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던전 입장 (4/119)

3장. 던전 입장

세계 곳곳에 위치한 던전은 각 나라의 헌터협회가 관리하고 있는데,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 앞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게이트에 들어가려는 헌터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전 9시, 강남역 D급 던전에 5명 입장 신청했습니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던전 안에서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시길 바랍니다. 참! 요즘 머더러들이 정체를 감추고 D급 던전 내에 출몰한다고 하니 발견 즉시 신고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출입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미리 헌터폰을 통해 신청 등록해 놓았기에 던전에 입장하기 전 헌터폰에 인식된 라이선스 키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헌터 등급이 던전 등급과 같거나 높다면 얼마든지 등급에 맞는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던전 안에선 현대의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혹시 가지고 들어가시는 물건 중 전자기기가 있다면 보관 후 입장 부탁드립니다.”

던전 안은 통신 시설이 없어서 통신 장비 이용이 불가능하며, 더불어 통신 장비가 아니더라도 현대의 전자 기기는 작동이 불가능했다.

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모두 괜히 짐이 될 수 있는 물건들은 챙기지 않았다.

“그럼 던전에 입장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던전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N분의 1로 나누고 돌발적인 개인행동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헌터협회의 신분 확인과 점검이 끝나자 그들은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는 등급에 따라 색깔이 다른데, D급 던전의 게이트는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거대한 원의 형태였고, 안쪽을 보면 공간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여기가 던전!’

그저 하나의 통로를 넘어왔을 뿐인데, 장소가 도시에서 숲속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바뀐 것은 장소만이 아니었다. 지구의 마나와 비교했을 때, 마나 농도가 최소 2배 이상 높아 끊임없이 운용되는 인피니티 호흡법에 의해 체내에 쌓이는 마나 양이 늘어났다.

“자, 지금부터 포지션을 정하겠습니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파티장인 이로운이 파티원들을 모았다.

“가장 앞장서는 건 디펜더로, 어그로를 끌어 몬스터를 막아주면 그사이 피스트와 워리어가 접근전을, 제가 후방에서 공격하겠습니다. 그리고 힐러는 후방에서 지원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네. 알았어요.”

“그리고 여긴 늑대의 숲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늑대들이 나타나니, 우선 한두 마리 찾아서 손발을 맞춰보죠.”

이로운이 말한 대로 대형을 유지한 채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은빛 늑대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은빛 늑대는 사람 2배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일행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성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좋아! 내 차례군!”

은빛 늑대가 공격해 옴과 동시에 방패를 든 민지우가 앞으로 나섰다.

카르르릉! 콰앙!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은빛 늑대는 방패를 깨물어 버리려고 하지만, 방패는 기스조차 나지 않았다.

민지우는 실드 차지를 펼쳐, 은빛 늑대를 멀리 튕겨냈다.

“워리어, 피스트!”

강한 충격에 은빛 늑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이로운은 이때가 기회이다 싶었다.

이로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화솔과 김강현이 달려들어 은빛 늑대의 좌우에서 공격을 펼쳤다.

잠깐이나마 고통에 몸부림치던 은빛 늑대는 살기와 분노를 드러내며 김화솔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민지우가 나서서 방패로 은빛 늑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당신의 아이를 회복시켜 주소서.”

더불어 뒤쪽에 있던 민진이 준비하고 있던 회복 마법을 부여하자, 민지우는 상처 입은 몸과 체력이 회복됨을 느꼈다.

“크아아앗!”

“하앗!”

“파이어 볼!”

그사이 동시에 김화솔, 김강현이 다시 은빛 늑대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펼쳤고, 이로운은 화염 마법을 시전해 은빛 늑대의 머리를 향해 쏘았다.

덕분에 은빛 늑대는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하하핫. 생각보다 손발이 잘 맞네요. 그럼 다른 늑대들을 사냥하러 가볼까요?”

이로운이 죽은 은빛 늑대의 사체를 C급 아공간 주머니에 담으며 이야기하자, 김강현을 비롯한 파티원들은 동의하며 이동했다.

* * *

사냥은 순조로웠다. 민지우가 다수의 은빛 늑대들을 몰고 오면 포지션대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놈들을 상대했다.

