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62화 (263/279)

제 262화

262화 – 끝까지 가라!

#1

사나다 마에는 충격에 빠졌다.

주변이 느릿해진 시야, 웅웅 울리는 공기와 소리.

그건 자신만 해당하는 줄 알았다.

처음 이 느낌을 느꼈을 때, 그녀는 희열에 휩싸였다.

‘이 영역엔 나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 솔직히 일반 사람은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할 줄 알았다.

말이 안 되는 현상들이었으니까.

말로만 듣던 초인들의 영역일까?

그렇다면 자신 말고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자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 너만 특별한 줄 알았나?”

유창한 발음의 일본어가 들렸다.

사나다 마에가 화들짝 놀랐다.

콰앙-!

드레젠 역시 마나의 띠를 남기며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10% 싱크로율 페널티를 받고, 50%의 인지 가속을 얻었는데도 대등하다고?’

사나다 마에의 검술은 분명 뛰어났다.

절도가 있었고, 빈틈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인지 가속까지 있으니 드레젠도 오랜만에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말해서는 자신의 인지력을 끝까지 끌어올린 것이었다.

“제법인데-!”

“크읏, 왜, 왜 맞질 않는 거냐!”

콰아앙-!

마나 폭풍 속에, 두 사람은 어지럽게 움직였다.

어렴풋이 보이는 검광과 마나의 잔해들.

관객들은 판타지 영화 같은 장면에, 더욱 환호했다.

[극렬일섬]

피잉-!

공기 자체를 찢어발긴 사나다의 일격.

드레젠 역시 스킬로 맞섰다.

[파워 배쉬]

공기를 찢어발기는 묵직한 일격과 공기조차 뒤따라가는 최속의 일격이 부딪혔다.

콰아아아아-!

경기장이 박살 났고, 땅이 뒤집혔다.

둘 다 멀찍이 나가떨어진, 백중세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나다가…… 저렇게 강하고 빨랐다고?”

“말이 되나 이게?”

“하, 하하! 이거 대단하잖아!”

드레젠도 신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더욱 대단한 것은 사나다였다.

그녀는 일본 리그 내에서만 주목을 받았을 뿐, 세계 무대에서는 약세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드레젠과 정면 대결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나다! 사나다! 사나다!>

도쿄 스타디움에 그녀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제2의 드레젠?

아니, 그녀는 제1의 사나다였다.

하지만, 실제로 캡슐 속에서는 전혀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속이-.’

“속 안 좋지? 당연하지, 그렇게 격렬하게 움직였는데, 익숙하지도 않은데 멀미가 안 나는 게 이상한 거라고.”

“우읍-, 난…… 난 질 수 없어요.”

사나다는 울렁거리는 속을 꾹꾹 누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그래, 그녀의 정신력 하나만큼은 인정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드레젠은 끝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이, 싱크로율을 좀 낮췄더라? 10% 정도인 것 같은데, 너무 우릴 얕본 거 아니야?”

“…….”

사나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거인이 말하는 내용을 듣는 것 같았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존재.

아무리 노력해도 그 체급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존재 같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와중, 그녀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속도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이건 초인의 영역이라고요, 당신…… 초인이라도 된다는 말이에요?”

“겪어보면 알겠지. 세상엔, 부조리한 일이 많은 법이니까.”

스릉-.

드레젠이 검을 들었다.

사나다 마에는 이를 악물고 다시 감각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정신력 하나는 강한 여인이었다.

“따라와 봐라.”

“크윽-!”

모니터에 비추는 두 사람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사나다 마에는 눈까지 아플 지경이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 같은 드레젠의 동작을 따라가기도 벅찼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건 드레젠 나름의 기예였다.

마나로 장악하고, 그 사이를 빠르게 움직이는 기예.

<검성인 나의 기술을 배우는 걸 영광으로 알 거라.>

자신의 친우였던, 원수였던 검성.

그의 특기이기도 한 마나 장악이었다.

드레젠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이렇게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는 자가 얼마 만이던가.

‘음, 차라리 이렇게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건 역시 영광의 전당이지.’

드레젠의 입가에 웃음이 내려앉았다.

반면, 사나다는 머리가 터질 듯한 느낌을 참으며 검을 휘둘렀다.

인식의 끝.

그 끝자락에서, 그녀는 침까지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

‘너무 빨라, 대체…… 정체가 뭐야.’

이 몇 마디의 생각을 하는데, 몸은 벌써 수십 번을 움직일 정도였다.

이미 사고가 따라가기엔 너무 빠른 속도였다.

‘위험하군.’

반면, 드레젠은 아직 사고가 동작을 아득히 앞서는 중이었다.

이 정도 속도로 경기를 더 진행하면 상대방이 위험해 보였다.

영원히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는 정도였다.

“이만 끝낸다.”

콰직-!

“아-.”

사고가 뚝 끊겼다.

순식간에 경기가 끝났다.

사나다 마에는 멍하니 자신의 가슴에 박힌 검을 바라봤다.

“고생했다. 그 기개만큼은 높이 사지. 하지만, 더 이상의 방해는 용납할 수 없다.”

“……제길.”

그녀가 고개를 떨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패배했다.

무슨 할말이 있으랴.

그녀는 솟아오르는 구토감을 참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K.O!]

[드레젠 선수 승리-!]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울렸던 그 어떤 함성보다 커다란 환호였다.

