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47화 (248/279)

제 247화

247화 – 그림자들이 덮친다

#1

정말 날이 좋았다.

먹먹하게 구름이 낀, 그림자가 움직일 좋은 날씨였다.

출발은 달빛이 가장 희미한 시간 때인 새벽 3시였다.

모두가 협곡으로 향할 준비를 서둘렀다.

쉬는 사람, 자는 사람, 물건들을 챙기는 사람 등등.

그림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 대현자는 어떤 사람이죠?

-대현자에 대해서 알려 주시죠!

-전회차에 어떤 짓을 했길래 이렇게 이를 갈고 계시지?

-궁금하다 궁금해~

대현자.

자세하게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말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는 설명함도 있겠지만, 다시 각인하는 작업이었다.

대현자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넣고 다니는 걸까?

“대현자는 홀연히 나타난 존재입니다. 마탑의 영입 제의에도 불구하고, 홀로 산 속세 기거하는 자였죠.”

이따금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주로 귀족이나 상인, 한 국가의 왕 정도였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처리해야 할 문제를 두고 상담을 했다고.

“저는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뒤에서 모든 것을 조작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겠죠.”

-산속에 있는 흑막이네

-진짜 뒤통수가 제일 무섭다니까

-ㄹㅇ ㅋㅋ 제일 조심해야 됨

전쟁이 시작되기 전, 대현자는 홀연히 황궁에 등장했다.

그는 황제와 이것저것 얘기를 하더니, 단숨에 요직을 꿰찼다.

그 후, 귀신같이 전쟁이 일어났지.

사실 드레젠은 그 모든 것은 선구안이나 혜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흑막 짓을 하면서 대륙의 모든 정세를 꿰차고 있었겠군요.”

대륙 전체를 조종하려는 시도.

그렇다면 그 밑에, 무언가 거대한 세력들이 깔려 있다는 말일 텐데.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숨겨진 화신체일 수도 있겠어요.”

대륙의 사건은 대부분 ‘베리드’ 때문에 이뤄졌다.

장시간 평화를 유지하고 있던 찰나, 베리드가 슬금슬금 나오고 나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

다른 종족들을 꽁꽁 묶어두고, 인간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드래곤을 파멸로 내몰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 조종하고 있었다면 말이 된다.

-그거 말 좀 되는 듯

-원래 알고 있던 게 아니라 그렇게 할라고 했던 거지

-ㅇㅇ 말 되네 ㅋㅋㅋ

-와씨 이거 걍 스포 아님?

-뭐 어뗘ㅋㅋㅋ

스포일러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스트리머들이 게임하는 것을 보는 이들의 숙명이랄까.

알면서 하는 게임도 재미있는 법.

시청자들은 이미 드레젠이라는 마약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지금은 대현자를 쫓아 진상을 물어봐야겠군요. 만약 특전이 적용된다면-.”

자신을 알아보겠지.

외모는 달라졌어도 특유의 마나나 기운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기대됐다.

과연 자신을 보며 어떤 반응을 할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단장.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 가자.”

미리 준비해 온 검은 망토를 입었다.

아그네스가 어깨에 잘 걸쳐 주어,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검은 망토엔, 여러 가지 마법이 걸려 있었다.

[그림자 망토]

[방어력 + 10]

[은신 계열 스킬 사용 시 발각될 확률 – 10%]

[기온에 영향을 받지 않음]

“따듯하네.”

“그렇죠? 원래는 예전에 드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질 않더군요.”

“그럴 수밖에. 단장이라는 놈이 워낙 싸돌아다녀야지.”

아그네스가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는 왼손을 들어,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엔, 예쁜 금반지 하나가 있었다.

“예쁘죠? 위도우, 그 작자가 로맨틱한 건 있더군요.”

“축하해. 결혼식은 언제 하려고?”

“일이 전부 끝난 후에…… 평화가 찾아오면 할 생각이랍니다.”

드레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

지금 아그네스가 한 발언은, 아주 심각한 발언이었으니까.

-이거 위험해!

-플래그 오지게 세우시네;;

-안된다 아줌마!

-‘그 발언’

-이거 진짜 위험해 위험해;;

“안 죽게 조심해. 출발하자.”

“예.”

스륵-.

그림자들이 모였다.

드레젠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모습이 사라져, 저 멀리 나타났다.

기사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

실로 경이로운 이동 속도였다.

#2

수인들이 살고 있는 협곡.

의외로, 그들은 수해가 아닌 돌과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협곡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이 강력한 것도 있었고, 이곳은 자원이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인족은 사냥을 통해 생명을 이어갔다.

“로드. 점점 피해자가 늘고 있습니다.”

“저 탑이 생긴 이후인가…….”

수인족의 로드.

슬론은 한숨을 쉬며 탑을 바라봤다.

탑이 생긴 이래, 이상 현상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날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슬론 역시 이따금 미약한 두통이 찾아왔다.

“그렇습니다. 파견 갔던 이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군.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가고 싶지만…….”

“안 됩니다. 주변 몬스터가 흉포해져, 로드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슬론은 조용히 탑을 바라봤다.

수인족 최고의 전사를 보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슬론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크아아아아아-!]

고민을 끊어내는 것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었다.

슬론과 그의 부관이 뛰쳐나갔다.

