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장. 스컬 길드와의 악연 (5/119)

4장. 스컬 길드와의 악연

“후우, 그 물건을 밀반입하기 위해 그쪽 길드의 모든 자금이 들어갔어. 만약 잘못되면…… 우리 모두 죽는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지금까지 우리 스컬 길드가 온갖 궂은일을 다 해오지 않았습니까?”

“……아냐! 암흑가에 우릴 대신할 놈들은 널리고 널렸어! 그놈들이 우릴 쓰는 이유는 쓰기 편해서고, 한 번 실수라도 했다간 폐기처분당할 거다!”

스컬 길드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암흑가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목적에 의해 자신들을 이용하는 것일 뿐, 조금이라도 기분이 틀어지면 버릴 것이었다.

이번에 그들의 요청으로 헌터협회의 눈을 피해 유럽 흑마법사 길드에서 수백억의 물건을 밀반입했는데, 물건에 담긴 힘이 너무도 위험하여 철저하게 봉인한 후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들여왔다.

그들이나 자신들이 직접 움직이면 헌터협회의 감시망에 걸릴 수 있어 협회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은 C급 머더러들을 중간책으로 이용했는데, 갑자기 배달을 맡긴 녀석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스컬 길드장은 그들의 분노가 자신들에게 미칠까 봐 노심초사하며 입을 열었다.

“브로커에게 연락 온 게 언제지?”

“오전 9시에 배달책에게 인수인계했다고 합니다.”

“정말 배달을 맡긴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확실하냐?”

“네. 그 녀석들은 먹튀할 만큼 간이 크질 않습니다. 게다가 스컬 길드에 가입한 길드원들이 배신할 마음을 먹으면 없앨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는 일반 길드원들은 모르고 간부급의 길드원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떠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스컬 길드장은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때, 간부에 해당하는 길드원이 허겁지겁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그게…… 배달을 맡긴 녀석의 위치 추적이 되질 않습니다.”

쾅!

이 말을 듣자마자 다시 스컬 길드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주먹으로 의자 손잡이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자세히 말해봐!”

“중간책으로 배달하는 녀석들의 몸에 위치 추적 마법을 걸어놓았는데, 위치를 파악할 수 없고…… 놈과 연결되어 있는 저주 벌레가 죽어 있습니다.”

“저주의 존재를 알아채고 없앨 가능성은?”

“결단코 없습니다!”

스컬 길드에 가입하게 되면 길드원이 되었다는 의식으로 마나 양을 높여주는 비약을 먹는데, 그 안에는 심장에 기생하는 수컷 저주 벌레가 담겨 있었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지만 암컷 저주 벌레의 명령이 떨어지면 수컷 저주 벌레에 의해 죽고 싶을 만큼 끔찍한 고통이 가해지는데, 이 사실은 스컬 길드의 수뇌부만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저주 벌레는 어느 한쪽이 죽으면 다른 성별의 저주 벌레도 죽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선 수컷 저주 벌레의 존재를 알고 없앴거나 죽었다는 말로 들렸다.

“길드장님. 배달책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또다시 길드원 한 명이 방으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와 소리치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오늘 협회의 던전 사냥 인원 리스트를 확인해 보니 D급 던전에 놈들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

“생사를 알지 못하는 행방불명으로 체크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에 방 안엔 정적이 흐르고, 각자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간책 이로운과 민지우는 C급 헌터로 D급 던전에서 죽음을 당할 녀석들이 아닙니다.”

“물건의 정체를 알고 빼돌리기 위해 우리를 속이려 했거나…….”

“D급 헌터들의 아이템을 빼앗기 위해 뒷치기하려다가 당한 것.”

그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는데 아직 길드원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총 5명이 파티를 이뤄 D급 던전에 입장했고, 이로운을 포함한 4명이 행방불명, 그리고 1명은 무사히 던전을 나왔습니다.”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번뜩였다.

무사히 던전을 나온 1명이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관없어! 그놈을 무조건 내 눈앞에 데려와!”

“네, 넵!”

