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목숨을 건 수련 (37/119)

8장. 목숨을 건 수련

툭툭툭.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한 표정의 이우경이 손끝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길드의 전력 중 절반이 투입된 함정이야. 한데…… 왜 이리 불길한 거지?”

비천 길드는 말 그대로 김강현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최소한으로 길드를 운용할 수 있는 자금과 인원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투입했다.

게다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부길드장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함정이 실패할 경우 놈을 없앨 수 있는 비장의 무기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김강현이 자신들의 함정을 무산시키고 빠져나온다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나설 순 없고…….”

테라 길드와 비천 길드의 싸움은 굉장히 뜨거운 감자였다.

언론과 미디어는 비천 길드의 협박과 회유로 떠들지 않게 잠재웠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소문은 잠재울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길드장인 자신까지 나선다면 강제로 조용히 시킨 언론과 미디어도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길드전 싸움을 집중 조명할 것이기에, 조용히 김강현을 죽이고 싶었다.

“스컬 길드…… 그놈들이 있었으면 편했을 것을…….”

이렇게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스컬 길드만큼 쓸 만한 녀석들이 없었는데, 김강현에 의해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처리를 맡을 헌터들도 구하지 못했다.

“후우…… 결국 그들의 손을 빌리는 수밖에.”

이우경은 한숨을 내쉬며 헌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길드장님.

“김강현…… 놈이 살아 돌아온다면…….”

-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금색 캡슐을 통해 계약을 맺은 흑무로, 이우경은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들은 흑무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계약에 없어 합의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물론. 조건이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그럼……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그냥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뭐?!”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우경이 당황했다.

‘대체 무슨 속셈으로?’

지금껏 흑무에게 공짜는 없었다. 모든 일에 대가가 존재했고, 철저하게 이득을 따져 움직였기에 이우경은 흑무가 무슨 의도로 들어주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대신 나중에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물론, 이 길드장님이 들어주실 수 있는 범위의 부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흑무의 말대로라면…… 수락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주시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죠.

이렇게 두 사람의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제야 이우경은 불안하게 뛰던 가슴이 가라앉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것이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는 것을.

* * *

“후우…… 후우…….”

김강현은 거친 숨을 내쉬며 눈앞에 남은 비천 길드 B급 헌터들을 노려보았다.

‘이런 장기전은 아직 멀었어…….’

키메라였던 라셀은 무한대의 체력과 마나를 가졌지만, 인간 김강현은 한계가 존재했다.

한시도 쉬지 못한 채 2시간 동안 계속 싸우자 체력이 부족해져 계속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도 마나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어 마나는 부족함 없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인간이 맞는 거야?’

‘이 정도면 쓰러질 만한데…… 젠장!’

‘질린다. 질려!’

남은 비천 길드의 B급 헌터들은 10명.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눈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약 20명의 B급 헌터들이 김강현에게 공격 한 번 성공하지 못한 채 쓰러졌는데, 김강현은 지친 기색만 보일 뿐 아직도 굳건하게 서 있었다.

긴장감이 고조되던 그때, 김강현과 남은 B급 헌터들이 슬그머니 쓰러진 이들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지?’

그곳엔 날개를 퍼덕거리며 마력을 운용하는 헬릭스가 있었다.

‘눈앞에 먹잇감들이 널렸구나!’

헬릭스는 기절한 비천 길드의 B급 헌터들의 마력을 쪽쪽 흡수하고 있었다.

‘흐음! 역시 공짜는 좋구나!’

금색 캡슐을 통해 흡수한 마력은 질이 좋지 않은 데다가 마나와 섞여 분리하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조금씩 모으다 보니 그 양이 상당했다.

덕분에 헬릭스는 즐거운 싸움 구경과 함께 마력까지 득템하고 있었다.

‘저 자식…… 당장 뒤통수…….’

“헛!”

헬릭스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파악한 김강현은 바로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었으나, 마음과 달리 눈앞의 적과 싸우느라 그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김강현은 상대방이 날린 검을 피하며 몸속으로 파고든 후 심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커헉!”

“후우…… 다음!”

“이 새끼가…… 끄으으으!”

그리고 김강현을 향해 용기 있게 달려오던 B급 헌터도 순식간에 심장을 가격당해 쓰러졌다.

“헉!”

“크흡!”

“잇……!”

