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5/64)

34.

최서율은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고생이었다. 머리도 아프고 어깨도 무거워 결국 책상에 고개를 박고 한참 엎드려있어야 했다. 형은 외로운 서울 생활에 그나마 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사람이었다.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어도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비밀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많이 내어주고 의지하던 사람이었다.

비록 자기가 위험에서 빠져나오려고 저를 팔았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된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토끼가 늑대 무리와 한패라니.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꼭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지를 다진 최서율이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약속 장소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골목의 음식점이었다. 처음 가보는 식당이었지만 지나다니며 봤기 때문에 찾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후. 후. 짧은 숨을 여러 번 몰아쉬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드는 남자와 눈을 맞추곤 어색하게 웃었다. 강무혁의 말이 자꾸만 머리를 맴돌아 차마 환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미안, 좀 늦었지?”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배고프지?”

“어? 어… 형은?”

“나도 배고프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행동과 말투였다. 이미 세팅된 테이블에는 곧 메인요리가 나올 것처럼 밑반찬이 깔려있었고, 컵에 물도 채워져 있었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속이 타들어 가 물을 벌컥벌컥 마신 최서율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빤히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져 괜히 물컵만 만지작거렸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왜 토끼 수인은 무조건 네 편이고, 무조건 믿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냐 던 강무혁의 목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형… 혹시….”

“응?”

먼저 나온 고기볶음을 뒤적거리던 남자가 고개를 들며 눈을 맞춰왔다. 믿어야 하는 존재… 내 편…. 강무혁과 남자를 두고 편을 가르고, 믿음의 크기를 비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이라면 그 의미 없는 일에 모든 촉각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젓가락을 들지 못하는 최서율을 보던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율아, 안 먹어?”

“어? 어… 내가 점심때 밥을 좀 많이 먹어서 배가 많이 안 고프네?”

“그래? 그럼 조금만 먹고 나가서 좀 걷자.”

“…그럴까?”

“응, 간식도 두둑하게 챙겨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웃으며 옆에 있던 가방을 툭툭 두드리는 남자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밥을 먹지 않으면 곧 배가 고파질 토끼 수인의 습성을 잘 알고 있어서 하는 행동이었다. 최서율도 그걸 알기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겨우 젓가락을 들어 밥알을 세듯 뒤적였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남자는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지금이라도 묻고 싶은 말만 물어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찰나, 남자가 자리를 정리했다.

“더 안 먹을 거면 나갈까?”

“어? 어… 어디로 가지? 여기 근처에는 공원 같은 건 없는데….”

“오면서 괜찮은 카페 봤는데 거기까지 걸어가자.”

“카페?”

“응, 밥 먹었으니까 차도 한잔해야지.”

어제 점심시간에 만났을 때는 기운이 없고, 수척해 보일 정도로 힘이 없던 사람이었다. 하루 만에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어딘지 들떠 보이기까지 하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밥을 한 숟갈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자기만 먹었다고 얼른 일어나라니 그것도 이상했다. 강무혁의 말 때문에 남자의 모든 행동이 이상해 보이는 건지, 정말 그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 건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자꾸만 등에서 땀이 났다.

“형, 내가 좀 피곤해서 그런데… 우리, 다음에 만날까?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어? 왜? 아니야. 저기까지만 가면 돼. 가자. 가서 조금만 얘기해. 우리 중요한 얘기는 아무것도 못 했잖아.”

“무슨 중요한 얘기? 우리 어제 해야 할 말은 다 했잖아.”

“아, 아니… 그래도 조금만….”

어제는 돈도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하더니 형은 먼저 지갑을 열어 현금으로 밥값을 계산했다. 뒤에 서 있다가 형의 지갑을 힐끗 바라본 최서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만 원짜리 현금이 다발로 들어 있었다.

“형… 오늘 어디서 일했어? 현금이 왜 이렇게 많아?”

“야, 내,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모아 둔 돈 정도는 있지.”

“어제는 한 푼도 없다며….”

“어… 일하기로 한 곳에서 조금 먼저 받았어.”

방금까지는 모아 둔 돈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일하기로 한 곳에서 먼저 받았다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남자가 제게 둘러댄다고만 느껴지는 대화의 연속이었다.

“여기야?”

“아니, 조금 더 가야 해.”

“형, 나 진짜 피곤해. 어디까지 가?”

“서율아. 형 못 믿어? 오다가 좋은 카페 봤다니까? 너랑 가고 싶어서 그래.”

지금 제가 믿어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 못 믿어?’ 형제들과도 학창 시절 친구들과도 대학에 다닐 때도 심지어 회사에서 생활할 때도 무심코, 자주 말하고, 듣게 되는 말이었다. 서로의 관계성을 인질 삼아 믿지 못할 어떤 것을 선택하게 할 때 꼭 등장하는 말이었다.

“형….”

“다 왔어. 저기야.”

남자의 손이 좁은 골목을 가리켰다.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어쩐지 더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꼭 들어보고 싶었다.