스컬 길드장은 던전에서 무사히 나온 헌터만이 진실을 알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스컬 길드원들은 이로운의 던전 사냥 파티원이었던 김강현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일부턴 C급 던전 사냥이다.”

헌터폰 화면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김강현의 발걸음은 굉장히 가벼웠다. 며칠 동안 서울 곳곳에 있는 D급 던전을 무사히 클리어하자 사냥에 자신감이 생겼다.

라셀의 경험이 몬스터들을 공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오늘은 치킨이나 사 갈까.”

게이트에서 나오면 헌터협회 직원을 통해 몬스터들의 사체를 판매하는데, 상태가 깔끔하여 시세보다 살짝 높은 금액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귀가할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사 가곤 했는데 가족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도 김강현이 집 근처에 있는 치킨집에 미리 전화를 하려는데, 좋지 않는 인기척을 감지됐다.

‘누가 쫓아와?’

멀리서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무리가 있었다.

혹시 누군가와 동선이 겹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 확인해 보았는데 자신을 따라오는 무리가 확실했다.

“여긴 위험해.”

주택가인 이곳에서 싸움이 일어날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김강현은 인적이 드문 공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사장은 늦은 저녁 시간이라 싸늘한 찬바람만이 불었다.

“그만 따라다니고 나와.”

“…….”

“하나, 둘…… 멀리 떨어져 있는 녀석까지 셋인가?”

“알아차린 걸 보면…… 실력이 있어.”

“역시 그놈들이 괜히 죽은 건 아냐.”

그들도 표적이 주변을 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자 이상함을 감지했고, 공사장에 도착한 후엔 자신들의 추적이 발각되었음을 알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검은색 경량 갑주를 입고 있었는데 곳곳에 무서운 느낌의 해골 얼굴이 새겨져 있어 일반인이 아닌 헌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김강현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김강현?”

“그렇다면?”

“3일 전, 오전 9시, 강남역에 있는 D급 던전 사냥에 참여했나?”

“……사람을 잘못 찾았어. 그 시간에 난 집에 있었으니까.”

처음 보는 자들의 자신의 행적을 꿰뚫고 있자 불길한 생각이 든 김강현은 거짓말로 둘러대며 부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것이 있었다.

“헌터협회 직원이 준 사진과 기록이 일치하는군.”

“머더러가 속해 있던 길든가.”

강남역 D급 던전이라는 말에 김강현은 자신이 죽인 2명의 머더러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머더러들의 특성상 결코 복수는 하러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복수를 하러 온 듯하자 경계심이 생겼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네.”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그들은 철저히 준비해 김강현을 찾아냈다.

특히 3일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그중 헌터협회의 직원을 매수해 김강현의 헌터폰 위치를 추적함과 동시에 그의 사진도 얻어냈다.

덕분에 김강현이 발뺌하더라도 사진을 통해 본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강현은 정보를 얻기 위해 그들의 상태창을 살폈다.

김도겸(C급 머더러 위저드, 스컬 길드)

체력: C- 마나: C 근력: D

민첩: D 지능: B 정신력: B

암흑의 감옥(C)-일정 공간을 어둠으로 물들이며 상대방을 가둔다. 밤이 되면 1.5배의 위력을 발휘한다.

암흑탄(C)-마나를 압축하여 적에게 발사한다.

한진수(C급 머더러 어쌔신, 스컬 길드)

체력: C- 마나: D 근력: C-

민첩: B 지능: D 정신력: C+

그림자 칼날(C)-어둠에 자신의 몸과 기척을 숨긴 채 적을 급습하며, 성공 시 출혈 효과가 발생한다.

공환(C급 머더러 어쌔신, 스컬 길드)

체력: C 마나: C 근력: C

민첩: B 지능: B- 정신력: C

그림자 칼날(B)-어둠에 자신의 몸과 기척을 숨긴 채 적을 급습하며, 성공 시 출혈 효과와 일정 확률로 중독된다.

“드디어 찾았다. 네놈을 찾으려고 3일간 개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빠드득!”

“네놈 의사 따위와 상관없이…… 우리와 같이 가줘야겠어.”

