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아크 스파이더 퀸 레이드
‘정말 마음먹은 대로 살기 어렵구나.’
김강현은 테라에서 지구로 돌아온 후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워낙 테라에서 시끄럽게 날뛰고 다녔던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이름이 알려진다면 그 영향이 가족들에게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US 그룹의 전략기획실장을 맡게 된 것을 시작으로, B급 헌터 이상들만 있는 자리에 혼자 C급 헌터로 속하게 된다면 이름이 알려져 여러 가지로 시끄러워질 것이 분명했다.
‘힘을 키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수밖에!’
이 생각은 김고엽을 만난 날부터 시작되어 지금 이 순간 확신이 되었다. 결국 김강현은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띠링!
그때,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헌터폰에 현터협회의 이름으로 문자가 동시에 도착했다.
B급 이상의 헌터들은 모두 한강공원으로 집결함과 동시에 C급 이하의 헌터들은 각 지역 대피소로 중심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라는 헌터 소집령으로, 이를 거부할 시 헌터 자격 박탈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검천호가 미리 이야기를 해둔 김강현에게는 C급 헌터임에도 한강공원으로 집결하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허…… 대체 이놈의 능력은?’
더불어 연철무는 다른 의미에서 놀랐다.
A급 헌터인 자신조차 단순한 불안함만 느꼈을 뿐, 대규모 게이트의 발생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게다가 검천호가 김강현을 부른 것을 보면 무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급 돌연변이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세연의 말이 맞구나.’
“강현아.”
“네. 연 어르신.”
“우린 지금 차를 타고 한강공원으로 갈 생각이다. 같이 가겠느냐?”
“네. 그렇지만 차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무슨 이유로?”
연세연이 김강현의 말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곧 대피소로 이동하려는 사람들로 도로가 복잡해지고, 길이 막힐 것입니다.”
“으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느냐?”
연철무의 대답에 김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자, 그 안에서 한 마리의 동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헬릭스?”
“불렀느냐? 강현.”
김강현의 그림자에서 헬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억의 공유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헬릭스는 싸움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에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가족들은?”
“집으로 대피시켜 놓았느니라.”
가장 먼저 김강현이 물어본 것은 가족들의 안부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김강현은 헬릭스에게 부탁해 집에 온갖 마법진을 설치해 어떠한 위협에도 안전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헬릭스는 대규모 마력의 격변을 느끼자마자 가족들을 대피소가 아닌 집으로 피신시켰다.
헬릭스의 말에 김강현은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텔레포트로 이동해 줘.”
“음…… 저 인간과 늙은 인간을 말하는 것이구나.”
‘늙은 인간?!’
헬릭스의 말에 연철무는 기분이 확 나빠지며 눈썹을 치켜세웠고, 이를 눈치챈 김강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래 저 녀석 말투가 저렇습니다. 나이도 천 살이 넘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저 소환수의 정체가 뭐길래?”
“헬릭스는…….”
김강현이 말을 하는 사이 헬릭스가 정신을 집중하자 주변은 검은색의 마력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 무서움은 뭐지?’
‘주변의 마나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마력의 영향에 연철무는 스스로 마나를 운용하며 버텼지만, 스스로 보호할 힘이 약한 연세연이 정신이 피폐해지는 증상을 보이자 김강현은 마나를 건네주며 그녀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생겼어도 마계의 왕 발록입니다.”
“바, 발록?”
“그럼 마족?!”
“네. 저와 계약을 맺어 조용히 지내지만, 언제든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비밀입니다.”
김강현의 말에 대답하기 전에 헬릭스에게서 뻗어나간 그림자가 세 사람을 덮쳤고, 그들은 순식간에 헬릭스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 * *
평소 한강공원은 휴식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통제로 사람들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군.”
‘어떻게든 손을 쓸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구나!’
다른 헌터들보다 한발 먼저 한강공원에 도착한 검천호는 마력으로 검게 물든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일 정도로 마력은 유형화되어 모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틈이 벌어진다…….”
검천호에게 마나와 마력의 격돌이 보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마력은 지구의 마나와 충돌할 때마다 점점 차원 간의 틈이 벌어지며 강한 파동이 일으키고 있었다.