정말 그들과 한통속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그들이 토끼라는 걸 알면서도 토끼 마을에 관해 묻지 않았는지… 설마, 벌써 토끼 마을에 대해서도 다 말해버린 건지. 왜 하필 저인지…. 그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 하는 말이 수두룩했다. 밑바닥에 남아있던 마지막 신뢰를 끌어 올렸다.

거대한 건물이 즐비한 곳을 등지고 좁은 골목으로 향했다. 점점 더 인적은 드물어졌고, 회사원들이 빠져나간 도시는 매우 고요했다. 도로와도 멀어졌는지 자동차 소리도 멀어졌다. 두 사람이 겨우 통과할 것 같은 좁은 골목을 지나던 무렵, 앞서 걷던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형?”

“서율아.”

“…….”

“어머니가 암에 걸렸어. 우리 마을에서는 암에 걸린 사람은 자연치유라는 이름으로 내버려 두고 결국 죽게 만들지만, 요즘 그렇게 미련하게 사는 사람이 어딨겠어. 조그만 동네에도 병원이 이렇게나 잘 되어있는데.”

“무, 무슨 소리야… 아주머니가 아프셔?”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내 분수에 맞지 않을 만큼 비싼 약을 구해서 어머니께 드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 아무리 설득해도 절대 마을 밖으로 나오려고 하시지 않으니까.”

한동네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의 어머니를 잘 알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늘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셨다. 아프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을뿐더러, 지금 그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만큼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뼈 빠지게 벌어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큼 벌기는 쉽지 않은데, 너는 촌장님 아들이라는 이유로 서울에서 대학도 다니고, 대기업에도 취직했더라? 행복하게 지내는 너를 볼 때마다 화가 났어. 나는 가지지 못한 걸 너는 다 가지고 있었으니까.”

“형…!”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형이 최서율의 어깨를 밀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차마 손이 올라가질 않았다. 비슷한 키에 비슷한 체구를 하고 있었지만, 어둠을 머금은 남자의 얼굴이 무섭도록 괴기해 보였다.

“그런데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아버렸지 뭐야. 우리 같은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이 특정한 수인을 선택하면 나는 그들을 데려다가 돈을 벌 수 있어. 특히 너랑 나처럼 진화한 수컷 수인이라면 그 값이 배로 뛰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최서율이 눈을 커다랗게 뜨곤 남자의 손을 피해 몸을 물렸다. 좁은 골목은 에어컨 실외기가 즐비해 있어 시끄럽고, 뜨겁고, 축축했다. 숨이 가빠져 가슴팍이 마구 씨근거렸다.

강무혁의 만류를 등지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제 종족이 그럴 리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산산이 조각나버린 믿음이 가슴을 찔러 온몸이 아팠다. 주먹을 불끈 쥔 최서율이 눈을 부릅떴다.

“미쳤구나, 형… 왜! 왜 이렇게까지 해! 우리 마을은 아픈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아! 돈이 필요하면 누구라도 나서서 그 사람을 도와! 어머니가 아프다는 핑계로 형이 그런 나쁜 생각을 했다는 걸 정당화 시키지 마!”

“호랑이랑 지내더니 네가 호랑이라도 됐다고 착각하는 거야? 뭐가 그렇게 정의로워!”

“형이야말로 뭘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다고 형 인생이 뭐가 달라지겠어. 더 나빠지고, 더 나락으로 떨어질 거야! 마을은 어쩔 거야. 설마… 마을까지 건드리려는 건 아니지?”

최서율이 남자의 팔을 붙잡으며 흔들었다. 그 손을 쳐낸 남자가 최서율을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누가 촌장님 아들 아니랄까 봐 코앞에 일보다 마을부터 걱정하는 거야? 대단하네. 최서율이. 호랑이 덕분에 간이 좀 커졌나?”

“형!”

“마을은 걱정하지 마! 거기에 우리 부모님이랑 형제들도 사는데 내가 그런 짓까지 하겠어? 그러니까 네가 포기해.”

“그럼 형이 가. 형도 진화한 수컷이잖아.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거 형이 채워줄 수 있겠네.”

“내가 잡혀가면 어머니는 누가 돌보겠어. 그러니까 네가…!”

최서율은 황당한 논리를 펼치며 어깨를 잡는 형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아주머니가 이런 형을 알면 참 좋아하시겠다.”

“그러니까 너만 사라지면 돼.”

다시 손을 뻗는 남자를 피해 몸을 돌린 최서율이 골목 밖으로 달리려 했지만, 옷깃이 붙잡혀 버렸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가 비틀리며 목이 죄어왔다. 힘을 주고 있는 남자의 손을 떼어내려 손톱을 세웠다.

손등을 내리치고, 벅벅 긁어내리는데 남자가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멀리 새어드는 빛줄기에 반짝 빛나는 것은 주사기였다.

“커흑, 흡, …형, 제발…! 컥….”

“가만히 있어. 너 다치게 할 생각 없으니까. 눈 뜨면 네 인생도 새로 시작하는 거야. 호랑이 따위는 생각도 안 나게 해줄게.”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다는 게 확실해졌다.

