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장. 루시아와의 대련 (31/119)

2장. 루시아와의 대련

“으으으…… 사람 살려…….”

“한심한 인간이로구나. 그러게 이 몸처럼 계속 수련을 해야 하느니라.”

‘수련? 맨날 먹고 놀았으면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 채 김강현이 침대에 누워 끙끙거렸다. 옆에선 헬릭스가 김강현을 놀려대며 소시지 구이를 먹고 있었다.

어이없는 헬릭스의 말에 반박하려던 김강현은 다음 말에 입을 다물었다.

“네가 보았을 땐 하루 종일 먹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동안 음식의 영양분을 마력으로 바꿈과 동시에 정신 수련을 하고 있었느니라. 이렇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몸을 쓰기보단 정신을 수련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지.”

그 말대로 키메라 세포에 의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헬릭스는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신 수련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덕분에 어제 김강현과 똑같이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쌩쌩했다.

김강현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영혼의 계약으로 서로의 생각이 공유되어 이 말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지운 님이 보내준 포션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겠지.’

전화를 끊고 난 지 10분 후 헬기를 통해 포션들이 도착했는데,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뿐 아니라 정신력을 강화시켜 주는 각성 포션도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오늘의 정신력까지 끌어모아 몬스터들을 토벌할 수 있었고, 다른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 토벌도 무사히 잘 끝날 수 있었다고 연락받았다.

끙끙거리던 김강현은 어제 몬스터 토벌의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래도 얻은 게 아예 없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야.”

“흐음…… 이 몸도 궁금하긴 하구나.”

“인벤토리 오픈!”

김강현이 입을 열자 허공에서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지난번 트윈 헤드 오우거를 없애는 과정에서 인피니티 마나가 증대했고, 이번 게이트 레이드에서는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는 마법을 펼치느라 정신력이 크게 증폭되었다. 덕분에 그동안 열려고 해도 열 수 없었던 아공간이 나타나 인벤토리 창과 결합되었다.

“자, 나와라!”

둘은 인벤토리에서 나올 보물들을 기대하며 함께 소리쳤다.

테라를 돌아다니며 세상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보물들과 아티팩트들을 아공간에 넣어놓았다. 아공간의 온도는 절대영도로 어떤 음식을 넣어도 썩지 않아 맛이 뛰어난 식재료들도 보관되어 있었다.

그 물건들과 식재료들을 다시 볼 생각에 그들은 굉장히 들떠 있었다.

“…….”

“…….”

그런데 10초, 1분, 10분이 지났지만 인벤토리에서 나오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아무것도 안 나와!”

“음…….”

“안에 있는 있던 아티팩트들이 다 어디 간 거냐고!”

김강현은 계속 소리치며 인벤토리를 열고 닫았지만 먼지 한 톨도 나오지 않았다.

아공간에 있는 아티팩트는 아무거나 골라도 지구 기준으로 최소 A급이었다. 게다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의 아티팩트와 보물들이 수두룩했다.

“설마…….”

“응?”

“이 몸의 생각으론…… 차원을 넘어오면서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소멸된 듯싶구나.”

차원을 온전히 넘기 위해선 신의 힘이 필요한데, 김강현은 편법으로 영혼만 넘어왔기에 영혼과 연결된 아공간은 무사하더라도 이 안에 담긴 물건들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일리 있는 헬릭스의 말에 김강현은 인정하지 못하다가 끝내 현실에 순응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아공간에 있었던 물건들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속이 쓰렸다.

띠링! 띠리리리링!

그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헌터폰이 울렸다. 루시아였다.

* * *

“이 정도면…… A급 정도의 힘까지 버틸 수 있겠구나.”

“으갸갸갸갸! 아야야야야!”

헬릭스는 헌터협회 지하에 위치한 수련장을 살피고 있었다. 김강현은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 때마다 비명 소리가 터졌다.

“으아아아!”

‘고생을 사서 하네. 후우……!’

김강현은 불과 1시간 전에 걸려온 루시아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여보세요.”