종종 은빛 늑대보다 강한 핏빛 늑대가 나타나긴 했지만, 다수가 상대하니 힘들지만 물리칠 수 있었다.

“휴우, 여기서 좀 쉴까요.”

“네.”

“10분만 쉬죠.”

2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사냥을 한 덕분에 파티원들에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자, 근처 커다란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후우.”

아직 김강현은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으나 주변 분위기를 고려하여 지친 척하며 곰곰이 생각을 시작했다.

‘이 정도 난이도라면 혼자 D급 던전은 클리어 가능하겠는걸?’

아직 다른 D급 던전은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던전의 몬스터들의 실력이 이 정도와 비슷하다면 충분히 혼자서도 던전 사냥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민지우, 이로운! 대체 무슨 꿍꿍이지?’

그리고 사냥을 하며 의심스러운 점들이 생겼다.

D급 헌터들로 이루어진 이 파티가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는 은빛 늑대는 3마리가 적당한데, 민지우는 항상 이 이상의 은빛 늑대들을 몰고 왔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파티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김강현이 은밀히 은빛 늑대의 급소를 노려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다른 파티원들이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만약 이 같은 일이 한 번이라면 단순한 민지우의 실수로 생각할 수 있었으나, 그는 계속해서 많은 몬스터들을 몰고 왔다.

그리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이로운은 자신들의 실력이 좋으니 최대한 많은 은빛 늑대를 몰고 오라며 민지우에게 소리쳤고, 마법을 은빛 늑대들이 아닌 자신들에게 쏘려고 한 적도 있었다.

반면 민진과 김화솔은 타이밍을 놓쳐 사냥하는 데 실수가 있었지만 당시 상황과 D급이라는 실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로운의 실수들은 김강현이 보기에 고의성이 다분했고, 그나마 파티원들의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이 수습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다간 파티 전체가 몰살당할 수 있었다.

‘한 번 알아볼까?’

의심이 쌓기고 쌓인 김강현은 어빌리티 시스템을 이용해 그들의 상태창을 살폈고, 예상치 못한 정보에 두 눈이 커졌다.

‘그렇군. 만약 그것이 목적이면…… 지금까지 행동들이 모두 이해돼.’

김강현은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하는 사이, 이로운과 민지우는 다른 파티원들 몰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된 거야? 지금쯤이면 파티가 전멸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렇게 금방 죽어버리는 늑대들을 몰고 오면 어쩌자는 거냐?”

“허…… 이 새끼가…… 너야말로 그딴 식으로 마법 쓸래? 늑대들이 아닌 저놈들에게 쏴야 할 것 아니야!”

“아 씨…… 나도 미치겠다고! 분명 저 녀석들에게 마법을 썼는데 늑대들에게 쏘아졌어!”

“그게 말이 되냐? 나도 몰고 온 녀석들이 갑자기 죽어버려 미치겠는데!”

둘은 씩씩대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대로는 끝이 없음을 깨달았다.

“시간 없으니 플랜 B로 가자.”

“알았어.”

“이번엔 확실하게 하자. 그리고 시간 늦으면 보스에게 어떻게 되는지 알지?”

“빨리 마무리하자고.”

민지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파티원에게 다가가,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이제 이 던전 안에 있는 은빛 늑대들은 씨가 마른 듯하니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러 가는 게 어떨까요?”

“좋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보스 몬스터는 웨어 울프였죠?”

“맞습니다. 보스 몬스터인 웨어 울프는 혼자 다니는데, 은빛 늑대 3마리의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은빛 늑대 5마리를 해치운 우리 파티라면 충분히 사냥 가능할 거라 봅니다.”

민지우의 주장에 이로운이 호응하며 나섰다.

“좋습니다. 그럼 여기서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죠.”

민진과 김화솔은 이로운의 확신 어린 말에 자신감이 생겼다.

“휴식을 취하는 사이 전 웨어 울프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혼자 가면 위험하니 저도 같이 가죠.”

“괜찮습니다. 웨어 울프가 있을 만한 장소를 몇 군데 알고 있으니 금방 갔다 올 거예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혼자 수색하러 가는 민지우가 걱정되어 김화솔이 같이 가려고 했으나, 민지우는 정중하게 거절한 후 혼자 웨어 울프를 찾으러 나섰다.

