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방송 출현 (44/119)

5장. 방송 출현

김강현과 김아현은 집에서 5분 거리인 카페로 향했다.

이수진에게 추천받은 개인 카페인데 조용하고 넓어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장소였다.

“어, 왔어?”

“일찍 왔네요?”

“생각보다 차가 안 막히더라고. 그럼 뭐 먹을래?”

“오랜만이야, 강현아.”

“네, 안녕하세요.”

카페에 가니 김유나와 강민혜가 먼저 도착해 커피와 수제 케이크를 주문하고, 김강현과 김아현의 음료도 같이 주문했다.

“그런데 옆은 누구?”

“제 동생이에요.”

“아, 안녕하세요오.”

“강현이 동생이라고?”

“이런 귀여운 동생은 언제든 환영이지!”

“지, 진짜 여, 연예인이야!”

김유나와 강민혜는 신나 김아현에게 다가갔고, 김아현은 그녀들을 실물로 보자 믿어지지 않는지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사, 사인 좀 해주세요!”

“사인? 이 정도야 뭐!”

“사, 사진도요!”

하지만 곧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사인을 받고 뒤이어 능청스럽게 같이 사진도 찍었다. 김강현은 역시 만만한 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카페 안쪽 자리에 앉았다.

곧 주문했던 음료들과 시그니처 케이크가 나왔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에 평소 군것질을 하지 않는 김강현조차 만족할 정도였다.

사인지와 핸드폰을 보며 행복해하던 김아현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런데 오빤…… 어떻게 연예인들과 알고 있는 거야?”

“헌터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가드로 유나 누나와 함께 일한 적이 있어. 그때부터 서로 친해져서 가끔 만나는 사이야.”

“아~ 그렇구나.”

[사정이 있어 사촌 관계라는 걸 밝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흠칫!

대답과 함께 김강현이 김유나와 강민혜에게 메시지를 전하자, 작게 그녀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김아현에게 김유나와 사촌 관계라는 것을 설명하려면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김철진과 김우진의 관계,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야 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김아현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아버지 김철진에게 동의를 구하고 이야기를 하는 게 우선이라 여긴 것이었다.

메시지 마법으로 보낸 말대로 두 사람이 김강현의 말에 맞장구치며 나이대가 비슷하고 서로 잘 맞아 편한 친구 같은 사이라고 이야기하자 김아현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실은 우리 오빤…… 몇 년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올해 뇌사 상태에서 깨어났거든요.”

“뭐?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네. 깨어나고 재활 운동을 끝내자마자 갑자기 헌터가 돼서 툭하면 던전 간다, 사람들 만나러 간다…… 안 들어오기 일쑤긴 하지만 전보다 집 안 분위기도 밝아지고 부모님도 좋아하시니까요.”

장난기 섞인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에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찡했다.

김강현은 그동안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뿐, 부모인 김철진과 이수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김아현의 말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어.’

테라에서 지구로 귀환하고 싶던 이유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함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소홀해지고 있었다.

사정을 몰랐던 김유나와 강민혜는 속으로 놀라움을 삼켰다.

재능이 있고 노력했기에 지금의 경지를 이룬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생각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뼈를 깎는 수련을 통해 이룬 성과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 거예요? 평소엔 깜깜한 밤에 부르던 사람이 환한 대낮에 만나자고 하고?”

“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대외비니까 비밀로 해줘.”

김강현은 딱딱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본론을 꺼냈고, 김유나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설날이 몇 달 남지 않아 방송국에서 명절에 방영할 파일럿과 특집 프로그램을 미리 촬영하게 됐는데, 김유나와 강민혜에게 섭외가 들어왔다. 김유나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이고, 강민혜는 신곡 컴백 타이밍이 설날과 겹쳐 있기 때문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 이름은 미션 컴플리트로, 2명씩 이루어진 4팀에게 총 3개의 미션을 부여해 성공하는 팀에게 상금을 주고, 가장 많은 금액을 적립한 팀의 이름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내용이었다.