-강현아, 실은 부탁이 하나 있어.

“부탁?”

-응.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나와 비공식 대련을 해주었으면 해.

“어제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

“좋아. 대련 장소를 알아보고 연락 줄게. 그곳에서 보자.”

-그래. 그리고 고마워.

‘아마 내가 보인 무위 때문이겠지.’

물론, 어제의 마법은 헬릭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현재 김강현의 수준은 A급 헌터와 S급 헌터의 사이에 머물고 있었다.

[김강현(A급 헌터)]

체력: A+ 마나: S- 근력: A-

민첩: A- 지능: A 정신력: S

인피니티 포스(SSS): 드래곤 피테로이스의 깨달음을 기반으로 만든 무술로써, 각종 무기에 응용 가능하며 전신을 무기로 활용하여 싸울 수 있다.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육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끌어내며 무한대로 성장이 가능하다.

인피니티 마나(S+): 의식하지 않아도 인피티니 호흡법에 의해 마나가 전신 마나홀에 쌓이며, 마력 내성이 생겨 마력을 흡수해 마나로 변환한다. 그리고 사용자의 정신마저 잡아먹을 만큼 난폭하며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라셀이 가지고 있던 실력과 라셀이 상대했던 적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부탁대로 카메라 끄고 관련 인원들도 철수시켰다.”

“갑작스럽지만……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나나 협회가 너한테 도움받은 게 얼마나 큰데…… 한데, 아레스 그룹의 회장 동생이 헌터라는 사실이 정말이냐?”

“네. 지운 님.”

그때, 준비를 마친 유지운이 뒤에서 다가와 김강현에게 물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자신의 힘을 견딜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하다 보니 헌터협회의 지하 수련실을 떠올랐다.

확인해 보니 공용 시설이라 항상 24시간 카메라로 촬영하고 상주하는 인원이 있었지만, 사정을 이야기해 카메라를 끄고 인원을 잠시 철수시켰다.

사전에 유지운에게 루시아가 가진 신분과 헌터라는 사실을 밝혔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루시아에게도 대련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미리 알렸다.

‘이 대련이 끝나면 바로 정보 팀을 턴다!’

피닉스 길드라고 한다면 유럽 최강 길드로, 아레스 그룹의 회장이 길드장이라는 사실은 유명했다.

그래서 각 나라의 헌터협회에서는 피닉스 길드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었는데, 피닉스 길드장의 동생 도한 헌터라는 사실을 몰랐다니. 유지운은 그동안 정보 팀이 일을 허투루 한 것을 마음껏 털어주리라 마음먹었다.

곧이어 탈의실에서 기본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루시아가 수련장으로 들어왔다.

“신세 지겠습니다.”

“아닙니다. 같은 헌터끼리 서로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야지요.”

이 대련이 성사되기까지 유지운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루시아가 고마워하자, 유지운은 손사래 치며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으그그그. 그럼 시작할까? 몸은 풀었겠지?”

“물론.”

대답과 함께 루시아는 헌터협회에 준비되어 있던 검을 손에 쥐었다.

‘쌍검?’

루시아는 한 자루의 검이 아닌 두 자루의 검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김강현은 지금까지 확인하지 않았던 그녀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루시아(A급 워리어 헌터, 피닉스 길드)]

체력: A 마나: A 근력: B+

민첩: A- 지능: B 정신력: C

블러드 아이언 폼(?): 전신의 피가 강철 속성을 띠며 신체를 강화시킨다. 이로 인해 피부색이 변하지만, 마나가 소모될 때까지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 무적의 신체를 가지게 된다.

피닉스 소드(S): 불꽃의 검에 실린 마나를 없애지 않는 한 끊임없이 살아나 적을 공격한다. 피닉스의 의지가 담긴 불꽃은 적을 죽일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

소드 마스터리(A): 검 계열의 무기를 사용할 시 숙련도와 공격력이 상승한다.

‘이건?’

김강현은 그녀의 뛰어난 스킬 리스트에 감탄했지만, 스탯을 보자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편, 몸을 풀고 있는 루시아는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다.

