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스컬 길드와의 결판
“길드장님도 아시겠지만 보통 녀석이 아닙니다. 놈이 C급 헌터이긴 하나 실력이 B급 헌터, 아니, 그 이상이죠.”
“개릴라 전법과 함정을 이용해 던전을 돌아다니고 있어 쉽사리 놈의 움직임을 쫓기 힘듭니다.”
“저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듯합니다.”
한 명이 입을 열자 다른 간부들도 그제서야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고, 스컬 길드장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컬 길드의 머더러들 중에서 정면 대결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들은 최강의 공격 팀이었다.
의견들은 들은 스컬 길드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희들의 의견대로…… 우리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좋겠군. 놈의 위치는?”
“지금 G15 지점 부근에 있습니다.”
“G15에? 거긴…….”
“네. 저희들이 보스 몬스터들을 처치한 곳과 멀지 않은 장소입니다.”
“하긴…… 놈도 바보가 아니라면 우리가 보스 몬스터를 유인해 던전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게이트를 숨겼다는 것을 알아차렸겠지.”
스컬 길드장이 잠시 아무런 말없이 생각에 잠기자 다들 서둘러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보스 몬스터가 리젠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6시간 후입니다.”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죽은 지 48시간이 지나면 던전을 벗어날 수 있는 게이트가 사라지고, 보스 몬스터가 다시 리젠되었다.
“좋아. 그럼 놈을 잡을 수 있는 계책을 설명해 주마.”
스컬 길드장은 밖의 머더러들이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간부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듣는 간부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너,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준비해 온 약의 수량이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에게만 조용히 말한 거다! 잘 생각해 봐라…… 어차피 머더러들은 다시 모을 수 있지만…… 놈에게 뺏긴 인공 마력석은 다시 구하지 못한다!”
“으음…….”
“하지만…….”
“다들 잊고 있나 본데…… 실패하면 우리들도 살아남지 못해.”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스컬 길드장의 말에 스컬 길드의 간부들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비천 길드의 하수인이 된 이상 자신들의 목숨은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쓸 만하여 먹이를 주며 부려먹고 있을 뿐, 언제든지 필요가 없어지거나 약점이 된다면 모조리 죽여 흔적을 없앨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혹시 모르니……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해 두자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스컬 길드장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한 명의 머더러를 불러 던전 밖으로 편지를 전달하게 했다.
그렇게 스컬 길드의 머더러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으앗!”
“젠장! 또 트랩이야!”
“조심하라고! 주변에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몰라!”
주변 수색을 하던 어느 스컬 길드원이 땅바닥에 널려 있는 어느 나뭇잎을 밟자마자, 숨겨져 있던 나뭇가지가 활처럼 휘어져 다리에 날아들어 깊은 상처를 냈다.
“대체 나뭇가지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들은 몰랐지만, 연약해 보이는 나뭇가지에는 날을 날카롭게 세우는 마법진이 아주 작게 새겨져 마치 칼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벌써 근처까지 쫓아왔네. 서두르자!”
마침 근처에 있던 김강현은 트랩에 걸린 스컬 길드원들의 목소리들이 들리자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며 움직였다.
던전 곳곳에 트랩을 설치해 놓음으로써 스컬 길드원들에게 부상을 입혀 움직임에 지장을 주고 그들의 비명을 통해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 정도 던전을 뒤졌으면 게이트가 나올 텐데…….”
스컬 길드장의 예상대로 김강현은 이틀 내내 게이트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찾아 던전 안을 뒤졌지만, 쉽사리 게이트를 찾을 수 없었다.
이미 김강현의 행동을 짐작한 스컬 길드가 아티팩트를 통해 게이트 주변의 마나를 차단,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렇지만 게이트에 점점 가까워지자 김강현은 아티팩트를 뚫고 나오는 게이트의 마나를 감지할 수 있었다.
김강현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게이트를 향해 움직였고, 그 주변에 10명의 머더러들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게 뭐지?’
