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59화 (260/279)

제 259화

259화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이 있다

#1

첫 번째 대진표가 나왔다.

다이노는 미국 선수 중, 레인저를 주로 사용하는 하담이었다.

프로 리그에서도 꽤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였다.

그의 목표는 그림자 기사단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완전 상극이네. 그렇지만, 할 수 있어.’

다이노는 일주일간 밤새도록 연습한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까진 드레젠이 모두 처리했기에 그녀가 나설 틈도 없었다.

바로 이 순간, 지금껏 숨겨왔던 실력을 보여줄 차례였다.

[준비-!]

마나를 끌어 올리는 다이노.

그 모습을 본 하담이 씩 웃었다.

마법사라니, 레인저가 요리하기에 딱 좋은 직업 아닌가.

지금까지 대장전에서 한국 팀은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 바로 1패를 적립해 줄 생각이었다.

[시작-!]

콰앙-!

시작하자마자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하담은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나, 빠르게 견제를 날렸다.

팅-!

살벌하게 발사된 볼트가 쉴드에 튕겨 나갔다.

뛰어난 이중 캐스팅이었다.

‘제법인데, 하지만 이제 캐스팅만 못 하게 막으면 승리는 내 것이다.’

“흐아압-!”

휘리릭-, 단검을 신속하게 꺼낸 하담이 이동기를 사용해 접근했다.

찰나의 순간, 다이노는 뛰어난 체술을 이용해 공격을 피했다.

‘전사처럼 싸울 줄 알아야 한다.’

그녀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단어였다.

“칫, 역시 랭커는 랭컨가.”

“먹어라-!”

다이노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화염계 마법이 필드를 휩쓸었다.

그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이어 필드’였다.

지속적으로 마나를 소비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체력 바가 줄어드는 마법이었다.

“제법인데? 마나를 계속 빼앗는 전술이라니.”

“다이노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이제부터죠.”

지켜보고 있던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환골탈태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나를 전개해, 배리어를 만든 하담.

그가 다시 달려들어 단검을 내질렀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건, 거기서부터였다.

“어?”

“왜, 마법사는 피하기만 할 줄 알았어?”

씨익 웃는 다이노는 마나를 두른 지팡이로 단검을 막았다.

휘릭-!

그녀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실력의 봉술을 선보였다.

하담도 당황할 정도의 봉술.

그 끝에서 펼쳐지는 화염 마법이 하담을 강타했다.

“으아아-!”

“저, 저렇게 싸울 수 있다고!?”

“한국 팀은…… 괴물인가?”

다이노는 웃으며 미친 듯이 봉을 휘둘렀다.

오히려 레인저 클라스인 하담이 밀릴 정도였다.

무기를 사용하는 직업군이 오히려 밀리는 상황에, 밖에선 탄성을 질렀다.

여자인 점,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준다는 점.

그녀의 주가가 확 뛰는 중이었다.

“이익-!”

하담은 죽을 맛이었다.

마법사인데 봉술까지 쓴다고?

PC 게임처럼 정해진 모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난감했다.

진짜 실력을 겨루는 무대.

하담은 직감적으로 거리를 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속 이동]

순간적으로 앞, 또는 뒤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 판단은 곧 죽음과 직결된 것이었다.

다이노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그녀는 봉을 휘두르며 캐스팅해뒀던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파이어 캐논]

콰아아아아-!

엄청난 마법들이 하담을 노리고 쏘아졌다.

거리 재기는 물론, 완벽한 동선 예측으로 직격타는 맞은 하담.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위에 드리워졌다.

“이런 Fuck!”

경기장 전체를 뒤덮은 대폭발.

궁극이가 떨어지며 하담을 그대로 끝장내 버렸다.

[K.O!]

[한국 팀의 다이노 선수 승리!]

새로운 퍼포먼스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마법사가 전사처럼 싸울 수 있다는 건, 천적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아트, 드레젠에 이어 두 번째 강자로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드레젠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빡세게 가르친 보람이 있군.’

그녀는 마법사가 아닌, 전사로써도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가르쳐 보니 알겠더라.

마법과 전사.

그 모든 것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으니까.

그가 마법만 제대로 쓸 줄 알았어도, 전쟁의 판도는 많이 뒤집혔겠지.

‘차라리 다이노가 용사였다면 나았겠군.’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었지만, 그만큼 전쟁은 절망과 폭력, 비명과 고통뿐이었다.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움직였던, 그래서 더 처절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두 번째도 다이노의 승리.

세 번째 선수가 누적된 피해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붙어, 다이노에게 패배를 안겨 주었다.

“고생했어요.”

“아쉽네요.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었는데.”

“저희에게도 기회는 줘야죠.”

아트 선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 역시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였다.

게이머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존재를 증명하는 법.

아트에게도 드디어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제가 가브리엘까지 잡고 오겠습니다.”

“그래 주면 저야 편하죠.”

패기는 좋았다.

아트 선수가 당당히 걸어 올라갔다.

#2

“아, 보셨습니까? 다이노 선수, 정말 강력한 무기를 준비해 왔습니다.”

“홀로 두 명의 선수를 잡아내고, 세 번째 선수의 체력을 반 이상 깎았습니다. 정말 잘 해주었습니다.”

“다음 선수는 아트 선수입니다. 현재 프로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죠.”

다이노에 이은 아트.

한국 팀의 강력한 원투펀치에 거는 기대가 정말 컸다.