김강현이 헌터라는 사실을 안 이후 그에 대한 정보를 모든 인맥을 동원해 모았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C급에서 A급 헌터로 성장했고, 많은 사건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혹시 강현이라면…….’

최근 루시아는 수련을 하던 중 벽에 막혀 실력이 늘지 않고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찰나 어제 김강현의 무위를 확인하고 하룻밤 동안 고민한 끝에, 대련을 통해 조금이라도 벽을 뚫을 수 있는 계기를 얻기 위해 이 자리를 부탁했다.

두 사람은 스트레칭이 끝나자 지하 수련장 가운데에서 서로 마주 보며 섰다.

“미리 말하지만…… 대충 할 생각은 없으니 전력을 다해야 할 거야.”

“물론.”

“규칙은 상대방만 죽이면 않으면 되고 실전처럼 한다. 상대방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헬릭스가 대련을 중단시킬 거야.”

루시아는 끄덕거리며 힐끔 헬릭스를 보았다.

“이 몸은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느니라. 재밌게 치고받았으면 좋겠군.”

와그작! 와그작!

헬릭스은 어느새 자신의 몸보다 큰 팝콘 통을 들고 우걱우걱 먹으며 구경꾼으로서의 준비를 마쳤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어 김강현의 말대로 위험하다면 언제든지 대련을 중단시킬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유지운에 의해 비공식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렸다.

피잇!

알림음이 들리자마자 루시아가 김강현을 향해 쏘아져 나감과 동시에 두 자루의 검을 휘둘렀다.

‘오호, 이게 피닉스 소드?’

두 자루의 검에서 만들어지는 불꽃의 검은 김강현의 눈을 어지럽혀 진짜를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스킬창의 설명대로 불꽃의 검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계속 피닉스처럼 되살아나 김강현을 괴롭힐 터였다.

‘비천 추살조의 일루전 소드보다 상위의 검술이야.’

일루전 소드가 단순하게 진짜 검을 오러에 감추고 환영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피닉스 소드는 마나를 응축해 모든 검을 진짜처럼 만들었다.

“흐아아앗!”

이렇게 김강현의 시선을 어지럽힌 뒤 접근전으로 다가온 루시아가 오른팔을 노렸고, 김강현은 마검을 들어 계속 공격을 막아냈다. 아슬아슬하게 계속 공격이 실패하자 오기가 생긴 루시아는 몸을 오른 방향으로 틀며 두 자루의 검으로 동시에 김강현의 목을 노렸다.

“흡!”

이에 김강현은 호흡을 들이마시며, 가볍게 몸을 아래로 숙여 피함과 동시에 왼 팔꿈치로 루시아의 명치를 가격했다.

“커컥!”

하지만 루시아는 굴하지 않고 두 자루의 검을 휘둘러 단숨에 불꽃의 검을 만들어 쏘아 보냈다. 하나 김강현은 마나 소드를 날려 루시아의 공격을 상쇄시켰다.

콰앙!

서로의 마나가 실린 공격이 충돌하자 연기가 터지며 지하 수련실이 격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루시아는 연기를 뚫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듯 김강현에게 달려들어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휘둘렀다.

* * *

‘내 검이 안 통해?’

하지만 여전히 김강현에겐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루시아는 더욱 집중해 공격에 열을 올렸다.

“음…… 그렇구나.”

“……?!”

“저 인간이 가진 약점을 알겠구나.”

“약점…… 이라고요?”

한편, 김강현과 루시아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헬릭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헬릭스의 말을 듣고 반말로 질문을 하려던 유지운은 자신을 째려보는 강렬한 눈빛에 급히 뒷말을 붙였다.

“그래. 정작 저 인간 여자는 모르는 것 같지만 말이다. 표현을 하면 온실 속의 꽃이야.”

‘온실 속의 꽃?’

유지운은 헬릭스의 말에 유심히 루시아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자신의 눈으로는 약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동안 충분히 기회를 주었으니, 이제 나도 공격을 해야겠지?”

