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알케미스트 이유하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강현 님이 제일 많이 고생했죠.”
“맞아요. 덕분에 보스 몬스터도 쉽게 죽였잖아요.”
“아닙니다. 그럼 정산을 해볼까요?”
김강현은 B급 헌터들과 희희낙락거리며 게이트를 빠져나온 후 헌터협회가 마련해 놓은 정산소로 향했다. 게이트 앞에는 정산소가 있어 던전 안에서 얻은 몬스터들의 사체와 아이템을 처분할 수 있었다.
그동안 김강현은 혼자 던전에서 얻은 물건들은 연철무의 가게에서 처분했기 때문에 정산소를 이용할 까닭이 없었지만, 헌터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헌터들과 파티를 이뤘을 땐 사냥 후 바로 가까운 정산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산소에 도착한 김강현과 헌터들은 각자 아공간 마법이 걸린 가방에서 몬스터를 잡고 얻은 부산물을 꺼내놓았다.
“이건 B급 몬스터 헬하운드의 이빨과 뼈, 그리고 A급 몬스터인 켈베로스의 사체로군요.”
정산소의 직원들은 몬스터 북을 보며 김강현과 헌터들이 가져온 부산물들의 가격을 꼼꼼히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총 13억 8,000만 원으로, 켈베로스의 사체가 깨끗하여 정가보다 3,000만 원을 높여 드렸습니다.”
“역시…….”
“그럼 배분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 있는 4명에게 N분의 1로 지급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10%의 처분 수수료를 제외하고 입금하겠습니다.”
정산소 직원은 각각 3억 1,050만 원씩 입금했고, 김강현과 헌터들은 헌터폰 알림을 통해 금액이 입금되었음을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파티를 맺도록 하죠.”
“네. 다음에 파티 만들게 되면 연락 부탁드려요.”
“여기 제 연락처입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헤어진 뒤, 김강현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이걸로 오늘은 3개 클리어인가?”
루시아와 헤어진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김강현은 헌터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난 헌터들과 파티를 꾸려 B급 던전들을 클리어하고 다녔다.
“아직 테라에 대한 성과가 없으니 좀 더 돌아보자.”
이렇게 던전을 도는 이유는 2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던전과 테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던전에 테라의 마나가 있고, 게이트가 테라의 몬스터들을 소환하고 있어 누군가에 의해 던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헬릭스는 마력의 발생 근원을 조사하기로 하고, 김강현은 던전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 기준이 너무 높은 건가? 아니면 헌터들의 수준이 낮은 건가?”
두 번째는 헌터들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나타난 돌연변이 던전의 수준을 고려하면 나중에는 더욱 위협적인 몬스터들이 등장할 것이 분명했고, 과연 지구의 헌터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헌터들의 수준을 정확히 알기 위해 파티를 만들어 던전을 돌고 있는데, 지금까지 만난 헌터들 중 김강현의 마음에 쏙 드는 헌터는 한 명도 없었다.
“응?”
그때, 헌터폰이 울려 액정을 확인하니 연세연의 이름이 보였다.
“여보세요.”
-강현아, 큰일이야! 큰일!
“응?”
반갑게 전화를 받은 김강현과 달리 헌터폰 너머 연세연의 목소리는 굉장히 다급했다.
“무슨 일인데?”
-후우…… 놀라지 말고 잘 들어. 길드의 정보 팀에서 받은 소식인데 비천 길드에서 비밀리에 너를 죽이려고 하고 있대! 지금 당장 몸을 피해야 한다고!
수화기 너머로 연세연의 초조함과 불안감이 느껴졌다.
연화 길드에서는 최근 비천 길드의 헌터들이 던전에 나타나지 않자 이상함에 비천 길드원을 간신히 매수해 무슨 일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비천 길드가 김강현을 죽이기 위해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연세연은 곧바로 연철무의 허락을 받고 김강현에게 연락한 것이다.
“아, 그렇구나.”