만약 손이 닿는 장소라면 마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보겠지만, 마력을 모이는 장소는 지상과 족히 100㎞는 떨어진 상공이었다.
“으아아아앗!”
“아이고!”
“응?”
갑자기 땅과 30m 떨어진 상공에서 검은 구멍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떨어졌다.
미리 하늘에서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던 김강현은 안전하게 착지했고, 연세연도 김강현의 보호 아래 무사히 착지했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었던 연철무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소리쳤다.
“이게 웬 날벼락이냐?! 여긴 또 어디고?”
“고마워. 강현.”
“강현, 헬릭스? 그리고 철무, 세연이는 어떻게 같이?”
“헬릭스의 이동 마법으로 함께 왔습니다.”
“상공에 있는 마력을 좌표 삼아 이 몸께서 이동 마법을 시전했느니라. 거리가 짧아 이 인간들도 함께 데려올 수 있었지.”
“대단하군. 나중에 나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음하하하! 정 소원이라면 이 몸께서 들어주마!”
헬릭스의 이동 마법에 검천호가 관심을 나타내며 헬릭스를 추켜세웠다.
실제로 지구에는 이동 마법을 쓸 수 있는 위저드가 몇 명밖에 없는 데다가 짧은 거리라도 사람들을 동시에 이동시킨다는 것은 많은 마나를 소모했다.
덕분에 검천호는 자신의 생각보다 헬릭스의 마법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보다 저게 다 마력이라면…… 엄청난 게이트가 열릴 것 같군요.”
“그래. 이미 마력을 없앨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피해는 줄여야지요.”
“어떻게?”
김강현도 한강 상공에 위치한 마력을 발견하고 상황을 판단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나와 마력이 부딪치며 파동이 일어나 서울 곳곳이 파괴되고 있었다.
“저 주변을 마법진으로 감싸 충격 파동을 없애면 됩니다.”
“뭐?”
“헬릭스, 좀 도와줘야겠다.”
“훗! 역시 이 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친히 나서주마!”
김강현이 마력의 흐름을 읽고 그 주변에 세팅할 마법진을 구상하자, 이를 바탕으로 헬릭스가 세밀하게 마법진을 구현했다.
그러자 마나와 마력의 충돌로 흔들리고 있던 서울의 하늘과 땅에서 순식간에 충격파가 사라졌다.
“이럴 수가…….”
“이게 가능한 일이었어?”
연철무와 연세연은 김강현의 능력에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게이트가 언제 열릴지 짐작되느냐?”
“30분. 이 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헬릭스와 함께 마법진을 유지하던 김강현이 검천호의 말에 대답했다.
이 조치는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파동을 차단한 것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게이트에서 나타날 몬스터들의 대처였다.
“대체 정체가 뭐냐? 네 제자냐?”
‘게다가 풍기는 분위기도 비슷하단 말이야.’
연철무는 김강현을 손으로 가리키며 검천호에게 물었다.
“제자는 아니지만 제자 같은 녀석이지. 그리고 친구 같은 녀석이기도 하고.”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하하하, 이미 나를 만나기 전부터 녀석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 단지 기초가 부족했기에 그것을 채워줬을 뿐. 게다가 무언가를 하나 알려주면 금세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둘, 셋을 해내니 특별히 가르쳐 줄 것도 없지.”
“허허허, 그렇다면…… 천재라는 말이군.”
“덕분에 내가 배우는 것도 많아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관계일 뿐이다.”
그제야 연철무는 검천호의 말이 이해되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닌 거겠지.’
검천호는 김강현의 성장속도와 지식, 헬릭스가 인세의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김강현이 스스로 비밀을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으음…….”
검천호가 주변을 둘러보니 현터협회의 소집령을 받은 B급 이상의 헌터들이 서서히 모이고 있었다.
그중 연화 길드 소속의 헌터가 연철무를 발견하고 찾아왔다.
“길드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넵! 길드장님!”
“흐음…… 길드원들은?”
“10분 내로 길드의 B급 이상 헌터들이 모일 예정입니다.”