“뭐?!”

갑작스러운 김강현의 말에 루시아에게서 살짝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김강현은 줄곧 루시아의 공격를 막기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선공을 펼치거나 반격을 취한 적이 없었다.

‘이, 이게 무슨!’

김강현은 확실한 실력 차를 보려주려는 듯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무력을 꺼냈다.

전신에 인피니티 마나로 육체 강화를 하고 마나 소드를 만든 김강현에게서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무서움이 풍겼다.

‘떠, 떨고 있어?’

검을 들고 있는 양팔이, 아니, 전신이 떨려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에 루시아는 점점 공포가 몰려들어 왔다.

“꺄약!”

김강현이 마검으로 공격을 펼칠 때마다 그녀는 상처를 입음과 동시에 공포가 점점 커져갔다.

다시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반격을 취했지만 김강현은 공격을 상쇄시키며 더욱 무섭게 달려들어 막기에도 벅찼다.

‘이대로 포기할까?’

루시아는 지금이라도 검을 내려놓고 대련을 그만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자신이 부탁한 대련이었다. 고작 이까짓 무서움에 굴복하여 포기한다는 것은 아레스 가문의 수치였다.

“흐아아아아앗!”

무서움과 공포를 떨치기 위해 루시아는 더욱 큰 목소리로 기합을 지르며 마나를 가득 발산한 후, 김강현에게 달려들었다.

‘마음을 다잡았어.’

김강현은 순식간에 달라진 루시아의 공격에 감탄했다.

그는 일부러 루시아의 의지를 꺾기 위해 기세와 살기를 가득 담아 인피니티 포스를 펼쳤고, 이 의도는 정확히 먹혀들어 갔다. 그러고는 루시아가 가진 체력의 한계까지 거의 몰아 붙혔는데 막판에 이겨낼 것이라곤 상상치 못했다.

“반드시 쓰러트린다!”

루시아의 의지는 검에 담겨 위력을 발휘했다.

아까와 달리 공격 횟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움은 더욱 강해졌고 속도도 빨라져, 김강현의 눈을 어지럽히며 급소를 노렸다.

“하아…… 왜…… 왜 내 검은 네게 닿지 않지?”

짧은 시간 안에 한 단계 성장했지만 루시아는 자신의 공격이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자 답답함을 느꼈다.

“세 가지 단점이 있어.”

“…….”

“첫째는 정직한 공격. 오랫동안 혼자 수련을 한 건지 검을 휘두를 때 호흡이 모두 똑같아. 그러니 아무리 변칙적인 공격이라도 네 호흡만 읽으면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어.”

“……!”

“둘째는 경험의 부족.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상대방과 싸우는 방법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어. 마치 그동안 지능 낮은 몬스터들만 상대한 것처럼. 그리고 계속 지도 수련만 받은 것처럼.”

“……!”

김강현의 말에 루시아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지금 얼굴을 들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김강현에게 들켜 더욱 부끄러워질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어리광을 부렸구나.’

지금 김강현이 말에서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루시아는 오빠의 보호 아래 가문과 친분 있는 A급, S급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실력을 쌓았는데, 이 과정에서 초빙된 헌터들은 루시아가 다칠까 봐 힘을 조절했다.

게다가 남들에게 자신이 헌터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가문의 비밀 수련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수련했다.

가끔 경험을 쌓기 위해 피닉스 길드의 헌터들과 몬스터 사냥을 나섰지만 대부분의 사냥은 헌터들이 담당했고, 루시아는 그들의 보호 아래 마지막 공격을 담당했다.

이 과정들이 의도치 않게 루시아의 성장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스탯들과 달리 정신력 스탯이 비정상적으로 C급인 이유가 있었어.’

김강현은 루시아의 스탯창에서 유독 정신력 스탯이 성장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른 헌터들에게 도움받으며 성장하다 보니 위급한 상황이나 어려움을 한 번도 겪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공격이나 순발력이 필요할 땐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이 정신력 스탯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었다.