-뭐, 뭐?!
그런데 예상과 달리 차분한 김강현의 반응에, 연세연은 굉장히 당혹스러움과 동시에 그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너 어디 아파? 비천 길드가 널 죽이려고 한다고! 대한민국 양대 길드 중 하나인 비천 길드라고!
“이미 예상했던 일이야. 나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바로 움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중하게 움직이는걸?”
-사, 사건?
“비천 길드의 비천 추살조와 이한결을 내가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거의 죽인 거나 다름없지.”
-……뭐어~?!
굉장히 해맑은 김강현의 대답에 수화기 너머로 잠깐 정적이 흐르다 비명이 들려왔다.
헌터들 사이에서 이우경이 자식인 이한결을 아끼는 사실을 모르는 헌터가 없었다. 그래서 개망나니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천 길드에 속해 헌터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한결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연세연은 이 일이 이미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지, 진짜 제정신이야?
“다 방법을 세워놓았으니 걱정 마. 그리고 연 어르신의 시간을 보고 약속을 잡아줄래? 부탁할게. 그럼 내일 보자.”
-야! 야! 김강……!
김강현은 더 이상 연세연이 뭐라고 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검 어르신이 자리에 없는 지금을 놓치지 않겠지.’
연세연에게 말한 대로 이미 비천 길드의 움직임을 예상하여 대비를 세워놓았다. 그는 비천 길드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강현 님? 오랜만입니다!”
바로 이 상황에 대해 헬릭스와 의논하려던 김강현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옆을 돌아보았다.
“김건?”
그는 A급 헌터 시험에서 만났던 김건이었다.
‘이 녀석…… 꽤 재밌어졌잖아.’
김강현은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다른 헌터들처럼 평범했지만, 피어스 방패술을 수련한 이후 자연스럽게 마나의 밀도가 단단해지고 주변을 항시 경계할 수 있도록 날카롭게 감각이 서 있었다.
김강현은 그가 이 정도가 되기까지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빠른 성장에 역시 자질이 있음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
“그런데 옆에는 누구?”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건 옆에는 긴 머리카락으로 눈까지 얼굴을 가린 여성이 있었다. 누구인지 묻자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와 김강현은 순간 당황했다.
“아, 이쪽은 B급 헌터 이유하인데, 내성적인 성격이라 집중하고 있어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복장을 보니 알케미스트?”
“네. 그리고 치료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치료 스킬을 가진 알케미스트면…… 최강의 조합이잖아.”
김강현은 김건의 설명에 감탄하며 다시 한번 그녀를 보는데, 이유하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알케미스트는 던전에서 수집한 약초들을 이용해 연금술로 포션과 약을 만들기도 하지만, 손재주가 뛰어나면 아티팩트도 만들 수 있어 많은 가능성을 가진 직업이었다.
게다가 본인이 만든 포션에 약과 치료 스킬까지 더한다면 엄청난 실력의 알케미스트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그런데 알케미스트가 왜 여길? 여기서 사냥하는 것보단 물건들을 매입해서 관련 아이템을 만드는 게 효율적일 텐데!”
“그렇긴 한데 던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고, 시장에는 희소한 물건들이라 잘 나와 있지 않아서요. 그리고…….”
이야기를 하던 김건은 김강현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유하가 가진 능력 때문에 다른 헌터들과 싸움에 휘말린 적이 있어요. 그때 이후로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다른 사람들과 말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해요.”
“으음…… 그럼 어떻게 넌?”
“실은 어릴 적부터 친구라서 사정을 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유하가 저한테 싸게 포션들을 팔아줘서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고요.”
이유하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게 말한 김건의 말에 김강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떤 능력을 가졌길래?’
알케미스트는 극과 극의 대우를 받는 직업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알케미스트는 나라와 길드에서 우대를 받는 반면, 변변치 않은 실력이라면 아무도 찾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강현은 그녀의 상태창을 살폈다.
