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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몬스터들의 배후Ⅰ (19/119)

10장. 몬스터들의 배후Ⅰ

“그럼 미리 말씀드린 대로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걱정 마라.”

아티팩트를 이용해 아크 스파이더 퀸을 향해 날아가던 김강현의 말에 공격조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공격조는 검천호, 연철무, 최공, 이우경, 김강현, 총 5명의 헌터들로 이루어졌는데, 아크 스파이더 퀸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케에에에엣!”

다시 헌터들을 발견한 아크 스파이더 퀸은 화난 눈동자로 그들을 노려보며 피어를 시전함과 동시에 거미줄을 날카롭게 꼬아 날렸다.

“절대 거미줄에 몸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지?”

“이게 내 마나를 빨아들인다고…….”

공격조 헌터들은 날아드는 날카로운 거미줄을 무기로 쳐내거나 마나로 부수며 중얼거렸다.

아크 스파이더 퀸의 거미줄은 상대방의 마나를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흡수한 마나는 다시 공격하거나 아크 스파이더 솔저를 생산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김강현은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오히려 많은 수는 먹잇감만 될 뿐이야!’

헌터들이 단체로 나선다면 오히려 놈의 먹이가 되어 마나를 흡수당한 채 죽을 것이기에 소수 정예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선형 거미줄들을 대형 망치로 쳐내던 연철무가 사각으로 날아든 나선형 거미줄들을 뒤늦게 확인하고 피했지만, 스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흡! 스치기만 해도 마나가 흡수되니 조심해라.”

그 순간 약간이지만 마나가 빠져나간 것을 느낀 연철무가 다급히 소리쳤다.

“서둘러 돌파한다.”

검천호를 선두로 4명의 헌터들이 전력을 다해 나선형 거미줄을 뚫고 점점 아크 스파이더 퀸에게 다가갔다.

이를 본 아크 스파이더 퀸은 더 이상 인간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몸을 부르르 떨며 입에서 새하얀 안개, 마나 스모그를 내뿜었다.

“저 안개에는 무색 무향의 독이 있습니다!”

“독?”

“네. 일반적인 독이 아닌 마나 독으로, 이것도 몸에 닿거나 흡입하면 위험합니다.”

“이까짓 독쯤이야!”

김강현의 경고에 파이어 오러 스킬을 믿고 있는 연철무가 먼저 나섰다. 연철무는 양손에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붉은 불꽃이 망치에 휘감겨 있었다.

“으랏차!”

망치가 휘둘러질 때마다 마나 스모그가 불길에 의해 사라져 갔고, 덕분에 공격조 헌터들은 아무런 무리 없이 아크 스파이더 퀸을 향해 다가갈 수 있었다.

새애액!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왔다.

“거미 새끼가 감히……!”

“최공 길드장님. 괜찮습니까?”

그것은 아크 스파이더 퀸의 다리로, 최공이 양손으로 힘겹게 붙잡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놈의 앞까지 도착했는데, 마나 스모그로 인해 거리 감각이 없어져 정확한 거리를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김강현은 서둘러 아크 스파이더 퀸의 다리를 잘라내며 물었다.

“괜찮다. 이 정도로 아픈 소리를 낼 정도면…… 나가 죽어야지!”

“역시 강철 몸뚱어리야!”

자세히 보니 최공의 몸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최공은 몸을 강철로 만드는 아이언 스킨 스킬을 가지고 있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디펜더 중 한 명이었다.

“강현아, 작전대로 나와 최공, 이우경이 퀸의 공격들을 막겠다. 그사이 천호와 함께 놈을 죽여라!”

“네. 연 어르신!”

연철무의 말에 김강현이 힘차게 대답하며 검천호와 함께 전진했다.

‘저 자리가 내 것이었어야 하는데…….’

이 모습을 보는 이우경은 뒤에서 김강현을 노려보며 속으로 화를 삭일 뿐이었다. 하지만 앞서 자신이 비천 길드원들을 이끌고 전열을 이탈한 전적이 있어, 여기서도 이탈한다면 정말로 여기 있는 길드들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해 분을 삼켰다.

바보같이 이 자리에서 감정을 드러내 봤자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죽어랏!”

이우경은 날아오는 아크 스파이더 퀸의 다리를 향해 윈드 윙 스킬을 시전했다.

“목을 노려야 한다고 했나?”

“네. 아크 스파이더 퀸의 목에 핵이 있습니다.”

김강현은 검천호의 말에 다시 한 번 더 아크 스파이더 퀸의 약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럼 오랜만에.”

우둑! 우두둑!

검천호의 얼굴에는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강한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인 검천호에게 아크 스파이더 퀸은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는 상대였다.

“한번 놀아볼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천호는 천류신검에 마나 소드를 시전하며 아크 스파이더 퀸을 향해 달려들었다.

“케에에엣!”

아크 스파이더 퀸은 겁 없이 달려드는 검천호를 향해 마나 스모그를 내뿜었지만, 이상하게 검천호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독의 정체가 마나라면 마나로 상대하면 될 터.”

자세히 보니 검천호의 몸은 옅은 파란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몸 전체를 마나로 둘러싸고 있어 마나 스모그가 소용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마나 스모그를 무력화시킨 채 다리를 노리며 공격해 놈에게 깊은 상처가 냈지만, 워낙 회복력이 뛰어나 4초 만에 회복되었다.

“케에에에엣! 케에엣!”

“흐아압!”