‘그래서 헬릭스가 그런 말을…….’

김강현의 말을 듣고 있던 유지운은 헬릭스가 왜 온실 속의 꽃이라는 말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김강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 세 번째. 정말 전력을 다한 것이 맞아? 내가 볼 땐 아직 비장의 수가 남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걸.”

“움직임에서 무언가를 하려다 머뭇거리며 하지 못하는 것이 보였어.”

스킬창을 통해 숨기고 싶은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내용을 말할 순 없으니 둘러서 이야기했다.

“맞아. 아직 쓰지 않는 스킬이 하나 있지만, 너무 위험해서…….”

“그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도 쓰지 않을 거야?”

“…….”

“네가 그 스킬을 쓴다고 해서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나한테 대련을 신청한 이상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군.”

루시아는 김강현의 말에 자신이 실수했음을 느꼈다.

이 자리는 자신으로 인해 마련되었고 그만큼 온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 맞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알았어. 전력을 다할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신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 자세히 보니 혈류 속도가 빨라져 핏줄이 살갗을 뚫고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피부 색깔이 마치 강철을 연상케 했다.

“블러드 아이언 폼!”

‘이건…… 수비 버전의 버서커 스킬!’

처음 보는 희귀한 스킬에 김강현은 스킬 창 내용을 떠올리며 분석에 들어갔다.

블러드 아이언 폼과 반대 성향을 가진 스킬을 꼽으라면 오로지 신체 능력을 공격에 집중한 버서커 스킬이 있었다. 폭주하면 이성을 잃어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공격력에 있어선 최강의 스킬. 반대로 블러드 아이언 폼은 신체 능력이 전부 수비에 집중된 최강의 수비 스킬이며, 버서커 스킬과 다르게 이성을 잃을 위험도 없었다. 또한 버서커 스킬은 시간제한이 있지만 이건 아마 루시아의 마나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 분명했다.

“후우…….”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인데 끊임없이 피가 돌며 열이 발생해, 수증기가 루시아의 전신에서 뿜어지고 있었다.

“그럼 간다!”

말과 함께 루시아는 김강현을 향해 뛰어들었다. 블러드 아이언 폼으로 신체 능력이 향상되어 스피드도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어?’

아까는 쉽게 막았던 루시아의 공격이 더욱 날카롭고 빨라져 좀 더 집중해야 했다. 더불어 강철 신체 능력으로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 통하지 않아, 루시아는 더욱 자신 있게 공격에 집중했다.

‘하지만…… 공략이 불가능하지 않을 거야.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김강현은 루시아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며 블러드 아이언 폼의 약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스킬은 없기에, 자신이 모르고 있을 뿐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피닉스 소드!”

그때 루시아의 양손에 들고 있던 두 자루의 검에서 붉은 마나가 피어오르더니 주변에 산개되어 퍼져 나갔다.

‘이것까지 막을 수 있다면…… 막아봐!’

블러드 아이언 폼이라는 미완의 스킬까지 꺼낸 루시아는 전력으로 피닉스 소드를 사용했다.

그 순간, 수십 자루의 불꽃 검이 루시아의 주변에 만들어졌다. 검의 움직임에 맞춰 김강현을 향해 불꽃의 검들이 날아들었다.

“흐아아앗!”

루시아의 쌍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계속해서 붉은 마나가 뿜어져 점점 김강현의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고 있었다.

‘이렇게 나온다면!’

“정면 승부뿐!”

김강현은 루시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지금까지는 몸 풀기였다는 듯 바로 힘겨루기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김강현은 마나 소드의 인피니티 마나를 강화시켰다.

“오호~ 마나를 강화시킨다고? 생각보다 머리를 잘 썼구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나와 오러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느니라. 오러는 마나를 응축시켜 만드는데, 이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나를 밀집시켜 마나 소드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니라. 쉽게 말하면 마나 소드를 응용 변화시킨 것이지.”

