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장. 켈베로스의 불꽃 심장 (33/119)

4장. 켈베로스의 불꽃 심장

켈베로스(A급 몬스터)

체력: A+ 마나: B+ 근력: A

민첩: A 지능: B 정신력: B+

파이어 오러(A)-불에 대한 저항력을 120% 향상시키며, 자유자재로 불을 조종할 수 있다.

파이어 스킨(A)-오랜 시간 불꽃에 둘러싸여 있어 피부가 딱딱해졌으며, B급 이하의 공격 데미지는 50% 이하로 줄여주고, C급 이하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브레스(A)-목숨이 위험해지면 세 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화염 브레스를 쏟아낸다.

우선 김강현은 켈베로스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상태창을 살폈다.

헬하운드가 건물 1층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켈베로스는 건물 3층 크기의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검은색 몸통에 달린 흉포한 세 개의 머리는 마계의 몬스터로서의 위압감을 뿜어냈다. 덧붙여 불꽃에 특화되어 불 계열의 공격은 쉽게 통하지 않았다.

“크르르릉…….”

잠을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자신이 머물고 있던 마계가 아닌 인간계에 소환되어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곁에서 수발을 들어주던 헬하운드들도 사라져 있어 식사 시간을 놓치자 켈베로스는 한껏 짜증이 난 상태였다.

“크릉? 크르릉!”

그런데 어디선가 인간의 냄새가 풍겨왔다.

주변을 둘러보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인간들을 발견한 켈베로스는 머리 하나당 인간 한 마리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이에 맞춰 김강현 일행도 켈베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중 김건이 먼저 켈베로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으으…… 차지!”

세 개의 머리 중 하나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것을 메두사의 방패로 막아낸 김건은 바로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마나 실드를 만들어냈다.

“잘했다!”

“그럼 어서 놈의 입에!”

이 틈에 뒤편에 있는 김강현은 마나로 파이어 포션을 압축해 켈베로스의 입속으로 날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켈베로스가 달려들자 사선으로 마검을 기울이며 공격을 막아냈다.

“다시!”

“크으으…… 차지!”

이에 분노한 켈베로스가 다시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김강현은 김건의 뒤로 물러났고, 김건은 다시 이를 악물며 켈베로스를 향해 차지로 몸을 부딪쳤다.

“크르르…… 크릉!”

“크왕!”

그러나 켈베로스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두 개의 머리에서 검은 불꽃을 쏘아 보냈다. 발이 땅에 깊숙이 박혀 있던 김건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아뜨뜨뜨. 약간 뜨겁긴 하지만…… 효과가 괜찮은데?”

“혹시 모르니 계속 내성 포션을 먹도록 해!”

“네네!”

불꽃에 휩싸이면 불에 타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김건의 옷가지와 머리카락은 불에 그슬린 흔적만 있을 뿐 전혀 불꽃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것은 이유하가 만든 불꽃 내성 포션 덕분이었다.

켈베로스와 싸우기 직전 김건과 김강현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불꽃 내성 포션을 먹은 후 옷과 몸에 꼼꼼히 발라 일시적으로 불꽃에 대한 내성을 급격히 올렸다.

하지만 켈베로스의 공격력에 따라 지속 효과가 얼마나 변할지 몰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 틈을 노린 김강현은 다시 한번 켈베로스의 입에 파이어 포션을 넣었다.

“크르릉?!”

“크르르릉!”

“크릉!”

한편 켈베로스는 인간이 입안으로 던진 액체를 삼키자 점점 마력이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크라라라라!”

이에 신이 난 켈베로스는 인간들을 향해 계속 불꽃을 쏘았다. 김건은 켈베로스의 불꽃 공격이 이유하를 향할 때면 발 빠르게 뛰어가 공격이 닿지 않게 노력했다.

“으아아아앗! 김건 살려!”

“……그렇게 막 도망 다니면…… 동선을 읽을 수 없단 말이야!”

“좋아! 아주 잘하고 있어!”

