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장. 몬스터들의 도시 출현Ⅱ(4권) (30/119)

귀환한 절대자는 역대급 헌터 4권

1장. 몬스터들의 도시 출현Ⅱ

“물론. 그런데 나 혼자서 마법을 펼치기엔 너무 벅차서 말이야.”

“재밌구나. 현재 실력으론 불가능하겠어. 이런 것도 오랜만이니 이 몸께서 기꺼이 도와주마.”

김강현은 헬릭스에게 계획을 공유했고, 헬릭스는 재밌어하며 김강현의 뜻대로 움직여주기로 했다.

헬릭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둘은 인피니티 마나와 마력을 운용하며 마법진을 짜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차라리 이 시간에 움직이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이 모습을 지켜보던 루시아는 답답함에 계속 헌터폰만 보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헌터 커뮤니티에서는 도움을 청하는 헌터들의 연락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김강현이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강현이 말한 것이 있고, 자신 또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초조하기만 했다.

“오랜만에 하니 머리가 조금 아프구나. 강현, 아직 멀었느냐?”

“…….”

“요즘 수련을 게을리하더니 속도가 많이 느려졌구나. 쯧쯧.”

헬릭스는 준비를 마치자마자 바로 김강현을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준비하기 바빴다.

라셀이었을 때도 위저드가 아니었기에 헬릭스보다 마법진을 짜는 것이 늦었는데, 능력치가 하락했기에 마법진 수식을 계산하는 속도가 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헬릭스는 김강현을 놀리기 바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강현이 극도의 정신력으로 마법진의 수식을 짜고 있던 터라 헬릭스의 말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현은 그만큼 집중하여 마법진의 수식을 짜고 있었는데, 만약 수식이 하나라도 잘못되면 인피니티 마나의 소모량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흐음…… 인간, 궁금하냐?”

“이, 인간?”

“인간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거늘 뭘 그리 놀라느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루시아가 헬릭스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황당한 호칭이었다.

헬릭스은 루시아의 생각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머리 위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마법진의 수식을 짜고 있느니라.”

“마, 마법진? 그럼 강현이 위저드?”

“그건 아니니라. 저 인간은 마법에 재능이 없어 마법진을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니라.”

“그게 무슨 차이지? 마법을 사용하면 다 똑같은 거 아냐?”

“흐음…… 마법은 대기 중에 있는 마나와 공명함과 동시에 머릿속으론 마법 수식을, 서클의 마나까지 하나가 되어야 발현할 수 있느니라. 하나 지금 사용하는 방법은 마법진 수식을 계산한 뒤 충분한 마나만 불어넣으면 발현시킬 수 있느니라.”

“그럼…… 마법진을 만들 수만 있다면 누구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야?”

헬릭스의 말대로라면 마나를 가지고 있는 헌터는 누구나 위저드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사실이 헌터들에게 알려진다면 무한대로 위저드가 나타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었다.

“물론이니라. 단, 위저드들보다 뛰어난 마나 센스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마법진을 구현할 때 선과 점의 각인이 하나라도 잘못되면 그대로 펑 터져 마나 역류가 일어날 수 있느니라. 게다가 수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인간들 기준으로 1서클 마법은 해내는 인간이 몇몇 있겠지만 2서클부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니니라.”

“그럼 강현은 몇 서클까지…….”

“지금으로는 5서클이 한계니라.”

이 순간에도 김강현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마법진을 짜고 수식을 계산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 말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거?’

루시아는 김강현이 자신의 기준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실력과 지식이 있음을 헬릭스와의 대화에서 눈치챘다.

그런데 헬릭스가 갑자기 기분 나쁘단 표정을 지으며 루시아의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인간, 왜 이 몸에게 말을 놓는 거냐?”

“왜, 안 돼?”

“당연히 안 되느니라. 이 몸께선 마계의 고고하고도 위엄 있는 마족이니라.”

“헤헤헤. 그래도 귀엽잖아!”

“어서 이 손을 치우지 못할까? 음음.”

루시아가 헬릭스를 달래며 목덜미를 간지럽히자 기분이 좋은 듯 점점 헬릭스의 목소리가 온순해졌다.

솔직히 헬릭스의 모습은 무척 귀여워져 있었다. 헬릭스는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루시아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나도 끝났…… 뭐 하냐?”

“아, 아무것도 아니니라.”

때마침 마법진의 수식을 다 짠 김강현이 이 모습을 보고 못 볼 걸 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헬릭스는 황급히 헛기침하며 루시아의 품에서 벗어난 뒤,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신중하게 바라보며 마력을 운용했다.

“흠……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가 있었구나.”

“괜한 사람들을 공격하면 안 되니 정확하게 표적을 노릴 수 있도록 유도 기능도 넣었다.”

“한데 여긴 이렇게 수정하는 게 좋겠구나. 그럼 몬스터에 따라 강약 조절이 가능하니 마나의 소모가 줄어들 것이니라.”

“음…… 이건 계산하지 못했던 부분이네.”

‘뭐가 보이긴 해?’

루시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구름 위에 있는 대형 마법진을 보면서 동시에 마법진에 새겨진 수식을 고쳐 나갔다.

헬릭스가 틀을 잡은 후 김강현이 세밀하게 수식을 채워 넣고, 마지막으로 헬릭스가 확인하며 부족한 점들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헬릭스, 지금 바로 시작하자.”

“이 몸께선 몬스터들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하마!”

마법을 시전할 마법진이 완성되자 김강현은 바로 인피니티 마나를 운용하며 마법진을 발동시켰고, 헬릭스는 마력 지원과 마법 운용을 위한 서포트에 들어갔다.

“라이트닝 레인(Lightning Rain)!”