“그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헬릭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김강현을 보며 감탄성을 내뱉었다. 이때다 싶은 유지운이 마나의 강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냥 죽을 정도까지 마나를 계속 쓰면 되느니라!”

“네?”

“사람마다 가진 마나양은 서로 다르지. 그러나 계속해서 마나를 사용하다 보면 마나홀에 계속 마나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마나 회복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이 과정에서 각자 가지고 있는 마나의 특성을 파악하고 마나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마나를 강화시킬 수 있느니라.

“…….”

“물론, 마나 강화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면 오러 또한 쉽게 도달할 수 있겠지.”

“…….”

쉽게 이해시켜 주기 위해 헬릭스는 마력을 손에 집중한 뒤 오러를 만들까지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일자로 뻗어 나온 검은색 마력은 점점 크기가 줄어들더니 작게 압축되어 오러로 만들어졌다.

“뭐, 이 몸과 저놈이니까 쉽게 하는 거지…… 마나 변형만 해내도 인간들의 기준으로 A급 헌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거다. 오러는 S급 헌터의 기준이 되겠구나.”

“아…… 알겠습니다.”

‘역시 쉬운 건 없구나.’

유지운도 A급 헌터이긴 했지만, 직접 몬스터들과 싸우는 딜러나 탱커가 아니다 보니 스킬의 유지 시간으로 등급이 책정되었다. 그렇다 보니 강해지는 데 무슨 비법이 있나 궁금했는데, 역시 그런 것은 없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

한편 김강현은 트윈 헤드 오우거를 베었을 때처럼 마나 소드를 마검에 집중했고, 그러자 크기가 수련장의 꼭대기까지 닿을 정도로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무지막지한 마나 소드의 등장에 루시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이 비무는 자신의 약점을 찾기 위한 대련이자 김강현이 가진 힘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인지 김강현이 보여주는 강함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루시아는 김강현의 마나 소드를 부서뜨리기 위해 양손에 든 쌍검을 크게 휘둘렀고, 김강현도 루시아의 움직임에 맞춰 마검을 휘둘렀다.

* * *

콰앙! 콰아아앙! 콰르르릉!

김강현의 마나 소드는 루시아의 피닉스 소드를 무참하게 없애 버린 뒤 수련장의 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마나 소드는 강한 파동을 일으키며 주변에 닿는 것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무, 무너진다……!”

“호들갑 떨긴.”

수련장이 부서질 위기에 유지운이 크게 놀라 소리치자, 헬릭스가 벽에 보호 마법을 펼쳤다.

콰아앙!

마나 소드는 벽에 부딪치기 전 보호 마법에 의해 상쇄되었고, 폭발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흐음…… 이 정도면 절반 정도 습득한 건가?”

‘웬만한 적들은 눈뜨고 당하겠군.’

김강현의 검에서 검천호의 검이 느껴졌다. 드디어 김강현이 검천호의 검법을 일부 자신의 것으로 만든 모양이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했다.

‘진짜 공간을 가르게 된다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야.’

그가 만났던 테라의 하이엘프는 검으로 공간을 가르는 신기를 펼쳤었다. 아무런 대응도 못한 채 패배를 맛보았던 그때 기억과 비교하면 김강현은 물론 검천호까지도 이보다 더한 수련이 필요했다.

‘훗날의 일이겠지만…… 기대되는구나.’

그 패배 이후 절치부심하여 이를 공략하는 마법도 만들어놨으니, 나중에 김강현이 무럭무럭 자라 검을 완성한다면 실험해 볼 계획도 세웠다.

“끝이다.”

“헛!”

피닉스 소드가 무력화된 충격으로 루시아가 비틀거리자 김강현을 달려 나가 마검을 휘둘렀다.

이를 본 루시아는 양손의 검을 쥐고 다시 싸우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이런!’

전력을 다한 만큼 마나가 모두 소모되어 블러드 아이언 폼 스킬이 사라져 루시아는 다시 하얀 피부로 돌아왔다. 더불어 스킬의 후유증으로 일시적으로 힘이 빠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까깡! 콰앙!