마력이 증폭되자 켈베로스가 내뿜는 불꽃의 화력도 강력해졌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

켈베로스의 불꽃 공격이 여러 번 반복되자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열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불꽃 내성 포션의 힘이 반복되는 공격에 약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메두사의 저주!”

혹시나 싶은 마음에 김건은 켈베로스의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메두사의 방패에 실린 마법을 시전했다.

“크르르릉?”

“크라?”

“크아아아아아!”

“아, 젠장!”

그러나 켈베로스에갠 메두사의 저주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까보다 큰 검은 불꽃 덩어리가 김건을 향해 쏘아졌다.

이를 계속 맞는 것은 미친 짓이라 여긴 김건은 사방을 돌아다니며 켈베로스의 공격을 피했다.

“빨리 어떻게 좀 해주세요!”

김건은 투덜거리면서도 불꽃을 직접 맞기도 하고 실드로 막아내기도 하면서 놈의 시선을 끄는 디펜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점점 힘에 부치고 있었다.

‘계속 빈틈을 노리며 공격할 수밖에.’

김강현은 틈을 노려 켈베로스에게 파이어 포션을 먹이고 있었고, 이유하는 공격이 닿지 않는 후방에서 공격 방향을 읽음과 동시에 치료 포션들을 보충해 주며 서포트하고 있었다.

지난 켈베로스 사냥에서는 화염 브레스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파티원들과 함께 이를 차단하며 처음부터 압도적인 무력으로 처치했다. 그런데 이번 사냥에서는 일부로 켈베로스가 화염 브레스를 쏘게 만들어야 하고, 그 전까지 멀쩡하게 버텨야 하기 때문에 앞선 사냥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아 힘들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르르…….”

“크르르릉……!”

“크아와와왕!”

시간이 지나자 켈베로스는 아무리 불꽃을 쏘아도 점점 늘어나는 마력이 감당되지 않아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마력이 늘어나 신이 나서 멋대로 불꽃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력을 통제하는 체력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켈베로스의 전신에서는 차고 넘치는 마력이 이미 유형화되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는 곧 마력 폭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크르르릉!”

고민 끝에 켈베로스는 넘치는 마력을 소모하기 위해선 화염 브레스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켈베로스의 몸이 붉게 물들고 세 쌍의 눈도 붉게 변해갔다.

“지금이다! 건!”

“네, 준비하겠습니다.”

“유하!”

켈베로스가 화염 브레스를 쏘기 전, 호흡을 깊게 마시는 3초의 딜레이 시간이 존재했다.

김건은 발을 땅에 깊숙이 박은 후 가지고 있던 불꽃 내성 포션을 모조리 마셨다. 이유하는 혹시라도 화염 브레스의 영향권에 휘말릴까 뒤로 물러났고, 김강현은 김건의 뒤에 서서 마검을 들어 올리며 인피니티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크라라라라라라~!”

이렇게 준비가 끝나기가 무섭게 켈베로스의 세 개의 머리에서 화염 브레스가 일제히 김건을 향해 쏘아져 갔다.

‘위험할 수 있겠는데?!’

김강현은 김건의 실력이 충분하다 생각하고 그를 전면에 배치했는데, 파이어 포션이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김건은 믿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중 마나 실드!”

“……!”

김건은 지난 4일의 결과물을 메두사의 방패에 만들어냈다.

이제 마나 운용의 세밀함이 높아져 이중으로 마나 실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단순히 방패를 감싸는 것이 아닌 몸을 가릴 만큼 크기도 컸다.

김건이 이중 마나 실드를 펼치자마자 세 방향의 화염 브레스가 그를 덮쳤다.

‘으으으으…… 원래 이렇게 무지막지한 거야?’

화염 브레스는 단숨에 김건을 덮칠 것처럼 강한 열기로 이중 마나 실드를 녹이고 있었다.

만약 김건을 두르고 있던 마나 실드가 이중이 아니었다면 이미 불꽃에 휩싸여 죽었을 정도였다. 지금도 곳곳에 금이 가고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화염 브레스의 영향으로 곳곳에 화상을 입기 시작했다.