“우와~ 재밌겠다! 재미도 있고 공익성도 있어서…… 시청자와 방송국이 서로 윈윈이잖아요.”

“설마…… 출연 요청을 부탁하러 온 건가요?”

단순하게 프로그램 내용에 집중한 김아현과 달리 김강현은 목적을 단숨에 파악했다. 잠시 망설이던 김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일회성이겠지만…… 전 방송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어? 오빠?! 왜? 지금 방송 타면 대박이야! 이럴 때 몸값을 올려야 한다고!”

단호한 거절에 옆에서 김아현이 설득하기 시작했다.

김강현은 몰랐지만, 각종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서 테라 길드가 어떤 길드인지, 김강현이 누구인지, 김강현의 소환수는 어떤 존재인지 모두가 궁금증이 폭발해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대한민국 2대 길드 중 하나인 비천 길드를 없애 버렸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매체에서 김강현에 대해 조사했지만 지극히 뻔한 내용들이라 방송엔 쓸 수 없었고, 연락을 하기 위해 수소문해도 워낙 철저하게 정보가 관리되고 있어 연락처도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강현이 방송에 나오기만 한다면 그 방송은 시청률 1위와 함께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올 것이었다.

“헌터는 방송국이 아니라 던전에 있어야지. 그리고 할 일이 많아서 방송에 나갈 시간도 없어.”

“에이! 맨날 집에서 놀고 있으면서!”

“그건 치료 겸 휴식이라고.”

여전히 김강현은 부정적이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 방송에 나갈 이유가 없었고, 테라 길드를 키우고 강해질 생각에 정신이 없었다.

‘이러면 내 계획이 틀어지는데…….’

김아현은 김강현을 방송 출연시키기 위해 김유나와 함께 열심히 그를 꼬였지만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제가 말할게요. 실은 너한테 출연을 부탁하는 이유가 나 때문이야.”

“민혜 누나.”

“실은 어떻게 된 거냐면…….”

그동안 잠자코 있던 강민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새로운 앨범을 홍보할 프로그램을 찾던 강민혜가 시기와 취지가 좋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평소 강민혜를 좋아한다고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남자 연예인이 그녀가 프로그램 출연을 확정하자 그도 출연하겠다고 제작진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제작진은 당연히 그의 출연을 확정했고, 같은 출연진인 강민혜에게도 이 소식이 전달되었다.

“그럼 제작진에게 사정이 있다고 하고 출연을 안 하면 되지 않아요?”

“아니. 출연 확정하면서 계약서까지 작성했기 때문에 취소하는 순간 방송국에 찍힐 거야. 촬영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취소하고 또 다른 연출진을 구할 시간도 없을 거고.”

김아현은 가볍게 이야기했으나, 현실은 타협이 불가능했다.

출연 확정한 프로그램을 안 하겠다고 하는 순간 방송국에서 괘씸죄로 언론 플레이를 하면 강민혜의 이미지에 피해를 가게 된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사람이어서 큰 타격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네가 파트너가 된다면…… 민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출연을 부탁하는 거야. 게다가 헌터인 만큼 신체 능력이 뛰어나 미션도 잘할 거고.”

“오빠. 방송 출연……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후우…….”

홍보를 위한 방송 출연이라면 냉정하게 거절하겠지만, 사정을 알게 된 김강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빠졌다.

“……알았어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진짜? 뭔데, 뭔데?!”

“우선 계약서 작성으로, 무보수로 일하는 건 거절입니다. 그리고 이왕 출연하는 거니…… 프로그램에 자세한 정보도 있으면 좋겠네요.”

“걱정 마! 내가 피디님께 말해서 출연료 빵빵하게 적은 계약서를 가지고 오라고 할 테니까. 그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돼.”

“또 나중에 제 부탁 하나면 들어주세요.”

“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얼마든지!”