이유하(B급 알케미스트)
체력: C+ 마나: B 힘: C
민첩: C 지능: A 정신력: B+
연금술(B)-금속이나 물질을 재련해 새로운 금속과 물질을 만들어낸다. 숙련도가 높을수록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 수 있고, 금속과 물질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조합을 발견할 수 있다.
치료학(B)-모든 질병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약초와 독초 등 약에 대한 구분이 가능하고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분석(B)-하나의 정보를 통해 다른 정보를 연상하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계산과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이 스킬들만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이유하가 가진 스킬들은 알케미스트라면 꼭 필요한 스킬들이었다. 게다가 분석 능력은 차후 다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상태창을 보자 김강현은 이유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여기 온 거 보면…… 던전에 들어가려고?”
“네. 유하가 여기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료가 있다고 해서요.”
“……켈베로스의 두개골과 심장…….”
“하하하하하.”
조용히 있던 이유하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원하는 재료를 말하자 김강현에게서 어색한 웃음소리가 나왔다.
5분만 일찍 왔다면 보스 몬스터인 켈베로스의 두개골과 심장을 쉽게 얻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힐끔 정산소를 보니 아까 처분한 켈베로스의 사체는 헌터협회와 협약을 맺은 연구소로 옮겨진 상태였다.
‘헬릭스에게 연락은 조금 미뤄도 되겠지?’
김강현은 김건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이유하가 어떤 알케미스트인지 굉장히 궁금해져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으면 나도 던전에 같이 들어가도 될까?”
“정말요?”
“실력은……?”
“민폐 끼치지 않을 거예요.”
“…….”
“유하야.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어!”
“……?”
“A급 헌터인 강현 님이 함께하면 예상했던 시간의 절반도 안 돼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다고!”
“……!”
A급 헌터라는 말에 머리카락 사이로 가려진 이유하의 눈이 크게 커졌다.
‘그럼 불꽃 심장을 구할 수 있을지도…….’
“……네. 좋아요.”
이유하는 김건에게는 말하지 못한 히든 피스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자 서둘러 수락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였으나, 이유하는 켈베로스의 눈 세 쌍에 모두 불꽃이 나타냈을 때 죽이면 불꽃 심장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과 김건의 실력으로는 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웠지만 김강현이 도와준다면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뭐죠?”
“방금 전에 파티원들과 함께 던전의 켈베로스를 죽였거든.”
“걱정 마세요. 다 감안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응?”
보스 몬스터가 죽으면 리젠 시간 동안에는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으니 혹시나 싶어 말했지만, 김건은 호언장담하며 미리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
이유하도 아무런 문제없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켈베로스 던전은 마치 지옥을 형상케 하는 검은 대지로, 곳곳에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암석들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둘러보면 듬성듬성 식물들이 자라나 있어 작은 생명체들의 인기척도 느껴졌다.
김강현을 비롯한 일행은 던전을 돌아다니다가 은신하기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강현 님, 여기 바닥 정리를 부탁드릴게요.”
“흡!”
김건의 말에 김강현이 마검을 휘둘렀다. 바닥이 평탄해지자 김건은 등에 메고 있던 짐을 풀었다. 그 안에서 나온 물건들은 텐트를 비롯한 각종 캠핑 물품들과 몬스터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보호 아티팩트들이었다.
이유하는 연금술 제조에 필요한 도구들을 텐트 안 한쪽에 설치했다.
‘처음부터 장기간 던전에 머물 생각으로 왔구나.’
켈베로스 던전은 다른 던전과 다르게 굉장히 더운 기후를 유지하고 있어, 이 영향에 특화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김건과 이유하의 행동을 보니 이 텐트를 거점 삼아 연금술에 필요한 재료를 채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유하야, 재료 모으는 것도 도와줄 테니 필요한 재료들을 알려줘.”
“……연금술을 모르면 어려워서…… 죄송해요.”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니 걱정 마.”
“……여기요.”