“끄아아아아아앗!”

그런데 잠시 후, 민지우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늑대의 숲 전체를 울렸다.

“뭐, 뭐야?”

“대, 대체 무슨 일이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파티원들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 후 비명 소리가 들린 동쪽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대규모의 기척이 느껴지자 파티원들은 싸울 준비를 하며 경계했다.

“으아아앗! 모두 도망쳐!”

먼저 나무 사이로 모습을 보인 이는 민지우로, 허겁지겁 뛰어오며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린 채 굉장히 당황스러워하며 넋이 나가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저게 다 몬스터들이라고?”

민지우 뒤쪽으로 뿌연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20여 마리의 은빛 늑대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파티원들은 민지우를 노려보며 대답을 요구했다.

“웨어 울프의 거처로 찾다가 늑대 무리를 만나 버렸습니다!”

“우, 우리 전력으론 전멸입니다! 일단 은빛 늑대들을 피해 찢어졌다가 30분 후 여기서 다시 만납시다!”

“그게 더 위험하지 않나요?”

“여기서 한꺼번에 죽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저 녀석들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

민진이 이로운의 말에 반박해 보았지만, 그의 말처럼 그들의 실력으론 바위에 계란 치기였다.

지금은 민지우의 변명을 듣기보단 이로운 말대로 도망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파티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은빛 늑대들도 그들을 따라 흩어졌다.

“왜 나만?”

다섯 명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졌는데, 이상하게도 10여 마리의 은빛 늑대들이 김강현을 쫓아오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김강현은 넓은 공터를 발견하자 멈춰 선 뒤 은빛 늑대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를 원한다면…… 기꺼이 싸워주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이상 마음껏 실력을 드러낼 수 있어, 김강현은 그동안 감추고 있던 기세와 살기를 뿜어냈다.

“크르릉?”

“크엉.”

은빛 늑대들은 갑자기 도망치던 먹잇감이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이자 무언가가 잘못됨을 깨닫고 주춤거렸다.

그리고 김강현의 기세와 살기를 느끼고 도망치려고 했으나, 이미 김강현은 은빛 늑대들을 향해 몸을 날린 뒤였다. 그의 입가에는 포식자의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 * *

“크크크, 죽어!”

“대체…… 왜?”

화끈거리며 극심한 통증에 목소리가 들리는 뒤쪽을 바라본 김화솔의 표정이 당황스러움에 굳어졌다.

그곳엔 파이어 스피어로 김화솔의 배를 찌른 후 잔인하게 웃고 있는 이로운이 있었다.

“이유는 그냥, 재밌더라고!”

빠각!

거대한 방패가 머리를 가격하며 바닥에 쓰러진 김화솔의 시야에 민지우가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김화솔은 한 가지 추측을 도출했다.

“서, 설마…… 머더러?”

“그래. 우리가 머더러들이야.”

“진작 은빛 늑대들한테 죽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잖아. 젠장, 괜히 사람 고생시키게 하고 있어.”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크크큭.”

그들은 죽어가는 김화솔을 발로 짓이기며 낄낄대고 웃기 시작했다.

“네 장비들은 좋은 값에 팔아주지.”

“빠드득. 네놈들도 나중에 똑같이 당할 거다!”

“헛소리 말고 빨리 죽어.”

이를 갈며 김화솔은 그들을 저주했지만 민지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패의 날로 단숨에 김화솔의 목을 끊고, 이로운과 함께 그가 걸치고 있던 장비들을 벗겼다.

“그, 힐러는 어떻게 됐어?”

“이 방패 날로 단숨에 목을 날렸지. 역시 비싼 직업답게 좋은 물건들이 꽤 있더라고.”

“워리어 녀석도 괜찮던데? 갑옷이나 검도 별로 쓰지 않아서 암시장에 팔 수 있겠어.”

“낄낄낄. 그 돈으로 술이나 거하게 마시자고.”

장비들은 공간 마법이 걸려 있는 가방에 담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한 약품을 김화솔의 시체에 뿌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시체는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 버렸다.

“이제 피스트 한 명 남았네.”