뒤이어 다른 비천 길드의 B급 헌터들이 필사적으로 김강현을 공격했지만, 한마디 신음성을 내뱉으며 기절했다.

‘크흐흐…… 이게 왠 떡이냐?!’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조련사가 얻는 것처럼, 김강현이 B급 헌터들을 쓰러트리면 헬릭스는 뒤에서 그들의 마력을 흡수하기 바빴다.

‘점점 마나 조절이 좋아지는구나. 확실히 인간이라는 동물은 재밌단 말이야.’

헬릭스는 단순히 쓰러진 적에게서 마력을 줍는 것이 아니라, 김강현이 그들에게 시전한 공격에 담긴 마나와 공격력을 체크하고 있었다.

처음과 마지막을 비교할수록 점점 마나의 양은 줄어들고 파괴력은 높아져 마나의 질이 좋아 졌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는 동물이구나.’

귀여운 겉모습과 달리 헬릭스는 10,000년이라는 시간을 산 마족으로 인간, 드워프, 엘프, 드래곤, 마족 등 다양한 종족들을 만났지만, 아직도 인간은 파악하기 어려운 종족이었다.

인간은 다른 종족과 달리 고작 100년이라는 안 되는 삶을 살았지만, 긴 수명을 가진 종족보다 뛰어난 실력이나 업적을 남겼다.

게다가 같은 인간이라 하더라도 세상에 다시없는 악당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이 되기도 하였다.

‘과연 놈은 어떻게 될까?’

그렇기에 헬릭스는 김강현은 스스로 어디까지 강해질지, 어떤 발자취를 남기는 인간이 될지 궁금했다.

“비천 길드는 이 정도냐?!”

한편, 김강현은 쓰러진 비천 길드의 B급 헌터들을 둘러본 후 멀리 있는 비천 길드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나 한 명을 잡기 위해 돈을 처바르고 상당한 전력을 투입했는데도 제대로 된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으니 말이야!”

“빠득……!”

“저 자식이……!”

농락 섞인 도발에 몇몇 비천 길드원들이 김강현을 향해 스킬을 시전하려고 했으나, 급히 손을 들어 막은 부길드장의 명령에 이를 갈며 분노를 식혔다.

그 말대로 김강현은 트랩과 마나 폭탄, 마나 레이저로 약간의 상처만을 입었을 뿐, 비천 길드의 B급 헌터들은 손도 대지 못했다.

“날 죽이려면 제대로 된 놈들을 보내라. 그래야 상대할 맛이 나지.”

김강현은 비천 길드원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꼬우면 덤벼!”

‘좀 더 싸우고 싶어! 더 강한 상대가 필요해!’

비천 길드의 헌터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생사가 달린 죽음의 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강해지고 싶은 열망이 컸다.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는 상태창을 통해 확인되었다.

김강현(A급 헌터)

체력: A+ 마나: S 근력: A

민첩: A 지능: A 정신력: S

헬릭스(키메라 발록)

체력: A 마력: S 근력: A

민첩: A 지능: S 정신력: S

길드전 전후를 따졌을 때, 스킬의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모든 능력이 성장했다.

‘마력을 날름 가로채는 것이 꼴불견이긴 하지만…… 녀석이 있어 다행이야.’

김강현은 여전히 쓰러진 B급 헌터들에게서 마력을 흡수하고 있는 헬릭스를 힐끔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끔 상대하기 벅찰 때마다, 헬릭스의 조언으로 자연스럽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으니 고마운 존재였다.

“저놈을 당장 죽여야 합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쇼!”

“부길드장님!”

“으음…….”

김강현의 도발에 비천 길드의 A급 헌터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상태였으나, 부길드장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 A급 헌터들로 놈을 상대한다면 승산이 있을까? 차라리 길드원들을 물리고…….’

그는 두 가지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B급 헌터들이 김강현에게 한 번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A급 헌터들이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공격 명령을 내리기보단 길드원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린 뒤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길드원들은 금색 캡슐을 복용하고…….”

“네!”

“부길드장님!”

찰나의 고민 끝에 부길드장은 길드원들을 믿고 김강현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후퇴를 한다 해도 온전하게 모든 길드원들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지금 비장의 아티팩트를 사용하면 이 자리의 길드원들이 폭발에 휘말려 죽을 터였다.

“비천 격진을 펼쳐 놈을 압박한다.”

