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66화 (267/279)

제 266화

266화 – 드래곤과 인간

#1

성좌들이 이곳 인간들에게 재능을 기부했을 때.

항상 염두에 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재능은 모든 종족 중 최상이지만, 그 수명이 너무도 짧다고.

유독 인간 중에 천재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그건,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치고는 꽤…… 하지만 몸은 만들어졌군. 역시 나약한 종족이야.”

“그것도 인간의 능력이지. 타고난 것들은 모른다. 사소한 것까지 노력으로 이뤄내야 하니까.”

드래곤 로드는 피식 웃었다.

사소한 것에 노력을 쏟아붓는다.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이지, 효율이 너무 좋지 않은 짓이었다.

인간의 수명은 짧은데, 아까운 곳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인간을 마지막으로 본지도 꽤 오래됐지. 그렇다면 어디- 시험해 볼까?”

몇천 년 동안 인간이 이룩한 경지가 어떤 것인지, 드래곤 로드가 직접 시험하기로 했다.

쿠우우우-!

거력이 주변의 공기를 짓눌렀다.

이건 마나로 이뤄낸 재주가 아니었다.

존재감 자체에서 뿜어지는 압박감.

단순한 기세였다.

“역시 드래곤 로드야. 역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앞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존재감.

나약한 인간이었다면, 당장 숨도 못 쉬고 죽었을 압박감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무기는 익숙함이라고 했던가.

“그 허세, 다른 이들에겐 통할지 몰라도 나에겐 안 통해.”

“호오, 어디까지 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험.

드래곤 로드조차 이 자의 말을 따라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니.

로드는 희미하게 웃었다.

일단 기개는 합격이었다.

니오베가 인정한 인간답달까.

‘그 아이가 기어코 이 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드래곤의 맹약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맹약은 어느 종족이든 가질 수 있지만, 그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었다.

아니,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니오베가 다름 아닌 인간과 맹약을 맺었더란다.

“그럼, 입만큼 실력도 있는지 볼까?”

파직-.

그의 손에 검이 들렸다.

압도적인 마나가 그 안에 담겼다.

거기까지 이뤄지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후웅-!

가볍게 휘두른 것 같은 일격에, 거대한 참격이 드레젠을 향해 날아갔다.

“흥-.”

드레젠은 검조차 들지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드래곤 로드의 눈썹이 꿈틀댔다.

기묘한 소리를 내며 쑤욱 빨려 들어간 마나의 참격.

드래곤의 약점이 바로 이거였다.

너무 순수한 마나.

자연 그대로의 마나를 압축해서 던져주니, 드레젠의 입장에선 영약이나 다름없다는 것.

“오, 제법-.”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마나 최대치가 10,000이 올라갔다.

대체 어떤 시험을 하고 싶은 건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막아도 사망, 피해도 사망이었을 참격이었다.

“호오, 마나를 흡수하는 잔재주가 있다더니, 제법 주름 좀 잡았나 보군.”

“더 해보던가.”

“좋다. 네놈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과연 드래곤 로드.

그는 정면승부를 걸어왔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마나의 폭풍이 한 곳으로 응집했다.

그는 검을 쓰지도 않았다.

대신 내민 카드는 6서클 마법 ‘레이 버스터.’

“고작 6서클이라고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내가 쓰는 1서클이, 인간 기준으로는 5서클 이상의 화력을 가지고 있으니.”

“잔말 말고 빨리 마나나 내놔.”

드레젠이 희게 웃었다.

이게 무슨 횡재인가.

그가 다시 손을 뻗었다.

드래곤 로드가 웃으며 마법을 쏘아냈다.

‘이번 마나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버스터 계열 마법은 무조건 닿으면 폭발하게 되어 있었다.

마법에 무지한 자라도 알고 있을 터.

그걸 정면으로 받으려 하는 간 큰 녀석이 있을 줄이야.