제2의 드레젠이라고 했던 가브리엘보다 훨씬 나은 전투를 보여줬기 때문.

실력으로 증명하는 곳이 바로 프로게이머들의 세계가 아니던가.

사나다 마에는 그것을 충분히 보여줬다.

“일본이 이길 일은 없을 거야. 이제 너희들의 부정행위가 밝혀질 테니까.”

“…….”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결국, 그녀는 구토감을 참지 못하고 캡슐에서 뛰쳐나왔다.

우웨에엑-!

한쪽으로 가, 오늘 아침 먹은 것들을 모두 토해낸 사나다 마에.

“고생했다. 잘 했어.”

“……결국,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이기지 못했어요.”

“저들이 괴물인 거겠지.”

“끝까지, 끝까지 가야 해요.”

사나다 마에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팀전이 남아있었으니까.

정말 애석하게도, 그녀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덴,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2

캡슐에서 나온 강일.

그는 캡슐마다 돌아다니며 손을 댔다.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마나가 느껴졌다.

캡슐 안쪽에 내제되어 있는 마나는 참 신비한 성질을 가졌다.

사용자에게 맞춰 싱크로율을 조정해주는 역할이 주된 기능이었다.

‘이제 싱크로율은 얼추 맞췄고, 나머지는 진짜 실력에 달렸네.’

일본의 시답잖은 도발에 넘어간, 지긋지긋한 경기의 끝이 보였다.

그렇게 발악했건만, 결국 일본은 한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러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했어야지.

강일은 혀를 쯧쯧 찼다.

“코치님, 꼭 이기고 오겠습니다!”

“3대0으로 압승 하겠습니다!”

강일의 엄청난 활약을 보아서인지, 한국 선수들의 의욕이 더없이 충만했다.

사나다 마에는 팀전이 시작된 후, 이상한 분위기에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분전하길 바랐건만, 10%가 무색하게 날뛰는 한국 팀이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다 끝났네.’

허탈한 마음이 가슴 한 켠으로부터 퍼져나갔다.

결국, 일본은 결승전 무대에서 3대0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세계에서 제일 강한 나라로 손꼽힌 대한민국.

그 자랑스러운 자리에 우뚝 선 선수들이 자랑스럽기만 했다.

“아, 대한민국이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입니다! 첫 번째 올스타전! 대한민국의 우승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선수들, 정말 잘 싸워 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정에 많이 당황하기도 했겠죠. 하지만, 당당하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모습입니다!”

감격에 겨워 떠들어대는 해설위원들.

첫 행사라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어쨌든 우승했다.

드레젠의 몫이 컸고, 팀전에서 선수들이 분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과 코치들이 서로 얼싸안고 좋아했다.

“모두 고생했다! 오늘은 다 같이 모여서 뒤풀이하자!”

“와아아아-!”

비싼 일식집을 예약했다고 하니, 고생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승 트로피와 더불어, 5억이라는 거금이 게임단에게 들어왔다.

올스타전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금액이었다.

“저는 상금을 따로 안 주셔도 됩니다. 아셨죠?”

“네? 하지만…….”

“괜찮습니다. 원래 저는 선수도 아닌데요. 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코치님 몫도 잘 배분하겠습니다.”

강일은 상금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5억. 모두 나누면 고작 몇천만 원이나 가져갈까?

기여도에 따라 나눈다면, 개인이 가져가는 돈은 더 적겠지.

그 정도 돈은 받을 땐 좋지만, 금방 없어지는 금액이었다.

“코치님은 정말…… 초탈하신 분 같네요. 욕심도 없으시고.”

“저요? 저 욕심 많습니다. 이게 다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해 두죠.”

동료 코치의 말에, 강일이 선선히 웃었다.

진짜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은 눈앞의 손해에 연연하지 않는 법.

이 선수들을 전부 전쟁에 욱여넣으려면, 마음의 빚을 지워두는 것이 훨씬 좋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브락시아에서 암약하고 있던 존재들을 모두 지워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겠지. 그냥…… 단순히 게임 스트리머로써.’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긴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마나의 원천이 있었다.

이건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의 가상현실 기술은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궁금했다.

성좌를 만나 직접적으로 물어봐야겠지.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가서 트로피 들어야죠?”

“네!”

선수들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대한민국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했던 올스타전.

첫 개최치고는 성공적이었으며, 드레젠의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는 것으로 마무리된 행사였다.

#3

다음날.

㈜브락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들을 내놓았다.

그것은 일본 측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었다.

캡슐의 동기화율을 조정했다는 점.

적들의 동기화는 낮추고, 우리 동기화는 올리는 행위는 절대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네

-아니, 그럼 한국 선수들 싱크로율도 낮은 상태에서 우승한 거야?

-ㅋㅋㅋㅋㅋ아니 이거 실화야?

-어쨌든 우승은 한국 꺼였넼ㅋㅋㅋ

-드레젠이랑 한국 팀만 이미지 폭발한듯ㅋㅋㅋ

댓글 반응도 난리였다.

일본 선수들을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둥, 한국 선수들이 그만큼 괴물이라는 등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브락시아는 올스타전에 참여했던 일본 선수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정규 리그의 지원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타격은 기술 지원을 중단하고 5년 동안의 어떠한 세계적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자업자득이지. 쯧쯧.”

기사를 읽은 강일이 혀를 찼다.

이기기 위해서 비겁한 수를 쓰는 것 자체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걸렸으면 손모가지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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