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40화 (241/279)

제 240화

240화 – 정예 맴버를 뽑아라!

#1.

그르르륵-.

광기의 정신은 시뻘건 피를 칠하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고고히 서 있는 드레젠.

그를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가……괴물을 만들어 냈구만.”

“맞는 말이지.”

처맞는 말.

콰득-.

더 들을 것도 없이, 그의 머리를 짓뭉개버렸다.

그 역시 멀쩡하진 않았다.

여기저기 황금색 폴리돈 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희열감이 느껴졌다.

‘이제 한 걸음인가.’

진짜 전쟁은 성좌들이 해 줄 거다.

자신은 이곳, 브락시아만 지키면 되는 거라고 했다.

베리드.

마족들의 수장들만 쳐부순다면 되겠지.

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성좌들의 전쟁에 낄 그릇은 아니었다.

딱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끝내면 자신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균열도 끝났겠군요.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이 히든 보스가 다시 등장할까?

데이터가 쌓였으니 서버가 멋대로 패치를 하겠지.

이미 본체가 죽어버렸으니 나머지는 필요 없었다.

‘죽지 않았던 녀석들은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려나?’

모를 일이었다.

성좌들이 어떤 시간 속에 살고 있는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몰랐다.

드레젠에게 주어진 사명은 단 하나.

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라는 것이었다.

-와아 고생하셨습니다!

-와 근데 마지막 가니까 진짜 피 나오네;;

-맞앜ㅋㅋㅋ 근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징그럽지 않아서 좋음!

피는 나오지만, 화신들에게는 내장 기관이 없었다.

전부 기계로 되어 있는 몸뚱이일 뿐.

뼈를 찢고 살을 가르는 것이 아닌, 그저 붉은 체액을 가진 기계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다.

드레젠은 니오베와 샤크스, 하이디엔을 바라봤다.

“균열이 닫히기 전에 얼른 나가죠.”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경이로울 수준이로군. 힘을 이렇게나 잘 다루다니…… 솔직히 놀라웠다.”

샤크스는 한창 전쟁군주로 활동했을 때와 드레젠을 비교했다.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검을, 마나를, 상대를 이토록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까.

꼭 성좌를 보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균열이 닫혔다.

초조한 얼굴로 그들을 기다렸던 자발라와 울드렌이 보였다.

드레젠이 나오자,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헐레벌떡 다가왔다.

그리고, 두 드래곤을 보자 헉! 소리를 내뱉었다.

“서, 설마-.”

“네가 생각한 것이 맞을 것이다. 드워프.”

니오베가 인자하게 웃었다.

드래곤 특유의 느낌과 치명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눈동자는 절대 속일 수 없었으니까.

자발라가 넙죽 엎드려 말했다.

“위,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뒤이어 상황 파악이 된 드워프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거대한 합창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자발라는 내심 성좌들을 욕했던 것에 대해 생각했다.

가슴 깊이 반성해야 할 사안이었다.

‘역시, 성좌들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정확히는 드레젠이 구원해 준 것이지만, 뭐 어떤가.

한바탕 소란을 수습하고, 드레젠이 자발라에게 제안 하나를 했다.

“여기서 제법 먼 거리지만, 내가 다스리고 있는 땅이 있는데, 거기 사람들과 교류를 해 보는 건 어떨까?”

“인간들이…… 우리 외모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소?”

“그런 놈들이 있으면 데리고 와. 단단히 정신교육을 해 둘 테니까.”

드레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발라는 새삼 그를 대단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드워프는 못생기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종족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인간은 뭔가.

“그대는…… 정말 편견이 없는 것 같구려.”

“편견이야 있지. 하지만 드워프들은 그런 편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종족이니까.”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이 더 대단했다.

평소에 가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자발라는 흠!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동안 너무 고여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

그건 자신도 알고 있었다.

“좋네. 그렇다면 서로 교류를 하면 되겠군. 우리가 전수해 줄 기술은 별로 없네만.”

“별로? 아니 엄청나게 많을걸? 인간들이 넙죽넙죽 감사하다고 할 거야. 기대해도 좋아.”

진짜일까?

드워프의 수장은 오랜만에 ‘기대’라는 감정을 품었다.

“이제부터 드워프는 그대를 은인으로 대할 걸세. 뭐든지 말만 하게! 웬만한 부탁은 모두 들어줄 테니까.”

“좋아. 나중에 다시 찾아오지.”

“하하! 오늘은 파티를 벌여야겠군!”

자발라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영원한 저주처럼 생각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제 드워프는 진정한 자유를 맞이했다.

기쁘지 않다면, 아마도 마족들과 계약한 끄나풀이겠지.

“자네도 오늘 하루 정도는 즐기다 가게.”

“그러지 뭐.”

-파뤼다 파뤼!

-역시 보상과 축제가 있어야지!

-ㅋㅋㅋㅋㅋ 이제 오늘 다 봤으니 브락시아 하러 갑니다

몇만 명의 시청자들이 빠졌지만, 상관없었다.

오늘의 할 일은 거의 끝났으니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하이디엔이 찾아왔다.

그녀는 들뜬 얼굴로 새 소식을 전해주었다.

