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65화 (266/279)

제 265화

265화 – 내가 널 시험하겠다

#1

거대한 와이번이 하늘을 날았다.

와이번은 만드록스가 지키고 있는 척박한 땅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가는 도중, 와이렉스가 드레젠에게 물었다.

[왜 드래곤에게 먼저 찾아가지 않는 것인가?]

“그 콧대 높은 놈들은 알아서 올 거니까.”

[드래곤의 성격을 보면 그러겠지. 하지만, 회의장이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

“시험한다고 나불거리겠지. 내가 아는 그 녀석의 성격이면, 당연해.”

드레젠은 앞을 바라보며 예전에 있었던 일을 그렸다.

드래곤.

그 오만방자한 생명체 때문에 전쟁이 완전히 망할 뻔했다.

특히 현 드래곤 로드는 정말 구제 불능에, 제멋대로인 놈이었다.

강하기는 더럽게 강하고, 자존심은 높았고, 성격은 정말 쓰레기였다.

“그놈을 또 상대하려니, 벌써부터 골 아파진다.”

[언제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군.]

“아, 너한테는 말 안 해줬나? 난 시간을 한 번 거슬러 올라왔거든.”

이제는 그냥 대놓고 말하는 드레젠이었다.

와이렉스는 그와 영원히 함께할 소환수였다.

이런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도 딱히 상관없었다.

와이렉스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거군.]

“맞아. 다 알고 있거든. 저쪽에 내려주면 되겠다.”

이곳부터 온 이유는 간단했다.

수인족, 엘프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실세가 이곳에 모여있기 때문이었다.

서리족의 쿠우쿠, 거인족, 3황자까지.

그자들을 한꺼번에 데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무척 아낄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신성왕국으로 가야겠군.’

이미 신성왕국은 드레젠이 교황이나 다름없었다.

까라면 까야지 뭐.

3황자는 황궁에 들러, 황제와 함께 엘프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될 테고.

저 멀리 보이는 서리족의 마을.

와이렉스가 포효를 지르며 그곳에 착지했다.

#2

[크어어어어어-!]

거대한 포효 소리가 들렸다.

한창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던 서리족들이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하지만 곧 괴성을 낸 몬스터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떠들썩해졌다.

“은인-! 은인이 오셨다-!”

“족장님께 알려!”

서리족의 차기 로드인 쿠우쿠가 천막을 들추고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쿠웅-.

근처에서 자고 있던 만드록스 역시 와이렉스와 드레젠의 기운을 느낀 듯,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얼굴 보기가 힘들군.]

“그래도 가끔 이렇게 들르는 게 어디야. 안 그래?”

[그렇지. 전 주인은 진짜 필요할 때만 불렀었는데 말이야.]

그것도 나중엔 알아서 하라고 내팽개쳐버렸다.

우아하게 착륙해, 드레젠을 내려 준 와이렉스가 날개를 털었다.

시원한 바람이 주변을 쓸었다.

드레젠은 서리족의 인사를 받아주며 쿠우쿠에게 다가왔다.

“잘 지냈나?”

“예, 은인.”

“로드를 만나 뵙고 싶은데.”

“지금 모든 결정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얘기하면 됩니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맘때쯤 로드가 은퇴 준비를 한 모양.

오히려 이야기하기엔 이쪽이 훨씬 나았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제 내가 준비하던 일이 얼추 끝났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전쟁이라면.”

“이제 곧 마족의 본대가 쳐들어올 거야.”

“얼른 준비해야겠군요.”

쿠우쿠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머릿속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서리족은 100만도 안 되는 소수민족이었다.

미약한 힘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준비는 인간이 얼추 다 해 줄 거야. 드워프도 있고.”

“설마…… 대륙을 통합하려는 겁니까?”

“맞아. 이미 수인족과 엘프족은 엘프들의 영지로 모였다.”

쿠우쿠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모든 종족이 뭉친다는 것.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으니까.

수 세기를 다르게 살아온 자들이었다.

‘하지만 이 자 밑에서라면-.’

그렇지만 드레젠이라는 구심점이 있지 않은가.

모두가 그의 은혜를 입었다면, 그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베리드라는 공공의 적까지 있지 않던가.

가만 생각해보니 이 동맹,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저도 가면 되겠습니까?”

“응, 그러려고 이곳에 왔으니까. 최소한의 인원만 가지고 가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대륙을 구하는 일이니, 미약하나마 한 손 보태겠습니다.”

“고마워.”

쿠우쿠는 모처럼 온 드레젠을 대접하고 싶었다.

하지만, 드레젠은 정말 바쁜 인물이었다.

그가 몸을 돌려 와이렉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벌써 가십니까?”

“거인족도 봐야 하고, 황자님도 봐야 하거든.”

“정말 모든 종족이 모이겠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쿠우쿠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가 바쁘게 뛰어다니고, 베리드를 상대했을 일을 생각하니, 절로 존경심이 일었다.

지금 쿠우쿠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종족의 화합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었다.

그가 등을 돌려 떠나는 모습을 본 드레젠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이곳을 계속 지키면 되는 건가?]

“그게 좋지 않겠어? 덩치 좀 더 키워.”

만드록스는 남게 했고, 드레젠은 걸음을 옮겼다.

만드록스는 공격형 소환수가 아니었다.

그의 진가는 한 곳에 오랜 기간 있었고, 그곳에 적이 쳐들어왔을 때 드러났다.

대지의 힘을 잔뜩 빨아들인 만드록스는 골렘도 너끈히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녔으니까.

“중요한 요충지를 방어하려면 네 힘이 꼭 필요해. 알겠지?”

[내 힘이 중히 쓰일 날을 기대하지.]