“……불꽃 내성 포션을 좀 더 개량할 것을!”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이유하는 발을 동동거렸다.

그녀 또한 파이어 포션이 위력이 생각보다 더 강했음을 알아차렸다. 불꽃 심장 때문에 괜히 김건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했고, 내성 포션의 위력을 더 손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성 포션이 아니었다면 김건은 진작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었다. 김건과 이유하는 한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강현 님!”

“……강현.”

두 사람은 켈베로스와의 싸움을 마무리 지어줄 김강현의 이름을 소리쳤다.

“좋아. 그렇지 않아도 간다!”

김건이 시간을 벌어주며 켈베로스의 빈틈을 만들어주는 사이, 김강현은 켈베로스의 목숨을 단숨에 거두어갈 준비를 마쳤다. 인피니티 마나로 육체를 강화하고, 마나 소드도 여러 갈래를 꼬아 강화시켰다.

“하아앗!”

기합과 함께 김강현이 마검을 겨누며 단숨에 쏘아져 나갔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김건과 이유하는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지 못했다.

“부, 불꽃이 사라져?”

“아냐. 저건 불꽃을 흘리고 있는 거야.”

“어쨌든…… 살았다.”

말과 함께 김건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화염 브레스를 향해 뛰어든 김강현은 김건에게 쏘아지던 화염 브레스를 공중으로 흘려 보냈다. 정확히는 전신을 감싼 인피니티 마나의 흐름으로 브레스의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공격 사정권 안에 들어서자 마검을 휘둘렀다.

“인피니티 포스!”

그 순간, 트윈 헤드 오우거를 없앴을 때처럼 켈베로스에게서 푸른빛이 일렁거렸고, 강현은 빛의 길을 마검으로 베었다. 그러고는 오히려 속도를 높혀 켈베로스의 몸을 단숨에 꿰뚫어 버렸다.

“……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건과 이유하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었다.

눈 깜빡하는 짧은 순간에 켈베로스의 몸을 뚫고 나온 김강현은 무사히 뒤편에 착지했다. 왼손에는 그의 몸통만 한 붉은 물체가 들려 있었다.

“자, 잠깐만요. 그런데 켈베로스가!”

“위험해요!”

“크르르릉…….”

“크라라라라~!”

순간, 어찌 된 일인지 켈베로스가 포효하자 김건과 이유하는 소리를 질렀다.

켈베로스는 분노를 내뿜으며 당장에라도 김강현을 공격할 듯 이빨을 드러냈지만, 김강현은 천천히 마검을 거두어들였다.

“괜찮아. 이미 놈은 죽었어.”

김강현은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달려오려는 김건과 이유하를 달래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 *

달려들던 켈베로스의 얼굴이 김강현에 닿기 직전, 갑자기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펑!

사아앗! 퍼퍼퍼퍼펑!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켈베로스의 몸 안에서 붉은 마나 소드가 무자비하게 산개되었다. 켈베로스의 내부 장기를 비롯한 뼈와 살이 산산조각 나며 생명체의 흔적을 없앴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켈베로스가 죽어 버리자 이유하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김건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 때는 마나 소드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 하늘을 벤 적이 있었지. 이번에는 켈베로스의 몸에 마나 소드를 응축시킨 뒤 한순간에 폭발하도록 한 거야. 지난번처럼 힘을 조절하지 못하다간 던전이 엉망진창이 될 테니까.”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물론. 너도 경험했잖아. 피어스 방패술과 이중 마나 실드.”

“네?.”

“발현되는 스킬은 달라도 기본적인 틀은 똑같아. 단순히 스킬을 편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스스로 노력해서 발전시키는 것. 만약 이 며칠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면서 피어스 방패술을 다양하게 시전하지 않았다면, 마나 운용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이중 마나 실드는 얻지 못했을 거다.”

“아!”

“피어스 방패술이 이대로 정체될지, 발전할지는 네게 달렸어. 다른 스킬들도 마찬가지고.”

“네!”

김강현의 뼈 있는 충고에 김건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검 어르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했네.’

검천호가 김강현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었다. 스킬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기술을 갈고닦을 것.