자신의 급한 부탁을 들어준 만큼 김유나는 얼마든지 김강현의 부탁을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오빠! 촬영 갈 때 나도 같이 가는 거 알지?! 응?”

“걱정 마. 내 스태프로 촬영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줄 테니 강현이하고 같이 오도록 해!”

“꺄! 정말요, 언니? 고맙습니다!”

“응. 촬영날 아침에 집으로 차를 보낼게.”

김아현의 부탁은 중간에 끼어든 강민혜의 말 한마디로 가볍게 해결되었다.

“그런데 촬영날은 언제죠?”

“어…… 그게 말이야…….”

“그러고 보니…… 민혜야! 우리 스케줄이 또 하나 있지 않았어?”

“그게 지방 공연이었지?”

갑자기 무언가 찔린 게 있는 듯 김유나와 강민혜는 화제를 돌리며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매가 이상함에 그녀들을 붙잡으려는 순간, 이미 그들은 모든 짐을 챙긴 채 카페를 나가고 있었다.

“촬영일은 내일이니까 잘 준비하고 와!”

“자, 잠깐!”

“미안해!”

“꺄하하하핫! 당했네. 당했어!”

두 사람은 각자 한마디 말을 남긴 채 카페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타고 도망가 버렸고, 김강현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차가 떠난 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김아현은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 눈물을 흘리며 웃어댔다.

* * *

“여기…… 카메라 세팅 바로 해!”

“조명! 거기 말고 여기에 배치해!”

“미션 필요 물품들은 다 준비한 거야? 연출 팀!”

서울 어느 한 대학교 잔디광장에서는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촬영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었고, 그 가운데서 김강현과 김아현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와~ 오빠. 저기 봐봐. 여, 연예인이야!”

“…….”

‘여긴 어디? 난……?’

연예인들이 속속 촬영장에 도착하자 김아현은 정신을 차리고 구경 삼매경에 빠진 반면, 김강현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납치? 자는 사람을 아예 들쳐 업고 왔네.’

김강현은 평소대로 새벽 훈련을 하고 집에 들어와 잠을 잤는데, 깨어나 보니 차에 탄 채 촬영장에 도착해 있었다.

평소였다면 누군가 자신을 건드렸을 경우 바로 잠에서 깼을 텐데, 그러한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몸을 살펴보니, 익숙한 마력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헬릭스 짓이네.’

정확히는 김아현의 부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김강현을 깨워 준비하려던 김아현이 너무 이른 시간에 부모님이 깰까 걱정하자, 헬릭스가 수면 마법을 통해 김강현을 푹 재워 버린 후 텔레포트까지 써서 친히 차로 옮겨준 것이었다.

덕분에 재밌어하는 헬릭스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김강현이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누군가 그를 불렀다.

* * *

“여기서 뭐 해?! 촬영 시작이 1시간도 안 남았다고!”

“누, 누나?”

“화장하고 스타일링 해줄 테니까 얼른 와!”

일전에 만났던 김유나의 매니저가 김강현을 보자마자 손목을 낚아채며 간이 대기실로 데리고 이동했다.

김유나에게는 남녀 매니저가 한 명씩 있었는데, 여성 매니저는 촬영 현장에서 김강현과 김아현을 기다리고 있었고, 남성 매니저는 김유나와 강민혜를 픽업해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유나하고 민혜가 오기 전에 서둘러 줘.”

“걱정 마요, 언니! 자자, 얼른 앉아!”

간이 대기실엔 메이크업을 하기 위한 도구와 의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김강현이 얼떨결에 자리에 앉자 바로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에 들어갔다.

“오오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김아현은 신기함에 탄성을 내뱉었다.

불과 20여 분이 지났을 뿐인데, 머리 스타일과 화장만으로 사람이 완전 바뀌었다. 평상시에도 원판이 괜찮아 다른 사람들에게 종종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완전 잘생긴 미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게 누구야? 강현이 맞아?”

“와…… 사람이 달라 보이네!”