“잘하면 이미 죽었을걸? 은빛 늑대들을 몰고 올 때 그 녀석의 체취를 담아 은빛 늑대들에게 뿌려놓았거든. 낄낄낄.”

”역시…… 넌 훌륭한 파트너야. 어차피 그놈은 쓸 만한 장비가 없어서 죽이는 게 좋아.”

“자, 얼른 가보자고.”

머더러들이 신나 하며 김강현을 찾으러 나서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김강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늦은 건가?”

이로운이 쓴 약품은 농축된 산성액으로 시체를 녹여 없앨 수 있지만, 고약한 냄새가 남았다.

이를 통해 김강현은 이미 시체 처리가 끝났다는 것을 짐작하며 그들의 정보창을 떠올렸다.

민진과 김화솔의 상태창에는 헌터 등급과 함께 직업이 반투명창에 기입되어 있었지만, 민지우와 이로운의 상태창에는 머더러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들이 다른 파티원들을 죽였다면…… 나 또한 표적이겠지. 그렇다면…….”

은빛 늑대들을 해치우고 불길한 느낌에 김화솔과 민진을 구하러 왔지만 이미 머더러들에게 당한 뒤였다.

은빛 늑대들을 이용해 자신을 죽이려고 한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죽이려 할 것이 분명했다.

“실력은 나보다 아래지만,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난감하네.”

지금까지의 흔적으로 보아 머더러들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수법들이 많이 있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공격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어, 김강현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계획을 세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 수법 그대로 돌려주지.”

* * *

“이 새낀…… 어디에 숨은 거야?”

“아 씨, 만나기만 하면…… 배때기에 파이어 스피어를 꽂아줄 테다!”

1시간을 넘게 늑대의 숲을 돌아다닌 머더러들은 아무리 찾아도 김강현을 찾지 못하자 짜증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분명 놈에게 은빛 늑대들을 보냈는데……. 싸운 흔적도 없단 말이야.”

“설마…… 은빛 늑대들에게 잡아먹힌 거 아냐?”

“은빛 늑대들이 사람을 먹는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럼 하늘로 솟았나? 아니면 땅으로 꺼졌나? 대체 어디 있냐고! 썅!”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이로운은 발 앞에 있는 돌멩이를 차 버리고 씩씩거렸다.

김강현은 이들에게 자신이 은빛 늑대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체들을 인벤토리에 넣고 라셀의 경험을 살려 완전히 흔적을 지웠다.

“잠깐, 설마…… 이 녀석 던전 게이트 입구가 만들어진 곳으로 간 거 아니야?”

“뭐?”

“겁에 질린 초보 헌터들이 밖으로 나갈 길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오는 헌터들과 만나 나간 사례들도 있고.”

“틀린 말은 아니네. 젠장, 어떡하지?”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이로운의 말에도 일리가 있자, 민지우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던전에 입장하게 되면 입구는 자연적으로 소멸되지만, 던전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나타난 게이트를 통해 나가는 것.

다른 하나는 우연하게 들어오는 헌터들과 만나 열린 게이트를 타고 나가는 것이지만, 굉장히 확률이 희박하여 보통 헌터들은 게이트에 입장할 때 대부분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기 위해 파티를 맺고 입장했다. 더불어 혼자 입장하더라도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헌터의 상식이었다.

“우선 보스 몬스터를 잡자. 그리고 아예 게이트 입구에서 놈을 확인하고…… 몰래 죽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제 약속 시간도 다 되어가니 시간을 끌 수 없지.”

그들은 웨어 울프를 사냥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놈의 거처로 향하려고 했다.

두두두두두!

갑자기 강한 땅울림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지자 머더러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은빛 늑대들에다가 웨어 울프까지? 말이 돼?”

“미친! 일단 방패나 들어!”

“크아아앙!”

그들을 향해 수십 마리의 은빛 늑대들과 웨어 울프가 몰려오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웨어 울프가 소리치며 몸통 박치기를 펼치려고 하자, 민지우는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힘에서 밀려 뒤로 물러났다.

이로운은 웨어 울프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눈치채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우우우우우울!”

“늑대의 포효!”

늑대의 포효에는 10초 정도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마비 효과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비 해독제를 준비해 두었다.