그런데 10명 머더러 중 5명만 게이트를 지키고 있고, 다른 5명의 머더러는 게이트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김강현은 그중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놈의 상태창을 열어 확인했다.
곽필(A급 워리어 머더러, 스컬 길드)
체력: A- 마나: B 근력: A+
민첩: B 지능: C 정신력: B-
버서커(A)-눈이 붉게 변하며 10분 동안 공격력이 3배 상승한다. 사용 후에는 후유증으로 6시간 동안 능력치의 절반이 하락한다.
아이언 스킨(B)-피부가 항시 강철처럼 단단해 방어에 효과적이다.
주변에 있는 이들의 정보 또한 확인해 보니, B급 머더러지만 다들 A급에 가까운 능력치를 지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간부급에 필적하는 놈들에, 게이트로 모여들 일반 머더러들까지 모두 상대해야 하니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부스럭…… 부스럭!
“응?”
“아차!”
너무 깊게 생각에 빠졌던 탓에 주변을 수색하던 머더러에게 발견되자, 김강현은 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주먹을 날렸다.
삐이이이이이익!
“크헛!”
“근처에 놈이 있어!”
“어서 주변을 수색해!”
김강현의 공격에 맞기 전 머더러는 급히 통신기의 호출 버튼을 눌렀고, 그 순간 김강현의 위치가 스컬 길드의 모든 머더러들에게 전달됐다. 위치가 바로 게이트 주변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머더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놈이 이 근처에 있다고?!”
“네. 길드장님!”
“잘됐군. 흩어진 머더러들에게 이곳으로 집결 명령을 내려. 게이트 위치가 발각된 이상…… 여기서 승부를 본다!”
마침 김강현을 잡을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마친 곽필의 명령에 몇몇 머더러들이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죽이기 전에 얼굴 좀 봐야겠어. 빠드득!’
더불어 곽필은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괴롭힌 놈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았다. 그때 눈앞의 숲속에서 낯선 복장의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간신히 찾았군.”
“네, 네놈은?!”
“여기가 어디라고?!”
그를 보자 두 명의 머더러가 바로 무기를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앗!”
“허엇!”
“이렇게 당할 거면 나타나지 않았지.”
머더러들은 공격을 펼치기도 전에 가슴에 마나 피스트를 맞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쓰러졌다.
원래 머리를 노리고 마나 피스트를 날렸으나 아슬아슬하게 몸을 뒤틀어 가슴에 맞았기에 망정이지, 머리에 맞았다면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자리에 있는 머더러들은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어차피 이 싸움은 어느 한쪽이 끝나야 해.’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김강현의 손속에 사정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머더러들은 살려둬 봤자 자신에게 칼을 들이댈 것이고, 이곳에서 살아나간다 해도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미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어느 한쪽이 죽지 않는 이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강현은 모습을 드러내 정면 돌파를 하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죽을 자리를 찾았구나.’
‘방심하는 순간 죽는다!’
머더러들이 속속 모여 김강현을 포위하는데, 지금까지 당한 머더러들이 한둘이 아닌지라 모두 경계하며 긴장의 끈을 붙잡았다.
그때 포위망 사이로 곽필이 나와 김강현을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은 열 걸음 정도 거리를 둔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내 물건을 훔쳐간 도둑놈이구나.”
“당신이…… 이 쓰레기 길드의 길드장이군.”
“뭐라고?!”
“그리고 도둑은 네놈들이지 않냐? 초보들 뒷치기 해 푼돈이나 줍줍하는 것들이.”
“이 개새끼가!”
먼저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말을 던졌으나, 김강현의 도발에 오히려 곽필이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곽필의 눈이 붉게 물들어 버서커가 발동되기 직전이었다.
“진정하세요. 길드장님!”
“놈의 도발에 말려 들어가선 안 됩니다!”
“후우…… 후우…… 후우…… 그래. 알고 있다.”