때마침 김유나와 강민혜가 도착했다. 다른 방송국에서 밤샘 촬영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바뀐 김강현을 보자 놀라 감탄했다.

꾸준히 운동한 듯한 몸 덕에 협찬으로 입힌 트레이닝복도 핏이 살아 있었다.

‘근데 유나 언니 파트너는 누구지?’

문득 김아현은 김유나의 파트너가 궁금해져 주변을 살피다 한 남성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 것을 발견했다.

“강이 오빠. 잘 어울리는데요?”

“고마워.”

“이분은 누구?”

“내 매니저 최강 오빠.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 파트너로 염두에 두었던 사람이지.”

김유나의 파트너는 항상 같이 다니던 매니저 최강으로, 평소 운동을 하는지 몸이 근육으로 가득했는데얼굴은 굉장히 착해 보여 언밸런스했다.

의상까지 갈아입은 김강현은 그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김강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강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김유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김강현이 섭외를 거절했으면 최강을 강민혜의 파트너로 붙여주고, 자신은 급하게 알아보려 했기 때문이었다.

“어제 작가분한테 연락이 와서 어떤 프로그램인진 알았는데…… 어떤 미션을 할 건지는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인사를 나눈 김강현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궁금했던 내용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우리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기존 예능이나 옛날 예능에서 했던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안 봐서 어떤 게 나올지 모르겠는데요?”

“응?”

“……아예 아무것도 몰라?”

“그런 말 있잖아요. 대본이 있으니 대본대로 하면 된다고. 예능 프로그램도 똑같은 거 아니에요?”

김강현이 흐릿한 기억 속에서 정보 하나를 꺼내 말하자, 모든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지구의 시간으로는 몇 년에 불과하지만 테라의 시간으로는 몇백 년이 지난 만큼 강현에게 TV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구에 돌아와서도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처음 집에 온 날을 제외하곤 TV를 본 적이 없었다.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나와서 빵빵 터지니까 걱정하지 마! 헤매더라도 앞의 연출진이나 MC가 도와줄 거고.”

방송을 오랜 시간 한 연예인들은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리액션을 하거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방송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런 경험이 없어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실수가 대박으로 터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천막으로 만든 간이 대기실의 문을 열며 조심스레 들어왔다.

그는 40대 중반 남성으로, 펑퍼짐한 캐주얼 복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김강현 헌터님 계십니까?”

“네. 제가 김강현입니다만?”

“반갑습니다. 미션 컴플리트의 PD로, 어제 작가와 구두로 약속했던 계약서의 사인을 받고자 합니다.”

PD가 미리 준비된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고, 김강현은 계약서를 읽어본 후 바로 사인했다.

“감사합니다. 촬영은 30분 후 시작이니 출연하시는 분들은 서둘러 준비해 주세요.”

“네, PD님.”

“그럼 이따…… 응? 그런데 이쪽 분은 누구?”

간이 대기실을 나가려던 PD가 갑자기 김아현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섰다.

“제 동생입니다.”

“그래요? 흐음.”

그는 김아현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방송 경력이 있어 많은 연예인들을 보았는데, 아이돌 분위기를 가지고 계시네요. 어느 정도 춤과 노래에 실력이 있으면 연예계에 데뷔해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네?! 제가요?”

“그렇지만 단순히 제 감이니 너무 신뢰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PD는 믿지 말라면서 웃으며 나갔지만,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는 관련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방금 나간 PD는 평범한 PD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가 기획한 프로그램들은 대박이 터지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가 뜬다고 이야기했던 연예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김아현에 대한 그의 평가를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이 있지만……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특히 김유나의 매니저 최강은 김아현을 캐스팅할지 말지 신중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와! 나 연예인 되는 거야?”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님 허락도 있어야 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하니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으음…….”

“시간이 될 때 민혜, 유나 누나한테 조언을 구해봐.”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생각지 못한 가능성에 신나 하던 김아현은 김강현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혜와 김유나도 김강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자! 이렇게 떠들 시간 없어. 유나 먼저 메이크업 수정하고, 민혜는 옷부터 갈아입자.”