“알겠다. 대기하도록!”
그는 연철무와 대화를 나누고 연화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호.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길드에 합류해야겠다. 나중에 보도록 하지.”
“그래. 조심해라.”
연철무는 검천호에게 인사를 하고는 연화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연세연은 열심히 마법진을 유지하는 김강현에게 방해가 될까 봐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연철무를 뒤따라갔다.
‘저, 저놈이 어떻게 여길?!’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다. 어서 가자.”
“네!”
현터협회 소집에는 비천 길드의 이한결도 포함되어 있어, 그도 길드원들을 이끌고 한강공원에 합류했다.
그는 C급 헌터인 김강현이 이곳에 있자 의문보다는 복수심이 들끓었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 이를 꾹 참고 발걸음을 옮겼다.
더불어 유지운과 일단의 무리가 검천호를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검 어르신.”
“지운이냐?”
“네. 현터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응? 협회장은 어딜 가고 네가 왜?”
한국 현터협회에 소속된 헌터들 중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헌터는 협회장으로, 이런 대규모 레이드에 빠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게…… 협회장님은 한국에 안 계십니다.”
“응?”
“헌터 교류로 중동에 갔다가 그곳에 묶여 있습니다.”
“이곳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게이트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헌터 한 명이라도 소중할 테지. 협회 간부들은 어디 갔지?”
“각 길드에 합류했거나 고위 인사들의 방공호에 들어갔습니다.”
유지운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하! 역시 이 새끼들은…….”
검천호는 어이없는 협회 간부들의 행동을 듣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은 현터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을 이끄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친분이 있는 길드와 합류하거나 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방공호에 들어가는 등 각자 살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다 보니 현재 현터협회의 책임자는 자연스레 유지운이 되었다.
‘지금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과 싸운다면…….’
검천호가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판단하니 몰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가장 문제는 이런 대규모의 레이드는 모두 처음으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헌터들은 길드별, 혹은 각자 움직이고 있어 단합도 되지 않았다.
“한 가지 물으마. 이런 상황에선 누가 모든 헌터들에게 명령을 하느냐?”
* * *
“헌터 법에 의하면 협회장 혹은 협회의 위임을 받은 총괄 헌터가 합니다.”
“협회장이 없으니…… 총괄 헌터는 누구냐?”
“천호 님입니다.”
“내가?”
처음 듣는 말에 검천호는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게이트 소식을 듣자마자 이 자리를 두고 서로 헌터들이 싸울 것 같아 먼저 협회에 딜을 했습니다. 적과 싸우기 전에 내부에서 싸움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흠…… 이리저리 신경을 많이 썼구나.”
“별말씀을.”
현터협회의 소집령이 떨어지자마자 유지운은 미리 내부의 분란을 예견하고 협회의 간부들을 찾아가 협상했다.
그 결과 유지운은 이 레이드를 성공시킨다는 조건으로 검천호가 총괄 헌터를 맡을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음과 동시에, 만약 레이드를 실패한다면 감찰 팀장 자리를 벗기로 했다.
유지운에게는 좋을 것 없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검천호라는 사람을 믿고 있었기에 레이드가 실패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키에에에에엣!
“뭐, 뭐야?”
“하늘! 하늘에서 들렸어?”
“몬스터의 울음소리?!”
헌터들은 귀가 찢어질 정도로 강력한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강현.”
“몬스터의 발악이 예상보다 심하네요. 강제로 게이트를 찢어 나오려고 합니다.”
“시간을 미룰 수 있느냐?”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지 않으니 서둘러 준비를 해주세요.”
몬스터의 울음소리는 살짝 벌어진 게이트의 틈을 통해 들리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것을 느낀 검천호가 소리쳤다.
김강현이 힐끗 뒤를 돌아보니 헌터들은 아직 집결하는 중이었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지는 순간 바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 보였다. 김강현은 게이트가 열리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헬릭스와 함께 마법진을 보강했다.
“지운. S급 헌터이자 총괄 헌터로서 명령한다. 각 길드의 수장들과 A급 헌터들을 지금 이곳에 소집하도록.”