이 스킬이 발동하기 전 재빨리 해독제를 먹은 덕분에 마비 효과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늑대 녀석들 좀 어떻게 처리해 봐!”

“마법을 준비할 테니 시간을 끌어!”

“미친! 나라도 광폭화 상태의 늑대들을 오래 못 막아! 3분이닷!”

“좋아!”

늑대의 포효는 적에게는 마비 효과를, 아군인 은빛 늑대들에겐 광폭화 효과가 있어 5분 동안 능력치가 2배 뻥튀기되어 버렸다.

은빛 늑대들의 공격을 최대한 받지 않기 위해, 이로운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마법을 캐스팅했고 민지우는 정면에 서서 웨어 울프와 은빛 늑대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씨발! 아직 멀었냐?”

“다 했어! 조금만 더 참아!”

웨어 울프와 은빛 늑대들의 공격은 난폭하기 짝이 없어 기스 하나 없이 빛나던 방패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됐다! 저리 비켜!”

이로운의 몸에선 마나의 흐름이 거세게 움직이더니 주변에 4개의 파이어 볼이 만들어졌고, 민지우는 오른편으로 몸을 날렸다.

“파이어 익스플로젼!”

4개의 파이어 볼이 은빛 늑대들에게 쏘아져 그들에게 닿자마자 강력한 폭발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주변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놈은 죽었을까?”

“아니. 은빛 늑대들은 죽었을 테지만…… 놈을 죽일 정도로 위력이 강하지 않아.”

“아우울!”

그 말대로, 웨어 울프는 흙먼지 속에서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은 채 죽어 버린 은빛 늑대들에 대한 분노로 울분을 토해냈다.

“어떡하지? 지금 상태로는 웨어 울프를 쓰러트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럴 때 죽이지 않은 그 녀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앞서 예상치 못하게 은빛 늑대들을 상대한 대미지가 컸다. 게다가 앞선 싸움으로 부상과 마나가 소모되어 더 이상 싸울 힘이 얼마 남지 않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 근처 풀숲이 부스럭거리자 머더러들은 또 다른 은빛 늑대가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긴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온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 여기 있었군요!”

“피, 피스트 강현 님?”

“네. 은빛 늑대들을 피해 도망친 후 파티원들을 찾고 있었어요. 근데 이게 무슨? 으앗.”

김강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 후 자신들을 노려보는 웨어 울프를 보자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은 본 두 머더러는 김강현의 반응에 잘됐다는 듯 소리쳤다.

“으아아앗, 무사히 은빛 늑대들에게 도망쳤었군요.”

“지금 보스 몬스터인 웨어 울프와 싸우는 중이니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민지우와 이로운은 바로 김강현을 죽이기보다는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서둘러 작전을 말했다.

“둘이 웨어 울프를 막아주는 사이 제가 마법을 준비해 놈에게서 틈을 만들겠습니다. 그럼 강현 님께선 라이칸의 급소인 심장을 파괴해 주십시오.”

철두철미한 이로운의 말에 김강현과 민지우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움직였다.

“앗! 잠깐만! 그렇게 앞서 나가면 웨어 울프에게…….”

민지우는 디펜더인 자신보다 피스트인 김강현이 앞서서 싸우려고 하자 급히 만류하려고 했다.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것은 디펜더의 몫으로, 피스트에게 무리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후의 목표는 김강현도 죽이는 것이지만, 지금 죽으면 자신들끼리 웨어 울프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예상과 다르게 김강현은 능숙하게 웨어 울프를 회피하며 품속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펼쳤다.

“회피 능력만큼 자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말 그대로 김강현의 공격은 웨어 울프에게 큰 대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었지만 움직임이 재빨랐다. 오히려 그 움직임이 웨어 울프를 농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민지우는 김강현과 교대하며 웨어 울프의 움직임을 묶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파이어 애로우!”

그사이 이로운은 불꽃 화살들을 만들어 웨어 울프를 향해 쏘아 날아갔고, 웨어 울프는 갑작스러운 불꽃 화살들을 막아내기 바빴다.

“잘했어! 이로운!”

“끝입니다!”

