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5/64)

54.

가쁘게 차오르는 호흡에 신음도 내지르지 못한 최서율이 강무혁의 어깨로 입술을 누르며 끙끙 앓았다. 만지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만지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가 한 번도 도중에 그만둔 적이 없음에도 극으로 몰린 머리가 별생각을 다 만들어 냈다. 강무혁의 목덜미와 팔을 잡아 쥔 최서율이 울먹거렸다.

“…얼른, 해주세요. …응?”

발정기의 열기를 배제하고서도 평생 혼자만 보고 싶은 어여쁜 얼굴이었다. 다 가지고도 모자라 갈증이 일었다. 들끓어 오르는 소유욕을 참지 못한 그가 울대를 긁으며 굵직한 짐승의 소리를 뱉어냈다. 여유를 잃은 호랑이의 미간으로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서율아, 나 봐.”

“읏, 으응….”

아래를 맞붙이고 정신없이 비벼대던 최서율이 흥분에 벌겋게 달아오른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푹 젖은 속눈썹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몇 번 더 내리 감겼다가 겨우 시선을 맞췄다. 내가 누군지 똑바로 보라는 듯이 종용하는 목소리가 잦아들기 무섭게 몸이 열렸다. 삽입의 충격에 커다래진 토끼의 눈으로 투명한 물기가 가득 차올랐다.

“아, 아, 흐으, 읏…!”

단숨에 구멍을 꿰뚫은 강무혁이 후들거리는 배 속 깊이 귀두를 퍽퍽 박아 넣고 비벼댔다. 최서율이 허리를 뒤틀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전신을 할퀴는 날카로운 쾌감에 발가락이 뻣뻣하게 펴졌다가 곱아들었다. 몸이 다 녹아 흐를 것처럼 달콤하다가도 호랑이의 단단한 품 안에서 숨통이 끊길 것만 같아 겁이 났다.

경련하는 허리를 단단히 부여잡은 강무혁이 빠르게 배 속을 쳐댔다. 두툼한 귀두가 좁은 내벽을 밀며 더 깊은 곳에 박힐 때마다 대리석 바닥에 밀린 등에서 뽀드득 소리가 났다.

“아, 아프, 응….”

“…잡아.”

상체를 내려준 강무혁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마찰에 열 오른 등허리로 두툼한 팔이 감겼고 그대로 몸을 일으키자 매달려 있던 몸도 붕 떠올랐다. 불안정한 자세에 다리가 흔들려 삽입된 각도가 비틀렸다. 벌건 자국이 남은 등허리를 곧추세워 강무혁의 귓가에 입술을 묻으며 울먹였다.

엉망이 된 드레스룸을 뒤로한 강무혁이 쿵쿵 걸어 침대에 몸을 날렸다. 호랑이의 단단한 척추가 먼저 매트리스에 닿고 그 위로 최서율이 쏟아졌다. 뱃가죽을 뚫어버릴 듯 강렬하게 박힌 귀두에 버둥거리는 몸을 붙잡은 강무혁이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허리를 위로 쳐올렸다.

강무혁의 위에 앉혀진 최서율이 난잡하게 흔들렸다. 완전히 열린 몸이 체액을 쏟아내듯 질퍽거리고 강무혁이 자꾸만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두툼한 귀두가 좁은 입구를 막은 살점을 쳐대자 최서율이 어깨를 옹송그리며 단단한 가슴팍 위로 무너졌다.

“하아, 하….”

벌벌 떨리는 작은 등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아 쓰다듬은 강무혁이 땀에 젖은 정수리에 입술을 묻었다.

“괜찮아, 서율아.”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에 극으로 몰린 쾌감이 서렸다. 강무혁의 목소리와 숨소리, 냄새에 반응하는 최서율의 등이 몇 번 더 튀어 올랐다. 맞닿은 뱃가죽 틈으로 묽은 물이 줄줄 흘렀다. 귀두가 아프다고 중얼거리는 귀를 쪽 빨아당긴 강무혁이 말캉한 귓불에 이를 세웠다. 선명하게 남은 잇자국 위를 쓰다듬듯 핥자 품에서 바들거리는 몸이 격렬해졌다.

몸을 뒤집어 최서율을 눕힌 강무혁이 완전히 풀린 토끼의 눈을 들여다보며 허리를 뒤로 뺐다가 천천히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흐물흐물해진 아래를 느리게 자극하는 성기의 모양이 미세하게 변했다. 얼굴 옆을 받치고 있는 강무혁의 팔뚝에 입술을 묻고 있던 고개가 돌아갔다. 당혹감이 가득 담긴 동공에 노랗게 변한 강무혁의 동공이 가득 담겼다.