던전에 들어오기 전 김강현은 이유하가 김건과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서로 편하게 대화하기로 했다.
이유하에게 호기심이 생긴 김강현이 도움을 자청하자 그녀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필요한 물품 목록을 종이에 적어 건넸다.
“이 조합법이면 불꽃 속성에 대한 내성 포션인가?”
“어, 어떻게…… 그걸?!”
“어깨너머로 다른 알케미스트들이 하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대로 만들면 다른 재료들과의 비율 때문에 화염초의 약효가 떨어져 포션의 질이 안 좋을 거야.”
“……그래서 고민이에요. 어떻게 하면 화염초의 약효를 높일 수 있을지.”
켈베로스 던전은 화염에 내성 있는 약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 이와 관련된 포션과 약을 만드는 데 수월했다.
이유하 역시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약초들로 포션과 약을 만들곤 했지만, 생각보다 약의 효능이 떨어져 배합 방법을 고심하던 차였다.
“여기에 헬하운드의 뼛가루를 더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화염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으니 화염초의 약효를 감당할 수 있을 거야.”
“그, 그런 방법이…….”
김강현은 다른 조합법이 적힌 종이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헬하운드의 피를 더한다면 화상 연고의 효능을 더 높일 수 있겠어.”
“오오~!”
“비율에 따라 충분히 중품…… 아니, 상품도 가능할지도.”
김강현의 말이 이어질수록 머리카락에 가려진 이유하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럼 저는 비율에 대해 고민해 볼게요.”
단 몇 마디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김강현에 대한 이유하의 신뢰도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동안 연금술 스킬을 가진 헌터들을 몇몇 만났지만, 조합에 대한 내용은 비밀로 하고 있어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김강현은 연금술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금술 지식 수준이 높았고 아낌없이 조합 방법을 알려주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 많이 했는데…… 유하와 잘 어울려서 다행이다.’
김건은 내성적인 성격의 이유하가 김강현과는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
“네? 네!”
“오랜만에 보았으니 실력 좀 확인해 보자!”
이유하가 불꽃 내성 포션에 대한 비율을 연구하기 위해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김강현은 김건을 데리고 헬하운드 무리를 찾아 떠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피어스 방패술은 어때?”
“그렇지 않아도 어울리는 방패가 뭘까 고민 많이 했어요.”
“웃고 있는 걸 보니…… 해결한 모양이야.”
“네. 직사각형의 타워 실드를 쓸지, 역삼각형의 카이트 실드를 쓸지 생각하다가, 이걸로 선택했어요.”
김건은 등 뒤에서 천으로 가리고 있던 방패를 꺼내 들었다.
“……라운드 실드?”
방패의 모양이 둥근 형태로, 한 손에 쥘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리고 방패의 중앙에는 머리카락이 뱀으로 이루어진 여성의 얼굴이 각인되어 있었다.
“네. 이게 메두사의 방패라고 불리는데…… 구하는 데 엄청 힘들었어요!”
“……?”
“여기 메두사 얼굴에 마법이 새겨져 있는데, 메두사의 눈빛을 보는 몬스터는 일정 확률로 석화 마법이 발동되어 몸이 굳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싸긴 하지만, 제게 꼭 필요할 것 같아 무리를 해서라도 구했습니다.”
“흐음…….”
김강현은 김건의 말에 라운드 실드의 정보를 몰래 살폈다.
메두사의 방패(A급)
-메두사의 두 눈에 석화 마법이 각인된 마나석이 박혀 있으며, 약간의 마나를 흘리면 ‘메두사의 저주’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다. C급 이하의 몬스터들에게는 50%의 확률로, B급 이상의 몬스터들에게는 15%의 확률로 마법이 발동되며 뛰어난 대장장이가 제련하여 방패 또한 튼튼하다.
메두사의 방패 정보를 확인하니 김건의 말 그대로였지만, 김강현은 미심쩍었다.