콰르르릉! 콰릉! 콰아아아앙!

본래 라이트닝 레인은 일정한 공간에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비처럼 번개가 내리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김강현과 헬릭스가 시전하는 라이트닝 마법은 서울을 발동 범위로 책정하고 몬스터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오로지 놈들에게만 떨어지도록 수식을 짠 것이었다.

‘헬릭스에게 아크 스파이더 퀸의 쪼개진 핵을 먹인 것이 다행이야!’

김강현은 마력을 인피니티 마나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었는데, 헬릭스가 아크 스파이더 퀸의 쪼개진 핵을 복용함으로써 살아 있는 마나 충전기가 되었다.

덕분에 이런 광역 마법을 펼쳐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좋아. 다음은 마포다! 간다!”

“지금 대체……!”

띠링! 띠링!

이 상황을 모르는 루시아는 김강현과 헬릭스가 무작정 번개를 떨어뜨리는 걸로 보여 이를 만류하려고 나섰다가, 손에 들린 헌터폰의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울리는 알림에 멈칫했다.

-우와! 대박! 고블린하고 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붉은 번개가 떨어져 고블린 죽음!

-여기 강남인데 붉은 번개가 쓸어버림!

-더 대박인 건 사람들은 하나도 번개를 안 맞고, 몬스터들만 맞았다는 거야!

-누가 마법으로 번개를 때린 것 같은데…… 대체 누구냐?

더불어 붉은 번개에 죽은 몬스터들의 사진이 업로드되었다. 점점 목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커뮤니티에서는 이 마법을 시전하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마, 말…… 도…… 안…… 돼!”

경악할 만한 김강현과 헬릭스의 능력에 너무 놀란 루시아는 손에 들린 헌터폰을 떨어뜨렸다.

“후우…… 얼마나 남았냐?”

“아직 8곳 남았느니라.”

“다시는 못할 짓이네. 마나 소모는 그렇다 쳐도…… 정신적으로 죽을 것 같아. 후우!”

“잠깐 숨 좀 고르고 하는 게 좋겠구나.”

다행히 헬릭스의 서포트 덕분에 마나는 충분했지만, 일일이 몬스터들을 감지하여 그들을 표적으로 지정하는 과정이 너무도 까다로웠다.

정신력의 소모가 너무 심해 불과 10여 분이 지났을 뿐인데도 김강현은 매우 지쳐 보였다.

이를 눈치챈 헬릭스는 잠시 쉬어갈 것을 권했고, 김강현은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며 숨을 골랐다.

‘이게 말이 돼? 한 사람과 소환수 한 마리가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두 존재를 지켜보는 루시아는 너무 굉장하여 할 말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많은 헌터들을 보았지만 김강현과 헬릭스처럼 협동하여 이런 대단한 마법을 시전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헌터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이런 마법을 시전하는지, 덕분에 고맙다는 글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때, 김강현의 헌터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설마 이 모든 게 너냐?

“번개를 치게 하는 거라면 맞습니다.”

-후우…… 정말 고맙다”

유지운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다가 붉은 번개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몬스터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순간 아크 스파이더 퀸 레이드 때 보았던 김강현의 마나가 붉은색이었던 것을 떠올린 유지운은 급히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만 하자. 혹시 경기도까지 커버가 가능하겠냐?”

“……?!”

“어디다가 정신을 놓는 거냐?!”

청천벽력과 같은 유지운의 말에 김강현은 잠시 집중력이 흔들려 마법진을 유지시키는 인피니티 마나의 흐름이 끊어질 뻔했고, 바로 헬릭스의 호통이 이어졌다.

비록 마법을 시전하고 있진 않지만, 기존 마법진을 유지시키기 위해 최소한으로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강현은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답변했다.

“지금 서울의 몬스터들을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아…… 경기도까진 불가능합니다!”

얼마나 지쳤는지 말을 하는 김강현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헌터폰으로 들리는 유지운의 목소리는 간절하고 절박했다.

-무슨 말인지 안다. 하지만 B급과 A급 헌터들이 서울과 경기도에 모여 있는 바람에 지방의 피해가 너무 커서 지금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떻게 할 수 없겠냐.

유지운도 지금 이 부탁이 억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곳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김강현이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이대로 거절하면 일반 사람들의 피해가 커질 테지.’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거절하기에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이 걸렸다.

헌터들이야 게이트에서 나타난 몬스터들과 싸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인들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우면 무조건 죽음이었다.

김강현은 조심스레 헬릭스를 보았다.

“마음대로 하거라. 이 몸께선 네 뜻에 움직이도록 하지.”

“협회가 제게 빚 하나 지는 겁니다.”

이 일은 헬릭스의 동의 없이 불가능한 일이기에 동의까지 받은 김강현은 유지운에게 대답했다.

이 대답에 바로 크게 기뻐하는 유지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정말이냐? 고, 고맙다!

“나중에 더 큰 걸로 돌려받을 테니 각오하십시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갚아줄 테니 걱정 마라.

“우선 크로스 호텔 옥상으로 체력과 마나 포션들을 비롯한 각종 회복 포션들을 보내주십시오. 안 그럼 저 진짜 죽습니다.”

-헬기 택배로 얼른 보내주마.

혹시나 유지운은 김강현이 결정을 번복할까 싶어 바로 승낙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두 번, 아니, 세 번인가?’

김강현은 인피니티 마나량을 체크하며 앞으로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의 횟수를 체크했다.

“역시 인간이란 종족은 재미있구나. 쓸데없는 고생을 사서 하니 말이야.”

“시끄러. 오늘 진짜 죽어보자!”

말과 함께 인피니티 마나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하늘에서 붉은 번개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떨어졌다. 루시아는 그 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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