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육지에서 체크인하고 섬으로 안내되어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꼼꼼하게 메모하는 최서율을 보던 강무혁이 곤란한 듯 눈썹을 살살 긁적였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게 때문이었다.
눈을 빛내며 리조트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치기라도 할 듯 강한 의지가 서린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태블릿을 들고 있는 팔뚝을 살며시 그러쥐었다.
“오늘 네가 해야 할 일은 리조트 시찰이 아니라 나를 수행하는 일 아닌가?”
“아….”
“열심히 하는 건 보기 좋지만, 나한테도 관심을 좀 가져주면 좋겠는데?”
최서율이 뙤약볕에 붉어진 볼을 움찔거리며 민망한 듯 눈을 깜빡였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 부사장을 수행할 만한 일도 없었고, 시찰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준비된 자료가 없으므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는 중이었다.
태블릿을 정리한 최서율이 강무혁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 부사장님 수행만 하겠습니다.”
“이 보트 위에 우리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어딨다고 자꾸 부사장이래.”
“그래도… 일로 온 건데, 어떻게 편하게 말을 합니까.”
“내일모레 아침까지는 일 아니야. 그냥 쉬자. 어차피 일정도 뒤로 밀렸잖아.”
곧바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강무혁을 보던 눈이 가늘어졌다.
이 강제적인 휴식이 모두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윤 비서도 걱정되었고, 그에게 여러 번 못 볼 꼴을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함이 배로 커졌다. 앞으로 윤 비서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걱정되어 절로 한숨이 지어졌다.
“싫어도 어쩔 수 없어.”
“…….”
“이미 바다 한가운데니까.”
강무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을 태운 보트가 천천히 선착장으로 다가갔다.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던 요트가 정박을 시작하며 소리를 점차 줄여나갔고, 뱃머리가 선착장에 닿기 무섭게 여기까지 함께 온 직원들이 짐을 내리느라 바삐 움직여댔다.
요트가 너울에 넘실넘실 흔들렸다. 최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다 말고 휘청거리자 강무혁이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사람들이… 봅니다.”
인간과 수인으로 이루어진 한 그룹의 직원들은 모두 현지인들이었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향해 앞만 보고 걸어 나가고 있었다. 단 한 명, 리조트 소개를 맡은 직원만이 강무혁을 기다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면 어때, 자기들이 어쩔 건데.”
맞는 말이라 반박하지 못한 최서율이 조심스럽게 잡아 주는 손에 의지해 보트에서 내렸다. 고개를 들기 무섭게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 최서율이 제 뒤로 다가오는 강무혁을 바라보며 둥그런 눈을 크게 키웠다.
“너무… 너무 예뻐요.”
말 그대로 그림 같았다. 파란 하늘 아래, 투명한 바다를 품고 높다란 야자수와 이름 모를 풀로 둘러싸인 빌라는 상상으로도 그려보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한낮의 햇살이 수면 위에서 반짝반짝 부서지고, 싱그러운 초록빛이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꼈다.
넋을 잃고 두리번거리는 최서율의 손을 잡아 쥔 강무혁이 선착장을 벗어나 오솔길을 걸었다. 완만한 언덕을 지나자 빌라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미리 도착한 직원들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두 사람을 맞이했다.
총 2박을 머무를 때 필요한 생수와 음료수, 술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드링크바를 시작으로 간단한 음식이 가득 찬 냉장고와 찬장을 소개한 직원이 침실과 욕실, 리빙룸과 다이닝룸까지 꼼꼼하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제가 해야 하는 일 같아 한발 앞으로 나선 최서율이 직원의 설명을 듣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든 객실이 바다를 향해 커다란 통창으로 뚫려있었는데 욕실마저도 완벽히 차단되지 않고 있었다. 그 부분은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욕조는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개인적이어야 하는 공간이 이렇게 뻥 뚫려있다니. 고개를 설설 저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무혁이 소리 없이 웃었다. 최서율의 뒤통수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쓰여있는 덕분이었다.
“이만 쉬고 싶은데, 식사는 내가 미리 주문해 놓은 대로 시간 맞춰 준비해주면 된다고 하고 이거 하나씩 나눠줘.”
직접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뭔가 하려고 동동거리는 최서율을 위해 지갑에서 직원의 숫자만큼 달러를 꺼내어 손에 쥐여주었다.
“이, 이런 건… 해보질 않아서.”
“그럼 내가 할까, 최 비서?”
“제가 하겠습니다.”