“순순히 따라오면…… 피 볼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안 따라오면…… 죽인다!”

그들은 이를 갈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3일 동안 김강현을 찾기 위해 잠도 자지 못하고 발발거리며 뛰어다녔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위에서 아직도 못 찾았냐며 쪼니 마음 편하게 쉴 수 없었고, 정보를 구하는 데 돈을 쓰려고 하면 길드 돈도 없는데 쓰는 데도 많다며 구박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김강현을 데려가기만 하면 그동안 받았던 수모와 고초를 한순간에 날려 버리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이었다.

“두 사람에 대한 복수를 하러 온 거냐.”

“복수? 에이, 그건 머더러들에게 사치야.”

“죽을 놈들은 죽을 팔자여서 죽은 거다. 크크큭.”

‘복수가 아니라면…….’

김강현은 자신을 데려가려는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슬그머니 질문을 던졌고, 세 명의 머더러는 그가 거부할 경우를 대비하여 싸울 준비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그럼 나를 왜 노리는 거냐.”

“우린 명령에 따를 뿐.”

“쓸데없는 관심은 목숨만 단축시킬 뿐이야.”

“조용히 따라오는 게 좋을걸.”

‘이 녀석들은 아무것도 몰라. 그럼 짐작되는 건…… 단 하나!’

김강현은 이로운이 가지고 있던 S급 아이템 붉은 구슬이 원인이라 생각했다.

헌터 커뮤니티를 통해 알아보았지만 S급 아이템이나 아티팩트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고, 그렇게 사이한 마력을 뿜어내는 만큼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으니 이들에게도 붉은 구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무작정 자신을 데려오라고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신했다.

그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압박하기 시작하자, 김강현도 살기를 흘리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거절하지. 아니, 네놈들을 죽여 흔적을 없애 버린다!”

“우릴 죽이겠다고? 앞서 상대한 녀석들과는 달라.”

“킥킥. 팔과 다리 하나씩 자르고 데리고 가면 되겠네.”

자신만만하게 한진수와 공환이 나섰고, 뒤편에서는 김도겸이 캐스팅을 준비했다.

‘놈과 거리를 두어야 해!’

미리 김도겸의 스킬을 확인한 김강현은 암흑의 공간을 발동하기 전에 거리를 두고자 뒤로 물러났다.

캉!

“어디 가?”

“단숨에 잡아먹어 주마.”

그런데 미리 예측이나 한 듯 한진수와 공환이 김강현의 뒤에 서 있었다.

그들은 수십 번씩 합을 맞춰보았기에 쉽게 표적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게다가 표적이 김도겸과 가까울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했다.

“암흑의 감옥.”

이렇게 그들이 김강현을 막는 사이, 김도겸의 스킬이 시전되었다.

공사장 전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깜깜해지며 소리조차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차단되었다.

김강현은 눈에 마나를 실어 적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스킬의 영향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암흑이 펼쳐지자 한진수와 공환은 어둠에 스며들어 김강현의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큭!”

‘아예 단검의 날에도 색을 입혔어!’

김강현은 암흑 속에서 날아드는 공격들을 막아내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곤란한 것이 단검의 날에도 검은색 도료로 특수 처리를 해 빛에 반사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림자 칼날 스킬의 영향으로 스친 상처에 피가 멈추지 않았다.

* * *

‘좋아! 이대로만 가자!’

‘시간은 우리 편이야. 이대로 놈이 쓰러지면 끝이라고!’

암흑의 감옥을 펼친 김도겸은 은신 효과가 있는 아티팩트를 이용해 꽁꽁 숨어 있었고, 한진수와 공환은 기습으로 급소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잔상처를 노리고 있었다.

평소처럼 적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일격필살의 공격을 펼칠 것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김강현을 살려 데려가는 것이었다.

스킬의 영향으로 피가 멈추지 않을 것이니 나중에 과다 출혈로 정신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확신했다.

‘라셀이라면…… 암흑의 감옥을 부숴 버렸겠지.’

김강현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라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라셀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어 단순하게 생각하고 움직였을 테지만, 김강현은 상황이 달랐다.