“설마 아이템발이 실력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죠. 아마 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
호언장담하는 김건의 말에 김강현이 찜찜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헬하운드 무리와 마주쳤다.
다섯 마리로 이루어진 헬하운드 무리는 두리번거리며 먹잇감을 찾다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랏, 김건! 너로 정했다!”
“네, 네!”
‘왠지 기분이…….’
김강현의 외침에 자신 있게 나선 김건은 왠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꼭 옛날에 굉장히 유행했던 만화의 몬스터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헬하운드들을 보자 곧 현실을 자각한 그는 라운드 실드를 들었다.
‘피어스는 카이트 실드를 이용해 공격과 방어를 능숙하게 했었지.’
카이트 실드는 아랫부분이 뾰족하여 날카로운 무기로 활용 가능했고, 위쪽은 평탄하여 방패로 용이했다.
그렇기에 김강현은 김건이 라운드 실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 한바탕 놀아볼까?”
김건은 어느덧 눈앞에 도착한 헬하운드 무리를 향해 앞발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섰다.
“메두사의 저주!”
바로 석화 마법을 시전하자 헬하운드 3마리의 움직임이 멈췄고, 2마리의 헬하운드가 김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김건이 왼손에 들고 있는 라운드 실드에 마나를 덮었다.
“크르르릉!”
“크와아아앙!”
두 마리의 헬하운드가 양옆에서 달려들자 김건은 라운드 실드를 살짝 눕혀 날을 무기 삼아 휘둘렀다. 헬하운드들의 목덜미에 깊은 상처가 생겨났다.
“차지!”
이에 그치지 않고 방패를 몸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긴 후 헬하운드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그러자 헬하운드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그사이 석화 마법이 풀린 3마리의 헬하운드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앗!”
이를 눈치챈 김건은 반대로 헬하운드 무리를 향해 뛰어든 후, 라운드 실드를 휘둘러 매섭게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무게와 크기가 있는 타워 실드나 카이트 실드보다는 라운드 실드가 가벼우니 기동성이 올라가지.”
김강현은 김건의 전투를 보며 상세히 분석에 들어갔다.
지구에 비해 문명이 중세시대에 불과한 테라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방패의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김강현도 피어스 방패술에 어울리는 다른 방패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김건은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라운드 실드를 찾아낸 것이다.
김강현이 놀란 사실은 하나 더 있었다.
“벌써 마나 변형을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제법이야!”
전에 보았을 때 김건은 마나를 단순히 물체에 씌우기만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의 김건은 마나를 변형하여 라운드 실드에 날카로운 톱니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직까지 세밀한 마나 컨트롤이 어려운 듯 싸움 도중 집중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헬하운드들을 상대로는 고전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응? 오호!”
그런데 김건을 보던 김강현이 놀라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었다. 오른손잡이인 김건이 지금까지 계속 라운드 실드를 왼손에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오른손에 권갑을 착용한 김건은 몬스터의 빈틈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더불어 팔꿈치, 무릎 등 전신을 무기로 활용했다.
“연구도 많이 했네. 피어스 방패술의 약점들을 잘 보완했어.”
김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김강현은 피어스 방패술의 약점을 기동성과 약한 공격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건은 라운드 실드로 기동성을, 권각술로 약한 공격력을 잘 커버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예상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정도 실력에 유하가 서포트한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켈베로스를 죽이는 것도 가능하겠네.”
직접 김건의 성장을 확인하자 던전 클리어에 보였던 자신감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김건은 딜러와 디펜더의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지만 아직까진 어느 하나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유하의 연금술로 켈베로스의 체력을 바닥내고 김건에게 버프를 부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김건이 네 마리의 헬하운드를 처리하는 사이, 남은 한 마리가 겁을 먹고 도망쳤다. 이를 발견한 김건은 왼손에 들고 있던 라운드 실드를 던졌다.
“케에에엑!”
바람 소리를 들은 헬하운드가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오러가 실린 라운드 실드가 코앞에 와 있었고, 단숨에 헬하운드의 몸을 반으로 두 동강 냈다.