필사적인 길드 머더러들의 만류에 곽필은 버서커 스킬의 발동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곳에서 버서커 스킬을 발동했다간 이성을 잃고 같은 머더러들을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화를 가라앉힌 곽필이 조심스레 본론을 꺼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던전에서 C급 머더러들을 죽이고 가져간 물건만 내놓으면 더 이상 스컬 길드는 네놈을 쫓지 않겠다. 그리고…… 소정의 사례도 할 거다.”
“인공 마력석을 말하는 거라면…… 부숴 버린 지 오래다.”
“그래…… 뭐, 뭣이?!?!”
만약 김강현이 인공 마력석을 어딘가에 숨겨놓았다면 일이 꼬일 가능성이 있어 회유해 털어놓게 할 작전이었는데, 김강현의 대답에 계획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더불어 인공 마력석의 가치를 알고 있는 스컬 길드의 간부 머더러들은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그나마 곽필이 서둘러 정신 차리고 입을 열었다.
“어, 없앴다고? 그 인공 마력석을?!”
“그래. 내가 없앴다고.”
“어, 어떻게?! 분명 단단하게 가공하여 부서지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가공이 부실했던 모양이네. 마나로 부수니까 간단히 부서지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쉽게 부서질 리 없다! 혹시 인공 마력석을 빼돌리기 위한 수작 아니냐?!”
“팔지도 못하는 장물인데!”
“자, 장물?!”
김강현이 주먹을 움켜쥐는 리액션과 함께 대답을 하니, 곽필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아니, 곽필은 김강현의 말을 믿지 못했다. 비천 길드의 요청으로 금액을 지원받고, 스컬 길드의 모든 자금, 그리고 대출까지 받아 구입한 인공 마력석이었다.
게다가 브로커에게 금액이 무시무시한 만큼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제작을 부탁했기 때문에 김강현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정 믿지 못할 땐 증거를 보면 믿겠지.”
김강현은 인벤토리에서 부서진 인공 마력석의 파편들을 꺼내 곽필의 발 앞으로 던졌다.
처음엔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파편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마력을 감지하고 김강현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정말 부서졌단 말이지?? 하…… 하…… 하. 하! 하! 하!”
“기, 길드장이 미쳤어?!”
광기 어린 곽필의 웃음소리에 스컬 길드의 머더러들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 곽필과 거리를 두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곽필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구치자 화가 아닌 웃음만 나왔다. 곽필의 눈동자가 점점 붉어지며 버서커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 * *
“인공 마력석을 박살 낸 값은…… 네 가족들의 죽음으로 되돌려주마. 이 개자식아!”
“설마…… 가족들에게 머더러들을 붙여놨냐?”
“하! 하! 하! 당연하지! 이렇게 된 이상 네놈의 시체는 갈기갈기 찢어 늑대 밥으로 만들어주고, 네놈의 가족들은 모조리 잔인하게 죽일 테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러한 협박에 겁을 먹는 것이 당연한데, 김강현은 불안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바보 같긴. 내가 그 정도도 생각 못했을 것 같냐?”
“……?!”
“너희 같은 놈들을 한두 번 상대한 게 아니라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이미 안전책을 강구해 두었다. 그리고 진짜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네놈들인데?”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 날 잡기 위해 머더러들이 총동원된 것이라면…… 본진은 누가 지키지?”
“서, 설마……?”
김강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으갸갸갸! 늦었다! 늦었어!”
친구들하고 노느라 학원 수업 시간을 넘겨 버린 김아현은 전력으로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다.
“표적이 저…… 여자애야?”
“그래.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작전대로 움직이자고!”
“크크크. 광장히 쉬운 일이네.”
김아현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에는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두 명의 머더러가 김아현의 납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띵~ 띵~ 띵~!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고 김아현이 뛰어오자 건너편에서 두 명의 머더러도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멈춰.”
“움직이면…… 죽는다.”
“3시와 8시 방향의 건물 옥상.”
