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32화 (233/279)

제 232화

232화 – 도전을 받아들이지

#1

일본.

대한민국의 입장에선,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 나라였다.

뼈아픈 과거가 얽힌 나라였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독 일본과의 대결에서 지는 걸 싫어했다.

가위바위보를 하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

‘꽤 재밌겠어.’

이제 강일, 드레젠이라는 캐릭터는 완벽하게 양지로 올라온 상태였다.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은 브락시아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감히 건방지게 투기장의 제왕을 도발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지.’

강일은 뉴스를 보며 선선히 웃었다.

산들바람 같은 웃음이었지만, 일본인들에겐 폭풍이 될 징조였다.

강일은 저녁에 방송을 켰다.

그러자 시청자들이 난리가 나서 달려들었다.

-선생님!

-ㄷㅎ!

-그거 봤음?

-ㅋㅋㅋ 일본놈들 겁대가리 없이 덤비던데;;

-참교육 가야지

-각이지!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도 기사 봤어요.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ㅋㅋㅋㅋㅋ

-털릴 생각

-진짜 무슨 생각으로 도발 한 걸까?

-감히 드레젠 선생님한테 개겨?

-지금 일본 게임 시장이 과도기라 그럼ㅋㅋㅋ

다양한 채팅이 우수수 올라왔다.

오늘은 게임 하기에 앞서, 한일전에 대한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도 스트리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드레젠의 매니저들이 움직였다.

“아, 매니저분들과 통화를 좀 해보겠습니다.”

다들 드레젠의 방송 시간만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랜만에, 드레젠은 자신의 팬 1호이자 매니저를 하고 있는 ‘뉴비환영해!’와 통화를 진행했다.

항상 방송 채팅을 관람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편집점인지 콕콕 찝어 주는 충신이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통화 프로그램으로 전화를 건 드레젠.

“여보세요?”

“아, 드, 들리세요? 여보세요?”

“예, 잘 들립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채팅창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뉴비환영해!’가 여성일 거라는 예상은 전혀 못 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자였어?

-ㅋㅋㅋ이건 또 반전이네

-엌ㅋㅋㅋ 여성이었엌ㅋㅋㅋ

-돈 많은 여자였엌ㅋㅋㅋ

“매니저님, 제 입장은 발표하셨나요?”

“네! 지금 막 작성해서 기사를 전달했습니다. 일본어로 친절하게 번역까지 다 해뒀어요.”

그녀는 능력자였다.

“감사합니다. 헤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죠?”

“혹시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면, 팀 드레젠도 함께 가나요?”

강일은 캡슐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드레젠이 가는 곳에 그의 팀이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팀 드레젠이잖아요. 다 같이 움직일 거고, 경비는 회사에서 부담합니다.”

“오, 알겠습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사장님.”

“네, 그럼 뉴비 매니저는 들어가시고, 다음은 해커 매니저님 나와 주세요.”

낭랑한 남자 목소리가 ‘뉴비환영해!’의 여린 목소리를 대신했다.

정반대의 분위기라, 시청자들도 반응이 좋았다.

쾌활한 분위기가 몰아쳤다.

“넵! 해커 나왔슴다!”

“우리 해커 매니저는 정보 수집이 특긴데, 지금 일본에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미 제가 조사를 끝내놨슴다!”

-좋네

-밸런스 좋다

-과연?

-뉴비좌 나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이따금 섞여 있는 헛소리도 기분 좋게 넘길 수 있었다.

이곳에 모인 한국인들은, 일본을 박살 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으니까.

그때, 일본어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인 꺼져라!

-조센징은 대일본제국에게 무릎 꿇어라!

-드레젠도 마에쨩한텐 박살 날 거라고!

“오, 아주 건방진 사람들이 나오고 있군요.”

“하하! 제가 바로 해결하겠슴다! 그리고 설명하도록 하겠슴다!”

“다른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지역락을 좀 걸겠습니다.”

드레젠의 행동은 빨랐다.

20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 중, 절반이 떨어져 나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드레젠에게 쪽지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아마존 TV 운영자입니다.]

[급하게 공지를 드려 방송 송출을 방해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의 IP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스트리머 분들은, 모쪼록 깨끗하고 건전한 방송을 유지하시기 바립니다.]

“……이야, 운영자들도 일 잘 하는데요?”

-엌ㅋㅋㅋㅋ

-이거지!

-일 잘한다!

-아마존 TV도 우리 편이다 이 말이지!

빌드업이 아주 제대로 되고 있었다.

아마존 TV도 드레젠을 팍팍 밀어주고 있었다.

전 세계 유저 수 탑 1이었으니,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방금 방송 설정을 다시 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와!

-다시 왔어!

-진짜 일본놈들 때문에 이게 뭐야!

-본때를 보여달라고, 히어로!

외국인들이 각자의 언어로 연신 떠들었다.

드레젠은 조용히 웃었다.

몇몇 인간들의 실수로 인해, 일본인들은 순식간에 만국의 적으로 변했다.

드레젠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다들 채팅 신경 써주시고, 매니저들은 조금 피곤하시겠지만, 관리에 힘써 주세요. 다른 국가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알겠습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글자로 올라왔다.

오늘의 주된 콘텐츠는 일본 프로팀을 분석하는 일과, 나름대로 엔트리를 짜는 것.

게임은 그 후에 하기로 했다.

“스토리 진행은 잠시 미뤄두고, 오늘은 PVP 이야기를 풀어나가야겠네요.”

