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8화
258화 – 대한민국은 강하다
#1
당당하게 등장한 대한민국 올스타팀.
영국 팀은 바싹 긴장을 끌어올렸다.
드레젠의 위용을 직접 체험한 뒤, 그들의 마음이 거세게 뒤흔들렸으니까.
그 때문일까, 캡슐에 들어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드레젠 님의 그늘에 가려질 수는 없지.”
“그거 맞지. 드레젠 원툴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자고.”
“다 죽었다. 진짜.”
그들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있었다.
흥분이 아닌, 적절한 긴장감이었다.
무엇이든 받아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찼다.
캐릭터를 고르고, 스타디움 안쪽을 확인했다.
“다들 작전 알지? 영국팀은 전열이 약해.”
“좋아.”
순식간에 밀고 들어가는 작전을 구상한 한국 팀.
영국 팀은 전열이 약한 대신, 뒤쪽부터 차근차근 무너뜨리는 전법을 구상했다.
완전히 상반되는 작전을 구상한 양쪽 팀.
어느 쪽이 승리를 거머쥐게 될지는, 붙어 봐야 알겠지.
[양쪽 선수들, 준비해주십시오.]
한국 팀은 전사 2 / 기사 2 / 마법사 2 / 수인 3 / 용기사 1로 구성된 팀이었다.
반면 영국팀은 기사 2 / 레인저 4 / 마법사 2/ 사제 3으로 구성된 암살자 조합이었다.
우직한 화력으로 밀어붙이냐, 변칙적으로 승부를 가져가는가.
진형을 잡은 팀원들이 조용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준비-!]
밖에서 해설이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선수들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밖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기대에 차 있는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밖에서 응원하는 이들, 지켜보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질 수 없었다.
무엇보다, 드레젠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다면, 그만큼 쪽팔리는 일도 없을 것 같았다.
한국 선수들의 표정이 비장하게 변했다.
[시작-!]
마나가 폭발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휘젓기 시작했다.
영국 팀의 레인저들이 뒤로 돌기 위해 전장을 넓게 썼다.
한국 팀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각기 엄청난 역량으로 레인저를 커버하기 시작했다.
‘젠장, 뭐가 이렇게 단단해!?’
“하하! 어떠냐 이 자식아-!”
한국 선수들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기량 차이.
영국 팀원들은 검을 부딪칠 때마다 역량 차이를 절절하게 느꼈다.
‘왜, 왜 이렇게 강한 거지!?’
‘한국 팀원들은 대체 무슨 훈련을 한 거야!?’
‘마법사가 레인저를 상대로 이렇게 버틴다고?’
레인저의 빠른 몸놀림도 마법사가 다 막아냈다.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떨어지는 전사가 기사보다 더 단단했다.
영국 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같은 시간을 쏟았고, 비슷한 훈련을 했을 거다.
“밀어붙여! 마법사만 잡으면 끝난다!”
“마법사만 잡으면 끝난다고?”
한국 마법사 선수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 분명 팀의 화력 담당은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법사가 팀의 전부는 아니었다.
전사, 기사도 분명히 딜을 넣을 수 있었다.
“우리에겐 용기사도 있다고.”
결국, 영국 팀은 아무것도 못 해보고 점점 궁지에 몰렸다.
한국, 게임 강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다 있었다.
용기사의 궁극기를 끝으로, 결국 영국이 패배했다.
[경기 종료-! 한국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한국에서 일본까지 파견을 나온 한국 해설자들이 잔뜩 흥분했다.
선수들의 수준이 확 뛴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말 압도적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수들이 강팀이라고 평가받는 영국을 아주 제대로 꺾었습니다!”
“크으, 정말 대단합니다. 특히 용기사를 맡은 이승철 선수가 정말 좋은 활약을 해 주었습니다.”
“맞습니다. 용기사 스킬 특성이 강력한 한 방이지만, 또 그걸 준비하고 다루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을 팀원들이 잘 커버해 준 것 같습니다.”
한국을 응원하는 자들은 열광했고,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고 있던 자들도 미친 듯이 채팅을 올렸다.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진짜 대박이넼ㅋㅋㅋ 영국 떡바르네 그냥!
-드레젠 원툴이 아니었닼ㅋㅋㅋ
한국 리그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지금 선수들은 그 과정을 착실하게 밟는 중이었다.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해설하는 해설자들.
그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이들까지.
“이로써 2 : 0으로 대한민국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한 세트만 더 이긴다면,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주 긍정적이죠. 역시 대한민국입니다. 다음 경기도 지켜보시죠.”
영국팀은 더욱 침울해졌다.
나름대로 강팀이라고 생각했다.
드레젠을 넘어서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반 선수들까지 월등한 차이를 벌릴 줄은 몰랐다.
도저히 이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돼. 알겠어?”
“그래,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영국 팀원들은 마지막 전의를 다졌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런 것밖에 없었으니까.
결국, 영국은 대한민국을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다.
#2
대한민국은 파죽지세로 승기를 타고 8강까지 승리했다.
중국, 미국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이제 다음 경기에서 승리한 팀과 만날 예정이었다.
정말 공교롭게도 일본은 결승에서나 만나게 대진표가 짜여 있었다.
“벌써 4강이네.”
“중국이랑 미국이랑 붙는다고? 대박이네.”
“재밌겠다. 함 보자.”