부길드장은 김강현에게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전략을 바꿔 놈을 지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헌터가 세상에 드러나자 중국에선 그동안 은밀히 계승되어 온 무공의 존재도 드러났다. 그 무공들 중 진법은 다수가 효율적으로 소수를 공격하는 방법으로써, 작은 힘으로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비천 격진은 비천 추살진과 함께 여러 합격진 중 장점만을 뽑아내 만들었으며 이를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었다.

빠득!

“오오! 힘이 넘친다!”

“B급 헌터들이 이런 기분을 느낀 건가?”

비천 길드의 A급 헌터들은 두 개째 금색 캡슐을 복용했다.

그들의 마나 색깔은 온전한 푸른색을 띠었으며 눈동자 색만 붉게 변했다. 또한 이성이 날아갔던 B급 헌터들과 달리 그들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A급 헌터들이라 마력에 잡아먹히지 않았어.”

“B급 헌터들보다 마나가 많은 덕분이겠지?”

“하지만 방심하지 말거라.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언제라도 마나 폭주를 일으킬 가능성은 존재하느니라.”

“물론.”

‘마나 폭주가 일어나지 않게…… 일어나기 전에 놈들을 제압해야 해.’

마나 폭주가 발생하면 피아를 가리지 않고 주변에 있는 헌터들을 공격할 것이기에 인명 피해가 일어날 테지만, 김강현은 이를 막고 싶었다.

솔직히 일부러 마나 폭주를 일으켜 힘으로 눌러 버리면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으나, 이렇게 되면 수련의 의미가 없었다.

“그럼 2차전을 시작해 볼까?”

김강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마검을 달려오는 비천 길드 A급 헌터들을 향해 겨누었다.

* * *

김강현은 비천 길드의 A급 헌터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들어 공격을 할 줄 알았는데, 그들은 오히려 거리를 둔 채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이 명령에 따라 비천 암격진을 펼치자 흑무가 눈앞을 가리며 눈앞에 있는 돌멩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깜깜해졌다.

“어둠? 이게 무슨……!”

“인간들의 능력은 놀랍구나.”

김강현은 헌터 시험에서 보았던 비천 추살진을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어둠이 자리 잡자 살짝 당황했다.

헬릭스가 바로 분석해 보니 어둠에 의해 비천 길드 A급 헌터들의 마나와 기척이 완전히 사라져 감지할 수 없었다.

비천 암격진은 테라의 환상 마법처럼 마나를 이용해 상대방을 현혹하고 속이는 효과가 뛰어났고, 헌터들은 평소 훈련이 잘된 덕분에 계속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진을 유지했다.

이를 보던 헬릭스는 인간들이 성장하는 속도에 놀람과 동시에 김강현이 어떻게 이 비천 암격진을 깰지 궁금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이 어둠은 뭐지?’

김강현은 마나를 눈에 집중해 어둠 속을 꿰뚫어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나를 퍼트려 주변 사물과 생명체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흑무에 의해 차단되었다.

지금으로는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자 김강현은 잠시 눈을 감아 어둠에 시력을 적응시켰다.

펑! 퍼펑!

“크읏!”

그 순간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충격파가 김강현에게 쏘아졌다. 뒤늦게 마검을 휘둘러 계속 쏘아지는 충격파를 막으려고 했지만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하지 못해 헛손질을 할 뿐이었다.

펑펑! 퍼퍼펑!

그 뒤로도 김강현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충격파에 맞아 몸이 계속 휘청거리며 점점 상처가 늘어갔다.

“젠장……!”

김강현은 눈앞에 쏟아지는 공격들에 입술을 깨물며, 마검으로 마나를 넓게 펼쳐 급히 막아냈지만 그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크으읏!”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사방에서 공격 스킬들이 쏘아지자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어둠 때문에…… 어디서 스킬들이 펼쳐지는지 알 수 없어!’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이상 김강현은 적들이 어떤 공격을 펼치는지, 어떤 마법을 펼치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공격들이 어둠에 동화되어 김강현이 마나를 감지할 수 없게 되어버린 탓이었다.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해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어둠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냥 힘으로…… 후우!”

무지막지한 힘으로 이 비천 암격진을 부수려고 순간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그는 곧 한숨을 내쉬며 힘을 거두었다.

‘힘으로 해결한다면…… 금방 없앨 수 있겠지만 이렇게 포기해 버리면 다음도 포기하겠지.’