그때 네 명의 남성이 조용히 두 머더러의 양옆으로 다가가 단검을 허리에 겨누었는데, 옷에 가려져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읊조린 장소를 힐끔 바라보니 스나이퍼들이 사격 준비와 함께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이 횡단보도를 건넌 김아현은 머더러들의 옆을 지나 뛰어갔다.
“젠장…….”
“썩을…….”
머더러들은 불청객들의 눈을 피해 움직이려고 했으나, 상대가 바로 반응하여 단검을 움직이는 바람에 김아현에게 손을 쓸 수 없었다.
정체불명의 자들에 의해 계획했던 납치가 갑작스럽게 실패하자, 길드에서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두려워진 머더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편, 불청객들은 김아현의 안전이 확인되고 작전이 종료되자 무전기를 통해 통신을 보냈다.
지익…… 지익…… 지이이익…….
“3조. 표적 제압 완료. 작전 성공!”
지익…… 지이익…… 지익!
-2조 표적 사살! 작전 성공!
-3조 표적 제압 완료! 작전 성공!
-1조 표적 사살! 작전 성공!
“후우…… 이 미친놈들. 정말 일반인을 노릴 줄이야!”
김강현의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자 유지운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작은 미소를 띄었다.
김강현은 스컬 길드가 가족들을 인질로 잡을 경우를 예상하여 유지운에게 은밀히 보호를 요청했고, 유지운은 네 명의 감찰 팀 헌터들을 암중으로 배치해 준 상태였다.
그리고 김강현이 던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여 스나이퍼도 배치했다.
“조금이라도 틀어졌다간 큰일이 났겠지.”
유지운은 바로 감찰 팀의 헌터들을 모조리 이끌고서 스컬 길드의 길드 건물을 습격했다.
“숨겨진 비밀 금고가 있는지 샅샅이 수색해!”
“서류 하나라도 빼놓지 말고 모조리 챙겨!”
“여기 아티팩트 비밀 창고를 발견했습니다!”
스컬 길드의 건물에는 조무래기들밖에 남지 않아 점령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이곳에서 얻은 정보들을 가지고 스컬 길드를 와해시키고, 비천 길드에 빅엿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에 유지운은 미소를 띄우며 김강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제가 미끼가 되겠습니다.”
“미끼?”
“네. 분명 스컬 길드는 인공 마력석을 되찾기 위해 저를 끝까지 쫓을 거고, 결국 스컬 길드장도 나서겠지요.”
“인공 마력석 확보에 스컬 길드의 사활이 걸렸을 테니까!”
“그리고 여기는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던전에 함정을 파놓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던전에서 놈들의 발을 묶고 있을 테니…… 지운 님은 스컬 길드의 사무실을 급습해 비천 길드와의 불법 거래 자료들을 얻으면 됩니다. 그건 확실한 증거이니만큼 비천 길드도 발뺌하지 못하겠지요. 그다음엔…….”
이렇게 유지운은 김강현의 계획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팀장님. 수색 완료 맟 압수가 끝났습니다.”
“좋아. 빨리 던전으로 가서 스컬 길드를 일망타진한다! 서둘러!”
“넵!”
‘조금만 더 버텨다오. 금방 가마!’
상황이 정리되자 유지운은 혼자서 스컬 길드를 상대로 싸우고 있을 김강현을 찾아 헌터들을 통솔하여 던전으로 향했다.
“아마…… 지금쯤 모든 것이 끝났을 테지.”
“빠드득! 빠득!”
곽필은 김강현의 말에 이를 갈다가 이빨에 금이 갈 정도로 크게 분노가 치솟았다.
‘모든 것이 사라졌군.’
헌터협회의 유지운이 움직였다면 길드 사무실을 샅샅이 뒤져 모든 것을 싸그리 가져갔을 것이다. 비천 길드과 스컬 길드를 와해시키고 선을 자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꼬리 자르기로 자신을 비롯한 간부급의 머더러들은 무조건 죽을 터였다.
“이렇게 된 이상…… 네놈은 죽이고 말 테다! 이 새꺄!”