대한민국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싱글벙글한 표정이 떠나질 않았다.
미국, 가브리엘이 있는 우승 후보 중 한 팀.
중국은 장충현이라는 국민 스타가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게임 실력도 꽤 출중해서 제2의 드레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제2의 드레젠이 쟤라며?”
“와…… 진짜 비교된다.”
“저런 게 왜 제2의 드레젠이지?”
한국 선수들은 중국과 미국의 경기를 보며 평가를 쏟아냈다.
아는 것이 많아진 만큼, 보이는 것도 많아졌다.
중국의 장충현은 불면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드레젠하고 비교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였다.
“그래도 가브리엘은 가브리엘이네.”
“그러게. 우리보단 잘 하는데?”
아트 선수, 다이노 선수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브리엘은 대장전에서 벌써 3킬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제2의 드레젠이라고 불릴 만했다.
강일도 화면을 바라보며 가브리엘의 전투를 지켜봤다.
‘이것저것 섞은 검술을 쓰고 있군. 처음 당하는 입장에서는 썩 곤란하겠어.’
가브리엘은 정통 검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많은 검술을 겪고 보고, 섞어서 자신만의 검술을 만들었다.
그는 확실히 천재였다.
원하는 정보만 취합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렇지만 깊이가 부족한데.’
가브리엘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순수 기량만 놓고 보자면 마스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스터는 단순 기량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전장, 무수히 많은 적들, 또 무수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완성되는 것이 바로 마스터였다.
‘호되게 당해봐야겠어.’
결국, 장충현을 꺾고 올킬을 달성한 가브리엘.
그가 손을 번쩍 든 모습 역시,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강일은 피식 웃었다.
브락시아에서도 저런 이들은 많이 있었으니까.
자신을 따라잡고 싶다고, 혹은 뛰어넘고 싶다고 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저런 모습을 보였다.
“저 모습을 탈피해야 날 뛰어넘을 텐데.”
사람은 각자가 가진 재능이 달랐다.
검술에서도 베기를 잘 하는 사람, 찌르기를 잘 하는 사람, 막기나 반격을 잘 하는 사람 등등, 수십 가지의 재능으로 갈라졌으니까.
단순히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진짜 잘 한다.”
“잘 하긴 하는데, 지진 않겠는데?”
아트 선수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브리엘은 대처법만 안다면 자연스럽게 이길 수 있는 선수로 보였다.
가브리엘은 분명 센스도 넘치고 머리도 좋았다.
그렇지만, 진짜배기 선수들에겐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이길 수 있다. 코치님이 나설 필요도 없어.’
아트 선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중국은 분전했지만, 미국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 위주의 결과를 놓고 선수들을 키운 미국.
꽌시 문화가 만연한 중국은 넘어서기 힘든 산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미국이랑 붙겠군.”
“좋았어, 발라버립시다.”
“보니까 별거 아니더만요.”
“맞아, 이길 수 있어요.”
오늘 일정은 준결승까지만이었다.
결승전은 바로 내일 이뤄질 예정이었다.
세트장도 좀 바꾸고, 캡슐의 위치도 바꾼다고 하니, 준비할 기간이 필요한 거겠지.
강일은 거기서 일본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딱 봐도 각이 나오는데, 하이디엔에게 슬쩍 물어볼까?’
알고 당해주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
이쪽도 보험 하나는 준비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은 미국을 먼저 꺾어야 할 상황이었다.
바로 다음 경기가 한국과 미국의 차례였으니.
[한국 선수들은 준비해주시기 바립니다.]
스태프에게 무전이 왔고, 선수들이 움직였다.
강일은 무척 궁금했다.
가브리엘이 자신에게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지, 또 어떻게 수련을 해 왔을지.
멜리젠을 잡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으니, 그도 많이 성장했겠지.
“가브리엘과 붙어 보고 싶은 사람?”
“저요”
아트 선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강일은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다이노가 선봉, 아트가 차봉으로 나섰다.
마지막 선수는 당연히 드레젠이었다.
[준결승! 시작하겠습니다-! 정말 엄청난 강팀이 올라왔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승에 올라갈 팀은 과연 누굴까요!]
마이크에서 낭랑한 언어가 울려 퍼졌다.
세기의 매치라고 할 수 있는 준결승 1경기.
미국과 한국 선수들이 서로를 마주 봤다.
상호 간 인사를 하는 시간, 가브리엘과 강일의 눈이 마주쳤다.
가브리엘은 자신이 키우는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드레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나갑니다.”
“저 역시.”
본래 엔트리를 알려주는 것은 금기였지만, 뭐 어떤가.
그들은 승부욕에 불타고 있었고, 서로 검을 맞대길 주저하지 않았다.
관중들도 그걸 원하고 있었다.
라이벌끼리의 대결.
관중의 관심을 받기에 딱 좋은 무대였다.
“좋은 승부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놀아 봅시다.”
양측 선수들은 승부욕을 불태우면서도 확실하게 선을 지켰다.
이제 온라인 게임도 스포츠라고 불렸다.
스포츠 정신을 발휘해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길 원했다.
[1라운드 시작합니다.]
[모든 선수들은 동기화를 실행해 주십시오.]
잠시 몸을 푸는 시간이 주어졌다.
화려한 무대와 광고가 쏟아졌다.
그들은 충분히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격렬하게 싸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