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금세 털어낸 최서율은 강무혁의 손을 붙잡고 산에 오르기도 하고, 가족들의 땀이 배어있는 논과 밭, 과수원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수원 한가운데에 있는 오두막에서 뜨거운 해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키스도 했고, 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복숭아를 하나 골라 나누어 먹기도 했다.
토끼로 깡충깡충 뛰어가는 최서율과 함께 논두렁을 걷던 강무혁이 비탈로 데굴데굴 굴러가 논 속에 처박힌 토끼를 구해 품에 안고 집에 돌아왔는데 토끼는 진흙 범벅이 되어있었고, 그 토끼를 안고 있는 강무혁 또한 엉망이라 대청에 앉아 있던 산군 호랑이 어르신이 박장대소하는 일도 있었다.
아무래도 육식을 더 선호하는 강무혁을 위해 최서율의 어머니는 가족 모임에 잘 등장하지 않는 바비큐를 준비해서 가족들을 모두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다. 말은 안 해도 어머니가 부사장님을 꽤 마음에 들어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누이동생들의 입방정에 상추 쪼가리를 입에 밀어 넣던 최서율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져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해가 떨어지는 저녁이 되면 손을 잡고 개천 등불 길을 걸었고, 삼삼오오 모여 노닥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호랑이 아저씨를 신기해하는 동네 토끼 아기들이 버둥거리며 다리에 매달리면 함께 따라나섰던 최서율의 조카들이 우리 삼촌이라며 이를 드러냈다. 그런 조카들을 목에 태워 마음을 달래주는 일도 강무혁의 몫이었다.
주변의 산을 타고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규모가 큰 노래자랑을 구경하던 강무혁은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었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나와 신나게 춤을 추는 어린 학생들부터 흥에 겨워 마이크를 내던져 버린 나이 지긋한 참가자까지 1부터 10까지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는 노래자랑이었다.
가족들의 눈을 피해 차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조카들의 쫑긋거리는 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떨어지는 일도 있었고, 시도 때도 없이 몸을 붙여 오는 강무혁의 품에서 소리를 죽이고 숨만 헐떡거리는 밤도 있었다.
평화로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떠나기 전날 밤이 돼서야 최서율과 강무혁을 한자리에 앉혀 놓은 어머니가 눈물을 보였다. 서울에서 잘 지낸다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웬 호랑이를 데리고 나타나서 너무 놀랐다는 말에 최서율은 며칠 동안 어머니가 말은 못 하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어머니를 다독이던 아버지도 속절없이 젖어오는 눈을 아무렇게나 비벼댔다. 아버지까지 눈물을 보이니 참지 못한 최서율이 펑펑 울어버려 셋을 달래야 하는 처지가 된 강무혁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우리끼리 벌써 얘기 끝났는데 뭘 울고 그러냐며 문을 박차고 들어온 형제들 덕분에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우르르 몰려든 형제들이 최서율에게 알아서 잘 살라며 한마디씩 건넸다. 눈물바다가 될까 걱정했지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 형제들의 덕담은 너무 담백해서 오히려 조금 민망해진 강무혁이었다.
절대 비싼 선물을 받아서 이렇게 쉽게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고 너스레를 떠는 누이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강무혁이 알겠다며 함께 너스레를 떨어주었다. 최서율과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 동생들이었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이 각별해 보였다.
그런 형제들 사이에서 눈물을 대롱대롱 매달고 배시시 웃는 최서율을 보며 강무혁은 어느 날 갑자기 제게 굴러들어온 토끼가 새삼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서울로 돌아오던 날, 최서율은 차에서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울면 지는 거로 생각하며 살았다더니 고향을 떠나오는 날은 견디기가 힘든지 아이처럼 울어버려 강무혁의 속이 새까맣게 타 버렸다. 어머니가 챙겨주신 밑반찬과 갖은 약초, 과일, 발정기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한약을 정리하던 강무혁이 토끼 마을에 있던 내내 뒷마당에서 땀을 흘리며 약을 달이던 토끼 여사의 뒷모습이 생각나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 * *
“부사장님, 소재 파악됐습니다.”
중역 회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시작하려는 찰나 반가운 소식을 전한 윤 비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요.”
서울에 돌아와 늑대 무리를 찾기 위해 본가의 인력까지 끌어왔다. 회장인 아버지는 여전히 봄에 일어난 사원 납치 미수 사건을 마음에 담아둔 상태였기 때문에 용의자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모든 인력을 흔쾌히 내어주었다.
이 모든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최서율과의 관계를 윤 비서에게 오픈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더 깊은 이유를 묻는다면 최서율에게 허락을 구하고 토끼 수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윤 비서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사원 납치 미수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는 일에 매진하는 부사장을 도울 뿐이었다.