역시 건방짐 하나는 인정할 만했다.

“간다. 잘 받아보라고.”

콰아아아아아아-!

백색의 광파가 드레젠에게 다가왔다.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한 빛기둥이 번쩍! 하고 사라졌다.

당연히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쿠우우우우-.

대신, 드레젠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후우-. 좋아, 이게 끝인가?”

이번엔 무려 10만이라는 수치가 증가했다.

드래곤 로드는 피식 웃었다.

“흑뢰라…… 성좌에게 선택을 받았다더니, 제법이군.”

“이제 마법은 끝났나? 네 자랑은 그게 아닐 텐데.”

레드릭의 아들, 그의 특기는 검술이었다.

물론, 드레젠도 그의 검술을 알고 있었다.

흉내 내는 정도였지만.

“그래, 이번엔 내 검을 받아 보거라. 다음은, 브레스다.”

“아주 가지가지 하는군.”

그러면서도, 드레젠은 자세를 잡았다.

무려 11만이라는 거대한 마나를 선물 받았다.

어울려주는 것 정도는 해야지.

“어디 버텨봐라.”

콰아앙-!

압도적인 피지컬을 유연하게 받아낸 드레젠.

드래곤 로드는 한 손으로 연격을 날렸다.

그렇게, 시험이라고 하기엔 다소 과격한 대결이 시작되었다.

#2

“벌써 대결이 시작됐군요.”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그러게, 봐야 알겠지요.”

각양각색의 머리칼을 가진 남녀가 싸우고 있는 자들을 바라봤다.

콰앙-!

마나의 후폭풍이 대지를 웅웅 울렸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각 비늘을 대표하는 ‘로드’들이었다.

이들은 엄청난 싸움에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니오베가 점찍을 만한데? 요망한 것, 언제 저런 인간을 발견해서는.”

“그래 봤자 인간이잖아.”

“그러게.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게 수명 차이인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니오베가 살포시 웃었다.

이들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드레젠이 바로 성좌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사실.

“저 이는 이제 수명에 제약이 없답니다. 성좌가 데려갈 사람이니까.”

“오,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면 해결이군!”

“하하! 축하해, 정말 축하해.”

성좌의 축복을 받은 인간.

그렇다면 이미 인간이라고 보기도 뭐했다.

드래곤들이 니오베에게 축하를 보냈다.

자, 이제는 진짜 주제로 넘어가야 할 차례였다.

“과연 로드의 검술을 당해낼 수 있을까?”

“그럴 거예요. 저이라면.”

니오베는 은은한 기대감을 품으며 말했다.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자는 여기서 그녀밖에 없었다.

드래곤 로드의 목숨을 끊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 실력, 그 판단, 그 재능.

그의 모든 것을 여기서 보고 싶었다.

“후하하하-! 이거 걸작이군!”

“드래곤 로드가 고작 이 정도는 아니겠지?”

검의 끝자락.

아니, 강함의 끝자락에 오른 자들의 결투였다.

고수의 결투는 한 방으로 끝난다고 했던가.

하지만 브락시아에서는 아니었다.

마나라는 이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 마나를 누가 빨리 소진시키느냐의 싸움도 있었으니까.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후우-. 여전히 무식한 검술이군. 섬세함이라고는 없는 검술.”

“여전히……라고? 너, 나와 만난 적이 있던가?”

“드래곤이 그 정도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없다. 당연하지.”

“그런데, 너는 알고 있군. 나는 모르고 있는데.”

드래곤 로드가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드레젠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성좌의 힘을 피워냈다.

파직-.

검 끝에서 흑뢰가 피어났고, 등 뒤에선 신성한 날개가 펼쳐졌다.

“……성좌의 힘인가.”

“날 모욕하는 건, 성좌들을 모욕하는 것과 똑같지.”

“흥, 제아무리 성좌가 선택했다 한들, 죽어버리면 다 무슨 소용이냐.”