김강현은 루시아가 들고 있는 쌍검을 부러트리고 단숨에 목에 마검을 겨누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응. 고마워.”

말과 함께 김강현은 마검을 거두었다. 루시아는 점점 눈꺼풀이 내려오고 정신이 흐릿해져 갔다.

전력을 다한 대련을 마치자 체력이 바닥나고, 긴장이 풀린 것이었다.

“어, 루시아?”

루시아는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지만, 다행히 바닥에 부딪치기 전에 김강현이 그녀를 붙잡았다.

* * *

“음…… 응? 병원?”

루시아가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깨어났나, 인간? 병원은 무슨, 그 꼴로 병원에 갔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나?”

“아…….”

“상처는 포션과 함께 내 마법으로 치료했으니 흉은 남지 않을 것이니라.”

루시아가 상체를 일으킨 후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 김강현과 대련을 펼쳤던 지하 수련장이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피부를 확인하니 헬릭스의 말대로 언제 상처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깨끗했다.

싸우는 동안엔 인식하지 못했지만 격렬한 대련으로 옷이 군데군데 찢어져 있어, 병원에 가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강현은?”

헬릭스는 손짓으로 수련장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김강현이 마검을 휘두르며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곧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느낀 그가 마검을 거두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깨어났네. 몸은 좀 괜찮아? 체력과 마나가 소모되어 일시적으로 쓰러진 것 같았는데.”

“응? 응. 괜찮아. 그런데 여기 계셨던 헌터협회분은?”

“대련이 끝나자마자 협회 일이 있다며 알아서 뒷정리하고 가라고 하네.”

유지운은 대련이 마치자마자 루시아 같은 헌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정보 팀을 탈탈 털기 위해 바로 떠났다.

“이 대련의 목적은 내 실력을 보려는 것과 네 단점을 찾으려는 것이겠지?”

“응…….”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답이 된 거 같은데…… 어때?”

“…….”

루시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대답으로는 차고 넘쳤다. 덕분에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인지했고, 세상은 넓고 강자도 많다는 사실과 함께 그동안 보호 아래 성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뭔데?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면 뭐든지!”

“왜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싸우는 거지? 그리고 피닉스 소드를 익혀야 할 이유가 있나?”

“뭐어?!”

예상치 못한 김강현의 질문에 차분한 루시아의 얼굴에 당황함이 떠올랐지만, 곧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안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헬릭스는 재밌어하며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음……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하는 이유는 날렵한 내 움직임을 살려 적을 제압하기 위해서이고, 피닉스 소드는 오빠의 추천이자 내 스타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니 오해하지 말고 들었으면 좋겠군.”

“…….”

“지금이라도 전투 스타일을 바꿔.”

“……?!”

그 말에 루시아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헬릭스는 그 말을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바꾸지 않아도 상관없어. 단, 성장하는 데 한계가 존재할 뿐이지.”

“한계?”

“스킬과 전투 스타일이 맞지 않아, 블러드 아이언 폼을 튼튼한 몸으로밖에 쓰질 못하고, 피닉스 소드의 능력을 완전 끌어내지 못하고 있어.”

“…….”

“스킬을 활용하기 위해선 스킬에 맞춰 전투 스타일을 맞춰야 하는데…… 쌍검은 두 가지의 스킬을 끌어 올리기에는 부적합해.”

“…….”

“잘 생각해 봐. 지금의 전투 스타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스킬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는지.”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김강현의 말에 루시아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많이 고민이 될 테지만…… 결정은 본인의 몫이지.’

다시 강해지기까지의 시간을 인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고 전투 스타일을 바꾼다면 당장 실력은 B급 헌터로 떨어질 것이지만, 훗날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보답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김강현은 루시아가 어떤 전투 스타일로 바꾸면 좋을지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루시아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부터는 홀로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강현.”

생각을 끝마친 루시아는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김강현은 루시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옳은 결정을 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이건 대련과 조언을 해준 보답이야.”

“응? 어? 어?!”