강무혁은 빠르게 그들의 신상정보를 입수했다. 서울에 사는 늑대 수인 수장 집안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들은 동물 이하의 짓을 일삼는 그놈들을 어떻게 단죄해도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돈으로 쾌락을 사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수인을 가져다 바치는 일은 인신매매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일로 취급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 더러운 일을 했다.
강무혁은 처음 토끼를 발견했던 날을 떠올리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제때 최서율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벌어졌을 끔찍한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부사장실의 탁자를 두 동강 낼 뻔했다.
그들의 근거지를 찾고, 그 무리에 속한 이들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한 번 더 크게 분노해야 했다. 늑대 무리와 함께 어울리는 이들의 명단에 토끼 마을에서 만난 그 남자가 속해있었다. 결국 다 한통속이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그가 최서율을 팔아넘겼다는데 화가 났지만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제야 딱 맞물리는 그림에 치솟는 화를 다스릴 수 없어 새벽녘에 산 정상까지 단숨에 뛰어올랐었다.
“저희 쪽에서 먼저 손을 써 그들을 잡더라도 부사장님께서는 어떠한 범법적 행위로 직접 심판하려 하지 마시고 잡히는 대로 경찰에 넘기는 게 낫겠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되도록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처리하고 싶지만, 윤 비서의 의견이 그렇다니 고려해보도록 하죠.”
“부사장님.”
“경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화가 좀 많이 나서 그럽니다.”
그 남자가 토끼 마을을 늑대 무리에 발설하거나, 넘기지 않은 것은 제 가족들도 그 마을에 있기 때문이고, 마을을 지키는 산군 호랑이 족을 건드리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됐다.
강무혁은 직접 토끼 마을을 지키는 산군 호랑이에게 연락했다. 본명을 거론하며 그가 최서율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자세하게 전달했다. 호랑이 영감은 왜 마을에 있을 때 말하지 않았느냐며 호통쳤다. 모든 것이 확실해지면 말씀드리려다 보니 늦었다고 변명하는 강무혁을 꾸짖었지만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언질을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토끼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이냐고 묻는 강무혁에게 호랑이 영감이 근심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남자가 벌써 며칠 전 마을을 떠났다고.
“그리고… 최서율 씨 동선에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최서율의 동선은 늘 단조로웠다. 함께 출퇴근하는데 특별한 동선이 생긴다면 강무혁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게 당연했으니 지금까지 따로 보고 받을 일도 별로 없었다. 눈썹을 꿈틀거린 강무혁이 고개를 돌렸다.
“점심 식사를 따로 하겠다며 회사 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바짝 따라붙으라고 하세요. 누구를 만났고, 뭘 했는지 상세하게 보고 받겠다고도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가볍게 허리 숙인 윤 비서가 전화를 꺼내 들며 자리를 비웠다. 방금 최서율에게서 온 메시지에는 점심을 맛있게 먹으라는 말과 귀여운 이모티콘만 있을 뿐이었다. 따로 누구를 만나 밥을 먹겠다는 말은 없었다. 강무혁이 까끌까끌해진 입안을 물로 축였다.
일이 진행될수록 그들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최서율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가 자리를 비울 때뿐만 아니라 최서율이 회사에 있을 때도, 저와 함께 집에 있을 때도 최서율을 지켜볼 수 있도록 인력을 배치했다. 가까이 붙으면 부담스러워할 걸 알기에 되도록 멀리서 세심하게 지켜보도록 지시했다.
사실상 모든 외출을 통제당하는 상황이었지만,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그의 생활 덕분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식사를 마친 윤 비서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최서율의 상황을 강무혁에게 보고했다.
“무사히 회사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오늘 퇴근은 혼자 해야 하니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전해요.”
“네, 알겠습니다.”
개인적인 부탁이었지만 윤 비서는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지시받은 내용을 최서율의 경호에게 전달했다.
“일이 마무리되면 윤 비서도 휴가를 다녀오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씀, 다시 해주시겠습니까?”
“다시?”
“네. 녹음해 두려고 합니다.”
평소 재킷 안쪽에 녹음 기능이 있는 펜을 꽂고 다니던 윤 비서가 펜을 빼내어 들며 버튼을 눌렀다.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강무혁의 눈앞으로 펜을 들이민 윤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일이 마무리되면 윤 비서님 휴가 보내드리겠습니다.”
또박또박 말한 강무혁이 이제 됐냐는 듯 눈썹을 까딱거렸다. 윤 비서가 버튼을 눌러 녹음된 목소리를 확인했다. 제대로 녹음된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매우 흡족한 듯 웃었다.
“꼭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말이라고.”