다들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김유나의 스타일리스트가 촬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둘렀고,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간신히 촬영 시작 전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카메라, 조명. 준비 완료했습니다.”

“MC, 출연진, 게스트 완료되었습니다.”

“미션 컴플리트 촬영 시작합니다.”

곧이어 PD의 신호와 함께 MC 유재호가 듣는 사람이 기분 좋은 목소리 톤과 유쾌한 말솜씨로 프로그램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연진과 게스트를 차례대로 소개하면서 간단한 안부 인사를 물었다.

맨 처음 나간 출연진과 게스트는 김유나와 최강으로, 김유나는 내년 3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전국투어를 홍보하며 간단히 소개를 마쳤다.

“다음 팀은 가수 강민혜, 헌터 김강현!”

“우와와와!”

강민혜와 김강현의 등장에 제작진 쪽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정확히는 김강현을 보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저 사람이 테라 길드장?’

‘생각보다 어려 보이는데 그렇게 강하다고?’

무성한 소문과 달리 일반 사람들은 헌터 관련자가 아니면 김강현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웠다. 그 탓에 다들 궁금한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유재호도 궁금한 점이 많았는지 바로 질문공세를 펼쳤다.

“민혜 씨, 김강현 헌터와는 서로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외국으로 촬영 나갔을 때 가드로 함께 일한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종종 연락하며 지냈어요.”

“아~! 그렇군요. 그럼 강현 씨가 간단히 자기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테라 길드를 운영 중인 헌터 김강현입니다. 첫 방송 출연이라 많이 떨리네요.”

“하하하, 헌터가 된 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길드를 만들 수 있는 A급 헌터가 된 만큼,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아직 넘을 벽들이 많아 부족함을 느낍니다.”

“많이 겸손하시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들이 있어서…… 딱 2개만 여쭈어 봐도 될까요?”

“네. 뭔가요?”

“길드전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이 생겼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대략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얼마만큼 강하신지 알고 싶네요. 이건 시청자 여러분들도 굉~ 장~ 히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첫 질문의 대답을 김강현이 잘 빠져나가자 유재호는 아예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주변 사람들도 궁금한지 김강현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길드 재산은 전문가에게 맡긴 상태지만…… 10억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겨, 겨우 그것밖에 안 되나요?”

김강현의 대답에 다들 아쉬워하며 믿지 못하는 듯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비천 길드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만 처분해도 수백억이기 때문이었다.

“길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돈을 쓰다 보니 남아 있는 금액이 없습니다. 그리고 협회랑 함께 비천 길드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고, 불법적으로 모든 돈은 사회에 환원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 그래서!”

“저는 A급 헌터이고, 다른 헌터들보다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입니다. 지금도 S급 헌터이신 검천호 님과 대련을 하다 보면 10번 중 8번은 지니까요.”

민감할 수 있는 그다음 질문도 김강현은 능숙하게 빠져나갔다.

‘말재주가 있어. 그리고 카메라도 잘 받고.’

이 모습을 보던 PD는 직감적으로 대박을 느꼈다.

보통 처음 촬영을 경험하는 사람은 다수의 스태프와 카메라로 긴장해서 말을 버벅거리든가 표정이 굳는 경우가 많은데, 김강현에게는 이러한 기색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험이 많은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촬영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이제 다음 팀을 소개하겠습니다. 배우 마준영, 선하!”

어느 정도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유재호가 다음 팀을 호명했다. 마준영을 보자 강민혜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 사람이 그 스토커?’

곱상한 얼굴에 여리여리한 체격인 마준영은 감정 연기가 뛰어나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오래전부터 강민혜를 쫓아다니는 스토커였다.

김강현은 강민혜가 살짝 몸을 떨며 마준영을 무서워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어?’

