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호랑이의 침실에 달큼한 향기가 가득 차올랐다. 두 개체가 서로의 종을 불러들이는 본능적인 냄새가 잘못 지정된 타킷을 정신없이 옭아맸다.
음낭이 맞닿을 만큼 깊숙하게 몸을 밀어붙였다. 손바닥을 밀며 펄떡이던 성기가 크게 움찔거리자 최서율이 엄지 손끝으로 귀두를 빠르게 비벼댔다. 거의 동시에 강무혁이 최서율 성기를 잡고 제게 닿아있는 손을 밀어 냈다. 순식간에 갈 곳을 잃은 손이 강무혁의 손을 덧잡았다.
“부사장님!”
“조금만 참아요.”
“싫은, 으!”
사정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성기가 아팠다. 복부를 둥근 모양으로 감싼 살점이 단단히 뭉치며 잘게 경련했다.
“아흑, 으… 으응!”
뜻은 알겠지만 같은 남자로서 사정하지 못하는 고통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격렬하게 발버둥 치는 최서율을 단번에 제압한 강무혁이 회음에 귀두를 짓누르듯 비비며 사정했다. 울컥거리며 쏟아지는 진득한 정액이 회음부를 지나, 구멍 근처까지 흘러내리다가 침대로 뚝, 뚝 떨어졌다.
얕게 떠오른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며 회음에 고인 정액을 훑어 내렸다. 미끈거리는 점액질과 함께 비벼지는 귀두가 닫힌 입구를 힘으로 슬며시 밀었다.
“아….”
힘없이 벌어진 무릎을 두 팔에 걸고 몸을 밀착한 강무혁이 허리를 밀어붙였다.
“부사장님…!”
정액을 윤활제 삼은 성기가 느리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이 감각을 몸에 새기기라도 할 것처럼 느릿한 삽입에 최서율이 등과 허리 비틀며 바르작거렸다.
“하아, 가만히….”
잇새에 힘을 준 강무혁이 한층 더 거칠어진 목소리로 최서율을 달랬다. 얕게 떠오른 허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 쾅. 강하게 허리를 쳐올린 그가 좁은 내벽을 힘으로 열어젖혔다.
커다랗게 벌어진 눈가에 빠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억지로 벌어진 몸이 수축하며 강무혁의 것을 물어뜯을 듯 조여댔다. 엉덩이가 다 벗지 않은 바지에 아무렇게나 비벼졌다. 그 까슬한 감촉마저도 자극적이었다.
사정하지 못하고 풀이 죽어버린 성기가 강무혁이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일 때마다 잘게 흔들렸다. 배가 꽉 찬 느낌에 무심코 손을 내려 아랫배를 더듬었다. 위에서 욕을 짓씹는 목소리가 들렸다.
“부사장, 님… 배가… 이상, 합니다.”
“어떻게 이상합니까.”
“흐, 꽉, 차서, 저리고… 아흣, 아픈데… 좋고….”
“아픈데 좋습니까?”
“하아… 네….”
벌어진 다리를 단단히 고정하듯 잡은 강무혁이 상체를 내렸다. 삽입은 더 깊어졌고, 손등에 강무혁의 복근이 닿으며 아랫배가 꾹 눌렸다.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눈동자를 파르르 떠는 최서율의 볼에 입 맞춘 강무혁이 웃었다.
“예쁘네.”
손바닥을 통해 강무혁이 드나드는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덜컥 겁이나 손을 빼내려는데 힘주어 허리를 내린 강무혁이 최서율의 손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힘을 썼다. 뱃속이 불기둥을 집어삼킨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끝이 곱아들고 어쩔 줄 몰라 도리질 치던 최서율이 눈을 질끈 감았다.
“눈 떠요.”
“흐으… 으, 아윽, 읏.”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버티던 최서율이 점점 더 깊어지는 삽입에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 푹 젖은 눈꺼풀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내가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봐요.”
“…어떻게, 흐…!”
“가장 깊은 곳에, 내 것이라고 새겨 주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아!”
