!”

최강은 오늘 고생했다는 생각에 식사를 제안했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럼 저도 조용히 술 한잔?”

“미성년자는 안 되지!”

“히잉!”

이 틈을 노려 김아현도 슬쩍 끼어들었지만, 김강현의 제지에 혼쭐이 났다.

“괜찮으시면 저희도 같이 가도 될까요?”

“네. 좋습니다.”

“원래 이런 자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재밌죠.”

그때, 옆을 지나가던 임인균과 진하상이 조심스럽게 다가왔고 김유나의 허락하에 참석이 확정되었다.

결국 그들은 자정이 될 때까지 계속 먹고 마셨다.

* * *

“그래. 알았다. 계속 지켜보고 보고하도록.”

아침에 일어난 김우진은 부하 직원으로부터 전략기획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마나 전지의 가능성을 보였다…….”

통화를 끊음과 동시에 김우진의 얼굴이 굳어지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략기획실에 심어놓은 스파이로부터 꾸준하게 정보를 받고 있었는데, 마법공학 프로젝트의 핵심인 마나 전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처음 마법공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허무맹랑하다고 여겼다. 이미 과학은 계속해서 최신 기술을 만들어내며 발전하고 있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이계의 문명이나 다름없는 마법과 연금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분야를 만든다는 것은 쓸데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강현의 치기 어린 생각이라 여기고 금방 포기할 거라 생각했는데, 진행 상황을 알아보니 비밀리에 연구소를 준비하고 헌터들을 영입하는 등 마법공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 소식은 김고엽의 귀에도 들어가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오늘 마법공학의 기틀을 마련할 마나 전지에 대한 소식을 미리 알게 된 것이었다.

“이대로면 정말 새로운 파도가 올 거야!”

마법공학이 아니더라도 김강현의 주도로 만들어낸 마나 전지는 전 세계에서 혁신이 될 것이었다.

마나 전지는 마나석을 기반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하는데, 최근 마법공학 연구소에서 마나석을 전기로 변환시킬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상업화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해 아직일 뿐,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안정적으로 마나 전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마나 전지가 유통되면 지금까지 전기를 만들던 시설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고,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을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US 그룹은 상상하지 못할 돈을 벌 것이다.

“이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지.”

김우진은 어떻게 하면 김강현에게서 마나 전지를 빼돌릴 수 있을 지 생각했지만,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 보름 후에 각 회사의 사장들이 모여 진행하는 성과 회의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마나 전지의 개발 방법을 빼돌릴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놈이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으니 어렵군. 어려워.”

회사의 부하 직원들을 통해 알게 된 김강현은 철두철미하고 직원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고 있었다.

헌터로 활동하고 있어 회사에 있는 시간은 짧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고충 등도 해결해 주고 있었다. 더불어 어제 김유나로부터 설날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미있게 잘 놀았다는 말을 듣고, 김강현이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했다.

“겉으론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쳐 보이지만,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아이인데 말이야.”

김우진은 딸 김유나를 정확히 보고 있었다. 방송에선 대중이 좋아하는 이미지로 잘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한 만큼 사람 파악이 빠르고 경계심이 강했다.

김우진은 김강현에 대해 알기 위해 김유나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둘이 너무나 쉽게 친해졌다.

쉽게 김강현의 약점을 파악할 줄 알았으나,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지 김유나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결정을 내린 김우진은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떻게 철진이 녀석을 쫓아냈는데! 이제 와서 조카 녀석에게 뺏긴다고?’

자신과 달리 동생인 김철진은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들을 포용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김고엽과 US 그룹의 임원들이 굉장히 김철진을 예뻐했는데, 그들이 어려운 일을 시험 삼아 이야기하면 정답에 가까운 답을 내놓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철진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김우진은 자신의 것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과 분노가 치솟았다. 그 뒤로 그는 김고엽의 눈을 피해 집안에서 김철진을 내쫓기 위해 노력했다.

김철진이 사라진 후에도 그는 꾸준히 US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위해 곳곳에 손을 뻗어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 하나 때문에 계획을 멈출 수 없었다.

“준비한 계획을 실행하도록 해라.”

“네. 사장님.”