곽필의 외침이 신호였는지 사방에서 마나 폭탄들이 김강현을 향해 던져졌다.
마나 폭탄은 마나석 가루를 이용하여 만들어졌는데, 실제 웬만한 현대 무기의 살상력과 비슷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펑! 퍼퍼펑! 퍼펑!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김강현은 마나 실드로 몸을 보호했는데, 얼마나 많은 양의 마나 폭탄을 터트리는 것인지 계속해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렇게 수십 개의 마나 폭탄이 터지자 뿌연 연기와 흙먼지가 일어 시야를 가렸다.
“흡!”
그런데 갑자기 마나 흐름이 툭툭 끊기더니, 마나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고 어지러움도 느껴졌다.
‘연기에 독이 있어!’
금세 중독 경로를 알아차린 김강현은 발차기로 강한 바람을 만들어내 연기를 날려 보냈지만, 부서진 마나 폭탄의 잔해에서 계속 독연기가 뿜어져 나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언제까지 호흡을 참을까?”
“독에 중독된 이상……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흐흐흐. A급 아티팩트는 내 거야!”
점점 다가오는 머더러들의 말대로 김강현은 호흡을 하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소량의 독을 흡입했고, 몸속에 들어온 독을 태우기 위해 마나의 소모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스컬 길드의 머더러들은 미리 해독약을 먹어 중독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래도…… 살아남나 보자!”
곽필은 독연기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옆에 있는 간부 머더러에게 물었다.
“길드원들에게 약은 모두 지급했겠지?”
“네. 그런데 20분이 지나면 약의 효과가…….”
“그만! 알고 있으니 그만 말해라. 설마 너도 죽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지금 전투에 투입된 스컬 길드의 머더러들은 해독제를 먹었다고 믿고 있지만 진실은 살짝 달랐다.
그들이 먹은 것은 생명을 담보로 마나와 신체의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약으로 일시적으로 중독 효과를 느끼지 못할 뿐이어서, 나중에 약의 효과가 끝나면 머더러들은 모두 중독될 것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죽으나, 비천 길드에 의해 죽으나…… 똑같지만 놈은 반드시 죽인다!’
인공 마력석이 부서졌다는 말에 곽필은 이성을 잃었고, 김강현만은 죽이고자 마음먹었다. 머더러들을 버리는 패로 쓰기로 결정했다.
한편 김강현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머더러들을 향해 마나 피스트를 날려 정확히 급소를 가격했다.
“별로 안 아픈데?”
“놈의 공격들은 다 허세야. 모조리 달려들어!”
‘이게 어떻게 된?’
방금 김강현의 공격들은 뼈에 최소 금이 갈 정도의 위력이었는데, 머더러들은 약의 효과로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공격이 약해진 거라 생각했다.
김강현도 자신의 공격에 의구심을 가지고 여러 번에 걸쳐 다시 시도했지만, 상당한 위력의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더러들을 제압하지 못했다.
‘그럼 단숨에 죽여주마!’
양팔과 다리에 마나를 집중하자 형태가 날카로운 회전의 칼날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나 칼날의 주변으로 소용돌이 바람이 몰아쳤다.
이를 본 이들이 주춤거렸으나 몇몇의 선동으로 허세라고 판단한 머더러들은 다시 김강현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간다!”
“놈이 사라졌어?!”
“어, 어디 간 거야?”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있던 김강현이 사라져 버리자, 머더러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의 귀에 기분 나쁜 바람 소리가 들려왔는데, 소리와 함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독연기도 사라졌다.
피잇! 사아아앗!
“으아아앗!”
“어?! 내 몸이…….”
바람 소리와 함께 어느 머더러의 가슴에서 피 분수가 솟구치고, 또 다른 머더러의 목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얼마나 순식간에 죽었는지 목이 날아간 머더러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목과 떨어진 몸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피이이잇! 사앗!
“내 파아아아알!”
“우웨에엑!”
“사, 사람 살려!”