최서율이 어깨를 한껏 치켜올리며 돌아섰다.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들은 그대로 전달하며 조심스럽게 팁을 건넸다. 피곤해 보이던 그들의 얼굴로 삽시간에 친절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만큼 적당을 넘어선 액수에 주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있는 사람이 쓴다는데 말릴 필요는 없었기에 비슷하게 친절한 미소로 답하며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그들을 배웅했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야.”
“들어가려고 했어요.”
“빨리 와. 물에 들어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수영은 해야지.”
이미 셔츠를 벗어 던진 강무혁이 맨몸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오, 옷은 왜 벗으셨어요?!”
“수영한다니까?”
붉어진 최서율의 귓가를 만지작거린 강무혁이 그 위로 입술을 붙였다.
“다른 거 하고 싶어?”
“아, 아니요!”
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에 펄쩍 뛰며 우렁차게 외친 최서율이 귀에 닿은 입술을 떼어내며 옆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아쉽다는 듯 상체를 물린 강무혁이 소리내어 웃으며 최서율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 * *
결국 유유히 수영하는 호랑이를 구경하는 최서율이었다. 토끼들은 모두 수영을 못하냐고 묻는 말에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동창 중에는 수영을 꽤 잘하고, 좋아하는 녀석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어릴 적 교육받기를 수영을 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면 목숨까지 위험하다는 경고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이긴 했다.
몸을 다 담그지는 않았지만, 풀장 턱에 걸터앉아 발을 담근 최서율이 두 다리를 퐁당거렸다. 물방울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걸 보던 호랑이가 다가와 일부러 물을 튀겨댔다. 몸을 옆으로 돌리며 인상을 찡그리다가도 애교 부리듯 발치에 와서 젖은 머리를 들이대는 걸 보곤 또 웃어버렸다.
다리 사이로 유유히 헤엄쳐 들어오는 호랑이의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만져주다가 젖은 코를 톡톡 두드렸다. 크르릉. 호랑이가 울어대는 소리에 야자나무 위에 앉아 있던 이름 모를 새가 깜짝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다.
한국의 집에서 지난여름 동안 일상처럼 겪었던 일이었음에도 달라진 풍경 때문인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발만 담그고 있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았다. 걱정할 거리도 두려워할 것도 없는 지금의 이 평화로운 시간이 그저 즐겁기만 했다.
발톱을 감춘 호랑이의 앞발이 풀장 턱에 닿았다. 저도 모르게 그 위를 꾹꾹 눌러보던 최서율이 젖은 털을 쓰다듬었다. 고양이의 발처럼 작고 앙증맞지는 않았지만 두툼하고 둥그런 앞발이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사랑에 빠진 제 눈이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발을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고양이 발이랑 완전히 다른데… 자기 발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인간 강무혁을 앞에 두고는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호랑이인 채로 그 말을 들은 강무혁의 자그마한 귀가 쫑긋거리는 것까지 놓치지 않고 확인하며 괜스레 붉어지는 제 볼을 젖은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유유히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웅웅.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빠르게 반응했다. 물에 반쯤 담긴 발치에서 헤엄치던 호랑이가 수면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벌떡 일어나 강무혁의 핸드폰을 확인한 최서율이 호랑이를 대신해 전화를 받았다.
“네, 윤 비서님.”
호랑이로 수영 중이라는 말에 그럴 줄 알았다며 한껏 비아냥거린 윤 비서가 기분은 괜찮냐고 물었다. 그가 출장지까지 와서 이런 것까지 신경 쓰게 한 것 같아 한껏 미안해져 잠시 하얗게 식었던 얼굴을 붉혔다.
“괜찮습니다. 아침에는 죄송했어요. 앞으로는 더 주의하겠습니다.”
-나도 괜찮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호화롭게 휴식도 취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 아닙니까. 돌아가면 연차 쓰려고 했는데 이걸로 대신해도 될 만큼 지금 편하고 아주 좋습니다.
“…그러시면 다행이네요.”
어색하게 웃은 최서율이 모레 있을 오찬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강무혁의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 두자마자 옆구리로 굵직한 팔뚝이 쑥 뻗어져 나왔다.
“아!”
“외간 남자랑 통화하면서 왜 얼굴을 붉혀.”
“외간 남자라니… 윤 비서님입니다.”
“윤 비서는 외간 남자 아닌가.”
“그런….”
등에 닿은 가슴팍이 몸을 앞으로 살살 밀었다. 힘에 떠밀려 소파까지 몰아 세워진 최서율이 젖은 바지가 신경 쓰여 소파로 완전히 무너지지 못하고 등받이를 움켜쥐고 겨우 버티고 섰다.
