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75화 (276/279)

제 275화

275화 – 옛 동료

#1

미노타 전함에 올라탄 세 명의 기사들은 정말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평소 보았던 시야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것도,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이 초토화되는 것도 신기했다.

이 정도 위력을 뿜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수련을 거쳐야 할까?

‘골렘, 역시 대단하군.’

처음에는 묘한 거부감 때문에 타지 않으려 했다.

에드윈, 그는 순수한 육체의 능력으로 마스터라는 지고의 경지에 오르고 싶었다.

드레젠처럼, 그리고 죽어버린 자신의 형처럼.

[에드윈 경. 저는 내부로 진입하겠습니다. 부대를 이끌고 갑판을 정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쿵쿵-!

골렘들이 움직였다.

미노타 전함은 한 대가 끝이 아니었다.

이를 저격하기 위해서 수백 대의 골렘이 대기하는 중이었다.

[전략 병기 감지]

[마나 전도율이 높음]

[내부에 있는 연결체를 부숴야 함.]

하이브가 골렘을 분석하고 파악하기 시작했다.

미노타 전함 한 대가 완전히 박살 날 때쯤 내놓은 결론이었다.

골렘은 인간의 관절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인간도 무릎, 팔꿈치가 없다면 기동이 불가능한 것처럼, 골렘도 똑같았다.

[관절 부위를 노려서 맞추길 바람.]

[사격 궤도 수정.]

병사들의 움직임이 점점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드레젠에게도 들은 바 있었다.

이 골렘의 설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관절이 약점이죠. 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진짜 기술자 아니겠어요?-

이졸데는 골렘의 방어력에 특히 공을 들였다.

엄청난 숫자의 연구원들이 투입되어 만들어낸 골렘.

이번 한 번의 작전을 위해, 몇 달을 고민해서 만들어낸 결과물.

[사격 개시]

피피핑-!

마나로 이뤄진 레이저가 골렘의 관절부를 정확히 타격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수십 발의 화살이 무릎과 팔꿈치, 허리에 틀어박히는 것과 마찬가지.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관절부를 부드럽게 만듦과 동시에, 마법진을 덕지덕지 새겨 넣었다.

-녀석들은 분명히 여길 노릴 겁니다. 그러면 그 충격들을 축적해서 한 번에 발사할 수 있어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이졸데의 철칙.

약삭빠른 적들이 쏘아내는 공격들을 그대로 돌려주기 위해 고안한 결과였다.

파직-!

관절부가 빛을 발하는 것과 동시에 골렘이 들고있던 무기에 빛이 일렁였다.

사실, 빛이 아니라 적들이 쏘아낸 ‘마나’였지만.

[멍청한 것들-.]

한 분야에서 정상을 찍은 전문가의 생각은 이제 막 분석을 시작한 베리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에드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지지직-!

뇌광이 전함의 표면을 타고 흘렀다.

[막대한 손상!]

[대책을 마련해야 함!]

[지원군 요청-, 지원군 요청-.]

[미노타 급 전함이 더 필요함.]

전함을 지휘하던 하이브가 새로운 지원군을 불러냈다.

쿵쿵-!

이 순간에도 골렘이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파지지직-!

전함이 하나 더 등장했고, 그에 맞춰 골렘들이 떨어져 내렸다.

“지상에 있는 병력들은 이제 슬슬 전면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알겠소.]

“그리고, 곧 강력한 적들이 올 겁니다.”

여덟의 화신체 중, 셋이 죽었다.

상당한 전력의 감소였지만, 그대로 다섯 명이나 남았다.

그것만으로 대륙 하나를 멸망시킬 수준의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드레젠은 아직까지 진짜 힘을 드러내지 않았다.

‘언제냐.’

잔혹한 전장을 바라보는 것도 슬슬 질렸다.

끝없이 몰려오는 적병을 저지하는 것도 슬슬 템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전쟁이 시작된 지 서너 시간이 지나갔다.

지칠 사람들은 벌써 다 지쳐 나갈 떨어질 시간.

‘아직이냐?’

얼마나 더 우리의 힘을 빼놓으려 하는 걸까?

일곱 영웅들은 영악한 인간들이었다.

그들이 전생의 기억을 모두 기억한다면, 악랄한 수법은 계속되겠지.

드레젠은 잠자코 기다렸다.

‘얼굴 좀 보자, 옛 동료들아.’

미노타 전함이 폭격을 맞고,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압박감을 남겼다.

저게 저대로 떨어진다면, 지상에 있는 병력이 무참히 쓸려나가겠지.

지금 공개하기엔 조금 일렀지만, 카드 하나를 더 공개할 때였다.

“드래곤 분들? 조금만 나와 주세요.”

[그렇게 하지.]

[방어 마법은 또 우리가 최고니까.]

은빛 머리칼을 가진 이들이 텔레포트로 등장했다.

전장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남녀들.

그들은 가볍게 손을 뻗었다.

“저런 병기들이 있다니, 참고할 만한데?”

“나중에 뜯어가서 연구 좀 하면 되겠네.”

파아아아앗-!

환한 빛이 쏟아졌고, 반투명한 막이 전 병력을 커버할 정도로 넓게 퍼졌다.

곧이어 전함이 바닥에 닿았고, 신관이 닿은 포탄처럼 새하얗게 폭발했다.

콰아아아아-!