반쯤 돌아버린 눈으로 최서율을 질질 끌어 벽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강했다. 마치 오늘을 위해 힘을 아껴두었다는 듯이 함부로 목을 잡아 비트는 힘을 버티던 최서율의 구둣발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벌겋게 피가 몰린 최서율의 얼굴이 약이 가득 들어찬 주사기를 고쳐 쥐는 손을 보고 빠르게 굳어졌다. 남자는 주사기를 사용하는 게 처음인 듯 손을 몇 번이나 고쳐 쥐며 캡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그 틈을 노려 동물화를 시도했던 최서율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머리 위로 복슬복슬한 토끼 귀가 솟아오르고, 바지를 밀고 꼬리가 튀어나온 게 느껴졌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모양을 하고 버둥거리고 있는 최서율을 남자가 비웃었다.

“내가 수인을 상대하면서 그거 하나 계산하지 못했을 거 같아?”

“커흑… 흡….”

미리 채워져 있던 물컵이 떠올랐다. 물에 동물화를 막아주는 약을 탔던 모양이었다. 완전히 울상이 된 얼굴 옆으로 토끼 귀가 축, 늘어져 내려왔다. 완벽하게 동물화를 하지 못한 몸이 맥박을 터트릴 듯 요동쳐댔다. 벽으로 몰아 붙여진 최서율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제 진짜 큰일이 났구나 싶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긁어대느라 손톱 밑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럴 때 강무혁을 떠올리는 건 반칙이라는 걸 알지만 머릿속에 강무혁만이 떠다녔다.

눈을 질끈 감은 찰나, 여러 개의 구둣발 소리가 요란하게 주변을 감쌌다. 뒤이어 포효하는 호랑이의 울음이 건물 사이를 비집고, 고요한 도시를 뒤흔들었다. 심장이 죄어 터질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지만 최서율은 이 울음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손 놔.”

“이, 이…”

“놔.”

한없이 낮아진 강무혁의 목소리에 최서율을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쥐지 못했던 주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쫑긋하게 솟아 있어야 할 토끼 귀를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벽에 밀어 붙여졌던 최서율이 남자의 손에서 힘이 풀리는 틈을 타, 팔을 밀쳐내고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답답하게 죄였던 숨이 터지자 기침이 마구 터져 나왔고,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어 크게 휘청였다. 남자가 손에서 놓친 최서율을 잡기 위해 다시 팔을 뻗었을 땐 이미 최서율이 강무혁의 품에 안긴 뒤였다.

약을 비우지 못한 주사기가 캡도 열리지 않은 채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모든 입구가 봉쇄됐다. 강무혁에게 바짝 안긴 최서율이 떨리는 손으로 강무혁의 허리를 가득 끌어안고 덜덜 떨었다. 토끼 귀가 아래로 축 늘어진 채 하느작거렸다.

“어떡하지? 지금 너를 도와줄 새끼는 아무도 없는데.”

고개를 비튼 강무혁의 번쩍이는 눈이 남자의 뒤쪽을 흘깃거렸다. 께름칙함을 느낀 남자가 뒤돌아보자 좁은 입구를 비집고 무릎을 꿇은 장정들이 보였다. 일이 제대로 처리되면 남자를 대신해 최서율을 옮기려고 주변에 숨어있던 늑대와 삵이었다.

믿었던 네 명의 맹수들이 힘없이 무릎 꿇은 모습을 보자 남자는 모든 걸 포기한 듯 몸에 힘을 풀었다. 벽에 기대며 주저앉으려는 남자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은 강무혁이 최서율의 얼굴을 가슴팍으로 눌러 시선을 차단했다.

“커흑… 읏….”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살길 바라?”

“컥….”

“내 손으로 너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처단은 너희 마을에서 할 테니까.”

남자의 발이 바닥에서 떠오르며 버둥거림이 커졌다. 강무혁이 뿜어내는 강렬한 범의 기운, 맹수의 살기에 동물화도 하지 못한 남자가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헐떡이자 최서율이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바짝 붙어왔다.

“데려가요. 어르신이 계신 곳까지 안전하게 모셔가고.”

강무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명의 남자가 골목 안으로 들어와 늘어지는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몸에 힘이 풀린 듯 축 늘어진 남자를 질질 끌고 가는 소리가 스산하게 들렸다.

최서율이 그제야 한쪽 귀를 펼쳐 올리며 쫑긋거렸다. 고개를 들어 남자를 확인하려는 최서율의 볼을 잡은 강무혁이 귀가 솟아오른 머리 위로 재킷을 덮어 씌었다.

“봐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얌전히 있어요. 바로 집으로 갈 테니까.”

“혀, 형은….”

“토끼 마을로 넘길 겁니다. 호랑이 족이 여기까지 올라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서율 씨가 더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나중에 아버지께 혼날 생각이나 하세요.”

“부사장님….”

“아니지. 나한테 혼날 거 먼저 걱정해야 하나?”

컴컴하게 시야를 덮고 있는 재킷이 아래로 흘러내려 귀 한쪽이 쏙, 하고 빠져나왔다. 허공에서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토끼 귀를 이로 꽉 깨문 호랑이가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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