“바지가, 젖어서….”
“벗겨 줄게.”
“아니요. 제가, 갈아입을게요. 자기도 얼른 옷을… 으아…!”
옷을 입으라는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손쓸 틈도 없이 젖은 바지가 쑥 내려졌다. 물에 젖을 걸 생각해 속옷을 입지 않은 아래가 순식간에 횅해지고 뽀얀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놀란 다리가 안으로 모여들자 그 사이로 강무혁의 커다란 손이 비집고 들어왔다. 허벅지 안쪽을 꽉 잡아 쥔 손이 야릇하게 움직였다. 급박하게 치솟는 체온에 무릎이 안으로 모였다.
“자, 자기야아….”
“쉬, 괜찮아.”
“흐….”
해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몸을 겹쳐오는 강무혁의 흉흉한 기세가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아무도 없다는 걸 알지만 누군가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심장이 쪼그라들어 숨쉬기 힘들어질 정도로 가슴이 죄어들었다.
상체를 구부리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최서율의 목덜미로 젖은 숨이 닿았다.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강무혁의 몸이 축축했다.
“아… 이, 이따가 해요…. 지금은, 말고….”
허벅지 안쪽을 주물럭거리는 손을 덧잡은 최서율이 고개를 저었다. 젖은 옷만 갈아입게 해주려고 했는데 흰 엉덩이에 남아 있는 잇자국을 보는 순간 마음을 바꾸었다. 최서율의 몸에 남은 제 흔적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지만, 그만큼 시도 때도 없이 성욕을 자극당하는 고역이기도 했다.
“왜 참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다고.”
“으응, 그래도… 아직 너무 환하고….”
몸을 앞으로 빼며 도망가려는 최서율을 붙잡은 강무혁이 거절을 거절했다. 자꾸만 아래로 숙어지는 고개를 잡아 돌려 입술을 겹쳤다. 안 그래도 숨쉬기 힘들었는데 입까지 틀어 막히니 자꾸만 몸이 들썩거렸다. 매끄러운 혀가 입안을 휘젓고 이제 겨우 진정된 입안의 생채기들을 다시 헤집어댔다.
있지도 않은 시선이 신경 쓰여 집중하지 못하는 최서율을 나무라듯 날카로운 이가 혀끝을 아프게 깨물었다.
“아흑…!”
“나랑 있을 땐 나만 생각하라고 했지.”
“힝….”
너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듯 억울하다고 우는 소리를 낸 최서율이 고개를 짧게 가로 저었다. 입술 위에 쪽, 쪽. 짧게 입 맞춘 강무혁이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앞으로 도망가려 허리를 낮추는 엉덩이를 잡아 쥔 손이 가차 없이 당겨졌다.
“아, 처, 천천히….”
어젯밤 정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입구가 작은 접촉에도 흐물흐물 풀려 발씬 댔다. 그 위로 두툼한 귀두를 비벼대자 소파 등받이를 잡은 팔이 금방이라도 꺾일 듯 후들거렸다.
오랜만인 것처럼 급하게 구는 강무혁을 어떻게 받아내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손을 뒤로 내저으며 천천히 하라고 해도 그 손까지도 밀어내는 강무혁의 숨이 거칠어질 때마다 저도 모르게 배꼽 아래로 힘이 들어갔다.
“여기가 아직 열려있네.”
“흐읏, 아…!”
단번에 끝까지 성기를 밀어 넣은 강무혁이 힘을 주고 있는 배꼽 아래의 여린 살점을 파헤치듯 허리를 붙여댔다. 갑작스럽게 몸이 열린 충격에 눈을 커다랗게 뜬 최서율이 물기가 스며 나오도록 눈꺼풀을 곽 닫으며 등받이를 쥐어 잡았다.
끝단이 젖어 있는 티셔츠를 파고든 커다란 손이 옆구리와 가슴께를 간질이듯 주물렀다. 갈빗대를 손끝으로 누르고 아랫배를 스친 손이 다시 골반과 엉덩이에 안착했다. 상체를 곧게 편 강무혁이 좁은 입구를 팽팽하게 벌려 놓고 제대로 꽂힌 제 성기를 바라보았다.
등줄기를 타고 짙은 흥분감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머리끝까지 도달한 쾌감에 수분을 잔뜩 머금은 매끈한 피부 위로 굵직한 근육이 선명하게 양감을 드러냈다.
최서율을 향한 욕망을 풀어내듯 거칠게 허리를 밀어붙였다. 작은 몸이 낭창하게 흔들리다가도 저를 짓누르는 속도에 맞추듯 엉덩이를 뒤로 밀어댔다. 최서율은 항상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야살스럽게 구는 행동을 뻔히 알고 있기에 입안으로 군침이 돌았다.
