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74화 (275/279)

제 274화

274화 – 최종 결전

#1

콰아아아-!

하늘을 수놓은 마법들이 유성우처럼 떨어졌다.

형형색색의 마법들은 떨어지는 모습만으로 장관이 펼쳐졌다.

위력이 강한 마법은 아니었다.

이 전쟁은 한 번에 끝나는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자잘한 마법을 더 퍼부어라, 마나를 조금 더 써도 된다!]

도리안은 마법 부대의 수장으로써, 엄청난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베리드 병력들이 마법 세례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천재지변이 도래한 듯, 땅과 하늘이 울었다.

[적 마법병 발견.]

[균열 하나를 더 열 것을 권장.]

[‘어설터’ 투입 요망.]

하이브가 전황을 분석하고 수정된 전략을 위쪽에 전송했다.

파직-!

그 결과, 또 하나의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모든 전황을 바라보고 있던 드레젠이 말했다.

“지금입니다. 여러분. 활약할 때가 왔어요.”

파지지직-!

하늘에서 빛줄기가 쏟아졌다.

예전, 멜리젠을 잡을 때나 눈티아와 싸울 때와는 전혀 다른 기운들이었다.

저들도 이제는 어엿한 모험가였으며, 전사였다.

제일 먼저 접속한 이는, 프로 게이머들이었다.

“PVE는 엄청 오랜만인데.”

“흐흐, 나도.”

“저놈들을 박살 내면 되는 거지?”

각자의 무장을 가지고 전투에 참여한 이들.

그들의 모습에, 브락시아 원주민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하늘에서 쏟아진 병사들이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게다가 몇몇은 그토록 이르기 어렵다는 마스터의 경지로 보였다.

3황자가 옆에 있는 드레젠에게 물었다.

“저들이 바로 그대가 말한 비밀 병기인가?”

“맞습니다. 저들은 끊임없이 나올 겁니다. 베리드가 많은지, 아니면 저들이 많은지 궁금하군요.”

아직 드레젠이 나설 때는 아니었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플레이어들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그들은 그들 세션에서 나름대로 용사의 자질을 타고난 이들.

베리드가 날뛰는 세상 속에서 발악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게다가 저들의 진짜 장점은 저기에 있죠.”

드레젠이 플레이어들을 가리켰다.

황자는 겁도 없이 돌격하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아니, 저게-.”

“오, 저번이랑 다른 몬스턴데?”

“신기하게 생겼네.”

“그래 봤자지!”

바로 두려움이 없다는 것.

잔뜩 얼어 있는 NPC들과 달리, 플레이어들은 활기찬 모습이었다.

오히려 웃으면서 적들에게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황자는 물론, 다른 지휘관들도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드레젠도 검을 뽑았다.

“황자 저하. 전체적인 지휘를 맡기겠습니다.”

“그, 그러지. 잘 다녀오게.”

“슬슬 몸 좀 풀어볼까 해서-.”

드레젠이 씩 웃고 가볍게 절벽 아래로 도약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가 일으킨 전쟁인데, 이렇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아직도 마법 부대가 폭격을 가하는 중이었다.

드레젠이 노리는 건 그 뒤에 있는 하이브들이었다.

성체처럼 버티고 있는 녀석들이 쓰러져야 본대가 나올 테니까.

“흐읍-.”

마나를 집중하자, 그가 들고 있는 검신에서 새하얀 오러가 뻗어 나왔다.

키이이이이잉-!

공기를 찢어발기며, 전기톱처럼 회전하는 오러.

드레젠은 자신의 검을 그대로 던져버렸다.

“가서 맞춰라-.”

한 줄기 빛살이 되어 허공을 가르는 모습이 첫 번째.

그의 주변으로 엄청난 충격파가 나가는 것이 두 번째.

마지막으로 지상에서 울리는 천둥소리가 들렸다.

콰르르릉-!

마치 오딘이 내려치는 창처럼, 그의 창이 하이브를 꿰뚫었다.

“저, 저게 뭐야?”

“저게…… 용사의 힘인가?”

“성좌의 대리인이라더니, 진짜였나 봐.”

“인간으로는 안 보이는데-.”

병사들은 전율했고, 경악했다.

도저히 인간의 신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스터여도 저런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일단 한 놈.”

손을 뻗자, 드레젠이 던졌던 검이 슈르륵 날아왔다.

척, 하고 잡히는 모습 역시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감격한 눈초리와 목소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의 사기를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다면, 이런 퍼포먼스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었다.

“슬슬, 본대가 나올 겁니다.”

파지지직-!

균열이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크기의 균열.

그곳에서, 진짜 병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하이브와 공성 병기인 어썰트.

골렘과 비견되는 타이탄까지.

“니오베, 들립니까?”

[잘 들린다.]

“슬슬 준비해 주세요.”

[그러지.]

쿠웅-!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인족마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커다란 기계였다.

한쪽 팔에는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 팔은 무언가를 잡아 뜯을 수 있도록 설계된 기계.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육중함이었다.

하지만, 드레젠은 달랐다.

“저놈들이 바로 타이탄입니다. 가장 강한 병기 중 하나죠.”

타이탄은 베리어를 가지고 있었으며, 방어력 역시 제법 뛰어났다.

마법에 대해 내성을 가지고 있는 타이탄.

옛 전쟁에서는 마법사들이 가장 싫어하던 녀석이었다.

골렘, 혹은 마스터가 없으면 정말 잡기 힘든 녀석이었으니.

“하지만, 녀석도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드레젠은 타이탄의 발목 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검을 내질렀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드레젠처럼 재빠르게 치고 빠질 수만 있다면, 적의 기동성을 단숨에 빼앗을 수 있었으니까.

