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29화 (230/279)

제 229화

229화 – 드워프

#1

쿠아아앙-!

자발라는 엄청난 폭음에 눈을 부릅떴다.

전선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들이 무너지면, 다음은 마을 차례였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저건 또 뭐야!”

기계로 이뤄진 마족의 몸뚱이가 터져 나갔다.

끈적한 액체가 사방으로 튀어, 주변을 어지럽혔다.

이미 그 주변은 베리드의 잔해물로 빽빽한 상황.

그곳에,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설마 탑이 이쪽이랑 이어져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그러게요. 덕분에 빨리 왔습니다.”

자발라로써는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드워프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갑자기 나타나, 마족들을 썰어버리고 있는 저자는 누군가.

자발라의 머릿속에 섬광이 번뜩였다.

‘설마! 우리를 구원해주러 온 성좌!?’

풍기는 기운이 대단했다.

단둘이었지만, 드워프의 군대보다 훨씬 커다란 존재감을 뿜어냈다.

대체 정체가 뭘까?

문득, 그는 멍하니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세차게 휘저었다.

지금은 한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저쪽은 피해서 몰아붙여! 분위기가 반전됐다!”

자발라는 엄청난 위용을 뽐내는 두 사람을 믿었다.

일단 멀리서 봐도 드워프는 아니었다.

마족 놈들도 당황한 듯, 하이브의 눈에서 빛이 점멸했다.

아마 새롭게 전략을 수정하는 거겠지.

“몰아붙여! 절대 틈을 줘선 안 된다! 골렘들 뭐해! 바로 들러붙으라고!”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에, 드워프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골렘을 조종하고 있는 기술자들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쿠웅-!

육중한 몸이 움직였다.

이제부턴 백병전이었다.

“다행히 드워프들이 잘 호응해 주고 있네요.”

마족, 베리드의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드워프를 밀어붙이기 직전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이 전황을 뒤집어놓고 있었다.

남자도 남자였지만, 마족들에게 진짜 위협이 되는 존재는 여성 쪽이었다.

광역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펑펑 날려대는 모습.

병력의 주축이 되는 일반 병사들을 무더기로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신속히 대응해야 함]

[새로운 적 보고]

[신속히 대응해야 함!]

하이브가 전력 대부분을 하이디엔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것이 큰 실수였다.

앞에서 밀고 들어오는 병력은 하이디엔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녀가 강력하다고 해도, 홀로 모든 방면을 커버할 수는 없었다.

“몰아붙여! 다 죽여버려라!”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들이쳤다.

마족의 군대는 그대로 양쪽으로 공격을 받아, 궤멸 상태가 되었다.

종횡무진 휩쓰는 드레젠.

뒤에서 어마어마한 화력을 퍼붓는 하이디엔.

정면에서 들이닥치는 드워프의 수비대까지.

[상부에 보고 중]

[보고-]

콰지직-!

하이브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본대에 보내려 했다.

이제 막 업로드가 완성되려 할 때, 하이브의 코어를 박살 내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족과 신명 나게 싸웠던,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모두 알고 있었던 드레젠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딜 보고 하려고.”

하이디엔이 앞으로 계속해서 파티 플레이를 하지 않으니, 정보가 유출되면 곤란했다.

아직 마족의 본대가 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여기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드레젠이 그림자를 타고 넘어와, 단번에 하이브를 무력화했다.

“자, 나머지도 얼른 끝냅시다.”

-가즈아!

-드워프 골렘 멋있넼ㅋㅋ

-와! 마족!

-근데 성좌가 배신도 때려?

그게 문제였다.

창조주가 직접 만든 피조물이 아니라면, 배신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 성좌들이, 각 탑을 지키고 있다는 점.

게다가-.

“탑을 빨리 없애지 않으면, 그 탑에 있던 자들이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혼란이 더욱 가중되겠죠.”

점점 게임의 스케일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역사에선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각 종족이 분열되고, 모두가 죽어 나가는 전쟁.

그것이 바로 무의 추종자들과의 전쟁이었다.

‘앞으로 조금.’

조금만 더 있으면 대륙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마족에게 대항하기 더욱 수월해지겠지.

드레젠은 그렇게 생각하며, 전투를 마무리했다.

전투가 끝난다고 다 끝난 건 아니었지만.

#2

“일이 조금 꼬였군.”

“조금? 저게 조금이라고 보나?”

“그래서, 어떻게 할 거유?”

마을에서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했다.

영생을 약속한 자들의 말대로 되어 가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판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실패한 다음의 작전도 생각해두긴 했다.

“빨리 움직여. 그걸 탈취해야 한다고!”

“그래, 그것만 탈취하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

드워프들이 땅속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

그것 역시 아티팩트 하나가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속은 산소도 부족했고, 각종 제약이 많이 따랐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아티팩트가 있었다.

“거기도 경비가 꽤 삼엄할 텐데.”

“주의를 돌리는 것 정도야, 쉽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어서 움직여.”

드워프들이 은밀히 움직였다.

밖은 전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여유는 충분했다.

그들은 이동하기 전, 한 가지 작업을 했다.

“저기, 그리고 저기.”

“지, 진짜 합니까?”

“진짜 해야지!”

“으으-.”