만드록스는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다시 자리를 잡고 누웠다.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있는 것 같았지만, 저게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법이라는 걸 알았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드레젠이 거인족을 만나러 떠났다.

#3

거인족을 만나기도 쉬웠다.

황자도 흔쾌히 허락했다.

브락시아를 지키는 데 있어, 종족과 힘의 차이는 상관없었다.

그저 힘을 합쳐 이 땅을 지켜내고, 다시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

“이제 드워프만 모이면 되겠군요.”

-너무 멀다

-ㅋㅋㅋㅋ어떡하냐

-너무 먼데?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자동진행이라는 사기 스킬이 있으니까.”

그렇다.

너무 먼 거리라도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자동 진행이 있었다.

드레젠은 자동 진행을 켜 두고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나오는 네임드 몹은 레이드로 처리됩니까?

-맞아 레이드 또 나오나?

-나왔으면 좋겠는데

-최종 보스는 무조건 레이드짘ㅋㅋㅋ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전쟁의 스캐일을 생각해봤을 때, 레이드로 안 나올 이유가 없었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입수하고, 그에 적합한 콘텐츠를 내놓는 형식이라고 들었다.

그 정도 규모라면 월드 보스, 혹은 레이드 보스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벤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중요했다.

“전쟁이 발생하면 동서남북에서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그곳에서 화신체들이 한두 명씩 지휘관으로 등장할 겁니다.”

아마 구역별로 나누어져 레이드가 진행되겠지.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유저들을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그가 없을 때 전선을 틀어막아 줄 지원 병력들이 필요했다.

저들에겐 더없이 좋은 파밍 이벤트가 되겠지.

‘하이디엔에게도 부탁해볼까.’

최초로 발발하는 전쟁이니만큼, 다양한 이벤트를 부탁하면 괜찮을 거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만 지킬 수 있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와도 괜찮았다.

악질 유저?

지금 프로 선수를 제외하면 익질 유저가 고위 NPC들을 이길 시기도 안 되었다.

‘일단 들키면 죽는다고 봐야지.’

유저라도 건드렸다간 바로 인터넷 게시판에 박제가 될 테고.

딱히 걱정거리는 없었다.

“전쟁이 시작하면 세션을 공개로 돌릴 겁니다. 여러분들도 누구나 오셔서 파밍 하세요.”

-대박

-진짜요?

-트롤러들 분명 나올 텐데;;

-공개로 열어두는 건 좀 ㅜㅜ

“대표님이 좋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계실 겁니다. 악질 유저들은 뭐……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하이디엔의 숙명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과연 악질 유저가 판치게 놔둘까?

드레젠이 아는 하이디엔이라면, 그 악질 유저들의 성향을 이용해 적들을 괴롭히는데 쓸 것이라 생각했다.

[자동 진행이 끝났습니다.]

“그럼, 나머지도 설득하러 가 보죠.”

라고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아직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가기엔 너무 멀었다.

이는 중간에 전투가 일어났거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와이렉스가 비틀거렸다.

엄청난 마나의 압박이 주변을 장악했다.

‘이 마나-.’

익숙한 마나였다.

그가 상대했던 적 중에 가장 강력했던 자.

모든 드래곤들의 왕이자, 선조룡 : 레드릭의 아들.

성좌들의 축복을 받아 태어난 존재.

“와이렉스, 바로 착륙해, 아무 데나.”

[알았다.]

순간적인 압박에도, 와이렉스는 안전하게 마나의 흐름을 탔다.

근처에 보이는 땅 아무 곳에나 착륙한 뒤, 드레젠은 걸음을 옮겼다.

와이렉스가 피해를 보면 안 되기에, 멀찍이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네놈이구나.]

“드디어 납셨군.”

[호오, 날 알고 있는 놈이었나? 하긴, 니오베에게 얘기를 들었겠지.]

붉은빛이 점멸하고, 눈앞에 적발의 미청년이 나왔다.

그의 등장만으로 주변 시야가 일그러져 보였다.

주체하지 못하는 마나가 모두 밖으로 뿌려지고 있는 것.

자연스럽게 그 마나들은 드레젠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이거…… 네놈에겐 과분한 능력이로군.”

“자연스럽게 주변을 파괴하고 다니는 마나는 내가 가져가는 게 낫지.”

“어린놈이 건방지구나.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거냐?”

드레젠이 피식 웃었다.

괘씸했다.

저 눈빛, 저 태도.

지금까지 방관만 하고 있던 주제에-.

거들먹거리는 것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는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가? 위대하신 드래곤 로드가 세계가 이 지경이 될 동안 잠만 쳐 자고 있었으면서?”

“우리 일족들은 자잘한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니오베에게 들었을 텐데,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군.”

그는 마나를 뿜지 않았다.

드레젠의 힘을 더 키워준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드래곤 로드가 가진 압도적인 마나량이라면, 외부로 마나를 방출하지 않고도 드레젠을 찍어 누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자잘한 일들이 모여서 이렇게 되는 거다. 그 간단한 이치를 모르다니, 드래곤치고는 머리가 나쁜데.”

-엌ㅋㅋㅋㅋ

-카운터 먹이는 거 보솤ㅋㅋㅋ

-ㄹㅇ 자강두천이닼ㅋㅋㅋㅋ

드레젠도 말에서 밀리지 않았다.

드래곤 로드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브락시아를 수호하는 입장에서, 네놈의 일을 두고 볼 수가 없다. 통합해서 막는다고? 그 후엔 더 큰 불화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뿔뿔이 흩어져 각개격파 당하는 것보다야 낫지.”

“내가 널 시험하겠다. 그리고,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이 전쟁은 나, 드래곤 로드가 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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