많은 헌터들이 놓치고 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초심이나 다름없었다.

김강현은 이유하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이건?”

“네가 찾던 물건이지.”

“부, 불꽃 심장?!”

옆으로 다가온 김건이 놀란 듯 소리쳤고, 이유하는 불꽃 심장을 소중이 받아 들었다.

불꽃 심장은 주먹 크기만 한 붉은 보석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정말 살아 있는 심장처럼 뜨겁고 작은 박동이 느껴졌다.

“……고, 고마워요. 이걸로 좋은 포션을 만들게요!”

“그래. 켈베로스의 사체는 협회에 팔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렸으니 내가 해체해서 나오는 금액만큼 나누어줄까 해.”

“……저, 저는 부, 불꽃 심장이면 괜찮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돈보다 많은 것을 얻었어요.”

“아니. 이렇게 끝내 버리면 나중에 파티를 맺었을 때 불편해져.”

“…….”

“…….”

“유하의 몫을 줄 때는 불꽃 심장에 대한 금액을 제할 거고, 건에게는 온전한 몫을 주도록 할게. 네가 얻은 건 네 노력으로 얻은 것이니 이것과는 별개야.”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하는 김강현의 말에, 김건과 이유하는 무의식중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까지 김강현이 겪어본 결과, 사람들이 헤어지고 싸우는 이유의 대부분은 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친분이 있다면 돈은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배분하는 것이 맞았다.

말이 끝나자 김강현은 자리에서 바로 김건과 이유하에게 돈을 보내고, 던전 안에 설치했던 텐트를 수거했다.

“그럼 고생하셨습니다!”

던전을 빠져나가는 게이트 앞. 김건이 힘차게 소리쳤고, 이유하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잠깐만.”

“응?”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

그들의 뒤편에 있던 김강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건과 이유하를 불렀다.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김강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갑작스럽지만 내 길드에 들어오지 않겠어?”

“……네?”

“기, 길드요?”

“그래.”

단도직입적인 말에 김건과 이유하는 놀라 되물었다.

‘둘 다 놓치기엔 아까운 녀석들이야.’

김건은 A급 헌터 시험과 켈베로스 던전을 거치면서 하루하루 늘어나는 실력 폭이 엄청나 S급 딜러 & 디펜더로서의 가능성이 보였다.

이유하는 또한 뛰어난 스킬을 기반으로 한 알케미스트 능력과 계산, 분석 능력이 대단했다. 이번 켈베로스 던전에서도 미리 이유하가 켈베로스의 움직임을 읽고 김건을 서포트하고, 상황 전체를 읽고 지시했기에 무사히 사냥을 마칠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을 알고도 놓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조사를 하고 있지만…… 이 세계를 위협하는 적이 있어. 그런데 나 혼자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이 세계를 위협하는 적?”

김강현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던전과 몬스터들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는 정보는 상대방에게 혼란만 주고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었다.

“적을 파헤치고 싸우기 위해선 동료들이 필요해서, 그 시작으로 길드를 만들려고 해.”

“……그 말은?”

“아직 협회에 길드 창설을 하지 않은 시작 단계인 셈이지. 하하하.”

날카로운 이유하의 질문에 김강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오래전부터 동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길드를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같이할 동료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의 두 사람은 지낸 시간은 짧지만 꼭 길드의 동료로 같이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아니요. 마음을 정했습니다.”

“응?”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한 김강현이 주제를 돌리려는 순간, 이번에는 김건이 김강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길드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아니,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김강현은 김건의 세계를 넓혀주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덕분에 김건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내가 도달해야 할 목표!’

A급 헌터 시험 때 트윈 헤드 오우거와 싸우는 김강현의 뒷모습을 본 김건은 그 등을 뒤쫓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련했지만, 이번 싸움을 통해 실력 차를 절실하게 경험했다.

때문에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김강현의 등을 좇기로 결심했다.

“……저, 저도 들어가도 될까요?”

“정말?”

“……네.”

뒤이어 이유하도 길드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동안 이유하가 다른 길드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을 부속품으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들은 이유하가 아닌, 이유하가 가진 스킬들만을 필요로 할 뿐이었다.