미리 부하 직원과는 입을 맞춰놓았기에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후우…… 어렵구나. 어려워.”

처음부터 US 그룹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로 인해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도 하게 되었지만 후회 따윈 없었다.

김우진은 손을 허공을 향해 뻗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주먹 안에는 그가 생각한 US 그룹이 쥐어져 있었다.

* * *

“오호~! 이 정도면 많이 회복되었구나.”

“그동안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던 모양이야.”

“하긴……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었을 것이니라.”

“오랜만에 같이 몸이나 풀어볼까?”

“그래. 이 몸이 친히 놀아주도록 하마.”

미션 컴플리트 촬영이 끝난 김강현은 며칠 동안 푹 쉰 뒤, 관악산의 야외 수련장을 찾았다.

앞서 비천 길드와의 싸움이 끝난 이후 그동안 충분히 쉬었으니, 컨디션 조절을 위해 다시 수련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수련 상대로 헬릭스를 데리고 움직였다.

“평소와 달리 전력의 30%만 발휘하는 게 어떠냐?”

“그 정도면 충분하지.”

김강현은 마검과 인피니티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헬릭스는 마법을 준비했다.

“시작할까?”

“이 몸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느니라!”

헬릭스의 말에 김강현은 바로 붉은빛의 인피니티 마나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헬릭스는 불꽃 마법을 시전하며 김강현이 가까이 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이 정도쯤이야!”

마검에 실린 마나 소드는 단숨에 불꽃 마법을 없애 버리고, 금세 헬릭스와의 거리를 좁혀 나가 바로 코앞까지 도달했다.

헬릭스는 아슬아슬하게 마력으로 전신을 보호하면서 마검이 목을 뚫지 못하게 막아냈다.

“왜 이렇게 쉽지? 내가 강해진 건가?”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때 헬릭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함정에 빠진 것도 모르고 있지 않느냐?”

“응?”

“너는 이 몸의 계획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느니라!”

헬릭스가 텔레포트 마법으로 거리를 두자, 김강현이 서둘러 쫓았다.

“바, 발이?!”

“거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텐데?”

“저건 뭐야!”

김강현이 가까이 다가오자 헬릭스는 마법으로 그의 발이 땅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김강현 몰래 상공에 거대한 검은 불꽃 덩어리를 만들어 바로 눈앞에 떨어뜨렸다.

“약속대로 30% 위력의 헬 파이어니라. 크흐흐흐!”

“이 자식이! 한 번 해보자는 거지?!”

쿠웅! 쿵!

김강현은 저 불꽃과 이대로 부딪치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인피니티 마나로 신체 강화하고 마검에 마나 소드를 휘감았다.

콰아아아앙!

헬 파이어는 김강현과 부딪치자 반경 50m의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마나 소드로 주변이 휩쓸리는 것을 막았기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었다.

“죽어랏!”

“이렇게 나와야지 재밌지.”

폭발 연기 속에서 뛰쳐나온 김강현은 수련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헬릭스를 향해 기세를 쏘아 보냈다.

헬릭스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두 사람은 가볍게 대련이나 수련을 시작하고서, 싸우다 보면 어느새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오늘도 대련 전에 서로 힘을 억제할 것을 약속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늘은 무조건 쓰러트린다!’

‘한낮 인간 따위에게 질 수 없지!’

평소에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관계였으나, 서로에게 라이벌 의식이 있어 절대로 먼저 강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특히 김강현은 테라에서 헬릭스를 소환수로 마음껏 부려먹어 요새 자신에게 까부는 것이 꼴 보기 싫었고, 헬릭스는 마족의 자존심상 인간에게 진다는 생각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마족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응?”

김강현이 점점 숨겨놓은 기술들을 꺼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공간 가르기까지 시전하며 헬릭스를 압박했다.

헬릭스는 더 이상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에 거리를 두며 먼저 대련을 중지시켰다.

“언제부터 공간 가르기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된 거냐?”

“최근 머릿속을 정리하며 명상하다 보니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전해 보았는데…….”

공간 가르기를 처음 쓴 것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상대할 때였다. 그때부터 김강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을 가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했다. 그동안의 싸움을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10번 중 절반은 실패하는 만큼 연습이 필요해.”