또다시 바람 소리와 함께 이번엔 누군가의 팔과 목이 날아갔다.
팔이 잘린 머더러는 운이 좋게도 목이 날아가는 순간 움직여서 다행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고통에 대한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죽음은 사정이 달랐다. 죽는 순간, 치료도 못하고 죽는다면 허망하기 때문이었다.
“놈을 찾아!”
“분명 이 주변에 있어!”
그들의 귓가에서 계속 바람 소리가 울렸지만, 김강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보니 머더러들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두려움에 겁을 먹고 점점 행동이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한편, 김강현은 마나로 신체의 능력을 극도로 상승시킨 후 머더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음속의 속도로 움직이며 마나 피스트로 죽음을 선사했다.
‘더…… 조금만 더!’
아무리 마나로 신체를 보호한다 해도 음속으로 움직이는 몸이 온전할 리 없었다.
라셀이었다면 키메라 세포에 의해 약간의 마나로 몸이 회복되었겠지만 김강현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칼에 베인 상처가 점점 늘어났고, 죽는 머더러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전신을 가득 채우던 마나와 체력도 급속도록 소모되어 갔다.
“저, 저기다!”
“한꺼번에 공격해!”
김강현이 머더러들과 30m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를 발견한 머더러들이 잘되었다는 듯 살기를 띠며 달려들었는데, 김강현의 입가엔 살기 어린 미소가 띠워졌다.
* * *
“인피니티 포스!”
김강현은 마지막 힘을 짜내 머더러들 뒤편에 있는 곽필을 노리며 거대한 마나 피스트를 날렸다. 마나 피스트는 마나 칼날과 함께 파동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모든 걸 휩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 언제 위치가?!”
“모두 죽는다!”
마나 피스트가 일직선으로 뻗어간다면 머더러들과 곽필마저 한 번에 죽일 수 있었다.
원래 머더러들은 김강현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김강현이 음속으로 이동하며 머더러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고 곽필도 공격 영향권에 들어오도록 지금의 위치를 선점했다,
피이이이잇!
“막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으라고!”
뒤늦게 곽필도 공격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컬 길드의 머더러들에게 목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으아아아앗!”
“사, 사람 살려!”
“방어 스킬들을 일제히 사용해!”
머더러들은 마나 피스트를 막기 위해 몸으로 막아서기도 하고 공격도 펼쳤지만 마나 피스트의 속도와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 살기 위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나 피스트는 곽필의 눈앞에까지 도달했다.
“마운틴 실드!”
그때, 마나 피스트의 정면으로 십여 명의 디펜더 머더러가 나와 동시에 스킬을 시전했다.
마운틴 실드는 방패에 마나를 실어 적의 공격을 막는 수법으로, 많은 디펜더들이 동시에 펼칠수록 방어력이 증폭되는 효과가 있었다.
“좋아! 잘한다!”
디펜더들이 펼친 마운틴 실드로 인해 마나 피스트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자 곽필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기쁨은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콰광! 콰르르르릉!
“으아아아아아!”
“미, 미친…….”
“디, 디펜더들이 모두……!”
“이게 무슨?”
갑자기 마나 피스트가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반경 100m를 휩쓸었다. 주변에 있던 머더러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자 살아남은 이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이는 마나 피스트의 숨겨진 수법으로 곽필이 반격하면 그 충격으로 폭발이 일어나도록 장치해 둔 것이었는데, 정작 곽필에겐 닿지 못한 채 주변 머더러들의 목숨만 가져가 버렸다.
“젠장, 실팬가?”
김강현은 마나 피스트의 폭발로 일어난 연기를 보며 검은 피를 뱉었는데, 땅이 피에 닿자마자 녹아 버렸다.
전신을 음속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독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금세 독이 퍼졌고, 마나도 모두 소모되어 마나홀이 텅텅 비었다. 게다가 계속 인피니티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어도 해독, 마나 보충, 상처 치료 등 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원래 목적은 곽필까지 죽이는 것이었으나, 곽필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자 어떻게 해야 할지 서둘러 생각을 시작했다.
