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무혁이는 요즘 아주 바쁘니?”
“네. 일이 좀 많아요.”
“그래도 집에 자주 와. 엄마가 기다리다가 목이 다 빠지겠어.”
“더 신경 쓸게요. 죄송해요. 어머니.”
숟가락으로 국을 살살 저어대던 강무혁이 고개를 들고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본가에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어서 죄송한 마음에 슬쩍 웃어 보이는 중이었다. 막내아들이라고 예쁨을 독차지하고 자라서인지 강무혁은 곧잘 어머니에게만큼은 애살스럽게 구는 일이 잦았다.
장성하여 제 산을 가진 아들이 뭐가 그리 애틋한지 어머니는 식사하는 강무혁을 예뻐 죽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충청도 지방의 유명한 산군 호랑이 집안의 여식이었다. 산군 호랑이 집안의 기운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태어나고, 자랐기에 그 성정이 매우 호되고, 뚝뚝했지만 강무혁에게만큼은 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어머니는 아직도 무혁이만 예뻐하시네요.”
“얘는?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제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닌데요.”
큰아들 강무선이 부러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리려 농을 친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는 하나씩 반응해주었다. 그게 장남에 대한 모자란 애정을 채우는 나이 든 어머니의 애정의 방법이리라. 그걸 알기에 강무선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라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 갔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오랜만에 만나는 강무혁은 특유의 적당한 친화력으로 가족들의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러다가도 문득, 집에는 잘 들어갔을까. 별일 없이 갔을까. 하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머릿속을 아주 진창으로 만들어 놓는 토끼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도련님 무슨 생각 하세요? 갑자기 말이 없으셔서….”
“아닙니다. 별 생각 안 했어요.”
잘 차려진 식탁 위에는 토끼가 환장하고 먹을 만한 싱싱한 채소들이 가득했다. 여느 때 같으면 호랑이 집안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데 풀떼기가 웬 말이냐고 한마디 했을 강무혁이었지만 이제는 채소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어서인지 오히려 하나씩 집어 먹기도 했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더니 입맛도 변하는 거냐고 웃었지만 정말 입맛이 변한 건 아니어서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그래서 그 늑대들은 잡았어요?”
“맞아요. 안 그래도 우리 궁금했는데.”
“아직 못 잡았어.”
숟가락을 아예 내려놓은 사장이자, 큰아들인 강무선이 열변을 토해냈다. 아버지를 앞에 두고 유난스럽게 그 용의자들을 잡으라고 지시한 아버지를 흉보는데도 아버지이자, 회장인 강진규는 허허. 웃을 뿐이었다.
강 회장은 무릎 위에 앉혀둔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된 호랑이 손주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릉그릉거리며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아직 물렁거리는 이로 앙. 앙. 깨무는데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귀여워 대화에는 참여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좀 유난스럽긴 하죠.”
“그래도 수인을 납치하려고 했다면서요. 요즘 수인을 상대로 하는 인신매매가 성행한다고 하던데… 걱정이네요.”
“지시가 있었으니 용의자는 꼭 잡힐 거예요. 회사에도 별일 없을 거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에 그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토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기운이 사나워지는 강무혁이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마음이 쓰였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었다.
그날 빗물에 젖은 토끼를 건져 올린 순간부터 어쩌면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애써 거스르려 하지 않고 적당한 때를 보며 기다렸다. 토끼가 제게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는 날. 거창하게 비밀이라고 말해 놓은 마음도 꺼내어 보일 수 있으리라.
식탁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느라 왁자지껄한 가족들을 바라보던 강무혁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이기 싫어서였다.
가족들의 대화를 듣는 와중에도 두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던 토끼의 빛나는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났고, 볼록하게 올라온 뱃살이 귀여웠다는 생각도 들었다. 통통한 복부에 비해 가느다란 팔다리도 새삼 신기했고 최근에는 집에 오질 못해 보지 못했지만, 보드라운 털로 감싸였던 토끼를 품에 안았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되도록 빨리 동그랗고 보드라운 털 뭉치를 다시 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강무혁이 가족 모임에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 * *
기획 2팀 회의에 참관했다가 올라온 최서율이 텅 비어있는 데스크를 보고 입술을 옴쭉거렸다. 대부분 회의 참관을 위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간식을 가져다 놓던 부사장이 오늘은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더니 제가 딱 그 꼴이었다. 까짓거 간식이야 제일 아래 서랍에 며칠을 먹어도 남을 만큼 쌓아둔 상태인데 제가 토끼라는 걸 알고부터 가져다주기 시작한 간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태블릿과 파일을 내려 두며 옆자리 윤 대리에게 부사장님은요? 하고 물었다. 다른 부서 회의에 참관하고 돌아오면 서로 인사처럼 묻곤 하는 말이었기에 윤 대리가 부사장실을 가리키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자리에 있다는 뜻이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입술을 말아 물며 비슷한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힘들었어요?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아무래도 곧 리조트 오픈이니까. 다들 정신없죠.”
“그렇긴 하죠. 아, 부사장님 출장 잡혔다던데 윤 비서님이 오후에 따로 브리핑하기로 하셨어요.”