“방금 본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첫 올스타전은 일본에서 하게 되겠군요.”

“오, 정말요?”

“네. 첫 세계 대회니만큼, 뜻깊은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일본에게 역사적인 장소를 제공한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한 치욕을 안겨줄 생각이었다.

일본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겠지.

뭐든 첫 개최지는 중요했다.

처음과 마지막.

사람들이 제일 잘 기억하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경기에서 아주 제대로 당하겠는데요.”

-대박ㅋㅋㅋㅋ

-참교육 가즈아!

-크 드디어!

-가슴이 웅장해지길 기대합니닼ㅋㅋㅋ

세계적인 축제에, 사람들이 신나하기 시작했다.

아직 준비에 시간이 걸릴 테지만, 고작해야 한 달 남짓이었다.

갑작스러운 시류였지만 하이디엔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수완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방증이었다.

“호호, 그러게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녀의 미소를 들으며, 드레젠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드워프의 영웅.

이제 수인족만 남았다.

‘수인족. 꽤 까다로울 거야.’

전쟁에서 항상 선봉에 섰던 종족이었다.

강력한 육체 능력과 뛰어난 체술로 전장의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쳤던 종족.

갑옷도 따로 필요 없었던, 강인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지닌 아픔도 컸다.

‘여러 종족에게 알게 모르게 무시를 당했지.’

크게 본다면, 그들 역시 몬스터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 수인이지, 이성을 놓고 날뛰면 몬스터가 날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뒷수습하고 그들을 진정시키는 과정이 더욱 힘들었었다.

본인도 몇 번 공격당한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일본에 다녀오면 이제 엔딩도 가까워지겠네요.”

-벌써?

-하긴, 많이 하긴 했지

-거의 메인 스트림만 밀었으니까

-ㅇㅇ 다른 거 하나도 안 했지.

-용병은 아직도 초반인뎈ㅋㅋㅋ

2부에서 하고 있는 용병은, 그야말로 느긋함의 극치였다.

서브 퀘스트도 건드려보고, 이곳저곳 탐사도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2부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큰일을 하나 덜어냈다.

드워프의 기술은 이솔데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황궁도 생각해야지.’

마탑주가 이 사실을 안다면, 두 팔 벌려 환호하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다.

그는 접속을 종료하고, 2부를 준비했다.

그 사이에 하이디엔이 집에 찾아왔다.

#2.

“그 얘기,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가?”

“그…… 영웅들 말이에요.”

“진짜라면, 내 오랜 숙원이 이뤄지는 거고.”

하이디엔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일곱 영웅.

특히 네 사람에게 받았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말로 듣기만 해도 몸서리칠 정도인데, 실제 겪었던 당사자는 어땠을까.

“저도 도와드릴게요.”

“나야 좋지.”

“아, 그런데 말이에요.”

하이디엔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일은 ‘응?’ 하고 고개를 들었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니오베라는 드래곤과, 진짜 맹약을 맺었어요?”

“어…… 그렇지?”

“게임은 게임으로만 끝낼 거죠?”

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럴 생각이었다.

하이디엔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엘프들은 평생을 한 사람만 보며 살아간다.

그것이 그들의 습성이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그녀를 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의 생각이었다.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 인연은, 끝까지 이어가야 할 것 같았으니까.

“만약 현실로 불러올 수 있다면, 어떻게 생각해요?”

푸웁-!

강일은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하이디엔이 경이로운 반사 신경으로 물방울들을 손으로 모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고운 얼굴이 물 범벅이 됐겠지.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왠지 니오베 님은 소중한 사람이 될 것 같거든요. 저에게도.”

“그래? 원래 엘프들은 한 사람만 만나잖아. 나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이었으니까.

이미 하이디엔과 정분이 났으니, 더는 생각지 않았던 현실이었는데.

무엇보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임수아 여사가 허락할까?

알게 되면 아마 등짝이 남아나지 않겠지?

“그건 기쁘지만, 그래도 고려해 보세요. 언니, 동생으로 잘 지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뭐…… 일단 일부터 끝내자고. 일단은 생각 없어.”

“후후, 기쁘긴 하네요.”

하이디엔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남자가 자신만을 바라본다고 말해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2부 방송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할 거죠?”

“멤버를 알아봐야지.”

이제 올스타전을 위한 멤버 결성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를 갈고 나왔을 터다.

한국과 드레젠.

외국에서는 뛰어넘어야 할 벽이자,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장소였다.

강일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들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텐데.”

“그건 그렇죠. 기대가 되네요. 저도 강일 님의 경기를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영광의 전당은 전쟁이 시작되고 난 후, 한 번도 치러지지 못했다.

분쟁을 해결하기엔 사안이 너무 급했으니까.

그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다시 캡슐로 들어갔다.

“너는 뭐 할 거야?”

“저요? 저는 이제 본사로 가 봐야죠. 대표라는 게 승인은 해 줘야 하는 직업이라…….”

“힘내.”

씩 웃으며 캡슐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녀에게는 더없이 멋져 보이는 건 왜일까.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며, 하이디엔이 미소 지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힘내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 같은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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