모든 것이 라셀보다 부족한 지금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크윽!”

‘크흐흐흐…… 빨리 쓰러져라!’

이 순간에도 머더러들은 멈추지 않고 쉴 틈 없이 공격을 펼쳤다.

김도겸이 숨어 암흑탄을 쏴서 김강현이 적을 찾기 위해 암흑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움직이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진수와 공환이 그림자 칼날을 펼치는 패턴을 사용했다.

‘적의 위치를 찾아야 해. 그런데 어떻게?’

김강현은 머더러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방법을 고심하다가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다.

‘저, 저거 미친놈 아니야?’

‘빨리빨리 끝내 버리자고!’

‘아예 포기한 것 같네. 이참에 팔 하나 끊어서 데려가면 되겠어.’

주변은 암흑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머더러들은 스킬의 영향으로 김강현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김강현은 아예 양팔을 내리고 싸울 의지가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한진수와 공환은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해 서서히 김강현에게 다가갔다.

‘어?’

‘이 자식 봐라?!’

“후우…….”

두 머더러는 당황스러웠다.

김강현의 왼쪽 허리와 오른 어깨를 노리고 단검을 휘둘렀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과 달리 완벽하게 막아낸 것이었다.

‘에이, 우연이겠지?’

‘빨리 끝내자고.’

하나 한진수와 공환은 우연이 겹쳤을 뿐이라 생각하고, 이번엔 반대로 오른 허리와 왼쪽 어깨를 노렸다. 그러나 김강현은 미리 예상했다는 듯 수월하게 막아내고 반격을 펼쳤다.

“큭!”

“이쪽이냐?”

“망할!”

역습에 당황한 한진수가 신음성을 흘리자, 기회를 잡았다는 듯 김강현의 주먹과 발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한진수는 당황하며 서둘러 도망치려고 했지만 한번 먹잇감을 잡은 김강현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어디다가 정신 팔고 다니는 거야?!’

‘이 새꺄, 똑바로 못해?!’

‘알았다고! 알았어! 네놈들이나 조심해!’

간신히 공환과 김도겸의 도움으로 벗어난 한진수는 자신이 방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두 머더러는 한진수를 향해 욕을 날렸고, 이를 눈치챈 한진수는 정신 차리고 공격하자는 신호를 보낸 후 다시 기습을 펼쳤다.

‘감각을 극대화시켜 놈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해!’

눈을 감은 김강현은 한진수와 공환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서 마나 흐름에 집중했다.

그들이 아무리 잘 숨는다 해도 스킬을 이용한 은신이기 때문에,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마나가 감지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눈을 뜨고 감지하려니 오히려 시야가 방해되어 눈을 감은 것이었다.

‘더, 더! 집중!’

집중을 하면 할수록 마나의 움직임이 세밀하게 감지되었다. 한진수와 공환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김강현은 1㎝의 간격만을 둔 채 아주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어? 어? 어?!’

‘이 새끼! 뭐야!’

한진수와 공환은 자신들의 공격이 어느 순간부터 먹혀들지 않자 점점 평정심을 잃고 무너져 갔다.

‘오른 방향에서 5m, 그리고 뒤편에서 3m.’

극도로 예민해진 김강현의 감각은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하게 마나를 감지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모든 생명체는 마나를 가지고 있는데, 감각이 뛰어났던 라셀은 식물이 가지고 있는 마나조차 감지가 가능했다.

지금의 김강현은 그 정도까진 불가능하지만, 공환과 한진수가 공격하기 위해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감지가 가능했다.

더불어 단검을 휘두를 때의 기척으로 공격 방향을 읽고 회피하고 있어, 이제 그들의 공격은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빨리 끝내 버려!’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김도겸은 김강현이 점점 암흑의 감옥과 자신들의 공격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확인하자, 초조한 마음에 다급히 여러 개의 암흑탄을 날렸다. 이것으로 김강현의 감각을 흩뜨릴 수 있다면 그사이 한진수와 공환이 끝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공환과 한진수는 오기가 생겨 반드시 김강현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점점 놈들의 합이 무너지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유리한 쪽은 머더러들이었다. 김강현은 출혈을 멎게 하기 위해 계속 인피니티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생각 외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위저드와 어쌔신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단숨에 해치우자!’