“하아…… 하아. 정말 죽을 뻔했어.”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그, 그래.”
‘괜히 나서지 않는 게 다행이었어.’
곽필이 죽은 머더러들의 시체를 보며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는 사이, 소닉 붐의 폭발에서 살아남은 스컬 길드의 간부들이 다가왔다.
폭발의 휘말린 머더러들을 구하기 위해 디펜더들 앞으로 나설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지금 보니 오히려 뒤로 물러난 것이 목숨을 구한 판단이었다.
곽필이 옆에 있는 간부 머더러에게 물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얼마나 되지?”
“길드장님과 간부들뿐입니다.”
“…….”
백 명이 넘는 머더러들 중에서 고작 5명밖에 살아남지 못했다는 말에 곽필은 할 말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곧 가슴 깊숙이 분노가 끓어올라 소리쳤다.
“C급 헌터에게…… 고작 C급 헌터 따위에게 스컬 길드가 망했다고?!”
“…….”
“…….”
“놈은 어디 있지?”
김강현을 평범한 헌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C급 헌터에게 머더러들이 모조리 당하자 곽필은 분노에 휩싸여 눈이 붉게 물들었는데, 그것은 버서커 스킬의 전조 증상이었다.
간부 머더러가 손가락으로 오른 방향을 가리킨 곳에 지친 모습의 김강현이 서 있었다.
“이 새끼! 죽여 버리고 말겠어!”
곽필은 살아남은 머더러들과 할께 살의를 내보이며 김강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어.’
라셀이었다면 언제든지 음속으로 몸을 써도 상관없었으나, 김강현은 이렇게 서 있는 것도 간신히 버티고 있을 정도로 후유증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지운 님은 아직인가?’
지금쯤이면 스컬 길드의 사무실을 급습해 점령한 후 던전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지만, 아직 유지운의 마나와 인기척이 던전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죽인다! 이 새끼!”
“스스로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맛보게 해주지.”
“크크큭. 놈의 몸에 온갖 고문 기술들을 각인시켜 주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에 이 새끼의 목은 내가 딴다!”
김강현의 시야로 곽필을 비롯한 머더러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결국 이것마저 쓰게 되네!’
김강현은 심장의 마력을 인피니티 호흡법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인공 마력석에서 흡수한 마나가 너무 많아 남는 마력을 본능적으로 심장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익! 치이잇! 치익!
마력이 마나 로드를 따라 운용되자 금세 곳곳의 상처 부위에서 검은 연기가 나며 빠르게 치료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읏…….”
마력은 다시 세포를 재생시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몸속에 남아 있는 독기운도 모조리 태워 버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마력이 몸 밖으로 분출되며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마력과 마나의 충돌에 김강현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김강현은 본래 마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나를 사용했기 때문에, 잔류 마나가 있어 마력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뭐, 뭐야?”
“상처가 치료되잖아?”
“길드장님. 놈을 빨리 죽여야 합니다!”
이를 모르는 곽필과 머더러들은 김강현이 회복되는 것만을 확인하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강현을 죽이기 위해 바로 공격을 펼쳤다.
“이익! 이이이잇!”
하지만 전신에 일렁거리는 마력이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어 그들의 무기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이에 오기가 생긴 곽필은 이를 악물고 칼에 힘을 주었으나, 마력에 의해 칼이 파고들어 가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의 기운 따위에 밀릴 것 같으냐!”
“크아아앗!”
“노옴! 죽어라!”
곽필을 지원하기 위해 4명의 머더러들이 공격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곽필의 공격에 힘이 실리자 마력은 대항하려는 듯 더욱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젠장…… 이 죽일 놈의 마력 같으니라고!’
반면, 김강현은 죽을 맛이었다. 마력 덕분에 단숨에 육체는 회복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정신적인 피로는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쌓였다.