“아흐, 으… 시… 싫….”

“쉬, 괜찮아.”

“아니, 아니….”

더 깊어지지 못하게 손을 뻗어 아랫배를 밀어내는 미약한 손이 성난 복근 위에서 미끄러졌다. 바들거리는 작은 손을 강하게 움켜쥔 강무혁이 완전히 노랗게 변한 호랑이의 눈을 하곤 금방이라도 송곳니를 드러낼 듯 강렬하게 울부짖었다. 천둥 같은 호랑이의 소리가 침실을 넘어 집안을, 눈 쌓인 산을 뒤흔들었다.

단 한 번, 강무혁에 의해 억지로 열렸던 최서율의 비밀스러운 곳이 스스로 살점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수컷을 기다렸다. 오로지 번식의 본능만이 남은 맹수가 빠르게 몸을 옭아매며 늘어진 다리를 들어 올려 허리를 밀어붙였다.

두려움을 넘어선 뜨겁고, 강한 쾌감이 꼬리뼈부터 치솟았다. 동그랗게 모양을 잡은 귀두가 가장 끝의 굴곡진 살점을 파헤쳤다. 평소에는 쉽게 열리지 않는 곳을 자극당하자 통증과 쾌감이 정신없이 몰려들었다. 저도 모르게 들쳐진 엉덩이를 뒤로 뺀 최서율의 어깨를 끌어안은 강무혁이 더없이 강한 힘으로 허리를 치댔다.

“시, 싫, 어… 으흣, 아파아….”

“나 봐. 최서율.”

“…아, 아흑, 아, 아!”

강렬한 충격에 휩싸인 최서율의 눈이 커다래지고 땀에 젖은 머리 위로 보송보송한 토끼 귀가 솟아올랐다. 침대에 짓눌린 꼬리뼈를 밀고 드러난 토끼 꼬리는 흘러내리는 체액에 금세 축축하게 젖었고 늑골부터 장골까지 홀쭉해진 뱃가죽이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렸다. 정신없이 신음하는 최서율 단단히 잡아 고정한 강무혁이 으르렁거렸다.

“내가 누구지, 서율아?”

“하흐, 으….”

초점 없는 동공이 빠르게 얼굴을 훑었다. 일그러진 입술을 비집고 부사장님… 자기야, 여보. 헛소리처럼 읊어대던 최서율이 잔근육이 바짝 올라붙은 두 팔로 강무혁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내 호랑이….”

목덜미에 얼굴을 문지르는 최서율을 빈틈없이 마주 안았다.

두툼하게 부푼 귀두가 완전히 좁은 입구를 비틀어 열었을 때, 강무혁의 등줄기로 굵직한 검은 줄무늬가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인간의 성기가 아닌 호랑이의 성기가 축축하고 매끄러운 살점을 완전히 틀어막고 끄떡였다. 요도가 열리고 정액이 사출되는 순간, 보드라운 토끼 귀가 위로 치솟았다가 축 늘어졌다.

뜨거운 정액이 가득 들어차 아랫배가 볼록 부풀어 올랐고, 그 안이 부글거렸다. 잔뜩 힘이 들어가 경련하던 팔다리가 늘어졌다.

잘게 떨리는 몸을 쓰다듬은 강무혁이 보송보송한 토끼 귀를 입에 물었다. 아야.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최서율이 벌겋게 부어오른 눈꺼풀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이, 이게, 왜….”

“귀 나온 줄도 모를 정도로 좋았단 말이야?”

“그런….”

허리를 비틀어 품에서 빠져나오려던 최서율을 꽉 잡아 고정한 강무혁이 와그작 구겨진 미간을 움찔거렸다.

“지금 움직이면 안 돼.”

“그런데… 너무, 아파요… 빼고 싶은, 데….”

일렁이는 눈망울을 바라보던 강무혁이 새빨갛게 색이 몰린 입술에 짧게 입 맞췄다.

“그렇게 봐도 어쩔 수 없어. 아침까진 안 빠질 거야.”

“…그럼 어떡해요…?”

“뭘 어떡해. 이대로 자야지.”

“그….”

축축해진 토끼 꼬리를 손안에 넣고 굴리던 강무혁이 최서율의 다리 한쪽을 제 허리에 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방향이 조금만 비틀려도 배 속의 통증이 아우성을 쳐댔다. 파드득 튀는 몸을 안정적으로 끌어안은 강무혁이 날개뼈와 등을 번갈아 가며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고 토끼 귀를 만지작거렸다.

