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8/64)

27.

퇴근 시간 직전에 시작된 미팅에 완전 똥 씹은 표정이 된 최서율이 구시렁구시렁하며 태블릿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마치 복불복처럼 종종 있는 일이라 안타까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사원들에게 미리 인사를 건네었다. 미리 잡혀있던 일정이 아니어서 더욱 기분이 똥 같았다.

“다들 퇴근 조심히 하십시오….”

“어이구, 어쩌나.”

“그러게요. 이 시간에 회의면 백퍼 야근인데.”

“괜찮습니다. 제 걱정하지 마시고 퇴근하세요. 흑흑흑.”

부러 더 우는 소리를 내며 손등에 눈가를 묻었던 최서율이 방긋 웃으며 어깨를 크게 으쓱거렸다. 엊그제는 유 대리였고, 지난주에는 선 과장이었다. 각 부서가 돌아가는 일정에 맞춰 어쩌다가 이렇게 퇴근 직전에 열리는 회의가 생길 수도 있었다. 모든 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운 부사장을 위해 지원실에서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에 누구에게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요. 회의 잘하고, 회의록 잘 작성해두고.”

“네, 가보겠습니다.”

복도를 나서는 최서율의 등 뒤로 식구들의 인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숨을 폭, 내쉰 최서율이 기다리겠다는 부사장의 메시지에 금세 환해진 표정으로 품에 안은 태블릿을 꼭 끌어안았다.

먼저 집에 돌아가라고 메시지를 보내두었지만, 강무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리겠다고 했다. 마음이 그득 차올랐다. 아무도 없는 지원실에서 혼자 가방을 챙겨 청계산 중턱까지 걸어 올라갈 생각에 책상에 엎어졌던 30분 전이었다면 전혀 생각지도 못할 가벼운 기분이었다. 사실, 어쩌면 기다려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마음을 저버리지 않은 연인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큰 걸지도 몰랐다.

으흥흥. 저도 모르게 뱉어지는 콧노래에 흠칫,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곤 휴. 숨을 내뱉고는 엘리베이터에 폴짝 올라탔다. 해당 층에 도착해서도 기분이 좋다는 게 너무 티가 날까 싶어 억지로 흥을 눌렀다.

회의가 시작하고 2시간이 지났을 무렵부터 강무혁에게서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이만큼 기다렸으면 많이 기다렸다고 생각한 걸까 싶어 그가 귀여워 웃음이 났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배는 안 고픕니까?]

[나는 안 보고 싶습니까?]

마지막 메시지에 저도 모르게 푸흡. 소리내어 웃어버린 최서율이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집중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에 최서율은 길게 메시지를 보낼 수 없었다. 회의의 내용을 잘 정리해두어야 부사장에게 전달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강무혁에게서는 더는 메시지가 없었다. 곧 끝난 회의에 빠르게 태블릿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먹고 가라는 부서 사람들의 제안에도 괜찮다고 적당히 둘러댄 최서율이 빠른 걸음으로 종종거리며 지원실로 올라왔다.

저를 위해 불을 끄지 않고 퇴근한 사람들이 고마웠다. 매일 오가는 곳인데도 불이 꺼져 있으면 조금 스산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태블릿의 내용을 컴퓨터에 옮겨 두었다. 정리는 내일 와서 하면 되었기에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닫혀있는 부사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곤 조심스럽게 밀어 열었다.

“끝났습니까?”

“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봐도 급하게 왔다는 티가 줄줄 흐르는 최서율을 보던 강무혁이 잡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급스러운 책상 위에 펼쳐진 일거리에 눈이 갔다. 이렇게 일이 많은데도 강무혁은 절대로 집에 일을 가져가지 않았다.

“이리 와요. 이거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리모컨을 눌러 블라인드를 걷어낸 강무혁이 턱짓했다. 소파에 가방을 올려놓고 다가간 최서율이 눈앞에 펼쳐진 서울의 야경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통유리에 손을 댔다. 더 나아갈 수도 없는데 코끝을 유리에 누르며 눈을 굴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우와아….”

“예쁩니까?”