그러나 검천호는 놈의 무시무시한 회복력은 무시하고 다리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놈의 목으로 파고들기 위해 살초를 펼쳤다.

“아! 저런 방법이!’

검천호가 마나로 육체 강화를 하는 것을 본 김강현은 라셀의 기억을 떠올렸다.

라셀은 키메라의 육체에 각인된 인피니티 호흡법을 끊임없이 운용해, 육체 강화와 함께 상처를 바로 회복시켰다.

‘키메라 세포가 없어 바로 회복은 무리지만…… 육체 강화쯤은!’

김강현은 인피니티 마나를 섬세하게 전신으로 운용했다.

지금까지 내부에서만 운용하던 마나를 외부까지 퍼뜨리자 전신에서 붉은색의 인피니티 마나가 일렁거리며 유형화되었다.

“아……!”

전신에서 강대한 마나가 느껴지자 김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금 이 순간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 주변의 마나가 세밀하게 느껴지고 힘이 넘쳐흘렀다.

“이 힘이라면……!”

김강현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마검을 휘두르자 육체 강화로 인해 공기를 가르는 힘이 묵직해졌다.

김강현은 곧바로 아크 스파이더 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케에에엣!”

“뭐, 뭐야?”

갑자기 아크 스파이더 퀸의 비명 소리와 함께 거대한 다리 하나가 잘려 한강 위로 떨어졌다. 검천호가 놀라며 그곳을 바라보니 붉은 마나를 몸에 휘감고 있는 김강현이 있었다.

“케에에에엣!”

아크 스파이더 퀸은 김강현이 다가오자 마나 스모그를 내뿜었는데, 인피니티 마나로 강화된 그의 몸에 닿자마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인피니티 소드!”

쉬이잇! 쉬잇!

마검을 휘두르자 공간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진공파가 아크 스파이더 퀸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들다. 놈은 일부 진공파를 쳐내고 피했지만 결국 몇 군데는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김강현은 검천호와 함께 선두에 서서 아크 스파이더 퀸 공략에 집중적으로 나섰다.

“저 정도로 강했단 말이지…….”

연철무는 검천호에게 김강현의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귀에 박히도록 들었지만, 쉽사리 믿지 못했다. 강함의 지표를 나타내는 헌터 등급이 C급이었고, 능력을 측정하려고 해도 인피니티 마나가 드러나지 않아 그 실력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세연과 유지운의 말. 그리고 아크 스파이더 퀸과의 싸움을 통해 김강현의 실력이 자신의 상상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밑에서 어린 녀석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구나.”

이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최공은 경계심과 함께 김강현의 실력에 대단함을 느꼈고, 이우경은 표정을 찡그리며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케에엣…… 케에에에에!”

그사이 인간들의 끈질긴 공격을 받던 아크 스파이더 퀸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으며, 본능적으로 위기 상황임을 감지했다.

“갑자기 마나 흐름이…….”

“무슨 일을 벌이려는…….”

그와 함께 놈을 중심으로 마나 흐름이 격변했다. 공격조 헌터들이 모두 느낄 정도로 아크 스파이더 퀸에게 마나가 집중되고 있었다.

“브레스?!”

“뭐?!”

갑작스러운 김강현의 외침에 공격조 헌터들 모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거미 따위가 브레스라고?”

“네! 포이즌 브레스입니다!”

“젠장할!”

아크 스파이더 퀸은 독 속성을 가진 그린 드래곤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독을 다루는 것에 능숙했다. 특히 브레스에는 독이 집약되어 있어 일반인의 몸에 한 방울이라도 닿는다면 뼈도 남기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 포이즌 브레스가 쏘아진다면 시민들은 전멸하고 서울은 복구할 수 없을 만큼 독으로 가득 찬 도시가 될 것이었다. 이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지금 저 입을 틀어막을 방법이 없을까.”

“브레스를 쏘기 전에 죽일 방법은-”

“잠깐.”

공격조 헌터들이 다급하게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검천호의 시선이 김강현에게 향했다.

김강현은 포이즌 브레스의 대처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듯 여유로웠다.

“이때를 대비해 비장의 무기를 남겨두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비장의 무기?”

“설마…… 헬릭스?”

검천호가 잊고 있던 한 존재를 떠올렸고,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포이즌 브레스가 쏘아지는 순간 아크 스파이더 퀸은 무방비 상태가 되니, 저희는 전력을 다해 공격합니다!”

* * *

김강현의 생각대로 헬릭스는 이미 아크 스파이더 퀸이 포이즌 브레스를 쏘는 것을 보며 위기에 몰려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케에에에엣!”

한강 공원에 있던 헌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귀가 얼얼한 정도로 큰 울음소리를 뱉은 아크 스파이더 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들과 싸우던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이상해졌음을 감지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혹시 이대로 물러날 생각-”

갑자기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이 땅을 파고 그 안으로 깊숙이 숨어버리기 시작했다. 몇몇 헌터들은 놈들을 쫓아가기 위해 구멍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어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저, 저게 뭐야?”

“도망! 도망쳐야 해!”

그 순간 아크 스파이더 퀸에게서부터 마나 흐름이 급격히 달라졌다. 곧 이곳을 향해 어마어마한 공격이 퍼부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망할! 이래서 놈들이 피했구나.”

“도망? 어디로 가야 돼!”

“젠장! 우린 죽었어! 죽었다고!”

뒤늦게 도망쳐야 함을 깨달은 헌터들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군데군데 가건물들이 보이긴 했지만, 저 공격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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