“네.”
그 즉시 유지운은 헌터폰의 무선기 기능을 이용하여 검천호의 명령을 전파했고, 순식간에 각 길드의 수장들과 A급 헌터들이 검천호 주변으로 모였다.
모인 헌터들의 수는 100명이 넘었는데, 검천호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레이드를 위한 작전을 설명하겠다.”
검천호의 이야기를 듣는 헌터들의 얼굴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미소를 띠며 듣고 있고, 누군가는 붉으락푸르락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누군가는 계속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검천호 님. 이 작전은 길드에 소속된 헌터들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고려해 주실 수 없으십니까?”
설명이 끝나자 가장 먼저 항의를 한 이는 비천 길드의 이우경이었다.
검천호는 강한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길드들을 선두에 세우고 B급 헌터들을 후방에 세우는 계획을 설명함과 동시에, 각 헌터들의 성향에 따라 묶어 일제히 통제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럼 마땅한 대책이 있는가?”
“그동안 손발이 맞았던 헌터들끼리 묶어 레이드를 진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나 그렇게 하면 전력은 상승할지 몰라도 헌터들의 통제가 되지 않아. 헌터들의 숫자가 100여 명 이내라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모인 헌터들은 족히 400여 명은 되어 보이는군.”
“으흠…….”
“어떤 것이 레이드에서 더 위험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연화 길드에선 이견이 없나?”
논리적인 검천호의 반박에 이우경은 반박하지 못했다. 여기서 억지를 부리면 길드에 속하지 않는 헌터들의 적이 될 터였다.
“없네. 그 작전을 수용하도록 하지.”
“다른 길드장들과 헌터들의 생각은?”
“없습니다.”
다른 헌터들은 이우경이 검천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보았기에 할 말이 있어도 입을 다물었다.
검천호는 쇄기를 박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어울리는 책임을 지는 것이 의무다.”
“……
“더불어 레이드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낸다면…… 그 공은 투명하게 나누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검천호의 마지막 말에 그나마 헌터들의 표정이 환해지며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천호 님께 총괄 헌터 자리를 맡긴 것이 다행이야.’
이 모습을 바라보던 유지운은 검천호의 능력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평소 검천호는 자신을 스카우트하려는 길드들을 차단하기 위해 1인 길드를 만들었다. 게다가 길드의 영역은 자신의 거처인 관악산뿐이어서 마땅한 이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불어 현재 이곳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어 다른 헌터들이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중립적인 입장이었으니 길드들과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인물이기도 했다.
“곧 게이트가 열리니 준비하십시오.”
‘게이트가 열리는 위치를 바꾼다!’
김강현은 도시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력의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헬릭스, 게이트의 좌표 위치를 강 쪽으로 돌릴 수 있을까?”
“노력해 봐야겠구나. 지금 게이트가 열린다면 저곳을 향해 몬스터가 떨어지겠어.”
헬릭스는 여의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게이트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김강현과 헬릭스는 마나와 마력의 흐름을 바꾸고 있었는데, 세밀한 조절이 필요한 터라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게다가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게이트의 입구를 막고 있는 만큼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이쪽도 마무리됐다!”
“그럼 한강 위에 게이트를 열겠습니다!”
그사이 싸움 준비를 마치고 검천호의 말이 들리자 김강현과 헬릭스는 동시에 게이트를 차단하던 마법진을 없애 버리고, 마나와 마력을 일제히 한강 위에 집중시켰다.
콰아아앙!
“으윽……!”
“파, 파도가 온다! 모두 조심해!”
한강 위에 게이트가 나타나자 강한 파동이 일어나며 물결이 세게 넘실거려 파도가 일어났다.
그 바람에 커다란 파도가 한강 주변에 있던 헌터들을 덮쳐오자, 헌터들 가장 앞에 서 있던 검천호가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천류신검을 휘둘렀다.
“우, 우와~!”
“검 하나로 파도를 없앴어!”
“역시 S급 헌터!”
한 번의 휘두름으로 파도를 갈라 아예 산산이 부수어 버린 모습을 본 다른 헌터들은 다들 감탄했다.