그때 공환과 한진수가 좌우 방향에서 동시에 단검을 휘둘렀고, 김강현은 오른 방향으로 몸을 날린 후 한진수의 오른팔을 잡아채 공환을 향해 날렸다.

“뭐, 뭐야?!”

공환은 당황하며 급히 단검을 거두려고 했지만, 이미 단검은 한진수의 복부를 깊이 찌른 후였다.

“크앗! 이 새꺄! 팀킬 하자는 거냐?!”

“미친놈아! 뭐라고? 지가 잘못해서 맞아놓곤!”

“한번 해보자는 거지?”

“그래. 우선 놈을 붙잡은 다음에 생각해 보자고!”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공환에게 칼침을 맞자 한진수는 화가 나 꼭지가 열렸고, 갑자기 욕먹은 공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히려 한번 화를 내자 그동안 복잡했던 머릿속이 시원해져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평소에 헌터들을 죽이다 보니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그냥 놈만 기절시키면 끝나는 일을!”

“놈을 서서히 말려죽인다!”

더 이상 자신들의 스킬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한진수와 공환은 서로 등을 맞대고 주변을 경계했다.

‘이미 늦었어!’

김강현은 눈을 뜨며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인피니티 호흡법을 계속 운용하자 어느새 출혈이 멎었고, 주변 환경에 적응이 끝났다. 세밀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커헉! 헉!”

“뭐, 뭐야?!”

김강현은 공환의 얼굴을 노리는 척하다가 명치를 가격했고, 그의 몸이 앞으로 수그러지자 팔꿈치로 뒤통수를 날려 기절시켰다.

한진수는 공환과 등을 지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가 그의 비명에 뒤돌아보았다.

“커업…….”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다른 주먹으로 한진수의 심장을 타격하자 일시적으로 심정지가 일어나 기절해 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어느 순간부터 한진수와 공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김도겸은 상황 파악에 나섰다.

‘다 당했어? 그럼?!’

실패라는 생각이 미치자 등골이 오싹해지며 혼란스러웠다.

지금 스컬 길드는 김강현의 생포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실패를 보고한다면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 것이었다.

‘버티자! 아직 날이 밝기엔 시간이 있고, 연락이 끊기면 우릴 찾으러 온다!’

그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1시간 간격으로 길드에 보고를 하고 있었고, 마지막 보고가 30분 전이었다.

김도겸은 암흑 속에서 숨어 동료 머더러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뒤쪽에 누군가 있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어, 언제?!”

“아까부터 보길 기다렸지.”

그곳엔 씨익 웃고 있는 김강현이 서 있었고, 곧이어 김도겸은 복부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이번에도 김강현은 주먹에 마나를 실어 단숨에 김도겸을 기절시켰다.

스으으으읏…….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김도겸이 펼친 암흑의 감옥이 사라졌고, 곧 주변 공사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지?”

갑자기 세 명의 포로가 생겨 버리자 방안을 잠시 구상하던 김강현은 급히 헌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어머니. 실은…… 당분간 일 땜에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혹시 위험한 던전에 들어가니?

“그건 아니고…… 며칠 조용한 곳에서 수련하려고 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전화 상대는 어머니인 이수진으로, 그녀는 말투에서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나를 추적하다 보면…… 집도 알아낼 거고…… 그럼 가족들이 위험해져!’

김강현은 자신과 싸우는 적이 물불 가리지 않는 머더러들인 것을 알게 되자 가족들의 안전이 떠올랐다.

보통 일반 헌터들은 던전에 들어가면 나오기까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혹은 일주일 이상도 걸리기에 거짓말로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다.

“수련이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갈게요.”

-그래. 그럼 몸조심하렴.

자신에 대한 걱정이 심해진 가족들에게 헌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조금씩 외출 시간을 늘리자 다행히 가족들은 조금씩 안심하고 있었지만, 그중 이수진은 걱정이 많아 꾸준히 전화를 하는 편이었다.