상체를 세운 강무혁이 최서율의 두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래로 당기며 허리를 쳐올리는 힘에 어깨에 힘을 준 최서율의 목이 뒤로 젖혔다. 빠르고 강한 피스톤 질에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최서율이 팔랑팔랑 흔들려댔다.
눈이 뒤집힐 듯한 강한 쾌감에 목덜미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퍽, 퍽 살점이 부딪히는 난잡한 소리에 예민한 청각이 바짝 곤두서고 꼬리뼈와 머리 꼭대기, 귓가가 욱신욱신 떨렸다.
허리를 치대는 힘이 강해질 때마다 가장 깊은 곳이 헤집어졌다. 여기가 끝이겠지 하면 조금 더 밀고 들어온 그가 각도를 바꿔가며 뱃속을 헤집어댔다. 크르릉. 호랑이의 울부짖음에 발끝부터 빠르게 치고 올라온 쾌감이 머리끝을 터트릴 듯 뜨겁게 맺혔다.
“부, 사장, 님! 깊어, 요! 안 돼… 아흑, 아, 아, 아흑, 으!”
이리저리 흔들리던 최서율의 성기에서 말간 물이 줄줄 흘러 배꼽에 고였다. 가슴팍까지 흘러와 젖꼭지를 스치고 흐르기도 하고 허리선을 따라 흘러 침대로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생경한 축축함에 몸서리친 최서율이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애달프게 울었다.
낑낑. 자주 들었던 토끼의 울음까지 섞여 나오기 시작하니 호랑이도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짐승의 울음을 감추지 않았다. 크릉. 천둥보다 사나운 소리가 울렸다.
손목을 놓고 상체를 낮추자 빈틈없이 맞물린 하체가 붕 떠올랐다. 얼른 두 팔로 목을 끌어안은 최서율이 강무혁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며 신음을 쏟아냈다.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춘 강무혁이 달콤한 숨을 터트리고 있는 입술 틈으로 혓바늘이 날카롭게 돋아난 혀를 밀어 넣었다.
“아흡, 아프, 윽, 흐읍.”
숨 쉴 구멍까지 막아버린 혀가 입안의 촉촉하고 여린 살점을 할퀴어댔다. 혓바늘이 사라진 듯 부드럽게 혀를 감싸다가도 별안간 뾰족한 돌기를 세우고 강하게 목구멍까지 밀려들어 갔다가 빠져나왔다. 속절없이 입안을 내어준 최서율이 뱃속을 쾅쾅. 쳐올리는 힘에 목을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바짝 매달렸다.
타액을 넘겨주면 꿀꺽꿀꺽 받아 삼켰다. 돋아난 혓바늘이 입천장을 스치고, 볼 안쪽의 살점을 긁자 입안에 고인 침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헐떡이면서도 목구멍을 열어 다시 꿀꺽 삼키면 잘했다는 듯이 얕게 입술을 비빈 강무혁이 턱 아래와 목덜미에 울혈을 남겼다.
굳이 힘주어 빨아당기지 않아도 까슬한 혀가 닿은 자리에 벌겋게 자국이 남았다. 젖꼭지 주변을 삭삭 핥아 대는 통에 가슴팍이 벌벌 떨렸다. 잔뜩 예민해진 유두에서부터 시작된 쾌감이 자르르 선을 그으며 상체를 물들였다.
“허윽, 흐! 그만, 그… 아읏!”
허리를 잘게 쳐올리던 강무혁이 배꼽 아래, 가장 깊은 곳으로 귀두를 뭉개며 처박았다. 아랫배가 경련하듯 뭉치고 후들후들 떨렸다. 다시 힘이 들어가 빳빳해진 아래를 강무혁의 복근 어딘가에 뭉개듯 비벼대던 최서율이 이제 정말 마지막일 것 같은 정액을 질금질금 흘려댔다.
뱃속을 괴롭히던 성기가 부풀었다. 자꾸만 좁아지려는 내벽을 밀고 더욱 커진 귀두가 욱신거리는 지점에 정확히 꽂혔다. 강무혁 허리를 뒤트는 최서율을 꽉 끌어안고 벌겋게 부어오른 젖꼭지를 깨물며 굵직한 등 근육을 꿈틀거렸다.