“긴장해라. 몬스터가 나타난다!”
검천호가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헌터들에게 경고하자, 헌터들은 일제히 열린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하늘에서 한 마리의 몬스터가 한강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키에에에엣! 키이이이이이이잇!”
게이트에서 나온 것은 거대한 초록색 거미로, 헌터들은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가 고작 한 마리라는 것에 안도하며 힘을 합치면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크 스파이더 퀸!”
하지만 등장한 몬스터의 정체를 알고 있는 감강현과 헬릭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크 스파이더 퀸(S급 인섹트 몬스터, 상태 이상)
체력: SS 마나: SS- 근력: S
민첩: A 지능: B 정신력: A+
마나 스모그(SS)-아크 스파이더 퀸을 보호하는 안개이자 아크 스파이더 나이트와 솔저들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아크 스파이더 퀸을 만든 그린 드래곤 마나의 영향으로 독을 내포하고 있다.
자가 번식(SS)-레어를 수호하기 위해 아크 스파이더 솔저를 만들어내며 일정 마나가 소모된다.
거미줄(S)-마나를 품고 있는 거미줄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둥지와 함정을 만들고, 적을 공격하여 적의 마나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재생(A)-키메라 세포를 활성화하여 부상당한 상처를 회복시키고, 잘려 나간 부위를 재생시킨다.
그런데 헬릭스는 아크 스파이더 퀸을 보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몸이 아는 아크 스파이더 퀸이랑 너무 다르구나. 저 녀석들은 지성이 있는 몬스터들인데, 지금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느낌이야.”
“설마 아크 스파이더 퀸이 정신 지배를 받고 있다고?”
“그린 드래곤들의 가디언으로 있어야 할 놈이 왜 여기에!”
‘정신 지배의 영향으로 지능 수치가 줄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야!’
김강현은 아크 스파이더 퀸의 상태창을 헬릭스와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크 스파이더 퀸은 테라 대륙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었는데, 그린 드래곤들이 자신의 가디언으로 쓰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드래곤들과 전쟁을 할 때 아크 스파이더 퀸과 여러 번 싸워본 적이 있어서 이 몬스터의 무서움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놈인가?’
헬릭스는 얼마 전 돌연변이 던전에서 오크 부족을 조종했던 수수께끼의 존재. 그라면 게이트를 열고 아크 스파이더 퀸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리고 헬릭스는 이번에 반드시 아크 스파이더 퀸을 통해 수수께끼의 존재가 누구인지, 그의 계략이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케에에엣? 케에엣!”
아크 스파이더 퀸은 자신을 향해 적의를 품고 있는 헌터들을 감지하자마자 본능적으로 꼬리에서 거미줄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를 본 김강현은 아크 스파이더 퀸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검천호에게 소리쳤다.
“검 어르신! 곧 몬스터 대군이 쏟아지니 디펜더들을 앞에 포진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더 이상 몬스터들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게이트는 닫히지 않았느냐?”
그의 말대로 지금 눈앞에는 거대 거미 몬스터 한 마리밖에 없었고, 몬스터가 나타나자마자 게이트는 사라졌기에 김강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S급 몬스터인 아크 스파이더 퀸은 자가 번식으로 몬스터들을 만들어냅니다!”
“뭐라고?”
처음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검천호는 김강현의 뒷말에 머리에 찬물을 부은 듯 어지러웠다.
“저, 하얀 것들은 뭐야?”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잖아?!”
주변을 둘러보니 한강에 사람 키만 한 하얀 구체들이 물가로 떠내려 오고 있었다. 헌터들은 궁금함과 신기함에 하얀 구체들을 향해 다가갔다.
쩌적 쩌저적.
“응?”
“여기서 나는 소리 같은데?”
누군가의 말처럼 그 소리는 하얀 구체들에 금이 가며 나는 소리였다. 구체가 완전히 갈라지자 검은 생물체가 그 안에서 뛰쳐나왔다.
“케에엣!”
“키이이이잇!”
“으앗!”
“모, 몬스터다!”
