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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67화 (268/279)

제 267화

267화 – 드래곤을 뛰어넘었다.

#1

온통 붉은 세상.

생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활활 타오르는 대지의 불꽃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생명이 저지른 짓치고는 너무나 혹독한 결과였다.

그야말로 재앙이었으니.

-오우;;

-이건 좀;;

-와 드래곤 브레스 지리네

-근데 죽었다는 메시지는 안 떴는데?

-이걸 사넼ㅋㅋㅋ

체력이 간당간당했지만, 드레젠은 죽지 않았다.

은빛 날개는 아직도 찬란하게 빛났고, 흑뢰도 무사히 앞을 지켜주고 있었다.

공중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래곤 로드가 다시 인간을 모습으로 변했다.

‘이걸 견디다니, 역시 성좌들이 선택한 사람이라 이건가.’

성좌.

그에겐 머나먼 얘기였다.

성좌가 창조했다고 알려진 드래곤, 레드릭.

그의 아들로 태어나, 성좌라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드래곤은 완벽한 종족이었다.

그의 기억은 빈 곳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많은 시간을 침묵하다, 고작 저런 인간을 골랐단 말인가.”

드래곤일 줄 알았다.

선택받은 종족은 드래곤일 줄 알았다.

저런 나약한 종족이 아니라, 완벽한 종족인 드래곤이어야 했는데-.

‘다 계획이 있었다, 이건가.’

솔직히 물어보고 싶었다.

왜 드래곤이 아니었는지.

왜 저 인간이어야만 했는지.

하지만, 드레젠이라는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인정해야 하는가.”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이미 드레젠을 인정하고 말았다.

다른 건 아니어도, 인간의 몸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놀라웠으니까.

재능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했던가.

그걸 발현하는 것이 까다로울 뿐.

“뭐해, 안 내려오고!”

“흥, 여전히 건방진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가 블링크 마법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여기저기 그을린 자국이 있었지만, 드레젠은 멀쩡했다.

단단히 두 발로 서 있었으며, 지친 기색도 없었다.

자신의 브레스를 이렇게 버틴 생명체가 있던가?

‘확실히,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군. 이 정도라면-.’

그래, 확실히 맡길 수 있었다.

게다가 모든 종족에게 빚을 지웠다고 하지 않았는가.

드래곤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널 인정하마. 하지만, 그 건방진 태도는 참을 수가 없군.”

“건방지다니. 난 지극히 정상이라고.”

드래곤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건방져 보이는 것일 뿐.

드레젠은 철저하게 기준을 지키는 중이었다.

자신에게 살갑게 대하는 자들은 살갑게 대하고, 아닌 자들은 아닌 것으로.

“드래곤 로드라고 별거 없거든, 나에겐.”

“하, 오만이 가득하군.”

“너야말로. 그래서, 여길 어떻게 복구할 거지?”

드레젠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정도 열기라면, 주변의 기후와 지형이 바뀔 정도였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이곳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형으로 바뀌어 버리겠지.

드래곤 로드는 마나를 넓게 퍼뜨렸다.

“이 정도야, 별거 아니지.”

순식간에 뜨거웠던 열기가 사라졌다.

상쾌한 바람이 드레젠의 옷자락을 건드렸다.

로드의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환한 빛이 드레젠의 몸을 감쌌다.

“모두 회복이 됐을 거다.”

“그렇군.”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지?”

드래곤 로드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시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드레젠은 옅은 웃음과 함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엘프들이 있는 곳. 내 영지 바로 옆이지.”

“……이건 뭐냐.”

“내 부하가 되진 않을 테고, 그렇다면 친구 정도로 만족하려고.”

“하!”

드래곤 로드가 드레젠의 손을 툭 쳤다.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가벼운 제스처였다.

그가 몸을 돌리며 으르렁거렸다.

“인간과 친구를 맺은 드래곤 로드라니,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없다.”

“그럼 부하 하든가.”

“흥, 빨리 볼일이나 보고 와라. 니오베!”

그의 외침에, 니오베가 텔레포트를 통해 드레젠 옆에 나타났다.

그녀가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불렀습니까.”

“드레젠을 잘 보필하도록. 드워프의 수장을 데리고 오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녀가 생긋 웃었다.

조금 까칠한 성격의 로드였지만, 드레젠을 이름으로 불렀다는 점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으니까.

“네, 물론이죠.”

“우린 먼저 간다.”

드래곤 로드는 왔던 것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참, 알기 쉬운 존재였다.

니오베가 드레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몸은 괜찮으냐.”

“네.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뭐.”

“그래, 시간을 거슬러 왔다고 했으니 드래곤의 브레스도 견뎌 보았겠구나. 하지만-.”

거기서 견뎠다고 해서, 지금의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드래곤 로드의 브레스는, 성룡이 된 아이들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위력이었다.

이 일대를 모조리 생지옥으로 만든 것을 보면,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고생했다.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단다.”

“저에겐 경험이 있으니까요.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전력도 아니었을 테니.”

“그런 그랬지. 시간이 없으니 일단 가자꾸나.”

니오베가 드레젠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좌표를 가늠했다.

초인적인 연산능력이 발휘되며,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지하 도시를 잡아낸 니오베.