“아, 네….”
출장이라니 어제 하루 함께 퇴근하지 못했다고 기분이 이렇게 진창인데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부사장을 생각하니 괜히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누가 들으면 한 2, 3년은 같이 퇴근한 줄 알겠다고 자기 자신을 힐난하며 회의 내용을 정리했던 태블릿을 껐다가 켰다가를 반복했다. 집중력이 한 번에 증발해버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제일 마지막 서랍에 넣어두었던 쿠키를 꺼내는 찰나, 고 비서가 지원실 벽을 통통 두드렸다.
“최서율 대리님. 부사장님 호출이요.”
서랍 쪽으로 허리를 숙이고 있던 최서율이 뿅. 하고 솟아올랐다.
“저요?”
“네. 대리님이요.”
“저 뭐 실수했어요?”
“에이, 실수도 안 하시는 분이 왜 이러실까.”
“아니… 저를 부르실 이유가 없으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눈꼬리를 아래로 축 늘이고 선 과장을 바라보자 얼른 들어가 보란 듯이 손짓하며 입술을 모아 우쭈쭈하는 소리를 낸다. 부장이 그런 선 과장과 최서율을 보다가 부사장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고 한마디를 거들었다.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물고 인중을 길게 늘인 최서율이 부사장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아침에 인사할 때 짧게 본 게 다였다. 그래 봤자 어제 하루 같이 퇴근하지 못했을 뿐이지 매일매일 보는 얼굴인데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괜히 어색했다.
“부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부사장은 왜, 저렇게 좋은 책상을 내버려 두고 항상 소파에 앉아있는 걸까. 제가 오길 기다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냥 거기가 편해서 그렇게 앉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부사장은 소파에 앉아 기다란 다리를 꼬고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어물쩍거릴 수 없어 얼른 부사장의 옆으로 간 최서율이 매번 위로 올려봐야 했던 강무혁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수려하게 뻗은 눈썹과 아래로 쏠린 속눈썹이 매우 촘촘했고, 반듯한 콧대와 우뚝한 콧방울까지 보다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는 얼굴에 놀라 어깨를 펄떡 뛰어버렸다.
“맨날 보는 얼굴인데 왜 훔쳐봅니까?”
“훔쳐보다니요. 그냥, 있어서… 본 겁니다.”
강무혁이 실소를 터트리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슬쩍 올라간 입꼬리가 치솟는 것까지 완벽하게 눈에 담고 나니 혹시 제가 부사장을 보고 싶어 했나. 하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못 본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애틋한 관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이 얼굴이 반가운지 모를 일이었다.
홧홧해진 귓가를 만지작거리며 부사장의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느리고, 더디게 느껴졌다.
“여기 앉으세요.”
언젠가의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제가 또 무슨 사고를 친 걸까. 마치 부사장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제게 내밀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 입안이 바싹 말라버렸다. 어정쩡하게 무릎을 굽혀 소파에 앉으려던 최서율의 팔이 강무혁의 손에 잡혀 당겨졌다.
훅 딸려간 몸이 강무혁의 우직한 몸에 부딪히듯 멈췄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이의 거리가 익숙한 최서율이 부사장의 몸에 딱 붙어 앉으려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먹어보세요. 모양이 예뻐서 포장해 온 겁니다.”
강무혁이 소파 테이블 위에 있던 반듯한 모양의 상자를 내밀었다. 최서율은 그걸 보며 눈을 반짝였다. 호의를 권리로 누리는 염치없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 지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솔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입꼬리가 쑥. 치솟았다. 무엇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 거절하지 않고 손을 뻗은 최서율이 상자를 열며 탄성을 터트렸다.
“와….”
“이런 거 좋아합니까?”
“네. 좋아합니다.”
알록달록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았다는 게 느껴지는 마카롱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으로 7개가 딱 맞는 상자 안에 와글와글 어여쁘게도 모여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토끼와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마카롱이었다. 호랑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투명한 비밀 위를 쓰다듬은 최서율이 고개를 돌려 강무혁을 바라보았다.
“먹어도… 됩니까?”
“먹으라고 사 온 겁니다.”
기대감에 한껏 위로 치솟은 입술과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바라보던 강무혁이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던 태블릿을 옆으로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기분 좋음을 표현하는 최서율을 대놓고 감상했다.(문장확인)/
소파에 몸을 구부리고 앉으니 청색 빛이 도는 와이셔츠 위로 포동포동한 뱃살이 드러내는 윤곽으로도 시선이 갔다. 다른 때였으면 펄쩍 뛰었을 최서율이 손가락을 곰실거리며 포장을 뜯어내느라 정신을 빼앗겼는지 시선도 느끼지 못하고 집중하는 얼굴이 매우 진지해 보였다.
최서율의 입속으로 마카롱이 쏙, 사라졌다. 강무혁이 최서율의 작은 입속으로 자취를 감춘 마카롱을 보며 웃었다. 그걸 한입에 먹을 줄이야. 오물거리느라 씰룩거리는 볼을 보다가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손으로 털어준 강무혁이 아예 몸을 최서율 쪽으로 돌리고 허벅지 위에 팔꿈치를 붙이며 턱을 괬다.
