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6화
246화 – 주인을 찾아라
#1
아머 브레이크.
역작에 걸맞은 기술이었다.
시동어와 마나만 있으면 마스터급 기술을 거머쥘 수 있는 무기.
이 정도라면, 고수들뿐만 아니라 초보자들도 쓰기에 적합했다.
그들이라면, 적어도 잊어버리진 않겠지.
‘어떤 방식으로 무기를 전해줘야 하나.’
이번에는 그게 문제였다.
제일 맘 편한 것은, 역시 경매에 부쳐버리는 거겠지.
아머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나니, 기다란 검신이 드러났다.
본래의 무기가 대검이었다면, 이번에는 태도의 형식이었다.
직선으로 뻗어있는 검신.
겉면에 있는 색과는 대조적인, 새하얀색이었다.
“아름답군요.”
어느새 씻고 온 건지, 보송보송한 피부로 나타난 에일라가 말했다.
휘둘러 보니, 나쁘지 않았다.
정말 잘 만든 검이었다.
“그렇죠?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검 자체에 내장되어있는 능력 역시 좋습니다. 다수를 상대로 변수를 만들 수 있겠어요.”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드레젠은 검을 휘두르며, 가상의 적과 전투를 치러봤다.
확실히 좋았다.
무척 좋은 검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팔아조팔아조팔아조!
-총알은 충분합니다. 팔아 주세요.
-경매에 올리면 떼돈 확정입니다.
좋은 무기를 얻고 싶어 하는 욕망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드레젠이 얻은 무기는 그 욕망을 단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무기였다.
그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경매에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이왕 지를 거, 대놓고 지르고 싶었다.
현대 1골드의 시세는 10만 원.
보통 잘 만들어진 무기의 거래가는 30만 원에서 5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이 정도 수준일 뿐, 앞으로 더욱 올라가겠지.
“사흘 내로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따로 이벤트를 개최하도록 하죠.”
그는 게임을 잠시 정지시키고, 경매장을 켰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템들이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구매와 등록.
두 개의 탭이 있는 곳에서, 등록을 눌렀다.
십 수만 명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등록하겠습니다.”
-오오-!
-드디어!
-바로 간닼ㅋㅋ
-서버 마비 되겠넼ㅋㅋㅋ
신이 난 사람들은, 드레젠이 과연 얼마에 등록할지 지켜봤다.
어차피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의 싸움일 것이 분명했다.
천상계의 돈 지랄을 보는 것도, 좋은 구경이겠지.
어차피 사람들은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
-???
-어?
-뭐 하세요;;
-엥 실화?
톡톡-.
숫자가 쓰여 있는 가상 패드를 두들길 때마다 올라가는 금액.
보고 있던 사람들은 점점 올라가는 금액을 보고 경악했다.
10-.
100-.
1,000-.
100,000-.
멈출 줄 모르는 ‘0’의 향연이었다.
[해당 물품을 등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요]
드레젠이 씨익 웃었다.
정말 악마 같은 미소였다.
그에겐 손해 볼 장사가 아니었다.
정말 미쳤다고 이 금액에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대로 인생이 피는 거였으니까.
드레젠은 가볍게 [예]라고 쓰여 있는 곳을 터치했다.
[천리송아모 – 1,000,000,000골드]
[즉시 입찰만 가능]
10억 골드.
한화로 표현할 수도 없는- ‘10e+13’라는 금액.
인간으로서 도저히 지급할 수 없는 금액에, 시청자들이 입을 떡 벌렸다.
“10억 골드. 아니면 이벤트에 참가하시면 됩니다.”
애초에, 드레젠은 이런 무기를 그냥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악마 같은 표정이, 다시 광역 도발을 일으켰다.
#2
“휴- 진짜 팔리는 줄 알았네.”
캡슐 안,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남자가 있었다.
드레젠의 무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꼭 가지고 싶은 무기.
항상 엄청난 숫자의 무기들을 살펴봤다.
하지만 마음에 찬 것도 없었다.
“헤헤, 이제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겠다. 그러면 확률이라도 좀 높일 수 있겠지.”
그는 조용히 웃었다.
꼭 가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탑을 노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근접했다.
[외부 메시지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는 황급히 동기화를 종료했다.
캡슐에서 나가자,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밥은 먹고 해야지.”
“어, 고마워.”
“얼른 먹고 훈련하자. 근데 드레젠 영상 봤어?”
“봤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는 피식 웃으며 웃는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진정으로 실력 있는 자들을 위한 무기.
엘프들의 역작이, 과연 누구의 손에 떨어질지 궁금했다.
#3
“자, 그럼 가신들을 만나러 가야겠군요.”
-진짜 레전드다
-저건 기업 팔아도 못 샄ㅋㅋㅋㅋ
-10억 골드면 얼마야?
-해는 넘어가는 것 같더라구요
10만 곱하기 10억.
감당도 안 되는 숫자가 완성되었다.
실제 국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의 돈.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의 그 누구도 살 수 없는 금액.
사실상 전시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하하, 설마 이걸 돈 주고 팔 리가 없죠. 돈이 있으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나중에 괜찮은 것들을 만들면 올려 보겠습니다.”
드레젠은 선선히 웃었다.
돈으로 뭐든지 하려고 하는 이들.
어딜 가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은 돈이 있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압도적인 자금력이 있다면, 이길 확률이 올라가겠지.
‘보급, 그리고 무장의 질이 달라지겠지만, 그뿐이야.’