“가자꾸나.”

그 말이 시동어가 되어, 두 사람을 빛으로 감싸 안았다.

그런 장면을 보던 시청자들은 손발이 다 오그라들 정도였다.

-달다

-이게 바로 드래곤의 사랑인가 ㅜ

-나도 빨리 강해진다!

-진짜 부러워ㅜㅜ부러워부러워!

-현실에서도 존잘이던데!

채팅창은 솔로 천국 커플 지옥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2

엘프의 회의실.

그곳엔 서리족과 제국의 3황자, 크리스와 신성 왕국의 교황까지 모두 자리했다.

하이디엔은 능숙하게 자리를 이끌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새로운 사람들끼리 친해지게 하는 것도 모두 교육과정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곳에 있는 자들 모두 드레젠 님의 은혜를 받았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내였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각 종족의 대표들.

사기라와 하이디엔은 나란히 앉아,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어디 불편하진 않습니까?”

“그다지. 우리에겐 이런 곳이 어울리니까.”

그녀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밖에서 창을 통해 이곳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거인족의 수장.

그가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하이디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얘기해 주었다.

“정말 신기하군. 한 사내가 종족의 통합을 이뤄낼 줄이야.”

“아직은…… 아직은 이 자들이 하나로 뭉치진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드래곤.

브락시아의 진짜 강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고고한 성격의 드레젠과, 자존심이 이 세상 끝까지 뚫고 올라갈 정도의 드래곤이라면 충돌은 불가피할 터.

그들을 설득시킬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이디엔.”

“예, 알고 있습니다.”

짙은 마나가 깔렸다.

압도적인 마나.

이런 마나를 지닐 자는, 그들밖에 없었다.

환한 빛과 함께, 나타난 이들에게, 모든 이목이 쏠렸다.

“여기가 엘프들이 사는 곳이로군.”

“생각보다 제법, 잘 꾸며놨네요.”

“그대들은…….”

하이디엔이 가장 먼저 일어나, 그들에게 예를 취했다.

이들의 기운은 제법 익숙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하이디엔은 직감대로 움직였다.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위대하신 자들을 뵙습니다.”

“위대하신-!?”

그녀의 발언에, 모든 이가 놀랐다.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빛무리와 함께 나타난 이들이 누군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이 회의장에 도착했다.

‘대체 드레젠 님은, 어디까지 발이 넓으신 거야!?’

‘드래곤까지 알고 있는 사내였나?’

자존심이 가장 높은 사기라도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압도적인 존재감.

드래곤 로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인데…… 다들 고개를 들라.”

눈동자를 보니, 모두 선해 보였다.

드래곤을 향한 존경심, 경외심도 보였다.

드레젠과는 전혀 반응이 달라, 놀라울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었는데.

“우리는 구석에서 얘기만 듣겠다. 신경 쓰지 말거라.”

드래곤 로드치고는 점잖은 행동.

본래 이것이 그의 본 모습이기도 했다.

모두가 우러러보고, 경외감이 깃든 시선으로 보았으니.

조금만 점잖을 떨어도 알아서 대접해 줬거든.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하마.”

드래곤 로드 옆에 있는 자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의자 몇 개가 생겨났다.

더없이 안락해 보이는 의자였다.

빙 둘러앉는 원탁의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드래곤들은 회의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깊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표현이었다.

“이제 모일 이들은 다 모였군요.”

“드레젠, 그분만 오시면 되겠네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환한 빛이 중앙에서 생겨났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엔, 진짜 와야 할 이가 도착했으니까.

빛이 사라지고 난 자리엔, 네 명의 인영이 보였다.

“다들 모였군요.”

그가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쳤다.

교황은 그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고, 드래곤들은 흥미, 호기심이었다.

엘프와 서리족, 거인족은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사기라는 드디어 지루한 기다림이 끝난 것에 대한 흥미가 비췄다.

“자, 아무 자리에 앉아. 이쪽은 드워프의 수장인 자발라, 그의 호위인 울드렌입니다.”

“바, 반갑소이다.”

자발라가 어색하게 인사했다.

하이디엔이 앞으로 나서, 그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모든 종족이 모였다.

이제 진짜 회의가 시작될 차례였다.

니오베는 드레젠의 옆에 서서 손을 잡아 주었다.

“이제 그대의 역량을 펼쳐 보거라.”

“고마워요. 니오베. 부탁한 걸 해 주세요.”

“그래.”

회의는 간단하게 시작되었다.

드레젠이 먼저 운을 띄웠다.

“다들, 이렇게 모여주니 반갑습니다. 우리는 이제, 거대한 적들의 침공을 막아야 합니다.”

서리족과 드워프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

다른 이들도 무의 추종자, 베리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짝-!

니오베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홀로그램처럼 대륙의 지도가 나타났다.

작전 회의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제가 여러분들을 도와드린 건, 대륙이 힘을 합쳐 이 전쟁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

모두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이 없었다.

드레젠은 계속해서 말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 간극을 좁힐 때가 왔습니다.”

드레젠은 대륙 전체의 통합과 기술의 공유를 원했다.

그 길이, 결국 모든 종족의 전투력을 상향 평준화시킬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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