“네. 지원실에서 보는 거랑 이쪽으로 보는 건 완전 다른 것 같습니다.”

지원실은 도시 방향으로 창이 나 있어 큰 건물에 시야가 막혔지만, 부사장실은 막힌 곳 없이 뻥 뚫려있어 야경을 보기에 더없이 좋았다. 한강과 남산타워가 보이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만들어 내는 헤드라이트와 브레이크등이 그 아름다움을 더욱 현란하게 만들었다.

창문에 꼭 붙어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최서율의 등 뒤로 강무혁이 바짝 몸을 붙였다. 허리를 감싸고 정수리에 턱을 올려놓은 강무혁이 손바닥에 감기는 허리를 느른하게 쓰다듬었다.

“부, 부사장님, 님….”

“여름에는 살이 이렇게까지 쏙 빠집니까? 뱃살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가을이면 다시 오릅니다…. 겨울에는 통통해진다고요.”

나름대로 스트레스였다. 운동을 지속하면 수인도 겨울에는 살이 찌지 않는다고 형제들이 말했지만, 산을 뛰어다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운동에 취미가 없는 최서율은 가을과 겨울이면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연의 이치에 맞게 봄과 여름에는 살이 빠지고, 가을과 겨울에는 살이 쪘다.

와이셔츠 너머에 홀쭉해진 배가 아쉽다는 듯이 더듬던 강무혁이 그대로 손을 올려 최서율의 턱을 잡아 쥐고 옆으로 돌렸다. 억지로 돌아간 고개가 뻣뻣하게 당길 즘, 입술이 닿았다.

아랫입술을 아프게 깨물고 입안으로 밀려든 혀가 성급하게 숨통을 막아댔다. 입안의 여린 살점을 거칠게 헤집는 통에 유리에 닿아있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혀를 맞대어 비비다가 진득하게 빨아당기는 입술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하아, 하….”

강무혁이 손을 놓자 고개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기가 다 빨릴 것 같은 키스에 헐떡거리는 목덜미에 축축하게 젖은 입술이 닿았다. 허리를 잡아 쥐고 몸을 밀착한 강무혁이 묵직해진 아래를 자그마한 엉덩이 사이에 눌렀다. 앞으로 몸을 빼낸 최서율이 고개를 뒤로 돌려 흔들리는 눈망울로 시선을 마주했다.

“부사장, 님….”

“쉿, 괜찮아요.”

“아니, 아니요. 여기서는….”

매일 드나드는 부사장실에서 직장에서 이렇게 몸을 밀착하고 강력하게 섹스어필을 해대는 강무혁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난감했다.

몸을 앞으로 뺀 만큼 다가온 강무혁이 골반에 툭 삐져나온 뼈를 단단히 잡아 쥐고 제 쪽으로 당겼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강무혁의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무릎에 힘을 주었다. 무릎이 안쪽으로 굽어질 정도로 힘을 주며 버티고 있었지만, 와이셔츠 깃을 헤치고 파고드는 입술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이었다.

“여기에도 자국이 있었네요.”

어젯밤에도 최서율을 가만히 두질 않고 잔뜩 흔적을 남겨 놓은 강무혁이었다. 침실을 옮겨 같이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최서율이 밤에는 혼자 자는 게 편하다고 우겨대는 통에 각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두 사람의 욕정이 불타오르는 건 물리적인 거리 따위에 막힐 게 아니었다. 강무혁이 먼저 침실로 이끌기도 했고, 때로는 최서율이 먼저 침대 속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평일에는 되도록 관계를 자제하자는 최서율의 제안에 따라 몸을 섞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걸 서슴지 않는 강무혁이었다. 특히 목덜미를 물고, 빠는 걸 좋아했는데 맹수의 습성을 나타내는 행동이라 그럴 때마다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토끼의 연약한 목에 입술을 비비고 있는 걸 좋아하는 연인을 위해 기꺼이 목을 내어주었다. 덕분에 와이셔츠 깃 아래는 온통 난리였다. 잔뜩 빨려 벌겋게 울혈 진 곳도 있었고, 호랑이의 강한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곳도 있었다.