하지만 원할 때 마음껏 공간을 가르는 것은 되지 않았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이를 보며 헬릭스는 재밌어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인피니티 포스의 기본기를 완성한 것 같구나.’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공간 가르기를 익힌 것으로도 절반이나 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검천호에게 결에 대한 깨달음을 받는 것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김강현이 공간 가르기를 깨닫기까지의 2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해내는 것을 보니 헬릭스는 괜히 자신이 뿌듯해졌다.

“이 정도면 충분히 몸을 움직인 것 같으니 내려가자꾸나.”

“그래. 나도 이따가 출근해야 하니까.”

김강현은 오후에 전략기획실 출근 일정이 잡혀 있었다.

최근 쉬고 있는 만큼 시간이 될 때 많은 일들을 처리해 놓으려는 생각이었다.

삐리리리!

그때, 갑자기 헌터폰이 울리며 전화 요청이 왔다. 전략기획실의 강려원이었다. 평소 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강현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동안 김강현의 표정은 굳어 펴질 줄 몰랐다.

* * *

“여기가 그 인간들의 집이라고?”

“정확히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숙소지만.”

‘아직까지 헬릭스는 건과 유하를 본 적이 없지.’

김강현은 US 그룹에서 이유하의 연구 공간을 따로 마련해 줄 것을 생각하다가, 아직 연구소를 짓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녀의 집 근처에 오피스텔 건물을 하나 빌려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다.

김건은 이유하의 파티원 혹은 가드로 활동하며 같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째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김강현은 강려원과의 전화 통화를 떠올렸다.

-유하 씨와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연락을 했었어요. 가끔 연구에 빠져 늦게 연락이 될 때도 있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건이는요? 김건도 연락이 안 됩니까?”

-네. 유하 씨와 연락이 안 될 땐 김건 씨를 통해 했었는데…… 둘 다 연락이 안 되네요. 혹시 실장님이 시간 되시면 작업실에 방문해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 좀 해주시겠어요? 많이 급합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지금 마나 전지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다급한 강려원의 목소리에 김강현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음을 파악했다.

-보름 후에 그룹의 계열사 이사들과 사장들이 모이는 전체 회의가 있는데, 회장님께서 그 자리에서 마나 전지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지금 마나 전지의 개발을 유하 혼자서 하고 있는데, 유하가 없어진다면?”

-아주 큰일 나겠죠. 게다가 앞으로 개발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상황을 읽은 김강현은 한 사람을 언급했다.

“김우진 사장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아직까지 조용합니다.

김강현은 강려원을 통해 김우진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는 만큼 무슨 일을 벌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만약 유하가 사라지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김우진 사장님이겠지요.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다.

김강현과 김우진은 US 그룹의 후계자 싸움을 하는 중이지만, 아직 그룹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었다.

그래서 김고엽은 그룹 회의에서 김강현을 전략기획실장으로 정식 임명하면서 마나 전지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이를 공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마나 전지 개발의 핵심 인원인 이유하가 사라진다면 김고엽의 발표는 무색해지고 US 그룹에서 김강현의 입지는 애매모호해질 것이었다. 그리고 김우진은 이 틈을 노려 세력을 넓힐 터였다.

“전 밖에서 유하의 행방을 찾아볼 테니, 강 부실장님은 그룹 내부에서 알아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김강현은 헬릭스와 함께 이유하의 작업실로 향했다.

“아무도 없나?”

“번거롭게 그러지 말고 그냥 문을 부숴 버리는 게 어떠냐?”

“잠깐 기다려 봐.”

작업실에 도착해 인터폰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안에 인기척이 있는지 체크해 보았지만, 집 안에서 사람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김강현은 문에 달린 보안키를 인피니티 마나로 부수고 조용히 안에 들어갔다.

“헬릭스. 탐지 마법으로 이상한 게 있는지 체크해 봐.”

“흐음…… 알았느니라.”

주변을 살펴보니 실내 내부는 평소 정리정돈을 잘해두어 깨끗했고, 며칠 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는지 전체적으로 먼지가 살짝 쌓여 있었다.

거실과 방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마법에 특별한 것은 잡히지 않아, 외부에서 일이 벌어졌던 게 아닌가 싶구나.”