검은 생물체, 아크 스파이더 솔저는 알에서 뛰쳐나오자마자 눈앞에 있는 헌터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아크 스파이더 퀸은 항문에서 끊임없이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이 담긴 알을 만들어냈는데 그 숫자가 셀 수가 없을 만큼 굉장히 많았다.
알들은 물살에 휘말려 강변에 도착하자마자 삽시간에 깨지며 아크 스파이더 솔저를 쏟아냈고, 그렇게 갑작스러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크 스파이더 솔저(B급 인섹트 몬스터)
체력: B 마나: C 근력: B-
민첩: A 지능: D 정신력: D
충성심(S)-아크 스파이더 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마나 흡수(A)-거미줄을 통해 상대방의 마나를 흡수한다. 흡수한 마나는 아크 스파이더 퀸과 공유한다.
김강현은 급히 아크 스파이더 솔저의 상태창을 확인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구상했다.
“저 거미들의 공략 방법은?”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천호가 물었다.
“우선 솔저들은 이동속도가 빠르니 움직임을 봉쇄해야 합니다!”
김강현의 말을 듣자마자 유지운은 헌터폰을 통해 아크 스파이더 솔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명령을 내렸다.
“디펜터들은 모두 앞으로, 힐러들과 위저드들은 후방 지원하고, 딜러들이 몬스터들을 공략한다!”
명령이 떨어지자 헌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흐압!”
“이놈들…… 힘이 장난 아닌데?”
“무조건 버텨!”
디펜더들이 방패와 대검을 이용해 일제히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의 진로를 막아선 사이, 위저드들에게서 쏘아진 푸른빛이 놈들에게 향했다.
“위저드들 덕분에 움직임을 멈췄다.”
“다리를 잘라 버리거나 목을 베어버려!”
“파이어볼!”
“바람의 폭풍!”
위저드들이 시전한 홀드 마법으로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의 전진이 멈췄다.
이 틈을 노리고 딜러들과 위저드들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져, 한강에 지옥이 펼쳐졌다.
“키에에에엣!”
“키엣?!”
“키에에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은 두려움 없이 계속 헌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자잘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니…… 보스 몬스터를 치는 게 이득이야!”
“저 몬스터는 우리 비천 길드가 맡는다!”
“길드장님!”
검천호가 미리 공을 탐하지 말라고 충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우경은 아티펙트를 이용해 길드원들을 이끌고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을 지나쳐 퀸을 향해 날아갔다.
“어? 비천 길드 녀석들이?”
“놈들에게 빼앗길 수 없지.”
“우리도 보스 몬스터를 노린다.”
이를 본 다른 길드들과 헌터들도 비천 길드의 욕망에 휩쓸려 전열을 이탈했고, 곳곳에 빈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후방에 있는 위저드들은 마법을 준비하고, 몬스터들을 위저드들이 있는 곳으로 유인해.”
이를 본 검천호는 다시 진열을 정비하려고 했지만,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의 움직임이 빨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반대로 몬스터들을 안쪽으로 끌어들여 한꺼번에 몰살시킨 후 다시 진열을 정비했다.
수많은 헌터들이 물 위나 물속에서 운신이 자유로운 아티팩트를 타고 보스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자, 이를 본 아크 스파이더 퀸은 불쾌한 기운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안 돼!”
김강현은 이를 보고 그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키에에엣!”
“뭐, 뭐야?”
“모두 피해?!”
갑자기 하늘이 하얀 바늘로 가득해지더니 날카롭게 날 선 나선형의 거미줄들이 헌터들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대부분 피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자!”
“넵!”
‘만약 윈드 윙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어.’
또 공격이 날아들 것을 가정한 이우경은 서둘러 길드원들에게 명령했다. 이 공격으로 가장 피해가 적은 길드는 비천 길드였는데, 이한결과 이우경이 나선형 거미줄이 자신들을 덮치기 전에 급히 스킬을 사용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윈드 윙 스킬은 말 그대로 바람 날개를 만들어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로, 거미줄의 방향을 바꾸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한바탕 공격이 끝난 후 마치 이 상황을 예견한 듯 소리친 김강현에게 주변 헌터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 시선에는 미처 말을 해주지 않았냐는 원망도 일부 담겨 있었다.