품 안에 가득 안겨진 여린 존재를 극으로 몰아붙이듯 사정하면서도 허리를 몇 번 더 털어댔다. 귀두가 질퍽하게 젖은 내벽을 때릴 때마다 힘없이 늘어진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하아, 하아,”
사정했음에도 그 크기를 다 줄이지 못한 성기가 내벽을 당기며 빠져나왔다. 주르륵 미끄러져 나오는 그 감촉이 너무도 선명해 벌어진 무릎이 후들거렸다. 발정기였으면 임신했을지도 모를 정도의 깊은 삽입과 많은 양의 정액이었다.
첫 섹스치고는 너무 격렬하고 화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늘어진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강무혁의 팔 안에 몸을 기댔다. 아래에서 정액이 새어 나오는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벌겋게 달아오른 볼이 열기를 덧씌우며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것 같았다.
“괜찮습니까?”
“…아니요.”
“괜찮아 보이네요.”
“정말 아닙니다…. 이렇게… 이런 건 처음….”
최서율이 말을 하다 말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쓸데없는 말로 호랑이를 자극하지 말아야지 싶어서였다. 이미 늦어 보였지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
“호랑이는 제 것에 대한 소유욕이 상당히 강합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소유욕도 강한 편입니다.”
최서율이 몸을 일으키며 상체를 세우는 강무혁을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쾌감이 가시지 않은 몸이 잘게 떨렸다. 강무혁이 침대 아래에 발을 디디고 흐트러진 바지와 속옷을 벗어 내는 걸 생눈으로 지켜보았다. 어쩐지 눈을 감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도 떠올리지 마. 이제 너는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하면 돼.”
“…….”
강무혁이 눈을 맞춘 채로 으르렁거렸다. 침도 삼키지 못하고 굳어있던 최서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커다란 손아귀에 심장이 통째로 잡힌 느낌이었다. 숨을 쉬기가 버겁게 느껴졌지만, 명치 아래가 아릴 만큼 강한 만족감이 밀려들었다.
두 번이나 사정했지만, 강무혁의 성기는 위용을 드러낸 채 바짝 올라 서 끄떡이고 있었다. 그제야 입에 고이는 침을 꿀꺽 삼킨 최서율이 떨리는 눈으로 침대 위로 완전히 올라온 강무혁을 올려다보았다.
“부사장님….”
가슴께로 무릎을 딛고 올라서는 강무혁의 무릎과 허벅지를 잡은 최서율이 입술을 오물거렸다. 이대로 잠들고 싶은 마음과 더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충돌했다. 마음만 그럴 뿐이지 이미 체력은 바닥이었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몇 번의 사정에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깊어진 새벽을 뚫고 여전히 거세게 쏟아지는 빗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호랑이 배 속 같은 침실을 울려댔다.
꼬리뼈 부근이 간지러워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꼬리가 나온 건 아닐까. 몸을 비틀어 허리 아래를 더듬는 최서율을 보던 강무혁이 웃었다.
“꼬리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꾸… 거기가 간지럽습니다.”
“귀엽긴.”
최서율의 꼬리뼈 부근을 토닥인 강무혁이 동그란 코끝을 가볍게 꼬집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뒤로 넘겨주었다.
강무혁의 다정한 손길을 받던 최서율이 제 가슴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올라서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장대한 기골을 바라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려 했지만 올라붙은 성기를 잡고 느릿하게 위아래로 문지르는 걸 보니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심장이 여러 개로 나뉘어 몸 곳곳에서 뛰어대는 것만 같았다. 최서율이 바르작거리며 강무혁이 하는 짓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더하면 최서율 씨가 못 버틸 거 같은데, 나는 이대로 잠들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떡하지? 머릿속에 그려진 물음표가 유두에 닿는 두꺼운 귀두와 함께 와장창 깨져버렸다.
“부사장님…?”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런….”