한 번 규칙을 어기면 다음에도 어기기가 쉽기에, 마음의 유혹을 견디어냈다.

김강현은 이 싸움의 목적이 수련이라는 것을 되뇌이며 비천 암격진을 조사했다.

‘이런 합격진이 있을 수 있지?’

비천 암격진의 약점을 찾으려고 해도 어둠으로 인해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헬릭스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에게 입을 열었다.

“이 몸께서 한 가지 조언을 해주마.”

“응?”

“네가 미숙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 이 몸은 놈들의 움직임과 마나 흐름이 느껴지는구나.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가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아……!”

그 말에 김강현은 자신이 놓치고 있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인데…… 겉모습에 현혹당했어.’

김강현의 판단대로 비천 암격진에 당한 헌터들과 몬스터들은 어둠의 효과에 당황하여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비천 암격진의 어둠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

비천 암격진에서 어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면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김강현은 마나 감지를 통해 어둠을 만들어내는 근원의 위치를 쫓아갔다.

* * *

“부길드장님. 대피 완료했습니다.”

“고생했다. 놈은?”

“비천 암격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 이대로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흐음. 방심하지 마라. 놈은 지금까지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어 살아남았고,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네!”

비천 암격진으로 김강현의 눈과 발을 묶은 사이 비천 길드는 김강현에 의해 쓰러진 B급 헌터들을 던전 밖으로 내보냈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다른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뭐가?”

남자는 B급 헌터들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비천 길드에서도 간부에 속하는 헌터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게 이야기를 꺼냈다.

“금색 캡슐을 두 번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마나가 사라지거나 폐인이 될 가능성이 90%인데, 지금 던전 밖으로 나간 B급 헌터들에게선 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 정말이냐?”

“만약 놈을 생포해서 길드원들에게 어떤 방법을 썼는지 물어보면 어떻습니까?”

금색 캡슐의 부작용은 비천 길드의 간부 헌터들에게만 공유되었다. 이 사실이 다른 길드원들의 귀에 들어갔다간 소란이 일어날 수 있어 길드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정보를 통제했다.

“혹은 놈이 금색 캡슐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지도 모릅니다!”

“음…….”

점점 흥분하며 말하는 헌터의 말에 부길드장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 그의 말대로 금색 캡슐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김강현이 알고 있다면…… 비천 길드는 강한 헌터들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비천 길드에서도 금색 캡슐의 부작용을 파악하고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김강현을 회유하자는 말이 굉장히 유혹적이었다.

“아니야. 일단 던전 밖으로 나간 B급 헌터들의 몸부터 집중 검사하도록 해. 놈과 우리는 철천지원수인데…… 과연 협력을 할까?”

“아……!”

“게다가 설사 회유한다 해도 내부에서 반대가 심할 거니 문서로 보고만 해라.”

‘아마 길드장이 용납하지 않겠지.’

부길드장은 김강현이 비천 길드로 들어오는 것을 이우경이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비천 길드에 돌고 있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동안 이우경을 믿고 날뛰던 이한결이 김강현에게 죽었고, 복수를 위해 길드를 끌어들였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문은 몇몇 헌터들에게 돌고 었있지만 부길드장은 지금까지 이우경의 행동을 보았을 때 사실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조금만 행실이 좋았어도 괜찮았을 것을.’

이한결은 이우경에게 있어 하나뿐인 혈육임과 동시에 유일한 가족이라 비천 길드에서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역린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한결이 죽었다는 소문이 들었을 땐 통쾌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우경을 믿고 이한결이 저지른 짓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우경은 복수를 위해 비천 길드를 움직였고, 부길드장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응?”

쿵! 쿵! 쿵!

그런데 비천 암격진이 흔들림과 동시에 굉음이 들렸다. 모든 시선이 비천 암격진을 향하며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집중했다.

‘지금까지 결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헬릭스의 말대로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자 비천 암격진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끊임없이 그를 죽이기 위한 비천 길드원들의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오히려 정신을 잘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무작정 공격하는 건 소용없어, 하나…….”

갑자기 김강현은 중얼거리며 허공에다가 마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저게 뭐 하는 짓이야?!”

“꼴에 마지막 반항하는 거겠지.”

“그냥 끝내 버리자고!”

김강현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비록 급소를 가격당하지 않았으나 많은 양의 피를 흘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비천 길드 A급 헌터들은 의견을 조율하고 마지막 공격을 펼쳐 끝을 내기 위해 비천 암격진의 어둠과 동조했다.