“아크 스파이더 솔저가 근거리 특성을 가진 몬스터라면, 아크 스파이더 퀸은 원거리 특성 공격을 가진 몬스터입니다. 더불어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은 퀸을 지키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이놈들을 먼저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게다가…….”
“뭐지?”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은 적의 마나를 흡수하여 퀸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빨리 이놈들을 처치하지 않으면 퀸을 더욱 강해지게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친…….”
김강현의 설명에 헌터들의 표정이 모두 일그러졌는데, 누군가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저 몬스터는 처음 등장한 몬스터 아냐?”
“그러게.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무도 몬스터에 대해 알지 못했고, 순간 주변에 의심이 퍼지기 시작했다.
“제 소환수가 이계의 몬스터로, 다양한 몬스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미리 생각해 놓았기에 망정이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미리 대답을 생각해 두었기에 능숙한 거짓말이 나왔다.
그리고 헌터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김강현의 소환수, 헬릭스를 보았다.
“인간들, 뭘 보냐?”
‘으음…….’
‘한마디 하고 싶은데…… 괜히 섣불리 나서는 건…….’
헬릭스의 말에 헌터들은 순간 살짝 발끈했으나, 김강현과 함께 게이트를 틀어막는 모습을 보았기에 자신들보다 강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건드려서 피 보고 싶지 않았다.
“괜찮다면…… 제가 세부 작전을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네가?”
김강현의 말에 검천호가 가장 크게 놀라 소리쳤다.
지금까지 검천호가 파악한 김강현은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을 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나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
이 중에 아크 스파이더 퀸을 상대하는 경험을 가진 헌터는 김강현뿐이었다.
김강현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 싶은 다음에 나서기로 마음먹었지만 주변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네가? C급 헌터 따위가 나선다고?”
예상대로 A급 헌터들의 뒤편에서 날카롭게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니, 헌터들을 뚫고 이우경을 선두로 한 비천 길드원들이 오고 있었다.
“우리가 무얼 믿고 네놈의 말을 들어야 하냐?”
“나도 비천 길드장의 말에 찬성한다. 솔직히…… C급 헌터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불편하군.”
이우경의 말에 철혈 길드의 길드장을 맡고 있는 최공이 더해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연화 길드와 비천 길드, 2강 체제로 판이 짜여 있었는데 그 사이를 철혈 길드가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철혈 길드장 최공도 이우경 못지않게 공에 대한 욕심이 많아 김강현이 멋대로 날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내가 데려온 녀석이다. 그 말은……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나?”
“검천호 님?!”
김강현이 말을 하려던 찰나 검천호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가로챘다.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이우경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비록 C급 헌터이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A급 헌터들과 동등하다. 아마 헌터 시험이 열리면 바로 A급 헌터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
“나 또한 인정하지.”
검천호의 말에 연철무가 거들었다.
레이드에 나선 두 S급 헌터가 김강현을 비호하자 이 자리에 모인 헌터들은 김강현의 실력에 대해 긴가민가했다. 여기서 유지운이 쐐기를 박는 말을 꺼냈다.
“이 참에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죠. 다들 머더러 길드로 유명한 스컬 길드를 알고 있겠죠? 그 스컬 길드가 여기 있는 김강현 헌터에게 토벌되었습니다.”
“진짜?!”
“그 소문이 진짜였어?”
그동안 공공연히 무명의 헌터에게 스컬 길드가 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협회 소속인 유지운이 이를 공고히 하자 자리에 모인 헌터들에게서 김강현의 실력에 대한 신뢰가 나타났다.
‘끄응…… 저놈이…….’
하지만 이우경과 이한결은 인상을 심하게 찡그리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컬 길드는 암묵적으로 비천 길드의 후원을 받아 성장한 길드이기 때문에 비천 길드 수뇌부에 있어 김강현은 미운털이 박힌 존재였지만, 이를 내색했다간 오히려 비천 길드가 역공을 당할 수 있었다.