드래곤 로드는 맞는 말을 했다.

드레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지. 그래서 힘을 키웠던 거고.”

성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가 지구로 도망칠 때까지 성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또는 왜 실망했을까.

그런 고민을 더러 했었다.

‘단순히 이런 계획을 그리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만.’

진짜 브락시아는 실패했다.

자신이 없어서.

모든 이가 힘을 합치지 않아서.

갈가리 찢긴 데에는 눈앞에 존재가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리고 너 같은, 오만한 자들이 이 세계를 망칠 거다.”

“난 브락시아를 수호하기 위해 태어났다. 오히려 브락시아를 망친 건 인간들이지. 안 그런가?”

“8천 년을 넘게 살았으면서, 대부분 태만하게 있었던 것도 죄다.”

성좌들은 드래곤에게 태평하게 놀라고 지시하지 않았으니까.

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정도 검술을 받아낼 자는, 적어도 인간 중에는 없다고 봤다.

거인족보다 더 강한 힘을 실었다.

하지만, 드레젠은 모두 태연하게 받아넘겼다.

“이제 마지막 시험이다. 이것마저 막아내면- 내 너를 인정하지.”

“와라.”

“피하지 말고 막아라. 피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테니.”

드레젠은 직감했다.

드래곤 로드가 무얼 하려는지.

피하지 말라는 걸 보아, 큰 공격이 분명했다.

그것도 드래곤만 쓸 수 있는, 아주 큰 공격이었다.

-뭘 하려고 저러는겨?

-드래곤이면 그거지!

-푸화아아악!

-엌ㅋㅋㅋ설마

-그게 온다!

드래곤 하면 떠오르는 건 많았다.

특히 대한민국 판타지에선, 마법의 종주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하지만, 드래곤의 진짜 능력은 그게 아니었다.

무식하게 많은 마나를 압축해, 쏘아내는 것.

그것도 속성을 담아서.

“드래곤의 진짜 능력을 구경하겠군요.”

피하지 말라고 했으니, 그리할 뿐이었다.

근처에 있던 로드들이 서둘러 마법을 전개했다.

일대가 쑥대밭이 되는 걸 막아줄 마법이었다.

[조심하거라, 나의 반려. 브레스가 올 거다.]

드래곤 브레스.

원초적이며 간단하지만, 가장 파괴력이 높은 마법.

브레스를 뿜어낼 수 있는 몬스터는 많았다.

당장 와이렉스만 하더라도 화염 브레스를 난사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드래곤 로드의 브레스는 격이 다르지.’

[쿠오오오오오-!]

거대한 울부짖음이었다.

드래곤 로드는 본신으로 돌아갔다.

능히 하늘을 가릴 수 있는 크기.

날갯짓 한 번에, 작은 벽돌집도 날려버릴 수 있는 태풍을 만들며 솟구쳤다.

드레젠은 성좌의 힘을 바탕으로 단단히 준비했다.

[어디 받아 보거라, 인간-!]

드래곤 로드의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대기가 떨리고, 마나가 요동쳤다.

쩍 벌린 입에서 모이는 작은 구체.

그 구체는 점점 덩치를 키워, 작은 태양처럼 보이게 했다.

[받아라-!]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나라 하나를 능히 없앨 수 있다는 드래곤의 브레스.

그 압도적인 마나와 힘이 지상 전체를 쓸어냈다.

“버텨보죠.”

드래곤 브레스도 마나로 되어 있는 형태였다.

드레젠은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과거,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도 버텨냈으니까.

<제발, 제발 우리를 살려 주세요!>

필사적으로 외쳤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수많은 생명을 등에 업고 이 브레스를 막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이야, 그때보다 더 절박하지도,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은빛 날개로 몸을 감싸고, 흑뢰를 전면에 배치했다.

동시에 겁화가 그를 쓸었다.

“그대라면 버텨낼 수 있다.”

니오베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재앙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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