“근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아직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는 것이 있다는 느낌에 김강현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한번 집안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특이사항이 없어 나가려던 순간, 김강현은 신발장 문고리에서 자동차 스마트키를 발견했다.

“스페어?”

스마트키 뒷면에 ‘스페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집 안을 다시 머릿속으로 훑던 김강현은 한 가지 물건이 없었음을 깨닫고 급히 외쳤다.

“헬릭스, 주차장이다! 얼른 가자!”

“뭐?!”

이유를 모르는 헬릭스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미 김강현은 자동차 스페어 키를 가지고 다급히 집을 나간 뒤였다.

헬릭스는 영문도 모른 채 김강현을 쫓아갔다.

* * *

‘집에 스페어 키가 있다면, 키가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없었어!’

김강현은 이유하와 던전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어느 정도 그녀의 성격과 성향에 대해 파악했다.

이유하는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항상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생각해 두고 움직였다. 그렇다면 스페어 키도 항상 문 앞에 보관해 두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집 안엔 자동차 키가 없었다. 밖으로 나갔다면 주차장으로 이동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삐! 삐! 삐! 삐!

김강현은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스페어 키 버튼을 누르며 이유하의 차를 찾았고, 주차장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짐이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고?”

그리고 차의 트렁크에서 김건의 라운드 실드와 이유하의 연금술 가방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서 납치를 당한 건가?”

“헬릭스. 다시 탐지 마법을!”

“알겠느니라.”

뒤쫓아 온 헬릭스는 바로 상황을 인지하고 바로 탐지 마법을 시도했고, 곳곳에서 흔적을 발견했다.

“한차례 싸움이 있었는데, 바닥에 있는 흔적은 모조리 지웠어. 하지만 주변 차에 생긴 흔적들은 지우지 못했구나.”

“차라고?”

짐은 트렁크에 실려 있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몸에 공격 포션과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는지 독 포션을 비롯한 싸움의 흔적이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에서 발견됐다.

일반 사람들이 흔적을 발견할 수 없도록 철저히 지우는 작업을 한 모양이었지만, 주변 차 표면에 미세하게 생긴 흔적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루 사이에 흔적들이 군데군데 끊겼지만, 치열한 싸움 후 끝내 납치를 당한 것 같구나.”

“CCTV는 놈들이 지웠을 거고…… 누가 했는지 알 방법이 없을까?”

치밀하게 흔적을 지운 만큼 관리실 보안 카메라에 찍힌 영상들도 삭제했을 거라 판단했다. 설사 남아 있다 하더라도 복면과 변복을 통해 정체를 가렸을 것이었다.

“아!”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느냐?”

“알 만한 사람이 있다!”

그때, 김강현의 머릿속으로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 * *

기동진은 테라 길드의 건물 공사로 정신이 없었지만, 급하다는 김강현의 연락에 시간을 내어 근처로 나왔다.

김강현은 기동진에게 테라 길드원으로 생각해 놓은 헌터들이 정체불명의 자들에게 납치를 당했는데 혹 짐작 가는 곳이 있는지 물었다.

“제 생각엔…… 암흑가의 머더러들이 아닐까 싶군요. 양지에 있는 헌터들은 나중에 후환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암흑가의 머더러?”

“네. 그들은 금액만 맞는다면 의뢰 형태로 납치, 살인, 교사, 사기 등 많은 불법들을 저지르죠. 악질 중의 악질은 의뢰를 수행하고 의뢰자를 죽이기도 하고요.”

전 길드인 비천 길드는 머더러들과 친분이 있었으며, 머더러 길드를 키워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런 건 테라나 여기나 똑같구나.”

조용히 말을 듣던 헬릭스는 테라를 떠올렸다.

그곳에서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각종 범죄를 저질렀고, 라셀과 헬릭스는 그들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특히 마족들을 소환하는 흑마법사들과는 치열하게 싸웠다.

“암흑가의 머더러들이 원한이나 의뢰 없이 움직일 가능성은요?”

“그들은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이라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럼 김우진 사장님…… 큰아버지가 움직였구나!’

확고한 기동진의 대답에 김강현은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했다.