불꽃 화살들은 일부러 웨어 울프의 머리를 향해 노려져 가슴 부분이 텅 비었고, 그 틈을 김강현이 파고 들어갔다.

‘인피니티 포스.’

김강현은 웨어 울프의 심장을 향해 마나를 실은 주먹을 날렸고, 강력한 마나의 파동은 단숨에 웨어 울프의 심장을 박살 내 생명을 끊었다.

쿠웅!

웨어 울프가 뒤로 쓰러지며 죽음을 맞이함과 동시에, 던전을 나갈 수 있는 게이트가 생겨났다.

그 모습을 보며 김강현과 머더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아! 드디어 끝났다.”

“고생하셨습니다. 강현 님.”

‘이제 네놈이 죽을 차례야!’

그들은 순순히 웨어 울프의 사체를 나눌 생각이 없었고, 웨어 울프와의 싸움으로 지친 김강현을 바로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로운은 친절한 미소와 함께 몰래 마법을 캐스팅하고, 민지우도 김강현이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방패를 손에 쥐었다.

* * *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뭐?”

“무슨?”

이미 김강현은 주변 마나의 흐름으로 이로운이 자신을 공격할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민지우와 이로운은 갑작스러운 김강현의 말에 의문을 표현했다.

“너희의 속셈은 전부 예상했단 말이다.”

“뭐라고?”

말과 함께 김강현은 이로운의 앞으로 몸을 날렸다.

“캐스팅하지 못하게 양손을 망가트리면!”

“끄아아아아아앗!”

“이 개자식아!”

김강현이 단숨에 양 손목을 쥔 채 부러트리자 이로운은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민지우가 다급히 김강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지만 사냥과 웨어 울프와의 싸움으로 민지우의 체력은 바닥이라 김강현의 눈에 그 움직임은 느리기 짝이 없었다.

김강현은 가볍게 피하며 민지우가 입고 있는 판금 갑옷을 우그러트려 깊이 피부에 박았다.

“크으으읏!”

판금은 단단히 박혀 빠지지 않았고, 민지우는 판금이 살 속을 파고들어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다.

김강현은 가볍게 뛰어올라 발뒤꿈치로 민지우의 어깨를 가격해 무릎을 꿇렸다.

“무슨 짓이냐? 설마 네놈…… 머더러냐.”

“머더러? 우, 우리가 머더러 따위에게 당했다고?”

“뭐.”

‘놈이 당황하는 틈을 타 반격하는 거야!’

민지우와 이로운은 김강현이 머더러로 몰려 당황하기를 바랐다.

사람은 처음 겪어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 순간 흐트러진 모습이 나오는데, 그 틈을 노려 공격할 생각이었다.

“웃기는군. 그딴 말로 날 어떻게 하려고?”

“…….”

“머더러는 그쪽이잖아. 두 사람을 공격하는 걸 뻔히 봤는데 발뺌할 생각이냐?”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자, 김강현은 역으로 사실과 거짓말을 섞어 떠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바로 얼굴 표정이 싹 바뀌었다.

“언제부터 눈치챘지?”

“디펜더가 은빛 늑대들을 몰아올 때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파티원의 실력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몰고 오는 것이 수상했지.”

“…….”

“그리고 위저드가 실수를 가장해서 은빛 늑대들이 아닌 파티원들을 공격하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 게다가 뻔히 힘 조절하는 것도 보이고 말이야.”

자신들의 행적을 김강현이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자 그들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썩을…… 네놈도 실력을 속인 거냐?”

“그래. 하지만 네놈들처럼 악의를 가지고 속인 건 아니다. 이번이 던전 첫 사냥이라 숨겼을 뿐.”

“처음? 우리가 초짜한테 뒷치기를 당했단 말이야?”

김강현이 말이 계속될수록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이렇게 엉성했는지, 처음 던전에 들어오는 헌터에게 들킬 만큼 어수룩했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로운이 생각나는 것이 있어 급히 물었다.

“설마…… 은빛 늑대들과 웨어 울프를 네가 몰고 왔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너희들이 한 짓을 그대로 한 것뿐이다. 은빛 늑대들을 이용해 파티를 전멸시키려고 했던 것처럼!”