“읏차! 어떻습니까?”
김건은 라운드 실드를 회수하고 김강현에게 돌아와 물었다.
“짧은 시간인데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많이 노력한 게 보여.”
“헤헤헤헤.”
김강현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김건은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김건(B급 디펜더 헌터)
체력: A 마나: B 근력: B+
민첩: A 지능: B 정신력: A
불굴의 정신(A)-어떠한 상황에서든 무서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냉철한 정신을 유지한다.
아이언 바디(B)-마나로 신체를 강화시켜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든다.
피어스 방패술(S)-용병왕 피어스의 방패술로 전장의 싸움을 통해 만들어졌다.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상쇄시키며 강한 체력과 힘을 요구한다. 아무리 적이 강하고 무섭더라도 나아갈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
‘스탯이 성장했을 뿐 아니라 스킬도 잘 성장했어.’
스테이터스 창을 보니 정확히 얼마만큼 김건이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김강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 마나 변형을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기술을 하나 알려주지.”
“저, 정말요? 그냥 지금……!”
“상관없지만…… 팔이 잘리고 몸이 반으로 쪼개질 수 있는데?”
“아, 아닙니다!”
마음이 급한 김건은 당장 배우려고 했지만, 진심이 담긴 김강현의 충고에 금세 마음을 접었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파악했으니 나도 같이 움직이자.”
“네!”
“그럼 가자!”
김강현은 허리춤에 있는 마검을 꺼내 들며 앞장섰고, 그 뒤를 김건이 따랐다.
* * *
“……다 되었어요.”
3일 동안 포션을 연구하던 이유하가 드디어 텐트를 나왔다. 그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눈 밑에는 다크 서클이 있었고, 얼굴은 반쪽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성공한 결과물에 눈빛만큼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게 그 결과물이야?”
“……네. 덕분에 뛰어난 성능의…… 포션을 만들 수 있었어요.”
불꽃 내성 포션(B급)
-1시간 동안 불꽃에 대한 내성을 130% 높여주며 화상 확률을 40% 줄여준다.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뛰어난 포션이지만…… 켈베로스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김강현도 머리가 아픈 것이 켈베로스가 내뿜는 불꽃이었다.
특히 세 개의 머리에서 나오는 화염 브레스는 주변이 폐허가 될 정도로 땅을 녹이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내뿜기 전에 죽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건은 어디 아픈가요?”
“아. 괜찮아. 요 며칠 힘들어서 지친 것뿐이야.”
“으으으…….”
주변을 둘러보던 이유하가 바닥에 쓰러져 있던 김건을 발견하고 물었지만, 김강현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둘러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건은 신음성을 흘리며 죽기 직전이나 다름없었다.
‘체력이 괴물이야! ……게다가 쉴 틈 없이 몬스터들을 학살하니 따라갈 수가!’
지난 3일 동안 김강현을 쫓아다닌 김건은 지옥을 경험했다. 기억을 지우려고 아무리 애써봐도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뇌리에 남았다.
“제발…… 좀 쉬고 몬스터를 찾으면 안 될까요?”
“아직 체력이 40% 정도는 남은 거 같으니 좀 더 하고 쉬자.”
“마나가 다 떨어진 것 같습니다.”
“괜찮아. 원래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한계가 늘어나 다음에는 좀 더 수월할 거다.”
김강현은 파티 상태창을 통해 김건의 몸 상태를 언제든지 확인 가능했다. 꾀를 부릴 수 있는 방법을 완전 차단한 것이다.
김건은 지난 3일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정신 차리지 못해! 헬하운드한테 팔 잘리고 싶어?!”
‘여긴 어딘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오른쪽 방향으로 2㎞ 떨어진 곳에 다크 오크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공격하지.”
‘으어어어어어…….’
“저쪽에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괜찮은 약초가 있는 모양이야.”