결국, 전투하는 것은 사람이고, 창칼을 맞대며 버티는 것은 정신력이다.
돈은 부수적인 것.
결정적인 전투에서 쓰일 카드들이 필요했다.
단단하게 전선을 지켜 줄, 그런 사람들.
엘프들이 만든 역작은, 전사를 위한 무기였다.
“이벤트는 올스타전과 함께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진짜 방송인 다 됐넼ㅋㅋㅋ
-저걸 누가 샄ㅋㅋㅋ
-인간적으로 불가능하지
-기대된다! 역시 드레젠!
시청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몇몇 반발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금방 묻혀버렸다.
그건 드레젠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들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었다.
오히려 주제넘게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제 수인족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탑이 나타났으니…… 아마도 저주가 활성화되었겠군요.”
피의 여왕 – 사기라.
최흉의 웨어 울프이며, 수인의 원조.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탑으로 향해야 했다.
“저주는 바로 이성을 잃고, 진짜 야수가 되는 것. 그들을 전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그 저주를 해결해야 합니다.”
-오, 또 레이든가요?
-탑 조아!
-지금 랭킹이 어찌되누?
“레이드는 없을 겁니다. 탑을 클리어하고 나면, 저주를 풀 시약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실제 브락시아에선, 이것을 만들기 위해 마탑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역사를 바꿀 수만 있다면, 그리고 이게 진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꺼내 쓰는 것 정도야-.
공짜로 얼마든지 알려줄 수도 있었다.
“일단 이솔데에게 명령을 내려야겠군요.”
그는 산책하듯 걸어가, 성에 당도했다.
#4
“드워프요?”
“그래.”
이솔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녀는 다양한 골렘을 연구하기 위해 오늘도 연구실에서 실험을 거듭했다.
다양한 재료로 실험하고, 또 실패하는 것이 그녀의 일과였다.
이솔데는 드워프의 존재를 들어보긴 했다.
골렘을 공부하는 연구원 중에서, 그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이는 없었다.
“저, 정말 드워프가 기술을 공유해준다고 했어요?”
“응. 네 오빠와 함께 움직여야 할 거다. 가는 길이 제법 험하니까.”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믿기지 않네요.”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드워프에게 기술을 배우고 오라니.
제아무리 하늘 같은 성주라도, 갑작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전력이 모일 거다. 우린 전쟁을 준비해야 해.”
“전쟁……이요? 주변국이 시끄럽게 구나요?”
“아니-, 무시무시한 쇳덩이들이 올 거다. 우린 그들을 막아야 하고.”
“…….”
이솔데가 흘끔, 골렘을 쳐다봤다.
쇳덩이들과의 전쟁이라.
성주가 왜 자신을 드워프에게 보내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베테랑 기술자였다.
몇 마디 주고받는 것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겠지.
“가서 다 빼먹고, 우리 영지의 기술로 만들어. 최대한 많이 양산해야 하니까.”
“알겠어요. 이쪽 일은 연구자들에게 맡길게요.”
그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의 꿈을 해결하게 해 준 사람이었다.
마탑에서 나와,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
마침 기술도 답보 상태였으니, 좋은 기회였다.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일거리를 물어 오는 건, 사장님이 해야지.”
-크으
-마인드 좋다
-거의 해외 출장이네
-ㅋㅋㅋㅋ 개꿀
골렘은 그녀의 자부심이었다.
진정으로 대륙 최고가 되기 위함이라면, 불 구덩이라도 뛰어들 용기가 있었다.
연구 일지만 남긴다면, 그녀 자체는 없어도 될 테니까.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고. 샤페론을 붙여 줄 테니, 같이 가.”
“네.”
드워프와의 교류는 시작되었다.
이제 수인만 처리하면 얼추 준비는 끝난다.
드레젠이 집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다들 정보 수집은 끝났나?”
“예, 단장.”
스르륵-.
그림자들이 돌아왔다.
음지에서 활약했던 자들이 정보를 물었다.
오베론부터, 아그네스까지.
모두 다친 곳 없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듯싶었다.
“다행히 낙오자는 없네.”
“몇몇이 습격했지만, 별 것 아니었으니까. 우리도 쓸 만하다고.”
괜히 대륙 최고의 조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드레젠은 조용히 웃었다.
그가 단원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보고를 받았다.
“신성 왕국은 깔끔합니다. 크리스 도련님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모으고 있더군요.”
“황제 역시 고려하는 눈치입니다. 용사 프로젝트의 폐기를 고려했습니다.”
“대현자.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수인들이 사는 협곡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드레젠이 희게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만날 수 있겠구나.
그 생각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염원했던 일 중 하나가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드드드드드-.
흥분으로 인해, 집무실 전체가 떨렸다.
“단장. 진정하시지요.”
“-그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조금 흥분했어.”
드레젠이 고개를 돌려, 해가 지고 있는 협곡을 바라봤다.
그는 과연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까?
시청자들은, 과연 내 과거를 안다면 어떤 반응일까?
아니, 과연 진짜 있었던 일로 받아들여 줄까?
‘상관없지.’
자신은 그저, 받은 일만 제대로 끝내면 될 뿐.
그의 목적은 이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
그리고 일곱 영웅을 뿌리 뽑는 것이었으니까.
“그림자 기사단.”
그가 입을 열었다.
“예. 단장.”
드레젠이 저 멀리 보이는 협곡을 바라보며 선언했다.
“이제부턴 함께 움직인다.”
기사단이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