이유하가 마나 전지의 개발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미리 이동 경로와 정보를 구해 그들을 납치한 것이었다. 회의 날짜가 머지않은 만큼 그때까지만 데리고 있어도 김우진에게는 굉장한 이득이었다.

“혹시 납치당한 자들을 바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까?”

“가장 쉬운 것은 정보 상인들에게 정보를 사는 것이죠. 그렇지만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막대한 금액이 필요한 뿐더러, 납치한 의뢰자가 건드리기 어려운 거물이나 철저하게 움직였을 경우 시간이 걸립니다.”

“음…… 안 됩니다. 지금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정보 상인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갈 경우 상대에게 저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 또한 들어갈 것입니다.”

“어렵군요.”

테라에서의 경험을 통해 김강현은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지금 세력 면에서는 김우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유하의 거처나 마나 전지의 개발은 전략기획실에서도 몇몇 사람만 알 정도로 비밀리에 이루어졌는데, 이 정보가 빠져나간 만큼 움직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면 철혈 길드 최공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떨까요?”

“최공 길드장?”

“네. 길드장님.”

기동진은 조심스럽게 한 사람을 언급했다. 김강현은 왜 최공의 이름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최공은 전에 무도가였는데, 싸움에 일가견이 있어 조폭들과 많이 부딪쳤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요. 헌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당시 싸웠던 조폭들이 일부 머더러가 되어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네. 부탁을 할 경우, 조건이 있겠지만 길드장님과의 친분을 생각해서 수락할 겁니다. 그리고 최근 최공이 암흑가 머더러들과 회동이 잦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모르십니까? 이게 다 길드장님 때문인데?”

“네?”

최공이 머더러들과 만나는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말에 김강현은 살짝 황당했다. 그 옆에서 헬릭스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기동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길드장님이 비천 길드를 없앴기 때문입니다.”

기동진은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암흑가는 비천 길드가 스컬 길드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김강현에 의해 스컬 길드가 무너졌다. 이후 비천 길드는 스컬 길드를 대체할 수 있는 머더러 길드를 준비했지만 이를 진행하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암흑가는 춘추전국시대로, 암흑가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공도 그 싸움에 끼어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재미있구나. 어떻게 할 셈이냐?”

헬릭스는 김강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다. 이제 판은 다 깔렸고, 어떻게 움직일지는 김강현의 결정만 남아 있었다.

잠시 후, 김강현이 결정을 내렸다.

* * *

“이 기회에 테라 길드도 암흑가 싸움에 참여하죠.”

“네에?!”

“역시 그럴 줄 알았느니라.”

김강현의 대답에 기동진은 놀라 황당한 표정이고, 헬릭스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어떻게 혼자서 머더러들을 상대로 싸울 생각이십니까?”

“잊고 계신 것 같은데…… 스컬 길드와 비천 길드랑도 혼자 싸웠습니다.”

“아……!”

무지막지한 결정에 잠시 기동진은 김강현이 어떤 실력을 가진 헌터였는지 잊어버렸다.

그는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암흑가를 재패하는 것이 무리도 아니었다.

“테라 길드가 이번 싸움에 끼어들어야 하는 이유는 정보의 부재 때문입니다. 다음번에도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없다면 큰일입니다.”

“암흑가 세력을 정보 조직으로 만들 생각이시군요.”

“네. 지금 테라 길드는 저 혼자 활동하는데도 주변에서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서 길드원들이 늘어나면 자신들의 세력에 위협이 될 때마다 바짝 긴장하고 알아보려 할 거고요.”

“많은 정보 세력들이 있지만, 암흑가를 지배하면 정보 조작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하나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일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기동진은 김강현이 암흑가 싸움에 끼어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싸움 이후가 걱정되었다.

“완전히 막을 수 없겠죠. 하지만 인간의 선을 넘는 머더러들은 차단할 생각입니다.”

기동진은 김강현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안에 담긴 뜻을 바로 이해했다.

‘스컬 길드 같은 녀석들은 생겨나지 않겠구나.’

기동진이 몸담았던 비천 길드는 암흑가 스컬 길드를 이용해 청소부를 사용했지만, 김강현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앞으로 좀 더 바빠지겠네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기동진이 서포트해 준다면 김강현은 뒤를 신경 쓰지 않고 날뛰면 되기에 든든했다.