‘타, 탈출해야 해! 여긴 개미지옥이야!’
사냥에 쉬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거의 10㎞ 근방에 있는 몬스터들은 신기할 정도로 모조리 찾아서 사냥했고, 눈에 띄는 재료들이 있으면 바로 채취했다.
끊임없는 사냥이 무한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정신이 날아가서 본능으로만 움직였다.
보통 한바탕 싸움 후엔 컨디션을 위해 쉬는 것이 정상인데, 김강현에겐 휴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몬스터들의 씨를 말리려는 듯 끊임없이 이동해 학살을 펼쳤다.
‘만약 그 4시간이 아니었다면…… 하루만 더 사냥했다면…… 난 죽었을 거야!’
유일하게 쉴 수 있었던 시간은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도 눈을 감았다가 뜨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꿀처럼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강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어.’
처음에는 김강현이 가지고 있는 강함이 부러웠는데, 같이 사냥을 해보니 그가 강한 이유는 아주 가까이에 답이 있었다.
자신도 독종이라 불릴 만큼 사냥을 했지만, 김강현은 자신보다 더한 독종이었다. 항상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수련하고 사냥하니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김건은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확실히 강해졌어!’
김강현에게 가르침을 받은 김건이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 느껴졌다.
예전엔 헬하운드의 공격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리고…… 드릴 말이 있어요.”
“응?”
한편 김강현에 대한 신뢰가 생겨난 이유하는 조심스럽게 불꽃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세 쌍의 눈에 불꽃이 나타났을 때…… 켈베로스에게서…… 불꽃 심장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혹시…… 무슨 의미인지 아시나요?”
“세 쌍의 눈? 불꽃 심장?”
말을 듣자마자 김건은 모르겠다고 포기했고, 김강현은 기억을 뒤졌다. 몇백 년치의 기억이라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싸울 때의 켈베로스는 불꽃을 몸에 두르지만, 얼굴에는 불꽃을 휘감지 않는데…… 아!’
한참 머리를 굴리던 김강현은 머리 한구석에 박혀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화염 브레스.”
“네?!”
“세 쌍의 머리가 화염 브레스를 쏠 때 그 영향으로 눈이 붉게 변하지. 아마 그것을 불꽃으로 표현한 것 같아.”
“……그럼?”
“아마 켈베로스가 화염 브레스를 쏠 때 죽여야만 불꽃 심장을 얻을 수 있는 거야.”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하아…….”
누워 있던 김건은 깜짝 놀라 일어나며 소리쳤고, 이유하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은 있어.”
“네?!”
“……어, 어떻게?”
김강현의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불꽃 심장을 얻을 수 있는 키 포인트는 바로 이거야.”
“포션?”
김강현은 이유하가 만든 포션을 들어 보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불꽃 내성 포션과 반대되는 불꽃 증폭 포션을 만들 수 있지?”
“……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어렵지 않아요.”
“내 계획은…….”
조심스럽게 김강현이 말을 꺼냈고, 시간이 지날수록 김건의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김강현의 말이 끝나자 김건이 다짜고짜 소리쳤다.
“모, 못해요! 이건 저 혼자 독박 쓰고 죽으라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하다 보니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너밖에 없어.”
“싫어요! 죽어도 못 합니다! 그냥 그…… 불꽃 심장 안 얻으면 안 되나요?”
“응. 안 돼!”
“……건아…….”
필사적으로 거부하던 김건은 얼떨결에 자신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유하와 시선이 부딪쳤다.
“하아…… 딱 한 번입니다. 한 번에 끝내야 합니다.”
“걱정 마라. 헌터 시험 때 만났던 그놈처럼 단숨에 끝내주마!”
“……고마워. 건아…….”
“아흐!”
김건은 끝내 이유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심한 스트레스에 머리를 마구 휘저으며 짜증을 냈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럼 포션을 준비할게요.”
이유하는 켈베로스 사냥에 필요한 포션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텐트로 들어갔고, 김강현은 조용히 김건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참에 세밀하게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잘 따라와라.”