갑자기 루시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강현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당황한 김강현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지만, 그녀는 순식간에 다가와 입술에 입을 맞췄다.

“뭐야? 설마…… 처음?”

“아, 아니야!”

“크크크크. 여자 손밖에 잡아보지 못한 애송이 녀석이 갑자기 당했으니 당황스러울 만하겠지.”

“이, 이 자식이!”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김강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루시아가 놀려댔고, 김강현의 과거를 알고 있던 헬릭스도 이때다 싶어 바로 놀려댔다.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김강현에 모습에, 한동안 수련장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찬 헬릭스의 웃음소리가 끝나지 않았다.

* * *

“으음…….”

화려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넓은 사무실 책상에 한 남성이 앉아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는 보고서는 읽는 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후우…… 애초에 그놈이 감당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구나.”

이우경은 손에 들린 보고서를 책상 위에 던지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1년도 안 되어 A급 헌터가 되었고, 검천호가 후견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나서서 도와주고 있어. 게다가 집안이 법과 돈을 쥐고 있다라…….”

김강현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일, 기적적으로 깨어나 각성자가 된 일, 검천호의 비호를 받는다는 내용을 비롯하여 아버지가 검사이고, 할아버지가 US 그룹의 회장이라는 것까지, 김강현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서에 조사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이한결이 개인적으로 비천 길드에서 정보를 담당하는 헌터를 빼내 조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보 부서의 모든 헌터들이 총동원되고 외부 정보 단체에 거액을 들여 조사한 만큼 완벽하기 짝이 없었다.

“끄응. 머리가 아프구나.”

일개 헌터 주제에 엮여 있는 단체와 인맥들이 너무 많았다.

공식적으로 비천 길드가 김강현을 적으로 인식하고 싸우는 순간, 검천호를 비롯하여 사업적으로 연관이 있는 연화 그룹과 길드가 움직일 것이었다.

더불어 헌터협회의 유지운도 평소 자신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기에 이곳도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검천호가 없는 지금이 기회야! 시간이 주어지면 놈은 더 강해지겠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김강현의 강함은 끝이 없어 하루라도 빨리 죽이는 것이 이득이었다. 거기다 지금은 비밀리에 검천호가 유럽으로 떠난 상태이기에 김강현을 지켜줄 방패막이가 사라져 있었다.

“소문이 더 퍼지기 전에 정리해야지.”

비천 길드의 지원을 받던 스컬 길드가 없어진 것도 김강현의 짓이고, 최근 이한결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김강현에게 당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헌터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길드 팀장들을 내 방으로 집결시키도록.”

“네. 길드장님.”

김강현의 처분을 결정 내린 이우경은 인터폰을 통해 비서에게 명령을 내렸다. 곧 길드에 상주하고 있던 팀장들이 그의 방으로 모였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극비니 모두 비밀을 지키도록.”

“네. 길드장님.”

“내 아들을 폐인에다가 뇌사 상태로 만든 녀석이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겠지?”

“…….”

이미 비천 길드 내부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정보 팀에서 놈에 대해 조사한 것이 있다. 그 내용을 공유할 테니 비천 길드는 전력을 다해 놈을 죽인다!”

“놈과 우리의 악연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만약 놈을 죽이면 우리가 죽였다고 의심받을 텐데요?”

“놈을 죽이고 나면 ‘그곳’에 도움을 청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할 생각이니 걱정 마라.”

“아……!”

이우경의 말에 팀장들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일반 길드원들은 모르지만 간부인 팀장들은 비천 길드가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곳’에 대해서 비천 길드가 조사를 해보았지만, 알아낸 것이라곤 세계 전역에 세력이 있으며 자신들 따위는 가볍게 없애 버릴 힘을 가지고 있어 손을 잡은 이상 반항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최선은 우리 손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다. 놈을 죽이는 헌터에겐 길드 창고에 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 중 원하는 것을 줄 테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도록!”

“네. 길드장님!”

이우경은 김강현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예정이었다.

그의 말에, 눈빛에 탐욕이 서린 팀장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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