게다가 마력은 심장에서 벗어나자 마나를 모조리 없애고 김강현을 차지하려는 듯 신나게 날뛰고 있었다.
‘헬릭스은 어떻게 마력을 다룬 거지?’
김강현은 헬릭스가 오랜 시간 마력을 다루는 것을 보았고 마력 운용 방법을 파악했기에, 충분히 자신도 마력을 다룰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마력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쉽지 않자 눈앞의 적을 상대하기보다 마력을 제압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길드장님, 놈의 상태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지금 무조건 공격하는 것보단…… 기다려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미동이 없는 걸 보니…… 폭주 현상의 초기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자멸할지도 모르겠군.”
이것을 눈치챈 머더러들이 조심스레 곽필에게 이야기했고, 곽필은 버서커 스킬을 사용하기 직전 그들의 말에 공감하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그들은 방심하지 않고, 언제든지 공격하기 위해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았다.
‘내 말을 들으란 말이다!’
야생마처럼 사나운 마력을 제압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부여했으나 마력은 계속 반항하며 폭주하고 있었다.
이대로 날뛰는 마력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목숨을 빼앗길 것이기에 김강현은 마력을 제어하고자 계속 강한 의지를 부여했다.
-멍청한 인간. 한심한 모습은 여전하구나.
‘누, 누구?’
-쯧쯧…… 그렇게 마력에게 끌려 다니다간 네놈이 잡아먹힐 것이니라.
그때 갑자기 김강현의 머릿속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워낙 정신이 없어 누구의 목소리인지 생각나질 않았다.
하지만 흐릿해지는 정신 가운데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우선 심장에 마력을 담은 건 칭찬해 주마. 만약 처음부터 마나홀에 한꺼번에 담았다간 마나와 충돌하여 네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테지!
‘그래서? 이놈을 제압할 방법은?
다급한 마음에 김강현은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재촉했다.
-내가 경험해 보니 인간이란 종족은 쉽게 죽지 않더군. 그러니까 엄살 피우지 말고 참아 보아라. 크크큭.
‘이 개자식이!’
그런데 그는 이 상황을 즐기려는 듯 말투에 장난기가 다분했다. 김강현은 순간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마나는 말 잘 듣는 아이라면, 마력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니라. 마력에게 강압적으로 말하는 건 소용없으니, 말을 잘 듣도록 유도해 보거라.
‘유도라고?’
-아이를 달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잘 생각해라.
김강현은 정체불명의 목소리 덕분에 한 가지의 힌트를 얻었다.
지금까지 마력은 인피니티 호흡법의 마나 로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날뛰고 있었다.
‘하나씩 하는 거야!’
인피니티 호흡법의 마나 로드 곳곳에 마나를 배치하자 마력이 마나를 잡아먹기 위해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마력은 마나를 흡수하여 그 힘을 키워 나갔고, 김강현은 마력이 움직이는 경로를 세밀하게 마나로 조절했다.
‘꿀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 있어!’
한 번 마나에 맛 들린 마력은 더 많은 마나를 잡아먹어 힘을 키우기 위해 날뛰고 있었다.
김강현은 긴장하며 마력이 인피니티 호흡법의 마나 로드를 벗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갑자기 강해지지 않도록 조율했다.
‘한 번에 마나로…… 바꿔야 해!’
김강현은 원래 마력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마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몸에 부하가 계속 걸려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지금도 마력이 움직이는 마나 로드를 따라 고통이 연달아 느껴졌다.
김강현은 배꼽 아래에 위치했던 예전의 마나홀 자리로 마력을 유인하고 있었는데, 가장 공간이 커 한꺼번에 마력 보관이 가능했다.
‘바로 지금!’
그리고 마력이 단전에 모이자 전력으로 인피니티 호흡법을 운용했다.
‘끄으으읏! 조용히 내 말을 들어!’
그 순간 마력이 반항하며 요동쳤지만, 더 이상 마력에게 밀릴 수 없는 김강현은 이를 악물며 강하게 의지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