이수진이 알겠다며 수락한 후 전화를 끊자 그제서야 김강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라면?”

그 후 한참을 서서 생각을 하다가 한 사람이 떠올랐고, 그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김강현입니다.”

-그래. 이 시간엔 무슨 일로?

“갑작스럽지만 부탁 하나 드려도 됩니까?”

-뭐지?

늦은 시간이지만 전화를 받아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김강현은 조심스레 머더러들과 싸운 이야기를 설명했다.

-지금 그곳으로 헌터들을 보낼 테니 위치를 말해봐라. 대책이 필요할 듯하니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꾸나.

“네. 감사합니다!”

그는 김강현의 이야기를 듣고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무사히 일이 잘 풀리자 전화하는 동안 긴장했던 김강현의 얼굴이 풀렸다.

약속대로 잠시 후, 기절한 머더러들을 데리고 갈 헌터들이 도착해 싸움의 흔적을 지우자 김강현은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 * *

헌터들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헌터협회였다.

1층 정문에서 다른 헌터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서로 미리 연락을 한 듯했다. 그들은 기절한 머더러들에게 마나 구속구를 채운 후 어디론가 데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헌터 한 명이 남아 김강현을 안내했다.

“탐장님은 4층에서 업무를 보고 계실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요?”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 9시였다.

“네. 팀 업무뿐 아니라 협회 일을 하다 보니 거의 여기서 숙식을 하고 계시죠.”

‘역시 스카우트를 거절한 게 정답이었어.’

생각보다 빡빡한 협회 업무를 듣자, 만약 그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면 자신 또한 이곳에서 숙식하며 일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강현이 입구의 헌터가 알려준 대로 4층으로 올라가 어느 방에 들어가자, 업무를 바쁘게 보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 * *

“지운 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핫. 곧 다시 보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며칠 만에 연락이 올 거라 생각하진 못했어.”

“그러게 말입니다.”

김강현의 헌터 시험을 맡아 봐주었던 유지운으로, 지금 이 상황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 판단했다.

유지운은 미리 김강현이 올 것을 준비하여 테이블에 간단히 다과와 차를 준비해 두었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소파에 가 앉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스컬 길드의 표적이 되었다고?”

“사건은…… 강남역의 D급 던전에서 만난 C급 머더러들로부터 시작되었어요.”

김강현은 유지운의 건너편에 앉아 자세하게 이야기를 꺼냈고, 이야기를 듣는 유지운의 찌푸린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으음…….”

“절 죽이러 온 머더러들의 말에 따르면 헌터협회의 직원을 매수해 제 정보를 빼돌렸다고 하더군요.”

“후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하네.”

헌터협회와 길드들의 유착 관계, 머더러들의 살인 등 복잡한 이야기에 유지운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감찰 팀이라는 부서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의 업무를 정리하는 것도 벅찼는데, 김강현이 가져온 사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혹시 스컬 길드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스컬 길드는 청부 살인과 밀거래를 하는 머더러 길드다.”

유지운은 김강현의 질문에 자신이 아는 내에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컬 길드의 수뇌부들은 A급과 B급 헌터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워낙 요리조리 헌터협회의 규칙을 피해 다녀 헌터협회에서도 이들의 처리에 대해 골치를 앓고 있었다.

게다가 무슨 일이 있기만 하면 꼬리 자르기에도 굉장히 능했다.

“들리는 소문으론…….”

말을 하던 유지운은 갑자기 주변을 경계하며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핀 후 작게 이야기했다.

“은밀히 비천 길드의 후원을 받고 있어 헌터협회에서 토벌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고 있다고 하더군.”

“비천 길드?”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들어 김강현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잠시 후, 헌터 시험 날에 만났던 고등학교 동창인 이한결이 소속된 길드가 비천 길드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비천 길드가 헌터협회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셉니까?”

“물론이지. 그러고 보니 헌터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협회와 길드의 세력 판도에 대해 하나도 모를 법하군.”