하지만 김강현은 달랐다. 먼저 자신을 이해하고 다가와 주었고, 오히려 지식을 나누어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며칠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

김강현은 연금술 지식이 뛰어나 모르는 것이 없어서, 포션 제조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오히려 알케미스트인 자신이 그를 따라다니며 배워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도 더 강해질 수 있어.’

헌터로서 강해지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이었다.

“둘 다 고마워. 그럼 길드를 만든 후 나중에 가입하면 되겠다.”

“나중이요? 지금은 가입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김건과 이유하는 왜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가입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길드에 들어오겠다고 한 이상 알고 있어야겠지.’

“으음…… 지금부터 듣는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었으면 좋겠어.”

김강현은 신음성을 흘린 뒤 스컬 길드의 일부터 시작해 A급 헌터 시험에서 있었던 일까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래서 현재 비천 길드와는 적이 된 상태야.”

“그 시험에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말도 안 돼.”

김강현은 만약 최악의 상황이 될 경우 그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비천 길드에게 공격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체 이 사람은?’

한편, 김건과 이유하는 김강현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말한 일들은 도저히 그 혼자서 처리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강현의 말에선 거짓을 느낄 수 없었다. 그동안 암암리에 헌터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소문대로 비천 길드가 노리는 헌터가 김강현이라면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너희들이 길드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이야.”

“정말 혼자서 비천 길드를 상대할 생각입니까?”

“혼자가 아니야. 나한테는 헬릭스라는 소환수가 같이 있어.”

“그러고 보니…….”

“지금은 부탁한 일이 있어 따로 떨어져 있지만 말이야.”

들려왔던 김강현의 소문 중 하나가 웬만한 헌터들보다 강한 소환수를 데리고 있는데, 아무도 그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헬릭스가 귀찮은 일을 막기 위해 마법으로 헌터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계속 지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십시오.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그래요.”

김건과 이유하는 김강현의 손을 잡으며 힘을 주었고, 김강현은 든든함에 미소를 띠었다.

* * *

“다녀왔습니다.”

“강현이니? 아무리 헌터로 일한다지만 얼마 만에 집에 들어오는 거야? 게다가 연락 한 통도 없고!”

“죄송해요. 앞으로 자주 집에 들어오고, 연락도 자주 할게요. 그리고…….”

“이건 뭐니?”

“선물입니다.”

일주일 만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이수진의 잔소리 폭격을 맞은 김강현은 싹싹 빌며 사과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꺼내는 척하며 아공간에서 꺼낸 보석함 세 개 중 하나를 이수진에게 건넸다.

“어머! 예쁜 목걸이네!”

“네. 건강에 좋은 목걸이니까 항상 차고 다니세요.”

“당연하지. 고마워, 아들.”

“선물? 오빠, 나도! 나도!”

“여기 있다.”

선물이라는 말에 거실에 있던 김아현도 문 앞으로 달려 나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김강현은 이를 예상한 듯 미리 준비한 보석함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수진과 김아현은 김강현이 선물한 목걸이를 바로 착용하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이건 넥타이 핀인데…… 아버지께 전달 부탁드릴게요.”

“그럼. 당연하지. 혹시 밥은 먹었니?”

“아뇨. 이따가 저녁 먹을게요.”

“그러렴!”

“오빠, 땡큐!”

선물을 받은 이수진은 언제 잔소리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화기애애한 말투로 변해 있었고, 김아현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강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이걸로 안전 대책은 끝났다.’

방금 선물한 액세서리들은 일전에 루시아와 함께 구입했던 물건들로, 틈틈이 헬릭스와 함께 아티팩트로 개조한 것이었다. 덕분에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아티팩트가 그들의 위험을 알려주고 안전장치를 발동할 것이었다.

“슬슬 약속한 시간이 됐는데?”

방 안에 도착한 김강현은 바로 침대에 누워 시간을 확인했다.

곧 시계 바늘이 정확히 5시 정각을 가리키자 그림자가 길어지며 그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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