허리를 잡은 손이 최서율의 상체를 훑고 올라와 가슴팍에 닿았다. 그의 손안에서 멋대로 농락당하는 것 같아 뿌리치려 했지만 정확하게 유두 위를 짚고 지그시 누르는 통에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곤 등줄기를 떨어야 했다.

“그러시면, 안, 되는… 으….”

잇새를 꾹 다물고 신음을 삼키는 소리에 강무혁의 미간으로 깊게 주름이 잡혔다. 맞닿은 하체에 힘을 실어 짓누르자 최서율의 손끝이 다급하게 매끈한 유리창을 더듬어댔다. 쪽쪽 소리를 내며 목덜미에 입 맞추던 강무혁이 최서율의 몸을 돌렸다. 가슴팍으로 무너지듯 몸을 기대며 강무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집에서, 집에, 가서 해요…. 여기서는 싫습니다.”

최서율이 고개를 들어 무언갈 잔뜩 바라는 눈으로 강무혁을 바라보았다. 반질반질해진 동공이 야경을 품고 반짝반짝 어여쁘게도 빛났다. 거의 동시에 품에서 향긋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강무혁이 욕을 짓씹으며 최서율의 이마와 미간, 눈가에 입술을 내렸다.

토끼의 나긋하고, 포근한 향기가 부사장실을 채워갔다. 내일 출근한 윤 비서나 보고를 위해 직접 부사장실에 올라올 늙은 수인 부장들의 코를 자극하기 딱 좋은 냄새였다. 그 누구도 이 향기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강한 소유욕이 전신을 강타했다.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토끼의 얼굴을 잡고 콧방울과 입술 끝을 물었다. 벌겋게 잇자국이 난 코를 꼼질꼼질 움직인 최서율이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강무혁의 셔츠를 부여잡았다.

* * *

“그래서, 집은 어쩌려고 합니까?”

“아, 집은….”

강무혁의 맨 가슴에 기대어 있던 최서율이 우물거리며 말을 아꼈다. 어떻게 해야겠다고 결정한 게 없었기 때문에 딱히 대답해줄 것도 없는 터라 아직 고민 중입니다. 라는 애매한 답만 내놓아야 했다.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겠습니까?”

“다시 집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고… 아직 계약기간도 남았고….”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그렇게 고민을 하는지….”

“네?”

최서율이 몸을 벌떡 일으키자 어깨에 덮고 있던 이불자락이 떨어져 맨몸이 훤히 드러났다. 귓가와 이어지는 목덜미와 그 아래 울대, 그 밑에 빗장뼈까지 이어진 붉은 자국들과 가슴팍에 도드라진 잇자국까지 가히 화려하게 수놓인 호랑이의 흔적들이었다.

높게 쌓인 베개와 쿠션에 기대어 있던 강무혁이 에어컨 바람에 보송보송하게 마른 최서율의 목덜미를 손등으로 슥, 훑었다. 간지러워 어깨를 옹송그린 최서율이 훤하게 드러난 아래를 이불로 슬쩍 가리며 시선을 떨어트렸다.

손등의 감촉이 서늘하게 닿았다. 흔적이 남은 길을 따라 내려온 손이 방금까지도 뜨거운 입안에서 굴려지던 유두 끝에 닿았다.

“아….”

힘주어 깨물었던 탓에 유두 주변에 벌건 잇자국이 선명했다. 그 주변을 쓰다듬고 뾰족해진 유두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는 손을 따라 시선을 올린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나랑 아기도 만들자며.”

“제,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나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최서율 씨의 비밀을 전부 다 알게 되었으니 이제 이 집 밖으로 내보낼 생각도 없고.”

가슴팍을 맴돌던 손이 늑골 아래를 스치고 아랫배에 닿았다.

방금까지 그가 가득 들어차 정을 흩뿌리고, 파낼 듯 헤집어 놓은 부근이 저릿했다. 입술을 깨문 최서율이 그런 강무혁의 손을 잡아 밀어냈다. 밀어내는 대로 밀려주듯 손을 떼었던 강무혁이 힘 빠진 등을 낚아채듯 안으며 침대에 바로 눕혔다.