“그런데 계획은 있는 거겠지? 시간이 없는 만큼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니라.”

“그렇지 않아도 내가 직접 암흑가로 들어갈 생각이다.”

헬릭스의 물음에 김강현은 미소를 띠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 * *

콰아앙!

“자, 어서 말해. 놈은 어디에 있지?”

“퉷! 이 미친놈아! 그걸 말할 것 같냐?”

“버티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네온사인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에서 모자에 마스크를 눌러쓴 남성이 머더러를 바닥에 쓰러트린 후 쪼그려 앉아 질문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처럼 탁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지만, 머더러는 가소롭지 않은 듯 그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남성은 살짝 고개를 기울여 침을 피한 뒤 비웃음과 함께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끄으으…… 으아아아앗!”

“버틸 수 있다면 버텨봐.”

그 순간 붉은빛 마나가 흘러 들어가 단숨에 머더러의 마나를 집어삼키며, 내부 장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소라고 불리는 자리까지 강렬하게 공격했다.

“끄으으읏…… 이 개자식이!”

“걱정 마. 의식은 잃지 않게 조절하고 있으니까.”

“그, 그만! 그만하라고, 이 자식아!”

“…….”

“말한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

“이 새꺄! 죽을 것 같다고!”

“…….”

“제, 제발 그만…… 사, 살려줘…….”

“…….”

“끄르르르륵…….”

머더러는 점점 심해지는 고통에 참지 못하고 소리쳤지만, 목소리에서 오기와 분노가 느껴졌다.

남자는 기세를 꺾기 위해 일부러 계속 붉은빛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는 머더러가 고통에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가서야 마나를 흘려보내는 것을 멈추었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끄응.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건드리는 거겠지? 바로 블랙아웃이란 말이야!”

“암흑가를 지배하는 길드 중 하나지.”

“그래. 이 새꺄! 우릴 건드리면 죽을 때까지 쫓아갈 거야. 내가 네놈 얼굴은 무조건 기억한다!”

“그런데 아직 정신 못 차렸군. 쓸데없는 소리 말고…… 놈은 어디 있지?”

“끄르륵…… 끄아아아앗!”

남자는 쓸데없는 대답에 다시 머더러의 몸에 붉은빛의 마나를 흘려보냈다.

이번에는 말조차 못할 정도로 강하게 흘려보냈고 머더러의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멈추었다.

“이번에도 헛소리를 지껄이면 죽이고 다른 놈을 찾을 생각이다.”

남자는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말과 함께 살기를 함께 쏘아 보냈고, 머더러는 죽음을 감지했다.

‘지, 진짜다. 젠장! 어떻게 하지?’

많은 사람들이 머더러는 배신과 거짓말을 밥 먹는 것처럼 반복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머더러들끼리는 쉽게 배신할 수 없었다.

일반 헌터들과는 달리, 머더러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나면 다른 머더러들에게도 표적이 되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같은 머더러의 정보를 정체불명의 녀석에 팔았다는 소문이 돌면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괴롭힘을 당하다가 죽을 것이었다.

“걱정 마라. 네가 말한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말이야.”

“……나이트메어 클럽의 VIP실에서 술 마시고 있을 거다.”

“좋아.”

원하는 대답을 듣자 남자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머더러를 기절시킨 후 골목을 나왔다.

“블랙아웃 길드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있겠지.”

남자…… 김강현은 푹 눌러쓴 모자를 벗었다. 아까와 달리 불쾌한 목소리가 아닌 깨끗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기억 속에서 기동진에게 들은 암흑가 대표 머더러 길드를 떠올렸다.

현재 암흑가에는 블랙아웃, 스콜피온, 다크사이드, 이렇게 3개의 머더러 길드가 존재했다. 다크사이드 길드는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고, 겉으로는 블랙아웃과 스콜피온, 2개의 길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다투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네 번째에 원하는 대답을 얻었으니…… 옛날보다 빨리 찾았어.”

김강현은 미리 블랙아웃과 스콜피온의 길드 마크를 기억해 두고, 눈에 띄면 바로 어두운 골목길로 데리고 들어가 길드장의 위치를 물었다.