김강현은 강민혜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레 손을 잡았고, 떨고 있던 강민혜는 무서움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사이 유재호는 마준영, 선하와 인터뷰를 마쳤다.

“자, 이번에는 특별 게스트들을 모시겠습니다!”

“네에?!”

“특별 게스트?”

“자, 나와주세요!”

미리 알고 있었던 몇몇 제작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유재호의 말에 놀람을 감추지 못한 사이, 세트장 뒤편에서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던 두 명의 게스트가 등장했다.

* * *

“A급 헌터 임인균과 진하상입니다!”

“뭐어?!”

“듀오 워리어 헌터라고?!”

“지금까지 방송에 출연한 적도 없었는데!”

그들의 이름이 유재호에 의해 불리자마자 주변이 웅성거리며 반응이 대단했다.

김강현은 자신 외의 또 다른 헌터들이 출연하자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김유나를 보았다.

‘누나도 몰랐나 보네.’

김유나는 눈앞에 앉아 있는 PD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강민혜의 요청도 있었지만 PD로부터 출연진이 급하다는 말에 김강현 섭외를 도와주었는데, 이렇게 다른 헌터들을 섭외해 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헌터는 김강현이 유일하다고 했던 말과 달랐다. 이렇게 되면 김강현의 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반드시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해!’

PD는 머쓱한 표정으로 김유나의 시선을 피했다.

강민혜의 파트너 출연이 펑크 나 대체 출연진을 구하고 있을 때 김유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긴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방송가에서 섭위 1순위인 김강현을 데리고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출연 요청을 하려고 해도 알려진 정보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비밀에 싸여 있는 사람이었다.

원래 PD는 특별 게스트로 헌터들을 섭외하고자 프로그램 초반부터 노력했으나, 정작 헌터들의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김유나가 김강현을 섭외하자 이를 미끼로 초반부터 섭외 요청을 했던 듀오 워리어 헌터에게 재요청을 한 것이었다.

임인균과 진하상은 항상 같이 던전을 다니고, 몬스터 사냥 영상을 찍어 너튜브에 올렸는데 실력도 뛰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인지도도 높았다. 그들은 계속 출연을 거절했었지만, 가장 핫한 헌터인 김강현의 섭외 소식을 듣자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저 녀석이 김강현이라고?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데?]

[우리와 같은 A급 헌터야. 비천 길드를 쓰러트린 만큼 무언가 숨기고 있겠지.]

[아무튼 재미있으면 좋겠어.]

임인균과 진하상은 아티팩트로 사람들 몰래 대화를 나누며 힐끔 김강현을 보았다.

많은 헌터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김강현이 얼마나 강하냐는 것이었다. 김강현을 섭외해 너튜브에 올리면 대박을 칠 것이 확실하니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었다.

두 헌터가 등장하자 유재호가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두 분은 이렇게 방송에 나오는 것이 처음이시죠?”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너튜브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다가 이렇게 방송에 출연하니 긴장되고 어색하네요.”

“맞아요. 어제 하상이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잠도 못 자고 나왔어요. 저처럼 편하게 평소처럼 너튜브 촬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

“그 말은…… 오늘 방송에서 인균 씨의 활약을 기대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러라고 방송사에서 저희를 불러준 게 아닐까요? 기대만큼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자신만만한 자신감이 언제까지 갈지 기대하겠습니다! 하상 씨도 인균 씨처럼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재호는 친절하게 출연한 게스트들과 간단히 인터뷰를 나누고 본격적인 진행에 나섰다.

“자, 이렇게 모든 게스트들이 모였으니 미션 컴플리트의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그 말에 모든 출연진들의 시선이 유재호에게 집중되었다.

“미션 컴플리트에선 말 그대로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미션들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총 3가지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간단한 미션이길래? 이러다 금방 끝나는 거 아녜요?”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여긴 오프닝만 하고 바로 빠질 겁니다! 설마 제작진이 짠돌이일까요?”

“유나야! 내가 그 입 좀 다물라고 했잖아! 하여간 성격 급하긴!”