볼이 따갑도록 열기가 치솟았다. 볼을 지나 목, 귀까지 홧홧해진 최서율이 강무혁의 허벅지와 무릎을 다급하게 잡았다. 두꺼운 근육이 꿈틀거리자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더 부추기지 말라고 속삭이듯 말한 그가 탱탱하게 부어오른 젖꼭지 위에 귀두를 맞추고 가볍게 짓이겼다.
“아… 흐으….”
아릿한 통증과 함께 생경한 감각으로 범벅된 몸이 침대 위에 흐트러졌다. 가슴부터 늑골 아래, 배꼽 주변까지 모두 호랑이의 정액으로 진득해졌다. 눈을 감으면 뜨라는 종용과 함께 무시하지 못할 범의 기운이 무섭게 덮쳐왔다. 흰 피부 위가 얼룩덜룩 엉망이었다.
등줄기를 바짝 세웠던 최서율이 침대 위로 완전히 늘어졌다. 호흡을 가다듬으려 몇 번이나 긴 숨을 내쉬어야 했다. 멍해졌던 눈동자가 초점을 잡기 무섭게 현실로 쑥 끌려 나오는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사정이었는지 치골 옆에 두툼한 음경을 비벼대던 강무혁이 최서율의 옆에 모로 누웠다. 엉망이 된 몸을 훑는 손길에 목구멍에 걸렸던 가쁜 숨을 터트려냈다. 여기저기 고여있고, 흘러내리다가 말라버린 체액을 손끝으로 훑던 그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사정은 내가 했는데 왜 최서율 씨가 헐떡입니까.”
“…너무, 너무 야해요.”
“젖꼭지에 사정한 게?”
“네….”
“앞으론 더 한 것도 많이 하죠. 이런 거로 야하다는 말은 못 하게 해주겠습니다.”
미끈거리는 정액을 모아 잔뜩 부어있는 젖꼭지 근처를 빙글빙글 돌려대던 강무혁이 그러실 필요 없다고 종알거리는 최서율의 입술에 입 맞추며 웃었다.
옅은 핏기가 맴도는 입술을 부드럽게 핥다가 그 안의 상처를 가늠하듯 부드러워진 혀를 밀어 넣고 삭삭 훑어 냈다. 가만히 입을 벌리고 있던 최서율이 상처를 건드는 혀에 통증을 참지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
“흥분하면 혀가 올라섭니다. 고양잇과 동물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러면, 저번에도….”
에어컨 바람에 차게 식어가는 최서율의 몸에 얇은 이불을 덮어 주던 강무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꼬리를 쭉, 끌어 올렸다.
“리조트에서?”
“네….”
리조트에서 처음으로 키스하던 날, 인간화되어있는 강무혁의 혀가 아플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에 몇 번이나 키스했지만, 살을 파고들 만큼 강한 혓바늘이 돋아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흥분했습니다. 그렇게 예쁘게 키스를 졸라대는데 그러지 않고 배길 수가 있어야지.”
먼저 키스를 졸랐던 그 밤, 좋으면서도 무섭고, 기쁘면서도 슬펐다. 강무혁이 좋았고, 호랑이는 무서웠다. 키스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제가 토끼라는 게 슬펐다. 다 말하지 않았지만, 강무혁이 한 인간으로서 그런 제 감정에 공감한다고 했으니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여름용 이불에 둘둘 말린 최서율이 속도 없이 방긋, 웃었다. 고개를 기울여 단단한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면 혹여나 강한 에어컨 바람에 토끼가 춥진 않을까. 신경 쓰던 호랑이가 포근히 안아서 달래듯 등을 토닥였다.
“지금 나가서 최서율 씨가 호랑이라고 해도 산짐승들이 믿겠습니다.”
최서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에 기대었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너한테서 호랑이 냄새가 진동한다는 뜻이지.”
“아….”
최서율이 치솟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손을 올려 호랑이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이불을 어찌나 꼼꼼히 둘러놨는지 손을 뺄 수가 없었다. 가만히 너른 품에 안겨 한참을 히죽거리며 웃었다. 호랑이를 한입에 먹어 치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이룬 것만 같아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