“어때요?”
“마시스이다.”
“뭐라고요?”
“맛이쓰니다.”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을 하는데 발음이 다 뭉개졌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달아요.”
“그래요?”
마카롱은 본래 달기로 유명한 디저트였다. 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최서율이 입술을 오물거릴 때마다 달큼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선이 옅은 그의 입술이 샐쭉할 때마다 강무혁의 시선이 그 위를 더듬었다.
“어제는 잘 들어갔습니까?”
열심히 오물거리고 있는 최서율의 입가로 옅게 내린 커피를 대주었다. 달콤한 마카롱과 쌉쌀한 커피의 조합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컵을 받아 든 최서율이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호로록, 커피를 한 번 더 입에 머금었다.
“잘 들어갔습니다.”
“내가 없는 데도?”
“제가 애도 아니고… 잘 들어갔습니다.”
달콤한 향기를 머금은 입술이 새 부리처럼 앞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커다란 눈망울이 강무혁의 시선을 더듬어 눈을 맞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고르는 눈을 보며 슬며시 붉어지는 눈가를 쓸고, 작고 소담한 콧등을 손가락 등으로 쓸어내린 강무혁이 웃었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한쪽 눈살을 찡그렸던 최서율이 볼을 붉혔다. 그의 손길이 싫지 않았기에 뿌리칠 생각도 못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왜 심술이 났지?”
“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만?”
“아닌데….”
“그럼 아닌 거로 합시다.”
코웃음 치는 소리에 신경이 바짝 예민해졌다. 아니, 심중을 간파당했다고 생각하니 동그랗던 마음에 모서리가 생기는 것처럼 마음이 치솟는 것이었다. 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이 꾸역꾸역 목구멍을 밀고 올라올 것 같아 마카롱과 커피가 어우러져 향긋한 냄새로 가득한 입안을 괜히 오물거렸다.
최서율은 혼자 퇴근하기 싫었다는 못 믿을 말을 해버릴 것 같아 입술에 더욱 힘을 주었다. 꿰뚫어 보듯 닿아있는 곧은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어 고개를 떨구었다. 바짝 붙어있는 허벅지 사이가 뜨거워져 슬쩍 다리를 옮기자 그만큼의 거리를 따라붙어 오는 강무혁이었다.
“마당에 놀러 오던 다람쥐 부부. 기억납니까?”
“당연히… 기억납니다.”
그들의 뒤 꽁지를 따라 다람쥐 굴까지 뛰어갔던 게 몇 번이었던가.
“그 다람쥐 부부가 다음 주에 출산합니다.”
“와… 정말요?”
유일하게 강무혁의 앞마당에 놀러 와 쉬어가던 다람쥐 부부가 아기를 가졌다는 건 집안일을 도와주러 종종 올라오는 곰 아줌마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이 얘기를 들으면 최서율이 관심을 가질 걸 예상했기에 한 말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크게 반응해주어 즐거움이 커졌다.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느라 팔랑거리는 갈색빛 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뒤로 물러나듯 어깨를 움츠렸던 최서율이 멀리 가지 못하고 강무혁의 손 아래 잠자코 머리를 대고 멈추었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즐기듯 몇 번 매만진 강무혁이 귓가를 스치고 동그란 턱 아래에 손을 대었다.
오늘따라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강무혁과 그 손길을 피하지 않는 최서율이었다.
“집에 오세요. 다람쥐 부부가 아기를 잘 낳았는지, 그들이 사는 상태가 괜찮은지. 같이 확인해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도움이 될까요?”
“나보다는 낫겠지.”
사실이었다. 집채만 한 호랑이보다는 토끼가 더 나으리라. 준비해 놓은 잘 말린 도토리와 알밤 같은 것들을 한 아름 안고 다람쥐 굴에 방문할 토끼를 상상하니 자꾸만 크게 웃어버릴 것만 같아 입가가 씰룩거렸다. 얼른 가고 싶다고 말하는 최서율의 턱 아래를 부드럽게 굴려보다가 속에 치밀어오르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슬쩍 제 쪽으로 당겼다.
최서율의 자그마한 얼굴이 앞으로 쑥- 딸려왔다.
“부, 부사장님….”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진 얼굴에 놀란 토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더 움직이면 입술이 닿았겠지만, 먼저 어깨를 밀어내는 미약한 힘에 순순히 밀려나 주는 강무혁이었다.
심장이 쿵쿵 뛰어 귓가가 시끄러워진 최서율이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물며 제 귀를 만지작거렸다. 하마터면 제가 먼저 강무혁의 입술로 달려들 뻔했다는 건 평생 비밀로 하고 싶었다.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마카롱… 잘 먹겠습니다.”
“그래요. 퇴근하고 보죠.”
마카롱 상자를 손에 움켜쥐고 빠르게 부사장실을 나서는 최서율과 배턴터치하듯 바로 윤 비서가 부사장실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