더불어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김강현은 그동안 숨기고 있던 자신의 마나와 기세를 풀어놓았다.
‘으음…….’
“확실히 이 정도라면 충분히 A급 헌터와 비슷한 실력이라 짐작되는걸.”
“역시 검천호 님이 추천할 만해.”
“이제 말해 봐라. 어떻게 해야 아크 스파이더 퀸과 솔저들을 쓰러트릴 수 있겠느냐?”
주변 헌터들에게 김강현의 실력에 대한 공인을 받자, 검천호는 서둘러 답을 재촉했다. 김강현은 잠시 생각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크 스파이더 퀸과 아크 스파이더 솔저는 서로 마나를 공유하며 강해지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소홀하게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헌터들을 공격조와 수비조로 나눕니다.”
“각 역할은?”
“네. 수비조는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이 한강공원을 벗어나는 것을 막고, 그사이 공격조는 아크 스파이더 퀸을 공략합니다.”
“잠깐.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은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최공이 궁금증을 가지고 물었고, 주변의 헌터들도 그의 말에 공감했다.
“물론 말씀대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아크 스파이더 퀸은 마나와 시간만 충분하면 계속 솔저들을 생산할 수 있어 빠른 시간 안에 아크 스파이더 퀸을 죽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크 스파이더 퀸을 죽이면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은 모조리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이런 작전을 세웠습니다.”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잘 알지 못했군.”
김강현은 미래를 대비해서 다른 헌터들과 좋은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능수능란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말을 이어나갔다.
“아크 스파이더 퀸을 공략하는 공격조는 10명 이내의 소수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아크 스파이더 퀸도 솔저들처럼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만약 많은 헌터들이 접근한다면 오히려 공략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럼 네가 생각하는 공격조의 구성은?”
“그건 제가 감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 같으니…… 총괄이신 검천호 헌터께서 결정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참. 능구렁이처럼 잘 빠져나가는구나.’
덕분에 모든 헌터들의 시선이 검천호에게 향했다.
검천호는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의 능력을 고려하여 공격조에 편성될 헌터들을 선별했다. 그 안에는 김강현이 포함되었는데, 아크 스파이더 퀸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투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결정이 되자 각 길드의 길드장들과 A급 헌터들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왼쪽에 달려드는 솔저들은 이 몸이 처리할 테니, 오른편의 솔저들은 알아서 막도록!
-크크큭, 네 실력 따위로 물리치는 건 불가능하니 그냥 버티거라.
-2분 후 아크 스파이더 솔저 오른편에 빈 공간이 생길 거다. 버티다가 공격하도록. 이렇게 떠먹여 주는데 못하면 물에 빠져 죽도록 해라.
한편, 헬릭스는 수비조에 남아 후방에서 헌터들을 지원했다. 검천호는 헬릭스도 같이 공격조에 포함되기를 원했으나, 상황을 고려한 김강현은 헌터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비조에 헬릭스를 남겼다.
덕분에 헬릭스는 공중에서 아크 스파이더 솔저들의 움직임을 살핀 후 위험에 빠진 헌터들이나 공격이 강한 곳을 발견하면 바로 마법을 날려 헌터들을 구해내고 있었고, 예상외로 수비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빠드득! 내가 본때를 보여주마!”
“감히 소환수 따위가 사람을 무시해?!”
“그 입을 다물게 만들어주지!”
특히 헌터들은 헬릭스 특유의 말투 덕에 오기가 생겨 더욱 힘내고 있었다.
‘발록이라는 말이 정말인가?’
연철무를 대신하여 연화 길드를 이끌고 있던 연세연은 헬릭스의 전투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확실히 강현의 말대로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어.’
유지운은 김강현에게 헬릭스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헬릭스에게 도움을 요청해 효율적으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만약 헬릭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헌터들의 피해가 2배는 컸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아크 스파이더 퀸의 그것만 아니라면 공격에 참여했을 텐데…… 아쉽군.’
헬릭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수비조에 남았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크 스파이더 퀸의 최후의 공격은 현재의 헌터들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헬릭스는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아크 스파이더 퀸을 향해 다가가는 공격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