열에 들뜬 몸이 천천히 식어갔다.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던 최서율이 고개를 들어 아직 노란빛을 품고 있는 눈과 마주했다. 신기하고 오묘한 색의 눈동자를 매만지듯 눈가를 손으로 덧그렸다. 별안간 코끝이 시큰거려 콧대를 찡그리며 입술을 옴쭉거렸다.

“아기가… 와줄까요?”

“이걸 겪고도 모르겠어?”

탄탄한 복근에 마주 닿은 볼록한 배 위를 손끝으로 간질이듯 쓰다듬은 강무혁이 웃었다. 최서율이 코를 킁.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강렬한 흥분과 쾌감에 시달린 탓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 * *

눈을 뜬 최서율이 제일 먼저 제 머리를 더듬어댔다. 다행히 토끼 귀가 없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침실과 이어진 커다란 통유리로 눈이 소복하게 쌓인 새하얀 마당이 보였다. 한겨울에도 먹이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산새들이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다. 며칠 동안 날이 좋지 않고, 눈이 내려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허리 아래로는 제 몸 같지 않은 통증이 치솟아 놀란 최서율이 다시 뒤로 쿵. 하고 넘어갔다. 어젯밤 제 안을 벌리고, 틀어막고 있던 호랑이의 그것은 빠져나가고 없지만, 아직도 안에 담겨있는 듯 잔 열감이 존재했다.

옆에서 제가 끙끙거리든 말든 깊게 잠든 커다란 호랑이가 가로누워있는 걸 한참 들여다보았다. 제 얼굴만 한 앞발을 손으로 쓰다듬고 듬직한 근육을 확인하듯 보드라운 털 뭉치를 꾹꾹 잡아 눌렀다. 호랑이가 지쳐 나가떨어질 만큼인데 제가 아직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임신한 수인은 열 달 동안 동물화하지 못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아기를 품는다. 그래서 임신테스트기나 병원에 가지 않아도 수인의 임신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정체가 며칠 후에 착상하는 걸 생각하면 틀린 진단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수인이 이 방법으로 임신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최서율도 행복회로를 신나게 가동해가고 있었다.

“호랑이….”

토끼가 낳은 호랑이는 어떤 모습일지, 호랑이가 만든 토끼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평온하고 홀쭉해진 배를 만지작거리다가 들뜨는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어떤지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얼른 호랑이의 앞발을 벌려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익숙한 냄새, 보드라운 털,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체온. 몸을 다 감쌀 정도로 커다란 호랑이의 품에 안긴 최서율이 팔을 뻗어 다 안지도 못할 만큼 두툼한 몸통을 끌어안았다.

“앗….”

고개를 들어 올린 호랑이가 묵직한 시선으로 아침부터 매우 신난 채 품에서 뒤척이는 최서율을 바라보았다. 최서율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들키면 안 되는 걸 들킨 것 같아 민망함이 몰려온 탓이었다. 흐트러진 이불을 슬금슬금 끌어당겨 헐벗은 몸을 가렸다. 크르릉. 침대를 짚고 일어난 호랑이가 가슴께를 가리는 이불을 이로 잡아 내렸다. 허공에 허둥거리는 손까지 이마로 밀어내고 얼룩덜룩하게 자국이 남은 가슴팍에 까맣고, 축축한 코를 문질렀다.

“아흐, 으….”

까슬하고 매끄러운 감촉에 놀란 최서율이 더 격렬하게 움직이기 전에 거칠한 혀가 다리 사이에 닿았다. 통증이 느껴질 만큼 빨갛게 짓무른 성기의 냄새를 맡듯 킁킁거리는 호랑이의 머리를 밀어냈지만, 엉덩이 사이에 혀가 닿는 게 더 빨랐다.

“아!”

까슬한 혀가 부어오른 입구를 핥았다. 정액과 체액이 말라붙은 여린 살점을 천천히 핥는 호랑이의 혀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만 잔뜩 올라왔다. 가느다란 다리가 호랑이의 머리를 격렬하게 밀어냈다.

“아파요, 진짜, 아파아….”

입구를 헤집는 날카로운 혓바늘에 눈물이 고일 때쯤, 만족스러울 만큼 제 할 일을 한 호랑이가 매끈한 피부를 드러냈다. 작은 가슴을 씨근거리며 노려보는 최서율과 눈을 마주한 강무혁이 길게 웃었다.

“우리 토끼한테 호랑이 냄새가 나네.”

“흐….”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려고 했는데 입술이 먼저 먹혀버렸다. 싫다고 버둥거리는 팔을 잡아 누른 강무혁이 홀쭉해진 배를 쓰다듬었다. 그런 강무혁의 손등을 덧잡은 최서율이 부드럽게 입안을 헤집는 혀를 따라 금세 좋아진 기분을 내보이듯 간질거리는 신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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