콰직-!

섬뜩한 소리가 들리고, 타이탄의 거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기동성을 빼앗긴 타이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가까이 오는 적이나 망치질하겠죠.”

그리고 드레젠은 등 위로 훌쩍 올라갔다.

거대한 병기인 만큼, 딛고 올라갈 곳이 매우 많았다.

폴짝폴짝 뛰어 올라간 드레젠이 한쪽을 가리켰다.

타이탄은 그사이, 뒤에 올라탄 침입자를 떨어뜨리겠다고 몸부림치는 중이었다.

“여기, 이 하얗게 빛나는 부분이 배리어를 생성하는 곳입니다. 여기를 물리 공격으로 때려 주면-.”

콰직-!

오러를 싹 빼고 내려친 검격에, 허망하게 부서지는 방벽 생성기.

기계의 약점 아닌 약점이라면, 노출된 약점이 충격에 약하다는 걸까?

배리어가 없어진 타이탄은 그저 큰 표적일 뿐.

[도리안 백작, 마법으로도 타이탄을 무력화할 수 있으니, 응용해 봐요.]

[알겠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으니, 맡겨 주시길.]

물론, 이제 완숙한 8서클에 올라선 도리안 구스타프라면, 타이탄은 무서운 적이 아니었다.

그녀가 손을 휘젓자,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돌멩이가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마법으로 물리 공격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시전자의 역량에 달린 것.

“가라-!”

앞서 온 타이탄들에게 날아가는 도리안의 검격.

땅을 가르며 날아가는 거대한 검은 교묘하게 움직여, 타이탄의 발목을 숭덩숭덩 자르고 지나갔다.

나름 결전 병기였던 타이탄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전투 불능에 빠져서일까, 뒤쪽에 있던 하이브들이 다급하게 신호를 보냈다.

[병력을 점진적으로 투입해야 함.]

[본대가 올 것을 요청.]

[미노타 계급의 개입을 요청]

“이제 지휘관들이 등장할 겁니다.”

드레젠은 하늘을 바라봤다.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

하늘이 울리고, 무언가가 등장했다.

그건, 중세 시대 사람들이 보기에 재앙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

-전함?

-아닠ㅋㅋㅋㅋ 여기서 갑분 SF라고?

-미친ㅋㅋㅋㅋ 저걸 어떻게 이곀ㅋㅋㅋㅋ

균열을 뚫고 나온 것의 정체는 바로 거대한 군선.

그것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함이었다.

마나 방벽을 칭칭 두르고 나타난 그것은, 구릉지 전역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노타.

전쟁에서 왜 공중 지원이 중요한지 알게 해 준 존재.

“사실 저건 반칙이지.”

처음 등장했을 때 느꼈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노타 전함은 베리드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했으며, 하늘에 떠 있는 요새 역할도 했다.

어떻게 없앴는가.

그리폰 부대를 이용해 골렘을 투입하거나 마스터를 수송하는 방식의 게릴라 작전으로 배리어를 해제했었다.

‘그때는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었는데-.’

공중에 있는 적은 제아무리 드레젠이라도 고전하게 만들었다.

그가 한 번에 공중까지 도약할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도약하는 와중 폭격이라도 당하면?

방향 전환도 안 되는 도약이었으니,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지.

“하지만, 이젠 다를 겁니다. 저희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까-.”

[흐응- 지금이로구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쿠웅-!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도 전함 위로.

쿵쿵쿵-!

연달아 떨어진 그건, 전함 내부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전송 완료다.]

[이거, 기사의 몸으로 골렘을 움직이려니 영 어색하군.]

뿌득-.

몸을 푸는 골렘.

그건 단순한 스톤 골렘이 아니었다.

영지에서 공을 들여 만든, 미스릴 골렘이었다.

날렵하면서도 탄탄해 보이는 골렘들.

그리고 그 파일럿은-.

[이제 은혜를 갚을 땝니다. 스카이워커 가문의 샤페론. 지금 출정했습니다.]

“잘 왔다고.”

샤페론, 에드윈, 그리고 아이젠하트까지.

이날을 위해서 몰래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드레젠이 하늘을 바라보며 엄지를 척, 올렸다.

투콰앙-!

곧이어 함선에서 폭음이 들렸다.

-아

-선생님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골렘을 이런 식으로 쓰다닠ㅋㅋㅋㅋ

-ㄹㅇ 쩐다

-뽕맛이 차오른다!

세 사람의 전투력은 마스터에 근접해있는 상황.

거기에 특수 제작한 골렘까지 있으니, 그 위력은 안 봐도 뻔했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타이탄 정도야,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열 기도 안 되는 숫자였지만, 그 파괴력은 일반적인 골렘 100기와 맞먹었다.

[나는 아직인가?]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들은 하이라이트에 등장해야 하니까.

하이디엔과 3황자가 드레젠의 신호를 받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폰 부대, 출격하라!”

“에일라, 맡기겠어요.”

절벽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와이번 부대, 그리폰 부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엄청난 숫자의 날짐승이 날아오르는 광경은, 또 하나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디 더 와봐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리드에 대해서 분석했던 드레젠이었다.

현실에서의 5년.

그 시간에도 과거 회상을 많이 하면서 지냈다.

차라리 그때가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베리드의 전술은 체계적이었으나 획일적이었다.

‘다 깨부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전처럼은 안 될 거다.

꾸역꾸역 몰려오는 재앙을 막기 위해, 그가 다시 움직였다.

그들이 오기까지 충분히 몸을 풀어두기 위해서.

전쟁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