드워프의 손에는 주먹만 한 폭탄이 들어 있었다.

작은 폭탄이었지만, 위력은 충분했다.

집 한 두 개 정도는 가뿐히 날려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채, 책임은 당신한테 있는 거요!”

칙-!

점화용 아티팩트로 불을 붙인 후, 그대로 던졌다.

곧이어 천지를 뒤흔들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솟아올랐다.

콰앙-!

콰앙-!

문제는, 그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

“저건 또 뭐야!”

“내부에서 터졌습니다! 이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자발라가 대경실색했다.

전투 인원은 대부분 마족들과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비전투 인원 중에서 배신자가 있다는 것.

의심만 해 왔던 사실이, 지금 여기서 증명되었다.

“아우야!”

“네, 형님.”

“마을 쪽을 수색해 봐라. 녀석들은 필시 ‘그 물건’을 노리고 있을 게야.”

“알겠수. 금방 다녀오지!”

자발라가 최고의 지휘관이라면, 그의 동생은 최고의 전사였다.

가장 발이 빠르고, 가장 전투를 잘 하는 자들만 모아 놓은 부대의 대장이기도 했다.

항상 주변을 정찰하고, 위험을 색출하는 임무를 맡았던 자발라의 동생.

그가 무장을 들고 부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아그들아! 가자!”

“예! 형님!”

옛날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대답한 드워프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들 역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확인했다.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도 당연했다.

“젠장,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군.”

“어떻게 할 거예요?”

마지막 하이브를 짓이겨버린 드레젠에게, 하이디엔이 물었다.

드레젠은 검을 둘러매며 주변을 둘러봤다.

전황은 대충 정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저쪽으로 가는 게 맞겠지.

“저는 저쪽으로 가보겠습니다. 하이디엔 님은 이곳을 마무리해 주세요. 부상자도 있으니까-.”

“알겠어요. 잘 다녀오세요. 저는 저쪽 지휘관과 얘기를 해봐야겠네요.”

-안돼!

-우리 화면에 대표님 좀 보여줘요!

-어흑 ㅜㅜ 캠 못 나누나ㅜㅜ

-대표님도 방송 켜주세요!

-우리는 대표님 얼굴을 더 보고 싶다!

“어쩔 수 없습니다. 광고 후에 다시 본다고 생각하세요.”

시청자들이 분기탱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드레젠은 그림자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아티팩트.

이 지하 공간을 지탱해주는 귀중한 아티팩트였다.

‘성좌가 남긴 물건이다. 결코, 빼앗길 수 없지.’

과거, 드워프가 망해버린 이유 역시 아티팩트를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마족의 침입도 침입이었지만, 결정타는 바로 유물의 소실이었다.

드레젠은 자발라의 동생, 울드렌을 지나쳐 밑으로 내려갔다.

“저, 저건 또 뭐야!?”

“아, 아까 우릴 도와준 사람 같은데요!”

“……뭐 저렇게 빠르냐?”

그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쇠, 광석, 흙과 더 친했기 때문이었다.

그림자를 타고 이리저리 나타나는 드레젠의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그러다, 울드렌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거, 저렇게 생색내서 우리 유물을 가져가려는 거 아니야?”

“어-!?”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그들은 지금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울드렌은 속도를 더욱 높였다.

힘들고 지친 상태였지만, 종족의 존폐가 달려있는 일이었다.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가자! 빨리!”

“예 형님!”

드워프들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3

지하 도시의 최심부.

이곳을 쾌적하게 지켜주는 유물이 있는 곳에, 드워프 무리가 도착했다.

아티팩트를 탈취하려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먼저 왔나?”

“그래. 내가 먼저 왔지.”

그곳엔, 대검을 땅에 꽂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아티팩트를 지키고 있는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드워프가 눈을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인간? 인간인가?”

“맞아. 인간이지. 그리고 너희들의 적이기도 하고.”

드레젠은 확신했다.

저들은 결코 좋은 의도로 이곳에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왜냐고?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군. 방금 전 폭발, 너희들 짓이었지?”

“그걸 이방인인 네가 어떻게 아느냐!”

“그 폭탄의 제조법을 알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나는 아는 게 많단다. 무의 추종자들아.”

“…….”

드레젠을 마주하고 있는 드워프들은 확신했다.

저자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온 자라는 거.

자신들은,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된다는 것까지.

드워프 하나가 중얼거렸다.

“젠장, 이거 완전 나가린데.”

그들은 상대를 너무 잘못 만났다.

드레젠이 웃으며 검을 뽑았다.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중에 한 놈은, 정보를 모두 불게 만들어 주지. 아- 그렇다고 너무 좋아하진 마.”

오싹한 기운이 주변에 퍼졌다.

무의 추종자.

세상을 다시 건설하자는 이념 아래 살아가고 있는 자들조차 벌벌 떨게 만드는 기운이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저 앞에 서 있는 자가, 자신들보다 훨씬 악랄하다고.

“죽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테니까.”

드레젠이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곧이어 드워프들의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저런;;

-그러니까 줄을 잘 탔어야지ㅠㅠ

-ㄹㅇ ㅋㅋ

-불쌍한 드워프들.

-배신자의 말로임

그들을 위로해 주는 것은 소수의 시청자들의 동정 어린 채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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