유지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헌터협회의 길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헌터협회는 중립적인 위치로, 헌터 혹은 헌터 길드간의 다툼을 조율하고 곳곳에서 나타나는 던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 더불어 한국에서 세력이 가장 큰 길드를 꼽으라면 비천 길드와 연화 길드다.”

비천 길드는 던전과 연관된 이권들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겉으로는 미디어를 통해 정의롭고 용감한 헌터 길드를 표방하지만, 뒤로는 헌터협회, 정부의 수뇌부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하며 돈과 뇌물로 매수했다. 덕분에 비천 길드의 범죄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묻힌 것들이 꽤 많았다.

연화 길드는 대기업인 연화 그룹에서 파생되어 나온 헌터 길드로, 그룹 회장이 헌터로 각성하여 직접 길드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기업과 연계하여 헌터 관련 사업을 운영하여 막대한 자금을 운용, 길드원들을 모아 활동하고 있었다. 이 자금은 나라에 무슨 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베푸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었다.

“연화 길드는 비천 길드와 달리 헌터협회 권력에 관심이 없어. 오히려 비천 길드가 헌터협회를 휘두르는 것을 막고 있지.”

“재미있군요. 간단히 설명하면…… 비천 길드는 악, 연화 길드는 선. 이렇게 구분 지으면 되네요. 협회에서는 스컬 길드를 없애고 싶어도 비천 길드 때문에 어렵겠네요.”

“협회의 중재를 통해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나 또한 움직이려고 해도 놈들의 눈이 곳곳에 있어.”

“…….”

유지운을 통해 김강현은 헌터협회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제가 잡은 머더러들은 어떻게 됩니까?”

“감찰 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쥐어 짜낸 후 헌터 전용 감옥에 보낼 예정이다. 그럼 놈들은 스컬 길드와의 연락이 차단되고 당분간 널 찾을 수 없겠지.”

“그렇군요.”

“그리고 실망하지 마라. 헌터협회가 아니더라도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있으니 말이야.”

그 말에 김강현의 눈빛이 번뜩였고, 기대가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혼자서는 길드를 감당해 낼 수 없으니 세력에 들어가는 게 최선이야. 현재 스컬 길드와 비천 길드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3곳이다.”

“하나는 연화 길드겠군요.”

“그래. 비천 길드와 쌍벽을 이루는 길드인 만큼 연화 길드는 건드릴 수 없지. 혹 들어가고자 한다면 내가 추천장을 써줄 수 있어.”

김강현은 헌터 시험에서 단숨에 C급 헌터가 된 만큼 추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고, 유지운의 추천장이라면 연화 길드에서도 양손 들고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다른 한 곳은 어디죠?”

“US 그룹.”

“……?”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김강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헌터와는 전혀 연관 없는 곳이니 의아할 수 있지만, 협회의 정보에 의하면 헌터들로 구성된 가드 팀을 만들었다고 하더군.”

“으음…….”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처럼 돈의 무서움은 상상을 초월하지. 그래서 비천 길드가 US 그룹을 건드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US 그룹이 손을 대지 않는 사업이 없어, 대한민국 경제를 그들이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돈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회사인 만큼 비천 길드가 그들을 공격하면 그 순간 대한민국의 적이 될 것이었다.

게다가 매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듦에도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적자가 아닌 흑자를 갱신하며, 각 집마다 US 그룹의 전자제품들이 최소 2개는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더불어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갖가지 사회봉사나 직원들의 복지에도 굉장히 세심한 회사로 소문이 자자해 사람들의 신뢰도도 높았다.

“마지막으로, 만약 길드에 들어가는 것이 껄끄럽다면 협회와, 아니, 나와 계약을 맺자.”

“계약이요?”

“그래. 헌터와 관련된 모든 일에 감찰 팀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난 헌터들과 계약하여 그들을 통해 불법 행위를 처단하기도 하지. 이렇게 하면 임시로 협회 소속, 그리고 내 직할로 연결되기 때문에 놈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다.”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었던 거지만…… 어쩔 수 없지.’

유지운은 김강현은 헌터협회로 스카우트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계약을 통한 협회 소속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잠시라도 협회 소속이 되어 헌터 생활을 하다 보면 나중에 헌터협회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고 판단이 들게끔 만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절 도와주는 이유가 뭡니까?”