이 방법은 라셀이 조직을 없앨 때 쓰던 방식을 응용한 것이었다.

말단 조직원 한 명을 사정없이 패면 얼마 후 다른 조직원들을 데리고 복수하겠다고 찾아왔는데, 또 그놈들을 패서 쫓아내면 상위의 조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들러붙었다. 이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조직의 보스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소문이 퍼져 함정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헬릭스와 함께 그들의 희망과 기대를 박살 내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이렇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터라, 방법을 응용하여 직접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근데 나이트메어 클럽이 어디야?”

헌터폰으로 나이트메어 클럽 위치를 검색하자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네. 여보세요.”

-강현아! 요즘 잘 지내니?

“저야 평소하고 똑같죠. 누나는요? 설마 술 먹자고 연락한 거예요?”

-아냐! 지금 촬영 땜에 바빠! 그리고 지금 쉬는 시간이라 연락하는 거거든!

“네네. 알았어요.”

그때 갑자기 김유나로부터 연락이 왔고, 김강현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안부를 나누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보다 너 방송 출연할 또 할 생각 없어?

“방송이요?”

-응응! 지금 너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난리야! 방송은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뜬끔 없는 김유나의 말에 김강현은 어리둥절했다.

-얼마 전에 촬영했던 미션 컴플리트를 기억하지? 제작진에 있던 방송 관계자들이 널 좋게 본 것 같아.”

“절요?”

-그래. 외모도 괜찮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지! 게다가 넌 신비주의에 방송이나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헌터라고! 한 번 방송에 출연했으니 다음 방송 출연도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아.”

-그런데 네가 소속사가 없는 데다가 민혜의 지인으로 출연한 바람에 우리 소속사로 출연 요청이 오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소속사 연예인으로 계약하고 방송 출연하는 게 어때? 그럼 확실하게 우리 쪽에서 케어해 줄게!

김유나의 말을 정리하면 연예계로 진출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방송가 쪽에선 김강현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마침 다른 방송국들도 헌터들을 출연시켜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김강현을 섭외할 수 있도록 출연료를 넉넉하게 준비한 채 출외에 목매고 있었다.

“음…… 죄송해요. 지난번에는 특이 케이스라 출연했을 뿐이고, 방송에는 관심 없어요.”

-진짜? 아쉬운데!

“게다가 내일부터 들어갈 던전이 있고요. 헌터는 싸우는 곳에 있어야죠.”

-에휴. 그럼 어쩔 수 없지.

‘강현이를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하겠네.’

확고한 김강현의 말에 김유나는 더 이상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아 참. 깜빡 잊었는데…… 마준영! 그 녀석 기억나지?

“물론이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강민혜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닌 스토커에, 김강현이 아티팩트를 반칙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다가 본인이 몰래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이 적발된 바보 같은 놈이었다.

-대외적으론 휴식기로 기사가 나갈 건데…… 방송국에 그 녀석이 했던 짓들이 소문나서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에도 하차했어. 당분간은 활동이 어려울 것 같아.

“잘됐네요. 민혜 누나 걱정이 덜겠어요.”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아현이가 우리 회사 연습생 오디션에 지원한 건 알고 있지?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어?! 어. 설마 몰랐어?

한집에 사는 가족이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했다 의외의 반응에 놀란 김유나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틀 전에 회사에서 배우 쪽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이 있었는데, 거기에 지원했더라고. 1차 서류와 동영상 심사는 합격했고, 일주일 후에 2차 면접 시험이 있어.

“그래요? 설마 누나 입김이 들어간 건 아니죠?”

-그냥 사촌동생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야. 여긴 거기만큼 치열해서 연습생 한 명 뽑는 것도 조심스럽고, 실력 있으면 알아서 잘하겠지.

“알았어요. 나중에 이야기해 볼게요.”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미션 컴플리트 촬영 장소를 같이 다녀온 이후 연예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으나, 이렇게 바로 사고 아닌 사고를 칠 줄 몰랐다.

김강현은 우선 이번 사건을 정리한 뒤 나중에 이야기해 보기로 생각했다.

“일단 나이트메어 클럽부터 가자.”

김유나와의 전화를 종료한 김강현은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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