“같이 살자고 말해요. 기꺼이 그렇게 해주겠습니다.”

“부사장님….”

“계약기간이 남았다고 했나요? 그 부분도 알아서 처리해주겠습니다. 그 집에 있던 물건은 다 버려요. 원한다면 새로 다 사주겠습니다. 이 방도 이제 손님이 아닌 최서율 씨를 위해 서재로 꾸며 주겠습니다.”

“제 방은 왜… 서재가 되는 겁니까?”

느릿하게 몸 위로 올라타 내려 보는 강무혁의 눈에 웃음이 담겼다. 최서율이 아랫입술을 툭 내밀며 강무혁의 맨 어깨를 더듬으며 만지작거렸다.

“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침실을 따로 써야 하겠습니까?”

“그, 저는 아기를 만들자고 한 적은 없습니다.”

“최서율 씨 조카가 몇이라고 했죠?”

“그건 왜….”

“그거 따라잡으려면 우리도 힘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사장님!”

“그러려면 침실을 같이 써야지.”

이미 같이 살기로 결정된 것처럼 구는 강무혁이었지만 싫지 않았다. 당장 집을 구해 나갈 이유를 만들어 내기도 힘들었고, 호랑이굴에서 살면 서울살이 내내 저를 괴롭혔던 그 미세하고도 질긴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콕 집어 최서율을 노려서 공격한 늑대 무리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강무혁의 곁을 떠나면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달이 날 게 뻔했는데 그런 위험 속으로 뛰어들 만큼 간이 크지 않았다.

강무혁이 최서율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위로 밀어 올렸다. 드러난 하얀 이마가 움찔거리면 그 위에 입술을 붙이고 옅은 숨을 불어대는 통에 머릿속까지 간질거렸다.

“같이 살자고 말해요. 어서.”

“…부사장님.”

“일이 다 해결되고 나면 혼자 쉴 수 있는 공간 정도는 마련해도 눈감아 주겠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안 됩니다. 이유는 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테니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호랑이 수인은 개인 생활을 즐기는 부류로 유명했다. 부부여도 각방을 사용하고, 가족이 있어도 독립된 생활을 추구하는 종족이었다.

야생의 호랑이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면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호랑이 수인들도 그런 습성을 다 버리지 못하고 일찍 가족들로부터 독립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일이 해결되고 난 후에 혼자 쉴 수 있는 공간 정도는 마련해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누가 들어도 호랑이 같은 그의 말에 최서율이 작게 웃었다.

해결해야 하는 일이란 최서율을 노리는 늑대 무리를 잡는 일이었다. 강무혁은 그들을 직접 잡아 얼굴을 확인한 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계속 사회에 둔다면 분명 또 다른 일이 계속해서 생길 게 뻔했기에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란 존재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최서율이 진화한 수컷 수인이라는 이유로 표적이 되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안전이 보장되는 때가 되면 개인적인 공간을 마련한다고 해도 붙잡아 두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웃음 짓고 있는 눈과 또렷하게 시선을 맞추고 대답을 종용했다. 입술을 길게 다물었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어 올린 최서율이 그제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서율이 얼굴을 강무혁의 어깨 아래에 비벼댔다. 꼼질꼼질 작고, 귀엽게 움직이는 토끼를 가득 끌어안고 귓가에 입 맞춘 강무혁이 차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를 가려놓은 이불을 걷어냈다.

“왜, 왜요?!”

“같이 살기로 하고 난 후에 하는 첫 섹스는 또 다르지 않겠습니까?”

“부사장님,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괜찮아요. 내일 반 차 쓸 수 있도록 해주겠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 말고 문제가 될 게 또 뭐가 있습니까?”

최서율이 입을 다물었다.

강력하게 원하는 호랑이의 눈빛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마음이었다. 이미 할 만큼 해서 더 힘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몸에 다시금 급격하게 피가 돌았다. 망했다. 내일 해야 하는 일을 떠올리면서도 입을 맞춰오는 강무혁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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