“어떻게 웨어 울프를-”

“그건 영업 비밀이라 말하기 곤란하군.”

김강현은 이들에게 자신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숨겼다.

더불어 민지우와 이로운에게선 아티팩트가 감지되고 있지 않았지만, 추후 그들의 기억을 통해서 자신의 정보가 빠져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지금이닷!’

김강현과 이로운이 대화를 하는 사이, 민지우는 김강현의 경계심이 누그러들기를 기다렸고 기회가 보이자 들고 있던 방패를 김강현의 목을 향해 날렸다.

‘그대로 죽어!’

평소 방패 모서리는 공격으로 사용하기 위해 날카로웠다. 김강현의 목이 날아가는 상상을 하자 민지우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의 꿈이었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냐? 스스로 무덤을 파는군.”

“끄아아아앗!”

미리 살기를 감지하고 일부러 경계심이 풀린 척 연기하고 있던 김강현은 오른팔을 휘둘러 방패를 되돌려 보냈다. 방패는 민지우가 막을 사이도 없이 가슴에 박혀 피가 흘렀다.

‘그냥 초짜가 아니야! 이대론 죽어!’

이로운은 철두철미한 김강현의 움직임에, 그가 실력과 계략 등 모든 것이 자신들보다 위라는 것을 깨달으며 살기 위해 다급히 말했다.

“네게 제안을 한다!”

“제안?”

“우릴 살려주면 두당 2억씩! 목숨값을 치르겠어!”

“흐음…….”

“한 사람당 2억이다! 아니, 둘이 합쳐 깔끔하게 5억이야!”

“이 새꺄! 함부로 내……!”

살짝 고민하는 기색이 김강현에게 보이자, 이로운은 기세를 몰아 1억을 더 높였다.

한편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민지우는 함부로 공수표를 남발하는 이로운을 째려보았지만 오히려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자 입을 다물었다.

이로운은 김강현을 설득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며 말했다.

“우린 네 말대로 머더러 길드에 속한 헌터들이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봐라. 만약 우릴 죽이면…… 길드의 블랙리스트에 네 이름이 올라 죽을 때까지 쫓길 테지만, 살려주면 오늘 있었던 일은 모조리 잊을 거다.”

“음…….”

“이제 헌터가 되었다면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 구입에 돈이 필요할 터. 솔직히 초보 헌터가 5억을 단숨에 벌긴 어려워.”

“분명…… 좋은 제안이야.”

“그렇지?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네게 이득이 있는 제안이야.”

이로운은 김강현이 점점 자신의 말에 넘어가는 듯하자 부러진 손목의 고통도 잊고 능청스럽게 대답을 재촉했다.

실제로 초보 헌터들이 제일 먼저 겪는 어려움이 돈이었다. 헌터가 되어 필요한 장비들과 소모품들을 사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없었다.

게다가 사냥을 통해 부산물을 얻어도 헌터협회에서 세금 명목으로 돈을 떼어가니 순수익은 극히 적은 편이었다.

그나마 길드에 속한 헌터들은 어느 정도 길드의 자체적인 지원으로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그냥 거절하지.”

“그래. 잘 생각…… 뭐, 뭐?”

“어, 어째서?”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로운과 민지우와 당황스러웠다.

이 정도면 딜을 할 것도 없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안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길드에선 너희들은 죽는 것 따윈 신경 안 쓸텐데? 고작 C급 헌터를 죽인 자한테 블랙리스트를.”

“허억! 흡.”

“5억이라는 돈이 불법이라면? 그리고 그 돈을 너희가 순순히 준다는 보장은?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다시 뺏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허업!”

“귀찮음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죽이는 게 편하다는 결론이다.”

김강현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너무도 상세히 알고 있자 이로운과 민지우는 기겁했다.

김강현의 말대로 여기서 그들이 죽는다 해도 길드는 자신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었다.

실제로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김강현에게 5억을 준 뒤엔 다시 머더러들을 끌고 와 공격할 생각이었다.

“제기랄! 죽어랏.”

“…….”

제안이 틀어지자 이로운은 고통을 참고 품 속에서 작은 공 크기의 구체를 던지고 도망쳤다.

펑!