요즘 성좌들이니 뭐니 하면서 스토리에만 몰두한 감이 있었다.

가끔은 다른 콘텐츠로 환기 정도는 시켜줘도 괜찮겠지.

드레젠은 곧바로 일본 프로팀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기, 이곳에서 유료 결제를 하고 보겠습니다.”

경기 하이라이트는 무료로 볼 수 있었지만, 완벽하게 진행된 게임 내용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미디어를 상품화하는, 아주 좋은 방식이었다.

그의 진정한 적은 사나다 마에.

그녀가 참가한 경기 위주로 돌려봤다.

“흠-.”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봐요?“

-ㅋㅋㅋㅋ뭐지?

-아니 저래놓고 보이긴 해요?

-어허, 누가 드레젠 선생님을 의심하는가.

4배속으로 순식간에 돌려 보는 드레젠.

실제로는 빨라 보였지만, 드레젠 본인에겐 딱 적당한 속도였다.

엄청나게 발달한 인지 능력과 동체 시력, 상황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뇌의 능력이 달랐으니까.

이쯤 되면, 그냥 초인류라고 봐도 무방했다.

“사나다 선수의 특징은, 아주 연계를 잘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선수들과는 다르네요.”

그는 비디오를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여기부터 보시죠.”

사나다 마에는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부분에서 더 움직이지 않았고, 들어가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 과감하게 들어갔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건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원들과의 호흡이 아주 좋네요.”

다른 경기들도 마찬가지.

그녀를 중심으로 엄청난 합격술을 보여줬다.

일본 리그에서 무려 8승 3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는 중이었다.

그중 그녀가 MVP를 딴 적은 무려 다섯 번.

“한국 선수들이 꽤 애를 먹겠어요.”

-그게 진짜임?

-오, 생각보다 실력은 있어 보이는데

-그러게,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함.

적의 장점을 인정하고, 분쇄할 줄 알아야 진정한 실력자라고 할 수 있었다.

드레젠은 그 방면에서 아주 탁월했다.

그는 대현자를 비롯한 다른 전략가에게 수많은 전술을 전수받았다.

그 중엔 상대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약점을 잡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파훼법은 간단합니다.”

-나왔다.

-그 발언

-ㅋㅋㅋ 나는 된다. 하지만 너넨 안 된다.

-프로들이 이 발언을 쫓아갈 수 있을까?

“저는 대한민국 프로들을 믿습니다.”

일정이 갖춰지면 바로 훈련에 돌입하겠지.

드레젠은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민국 프로 선수들을 뼛속부터 싹 개조할 생각이었으니까.

그가 당한 방식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그에 준하는 프로그램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2

회백빛 세상으로 다시 들어온 드레젠.

오늘은 하이디엔이 없었다.

그의 이야기는 드워프 마을 외곽에서 끊겼다.

일행으로는 최고의 전사, 울드랜이 함께였다.

“어? 그 여인은 어디 갔소?”

“그녀는 잠깐 도와주러 온 거니까, 이제는 둘이 해결해야 해.”

“끄응, 그렇군.”

울드랜은 퍽 아쉬운 눈초리였다.

하긴, 칙칙한 남자들만 있는 건 드레젠도 지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 둘밖에 없는데.

“외부 순찰조는 어디 있지?”

“산맥 외곽 쪽을 순찰하고 있을 게요. 바로 어제 출발했으니 급하게 움직인다면 괜찮을 게요.”

“좋아. 순찰 루트를 알려 줘.”

드레젠 역시 드워프에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울드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작은 덩치로 열심히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이오!”

-겁나 느려 보이는 거 실환갘ㅋㅋㅋ

-아장아장 걷는 거 봨ㅋㅋㅋㅋ

-하, 빨리빨리 특성이 발동되고 있습니다.

“울드랜.”

“으잉?”

“꽉 잡고 방향이나 알려 줘.”

드레젠은 울드랜의 옆구리에 꽉 꼈다.

뒤이어,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콰아아아아-!

굉음이 몰아칠 정도로 쏘아지는 드레젠.

“으어어어어어-!”

“정신 차리고 안내 똑바로 해!”

생체 내비게이션이 정신 차리도록, 마나까지 둘러 주었다.

울드랜은 위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안내를 시작했다.

“오, 오른쪽! 저 언덕을 넘어서 왼쪽으로 꺾어야 하오!”

“오케이, 속도 더 올린다.”

“미, 미쳤소!?”

거부권은 없었다.

드워프가 수성에 특화된 이유.

그건 바로 짧은 키에서 나오는 기동력 부족 때문이었다.

공격권이 별로 없으니, 막는 거라도 잘 해야지.

덕분에 드레젠은, 게임 시간으로 단 다섯 시간 만에 선발대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기, 저기 있소.”

“쉿. 우리는 잠행해서 간다.”

펄럭-.

드레젠은 그림자 장막을 펼쳤다.

면적을 조금 늘려, 울드랜까지 완벽하게 덮었다.

그들의 기척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이젠 마족의 끄나풀을 잡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 그런데 난 왜 데리고 온 거요?”

“길을 모르거든. 일이 시작되면 가만히 있어도 돼.”

“…….”

울드랜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멍하니 드레젠을 올려다봤다.

문득, 미치도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에겐 없는 자신감이었으니까.

“저기 오는군.”

일단의 무리가 선발대와 접촉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들은, 분명 드워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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