“어?”

“비, 비천 암격진이…….”

“무너지고 있어?!”

쿵! 쿵!

굉음과 함께 자신들을 감춰주던 비천 암격진의 어둠이 옅어졌다. 동시에 바깥에서 빛이 들어와 헌터들은 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아, 아티팩트…… 핵이 파괴됐어!”

“어떻게?!”

비천 길드 A급 헌터들의 목소리에서 불안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그들은 이곳을 미리 최종 결전 장소로 확정하고 비천 암격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땅속에 어둠을 만들기 위한 아티팩트를 묻어두었다.

이 아티팩트들은 발 바로 밑에 묻은 것이 아니라 깊은 곳에 묻어두어 절대 파괴될 리 없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파괴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역시 합격진을 유지하는 아티팩트들이 파괴되니 좀 더 선명하게 감지되는군.”

김강현은 마나 감응도를 최대로 높여 어둠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어둠을 만들어내는 마나를 추적하자 절반은 땅속에서, 나머지는 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에 마나를 얇고 뾰족한 바늘처럼 벼려 아티팩트를 향해 남김없이 쏘아 보냈다. 하나 A급 헌터들의 눈에는 그가 허공에 무작정 마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자, 2라운드 시작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강현의 몸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쏘아져 사라졌다.

“노, 놈이 어디로 갔어!”

“얼른 찾아!”

그런데 비천 암격진 내부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김강현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멋대로 움직이다가……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

“설마?”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비천 암격진을 펼치면서 김강현이 어둠 속에서 움직일 것을 염두에 두고 곳곳에 치명적인 트랩들을 설치해 두었다.

그들은 미리 위치를 암기해 두었기에 피해 다녔지만, 김강현은 트랩에 걸려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놈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까진 비천 암격진을 해체할 수 없으니 놈을 찾…… 컥!”

“무슨 일…… 헙!”

“갑자기 뭐야?!”

이야기를 나누던 비천 길드의 A급 헌터들이 한마디 신음성과 함께 사라졌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그들은 쉽사리 주변에 있는 헌터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에 나섰다.

“마, 맞아! 김강현! 놈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

“한곳에 모이는 게……!”

“안 돼! 그럼 비천 암격진이 해체되잖아!”

“젠장! 그럼 어떻게 하라고!”

“놈이 보이면 바로 신호를 보내! 아티팩트를 가진 헌터들을 우선 보호하고!”

비천 길드의 A급 헌터들은 급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에 나섰다. 이 모습을 김강현이 어둠에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

* * *

‘이제 내가 너희들을 사냥할 차례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어둠에 숨어 자신을 공격했지만, 이젠 반대로 김강현이 비천 암격진의 마나 흐름을 파악하고 빈 공간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덕분에 진을 유지하는 핵의 위치와 함께 그들의 움직임이 속속 들어왔다.

“놈은 핵을 노릴 테니…… 핵 주변에 모여!”

“오히려 적에게 핵의 위치가 노출될 뿐이야!”

“그럼 어떡하라고!”

그동안 자신만만하게 믿고 있던 비천 암격진을 김강현이 자유자재로 휘젓고 다닌다고 생각하자,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캉!

“노옴~!”

그때, 김강현이 어느 A급 헌터에게 모습을 드러내며 마검을 휘둘렀다. A급 헌터는 호기롭게 소리치며 김강현을 향해 창으로 반격을 취했다.

여러 번 부딪침이 이어졌다. 그런데 김강현의 공격에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는 지레 짐작하며 외쳤다.

“크흐흐흐! 역시 힘이 빠진 게 분명하구나. 그래서 우리들 사이로 숨은 것이었어!”

“…….”

“끝장을 보자!”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전력을 다해 창으로 찌르기를 시전했고, 정확하게 상대방의 배를 꿰뚫었다.

“자, 잠깐……!”

“잠깐은 무슨! 죽어라!”

“가, 같은 동료라고! 멈춰!”

“웃기지 마! 분명 목소리로 날 꼬시려는 모양인데…… 똑똑히 놈의 얼굴을 봤다고!”

그는 강하게 확신하며 소리쳤지만, 실제로 그가 찌른 상대는 김강현이 아닌 비천 길드의 동료 헌터였다.

이렇게 같은 편끼리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노, 놈이 비천 길드원으로 변장하고 있어!”