”네…….”
김건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힘없이 끌려가 살아남기 위한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김건의 곡소리가 던전에 종일 울렸다.
* * *
“흐음……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김건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켈베로스를 수색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강현 님 때문이야!’
만약 켈베로스 던전 앞에서 김강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난 4일 동안 지옥은 없었을 것이었다. 덕분에 몸에서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걸음을 걸을 때마다 근육통으로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데다가, 뼈마저 시렸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쉬운데…….”
몸은 피로와 상처로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감각은 날카로워져 주변의 기척에 반응하고 있었다.
또한 불과 4일 만에 실력이 몇 단계 성장해,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A급 헌터로서의 길이 보였다. 효과가 좋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수련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건은 불과 10분 전에 있었던 작전 회의를 떠올렸다.
“근데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자폭인간?”
“하아……!”
김건의 허리에는 포션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강현과 이유하의 표현이 딱 정확했다.
하지만 곧 김강현은 분위기를 잡으며 말했다.
“작전을 설명할게. 켈베로스에게서 불꽃 심장을 얻기 위해선 화염 브레스를 쏘는 사이 죽여야 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네.”
“켈베로스가 화염 브레스는 쓰는 조건은 단 하나야.”
김강현이 지구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켈베로스의 비밀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하자, 김건과 이유하는 귀를 기울였다.
김강현은 마계의 마왕들이 데리고 온 켈베로스들과 지겹도록 싸운 경험이 있어서, 놈들의 습성과 공격 패턴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위험에 빠졌다고 느꼈을 때야. 화염 브레스를 쓰고 나면 몸 안에 존재하는 마력이 모두 고갈되고 반동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거든. 적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쓰지 않아.”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라 테라의 많은 인간들이 화염 브레스에 죽임을 당했다. 이 정보를 알게 되자 켈베로스가 화염 브레스를 쓰기 전에 죽이는 방법들이 많이 연구되었다. 물론, 화염 브레스를 쓰게 한 후 쉽게 죽이면 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이전에 많은 인간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 자명했다.
“……아!”
“이 파이어 포션으로. 이걸로 켈베로스가 버티지 못하고 화염 브레스를 쏘게 만든다.”
파이어 포션(A급)
-화염 속성을 지닌 재료들로 만들어진 포션으로, 일시적으로 화염 속성을 지닌 마나 혹은 마력을 증폭시킨다 단, 과도하게 복용하면 몸이 버티지 못해 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
김강현은 이유하가 만든 파이어 포션을 들어 보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두 번이면 오히려 놈에게 버프를 주겠지만,…… 계속 반복되면 몸 안에 넘치는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화염 브레스를 쏘게 될 거다. 그때까지 건이가 버텨준다면…….”
“강현 님이 단번에 놈을 죽인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생명체가 보유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파이어 포션으로 켈베로스의 마력이 억지로 늘릴 경우 마력 폭주를 막기 위해서 화염 브레스를 사용할 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켈베로스가 화염 브레스를 쏠 때까지 김건이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다.
“걱정 마라. 뒤에서 유하가 켈베로스의 움직임을 살펴 말해주면 잘 피하면 되니까. 나도 공격에 참여해 놈에게 파이어 포션을 먹이고 체력을 빼앗을 거다.”
“……파이팅. 건.”
“하아…… 알겠습니다.”
불꽃 심장에 빠져 있는 이유하와 왠지 자신의 고생을 바라는 김강현을 보며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은 것을 안 김건은 힘없이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후 김건은 켈베로스를 찾아 나섰고, 김강현과 이유하는 켈베로스 공략에 필요한 포션과 아이템들을 준비하기로 했다.
“헙!”
‘저, 저기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건은 켈베로스가 평평한 바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김강현과 이유하에게 돌아왔다.
이 소식을 들은 김강현과 일행은 곧바로 켈베로스 공략을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