“그러게요. 에고! 이놈의 입방정!”

“유나 씨, 그러다가 제일 먼저 탈락할 수 있어요~”

그사이 김유나와 최강은 추임새를 넣으며 촬영에 재미를 집어넣고 있었고, 유재호도 동조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역시 경험은 무시 못 하네.’

김강현은 언제 PD를 통해 노려봤냐는 듯 태세 전환한 김유나의 모습에 속으로 감탄했다.

“맞아. 그러다가 이번에도 광속 탈락된다. 유나야.”

“민혜야, 어떻게 너마저!”

“하긴…… 유나 누나 성격상 바로 탈락할 것 같죠?”

“맞아맞아!”

촬영 분량을 만들기 위해 강민혜가 김유나와 최강의 대화에 끼어들었고, 뒤이어 김강현도 끼어들었다.

“어? 강현 씨는 유나 씨와도 친하나요?”

“네. 실은 민혜 누나와 친하게 된 계기가 유나 누나 덕분이라서요.”

“혹시 에피소드 좀 짧게 말해줄래요?”

게스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유재호는 김강현이 강민혜뿐 아니라 김유나와도 친해 보이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았다는 기색을 보이며 바로 질문을 던졌다.

“실은 유나 누나가 엄청 술을 좋아해서 스케줄이 없을 때마다 그렇게~ 저하고 민혜 누나를 불러대요. 물론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사 주긴 하는데 술주정이 참…….”

“자, 잠깐!”

“그래서 맨날 술 취한 유나 누나를 챙기느라 민혜 누나하고 많이 고생하고 있어서 급속도로 친해졌죠.”

“컷! 컷! PD님! 이거 알죠?”

“에이~! 이 재밌는 이야기를 왜 잘라요?”

김강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유나가 한 발짝 나서며 편집을 뜻하는 가위 제스처를 표시했고, 바로 유재호는 제지에 들어갔다.

“이미지 망가진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너무 막나가고 있어서 걱정인데!”

“막나간다니! 솔직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럼 그 말을 옆에 있는 매니저 오빠에게 자세히 설명해 줄래요?”

“어…… 그건…… 좀…… 내가 일이 있어서 안 되겠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따가 진. 지. 하. 게 이야길 해보자.”

“저도…… 갑자기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한창 대화를 하던 김유나는 옆에서 자신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느끼고 인상을 귀엽게 찡그렸다. 유재호와 함께 보니 최강이 당장에라도 혼을 내겠다는 듯 살벌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강현아, 민혜야. 너희들이 어떻게 해봐!”

“전 오늘 최강 매니저님과는 초면이라…….”

“언니. 자업자득이니 받아들이세요.”

냉정하게 선을 긋는 김강현과 강민혜의 말에 김유나는 최강에게 조용히 다가가 싹싹 빌고, 카메라는 클로즈업하여 그 모습을 담았다.

“하하하하, 잠깐 중간에 샛길로 빠지긴 했지만, 미션 컴플리트의 우승 규칙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총 3가지의 미션을 진행하는데, 성공할 때마다 일정 금액이 적립됩니다. 그리고 최종 금액이 가장 높은 팀이 우승하면 팀의 이름으로 좋은 곳에 기부하게 됩니다.”

“오오오오~!”

“우승은 꼭 내가 한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기부를 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제작진들에게 돈을 뜯어내자고요.”

MC인 유재호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맞지만, 출연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제작진을 팔았고, 그 순간 PD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카메라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PD의 얼굴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여기 있는 세 명의 헌터들에게는 두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제약이라니요?”

“출연 전엔 이런 말은 없었는데?”

“……?!”

유재호의 말에 김강현을 비롯하여 임인균과 진하상은 깜짝 놀랐고,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는 듯 제작진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헌터인 세 명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마나를 이용하여 신기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고, 기본적인 신체 능력도 뛰어나 아마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시청자들은 정해진 결과에 이 프로그램을 볼 이유가 없겠죠!”