당당히 걸어 올라가는 아트 선수를 보며, 해설자들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

-오이오이 믿고 있다고!

-무조건 이긴다ㅋㅋㅋ

-솔직히 가브리엘 말고는 별거 없짘ㅋㅋ

-가브리엘도 드레젠한텐 안 됨ㅋㅋ

여론은 한국 팀이 이긴다는 쪽에 쏠렸다.

대장전은 드레젠이라는 범접 불가의 캐릭터가 있었으니까.

문제는 팀전.

팀전에서 미국을 이기지 못한다면, 결승 진출은 물 건너가는 것이었다.

“지금 경기가 시작됩니다. 아-! 아트 선수! 시작하자마자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전보다 기량이 월등히 올라갔네요. 확실히 드레젠, 하이츠 팀의 코치가 대단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렇죠. 좋은 스승 밑에서 배운 제자인 데다가, 재능도 훌륭하지 않습니까?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설자들의 눈은 꽤 정확했다.

드레젠의 혹독한 훈련을 겪은 선수들은 기량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트는 패시브 스킬을 활용하면서도 채찍처럼 번개를 휘몰아쳤다.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3번째 주자를 K.O 시킨 아트.

“아, 정말 경이롭습니다! 지금 한국 선수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 같습니다! 어떻게 일주일 동안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지린다 진짴ㅋㅋ

-저게 제2의 드레젠 아니냐?

-ㅇㅈㅇㅈ

-한국팀 잘하누

-이야;; 진짜 잘하네.

역시 대한민국!

다른 건 몰라도 게임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민족이라는 걸 증명했다.

미국 팀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철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스타전을 준비했다.

한국 팀은 따로 정보를 입수할 필요도 없었다.

“이거 큰일인데.”

“기만전술이었나 보군.”

미국 팀의 감독이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한국은 드레젠이 방송을 통해 모든 전술을 공유했다.

방송이 끝나고 선수들이야 따로 훈련했겠지만, 드레젠이 준 훈련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겠지.

그 훈련법 역시 방송에서 모두 공유한 내용이었다.

“역시, 따로 언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길, 예산을 한국에 더 투자했어야 했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낭패였다.

그들은 데이터를 맹신하고 있었다.

각 선수의 행동 패턴, 자주 쓰는 기술, 어떻게 응용하고 무슨 각도로 쓰는가.

디테일한 것 하나까지 분석한 결과, 미국팀은 가브리엘을 앞세워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한국 역시 데이터 앞에서 무력할 것이라 판단했는데, 완벽한 오판이었다.

“기량이 월등히 뛰어납니다. 데이터로 환산할 수 있는 값도 있겠지만, 임기응변이 너무 뛰어나요.”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군. 앞으로 참고해야겠어.”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대장전이야 일단 줘도 괜찮았으니까.

문제는 팀전이었고, 팀전은 이미 모든 패턴을 파악한 후였다.

미국의 승리는 변함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브리엘이 드레젠과 잘 붙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선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겠지.’

가브리엘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재목이었다.

이번 올스타전으로 그 진가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겠지.

그 사이, 아트 선수는 네 번째 선수까지 격파했다.

“아-! 아트 선수! 정말 엄청난 활약! 이번엔 단타기 위주로 때리면서 적의 약점을 바로 찔러버렸습니다!”

“내 무기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날 상대하려면 준비를 만만히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미국의 괴물, 가브리엘 선수만 남기고 있습니다. 과연 아트 선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광고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가브리엘은 경기를 준비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같은 팀으로 출전했지만, 팀원들의 실력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 팀은 분명 뛰어났다.

하지만 그래 봤자 잔재주를 부리는 것뿐.

‘나는 어떤 스킬이 와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가브리엘은 드레젠을 뛰어넘기 위해 이곳에 섰다.

고작 아트 선수에게 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승리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드레젠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원했다.

[양 선수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트와 가브리엘이 마주 보고 섰다.

한쪽은 순수 검사 캐릭터, 다른 한쪽은 마법을 곁들여 사용하는 마검사 캐릭터였다.

각 리그에서 최고의 주가를 날리고 있는 프로 선수들의 대결.

또 한 번의 빅 매치가 시작되었다.

#3

‘아직은 부족하구나.’

경기가 끝났다.

아트 선수는 아슬아슬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솔직히 실력은 비등비등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야금야금 체력을 갉아 먹힌 것이 패배의 요인이었다.

“고생했어요.”

“이길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제가 이기는 모습을 보며 연구해보세요.”

드레젠은 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기리라는 걸 전제로 하며 이야기했다.

아트 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주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그 가능성을 봤다.

마지막 조각을 맞추기 위해, 드레젠의 경기를 꼭 분석해야 했다.

“후우- 젠장.”

한편, 가브리엘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압도할 줄 알았는데, 하마터면 질 뻔했다.

이래서야…… 드레젠을 이길 수 있을까?

저 멀리서 드레젠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체력과 마나가 부족한데, 이길 수 있을까.’

헛된 꿈 같았다.

드레젠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때, 드레젠이 심판에게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이죠?”

“가브리엘 선수의 체력과 마나를 100%로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만.”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데, 잠시 논의를 해 주시죠.”

어차피 정규 리그도 아닌 상황.

이기는 쪽에서 페널티를 주겠다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심판은 고개를 끄덕이고 모두와 상의하기 위해 떠났다.

드레젠은 보여 줄 생각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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