성기를 끊어버릴 듯 내벽을 조이며 허리를 흔들어대는 최서율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마셔도 마셔도 사라지지 않는 갈증과도 같았다.
이 작은 토끼 한 마리를 배 속에 밀어 넣지 못해 안달이 난 맹수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정욕을 드러냈다.
“어흑, 흐, 아앙, 응!”
등받이를 잡은 손이 미끄러졌다. 그 와중에도 마구 털리듯 흔들리던 최서율이 소파 위로 엎드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몸을 뒤에서 바짝 끌어안아 방향을 튼 강무혁이 다리 한쪽을 소파에 올리고 등을 잡아 눌렀다.
“으흥, 으….”
배 속이 얼얼해진 최서율이 손을 내려 아랫배를 더듬었다. 손바닥에 닿은 살가죽 너머로 강무혁이 드나드는 부피감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어딘가 터질 것만 같은 흥분과 쾌감에 몸서리치다가 제 성기를 잡아 쥐어 빠르게 흔들어댔다.
사정하기 시작한 최서율의 배 속이 꿈틀거렸다. 급격하게 수축하는 내벽을 힘으로 연 강무혁이 뿌리까지 집어넣을 기세로 허리 밀며 도망가려는 어깨는 아래로 당겼다.
“아흑! 아, 아, 아흣, 으! 으응…!”
소파를 짚은 동그란 손끝이 하얗게 셌다. 사정하긴 했는데 배 속이 묵직해 귀두가 저렸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며 자극당한 성기에 다시 힘이 들어가기 무섭게 쾌감에 몸서리친 최서율이 배꼽이 소파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울먹거렸다.
“아프, 아, 이상, 해요…, 그만, 응!”
둥그런 모양을 드러낸 최서율의 배를 쓰다듬은 강무혁이 뒤로 팽팽하게 당겨진 목덜미를 잡아 누르며 입술을 겹쳤다. 몸이 반대로 꺾인 아찔함과 뱃가죽이 뚫릴 것만 같은 저릿한 자극에 입을 ‘아’하고 벌린 최서율의 혀가 파들파들 떨렸다. 돋아 오른 혓바늘을 감춘 강무혁이 최대한 부드럽게 벌어진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타액이 엉기고, 입술 주변이 축축해질 즘, 최서율의 안에 정액을 쏟아낸 강무혁이 토끼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제 냄새에 만족감을 느끼며 긴 숨을 뜨거운 입안으로 쏟아냈다.
덜덜 떨리는 배와 명치 부근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위로 한껏 올라붙은 티셔츠를 헤치고 봉긋해진 젖꼭지를 손으로 몇 번 굴렸다. 허리를 쿡 처박았다가 뒤로 빼자 최서율이 젖은 숨을 뱉어내며 소파 위로 풀썩, 스러졌다.
등허리를 가린 티셔츠 자락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흐트러진 채 엎드린 최서율의 엉덩이 사이가 흘러내린 정액에 젖어 축축했다.
“괜찮아?”
“…아니요.”
“이런.”
“진짜 미워요….”
“그래. 나도 사랑해.”
눈물과 타액, 땀에 젖은 입술에 입 맞춘 강무혁이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늘어진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버둥거리지도 않고 얌전히 안겨 옮겨지던 최서율이 강무혁의 어깨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러려고 여기 온 거죠….”
“당연하지.”
웃어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났다. 최서율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 말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욕조를 보자 다시 눈꼬리를 푹, 주저앉혔다. 자꾸만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몸이 달았다. 다시 힘을 받아 커지는 성기에 귀두가 팽팽해져 아팠다. 티셔츠를 잡아당겨 아래를 가리는 걸 본 강무혁이 동그란 어깨를 쓰다듬었다.
“벗자. 씻겨 줄게.”
“여기가… 아파요.”
“여기가 어딘데.”
흉흉한 성기를 받아낸 구멍이 아프다는 줄 알고 엉덩이를 더듬던 강무혁의 손을 잡아 뺀 최서율이 티셔츠로 가리고 있던 성기를 조심스럽게 내보였다.
빨갛게 부어있는 귀두를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보던 최서율이 완전히 울상이 된 얼굴로 강무혁을 올려보았다. 열감이 느껴지는 귀두 아랫부분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은 강무혁이 축 늘어진 눈꼬리에 입 맞췄다.
“침 발라 줄게. 금방 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