지상에 있는 기계 병력들이 모조리 쓸려나갔다.

-대박;;

-진짜 이런 거 어떻게 버티냨ㅋㅋㅋ

-자기 전함에 자기가 쓸렸쥬?

-대박 스케일이 다르넼ㅋㅋㅋ

-하나 하나 다 준비한 것도 레전드다

엄청난 영상미에 후원이 펑펑 터졌다.

특히 큰손들은 차원이 다른 후원 금액을 보내줬다.

캠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모든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

이것도 정말 상당한 기술력이었다.

“이제 첫 번째 웨이브가 끝났습니다. 다음엔 더 많은 병력들이 쏟아질 거예요.”

-ㄷㄷ

-ㄹㅇ?

-이건 진짜 레전드다

-진짜 클라스가 다르네;;

전함이 터지고 난 후의 대지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상의 병력이 싹 폭발로 인해 싹 쓸려나간 것.

일차적인 전투는 인간의 승리로 끝났다.

와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터졌다.

“뭐, 그래도 잠깐의 여유는 부려도 되겠네요.”

드레젠은 손을 뻗었다.

전투가 끝나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전투의 여파로 인해 잔류한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가 전장에서 몇 날 며칠이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

그 충만한 힘이 차올랐다.

“후우-.”

“게이트가 계속 커지는데, 언제까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까?”

기사 하나가 물었다.

드레젠은 게이트 너머, 미약하게 느껴지는 기운을 감지하며 말했다.

“이제는 기계 병사와 언데드가 섞여서 나올 거다. 다들 대비해.”

“언데드요?”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교황과 신성 왕국의 사제단에게 연락했다.

[사제단과 성기사가 활약할 시간이다. 교황.]

[알겠습니다. 성좌의 대리인이시여.]

본래 전쟁에선 언데드를 가지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었다.

언데드를 다루는 이들의 왕이 바로 일곱 영웅 중 한 명이었으니까.

흑마법사와 네크로맨서가 두 패로 나뉘어 언데드 대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겠지.

“언데드를 때려잡는 데는 역시 성기사만 한 것이 없죠.”

왜 언데드가 나오는가.

그걸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드레젠은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을 잊을 수 없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대륙의 병력.

압도적인 숫자의 열세를 그나마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의 존재 덕분이었다.

“아군일 때는 든든하지만 적이 됐을 때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우어어어-.

망자의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바람 자체가 달라져, 일반인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사기였다.

삭풍이라고 하던가.

건조하고 메마른 바람이 구릉지를 훑었다.

“대리자님. 저희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긴장 바짝 해. 저기서 나오는 언데드는 일반적인 언데드와 전혀 다를 테니까.”

드레젠 역시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이 바람의 끝에선 적들을 무자비하게 무너뜨릴 어둠의 군단이 자리하고 있을 테지.

죽음의 왕이라고 불렸던 자.

‘아이젠 클라크’는 일인 군단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

‘내 역할은 본체를 직접 치는 것.’

그의 호위대를 뚫고 아이젠 본인을 직접 쳐야 하는 것이 그의 일차적인 목표였다.

궁금했다.

네 명의 화신체들은 과연,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대현자처럼 첫눈에 알아보지 못한다면,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온다.”

드레젠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림자의 무리들.

평범한 언데드가 아닌, 기계로 구성된 언데드였다.

그 실체를 확인한 드레젠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만.”

[신성 왕국의 자랑스러운 기사들이여-!]

교황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쿵-!

빛의 군대가 거대한 방패를 이끌고 전진했다.

폭발력으로 무장한 그들의 군대가 어둠을 불살라 먹기 위해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냈다.

신성 왕국.

꽁꽁 숨겨뒀던 저력을 발휘할 때가 도래했다.

[똑똑히 보여주마. 스텔라의 힘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

교황이 지팡이를 땅에 내려치자, 하늘에서 광휘가 내려왔다.

새하얀 드래곤의 형상이 하늘에 비췄고, 그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이 모두를 감쌌다.

드래곤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버프 마법이었다.

[디바인 오러]

그 빛은 어둠의 힘을 밀어내고 빛의 힘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우어어어어-!

어둠의 힘으로 강화된 언데드가 드레젠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디바인 오러의 힘은 드레젠에게도 밀어닥쳤다.

그 기분 좋은 고양감을 느끼며, 그가 날개를 펼쳤다.

“얼른 나와 이 새끼야-!”

콰아아아아-!

일격.

전방에 있는 언데드를 모조리 쓸어버리는데 쏟은 힘이었다.

잔챙이들은 필요 없었다.

그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힘을 모아 왔으니까.

드레젠은 맨 앞에서 쏟아져 나오는 병력들을 계속해서 없애버렸다.

[검 쓰는 솜씨가 예전 그놈이랑 많이 닮았군.]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메마른 음색.

고저가 없는, 무감정한 목소리.

쩌엉-!

드레젠의 신성력을 밀어낼 만큼 압도적인 어둠의 힘이었다.

“……흐흐-.”

드레젠은 잠시 검을 늘어뜨리고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힘을 키웠는지.

“빨리 나와라. 아이젠.”

[……설마-.]

“그래. 오랜만이다.”

한때 대륙을 구하기 위해 함께 움직였던 용사와 영웅.

두 사람은 이제 영웅과 악당으로 다시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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