그들은 작은 동굴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동굴에서 나가자,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사기라의 뜻을 따라라-!]

“당장 막아! 막아-!”

“크윽, 죽이면 안 된다고-!”

붉은 눈동자가 허공을 갈랐다.

빳빳한 털은 피로 물들었다.

동료들은 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날뛰는 것을 제압하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슬론이 한 발자국 나서며 말했다.

“물러서라.”

그가 뚜둑-.

주먹을 풀며 가볍게 도약했다.

동족이 굶주렸다.

힘이 없는 상태에서, 쓸데없는 힘을 빼는 것은 금물이었다.

슬론이 움직였다.

[크아아아-!]

“얌전히 있어라.”

콰득-!

수인으로 변할 필요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완력.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

슬론은 그 모든 것을 갖춘 수인의 왕이었다.

[케엑-!]

“정신 차리라고.”

[끄잉…….]

강아지는 서열에 따라 움직인다.

그건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열이 한 번 정해지면, 웬만해선 뒤바뀌지 않았다.

사기라의 힘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슬론의 지배력이 훨씬 뛰어난 것.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다.”

퍼억-!

슬론은 난동을 부리는 부하의 뒷목을 후려쳤다.

스르륵 기절해버리는 웨어 울프.

나름 뛰어난 전사였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슬론은 자괴감이 섞인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두 돌아가거라. 다친 이들은 치료하고.”

“알겠습니다. 로드.”

“너, 그리고 너는 나와 함께 사냥을 나간다.”

기분이라도 풀려면, 사냥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슬론은 웨어 울프로 변하면서 긴 하울링을 남겼다.

로드를 따르는 수인족들은, 그의 기분이 애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욱 힘차게 울었다.

[오늘은, 부족 전체가 포식할 만큼 잡아 온다!]

[예, 로드!]

전투가 시작되면, 일단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하는 수인족.

슬론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사냥할 때 신경을 더 쓰는 편이었다.

완벽한 전장과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

그 모든 것을 갖춘 다음에야 본격적인 사냥에 돌입하는 건, 슬론의 특징이었다.

[로드, 오늘따라 몬스터들이 없군요.]

[그렇군. 왜…….]

몬스터는 일정 영역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좀처럼 그 주변을 떠나지 않는 것이 정석.

하지만, 오늘은 그 많던 몬스터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슬론은 흉흉한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이상하군. 이상해. 제아무리 이상기후가 왔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흘끔, 저주받은 탑을 살핀 그가 탄식했다.

의심할 것은 저것밖에 없었다.

탑.

탑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생태계 자체가 마비된 느낌이었다.

‘식량 비축을 끝내면, 탑에 들어간다.’

쿠웅-!

그가 마음먹은 순간, 저 멀리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킁킁, 부족원들이 동시에 코를 벌름거렸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후각.

웬만한 탐지 기술보다 훨씬 뛰어난 그들만의 감각에, 뭔가가 걸렸다.

[가자.]

[예!]

그들은 빠른 몸놀림으로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쿠우웅-!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슬론은 연신 코를 이용하여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꽤 경험이 많은 슬론이었지만, 그 역시 알 수 없는 존재였다.

‘……대체 뭐지?’

그의 독백은 계속 이어졌다.

진한 고기의 냄새가 이어졌다.

피 냄새 역시 조금씩 풍겨왔다.

골렘 같은 쇳덩이는 아니겠지.

슬론은 이상하게 여겼다.

[로드, 아무래도 숫자가 좀 많은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포식 좀 하겠네요!]

수인들이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

여러 가지 냄새가 뒤엉켜서 풍겨왔다.

확실히, 이 정도로 뒤엉켜있는 냄새라면 포식할 만큼 잡아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게 문제였다.

오크, 트롤, 그밖에 다양한 몬스터들의 냄새가 한데 뒤엉켜 있었는데, 이상하게 조용했다.

오크의 함성도, 트롤의 악취도 나지 않았다.

그저 냄새만 뒤엉켜 있을 뿐.

슬론이 다리에 힘을 주어, 속도를 더했다.

그들은 협곡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

“로드.”

“이, 이게 무슨…….”

[으어어어어어-!]

쿠우우웅-!

냄새의 근원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코가 마비될 정도의 악취가 풍겼다.

아니, 이미 냄새 따위는 나지 않았다.

코끝이 찡하게 아픈 것이, 어마어마한 악취란 뜻이겠지.

그건 오크도, 트롤도 아니었다.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 이유가 있었군.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이지?”

“저건 인위적으로 만든 거다. 절대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생명체야.”

쿠웅-.

오크 천여 마리를 합쳐 놓으면 저런 덩치가 나올까?

덕지덕지 붙어있는 살점은, 몬스터 고기를 케밥처럼 쌓아 둔 것 같았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지.

“사냥한다.”

“로드, 지원군을 더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지원군은 이미 온 것 같군.”

그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펄럭-.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것이, 보통내기는 아닌 모양.

크르르-.

수인족들이 반사적으로 으르렁거렸지만, 슬론이 막았다.

“금방 왔군, 아그네스.”

“단장님과 동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슬론.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했지요?”

등장한 자들은, 새벽까지만 해도 하시스 성에 있었던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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