“아무도 믿지 마!”

“가까이 오면 죽인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며 믿지 못해 내부에서 내분이 일어났다. 비천 암격진의 움직임이 삐거덕거리자 어둠 속에서 보던 김강현은 미소 지었다.

‘좋아. 이제 비천 암격진이 스스로 무너지길 기다리면…….’

처음 비천 암격진을 파훼하기 위해 생각한 방법은 핵을 가지고 있는 헌터들을 공격하는 것이었지만, 시선이 집중되어 파훼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체력이 소모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켜 저절로 무너지는 방법으로 돌렸다.

김강현은 홀로 떨어져 있는 헌터의 눈앞에 나타난 뒤 지쳐 싸우는 척하며 주변에 있는 헌터에게로 유인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결정적인 공격을 하는 순간, 빠른 움직임으로 피해 엉뚱한 곳으로 공격을 흘렸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니 김강현이 움직이지 않아도 내부에서 의심과 불신이 쌓여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도대체 안에선 무슨 일이……!”

밖에 있는 부길드장은 내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비천 암격진이 스스로 자멸되고 김강현이 뛰쳐나갈 것이 분명했다.

“연락이 왔습니다. 노, 놈이 길드원으로 변장하고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어?!”

“어둠 속에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서 공격의 기색이 보이면 싸, 싸우고 있습니다.”

통신 아티팩트를 통해 비천 암격진 내부 상황을 전달받은 부길드장은 아차 싶었다.

‘비천 암격진의 어둠을 이용해 놈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구나! 이대로면……!’

“안에 연락해…… 비천 암격진의 어둠을 없애라고 전해!”

“하, 하지만……!”

“빨리!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커질 거고…… 수습할 수 없어!”

“넵!”

다급한 부길드장의 명령에 통신을 맡고 있는 길드원이 대답했다.

‘비천 암격진이 무너지기 전에…… 진열을 정비하면 돼.’

부길드장의 계획은 이러했다.

놈이 오히려 어둠을 이용하니, 어둠만 사라지게 만들면 합격진만으로도 충분히 김강현을 압박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 길드원들은 본래 합격진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테니 공격을 이어갈 수 있을 터였다.

명령이 떨어지자 핵을 가지고 있던 헌터들이 마나를 불어넣어 어둠을 없앴다. 그러자 김강현의 모습과 비천 길드 헌터들의 위치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이, 이런!”

그런데 부길드장의 생각과 달리 비천 길드의 A급 헌터들의 위치가 엉망진창이었다. 모두가 당황했다.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단 말이야?”

비천 암격진을 구성하고 있던 A급 헌터들은 한데 모여 자신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자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때를 기다렸지.”

핵을 담당하는 아티팩트를 가진 헌터들을 제외한 모든 헌터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마검을 든 김강현이 이들을 보고 있었다.

“모조리 아웃이다!”

김강현의 주변에는 헌터들의 숫자에 맞춘 붉은 마나 구슬들이 떠 있었다. 마검을 휘두르자 붉은 마나 구슬들이 헌터들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커헉!”

“컥!”

그것은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그 누구도 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붉은 마나 구슬에는 충격파의 효과가 있어 심장에 닿자마자 강한 충격을 주며 기절시켰다. 그들은 일시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끝이로구나. 남은 인간은…… 이제 한 명…….”

헬릭스는 뒤에서 지켜보다가 A급 헌터들이 쓰러지자 그들이 가진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이제 이 던전 안에 싸울 수 있는 헌터는 부길드장뿐으로, 그 혼자서 김강현과 싸워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부길드장은 김강현을 노려보다 품속에 손을 넣어 푸른 보석 2개를 꺼냈다. 그중 하나를 부수자 던전 안에 있는 모든 비천 길드원들에게서 푸른빛이 솟구쳤다.

“이 마나 흐름은 뭐지?”

“대규모 이동 마법이니라!”

김강현과 헬릭스는 어리둥절하며 상황을 보다가 비천 길드원의 모습이 사라지자 마법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대규모 이동 마법을 막기에는 늦은 순간, 순식간에 비천 길드원들 절반이 이동되었다.

“그래. 모든 것이 통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준비해 두었지.”

던전이 세상이 나타난 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세계는 하나의 아티팩트에 열광했다.