“응? 이유라…….”

이야기를 듣던 김강현은 이유가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유지운과의 만남은 두 번째에 불과했고, 김강현을 자세히 알기란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만큼 뛰어난 헌터이기 때문이지.”

“네?”

“당장에라도 스카우트하고 싶을 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작 스컬 길드 따위에게 죽지 않길 바라는 거다. 지금은 C급에 불과하지만 몇 년 후에는 A급, 혹은 S급 헌터가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는 김강현의 미래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만큼 요즘 김강현만 한 헌터가 없었기 때문에 스컬 길드에게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유지운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김강현은 한참 유지운의 말을 곱씹다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전 끝까지 혼자 싸울 겁니다.”

“그래. 잘 생각…… 뭐, 뭣?!”

예상치 못한 대답에 유지운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지금까지 나왔던 제안들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했기에 김강현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지, 지금 제정신이냐? 왜 죽으려고 해?!”

“제가 왜 죽습니까?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이지 마십쇼.”

“하아…… 대체 무슨 생각이냐?!”

가만히 김강현의 눈을 보던 유지운이 계획이 있음을 눈치채고 물었다.

“제가 왜 스컬 길드의 표적이 되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러고 보니…… C급 헌터를 죽이기 위해, 복수를 위해 머더러들을 보낸다?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인데?”

곰곰이 생각하던 유지운은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머더러 길드에 소속된 머더러들은 스스로의 목숨을 중요시하게 생각해 동료에 대한 복수를 생각하지 않았다.

길드의 사활이 걸리거나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유지운은 조용히 김강현을 바라보며 얼른 대답하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실은…… 죽인 머더러에게서 이 물건을 얻었습니다.”

김강현은 말과 함께 품속에 손을 넣는 척하며 인벤토리에서 S급 아이템, 붉은 구슬을 꺼냈다.

붉은 구슬은 그동안 인벤토리에 갇혀 있었던 게 짜증 났다는 듯 전보다 강력한 마력을 뿜어냈고, 순간 두 사람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이를 막기 위해 김강현은 자신의 마나로 붉은 구슬을 휘감으며 마력이 발산되는 것을 억제시켰다.

“그건…… 인공 마력석?!?!”

너무 놀란 나머지 유지운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흔들리는 눈동자가 붉은 구슬에 집중되었다.

더불어 붉은 구슬이 저주받은 물건이라도 되는 양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이것에 대해 아세요?”

“물론이지. 혹시 이것을 또 누구에게 말한 적이 있냐?”

“아뇨. 지운 님이 처음입니다.”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킨 유지운은 붉은 구슬, 인공 마력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마나석은 던전의 몬스터를 사냥하면 얻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반대 성향인 마력석도 몬스터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데, 마력석을 주는 몬스터들은 드물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어.”

“흐음…….”

“그래서 몇몇 헌터들이 시행착오를 걸쳐 인공 마력석을 만들었고, 마력이 필요한 헌터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지. 하지만 인공 마력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

“단점이라고요?”

“그래. 인공 마력석은…… 흑마법으로 사람의 영혼을 모은 후, 그들에게서 나온 절망과 슬픔을 마력으로 바꾸는 것이었어! 게다가 장기적으로 복용 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마력과 섞이지 못해 마력 폭주가 일어나지.”

세계 헌터협회는 머더러들을 잡아들이다가 우연치 않게 그들이 일반인들을 납치하여 인공 마력석을 만드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후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현재는 인공 마력석을 만드는 것이 범죄가 되어 엄격히 금지되었다.

“한데 이 정도의 마력을 뿜어낼 정도라면 아마 수천 명의 사람들의 희생되었겠는걸?!”

“…….”

“하아. 아무튼 스컬 길드에서 죽자 사자 너를 쫓는 이유를 알겠어. 이걸 구하느라 아마 상상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돈을 쏟아 부었을 테니 말이야.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설명을 마친 유지운은 고개를 내두르며 혀를 찼고, 그와 함께 김강현의 눈앞에 반투명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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