그것은 독이 담긴 분말 가루로, 들이마시면 중독되어 정신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강현은 이로운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팔로 구체를 쳐냈고, 나무에 부딪치며 가루가 퍼졌다.

그사이 이로운은 도망치기 위해 급히 뒤돌아 달리고 있었다.

“허억!”

그러나 이로운은 금세 김강현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단숨에 심장이 주먹에 꿰뚫렸고, 숨이 끊어졌다.

‘역시 이 기분은…… 적응되지 않아.’

누군가는 사람을 죽일 때 희열을 느낀다고 하지만, 김강현은 살인을 하는 순간 기분이 더러웠다.

테라의 라셀은 하루에서도 수백 번씩 이 같은 경험을 했었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없애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닌지라 아무리 해도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더불어 지구에서의 첫 살인이지만 크게 죄책감이나 무서움이 들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머더러들을 살려둔다면 죄 없는 헌터들이 수 없이 죽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김강현은 뒤돌아 도망치지 못하는 민지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민지우는 죽는다는 생각에 발악하며 소리쳤다.

“두고 봐라! 우리 머더러 길드가 네놈을 끝까지 쫓아가 죽일 것이다!”

“언제든지 환영하지.”

“크흐흐흐. 저승에서 만나자!”

김강현은 씩 웃으며 민지우의 머리를 단숨에 박살 내 죽였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되자 김강현은 머더러들과 싸운 흔적을 지우며 웨어 울프의 사체를 살폈다.

“이거 하나?”

웨어 울프의 보상은 예상대로 D급 마나석 하나였다. 그나마 웨어 울프의 사체가 깔끔해 상점에 팔 때 조금이나마 금액을 더 받을 것이었다.

뒤이어 죽은 민지우와 이로운의 시체를 없애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수거하는데, 이로운의 품속에서 재미있는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이 케이스 안에 뭐가 들었길래?”

검은색의 나무 케이스로,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고도의 봉인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김강현은 케이스에 새겨진 마법 수식을 역계산해 봉인 마법을 해제하고 케이스를 열었다.

“붉은 구슬?”

??(S급)

-정체불명의 불길한 물건으로,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응?”

지금까지 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는 없었는데, 미확인에 가까운 정보가 뜨자 김강현은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케이스의 봉인 마법이 사라지자 붉은 구슬에서 사이한 마력이 뿜어지며 주변 마나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인벤토리 보관.”

다급한 말과 함께 손에 들려 있던 붉은 구슬이 사라지고, 인벤토리 창에 붉은 구슬이 생겨났다.

인벤토리가 봉인 마법의 역할을 대신하여 사이한 마력이 사라지자, 그 누구도 붉은 구슬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혹시 장물인가?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봐야겠어.”

아티팩트 등급이 S급인 만큼 평범한 C급 머더러가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흔적을 지웠기에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 김강현은 붉은 구슬의 처분을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어느새 던전을 나갈 수 있는 게이트가 죽은 웨어 울프 뒤편에 생겨나 있었다. 머더러들과의 싸움 흔적을 지운 김강현은 던전 밖으로 나갔다.

강남의 어느 한 건물. 깜깜한 방에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있고, 그 옆엔 부하로 보이는 남성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서 있는 남성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한 채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지금 몇 시냐?”

“네, 네! 2시입니다.”

“1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안 왔어?”

그는 씩씩거리며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약속 시간이 크게 지났음에도 상대방이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자 화를 폭발하며 소리쳤다.

“이 새끼들이 내 물건을 갖고 튀었다는 거지? 이 새끼들 당장 죽여 버릴 테다!”

“기, 길드장님! 아닐 겁니다!”

“그놈들은 물건의 정체도 모릅니다!”

“협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그놈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냥 단순하게 늦는 것일 겁니다.”

길드원들은 급히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쏟아졌다.

그가 화가 나 스킬을 시전하는 순간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눈 돌아간 길드장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길드원들의 노력을 알아차린 것인지 그는 화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놈들의 위치를 파악해! 어서!”

“넵!”

길드장의 가장 최측근 한 명만 자리에 남고, 모든 길드원들은 빠른 대답과 함께 신속히 방을 나갔다.

그리고 길드장은 자신의 속마음을 옆의 헌터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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