바로 던전을 탈출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정석대로 던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게이트를 통해 나와야 하지만, 이를 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비록 1회용이긴 하지만, 부르는 것이 값이어서 수량은 많지 않았다. 대규모의 인원을 던전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아티팩트는 세계에서 10개 밖에 풀리지 않았는데 그중 하나를 비천 길드에서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선물이다.”

‘던전과 함께 놈을 죽인다!’

부길드장이 손에 든 또 다른 푸른 보석의 겉면을 깨부수며 김강현에게 던졌다.

헌터들에게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던전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현재 인류는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과 싸움으로써 마나석, 제작 재료 등 다양한 부산물을 얻고 있었다. 몬스터는 던전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으니, 끝없는 보고인 던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로 인해 몬스터는 없애도 무관하지만, 던전은 파괴하면 안 되는 국제조약이 맺어져 있어 던전이 파괴되면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비천 길드는 김강현을 죽일 수 있다면 던전을 없앨 각오마저 되어 있었다.

‘뉴클리어 웨폰이라면 충분하겠지.’

이 보석은 원자력과 마나를 섞어 만들어 말 그대로 핵폭탄이나 다름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개발 단계에서 만들기가 금지되었으나, 암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없었다.

그리고 뉴클리어 웨폰의 또 다른 이름은 던전 파괴 폭탄이었다.

이렇게 뉴클리어 웨폰을 던진 부길드장도 대규모 이동 마법에 의해 사라지고, 던전 안에는 김강현과 헬릭스만이 남았다.

“젠장! 어서 도망…… 몸을 보호해!”

“뭐?!”

아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김강현과 달리 헬릭스는 뉴클리어 웨폰에서 흘러나오는 불길한 마나를 감지하고 다급히 소리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크허어어어엉!”

“헤, 헬릭스?!”

그동안 모은 마력으로 단숨에 본신으로 현신한 헬릭스는 모든 마력을 집중시킨 오른팔을 던전 뉴클리어 웨폰을 향해 휘둘렀다. 던전은 새하얀 빛에 휩싸여 헬릭스와 김강현을 덮쳤다.

* * *

“부길드장님!”

“무사하셨군요!”

대규모 이동 마법을 써서 미리 던전 게이트 앞으로 빠져나온 비천 길드의 헌터들이 부길드장이 나타나자 우르르 몰려들었다.

“괜찮다. 그보다 던전은?”

“아직 별다른 이상 없습니다.”

“응?!”

그때, 근처에서 지진이 일어남과 동시에 던전 게이트의 모양이 일그러졌다.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던전 게이트가 일렁거렸다.

비천 길드의 헌터들은 그 모습을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부, 부길드장님. 게, 게이트가……!”

“나도 보고 있다.”

던전 게이트는 심하게 일렁거리더니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었다. 2m 크기의 던전 게이트가 주먹만 하게 작아졌다.

“왜 없어지지 않지?”

세계헌터협회의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뉴클리어 웨폰에 의해 파괴된 던전은 던전 게이트가 사라짐으로써 파괴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던전 게이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공보다 작게 남아 있었다. 던전이 파괴되지 않은 것이었다.

‘설마…… 살아 있는 건 아니겠지?’

던전 게이트의 크기는 던전의 수명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던전 게이트가 작다면 이 안에서 생명체는 살아 있지 못할 텐데도 부길드장은 왠지 김강현이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나마 몸이 멀쩡한 5명의 헌터들이 남아 던전 게이트를 감시하고 모두 길드로 귀환한다.”

“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한 부길드장은 비천 길드원들에게 귀환 명령을 내렸고, 귀환 즉시 이 사실을 이우경에게 보고했다.

“잘했고 고생 많았다. 이다음은 내가 처리하지.”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이우경은 솔직한 심정으로 김강현에게 길드원들이 죽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에 놀라 큰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그를 죽이기 위해 길드의 절반을 보냈지만, 이 중의 절반이라도 살아 돌아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부길드장의 보고에 이우경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설사 살아 있다해도…… 던전을 복구하지 못하는 한 빠져나올 수 없다.”

이우경은 뉴클리어 폭탄으로 인해 쪼그라든 던전 게이트를 보며 확신했다. 현재 기술로 파괴된 던전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한 김강현은 굉장히 끈질겨 살아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우경은 단 1%의 가능성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전과 같은 위력의 던전 파괴 폭탄을 구할 순 없겠지만…… 확실히 던전을 없애는 것이 좋겠지.”

이우경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복수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