“하긴…….”

“맞는 말이어서 반박을 못 하겠네.”

“그럼 뭘 준비한 거지?”

‘좋았어! 이대로면 내가 우승할 수 있어!’

친절한 유재호의 설명에 모든 출연진이 공감했고, 마준영은 속으로 기뻐했다.

처음부터 그는 우승을 생각하고 출연했는데, 김강현이 등장하고 뒤이어 임인균과 진하상까지 나타나자 우승할 수 없을 것 같아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비장의 수가 있으니 이걸 쓰면 돼!’

그러고는 품속에 하나의 물건을 쓰다듬으며 우승 각오를 다졌다.

“그럼 제작진이 준비한 수를 보시겠습니다.”

유재호의 말이 끝나자 제작진 쪽에서 세 명의 헌터에게 흰색 반지를 던졌고, 김강현은 얼떨결에 그 반지를 받았다.

“지금 헌터들에게 지급된 반지는 아티팩트입니다. 왼손에 낀 뒤 마나를 사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상급 아티팩트 같은데? 손가락에 맞게 크기가 조절되네.”

“정말 제작진이 돈 좀 썼나 본데.”

세 명의 헌터가 반지를 순순히 왼손에 끼자 손가락에 맞게 크기가 줄어들었다.

‘인피니티 호흡법이 느려져?’

다른 헌터들과 달리 마나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는 김강현은 반지를 끼자마자 마나의 운용이 둔탁해지며 신체의 리듬이 떨어짐을 느꼈다. 더불어 손에 낀 흰색 반지가 옅게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설마?’

김강현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집중하고 인피티니 호흡법을 운용했다.

삐! 삐! 삐! 삐! 삐! 삐!

“윽! 뭐야?!”

“귀 아파!”

“그 소리 좀 얼른 꺼요!”

세 헌터가 끼고 있는 반지가 붉게 물들며 시끄러운 경고음 소리가 울리자 모든 출연자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다행히 경고음은 5초 후 꺼졌지만 귀가 울릴 정도로 커서 반지에 대해서 알고 있던 제작진도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스킬을 시전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 올린 임인균과 진하상도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바로 사태를 파악한 유재호가 바로 수습에 들어갔다.

“네. 이렇게 헌터들이 마나를 사용할 시 반지가 붉게 빛나며 경고음이 울릴 예정입니다. 만약 미션 수행 중 반지에서 경고음이 들릴 시 반칙이 되어 미션 실패가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게 관건이네.’

평소 어디에서나 마나를 쓰던 임인균과 진하상은 긴장했다. 더불어 김강현도 인피니티 호흡법의 운용을 자제하며 최대한 속도를 늦췄다. 그러자 반지에 옅게 맺히던 붉은빛이 사라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헌터들은 반지를 또 하나 착용해야 합니다,”

유재호의 말이 끝나자 김강현을 비롯한 임인균과 진하상에게 푸른빛의 반지가 주어졌다. 반지 한가운데에는 작은 마나석이 박혀 있었다.

‘작긴 한데…… 이 정도 기운이면 A급 마나석인데?’

“이번에는 앞선 반지와 달리 마나석이 박혀 있어 반지를 끼면 바로 아티팩트의 기능이 발현됩니다. 한 번 착용해 보세요.”

김강현은 푸른빛의 반지에서 감지되는 마나 흐름을 읽고 평범한 아티팩트가 아님을 눈치챘다. 꺼림칙했지만 이 상황에서 반지를 착용하지 않을 수 없어 오른손에 조심스레 끼었다.

“뭐, 뭐야?!”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어?!”

그 순간 김강현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거렸다. 무릎이 꺾일 정도에 힘이라 다리에 힘을 주어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임인균과 진하상도 김강현과 동일한 힘을 느꼈는지 당황하며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어떻게 된 거지?’

김강현은 푸른빛의 반지에 대한 정보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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