“제가 말씀드린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일은 개인의 일이 아닌 공권력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건 고려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서율 대리님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방향을 틀었던 강무혁이 윤 비서를 돌아봤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공권력을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는 최서율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리라 짐작됐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서 설마 이 손으로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윤 비서가 어색하게 웃었다. 당장 죽일 것처럼 굴고 있다는 걸 강무혁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오늘 만난 사람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 없습니까?”
“사진이 왔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습니까?”
핸드폰으로 전달된 사진을 본 강무혁이 손가락을 넓게 펼치며 상대방의 얼굴을 자세하게 확인했다. 별다른 말없이 핸드폰을 건넨 강무혁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중얼거리는 강무혁을 바라보는 윤 비서의 눈이 동그래졌다.
“부사장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윤 비서가 먼저 앞장서 걸었다. 별다른 일 없이 오늘의 일정도 준수하게 완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퇴근하고 싶었다.
* * *
밤이 깊어서야 퇴근한 강무혁이 이미 잠든 최서율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자꾸만 더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녀서 불쾌했다. 지금에야 아무도 손대지 않게 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최서율은 이미 그들의 손에 넘어가고도 남았을 터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곱씹으며 화를 돋우는 취미 따위는 없었다.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고, 그에 걸맞은 지성인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진창이었다. 그래서 더 빨리 그들을 처리하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진 강무혁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로 샤워했다. 곤하게 잠든 토끼에게 화풀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속에서 치미는 천불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차가워진 몸을 하고 머리를 털며 나오는데 최서율이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같은 바디워시로 샤워를 해서 그런지 최서율에게서 저와 같은 냄새가 났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어깨로 얼굴을 묻었다. 커다란 덩치가 제게 기대어 오자 최서율이 따뜻하게 열이 오른 품을 열어 두 팔로 강무혁을 끌어안고 맨살을 살살 쓸어내렸다.
“퇴근이 늦으셨네요….”
“회의가 늦게 끝났습니다.”
“저녁은 드셨습니까?”
“먹었습니다. 너는. 또 라면 먹었어?”
“아닙니다. 밥 챙겨 먹었습니다.”
강무혁이 최서율의 허리로 팔을 휘어 감았다. 낭창하게 딸려오는 몸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자 허리를 비틀며 품에서 빠져나오려 버둥거렸다.
“할 얘기가 있습니다… 기다리려고 했는데, 잠들어 버렸어요.”
“말해요.”
강무혁이 안고 있던 몸을 놓아주자 최서율이 자연스럽게 목에 걸려있던 수건을 빼내어 손에 잡았다. 젖은 머리를 털어주다가 수건 아래로 보이는 눈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빼꼼,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늘… 그, 형에게 연락이 와서 점심시간에 잠깐 만났습니다.”
“…….”
“저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했어요. 진심이라고… 서울에서 다시 일하고 싶고, 저랑도 잘 지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저녁에 또 만나기로 했는데….”
강무혁이 최서율의 손목을 부러트릴 듯 강하게 잡아챘다. 잡고 있던 수건을 놓친 최서율이 미처 반항해보지도 못하고 강무혁의 코앞까지 끌려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네?”
“서울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까? 그딴 짓을 해놓고도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니 그걸 또 순진하게 믿고 약속까지 다시 잡았고?”
“부, 부사장님….”
“똑똑한 머리를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는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지?”
“이상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같은 토끼 수인이고… 제가 형을 믿어주지 않으면 여기서 형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토끼도 놓치고, 너도 잡지 못한 그 새끼들이 지금 네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손 놓은 거로 보여?”
“…….”
“왜 토끼 수인은 무조건 네 편이고, 네가 믿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거야. 이걸 꼭 내가 알려줘야 알아? 오늘 그 자리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으면 내가 어떻게 생각할지 정도는 알았을 텐데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그 새끼를 만났다고.”
“그럼 형이 그 사람들이랑 한패라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최서율이 묻는 말에는 절대 아니라는 확실한 믿음이 차 있었다. 강무혁이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최서율이 순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착하고, 종족을 향한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짚어봐. 그 토끼 새끼가 한 말 중에 뭐하나 이해가 될 만한 게 있나? 아니면 내 정보력을 의심하는 거로밖에 느껴지질 않는데.”
“그럴 사람은… 아닌데….”
종종 그런 사람이 있었다. 저와 한 줄기에서 난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으로 가득 찬 사람. 사기당하기 딱 좋은 사람이었다. 그게 최서율이라면 그 절대 믿음을 박살 낼 필요가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심각해지는 최서율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강무혁의 손에 비해 너무도 가느다란 손목에 벌겋게 자국이 올라왔다. 강무혁이 최서율에게 진심으로 차오른 분노를 표출한 최초의 일이었다.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